2030년 서울, 밤거리를 수놓은 네온사인의 현란한 빛만큼이나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윤지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인공지능 연애 컨설턴트 앱 '하루'를 켠 지 일주일, '하루'는 놀라운 속도로 지수의 이상형에 가까운 데이트 상대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첫 번째 추천은 잘생긴 바리스타, 두 번째는 다정다감한 작곡가, 세 번째는 유머 감각 넘치는 스타트업 CEO였다. 모두 '하루'가 분석한 지수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지수의 마음은 좀처럼 설레지 않았다.
'하루'는 지수에게 네 번째 추천 상대로 익명의 남자를 소개하며, 그와의 데이트 코스를 짜릿한 스케줄로 꽉 채운다. 새벽에는 한강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빛보다 빠른 붓 터치로 유명한 화가의 전시를 관람한다. 점심은 이태원에서 트렌디한 퓨전 음식을 맛보고, 오후에는 롯데월드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아드레날린을 만끽한다. 하루 종일 숨 가쁘게 이어지는 데이트 속에서 지수는 문득, '하루'가 제시하는 이 속도에 자신이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저녁, 남산타워 레스토랑에서 네 번째 추천 상대와 마주한 지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바로 어린 시절, 짧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소꿉친구 최우진이었던 것이다. '하루'는 어떻게 지수의 잊고 있던 기억 속 인물을 찾아낸 것일까? 우진과의 대화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사이, 지수는 '하루'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설레고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하루'는 지수와 우진의 관계를 더욱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드론 쇼, 가상현실 데이트, 맞춤형 선물 등 '하루'가 제시하는 현란한 이벤트들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지수는 오히려 인공지능의 개입이 두 사람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지수는 '하루'의 도움 없이 우진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보기로 결심한다.
지수는 '하루'를 잠시 끄고, 평범하지만 진솔한 데이트를 이어간다.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조용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지수는 우진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하루'의 도움 없이도, 아니, '하루'의 도움이 없었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하루'의 존재를 알게 된 우진은 지수에게 묻는다. "우리, 정말 '하루' 없이도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지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처음에는 '하루'가 만들어준 속도에 휩쓸렸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제 알겠어. 진짜 소중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그리고 너와 나,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서울의 밤하늘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도, 두 사람의 사랑은 충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댓글 · Comments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