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담배 연기 대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니터 속 낡은 병원 건물은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IMF 이후 흉흉한 소문만 무성하게 자라난 폐쇄 병원. 도시 괴담 유튜브 채널 '심야괴담'을 운영하는 나, 강태석에게 이런 곳은 그저 흔한 촬영 소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마치 심해의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듯한, 설명할 수 없는 섬뜩함이 화면 너머로 전해져 왔다. 마치 나를 직접 응시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형님, 이번 영상… 진짜 대박 예감입니다.”
편집 일을 돕는 만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역시 불길한 예감과 동시에 끓어오르는 흥분을 느꼈다. 조회수 100만 뷰? 아니, 이번엔 200만 뷰도 가능할 것 같았다.
며칠 후, 카메라 장비를 챙겨 폐병원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은 곳곳에 검은 얼룩이 져 있었고, 스산한 바람은 깨진 유리창 사이를 휘파람처럼 울며 지나갔다. 병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등골을 타고 오싹한 한기가 흘러내렸다.
“형님, 혹시… 여기서 실종된 사람들 말입니다…”
만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몇 년 전, 이 병원을 취재하던 방송국 PD와 스텝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나 역시 들어본 적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건 다 흥행을 위한 조작이야.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카메라 앞에서 내뱉은 말과 달리, 병원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마치 수십, 수백 개의 눈동자가 우리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기분이었다. 공기는 무겁고 차가웠으며, 어디선가 역겨운 소독약 냄새가 났다.
“형님, 저기…”
만수가 가리킨 곳에는 낡은 수술실이 있었다. 녹슨 수술대 위에는 낡은 일기장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된 듯, 바싹 마른 종이 표면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이거… 이 병원 원장 일기 같아요.”
만수가 조심스럽게 일기장을 펼쳤다. 빛 바랜 종이 위에는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무언가 휘갈겨 쓰여 있었다.
“‘실험… 성공적… 인간의 한계… 뛰어넘어…’ 뭐라고 하는 거야, 이게…”
만수의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일기장을 넘겼다. 그때였다. 일기장 한쪽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졌다. 사진 속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들과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환자들의 눈은 검은 눈동자는 온데간데없고, 섬뜩한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해가 기울자 병원 내부는 더욱 음산해졌다. 어둠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낮게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만수야, 카메라 잘 돌아가고 있지?”
애써 태연한 척 물었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섬뜩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한 불빛 아래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그림자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만수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 역시 본능적인 공포에 몸이 굳어버렸다. 그림자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기괴하고 음습한 기운이 몰려왔다.
“도망쳐!”
본능적으로 외치며 뒤돌아섰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동자만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림자는 형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 속에서 본 붉은 눈을 가진 환자였다. 아니, 환자였다고 생각했던 존재였다. 그의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었고, 손에는 녹슨 메스가 들려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섬뜩한 목소리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깊은 원한에 사로잡힌 악령의 목소리였다.
"너희도... 나처럼... 영원히... 여기에..."
악령의 메스가 번개처럼 빠르게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렸다. 메스는 아슬아슬하게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뜨거운 피가 솟구쳐 올랐다.
"젠장, 이 자식이!"
나는 있는 힘껏 카메라 삼각대를 휘둘러 악령을 밀어냈다. 악령은 잠시 뒤로 물러섰지만, 붉은 눈은 여전히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만수야, 경찰에 신고해!"
"네, 네!"
만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악령은 만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나는 필사적으로 악령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내 몸은 공포에 마비된 상태였다. 악령의 손이 만수의 목을 움켜쥐는 순간, 병원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악!"
악령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병원은 다시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악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바닥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함께 낡은 메스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후, 경찰이 도착했지만, 악령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만수는 그날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나 역시 '심야괴담' 채널 운영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날 밤, 붉은 눈을 가진 악령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꿈속에서 그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희도... 나처럼... 영원히...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