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연의 일상은 마치 오래된 실험실처럼 질서정연하고, 외부의 변화에 극도로 예민하다. 대학 2학년이 되어도 그녀는 여전히 혼자만의 삶을 고수한다. 기숙사 방 한구석에서 애완악어 ‘모리스’와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서연은, 인간관계의 실패와 소외감 속에서 오로지 생물학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서툰 인간관계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번번이 다가올 거절과 실망을 두려워하며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밤새 논문을 뒤적이다 잠들었던 그녀 앞에 낯선 소년이 나타난다—초록빛 눈, 비정상적으로 매끄러운 피부,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눈짓. 서연은 곧 이 소년이 자신의 애완악어 모리스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처음에는 혼란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곧 호기심이 이긴다. 인간 사회의 규칙을 전혀 모르는 모리스는 순수하고 엉뚱한 질문으로 서연을 곤란하게 만들고, 본능과 호기심에 따라 행동하다가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샤워실에서 물을 뿜어대거나, 식당에서 날생선을 집어 삼키려다 기숙사생들에게 들키는 식이다. 권승하, 기숙사 운영을 총괄하는 학생회 부회장은 이 기이한 신입생의 존재를 예의주시한다. 규칙과 질서에 집착하는 승하는 모리스의 존재가 기숙사 내 질서를 위협할까 경계하지만, 동시에 그 순수함과 세상에 대한 무방비한 시선에 알 수 없는 동요를 느낀다. 유우카 역시 이 낯선 룸메이트와 서연의 변화에 흥미를 느껴, 심리학적 호기심으로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서연은 모리스의 돌발 행동을 감추기 위해 애쓰면서도, 점차 그와의 일상에 익숙해진다. 모리스는 서연이 짓는 미묘한 표정, 무심한 듯한 말투에 서서히 적응하며,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서연은 모리스가 인간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용기를 내어 기숙사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어색하게나마 동기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모리스의 엉뚱한 행동은 처음엔 주변에 소문거리로 전락하지만, 이내 그의 진심 어린 호기심과 순수한 호응에 동기들도 점차 마음을 연다. 서연은 처음으로 자신이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모리스의 정체에 의심을 품은 승하는 규칙 위반 사실을 추적하며, 서연과의 갈등이 고조된다. 승하는 자신의 완벽함에 집착한 나머지, 서연이 위험에 처할까 우려하면서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유우카는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심리적 균열을 지적하고, 서연에게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서연의 내면 깊은 곳을 건드린다. 한편, 모리스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 거짓과 진실을 배우며 점차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경험한다. 그는 자신이 서연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자각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녀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한다.
사건의 정점에서, 승하는 기숙사 규칙을 어긴 서연을 공개적으로 질책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평소 승하의 엄격함에 눌려 있던 기숙사 동기들과 유우카가 서연과 모리스를 두둔하며 나선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틀림’과 ‘다름’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모두가 조금씩 자신만의 벽을 허문다. 승하는 처음으로 자신의 불안과 강박을 드러내며, 서연에게 사과와 함께 도움을 청한다. 유우카 역시 거리를 두던 자세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린 모두 조금씩 이상하다”고 말한다. 서연은 처음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고, 모리스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과 애정을 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리스는 자신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직감한다. 서연과의 이별을 앞두고, 그는 “너는 나 없이도 충분히 괜찮을 거야”라고 말한다. 서연은 눈물을 머금고, 이제는 혼자가 두렵지 않다고 답한다. 모리스가 다시 악어로 돌아간 후, 서연은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간다. 승하는 규칙 뒤에 숨겨왔던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유우카 역시 인간관계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기숙사 동기들까지 모리스의 존재를 인정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더 환한 자신으로 변해간다. 서연은 여전히 생각이 많고 서툴지만, 더 이상 외로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가 꿈꾸던 ‘진짜 우정’이, 기이한 악어 수인과의 만남을 통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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