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교실 창가에서 매일 비 내리는 운동장을 바라보는 윤호는 조용히 책을 읽는 나예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게시판에 붙은 짧은 시에서 그녀의 진심을 엿본다. 어느 날, 활짝 젖어든 라일락 향에 이끌려 윤호는 우연히 나예의 시가 담긴 공책을 발견하고, 두 소년 소녀는 빗속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게 된다. 창밖 세상과 자신이 선명하게 교차하는 그 순간, 윤호는 처음으로 두려움 없이 대화의 문을 연다.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소리를 내어 자신의 심장을 호출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빗방울 아래 싹트는 사춘기의 미묘한 떨림을 담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