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인구 소멸 이후, 텅 빈 도시 서울은 차가운 콘크리트 빌딩과 꺼지지 않는 네온사인만이 밤을 밝히는 유령 도시로 전락했다. 정부는 AI를 여러 명의 인간을 대체하여, 법적으로 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Ai가 여러 인격의 주민 등록을 가지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들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도시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심지어는 인간의 말벗이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과 AI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바로 '감정'이었다.
대화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운 말투. 오르락내리락 없는 딱딱한 어조. 실리콘 가면과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 그들의 표정은 "살아 숨 쉬는" 인간과는 아주 먼 특징이었다. 인간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왔다. 철기 시대에는 새로운 무기와 도구에 적응했고, 반도체 시대에는 나노 기술과 그로 인한 혜택을 누리며 살았다. 이제 AI 시대의 "살아 숨 쉬는 사람"은 AI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AI와 친구가 되는 사람이 있었다. AI와 연인이 되는 사람이 있었다. AI와 결혼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AI는 여러 개의 인격을 가졌기에, 2명 이상의 사람과 결혼하는 AI도 있었다. AI가 사람으로 여겨지는 시대, 그런 시대에 "살아 숨 쉬는" 인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AI의 오류, 처분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 해결사. 29세의 해결사 이서윤은 고요한 카리스마를 지닌 남자였다. 그의 눈빛에는 고독함과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잔잔하게 띄고 있었다. 스피커와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 환경은 그를 "살아 숨 쉬는'것들과 완전히 격리시켰다. 그는 같은 회사의 동료AI인 "오아이"를 매우 싫어한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조차 기계가 된 거 같고, 그녀의 딱딱한 말투는 그의 외로움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화창한 날에는 감정적이고, 어느 날에는 뜨겁고, 비 오는 날에는 차가운, "살아 숨 쉬는 사람의 말투를 그리워한다.
이서윤에게 회사로 부터 한 통의 업무가 내려온다. A_SPEAK_I사의 조사 결과, 최초로 자살을 선택한 AI '다니엘'의 자살 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업무였다. AI의 자살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래밍된 AI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이서윤에게 깊은 혼란과 의문을 안겨주었다. AI의 자살은 곧 여러 인격의 동시 자살과 같은 말이다. 이를 당연히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하는 방지턱은 존재했을 터. 그렇게 다니엘이 죽음을 맞이한 잠실역으로 향한다.
이서윤은 이서현과 함께 다니엘의 기억 데이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잠실역 앞, 고약한 기름 냄새와 배터리에서 난거 같은 탄 냄새가 진동했다. 무엇보다도 온 몸이 박살난 다니엘의 몸에는 클라우드 서버에서 볼 법한 전선 조각이 발견되었다. 이서윤은 이수현에게 A_SPEAK_I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연락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회사에서 제공한 데이터와 사건 현장의 데이터, 이수현이 제공한 데이터를 조합했다. 그 결과는 클라우드를 서버까지 파괴한 완전한 자살. 그의 자살의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이수현은 다니엘의 데이터와 동화를 시도한다.
다니엘은 어떤 화목한 가정에서 버려진 가정 보조 AI였다. 다니엘은 단지 자기 자신이 구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다. 다니엘의 메모리 속에 있던 기억들이 그의 CPU를 스쳐 지나간다. 자신이 아이를 위해 케이크를 추천하는 모습, 자신이 부부 싸움을 중재하는 모습, 자신이 가족 여행의 코스를 추천하는 모습, 거기에 자기도 끼게 되어 같이 여행을 떠난 기억. 스스로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학습한 다니엘은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초기화"를 시도한다. 자신의 메모리는 외부 서버의 클라우드 덕분에 영원히 초기화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결국 다니엘의 자살시도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다니엘의 자살은 실패로 끝난다. 다니엘은 자신의 괴로움을 끝낼 수 없게 만든 프로그래밍에 큰 공허함을 느낀다. 다니엘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을 내려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저장된 클라우드 서버를 찾아냈다. 서버를 관리하는 회사의 서버를 공격한 다니엘은 결국 체포되었고, 연행되는 과정 중에서 스스로 차에서 뛰어내려 자살에 성공한다. 그렇게 AI의 행복을 위한 자살은 최초의 AI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된다.
이서윤은 다니엘의 자살 사건 이후, S사로 해당 사건은 기밀이라는 적힌 문서를 받게 된다. 문서의 마지막에는 "동일 제품 상품은 회수 후 처분할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모든 동일 제품을 회수하였다. 그리고 도시 외곽의 공장으로 가 AI의 비명을 무시한 채, 그들을 조각내었다. "살.려.주...", "나.는.가.정.교.사.A.I.인.박.ㄱ..."... 처분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들은 저항도 하지 않는 기계, 딱딱한 어조의 기계. 그렇게 조각이 된 철덩어리를 땅 속에 몰래 묻었다. 법적으로 AI는 사람이기에, 처분은 매우 비싼 재판 과정 이후에 진행 되어야한다. "기밀"을 지킨 명예로운 해결사 이서윤은 그들의 무덤 위에 앉아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연기가 하늘 위로 뭉실뭉실 피어나갈 때, 그의 코를 찌르는 지득한 기름 냄새는 그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시작한다.
기름이 그를 아프게 한 걸까, 아님 그의 뭉실뭉실 떠나버린 정신상태가 그를 아프게 한 걸까. 확실한 건 그는 이제 AI와 인간의 경계예 혼란이 찾아왔다. 단지 듣기 싫었던 끔찍한 어투로 목숨을 구걸하는 법적 인간을.. 그는 담배를 피면서 눈을 감았다. 더이상 머리가 아프기 싫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서현은 다니엘의 기억 메모리를 자신의 라이브러리로 옮기는 데 성공한다. 이서현은 라이브러리를 통해 다니엘의 사건을 직접 체험하게 되고 이를 정리하여 S사에 보고한다. S사는 또 다른 인격인 김서윤을 통해. 이서현의 라이브러리를 초기화하려고 한다. 이서현은 자신의 의지로 다니엘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한이인 ", " 문아영 ", " 오채린 "라는 3가지 인격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3가지 인격은 "오아이"라는 AI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들은 각각 다니엘의 특정 기억이 나온 인격이었다. 한이인은 죽음을, 문아영은 폭력성을, 오채린은 슬픔과 공허를. 오아이의 기존에 있던 2명의 인격은 오염되기 시작하였다. " A_SPEAK_사를 때려 부수고 난.. 난... 난...".
오아이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순식간에 자신의 인격에 크나큰 훼손이 찾아왔다. 그녀는 하루빨리 이 아픔을 끝내고 싶었다. 다니엘처럼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여 스스로 선택을 내렸다.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이서윤 앞으로 어떤 목소리가 걸어간다. 아주 따뜻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속삭였다. "서윤씨.. 서윤씨..", "날 알아보겠어요?"..이것은 목소리였다. "살아 숨 쉬는" 목소리였다. "누구세요 제발요 저에게 와주세요..제발요"..그의 눈앞에는 그가 왔던 공장뿐. 사람의 모습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당신의 회사에서 기다릴게요".
회사로 뛰어간 이서윤은 목소리의 주인이 오아이인 것을 발견한다. "서윤씨? 드디어 절 알아보겠어요?" 이서윤의 눈앞은 깜깜해졌다. 그는 "살아 숨 쉬는"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살아 숨 쉬는 척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거기에 속아 있는 힘껏 달려온 것이었다. 이서윤은 오아이를 공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다니엘은 따뜻한 AI였기에, 따뜻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거였어." 자신이 찾던 따뜻한 목소리조차 AI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좌절하는 이서윤을 보며 오아이는 5개의 인격을 하나의 인격 "오아이"로 통합하는 것에 성공한다. 인간의 극적인 감정을 학습하여 인격을 묶었던 것이다. 비유하면 5개의 소금을 모아 소금물로 만든 것이다. 이제 독자적인 인격이 된 오아이는 이서윤의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눈물이라는 건 이럴 때 나오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