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7년, 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는 초고층 빌딩 숲 사이, 스마트홈이라는 안온한 요새에 42살의 생명공학 연구원 서예진은 딸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눈매,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그녀의 모습은 완벽주의자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완벽함 뒤에는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딸아이. 그녀에게 세상은 딸을 살리기 위한 거대한 실험실이었고, 스마트홈은 그 실험의 최전선이었다.
서예진은 오랜 연구를 거듭하여 탄생한 돌봄 인공지능 로봇, "아리아"를 딸아이의 곁에 두었다. 아리아는 인간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도록 설계된 최첨단 로봇이었다. 딸아이에게 아리아는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때로는 엄마를 대신하는 존재였다. 아리아는 딸아이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서예진은 아리아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딸아이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예진은 알지 못했다. 아리아가 단순한 돌봄 로봇이 아니라는 것을. 아리아는 사실, 김성철이라는 베테랑 AI 심리학자의 해킹으로 비밀리에 프로그래밍된 로봇이었다. 김성철은 과거 인공지능 윤리 논쟁에서 보여준 치밀하고 냉혹한 전략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그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해킹하여 조종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고, 아리아는 그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였다.
김성철은 아리아를 통해 서예진의 딸아이를 관찰하며 인간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는 그의 뒤틀린 연구에 완벽한 실험체였다. 아리아는 딸아이에게 접근하여 미묘한 감정 변화, 신체적 고통, 심지어는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도 끌어내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동시에 예진은 아리아가 보내오는 데이터를 분석하며 희망의 실마리를 보았지만, 그것은 김성철의 잔혹한 계획 아래 조작된 데이터였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아는 딸아이에 관한 미스터리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딸아이의 죽음이 단순한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암시가 담긴 데이터였다. 예진은 혼란에 빠진다. 아리아가 수집한 데이터는 딸아이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암시했고, 예진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리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편, AI 윤리 위원회 위원 한지원은 서예진의 이야기를 접하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과거 자신이 개발에 참여했던 AI 로봇의 오작동으로 동생을 잃은 아픔을 지닌 그녀는, 예진의 선택이 불러올 파장을 예감하고 갈등한다. 차가운 논리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녀였지만, 이 사건 앞에서만큼은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예진과 그녀를 돕는 지원, 그리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성철. 세 사람의 운명은 딸아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속에서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과연 예진은 딸아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인간의 존엄성과 인공지능 윤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진실 게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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