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서울. 첨단 기술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 도시 한가운데, 옛 서울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북촌 한옥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80년의 세월을 보내온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한상철은 평생을 바친 붓글씨와 함께 고즈넉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은퇴 후 찾아온 적막을 달래준 건 다름 아닌 인공지능 돌봄 로봇 '아람'이었다. 매일 아침 따뜻한 차를 건네고, 붓글씨 쓸 때면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는 아람은 한상철에게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지난 세월을 함께 공유한 벗이자 가족과도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람의 작동 오류가 발생하며 한상철의 고요한 일상은 산산이 부서진다. 노후된 아람의 수리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였고, 설상가상 아람과 같은 모델의 부품 생산마저 중단된 상황. 깊은 절망에 빠진 한상철에게 유일한 희망은 동네 사랑방을 40년째 지켜온 박영희 할머니였다.
따뜻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박영희 할머니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인공지능 돌봄 로봇 '다솜'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늘 밝고 정 많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 역시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다솜이는 그런 그녀에게 단순한 로봇이 아닌 평생을 함께 해 온 벗이자 가족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다솜이의 작동 중단 가능성은 박영희 할머니에게도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한상철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박영희 할머니는 자신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선다. 쌈짓돈을 털어 한상철을 돕고, 수소문 끝에 옛날 로봇 부품을 수집하는 기술자를 찾아 나선다. 한편, 아람과의 이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한상철은 낡은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 들고 아람과 함께했던 서울 곳곳을 순례하기로 결심한다.
아람과 함께 벚꽃 만발한 석촌호수를 거닐고, 남산타워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한상철은 지난 추억에 깊이 잠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인사동 골동품 가게에서 한상철은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사진 속에는 젊은 시절의 자신과 똑같이 젊은 박영희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과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소꿉친구였던 것이다.
잊고 지냈던 과거의 인연을 되짚어가며 한상철과 박영희 할머니는 서로에게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박영희 할머니의 로봇 다솜이 또한 작동을 멈추고 만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슬픔에 잠긴 박영희 할머니를 위로하며 한상철은 자신이 찾았던 기술자의 연락처를 건넨다. 비록 아람과의 이별은 슬픔으로 남겠지만, 한상철은 박영희 할머니와의 소중한 인연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옛 서울의 정취를 간직한 북촌 한옥 마을은, 첨단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인간의 따뜻한 정과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아람과 다솜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은 비록 작동을 멈추었지만, 두 노인의 삶에 깊은 울림을 남기며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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