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23 – 경찰대학 학생회실 뒷편 비밀 회의실, 늦은 오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캠퍼스. 복도 끝, 닫힌 회의실 문 너머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비밀 회의실. 형광등 불빛이 탁하게 내려앉고, 책상 위에는 각자 쥔 휴대폰, 찢긴 수첩 조각, 식지 않은 커피잔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서경이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서 있고, 이샤론과 몇 명의 멤버들이 낮은 목소리로 흩어진 채 앉아 있다.
혜윤, 문을 조용히 밀치고 들어온다. 교복 셔츠 소매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서늘한 얼굴.
서경, 문득 눈을 들어 혜윤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 방 안의 대화가 뚝 끊긴다.
이샤론
(헛기침, 분위기 누그러뜨리려다 실패)
왔네. 근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들 조용해?
서경
(목소리 낮고 건조하게, 시선을 혜윤에게 고정)
조용할 만하지. 이제 우리 숨을 데도, 시간도 거의 없으니까.
멤버1
(불안하게 손톱을 뜯으며)
진짜… 이대로 두면 준혁이 퇴학인 거 맞지?
(말끝이 떨림)
이샤론
(휘파람 불 듯, 일부러 가볍게)
야, 경찰대가 무슨 감옥도 아니고. 우리가 그냥 당하고만 있으라고?
서경
(정곡을 찌르듯, 단호하게)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근데—
(잠시 말 멈추고, 혜윤을 똑바로 본다)
누구 하나는, 자기 손 더럽히는 거 감수해야 해.
(회의실 안 공기가 한순간 무겁게 가라앉는다. 모두 서로 눈을 피한다.
혜윤, 교복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문다.
서경의 시선이 혜윤의 손끝을 스친다.)
혜윤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공식 절차 무시하고, 규칙 어길 각오 하라는 거야?
서경
(숨을 내쉬며, 눈길을 거두지 않음)
그래.
혜윤, 솔직히 너 아니면 못 해.
여기서 네가 선 넘어주면, 준혁이도… 우리도 살 수 있어.
혜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림)
난—
(말 잇지 못하고,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림)
평생, 규칙 지키는 걸로 여기까지 왔어.
이샤론
(살짝 미소, 그러나 눈빛은 걱정스러움)
혜윤아, 지금은 네가 '지켜야 할 사람'이 규칙보다 더 중요한 거 아냐?
(잠깐 침묵.
혜윤,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 복도로 나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
복도엔 노을빛이 길게 드리워진다.
혜윤, 벽에 기대어 깊게 숨을 내쉰다. 손끝이 떨린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서경이 따라 나온다.
서경, 거리 두며 옆에 선다.)
서경
(담담하게 시작, 그러나 점점 감정이 실림)
혜윤아.
나, 솔직히 말할게.
네가 아니면…
나, 여기서 진짜 끝날 것 같았어.
(숨 고르며)
내 방식이 다 옳다고 생각 안 해.
근데,
너 같은 사람이 우리 편에 있어줘야—
우리, 진짜 지킬 수 있어.
(혜윤, 고개를 들어 서경을 바라본다. 눈빛이 흔들린다.)
혜윤
(속삭이듯)
나, 무서워.
이거 한 번 넘으면—
다시는 예전으로 못 돌아가잖아.
서경
(살짝 웃음, 그러나 눈가 촉촉)
나도 무서워.
근데 있잖아,
혜윤아.
네가 내 편 들어주면,
나 그거면 돼.
(둘 사이, 미묘하게 숨이 얽힌다.
잠시, 고요.
혜윤,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혜윤
알리바이… 내가 만들게.
내 이름 걸고, 내 인맥 다 쓸 거야.
대신,
이거 끝나면—
우리 진짜, 책임 같이 져야 해.
(서경, 한 발 다가가 혜윤을 뜨겁게 끌어안는다.
혜윤, 잠시 경직되다 서서히 팔을 올려 서경을 받아준다.)
서경
(작게, 혜윤 귀에 속삭임)
고마워.
진짜로.
(회의실 문이 다시 열리고, 혜윤가 서경과 함께 들어간다.
멤버들, 놀란 표정.
혜윤의 얼굴엔 망설임과 각오가 동시에 스친다.)
혜윤
(또렷하게, 모두를 둘러보며)
이제부터,
나도 같이 간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혜윤가 학교 관계자를 향해 결연한 표정으로 나선다.
복도 끝에서 서경이 혜윤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노을빛이 둘의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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