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3년 서울, 눈부신 네온사인과 홀로그램 광고가 밤하늘을 수놓는 도시 한가운데서 14살 소녀.. 아니 34살 소녀 은서는 어리둥절한 채 서 있었다. 손목에 채워진 낡은 스마트워치는 20년 전, 한강공원에서 주웠던 바로 그 시계였다. 옆반 선재를 몰래 짝사랑하던 중학교 시절, 그의 체취가 배어 있을 것만 같은 농구공을 줍는 대신 손에 쥐었던 스마트워치. 그 시계가 만들어낸 시간의 균열 속에서 은서는 20년 후의 서울에 발을 디딘 것이다. 한순간에 14살 소녀에서 34살 직장인이 된 은서의 눈에 비친 미래 서울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드론 택배, 인공지능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흐르는 자율 주행 버스, 그리고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20세기 거리가 마치 테마파크처럼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낯선 미래 도시의 화려함 속에서도 은서의 시선은 오직 하나, 20년 전 짝사랑했던 소년, 선재의 흔적을 찾는 데 고정되어 있었다. 스마트워치에 내장된 낡은 SNS 계정을 통해 선재를 찾아 나선 은서는 그가 데이터 보안 전문가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갑고 이성적인 모습의 34살 선재는 14살 은서가 기억하는 장난기 넘치던 소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존재했고, 은서는 과거 자신과 똑같은 스마트워치를 찬 또 다른 소년, 그리고 그가 간직한 사진 속에서 앳된 얼굴의 자신과 선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속에는 14살 은서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20년 전, 선재 역시 은서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선재에게는 은서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었고, 그렇게 놓쳐버린 첫사랑은 빛바랜 사진 속 추억으로만 남아있었다. 은서의 등장으로 잊고 있던 과거의 감정과 마주하게 된 선재는 다시 한번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지만, 20년이라는 시간의 벽 앞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미래 서울에서 선재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은서는 과거로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거로 돌아가야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선재와의 기억은 물론, 미래에서의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은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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