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촬영장 조명이 정확히 삼십칠 번째로 깜빡이던 순간, 윈터는 안무의 마지막 턴을 돌다가 발밑 바닥이 무대 마루에서 얼어붙은 석조 바닥으로 바뀌는 걸 느낀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와 눈보라 효과기의 팬 소리가 뒤섞이는 사이, 스튜디오 전체가 동화 속 성으로 뒤바뀌어 있다. 카리나는 컨티뉴이티 노트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크루를 찾아 복도를 뛰어다니지만 문을 열 때마다 복도가 늘어나고 크루는 어디에도 없다. 지젤은 반사적으로 멤버들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접어가며 인원을 세고, 닝닝은 라디에이터 틈에서 새어나오는 작은 목소리에 이끌려 소매 끝을 지젤에게 붙잡힌 채 끌려간다.
넷은 왕좌에 앉아 있던 고무왕과 마주친다. 그는 슬리퍼처럼 발에 꿴 조악한 고무 왕관을 신은 채 근엄하게 저주를 선포하려다 정확히 가장 비장한 대목에서 고꾸라진다. 왕관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저주가 풀리고, 자정종이 다섯 번째로 울리기 전까지 그러지 못하면 모두 눈보라의 일부가 되어 성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규칙을 오르골지기가 또박또박 읊지만, 지금이 몇 번째 자정이냐는 질문에는 흠집 난 태엽 상자를 짚으며 애매하게 말을 돌린다.
첫 되감기가 우연히 벌어진다. 고무왕이 그날 밤을 재연하다 오르골을 건드리고, 태엽이 다 풀려 종이 울리자 세상이 한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닝닝은 방금 이름을 알려준 생쥐 인형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울음을 터뜨리고, 윈터는 데뷔 전 숙소에서 흥얼거리던 노래 한 소절이 지워진 걸 알아채지만 태연히 안무 동작으로 그 틈을 채운다. 카리나는 손톱으로 손바닥에 규칙을 새기며 이 모든 걸 "말이 안 되는 조항"이라 몰아붙이지만, 오르골지기의 흐릿한 대답 앞에서는 반박할 데이터가 없어 말끝을 흐린다.
지젤은 홀로 고무왕과 담판을 시도한다. 정보를 넘기라 압박하자 그는 리들처럼 얼버무리다 "그날 밤 분수 앞에서 내가 직접 왕관을 내려놨다"고 실수로 흘린다. 지젤은 그 말을 냅킨에 적어 챙기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냅킨 뭉치는 되감을 때마다 한 장씩 늘어난다.
닝닝은 두 번째 되감기 사이, 금지된 육아실 문을 "안 열 거야"를 중얼거리면서도 결국 열어젖힌다. 그 안에서 어린 고무왕과 하녀 옷을 입은 소녀가 나란히 선 초상화, 그리고 "왕관을 깨뜨린 아이는 영원히 태엽을 감을 것"이라는 낡은 교서를 발견한다. 윈터는 계단 수와 촛불 순서를 세던 습관으로 세 번째 되감기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세 번째 계단이 무대 세트처럼 뒤로 밀려 사라지는 함정에서 닝닝을 몸으로 끌어당겨 구한다. 카리나는 그 계산을 검증하다 처음으로 자신의 논리가 맞아떨어진다는 걸 깨닫지만, 그 정답이 곧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임을 알고 얼어붙는다.
넷은 교서를 들고 왕좌로 향한다. 닝닝이 초상화를 들이대자 고무왕은 기억을 떠올리려다 또다시 왕관 슬리퍼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는데, 이번엔 넘어지는 손이 바닥을 짚으며 왕관을 움켜쥐는 순간 진짜 감정이 새어나와 그는 낮게 한 소녀의 이름을 흘린다. 오르골지기가 그 이름에 눈동자를 잠깐 허공에 헤매는 걸 본 순간, 모두는 눈보라 왕국의 하녀가 곧 초상화 속 그 소녀였음을 알아차린다. 왕이 왕좌를 잃던 밤, 눈싸움을 하던 아이가 장난으로 그의 왕관을 쳐서 떨어뜨렸고, 궁정 앞에서 수모를 당한 그는 분노에 차 아이를 영원히 태엽을 감는 하녀로 묶어버렸던 것이다 — 그리고 그 스스로도 되감기를 거듭하며 자신이 내린 저주를 조금씩 잊어갔다.
네 번째 종이 울릴 무렵, 오르골지기는 태엽을 감을지 말지 손을 떤다. 자신을 풀어줄 진실이 드디어 드러났지만, 감지 않으면 모두가 벌판이 된다. 지젤은 그 손에서 태엽 손잡이를 직접 붙잡아 함께 감아내며 시간을 벌고, 남은 냅킨들을 왕좌 앞에 카드처럼 펼쳐 고무왕에게 그의 되풀이된 말들을 되비춘다. 윈터는 이 시점부터 카리나의 이름을 부르다 잠깐 멈춰서는데, 입은 이름을 잊었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종소리 간격을 세고 있다. 그 모습을 본 고무왕이 처음으로 겁먹은 표정을 짓는다.
멤버들은 예전 무대에서 맞춘 다섯 박자 카운트 동작을 즉석에서 다시 짜, 고무왕이 어느 방향으로 넘어질지를 정확히 유도하기로 한다. 넷이 나란히 서서 그 동작을 밟는 순간, 왕은 예정대로 앞으로 넘어지며 왕관을 자기 손으로 벗겨 든다. 규칙대로 왕관을 내려놓은 손이 다시 그것을 들었으니 무게는 그대로지만, 그는 스스로 왕좌로 돌아가는 대신 무릎을 꿇고 오르골지기의 두 손에 왕관을 얹는다. 그 순간 그의 눈에서, 넘어짐과 함께 허락된 진짜 눈물이 흐른다.
다섯 번째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오르골지기는 마지막으로 태엽을 감아 멤버들을 돌려보내기로 하고, 손등에 새겼던 금들 위로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며 처음으로 자신의 옛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한다. 세계가 눈보라 대신 새벽빛으로 부서져가는 사이, 정신이 텅 비어가는 윈터는 낯익은 손 하나를 향해 몸이 먼저 뻗어나가고, 수백 번 맞춘 안무의 손잡이 동작대로 카리나의 손톱 자국이 남은 손을 붙든다. 그 익숙한 그립 하나로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잃지 않고 붙어 있는다.
멤버들은 실제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동시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다. 스태프들은 그저 조명 사고였다고 말하지만, 세트장 어디에도 고무왕의 왕관은 남아있지 않다. 윈터의 재킷 주머니에는 팔이 3도씩 어긋나게 움직이던 작은 나무 발레리나 인형이 들어 있고, 닝닝은 이후로도 종종 마이크 팩 안에서 아주 작은 생쥐 목소리를 듣는다. 카리나는 손톱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씻어내다가, 지우지 못한 마지막 한 줄만 남긴다 — 말이 안 맞아도 믿을 수는 있다고. 지젤은 그날 밤 처음으로 냅킨 한 장에 남의 규칙이 아닌 자신의 두려움을 적어 조용히 주머니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