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고등학교, 그 화려한 울타리 안에서도 고이수의 존재는 유독 빛났다. 재벌가 상속자라는 타이틀, 우월한 유전자를 증명하듯 조각 같은 외모, 거기에 뛰어난 운동 실력까지 갖춘 그는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웃음에는 늘 어딘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수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 신지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그녀에게 이수는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이수는 자신에게 없는 순수함을 지닌 지혜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썼다. 값비싼 선물 공세를 펼치고, 그녀 주변을 맴돌며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지혜는 그럴수록 부담스러워하며 거리를 두었고, 그럴수록 이수의 마음속에서는 소유욕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수의 뒤틀린 감정은 지혜의 절친한 친구이자 미술 동아리의 활력소 같은 존재인 윤서아의 눈에도 비춰졌다. 어릴 적 화가였던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지닌 서아는 예민한 감수성으로 이수의 불안한 내면을 간파했다. 처음에는 이수의 순수하지 못한 의도를 의심했지만, 서아는 그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에 서툴게 허우적대는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도서부원 한서연은 조용히 지혜와 이수를 관찰했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이혼 후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버린 서연에게 책 속 이상적인 사랑 이야기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런 그녀에게 현실 속 사랑에 좌절하고 갈등하는 이수의 모습은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서연은 이수에게서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사랑의 환상을 보았고, 그가 지혜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수의 일방적인 구애는 점점 집착으로 변해갔고, 지혜는 그런 이수에게 숨 막힘을 느낀다. 지혜는 이수에게 확실하게 선을 긋고 그의 마음을 거절하지만, 이수는 오히려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확신하며 더욱 집요하게 그녀를 옭아매려 한다. 이수의 집착은 사실 어린시절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수는 항상 사진을 들고 다녔는데 빛바랜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의 이수와 지혜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한 사고로 인해 지혜는 그 기억을 잃어버렸고, 이수는 잊히지 않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지혜에게 집착했던 것이다. 이수는 지혜를 강렬히 원했고 사랑했다. 그리고 각별했던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지혜가 원망스러웠다. 지혜는 이수와 키스를 나누며 기억이 떠올랐다. 지혜는 이수를 이해하게 되고 뜨겁게 사랑을 나누며 둘은연인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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