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어려움과 도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소중함을 그린 가족 드라마. 이들은 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서로를 위한 작은 배려와 사랑으로 가족애를 다져가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선다. 내 인생의 45년을 돌아보며, 강원도 속초의 겨울을 떠올린다. 고3 겨울, 수능이 끝난 후의 그 날들은 정말로 차가웠다. 몸도 마음도, 그리고 날씨마저도 얼어붙은 듯한 시절이었다. 그때의 나는, 내 인생이란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를 감싸줄 수 있는 것들은 오직 오래된 이불과 살림도구들, 그리고 가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벽지의 담배 자국과 냄새뿐이었다. 그곳은 우울한 한숨소리로 가득 차 있었고, TV 소리가 없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시간들이 흘렀다. 그래서 지금도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힘들다. 집을 비울 때든 아니든, 음악을 켜놓고 작은 불빛을 밝혀야만 마음이 진정되곤 했다. 어린 시절, 나의 고향은 바다가 있는 작은 동네였다. 엄마는 내가 6살 때 아버지와 이혼하셨고, 그 후 할머니, 아빠, 오빠와 함께 살게 되었다. 엄마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엄마는 돈을 거래하는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빚을 지고 집을 나가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내 유년 시절은 엄마 없는 집, 가난한 집, 할머니가 병을 앓는 집으로 이어졌다. 아빠는 공무원이었지만, 엄마의 빚을 홀로 해결하느라 나와 오빠, 할머니와 함께 웃으며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오빠는 항상 힘들어했고,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살던 집은 넓은 집에서 창고방 단칸방으로 이사한 후, 7살부터 6학년까지의 기억이 또렷하다. 6학년 졸업앨범을 보면 웃는 모습보다 무표정하고 다크서클이 가득한 모습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밤늦게까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주변 환경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우리가 살던 창고방 바로 뒷집은 밤새 술을 팔고 노래를 부르던 곳이었다. 아빠가 그곳의 소음에 대해 불평하던 말이 떠오른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의 성격은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아졌다. 원래는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못생긴 얼굴과 챙겨줄 엄마가 없고, 돈도 없었던 탓에 하고 싶은 것들을 속으로만 생각하고 겉으로는 말할 수 없었다.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내 가슴속에 희망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았던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에 동네 언니들의 짖궂은 장난의 대상이 되어, 나쁜 심부름을 많이 시켰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돌아보니,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 시절의 경험과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낀다. 그때의 아픔과 외로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