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서울. 하늘을 가득 메운 드론 택시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 아래, 낡은 자율주행 택시를 개조한 푸드트럭 '낭만'은 오늘도 환하게 불을 밝혔다. 푸드트럭 주인인 70대 은퇴 셰프, 그의 주름진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요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낡은 레시피를 펼쳐 들고 인공지능 비서 '소리'의 도움을 받아 옛날식 버터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었다.
"소리야, 버터는 프랑스산 고급 버터를 써야 한다니까? 요즘 젊은 것들은 옛날 방식을 몰라도 너무 몰라!" 셰프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소리'가 추천하는 최신 레시피 대신, 낡은 레시피 책을 고집했다. 푸드트럭 '낭만'은 그의 고집대로 옛 방식 그대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첨단 기술이 지배적인 2040년 서울에서 '낭만'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손님들을 과거의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낭만'의 단골 손님 중에는 유난히 셰프의 요리에 감탄하는 여인이 있었다. 반쯤 접힌 귀여운 일러스트 지도를 펼쳐 든 채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 같았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칼은 그녀 역시 70대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옛날에는 말이죠, 이 버터 크림 스파게티를 먹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어요. 셰프님 요리는 그때 그 맛 그대로예요!" 여인의 말에 셰프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여인은 셰프의 요리뿐 아니라 푸드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옛 LP 음악에도 깊은 감상에 젖곤 했다. 하지만 그녀도 셰프도 알지 못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불러일으킨 옛 사랑의 기억이 곧 잔잔했던 그들의 일상을 뒤흔들 거라는 사실을.
한편, 인공지능 윤리학자인 '나는' 첨단 기술 발전 이면에 가려진 인간 존엄성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인공지능 개발 윤리 지침을 만들고 강연하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과 차가운 도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한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푸드트럭 '낭만'은 메말랐던 '나'에게 신선한 울림을 주었다. 낡은 푸드트럭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온기와 그곳을 운영하는 노련한 셰프,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인공지능 비서 '소리'는 '나'에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듯했다.
'나'는 셰프와 '소리'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고, '낭만'은 '나'의 연구 대상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셰프의 과거에 얽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셰프가 운영했던 화려한 레스토랑은 사실 그의 것이 아니었으며,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레스토랑은 화재로 인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사랑하는 여인은 셰프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셰프는 과거의 아픔을 묻어둔 채 '낭만'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옛 요리와 함께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셰프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 셰프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그의 옛 연인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한편, 셰프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그의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셰프가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옛 연인이었다. 그녀는 셰프에게 용서를 구하며 '낭만'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긴다. 셰프는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소리'와 함께 옛 레시피를 펼쳐 들고 그녀를 위한 특별한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과연 셰프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푸드트럭 '낭만'에는 다시 한번 따스한 버터 향과 옛 LP 음악이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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