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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15 · 챕터 5

내 첫 실패의 공동 주연

공연장 옆 서브웨이에서 일하는 열아홉 살 두 친구는 점심 주문 때는 빵을 굽는 손과 채소를 담는 손이 척척 맞지만, 퇴근 후 합주실에서는 마이크 하나를 두고 매일 싸운다. 중학교 축제에서 음이탈한 친구를 혼자 무대에 남겨 두고 도망쳤던 기타 담당은 이번에도 노래를 대신 부르려 하고, 보컬 담당은 구겨진 당시 공연 포스터를 펼쳐 이번에는 끝까지 자기 옆에 서 있으라고 요구한다. 둘은 점장과 근무 일정을 맞춰 가며 첫 자작곡을 완성하고, 보컬이 매주 공연 초대장을 건네던 음향 스태프와 첫 데이트를 하는 동안 기타 담당은 혼자 연습하던 화음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배운다.

지역 음악제 예선 당일, 심사위원은 두 사람의 노래를 듣다 기타 담당에게만 빈 솔로 무대를 제안하고, 그는 이미 케이블을 연결한 친구 곁에 남을지 자기 이름이 불린 무대로 올라갈지 답해야 한다.

  • 등장인물 4
  • 장소 5
  • 장면 15
  • 줄거리 7,16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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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강이겸

남성

공연장 옆 서브웨이에서 빵 굽기와 주문 응대를 맡으며, 퇴근 후 친구와 지역 음악제 출전곡을 만드는 기타 연주자

프로필

강이겸은 서브웨이 공연장점 마감 뒤 친구와 만든 첫 자작곡으로 지역 음악제 무대에 서고 싶지만, 합주를 녹음할 때마다 친구 목소리 위에 자기 노래를 덧입힌다. 친구가 보컬 트랙을 지우지 말라는 조건으로 다시 케이블을 건네자, 강이겸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자기 보컬 레슨 대신 둘의 합주실 예약에 쓴다. 예선에서 혼자 설 무대를 제안받으면, 자기 이름으로 노래할 기회를 잡기 위해 이미 기타를 연결한 친구를 또 남겨 두거나, 솔로 출연을 거절하고 친구가 첫 음을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점심 주문이 밀리면 친구가 손을 뻗기 전에 필요한 빵을 꺼내 놓지만, 합주 중 친구가 숨을 고르는 짧은 틈에는 얼른 다음 소절을 불러 버린다. 칭찬받은 연주 영상은 몇 번이고 돌려 보면서도 친구에게 보낼 때는 “기타 소리만 확인해 줘”라고 적는다. 친구가 노래를 멈추면 처음에는 박자를 발로 재촉하다가, 항의를 듣고서야 발을 바닥에 붙이고 “어디부터 다시 할까?”라고 묻는다.

배경

중학교 축제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갈라졌을 때, 강이겸은 앰프가 고장 났다는 핑계로 무대 뒤로 내려갔고 친구는 혼자 마지막 후렴을 불렀다. 졸업 후 서브웨이 공연장점 구인 공고를 친구에게 보냈지만, 함께 첫 출근을 한 날에도 축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유니폼 사이즈부터 물었다. 첫 합주에서 친구가 그날의 구겨진 포스터를 보면대에 펼치자, 강이겸은 준비해 온 솔로곡 악보를 가방에 넣고 두 사람이 부를 후렴부터 적었다.

묘사

강이겸은 좁은 턱과 아직 앳된 볼, 눈썹 바로 위에서 비뚤게 갈라지는 검은 앞머리를 가진 열아홉 살 청년으로, 짙은 초록색 서브웨이 유니폼 폴로셔츠를 빛바랜 검정 청바지에 넣어 입고 검정 캔버스 운동화를 신는다. 늘 셔츠 오른쪽 옆단에 끼워 두는 노란 기타 피크가 손을 뻗을 때마다 드러나며, 가늘고 긴 손가락 끝에는 기타 줄을 누른 굳은살이 박여 있다. 필요한 것을 먼저 건네려는 듯 상체는 조금 앞으로 기울어 있지만, 입술은 말을 보태기 직전처럼 벌어져 있고 짙은 갈색 눈은 상대의 표정을 한 박자 늦게 살핀다.

윤보늬

여성

공연장 옆 서브웨이에서 채소와 소스 주문을 맡는 직원이자, 강이겸과 만든 두 사람 밴드의 보컬

프로필

윤보늬는 지역 음악제에 제출할 첫 자작곡에 자신의 숨 고르는 소리까지 남기려 하고, 강이겸에게 보컬 트랙을 덧씌우지 말라는 조건으로 기타 케이블을 건넨다. 다시 녹음하는 데 드는 합주실 비용을 감당하려고 주말 근무를 늘리면서도, 매주 초대장을 건네던 음향 스태프와의 첫 데이트 시간만큼은 근무표에서 지우지 않는다. 구겨진 중학교 축제 포스터를 합주실 벽에 붙인 윤보늬 때문에 강이겸은 녹음을 멈출 때마다 대신 노래할지, 윤보늬가 다시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지 선택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망설이는 동안 집게를 내려놓고 기다리지만, 강이겸이 노래 중간에 끼어들면 반주가 흐르는 채로 마이크 전원을 꺼 버린다. 녹음에서 자기 목소리가 갈라진 부분에 별표를 쳐 놓고 반복해서 듣다가도, 음향 스태프에게 보낼 초대 문자는 띄어쓰기까지 세 번 고친다. 강이겸이 “오늘은 잘했어”라고 말하면 “어디가?”부터 묻고, 정확한 소절을 짚어 주면 그제야 옆자리의 가방을 치워 준다.

배경

중학교 축제에서 첫 고음을 놓쳤을 때 강이겸은 기타를 멘 채 무대 뒤로 내려갔고, 윤보늬는 남은 가사를 끝까지 부른 뒤 바닥에 떨어진 공연 포스터를 접어 가져왔다. 그 뒤 학교 공연 신청서에는 이름을 쓰지 않았지만, 서브웨이 채소 보충 시간마다 흥얼거리던 가락을 강이겸이 기타로 따라 치자 휴대전화 녹음 버튼을 눌렀다. 첫 합주 파일에 자기 목소리 대신 강이겸의 노래가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날, 윤보늬는 오래된 포스터와 새로 쓴 가사를 같은 투명 파일에 넣어 다음 연습에 가져왔다.

묘사

윤보늬는 둥근 볼에 턱선이 짧은 열아홉 살로, 검은 단발을 낮게 묶고 작은 노란 사각 핀으로 왼쪽 잔머리를 고정한다. 여러 번 빨아 목둘레가 부드러워진 검정 반소매 티셔츠와 짙은 청바지 위에 서브웨이의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주문을 기다릴 때는 손을 내려놓되 상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턱을 살짝 든다. 마이크를 잡으면 두 발을 나란히 붙인 채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입술을 조금 벌려 숨을 들이쉬면서도 시선은 정면에서 거두지 않는다.

문해솔

여성

공연장 옆 서브웨이의 점장 — 직원들의 공연 일정과 점심 교대 시간을 한 근무표에 맞춰 넣는다

프로필

문해솔은 지역 음악제 전까지 강이겸에게 점심 교대 책임을 맡겨, 자신이 빠져도 주문대가 돌아가는 매장을 만들려 한다. 강이겸이 윤보늬의 일까지 대신 끝내려 들 때마다 각자의 담당을 다시 나누고, 두 사람의 예선 시간을 비워 주는 대신 자신의 주말 휴무를 근무표에서 지운다. 예선 직전 마지막 교대에서 강이겸이 도움을 청하면, 바로 앞치마를 두를지 아니면 주문이 조금 밀리더라도 그가 동료에게 일을 나누어 맡길 때까지 기다릴지 결정해야 한다.

공연 때문에 교대를 바꿔 달라는 직원에게는 “몇 시에 끝나?”보다 “누구랑 바꿀래?”를 먼저 묻지만, 정작 자기 이름 옆의 추가 근무는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적는다. 강이겸이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하면 손님 앞에서는 고맙다고 말하고, 줄이 빠진 뒤에는 윤보늬가 들고 있던 집게를 가리키며 어느 주문부터 함께 맡을 수 있었는지 되짚는다. 휴무 날 매장에 들어왔다가 직원들과 눈이 마주치면, 작업대 대신 손님 줄 끝에 서서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한다.

배경

첫 매장에서 교대 책임자로 일할 때, 문해솔은 동료가 맡은 마감까지 매번 대신 끝냈고 동료는 끝내 혼자 마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그만뒀다. 지금 매장에 부임한 첫 주에도 퇴근한 직원들을 다시 부르는 대신 혼자 남았다가, 다음 날 근무표를 펼쳐 마감 업무를 세 사람 몫으로 나눠 적었다. 강이겸과 윤보늬가 합주실 예약 때문에 동시에 휴무를 신청하자, 문해솔은 반려 도장을 내려놓고 두 사람에게 대체 근무자를 직접 구해 오라고 말했다.

묘사

문해솔은 짙은 갈색 머리를 목덜미에 단단히 묶고, 초록색 피케 폴로셔츠 위에 검은 서브웨이 앞치마를 반듯하게 두른 서른네 살 점장이다. 눈가에 얕은 잔주름이 잡힌 얼굴로 직원의 손끝을 살피며, 몸은 주문대 쪽으로 기울어도 두 손은 허리 높이에서 포갠 채 먼저 나서지 않는다. 앞치마 가슴 주머니에 꽂힌 노란 삼색 볼펜 하나만 비스듬하고, 입가에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작은 웃음이 남아 있다.

도유찬

남성

서브웨이 옆 공연장의 시간제 음향 보조 — 주말 공연의 마이크 점검과 장비 철수를 맡으며 정규직 채용 실습을 준비한다.

프로필

도유찬은 매주 초대장을 건네는 윤보늬에게 이번에는 공연이 없는 날 만나자고 청하고, 음향 장비 없이 둘이 동네를 걷는 첫 데이트를 잡으려 한다. 윤보늬가 비워 둔 저녁을 지키려면 채용 담당 기사와 함께 일할 추가 철수 근무를 거절해야 하지만, 약속을 미루고 무료 녹음으로 대신 갚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도유찬이 날짜를 묻자 윤보늬는 늘 합주부터 적던 달력에 처음으로 자기 약속을 먼저 넣고, 강이겸에게 그날은 혼자 연습해 달라고 말한다.

마이크 점검 때는 출연자에게 같은 문장을 세 번 부탁하면서도, 윤보늬에게 약속 장소를 보낼 때는 “아무 데나 괜찮아”라고 썼다가 지우고 직접 고른 주소를 보낸다. 윤보늬가 노래를 들려주면 손가락으로 박자를 세다가 “오늘은 평가 말고”라는 말에 두 손을 무릎 밑으로 넣는다. 선임 기사가 데이트 대신 추가 근무를 권하면 웃으며 고개부터 끄덕이고, 뒤늦게 따라가 정확히 몇 시까지 가능한지 다시 말한다.

배경

고등학교 방송부 시절, 도유찬은 졸업 공연 내내 친구들의 목소리를 녹음했고 정작 단체 사진에는 조정실 유리창 너머로만 찍혔다. 공연장 일을 시작한 뒤에도 식은 저녁을 혼자 먹던 도유찬에게, 마감 중이던 윤보늬가 샌드위치 주문을 받으며 “오늘 공연은 본 거예요, 들은 거예요?” 라고 물었다. 다음 주부터 도유찬은 초대장을 받을 때마다 근무 시간을 확인했고, 처음으로 비는 저녁을 찾자 윤보늬가 서 있는 주문대가 아니라 퇴근길 문 앞에서 말을 걸었다.

묘사

도유찬은 귀 위를 짧게 정리한 검은 머리와 긴 목, 아직 볼에 앳된 살이 남은 스물한 살의 청년으로, 목둘레가 조금 늘어난 회색 티셔츠 위에 먹색 면 작업 셔츠를 걸치고 무릎이 바랜 검정 카고 바지를 입는다. 왼쪽 가슴 주머니 가장자리에 꽂힌 노란 귀마개 케이스가 어두운 옷차림에서 유독 눈에 띈다. 상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 턱을 살짝 낮추고 듣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주머니에 넣으려던 손을 멈추고 짙은 갈색 눈을 맞춘다. 웃음은 작지만, 말을 마칠 때까지 시선은 피하지 않는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본선 진출에 실패한 다음 날, 강이겸은 서브웨이 공연장점 락커룸에서 기타 가방을 열지 않는다. 윤보늬가 다음 곡에 넣을 가사를 읽어 주는데도 그는 예선 참가 팔찌를 가위로 자른다. 보늬는 잘린 팔찌를 쓰레기통에 넣고 그의 가방 지퍼를 끝까지 내려 준다. “떨어진 곡 말고, 아직 안 만든 곡 얘기하자.” 이겸은 기타를 꺼내는 대신 예선에서 거절했던 솔로 무대가 계속 생각난다고 말한다. 보늬는 펼치려던 가사 종이를 접는다. 끝까지 함께 연주했으니 이제 다 괜찮아질 줄 알았던 두 사람 사이에, 좁은 벤치 한 자리만큼의 틈이 생긴다.

그들이 첫 자작곡을 만든 여섯 주 동안, 이겸은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보늬의 노래까지 가져왔다. 보늬는 중학교 축제에서 자기 음이 갈라지자 무대를 떠났던 친구에게 구겨진 당시 포스터를 보여 주고, 이번에는 기타를 멈추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겸이 숨 고르는 틈마다 노래를 끼워 넣으면 보늬는 마이크를 껐다. 문해솔은 다툼 때문에 연습 시간을 늘려 주지 않았고, 둘은 끝내 부르지 못한 소절을 안고 직원 통로를 비워야 했다. 이겸이 자기 보컬 레슨 대신 함께 쓸 합주실에 돈을 낸 뒤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마이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보늬는 자기 목소리를 지켰고, 이겸은 남의 노래를 기다리느라 손해 보는 듯한 기분을 견뎠다.

그 무렵, 해솔이 허락한 저녁 연습 시간에 매장 음악이 곡 사이에서 잠깐 끊겼다. 락커룸 문틈으로 나온 기타와 보늬의 후렴이 그 자리를 채웠다. 창가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던 학생 둘은 새 매장 음악이 나오는 줄 알고 고개를 까딱였다. 한 학생이 포장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맞은편 친구도 샌드위치를 든 채 박자를 탔다. 옆자리 직장인은 씹는 동안 고개만 흔들다가, 같은 후렴이 세 번째 나오자 주문대에 물었다. “이 노래 원래 이렇게 후렴이 길어요?” 그때 벽 너머에서 보늬가 “아니, 거기 또 빨라졌잖아!”라고 외쳤고 기타가 뚝 멎었다. 학생 하나가 샌드위치를 입 앞에 든 채 말했다. “이 노래는 중간에 회의도 하네.” 해솔은 웃음을 눌러 삼키며 직원들 연습 소리라고 알려 줬다. 손님이 노래 제목을 묻자 해솔은 락커룸에 가서 대신 물었다. 이겸이 급히 기타를 고쳐 메자 보늬가 그의 팔을 눌렀다. “제목 물어보셨대. 기타 솔로 말고.” 둘이 다시 후렴을 시작하자 창가의 학생들은 이번에는 어디서 들리는지 알고도 고개를 까딱였다. 연습 종료 시각에 해솔이 문을 두드리자, 한 학생이 마지막 한 입을 삼키고 작게 박수를 쳤다. 이겸은 앙코르를 하려다 케이블을 감았고, 보늬는 마이크 전원을 끄면서도 웃고 있었다.

예선 영상 제출 안내는 오전 열한 시 사십 분, 점심 주문이 밀리기 시작할 때 도착했다. 오후 네 시까지 둘이 함께 연주하는 연속 촬영본을 내야 했다. 전날 녹음에는 소리만 있었다. 퇴근은 다섯 시였다. 이겸은 주문대 너머 공연장 입구를 보고, 다시 손에 든 빵을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만든 노래가 무대에 닿으려면 오늘 이 매장 안에서 끝까지 불러야 했다.

이겸이 자기 휴게시간을 보늬에게 넘기겠다고 하자 해솔은 근무표를 펼쳐 그의 앞에 놓았다. 한 사람의 휴게시간을 옮긴다고 두 사람이 함께 주문대를 비울 수는 없었다. 보늬가 집게를 내려놓고 말했다. “대신 맡아 줄 사람부터 물어보자.” 둘은 각자 맡은 주문을 끝낸 뒤 동료들에게 교대를 부탁했다. 한 동료는 네 시에 나가야 했고, 다른 동료는 세 시 사십 분부터 십 분 동안만 빵 구간까지 맡을 수 있었다. 해솔은 그 동의를 확인하고 근무표에 바뀐 이름을 적었다. 촬영은 허락하되, 세 시 오십 분에는 장비를 정리하고 복귀해야 했다. 손님과 식재료가 찍히지 않는 락커룸이 촬영 장소로 정해졌다.

준비는 한 사람씩 했다. 이겸이 승인된 휴게시간에 기타와 앰프를 꺼내는 동안 보늬는 채소 주문을 받았다. 보늬가 소리를 확인하러 들어왔을 때는 이겸이 다시 빵을 꺼냈다. 락커룸 벤치에 휴대전화를 고정하자 두 사람의 얼굴과 기타를 한 화면에 넣기 위해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들어야 했다. 케이블은 노란 테이프 안쪽으로 모았다. 문을 닫으면 소리는 조금 나아졌지만, 동료가 락커를 쓰러 오면 바로 자리를 내줘야 했다. 보늬는 축제 포스터를 펼쳐 벽에 붙였다. 이겸은 사진 속 접힌 자기 얼굴을 한 번 보고 앰프의 음량을 낮췄다.

세 시 사십 분, 둘은 손을 씻고 락커룸으로 들어갔다. 첫 촬영은 두 번째 소절에서 전화가 울려 끊겼다. 보늬가 방해 금지 설정을 켜고 저장 공간을 확인하는 동안 이겸은 기타를 든 채 벽시계를 올려다봤다. 두 번째 촬영에서는 냉장고가 켜지는 낮은 진동에 이겸이 엉뚱한 줄을 쳤다. 그는 곧바로 손을 뻗어 녹화를 멈췄다. 보늬가 그 손목을 잡았다. “다음에는 틀려도 끝까지 가. 또 끊으면 시간이 없어.” 이겸은 잘못 친 줄을 눌러 소리를 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촬영 직전, 퇴근할 동료가 락커룸 문을 열었다. 보늬는 마이크를 몸 쪽으로 당기고 이겸은 기타 목을 세워 락커 앞을 비웠다. 동료는 가방을 꺼내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겸이 먼저 “우리도 금방 나갈게”라고 답했다. 동료가 나간 뒤 문밖에서 빵 담당의 목소리가 들렸다. “복귀까지 삼 분!” 보늬는 숨을 들이마셨다. 곡은 이 분 사십 초였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은 한 번뿐이었다.

이겸은 휴대전화 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기타 목이 보늬의 어깨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벤치 끝으로 반걸음 옮겨 그녀가 마이크 앞에 설 자리를 냈다. 보늬가 녹화를 시작하고 자기 운동화 앞코를 노란 선에 맞췄다. 이겸이 첫 코드를 쳤다. 좁은 방에서 기타 줄의 떨림이 두 사람의 팔까지 전해졌다. 보늬는 첫 가사를 놓치지 않았다.

후렴에 들어갈 때 기타 가방이 벽에서 미끄러졌다. 이겸은 연주를 멈추지 않고 발뒤꿈치로 가방 아래를 받쳤다. 그 때문에 몸이 기울자 기타 목이 마이크 스탠드 쪽으로 돌아왔다. 보늬는 노래하며 스탠드를 조금 옮겼다. 이겸이 다시 균형을 잡을 때까지 그녀는 마이크를 당기지 않았다. 둘은 눈을 마주칠 틈도 없이 다음 소절로 넘어갔다.

마지막 절 직전, 오븐 알림이 보늬의 숨 고르는 틈을 가로질렀다. 보늬의 첫 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겸의 입이 먼저 열렸다. 문밖에서는 주문을 확인하는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고, 벽시계 초침은 복귀 시각을 향해 움직였다. 여기서 그가 대신 부르면 영상은 끝낼 수 있었다. 보늬는 마이크를 놓지 않은 채 그를 봤다. 이겸은 입을 닫고 같은 코드를 한 번 더 돌렸다. 발뒤꿈치로 가방을 받친 자세 그대로, 그녀가 다시 숨을 들이마실 자리를 남겼다.

보늬는 흔들린 첫 음을 낮춰 자기 목소리로 다음 가사를 시작했다. 이겸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고 반주를 이어 갔다. 마지막 소절에서 보늬가 마이크를 조금 기울였고, 그제야 이겸의 화음이 들어갔다. 두 사람은 마지막 음이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문밖에서 동료가 복귀 시각을 부르자 보늬가 녹화를 멈췄다. 이겸은 곧바로 앰프를 끄고 기타를 가방에 넣었다. 보늬는 포스터를 떼어 접었다. 방금 끝낸 영상에는 틀린 줄과 오븐 알림, 기다린 한 마디가 모두 남아 있었다. 둘은 다시 찍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보늬가 전송을 누르는 동안 이겸은 케이블을 감아 벤치 아래를 비웠다. 둘은 손을 씻고 약속한 시각에 각자의 주문대로 돌아갔다. 접수 완료를 확인한 보늬가 직원 공간에서 나와 이겸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겸은 다음 손님에게 빵 종류를 물었다. 보늬도 집게를 들었다. 그날 밤, 락커룸에서 찍은 연속 연주 영상이 예선 심사를 위한 추가 제출 요건을 충족했다는 안내가 왔다. 이겸은 원본을 지우지 않았다. 보늬가 노래를 멈췄다가 자기 목소리로 돌아온 구간을 둘이 함께 다시 들었다.

예선에서도 그는 심사위원이 내민 솔로 기회를 거절하고, 이미 케이블을 연결한 보늬 곁에 섰다. 보늬가 흔들린 음을 낮춰 다시 부를 때까지 기타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은 진출 명단의 빈자리를 채워 주지 못했다. 무대 뒤에서 보늬는 포스터 속 접힌 이겸의 얼굴을 펴 보였고, 이겸은 다음 공연을 약속했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려니, 자기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말부터 해야 한다.

보늬는 다음 근무가 끝난 뒤 그를 반음 합주실로 데려간다. 예약한 한 시간 중 처음 십 분을 이겸에게 내준다. 이겸은 혼자 부를 때마다 칭찬받았던 부분을 연주하지만, 두 번째 절에서 가사가 끊긴다. 보늬는 대신 불러 주지 않는다. 그가 같은 코드를 세 번 돌리고서야 중학교 무대 뒤 계단을 내려갔던 일을 자기 말로 노래한다. 보늬는 수첩에 틀린 음 대신 그 문장을 적는다. 이겸이 종이를 보려고 다가오자 그녀가 밀어 준다. “이건 네가 불러야겠다.” 다음 곡은 둘 중 한 사람을 작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완성하지 않기로 한다.

옆 공연장의 단골 손님은 마침 예선 탈락 팀도 신청할 수 있는 낮 공연을 알려 준다. 대관료를 함께 부담하는 작은 기획 공연이고, 팀마다 주어진 시간은 십이 분이다. 이겸은 새 곡을 올리자고 하지만 보늬는 아직 자기 절이 없다고 거절한다. 공연 신청을 서두르던 이겸은 기타를 내려놓고 빈 가사 종이를 그녀 앞으로 민다. 보늬는 처음으로 축제 이야기가 아닌 가사를 쓴다. 무대를 잘하기 위해 남겨 둔 사람도, 실패한 목소리를 증명하는 사람도 아닌 자기 하루를 부르고 싶다. 유찬과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둘이 웃었던 저녁을 첫 절에 넣는다.

도유찬은 그 가사를 듣는 자리에서 녹음 장비를 가져오지 않는다. 보늬가 음정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노래 속 골목이 실제보다 너무 근사하다고 웃는다. 보늬는 그날 두 사람이 편의점 앞에서 젖은 운동화를 말렸던 장면으로 가사를 고친다. 다음 산책 약속을 잡으면서 유찬은 채용 실습이 끝나는 시간을 먼저 말한다. 보늬도 합주 때문에 무조건 늦게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둘이 시간을 정하는 옆에서 이겸은 합주실 예약표를 펴고, 세 사람의 저녁을 한 칸에 밀어 넣으려던 손을 멈춘다.

공연 신청을 위해 근무표를 확인하던 두 친구는 문해솔의 휴무 칸이 또 지워지려는 것을 본다. 해솔은 자신이 들어오면 간단하다고 말하지만, 이겸은 그녀의 펜을 받지 않고 동료들에게 교대 가능한 시간을 묻는다. 한 동료는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서 대신 일할 수 없다고 한다. 보늬는 부탁을 거두고 공연 시간을 늦출 수 있는지 직접 공연장에 찾아간다. 다른 팀과 순서를 바꾼 끝에 해솔의 휴무를 건드리지 않는 교대가 마련된다. 대신 둘은 원했던 마지막 순서를 포기한다. 해솔은 수정된 근무표를 붙이고, 휴무 날에는 손님으로 와서 샌드위치를 주문하겠다고 말한다.

새 곡의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두 사람의 몸에서 터진다. 이겸이 자기 절을 부르려고 마이크 앞으로 나오면 보늬는 습관처럼 뒤로 물러난다. 보늬의 절이 시작되면 이번에는 이겸이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화음이 닿지 않는다. 둘은 노란 테이프 두 줄을 바닥에 붙여 보지만, 마이크를 넘길 때마다 기타 목과 팔꿈치가 부딪힌다. 보늬가 마이크를 빼앗듯 당기자 이겸의 입술이 그릴에 닿는다. 그는 연주를 멈추고 “내가 부르는 동안 네가 사라지면, 나도 혼자 남는 거네”라고 말한다. 보늬는 마이크를 다시 세운다. 이번에는 그가 노래하는 동안 옆에 서서 듣는다. 자기 차례가 오면 이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그가 반걸음 비켜 준 자리에서 첫 음을 낸다. 둘은 그 움직임을 곡의 전환으로 만든다.

공연 당일, 점심 주문을 마친 이겸은 자신이 맡은 빵 수량을 다음 동료와 함께 확인하고 앞치마를 벗는다. 보늬도 채소 구간을 넘긴 뒤 손을 씻는다. 그러나 공연장 대기실에서 둘은 출연 시간이 줄었다는 말을 듣는다. 앞 팀의 장비 점검이 길어져 각 팀에서 이 분씩 빼야 한다. 이겸은 새 곡만 남기자고 하고, 보늬는 이미 준비한 첫 자작곡의 마지막 절까지 부르겠다고 한다. 두 곡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뒤 팀의 무대를 깎아 먹는다.

예선의 심사위원이 이번 공연의 진행을 돕고 있다. 그는 이겸을 알아보고, 아직 덜 익은 새 곡보다 혼자 잘하는 연주를 들려주라고 권한다. 말뿐인 권유가 아니다. 이겸을 무대 중앙으로 데려가 보늬가 잡은 마이크 스탠드를 옆으로 옮기려 한다. 보늬는 스탠드의 밑판을 운동화로 눌러 멈춘다. 이겸도 기타를 멘 채 그 사이에 선다. 이번에는 솔로를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기가 부르는 절도 있고 보늬가 부르는 절도 있으니, 둘 다 들려주겠다고 한다. 그는 첫 곡의 긴 전주를 잘라 직접 짧게 쳐 보인다. 보늬는 반복하던 후렴을 하나 빼고 바로 마지막 가사로 이어 부른다. 진행자는 무대 옆에서 시간을 재고, 두 사람이 마련한 길이를 확인한 뒤 스탠드에서 손을 뗀다.

무대에 오른 둘은 짧아진 첫 곡을 끝낸다. 다음 팀이 대기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인다. 보늬가 마이크를 이겸 쪽으로 기울이자 그는 중학교 계단에 관한 절을 부른다. 그동안 기타 영상으로만 듣던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보늬는 뒤로 숨지 않고 그의 어깨 옆에 선다. 그런데 자기 차례를 앞두고 객석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자, 그녀의 손이 마이크를 꽉 감싼다. 이겸이 무심코 몸을 앞으로 내민다. 보늬는 그를 밀어내는 대신 연습 때처럼 어깨를 두드린다. 이겸이 비켜선다. 그녀는 첫 음을 서두르지 않고, 젖은 운동화를 말리던 저녁부터 부른다.

무대 뒤쪽에서 짧은 종료 예고가 울린다. 매장에서 듣던 오븐 알림과 비슷한 두 음이다. 둘은 서로를 보고 웃을 뻔하지만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남은 마지막 소절에서 이겸은 마이크를 가운데로 돌리고 보늬와 나란히 선다. 두 목소리가 같은 크기로 들어간다. 마지막 코드를 울린 뒤 그는 기타 줄을 눌러 소리를 끊고, 보늬는 스탠드를 다음 팀 쪽으로 옮겨 준다. 정해진 시간을 넘기지 않은 채 둘의 무대가 끝난다. 박수를 받으면서도 둘은 무대를 독차지하지 않는다.

공연 뒤 벤치에서 이겸은 처음으로 자기 노래를 끝까지 부른 기분을 말한다. 보늬는 다음에는 자기 절을 더 길게 쓰겠다고 답한다. 가방 속 중학교 포스터는 그날 한 번도 펼쳐지지 않았다. 도유찬은 장비 철수를 마친 뒤 보늬 옆에 앉아, 가사 속 편의점까지 다시 걸어 보자고 한다. 문해솔은 동료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 포장지를 접으며 다음 공연 날짜를 묻는다. 당장 교대를 약속해 주지는 않는다. 이겸은 먼저 모두의 가능한 날을 맞춰 보겠다고 한다.

보늬가 유찬과 떠나기 전, 이겸은 새 곡의 첫 절을 한 번 더 불러 본다. 보늬는 가다가 돌아와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번에는 마이크도 무대도 없지만, 이겸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자리를 내준다. 그녀가 자기 절을 잇는다. 노래를 마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로 걸어간다. 다음에 함께 설 자리는 이미 한 번 만들어 보았다.


세계관 · World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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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홍대의 라이브 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서브웨이 공연장점. 강이겸과 윤보늬가 점심에는 빵과 채소를 맡고, 퇴근 뒤에는 첫 자작곡을 만드는 곳이다. 유리창 너머로 공연장 입구가 보이지만, 둘의 연습은 매장 안쪽 락커룸에서 이뤄진다. 기타 가방을 멘 이겸이 좁은 직원 통로로 먼저 들어가면, 보늬는 그의 뒤통수를 보며 따라간다. 나올 때는 순서가 자주 바뀐다.

락커룸은 직원 두 사람이 동시에 옷을 갈아입기에도 좁다. 문해솔의 허락을 받아 연습하는 동안에도 락커를 쓰러 오는 동료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작은 기타 앰프와 보면대를 놓고 나면 두 사람이 마주 설 자리는 남지만, 서로 등 돌려 연습할 공간은 없다. 보컬 마이크는 하나, 휴대용 오디오 장비에서 정상 작동하는 마이크 입력 단자도 하나다. 장비는 식재료와 작업대에서 떨어진 직원 공간에만 둔다.

락커 아래에는 신발 두 켤레를 놓을 만한 벤치가 있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할 말이 남으면 둘은 여기 앉는다. 문틈으로 오븐 알림과 동료들이 주문을 확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보늬가 도유찬과 약속을 잡은 저녁, 혼자 남은 이겸은 이 벤치에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온 동료에게 화음의 첫 음을 묻는다.

음악제 운영팀이 영상 심사를 추가한다는 안내를 늦게 보낸 날, 두 사람은 점심 근무 중 연락을 받는다.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영상을 당일 오후 네 시까지 제출해야 한다. 퇴근은 다섯 시, 허락받은 연습 시간은 여섯 시다. 전날 락커룸에서 만든 녹음에는 소리만 있고 두 사람이 함께 나온 영상은 없다.

장소는 가까워도 두 사람이 동시에 주문대를 비울 수는 없다. 둘은 문해솔에게 근무 중 촬영할 수 있는지 묻는다. 손님과 식재료가 화면에 들어오지 않는 직원 공간으로 장소가 정해진다. 좁은 통로 끝에 휴대전화를 세우면 둘이 나란히 서기 위해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들어야 한다. 락커룸에서는 서로 등 돌릴 자리가 없었고, 여기서는 둘 중 하나가 문을 막으면 동료가 지나갈 수 없다.

시대

스마트폰으로 녹음 파일을 주고받는 현재, 장마가 지난 늦여름부터 지역 음악제 예선이 열리는 초가을까지 여섯 주.

첫 주에는 락커룸 제습기의 물통이 매일 찬다. 마지막 주에는 연습을 마친 두 사람이 유니폼 위에 얇은 겉옷을 걸친다. 계절보다 빠르게 달라지는 것은 게시판의 근무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퇴근 시간이 자주 겹치지만, 음악제가 가까워질수록 공연 전후 손님이 늘고 교대 가능한 빈칸이 사라진다. 일을 마친 뒤 함께 연습할 수 있는 한 시간은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영상 제출 안내는 예선 준비 중간, 오전 열한 시 사십 분에 도착한다. 운영팀은 늦어진 안내를 사과하지만 제출 창은 오후 네 시에 닫힌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는 같은 마감 알림이 뜨고, 매장 주문 화면에는 서로 다른 주문이 계속 들어온다. 남은 네 시간 이십 분에는 점심 혼잡 시간과 각자의 휴게시간이 모두 들어 있다. 촬영을 끝내도 파일이 전송되지 않으면 접수되지 않는다.

규칙

- 연습은 문해솔이 허락한 직원 공간과 시간에만 하고, 종료 시각에는 장비를 끄고 통로를 비워야 한다. 다투느라 쓰지 못한 시간도 늘려 받을 수 없으므로, 마지막 소절을 시작하지 못한 채 기타를 넣어야 할 수 있다.

- 보컬 마이크는 하나뿐이므로 두 사람이 번갈아 써야 한다. 이겸이 자기 화음을 확인하려고 마이크를 가져가면 보늬의 노래는 녹음에서 작아지고, 두 사람은 누가 중심에서 노래할지 손으로 결정하게 된다.

- 공동 녹음의 편집·공개는 두 사람의 동의를 받고, 근무 중 공동 촬영은 대신 일할 동료의 동의와 문해솔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겸은 자신만 잘 들리는 부분을 먼저 올릴 수 없고, 둘은 주문대를 임의로 비울 수 없다. 제출 영상은 둘이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연속 촬영본이어야 하므로, 따로 찍은 좋은 부분을 이어 붙여 해결할 수도 없다.

- 연습 때문에 붙인 종이는 연습이 끝나면 떼어 가야 한다. 보늬의 중학교 축제 포스터는 락커룸 벽에 남겨 둘 수 없어 매번 펼치고 접어야 하고, 이겸은 연습할 때마다 그 종이를 다시 보게 된다.

기술과 철학

두 사람은 휴대전화를 보면대에 올려 합주 전체를 녹음한다. 작은 락커룸에서는 기타 앰프의 방향만 달라져도 보늬의 목소리가 묻힌다. 이겸은 처음에는 휴대전화 위치를 바꾸려 하지만, 보늬가 같은 소절을 다시 부르는 동안 자기 앰프의 음량을 낮추는 편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듣게 된다.

파일 이름에는 날짜와 회차만 붙인다. ‘최종’이라고 이름 붙였다가 다음 날 다시 녹음한 파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늬는 가사가 틀린 구간뿐 아니라 이겸이 먼저 노래를 시작한 시각도 적어 둔다. 이겸은 그 표시를 지우고 싶어 하다가, 자기 기타가 멈추지 않은 구간을 처음으로 따로 찾아본다.

문해솔은 연습이 끝나면 케이블을 제대로 감았는지, 동료가 락커를 열 수 있는지 확인한다. 온라인에서 칭찬받은 이겸도, 아직 공개할 노래가 없는 보늬도 같은 벤치에서 동료가 옷을 갈아입기를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는 잘하는 사람이 시간을 더 받지 않는다.

예선이 다가오면 두 사람은 마지막 오 분 동안 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기로 한다. 보늬가 막힌 소절을 고르는 동안 이겸은 기타를 든 채 기다린다. 벽시계 초침은 계속 움직인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허락받은 시간이 줄어드는 락커룸에서, 그는 남의 첫 음을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제출 당일에는 스마트폰 한 대가 녹음기와 카메라, 마감 시계 역할을 모두 맡는다. 이겸이 알림을 끄지 않은 첫 촬영은 전화 때문에 중단된다. 보늬는 다음 촬영 전에 방해 금지 설정을 켜고 저장 공간을 확인한다. 둘은 좋은 연주뿐 아니라 끝까지 저장된 파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근무 중 준비는 한 사람씩 한다. 이겸이 승인된 휴게시간에 락커에서 기타를 꺼내는 동안 보늬는 자기 구간을 맡고, 보늬가 시험 녹음의 소리를 확인하는 동안 이겸은 주문을 받는다. 둘이 함께 촬영할 짧은 시간은 동료들과 교대를 맞춰 확보한다. 문해솔은 근무표에 바뀐 시간을 적는다. 연주가 한 번 더 필요하다고 해서 그 칸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매장의 소리는 없앨 수 없다. 문을 닫아도 냉장고 진동과 오븐 알림이 들어온다. 두 사람은 시험 녹음에서 들린 알림을 흉내 내며 박자를 세다가 함께 웃는다. 그러나 실제 촬영에서는 알림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븐 앞에는 일을 맡은 동료가 있고, 직원 공간에는 노래를 맡은 보늬가 있다.

마지막 촬영에서 오븐 알림이 보늬의 숨 고르는 틈과 겹친다. 이겸은 습관처럼 입을 열었다가 닫고 기타 반주만 이어 간다. 보늬는 다음 소절을 자기 목소리로 시작한다. 둘은 알림이 섞인 파일을 다시 찍을지 잠깐 고민하지만, 동료에게 약속한 복귀 시간이 먼저 온다. 보늬가 전송을 누르고 이겸은 기타를 넣는다. 접수 완료 화면을 확인한 뒤, 둘은 손을 씻고 각자의 주문대로 돌아간다.

시각적 묘사

매장의 색은 초록과 노랑, 직원 공간의 색은 흰색과 회색이다. 주문대 조명은 채소의 물기와 빵의 갈라진 표면을 밝게 드러내고, 락커룸 천장등은 금속 문 위에 길쭉하게 비친다. 작은 거울에는 두 사람의 얼굴보다 마이크를 쥔 손이 먼저 들어온다. 누군가 마이크를 조금만 당겨도 다른 사람은 반걸음 움직여야 한다.

락커룸 바닥에는 장비를 놓을 자리를 표시한 노란 테이프가 짧게 붙어 있다. 보늬는 그 선에 운동화 앞코를 맞추고 선다. 이겸은 앰프 가까이 서다가 녹음을 들을 때마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온다. 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지지만 마이크는 여전히 하나다.

보늬가 펼친 축제 포스터에는 접힌 자리를 따라 흰 줄이 나 있다. 무대 사진 속 두 얼굴 가운데 이겸의 얼굴만 접힌 모서리에 걸려 있다. 그녀는 그 부분을 손바닥으로 펴고, 그는 케이블을 정리하는 척하며 고개를 숙인다.

락커룸에서는 오래된 고무 케이블과 따뜻해진 앰프의 냄새가 난다. 문을 열면 구운 빵 냄새가 들어오고, 제습기의 바람이 발목을 말린다. 이곳의 밤은 박수가 아니라 냉장고의 낮은 진동과 주문을 확인하는 동료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제출 당일의 영상에는 초록 유니폼, 노란 피크, 흰 벽에 붙은 근무표가 좁은 화면을 채운다. 기타 가방은 통행을 막지 않게 세워 두고, 휴대전화는 직원 공간의 낮은 선반에 고정한다. 보늬의 앞치마 주머니에서 축제 포스터의 접힌 모서리가 조금 보인다.

첫 시험 촬영에서는 냉장고가 켜지는 순간 이겸이 놀라 엉뚱한 줄을 친다. 두 번째에는 화면 밖에서 동료가 “빵 담당 복귀까지 삼 분!”이라고 알려 준다. 보늬는 웃음을 참다가 첫 가사를 놓친다. 매장 시계는 화면에 나오지 않지만, 두 사람은 촬영할 때마다 문 위의 시계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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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음향

장소 · Locations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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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 후렴이 들리는 창가

창가의 아담한 테이블 위로 초록과 노랑 간판이 유리에 겹쳐 비치고, 주문대의 밝은 조명은 양상추의 연둣빛 물방울과 토마토의 붉은 단면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서늘한 유리 곁에는 구운 빵 냄새가 머물고, 한 입 베어 문 샌드위치의 바삭한 가장자리에서 떨어진 부스러기가 구겨진 포장지의 노란 무늬 사이에 박혀 있다. 매장 음악이 끊긴 틈으로 벽 너머 기타와 같은 후렴이 세 번째 흘러나오자, 창가 학생 둘의 손끝이 포장지를 번갈아 두드리고 유리에 비친 고개도 같은 박자로 까딱인다. 빨라진 기타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노래가 뚝 멎지만, 샌드위치를 입 앞에 든 학생의 손가락은 포장지 위에서 다음 박자를 한 번 더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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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선의 락커룸

낮은 천장 아래 회색 락커 문마다 흰 천장등이 길게 걸리고, 문 사이의 가느다란 틈이 거울에 비친 초록 유니폼과 샛노란 기타 피크를 세로로 잘라 놓는다. 바닥의 노란 테이프 안에는 고무 케이블이 감겨 있으며, 벤치에 고정한 휴대전화 화면을 채우려면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들고 하나뿐인 마이크 곁에 어깨를 나란히 붙여야 한다. 차가운 락커에 팔꿈치가 닿는 거리에서 따뜻해진 앰프의 기타 울림과 보컬이 들이마시는 짧은 숨이 선명하게 녹음되고, 문틈으로 들어온 오븐 알림 뒤에도 반주는 한 마디 더 이어진다.

벽에 잠깐 붙인 축제 포스터의 접힌 얼굴 아래로 마이크를 쥔 손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작은 거울에는 노래를 시작하는 입과 그 옆에서 다문 입이 함께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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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 합주실 3번 방

작은 지하 연습실의 보면대 위로 접힌 축제 포스터의 자홍색과 주황색, 청록색 인쇄가 펼쳐지고, 종이를 가로지르는 흰 접힘 자국에 휴대전화 화면의 푸른 빛이 걸린다. 벽의 흡음판에는 포스터 모서리 그림자가 톱니처럼 맺히고, 그 아래 손바닥으로 편 가사 종이에는 아직 비어 있는 두 번째 절이 드러난다. 손끝을 누르는 기타 줄에서 같은 코드가 세 번 돌고 나면 혼자 부르는 첫 문장이 가까이 울려, 맞은편에서 종이를 짚던 손도 멈춘 채 다음 소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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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객석으로 트인 높은 단상 위, 검은 배경을 가르는 호박색과 선명한 청보라색 무대 빛이 나란히 선 두 얼굴과 기타의 나뭇결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중앙 마이크 그릴의 촘촘한 망에는 두 색의 작은 반원이 맞닿고, 어깨를 두드리는 손과 반걸음 비켜서는 운동화가 조명 안에서 선명하게 움직인다. 단단한 바닥을 타고 발바닥까지 올라오는 기타의 낮은 울림 위로 두 목소리가 같은 크기로 겹치며, 객석에서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어 마지막 가사의 끝음까지 들린다. 무대 뒤에서 짧은 두 음의 종료 예고가 울리고, 옆 가장자리에는 다음 팀의 악기와 신발 끝이 빛을 받아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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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운동화를 말린 편의점 앞

편의점 앞 젖은 보도에는 간판의 자주색과 주황색, 청록색이 번지고, 문에서 쏟아지는 흰빛이 거친 보도 틈의 물웅덩이를 길게 밝힌다. 하늘이 열린 좁은 길가의 낮은 턱에는 젖은 운동화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 있고, 풀어 늘어뜨린 신발 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마다 간판의 색띠가 둥글게 일그러진다. 발목을 스치는 저녁 바람에 축축한 운동화 혀가 가볍게 들썩이고, 골목을 지나가는 발소리 사이로 길을 잘못 들었던 이야기에 터지는 두 사람의 웃음과 젖은 신발에 관한 노랫말을 낮게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장면 01· 초가을, 지역 음악제 본선 탈락 다음 날의 근무 종료 직후

지퍼는 열렸지만

지퍼는 열렸지만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초가을, 지역 음악제 본선 탈락 다음 날의 근무 종료 직후
사건강이겸이 벤치에 앉아 예선 참가 팔찌를 가위로 자른다. 윤보늬는 떨어진 조각을 버리고 그가 닫아 둔 기타 가방의 지퍼를 끝까지 열어 새 가사를 읽으려 한다. 강이겸은 기타를 꺼내지 않고, 거절했던 솔로 무대가 계속 생각나며 자신도 노래하고 싶다고 말한다. 윤보늬는 가사 종이를 접고 두 사람 사이의 빈자리를 메우지 않는다.
영향윤보늬가 꺼낸 다음 곡 이야기는 강이겸의 고백 앞에서 멈춘다. 함께 무대를 끝냈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연습을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열린 기타 가방과 접힌 가사 종이가 남으며, 두 사람은 누구의 목소리로 다음 곡을 부를지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강이겸이 회색 락커 앞 벤치에서 예선 참가 팔찌를 가위로 자르자, 옆에 앉은 윤보늬가 튀어 오른 조각을 손바닥으로 받았다. 낮은 천장등이 가위 날에 길게 걸렸고, 작은 거울에는 초록 유니폼 두 벌과 강이겸의 옷자락에 꽂힌 샛노란 피크가 비쳤다. 윤보늬는 조각을 쓰레기통에 넣고 돌아와, 그의 무릎 옆에 세워 둔 기타 가방 지퍼를 끝까지 내렸다.

윤보늬는 펼친 가사 종이의 첫 줄을 짧게 노래한 뒤 그의 손 가까이 밀었다. “떨어진 곡 말고, 아직 안 만든 곡 얘기하자.” 강이겸은 가위만 벤치 끝에 내려놓았고, 윤보늬가 기타 목에서 덮개를 젖혀 주어도 손을 뻗지 않았다. “어제 거절한 솔로 무대가 자꾸 생각나. 나도 내 노래를 부르고 싶어.”

윤보늬가 첫 줄 아래를 짚고 있던 손가락을 거두고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문해솔이 문을 열어 정리 시간을 알리자, 강이겸은 바닥의 노란 선 안에 놓인 케이블을 먼저 감기 시작했다. 윤보늬는 접은 종이를 자기 무릎 위에 놓았고, 둘 사이의 빈 벤치 아래로 열린 기타 가방의 덮개가 늘어졌다.

장면 02· 여섯 주 전, 장마가 지난 늦여름의 저녁 연습 시간

꺼진 마이크의 값

꺼진 마이크의 값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여섯 주 전, 장마가 지난 늦여름의 저녁 연습 시간
사건윤보늬는 자신의 숨 고르는 틈에 강이겸이 노래를 끼워 넣자 마이크 전원을 끈다. 강이겸의 동의를 받아 붙인 중학교 축제 포스터를 펴며, 대신 노래하지 말고 기타를 끝까지 쳐 달라고 요구한다. 문해솔은 다툼으로 소진한 연습 시간을 늘려 주지 않는다. 곡을 끝내지 못하고 장비를 접은 강이겸은 자기 보컬 레슨에 쓰려던 돈으로 두 사람의 합주실을 예약한다.
영향강이겸은 윤보늬의 목소리를 대신하면 공동 녹음 자체가 멈춘다는 것을 겪는다. 합주실 예약으로 다시 연습할 시간을 확보하지만, 윤보늬는 시간을 사는 것과 자기 노래를 기다리는 것을 구분한다. 두 사람은 해결되지 않은 마이크 문제를 다음 연습으로 가져간다.

윤보늬가 마이크 전원을 내리자, 여섯 주 전 늦여름의 서브웨이 공연장점 락커룸에 강이겸의 기타와 끼어든 노랫소리만 남는다. 강이겸이 마지막 단어를 삼키며 줄을 누르는 동안 윤보늬는 벽에 붙인 축제 포스터를 손바닥으로 펴고, 다색 인쇄 속 접힌 그의 얼굴을 드러낸다. 붙여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강이겸이 포스터에서 손을 떼려 하자 윤보늬가 마이크를 자기 가슴 앞으로 가져온다. “그때는 기타까지 멈췄잖아. 이번에는 내 노래 말고 네 기타를 끝까지 해.”

강이겸은 샛노란 피크로 첫 코드를 다시 치지만, 윤보늬는 전원을 올리지 않고 그의 벌어진 입을 가리킨다. “숨 쉬는 것도 내 차례야.” 문해솔이 문을 열어 종료 시각을 알리자 강이겸은 한 번만 더 하겠다며 기타 목을 들고, 문해솔은 문턱에 발을 둔 채 벽시계와 바닥의 케이블을 차례로 짚는다. 윤보늬는 끝내 부르지 못한 가사 위로 포스터를 접어 넣고, 강이겸은 피크를 옷자락에 꽂은 뒤 앰프를 끈다.

강이겸은 벤치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보컬 레슨 결제 화면을 닫고, 같은 금액 안에서 예약할 수 있는 반음 합주실 한 시간을 골라 결제한다. 그가 예약 완료 화면을 내밀자 윤보늬는 케이블을 받아 감으며 “거기서도 내가 숨 쉬면 기다려”라고 말한다. 강이겸은 화면을 둘 사이에 내려놓고, 윤보늬가 잡고 있는 케이블의 남은 끝을 손바닥에 둥글게 얹는다.

장면 03· 며칠 뒤 허락된 저녁 연습 시간부터 다음 날 오전 열한 시 사십 분까지

회의하는 노래의 첫 관객

회의하는 노래의 첫 관객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과 주문대
시간며칠 뒤 허락된 저녁 연습 시간부터 다음 날 오전 열한 시 사십 분까지
사건문해솔이 손님의 노래 제목 질문을 전하자, 강이겸은 기타 솔로를 시작하려고 피크를 들지만 윤보늬가 그의 팔을 눌러 멈춘다. 두 사람은 함께 후렴을 다시 부르고, 강이겸은 문밖에서 박수가 들려도 연습 종료 시각에 앰프를 끈다. 다음 날 점심 주문을 받던 두 사람에게 당일 오후 네 시까지 공동 연주 영상을 제출하라는 안내가 도착한다.
영향두 사람의 다툼까지 들린 후렴에 처음으로 제목을 묻는 사람이 생긴다. 강이겸은 그 관심을 자기 솔로로 돌리지 않고 윤보늬와 함께 노래를 끝낸다. 그러나 소리만 녹음한 파일은 새 제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퇴근 전에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윤보늬가 강이겸의 피크 든 팔을 눌러 내리자, 문턱에 선 문해솔의 노란 펜 끝도 함께 내려갔다. 며칠 뒤 허락된 저녁 연습 시간, 회색 락커에 붙인 축제 포스터 아래에서 문해솔이 창가 손님들은 새 매장 음악인 줄 알았다며 노래 제목을 다시 물었다. 윤보늬가 “제목 물어보셨대, 기타 솔로 말고”라고 하자 강이겸은 기타 목을 낮췄고, 문해솔은 후렴이 세 번째 반복되다가 말싸움으로 끊겨 손님이 노래 중간에 회의도 하느냐고 물었다는 말까지 전했다.

강이겸은 웃다가 첫 코드를 다시 쳤고, 윤보늬는 마이크를 켜며 그의 운동화 앞을 집게손가락으로 짚었다. 빨라지던 발이 멎자 윤보늬가 후렴을 이어 불렀고, 열린 문 너머 초록과 노랑이 겹친 창가 쪽에서 포장지를 두드리는 소리가 같은 박자로 따라왔다. 마지막 단어 뒤 작은 박수가 들리자 강이겸은 피크를 다시 들었지만, 문해솔이 벽시계를 가리키자 앰프 스위치를 내리고 윤보늬가 떼어 낸 포스터 옆에서 케이블을 감았다.

다음 날 오전 열한 시 사십 분, 주문대에서 빵을 꺼내던 강이겸이 앞치마 주머니의 휴대전화를 꺼내 직원 쪽 선반에 놓았다. 화면에는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는 연속 촬영 영상을 오후 네 시까지 제출하라는 안내가 떠 있었고, 강이겸이 연 전날 파일에는 재생 막대와 음성 파형만 나타났다. 윤보늬는 맡은 주문을 끝낸 뒤 집게를 내려놓고 화면의 마감 시각을 짚었으며, 강이겸은 게시판에 적힌 두 사람의 오후 다섯 시 퇴근 시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문해솔이 다음 주문을 확인하러 다가오자 강이겸은 휴대전화를 그녀 쪽으로 돌려 놓고 빵 집게를 다시 들었다.

챕터 02

장면 04· 영상 제출 안내를 받은 날 오후, 세 시 사십 분 촬영 시작 전

근무표에 있는 십 분

근무표에 있는 십 분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영상 제출 안내를 받은 날 오후, 세 시 사십 분 촬영 시작 전
사건문해솔이 락커룸 벤치에 근무표를 펼쳐 강이겸의 휴게시간 양도 제안을 막고, 동료들의 동의를 확인한 세 시 사십 분부터 오십 분까지의 교대를 적는다. 승인된 휴게시간에 번갈아 장비를 확인하던 윤보늬는 시험 화면 속 자기 얼굴을 가로막은 기타 목을 가리킨다. 강이겸은 앰프 음량을 낮추고 벤치 끝으로 자리를 옮겨, 두 사람이 함께 화면에 들어오도록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든다.
영향두 사람이 함께 촬영할 시간은 십 분으로 확정되며, 추가 연주를 위해 복귀를 늦출 수 없게 된다. 강이겸은 자기 연주를 크게 담는 배치 대신 윤보늬의 얼굴과 목소리가 남는 배치를 받아들인다. 제출 마감까지 남은 시간과 별개로, 실제 연주 기회는 근무표의 한 칸 안에 묶인다.

문해솔이 강이겸이 내민 휴대전화를 옆으로 밀고 노란 선의 락커룸 벤치에 근무표를 펼치자, 윤보늬가 종이 끝을 눌러 말려 올라가는 모서리를 잡았다. 강이겸은 자기 이름 옆 휴게시간을 짚으며 “제 휴게시간을 보늬한테 주면 되잖아요”라고 했지만, 문해솔은 펜 끝을 두 사람의 담당 구간 사이로 옮겼다. “그렇게 해도 둘이 같이 비는 시간은 없어.” 문해솔은 동의 표시가 붙은 교대 칸을 대조하고 세 시 사십 분부터 오십 분까지 두 이름을 나란히 적은 뒤, 종료 시각 아래에 선을 그었다.

이후 승인된 휴게시간에 번갈아 장비를 확인한 두 사람이 다시 마주쳤을 때, 윤보늬는 벤치에 고정한 휴대전화의 시험 화면을 강이겸에게 돌렸다. 초록 유니폼과 샛노란 피크 사이로 기타 목이 윤보늬의 눈과 코를 가로질렀고, 강이겸이 뒤로 물러서려 하자 윤보늬는 화면 아래 잘린 기타 몸통을 짚었다. 윤보늬가 시험 녹음을 재생하자 후렴의 첫 단어가 기타에 묻혔고, 강이겸은 휴대전화 음량에 뻗던 손을 거두어 앰프 조절 손잡이를 낮췄다.

윤보늬가 접힌 축제 포스터를 꺼내 들자 강이겸은 고개를 끄덕이고 벽의 빈자리를 내주었으며, 그녀는 사진 속 두 얼굴이 모두 보이도록 종이를 폈다. 강이겸은 벤치 끝으로 반걸음 옮겨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들었고, 윤보늬는 마이크를 쥔 채 그의 어깨 옆 노란 선에 운동화 앞코를 맞췄다. 문해솔이 문턱에서 근무표를 들어 종료 시각을 한 번 더 짚는 동안, 휴대전화 화면에는 두 얼굴과 기타가 처음으로 함께 들어왔다.

장면 05· 영상 제출 당일 오후 세 시 사십 분부터 사십칠 분까지

끊을 때마다 사라지는 시간

끊을 때마다 사라지는 시간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영상 제출 당일 오후 세 시 사십 분부터 사십칠 분까지
사건강이겸과 윤보늬가 첫 촬영을 시작하지만, 두 번째 소절에서 전화가 걸려 와 녹화가 끊긴다. 윤보늬가 방해 금지 설정을 켜고 다시 촬영하자, 이번에는 냉장고 진동에 강이겸이 엉뚱한 줄을 치고 직접 녹화를 멈춘다. 윤보늬는 그의 손목을 붙잡아 다음에는 틀려도 끝까지 연주하라고 요구한다. 문해솔은 문턱에서 복귀까지 삼 분이 남았다고 알린다.
영향두 번의 중단으로 다시 연주할 기회는 한 번만 남는다. 강이겸은 잘못 친 부분을 지우려는 손을 거두고, 윤보늬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추가 시간을 얻지 못한 채 이 분 사십 초짜리 곡을 끝까지 남겨야 한다.

윤보늬가 벤치에 고정한 휴대전화의 녹화 버튼을 누르자 강이겸은 비스듬히 든 기타 목을 지키며 첫 코드를 쳤고, 문해솔은 근무표를 접어 문밖으로 물러났다. 화면 안에서 초록 유니폼 두 벌과 샛노란 피크가 움직이다가, 두 번째 소절 위로 걸려 온 전화창이 두 얼굴을 가렸다. 강이겸이 줄을 눌러 멈추자 윤보늬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방해 금지 설정을 켠 뒤 저장 공간을 확인했다.

두 번째 촬영에서는 윤보늬의 후렴 아래로 냉장고 진동이 들어왔고, 강이겸의 피크가 옆줄을 건드렸다. 강이겸은 곧바로 벤치 쪽으로 몸을 숙여 녹화를 끊었고, 다시 화면을 누르려는 손목을 윤보늬가 붙잡았다. “냉장고도 반주에 끼고 싶나 봐.” 윤보늬는 짧게 웃었지만 손을 놓지 않았다. “다음에는 틀려도 끝까지 가. 또 끊으면 시간이 없어.”

문해솔이 문을 열고 벽시계와 근무표의 종료 칸을 차례로 짚었다. “복귀까지 삼 분.” 강이겸은 벽에 붙은 축제 포스터의 접힌 자기 얼굴에서 시선을 내려 윤보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윤보늬가 손목을 놓자 휴대전화 대신 기타 줄 위에 손을 얹었다.

장면 06· 영상 제출 당일 오후 세 시 사십칠 분부터 오십 분 직전

다문 입 옆의 첫 음

다문 입 옆의 첫 음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영상 제출 당일 오후 세 시 사십칠 분부터 오십 분 직전
사건윤보늬가 마지막 녹화를 시작하고, 강이겸은 연주 중 미끄러지는 기타 가방을 발뒤꿈치로 받친다. 오븐 알림 뒤 윤보늬의 첫 음이 나오지 않자 강이겸은 대신 부르려던 입을 닫고 같은 코드를 한 마디 더 연주한다. 윤보늬는 마지막 절을 자기 목소리로 끝낸다. 두 사람은 해당 영상의 제출에 동의하고, 윤보늬가 전송하는 동안 강이겸은 장비를 정리한다.
영향두 사람의 첫 자작곡이 중단 없는 공동 연주 영상으로 남는다. 강이겸은 녹화를 끊거나 윤보늬의 노래를 대신하지 않고 제출 기회를 지킨다. 접수는 완료되지만, 마지막 화음 뒤 마이크에서 먼저 물러나는 강이겸에게 독립된 보컬 자리가 생긴 것은 아니다.

윤보늬가 강이겸의 손목을 놓고 녹화 버튼을 누르자, 강이겸은 노란 피크로 첫 코드를 치고 벤치 끝에서 기타 목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문해솔이 문을 닫으며 손가락 세 개를 내려 보였고, 휴대전화의 붉은 녹화 표시 아래 초록 유니폼 두 벌과 축제 포스터의 분홍색 글자가 함께 들어왔다. 후렴 중 기타 가방이 벽에서 미끄러지자 강이겸은 발뒤꿈치로 밑부분을 받쳤으며, 윤보늬는 기울어진 기타 목을 피해 마이크 스탠드를 조금 옮기면서도 노래를 이어 갔다.

마지막 절 앞에서 오븐 알림이 울렸고, 윤보늬는 숨을 들이마신 채 첫 단어를 내지 못했다. 강이겸이 마이크 쪽으로 입을 열자 윤보늬는 손잡이를 놓지 않고 그를 봤다. 강이겸은 입을 다물고 같은 코드를 한 번 더 돌렸으며, 작은 거울 안에서 그의 다문 입 옆으로 윤보늬의 입이 열렸다. 윤보늬는 첫 음을 낮춰 마지막 가사를 이어 부르고 끝 소절에서만 마이크를 가운데로 기울여 강이겸의 화음을 받았다.

윤보늬가 녹화를 멈추자 강이겸은 앰프를 끄며 “이대로 보내자”라고 했고, 윤보늬는 고개를 끄덕여 전송을 누른 뒤 벽의 포스터를 떼어 접었다. 강이겸이 기타를 넣고 케이블을 감아 벤치 아래를 비우자 문해솔이 문을 열었으며, 그는 닫힌 가방을 세워 보이며 “정리 끝났어요”라고 말했다. 윤보늬가 접수 완료 화면을 내밀자 강이겸은 화면에 손을 대지 않고 노란 피크를 옷자락에 꽂았고, 문해솔은 두 사람이 나갈 문턱에서 발을 뺐다.

챕터 03

장면 07· 초가을, 예선 탈락 다음 날 근무가 끝난 뒤

남았는데도 아쉬운 사람

남았는데도 아쉬운 사람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초가을, 예선 탈락 다음 날 근무가 끝난 뒤
사건윤보늬가 접은 가사 종이를 강이겸의 열린 기타 가방 위에 내려놓는다. 강이겸은 휴대전화에 남은 솔로 출연 거절 답장을 보여 주며, 함께 무대를 끝냈는데도 그 기회가 아쉽다고 말한다. 윤보늬는 종이를 다시 펼쳐 빈 면을 위로 돌리고, 다음 근무 뒤 반음 합주실에서 직접 불러 보라고 요구한다. 강이겸은 종이를 기타 가방 안에 넣고 두 사람의 예약 시간을 달력에 적는다.
영향첫 장면에서 멈췄던 다음 곡 이야기가 강이겸에게 노래할 자리를 내주는 구체적인 약속으로 이어진다. 윤보늬는 그의 미련을 달래거나 대신 가사를 써 주지 않고, 직접 부를 책임을 돌려준다. 둘은 함께 남는 것과 자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양립할 수 있는지 다음 연습에서 시험하게 된다.

윤보늬가 접은 가사 종이를 강이겸의 열린 기타 가방 위에 내려놓자, 종이 끝이 줄에 걸려 짧은 소리를 냈다. 노란 선의 락커룸 벤치 아래에는 가위가 놓여 있었고, 쓰레기통 가장자리에는 잘린 참가 팔찌의 끝이 걸려 있었다. 강이겸은 종이를 들어 주려다 손을 거두고, 휴대전화에서 예선 직전 보낸 ‘둘이 준비한 무대로 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열어 윤보늬 쪽으로 밀었다.

“남아 있길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무대도 아직 아쉬워.” 강이겸은 답장 아래 빈 입력창을 눌렀다가 자판을 닫았다. 윤보늬는 가방 위의 종이를 집어 펼쳤고, 새 가사가 적힌 면을 뒤집어 아무것도 쓰지 않은 뒷면을 그의 무릎에 놓았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밀려 나온 축제 포스터의 자홍색과 주황색 모서리가 종이 위로 겹치자, 윤보늬는 포스터만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럼 다음 근무 끝나고 반음 합주실에서 불러 봐, 네가.” 강이겸이 첫 자작곡의 후렴을 작게 흥얼거리자 윤보늬는 그 박자를 받지 않고 빈 종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강이겸은 흥얼거림을 멈추고 달력에 ‘반음 3번 방’과 두 사람의 이름을 적은 뒤, 종이를 기타 가방 안쪽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그 모서리 앞에서 멈췄다.

장면 08· 예선 탈락 다음 근무를 마친 저녁, 한 시간 예약의 첫 십 분

세 번째 돌아온 코드

세 번째 돌아온 코드
장소반음 합주실 3번 방
시간예선 탈락 다음 근무를 마친 저녁, 한 시간 예약의 첫 십 분
사건윤보늬가 강이겸의 기타 가방에서 빈 가사 종이를 꺼내 보면대에 놓고, 예약한 시간의 첫 십 분을 그에게 내준다. 강이겸은 익숙한 연주와 짧은 노래로 시작하지만 두 번째 절에서 멈춘다. 윤보늬가 대신 부르지 않자 강이겸은 같은 코드를 세 번 반복한 끝에 중학교 무대 뒤 계단을 내려갔던 일을 직접 노래한다. 윤보늬는 그 문장을 받아 적고 종이를 강이겸에게 밀어 준다.
영향강이겸에게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덮지 않고 직접 부를 절이 생긴다. 윤보늬는 그의 틀린 음을 고치는 대신, 그가 끝까지 불러야 할 가사를 남긴다. 종이의 두 번째 절은 아직 비어 있어, 다음 곡에는 윤보늬의 이야기도 들어갈 자리가 남는다.

윤보늬가 강이겸의 열린 기타 가방에서 빈 종이를 뽑아 반음 합주실 3번 방의 보면대에 펼치고, 휴대전화에 십 분짜리 타이머를 켰다. 다음 근무를 마치고 온 강이겸이 기타를 고쳐 메는 동안 윤보늬는 축제 포스터를 그 옆에 펴 놓았고, 자홍색과 주황색, 청록색 인쇄를 가로지르는 흰 접힘 위로 화면의 푸른 빛이 걸렸다. “처음 십 분은 네가 써.” 윤보늬는 마이크를 강이겸 쪽으로 돌린 뒤 자기 수첩을 폈다.

강이겸은 노란 피크로 빠른 연주를 시작해 첫 절을 불렀지만, 두 번째 절에 들어서자 입을 다물고 손가락만 움직였다. 윤보늬가 연필을 내려놓자 강이겸은 그녀 쪽으로 마이크를 기울였고, 윤보늬는 스탠드를 다시 그의 앞으로 밀었다. 타이머에 남은 시간이 이 분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같은 코드가 두 번 돌았으며, 강이겸은 세 번째에 속도를 늦추고 “네가 아직 무대에 있는데, 나는 계단을 세며 내려갔어”라고 불렀다.

끝음이 갈라졌지만 윤보늬는 연필을 들어 방금 들은 문장을 빈 종이에 적었다. 강이겸이 연주를 멈추고 종이 쪽으로 몸을 숙이자 윤보늬는 마지막 단어를 마저 쓴 뒤 “이건 네가 불러야겠다”라며 그의 앞으로 밀었다. 타이머가 울리자 강이겸은 기타를 내려놓지 않고 종이 윗부분에 자기 이름을 적었고, 윤보늬는 그 아래 빈 두 번째 절을 손끝으로 눌러 폈다.

장면 09· 예선 탈락 뒤, 다음 근무를 마친 저녁부터 합주 종료 직후까지

네 절 옆의 빈칸

네 절 옆의 빈칸
장소반음 합주실 3번 방에서 젖은 운동화를 말린 편의점 앞으로
시간예선 탈락 뒤, 다음 근무를 마친 저녁부터 합주 종료 직후까지
사건강이겸이 다음 합주 예약 시간을 늘리려 하자 윤보늬는 가사 종이의 빈 두 번째 절을 짚으며 거절한다. 연습을 마치고 도유찬과 만난 편의점 앞에서, 윤보늬는 산책했던 저녁을 가사로 불러 본다. 도유찬이 실제로는 젖은 운동화를 말리며 앉아 있었다고 웃자, 강이겸은 기타 가방에서 새 종이를 꺼내 윤보늬에게 건넨다. 두 사람이 다음 산책 시간을 정하는 동안 강이겸은 같은 시간에 넣으려던 합주 예약을 취소한다.
영향윤보늬의 빈 절이 강이겸의 노래를 보충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쓰는 자리로 바뀐다. 강이겸은 추가 연습을 확보하는 대신 윤보늬가 가사를 만들 시간을 남긴다. 다음 곡에는 두 사람이 각각 직접 부를 절이 필요해진다.

강이겸이 반음 합주실 3번 방의 보면대에서 가사 종이를 들어 자기 절 아래에 다음 예약 시간을 적으려 하자, 윤보늬가 연필 끝 앞에 손가락을 놓았다. 접힌 축제 포스터의 자홍색 모서리 옆에서 윤보늬는 빈 두 번째 절을 짚고 “네 절은 생겼는데, 내 절은 아직 없어”라고 말했다. 강이겸은 적던 숫자에 짧은 선을 긋고, 남은 연습 동안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예약을 마치고 도유찬과 만난 편의점 앞에서 윤보늬는 수첩을 펴고, 청록색 간판이 번진 젖은 보도 위로 ‘빛나는 골목을 너와 걸었어’라는 한 줄을 낮게 불렀다. 도유찬은 수첩을 들여다보려다 손을 내리고 “우리 그날 걷지도 못했잖아, 여기서 신발 말렸지”라며 낮은 턱을 가리켰다. 윤보늬가 웃으며 그 문장을 지우자 강이겸은 기타 가방 안쪽에서 새 종이를 꺼내 수첩 밑에 받쳐 주었고, 그녀는 ‘신발 끈에서 물이 떨어지는 동안’이라고 다시 썼다.

도유찬이 휴대전화 달력을 열어 채용 실습이 끝나는 시각을 보여 주자, 윤보늬는 새 가사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다음 산책 시간을 먼저 골랐다. 강이겸의 화면에도 같은 저녁을 차지한 합주 예약 입력창이 열려 있었고, 그의 엄지는 확인 버튼 바로 위에서 멈췄다. 강이겸은 입력창을 닫고 다른 날짜로 넘긴 뒤, 기타 가방을 무릎에 눕혀 윤보늬가 종이를 얹을 자리를 넓혔다. 윤보늬는 주황색 간판 아래에서 새 첫 소절을 다시 불렀고, 강이겸은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를 그 옆에 나란히 펼쳤다.

챕터 04

장면 10· 산책 뒤 새로 잡은 합주 날, 저녁 예약 종료 십 분 전

뒤로 가면 들리지 않아

뒤로 가면 들리지 않아
장소반음 합주실 3번 방
시간산책 뒤 새로 잡은 합주 날, 저녁 예약 종료 십 분 전
사건윤보늬가 자기 절을 부르려고 마이크를 급히 당기면서 강이겸의 입술이 그릴에 닿는다. 강이겸은 기타 줄을 눌러 연주를 멈추고, 자신이 노래할 때 윤보늬가 뒤로 사라지는 문제를 꺼낸다. 윤보늬는 마이크를 다시 세우고 녹음을 재생한 뒤, 흡음판 앞에 두었던 가사 종이를 강이겸의 종이 옆으로 옮긴다.
영향각자의 가사를 완성한 두 사람은 마이크를 양보하는 것만으로 노래를 연결할 수 없다는 문제에 부딪힌다. 윤보늬는 강이겸의 절이 시작되면 물러나던 자리를 버리고 그의 옆에서 다시 연주를 청한다. 아직 전환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다음 시도는 한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윤보늬가 마이크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자 반음 합주실 3번 방의 스탠드가 기울고, 마지막 단어를 부르던 강이겸의 입술이 그릴에 닿았다. 강이겸은 기타 줄을 손바닥으로 눌렀고, 윤보늬의 팔꿈치에 걸린 기타 목도 함께 멎었다. 보면대에는 ‘신발 끈에서 물이 떨어지는 동안’으로 시작하는 새 절이 놓여 있었고, 그 아래 축제 포스터의 자홍색과 청록색 모서리가 휴대전화의 푸른 녹음 화면에 비쳤다.

윤보늬가 스탠드를 바로 세우며 “네 절 끝날 때까지 비켜 준 거잖아”라고 하자, 강이겸은 그녀가 물러났던 흡음판 앞을 노란 피크로 가리켰다. “내가 부르는 동안 네가 사라지면, 나도 혼자 남는 거네.” 윤보늬는 휴대전화의 재생 버튼을 눌렀고, 강이겸의 계단 가사 뒤로 자기 첫 소절이 작게 나오다가 마이크를 당기는 충격음에 끊기자 곧바로 재생을 멈췄다.

윤보늬는 흡음판 앞 의자에 놓아둔 가사 종이를 가져와 강이겸의 절 옆에 끼웠고, 포스터의 접힌 무대 사진은 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예약 종료까지 남은 숫자가 한 자리로 줄자 강이겸이 기타를 고쳐 멨지만, 윤보늬는 이번에는 뒤로 가지 않고 그의 운동화 옆에 발을 놓았다. “네 절부터 다시 해 봐.” 강이겸이 첫 코드를 치자 윤보늬는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 두 종이가 나란히 보이는 자리에서 첫 문장이 끝날 때까지 옆을 지켰다.

장면 11· 합주 다음 날, 점심 근무가 끝난 교대 시간

지우지 않을 휴무

지우지 않을 휴무
장소서브웨이 공연장점, 노란 선의 락커룸
시간합주 다음 날, 점심 근무가 끝난 교대 시간
사건문해솔이 공연 당일의 휴무 칸을 지우려 하자 강이겸이 교대 동의를 받은 시간표를 그 위에 펼친다. 윤보늬는 마지막 출연 순서를 고수하면 교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앞 순서로 옮겨 달라는 변경 요청을 보낸다. 문해솔은 확정된 회신과 교대 시간을 대조한 뒤 휴무를 그대로 남긴 근무표를 게시한다.
영향두 사람은 문해솔의 추가 근무에 기대지 않고 공연에 갈 시간을 확보한다. 대신 원했던 마지막 출연 순서를 포기한다. 각자의 절을 연결하는 문제는 아직 남지만, 두 목소리를 들려줄 무대의 시간은 확정된다.

강이겸이 문해솔의 펜 아래로 교대 동의를 받은 시간표를 밀어 넣자, 노란 선의 락커룸 벤치에 펼친 근무표의 ‘휴무’ 두 글자가 종이 가장자리에 걸렸다. 합주 다음 날 점심 교대를 마친 윤보늬는 초록 유니폼 소매를 걷고 두 표를 나란히 붙였으며, 문해솔은 펜을 들고 공연 종료 시각과 복귀 시각 사이의 빈칸을 짚었다. “내가 들어오면 마지막 순서 그대로 할 수 있어.”

강이겸은 문해솔의 펜을 받는 대신 동의가 표시된 시간들에 손가락을 놓았고, 윤보늬는 휴대전화에서 마지막 출연 순서가 적힌 신청 내역을 열었다. 벤치 위 가사 종이에는 중학교 계단을 내려가는 절과 젖은 운동화를 말리는 절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윤보늬가 화면을 넘기는 동안 녹음 끝에 남은 두 소절이 짧게 흘렀다. 윤보늬는 재생을 끄고 ‘교대 가능한 시간에 맞춰 앞 순서로 변경 부탁드립니다’라고 입력한 뒤 강이겸에게 화면을 내밀었다. “마지막 아니어도, 둘 다 부를 수 있잖아.” 강이겸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보늬는 전송을 눌렀다.

회신이 도착하자 윤보늬는 바뀐 출연 시각을 확대했고, 문해솔은 그 화면 옆에 근무표를 대고 이동 시간까지 손가락으로 짚은 뒤 교대 칸에 이름을 옮겨 적었다. 문해솔이 수정한 표를 게시판에 붙이자 윤보늬는 들뜬 아래 모서리를 눌렀고, ‘휴무’ 옆에는 지운 자국 없이 작은 확인 동그라미만 남았다.

장면 12· 교대 확정 뒤 마지막 저녁 합주, 그리고 초가을 공연 당일 낮

반걸음만 비켜 줘

반걸음만 비켜 줘
장소반음 합주실 3번 방에서 낮 공연장 중앙 마이크 앞으로
시간교대 확정 뒤 마지막 저녁 합주, 그리고 초가을 공연 당일 낮
사건윤보늬는 강이겸의 절이 끝나는 순간 그의 어깨를 두드려 자기 차례를 알린다. 강이겸이 반걸음 비켜 주자 마이크를 당기지 않고 자기 절을 이어 부르고, 두 사람은 새 곡을 처음으로 끝까지 연결한다. 공연 당일에는 중앙 마이크 앞에서 휴무를 지킨 문해솔을 맞이하지만, 무대 옆 출연표에서 십이 분이 십 분으로 줄어든 것을 발견한다. 윤보늬는 두 곡의 가사 종이를 펼쳐 강이겸 앞에 나란히 놓는다.
영향마이크를 넘기는 동작이 충돌 대신 노래의 전환이 된다. 윤보늬는 강이겸이 부르는 동안에도 그의 옆에 남고, 강이겸은 자기 절을 마친 뒤 반주를 끊지 않는다. 그러나 확보한 공연 시간이 줄어들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절을 살린 채 어디를 덜어 낼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

윤보늬가 강이겸의 어깨를 두 번 가볍게 두드리자, 반음 합주실 3번 방의 중앙 마이크 앞에서 그의 운동화가 반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교대를 확정한 뒤 잡은 마지막 저녁 합주에서, 보면대에는 두 사람의 가사가 나란히 놓였고 그 밑으로 축제 포스터의 자홍색 모서리만 삐져나왔다. 강이겸이 마지막 단어를 마치고 기타 반주를 이어 가자 윤보늬는 스탠드를 잡아당기지 않은 채 “신발 끈에서 물이 떨어지는 동안”을 불렀다.

강이겸이 화음을 넣으려고 마이크 쪽으로 기울자 윤보늬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그릴을 두 사람 사이로 조금 돌렸다. 마지막 음까지 녹음한 윤보늬가 재생을 누르자, 계단을 내려가는 가사 뒤에 젖은 운동화의 가사가 충격음 없이 이어졌다. “반걸음만 비켜 줘, 그만큼이면 돼.” 윤보늬는 가사 사이에 작은 화살표를 그렸고, 강이겸은 그 표시를 짚은 노란 피크로 다시 첫 코드를 쳤다.

공연 당일, 호박색과 청보라색 조명이 걸린 중앙 마이크 앞에서 윤보늬가 스탠드 높이를 맞추는 동안 문해솔은 초록 유니폼 대신 얇은 겉옷을 입고 객석으로 들어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윤보늬도 손을 들었다가 무대 옆 출연표에 붙은 수정 쪽지를 발견하고, 강이겸의 소매를 잡아 그 앞으로 데려갔다. ‘십이 분’ 위에 그어진 검은 선 아래에는 ‘십 분’이 적혀 있었고, 윤보늬는 가방에서 두 곡의 가사 종이를 꺼내 출연표 밑에 펼친 뒤 어느 쪽도 접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눌렀다.

챕터 05

장면 13· 공연 당일 낮, 십 분 제한을 확인한 직후

지울 것은 누구의 절인가

지울 것은 누구의 절인가
장소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중앙 마이크 앞
시간공연 당일 낮, 십 분 제한을 확인한 직후
사건강이겸은 첫 곡의 가사 종이를 접으려 하지만 윤보늬가 종이 끝을 붙잡아 막는다. 도유찬은 무대 옆에서 휴대전화로 시간을 재고, 문해솔은 객석에서 두 사람의 결정을 기다린다. 강이겸은 첫 곡의 긴 전주를 줄여 연주하고, 윤보늬는 반복 후렴을 건너뛰어 마지막 절로 연결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가사를 지우는 대신 연주와 반복 구간을 덜어 낸다.
영향두 곡 중 하나를 포기하려던 선택이 두 곡의 구조를 바꾸는 공동 작업으로 전환된다. 강이겸의 독창과 윤보늬의 마지막 절은 모두 공연에 남는다. 줄인 구간을 실제 무대에서 연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두 사람은 중앙 마이크 앞으로 돌아간다.

강이겸이 출연표 아래 펼쳐진 첫 곡의 가사 종이를 반으로 접자, 윤보늬가 마지막 절이 적힌 끝을 붙잡아 다시 펼쳤다. 호박색 빛 아래 두 사람의 손 사이로 종이가 팽팽해졌고, 바로 위 수정 쪽지에는 ‘십 분’이 검게 적혀 있었다. “새 곡만 하자.” 강이겸이 말하자 윤보늬는 접힌 자국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첫 곡 끝도 부를 거야. 락커룸에서 끝까지 남긴 부분이잖아.”

도유찬이 무대 옆에서 휴대전화의 시간 측정 화면을 켜 두 사람 쪽으로 내밀었고, 강이겸은 객석 맨 앞의 문해솔에게 가사 종이를 들어 보였다. 문해솔은 두 손을 무릎에 내려놓고 기다렸으며, 강이겸은 종이를 다시 내려다보다 노란 피크로 긴 전주 표시를 짚었다. 그는 중앙 마이크 앞에서 전주를 짧게 잘라 치고 기타 줄을 손바닥으로 눌렀다.

윤보늬가 그 짧은 연결 뒤에 후렴을 한 번만 부르고 마지막 절로 넘어가자, 도유찬은 측정을 멈춰 화면을 돌려 보여 주었다. 강이겸은 윤보늬가 내민 펜을 받아 전주와 반복 표시에만 선을 그었고, 중학교 계단과 젖은 운동화가 적힌 두 절은 나란히 남았다. 윤보늬가 종이를 마이크 아래에 고정하는 동안 강이겸은 청보라색 빛이 걸린 기타 목을 옆으로 틀어, 그녀가 설 반걸음의 자리를 비웠다.

장면 14· 초가을 낮, 십 분으로 줄인 공연 중 두 번째 곡

어깨에 닿는 손

어깨에 닿는 손
장소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중앙 마이크 앞
시간초가을 낮, 십 분으로 줄인 공연 중 두 번째 곡
사건강이겸과 윤보늬는 짧게 편곡한 첫 곡을 마지막 절까지 부른 뒤 새 곡으로 넘어간다. 강이겸이 중학교 무대 뒤 계단을 내려갔던 일을 노래하는 동안 윤보늬는 그의 옆에 남는다. 자기 차례를 앞둔 윤보늬가 객석의 바스락거림에 마이크를 움켜쥐자 강이겸의 몸이 먼저 앞으로 기운다. 윤보늬는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 강이겸은 반주를 유지한 채 반걸음 비켜선다.
영향합주실에서 익힌 전환이 실제 관객 앞에서도 이어진다. 강이겸은 자기 절을 부른 뒤에도 윤보늬의 첫 음을 대신하지 않고, 윤보늬는 그를 밀어내거나 뒤로 숨지 않은 채 자기 절을 시작한다. 두 사람의 가사는 모두 공연에 남고, 남은 시간 안에 마지막 화음을 연결할 수 있게 된다.

강이겸이 짧게 자른 전주의 첫 코드를 치자 윤보늬가 중앙 마이크를 세우고, 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위로 호박색과 청보라색 빛이 두 사람의 팔을 나란히 갈랐다. 윤보늬는 반복 후렴을 건너뛰어 첫 곡의 마지막 가사를 부르고, 강이겸은 끝음을 받친 코드에서 곧바로 새 곡으로 넘어갔다. 무대 옆의 도유찬이 시간 측정 화면을 낮춰 보이는 동안, 강이겸은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대고 “네 목소리가 갈라진 날, 나는 계단부터 세었어”라고 불렀다.

윤보늬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강이겸의 기타 목이 지나갈 자리를 팔꿈치로 비워 주었다. 강이겸의 절이 끝날 무렵 객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윤보늬의 손가락이 마이크 몸통을 꽉 감쌌고 문해솔은 무릎 위에서 접던 샌드위치 포장지를 멈췄다. 강이겸이 열린 입으로 마이크 쪽에 기울자 윤보늬가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강이겸은 입을 닫고 운동화를 반걸음 옆으로 옮겼으며, 노란 피크는 같은 박자로 기타 줄을 지나갔다. 윤보늬는 비워진 자리로 발을 옮겨 “신발 끈에서 물이 떨어지는 동안, 너는 틀린 길도 같이 걸었지”라고 시작했고, 도유찬은 시간 화면을 든 채 짧게 웃었다. 강이겸이 그녀 쪽으로 기타 목을 틀어 길을 막지 않자, 마이크 그릴에 맺힌 두 색의 반원 아래로 두 사람의 어깨가 다시 나란해졌다.

장면 15· 초가을 낮, 십 분 공연의 마지막 소절부터 퇴장 직후까지

끝음을 놓고 다음으로

끝음을 놓고 다음으로
장소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중앙 마이크와 무대 가장자리
시간초가을 낮, 십 분 공연의 마지막 소절부터 퇴장 직후까지
사건강이겸은 종료 예고가 울리자 중앙 마이크를 두 사람 사이로 돌리고 윤보늬와 마지막 화음을 함께 부른다. 끝음을 마친 그는 기타 줄을 눌러 연주를 끝내고, 윤보늬는 스탠드를 다음 순서를 위해 무대 가장자리로 옮긴다. 문해솔의 박수를 받은 두 사람은 각자의 절을 더 쓸 다음 공연을 이야기하고, 강이겸은 날짜를 정하기 전에 모두의 가능한 시간을 묻는다.
영향두 사람은 어느 쪽의 가사도 지우지 않고 제한 시간 안에 공연을 마친다. 강이겸의 독창과 윤보늬의 노래가 함께 남으면서, 다음 무대를 위해 한 사람이 물러날 필요가 없어진다. 다음 공연 일정도 문해솔의 휴무를 먼저 희생시키는 대신 각자의 시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강이겸이 중앙 마이크를 윤보늬와 자기 사이로 돌리자, 두 목소리의 낮 공연 무대 옆에서 도유찬이 누른 종료 예고의 두 음이 울렸다. 오븐 알림과 같은 간격으로 떨어진 소리에 강이겸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노란 피크는 마지막 소절의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윤보늬가 그릴 한쪽을 잡아 각도를 맞추자 호박색과 청보라색 반원이 맞닿았고, 두 사람은 같은 거리에서 마지막 가사를 불렀다. 도유찬은 시간 화면을 들어 보였고, 강이겸은 끝음이 닫히는 순간 손바닥으로 기타 줄을 눌렀다.

윤보늬는 박수가 시작되기 전에 스탠드 밑판을 들어 무대 가장자리로 옮겼고, 강이겸은 기타 목을 세워 그 길을 비웠다. 객석 맨 앞의 문해솔은 접어 놓은 서브웨이 포장지를 무릎에 두고 두 손으로 박수를 쳤으며, 도유찬은 멈춘 측정 화면의 십 분 미만 숫자를 두 사람에게 보여 주었다. 윤보늬가 마이크 아래 고정했던 가사 종이를 떼어 강이겸에게 건넸다. “다음에는 내 절 더 길게 쓸 거야.”

강이겸은 전주와 반복 표시에만 선이 그어진 종이를 기타 몸통에 받치고, 빈 뒷면을 문해솔과 도유찬 쪽으로 돌렸다. “그럼 날짜부터 잡지 말고, 다들 언제 되는지 먼저 물어볼게요.” 윤보늬가 그의 손에서 펜을 받아 빈 면에 자기 이름을 적자, 강이겸도 바로 옆에 이름을 쓰고 문해솔에게 펜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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