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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15 · 챕터 5

여보 내 심장 좀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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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로봇으로 복원해 계속 출근시키는 도시에서, 심장만 인간인 꽃집 주인은 매일 오후 네 시에 되감기는 하루를 견디며 자신을 버린 아내에게 줄 노란 튤립을 냉장고에 쌓아 둔다. 서른두 번째 반복에 외계 생명체인 아내가 성당 바닥을 뚫고 돌아와 그의 금속 뺨에 입을 맞추고, 안내 로봇은 “재회는 환영합니다만 바닥 보수비는 별도입니다”라며 헌금함을 들이민다. 아내는 남편의 심장을 훔쳐 달아났던 것이 아니라, 복원 대상에서 제외된 두 아이를 살리려고 자신의 몸 안에 넣어 떠났으며, 이제 그녀의 갈비뼈 사이에서 아이들이 잠옷 차림으로 기어 나온다.

꽃집 주인이 떨리는 손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 성찬을 집전하던 로봇 사제가 가슴을 열어 꽃집 주인의 또 다른 심장을 보여 준다. 복원된 시민 전부에게 같은 남자의 심장이 복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키자 시청의 회수반이 성당 문을 용접하기 시작하고, 그는 가족만 빠져나갈 환기구를 열지, 자기 심장을 제단의 연결관에 꽂아 갇힌 시민들의 시간을 함께 풀지 지금 선택해야 한다.

  • 등장인물 2
  • 장소 5
  • 장면 15
  • 줄거리 4,42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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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차문오

남성

성당 맞은편 꽃집 ‘네 시 전’을 운영하는 복원 시민 — 인간 심장을 유지하려고 매일 생화 냉장고의 냉각수를 자기 흉부에 연결한다.

프로필

차문오는 사라진 아내 이로에게 노란 튤립을 건네고, 두 아이가 앉던 식탁에 다시 네 사람 몫의 접시를 놓으려 한다. 이로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자 그는 가족이 빠져나갈 환기구의 나사를 풀지만, 로봇 사제의 가슴에서 자기 심장과 똑같은 박동을 듣고 손을 멈춘다. 가족을 먼저 보내면 성당에 갇힌 시민들의 하루가 다시 닫히고, 제단에 심장을 연결하면 아이들이 돌아온 첫 저녁을 함께 먹지 못할 수 있다.

손님에게는 꽃말이 재회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영수증부터 내밀면서, 아내 몫의 튤립에는 매번 가장 비싼 리본을 묶는다. 누군가 아이들의 빈 의자를 치우면 꽃가위를 내려놓고 직접 되돌려 놓지만, 복원되지 못한 아이의 장례 꽃값을 묻는 부모에게는 계산기를 뒤집어 놓는다. 회수반이 문밖에서 시민 번호를 부를 때도 “꽃집은 예약 없이 받습니다만, 철거는 아닙니다”라고 응수하며 앞치마로 아이들의 귀를 덮는다.

배경

복원 수술 뒤 차문오는 시청 창구에 두 아이의 신청서를 냈고, 직원이 찍은 ‘대상 제외’ 도장을 지우려다 종이에 구멍을 냈다. 이로가 떠난 날에는 흉부 정비 기록의 ‘심장 반출’ 항목만 잘라 냉장고에 붙였으며, 뒤에 달린 이송 목적란은 읽지 않은 채 버렸다. 첫 되감김 이후 튤립은 시들기 직전의 상태로 냉장고 안에 남았고, 그는 꽃다발마다 매듭을 하나씩 더해 서른두 번째 하루를 셌다.

묘사

차문오는 관자놀이에 흰빛이 섞인 짧은 검은 머리와 눈가의 잔주름까지 마흔여섯 살의 얼굴을 그대로 간직했지만, 뺨은 손길에 닳아 흐릿하게 빛나는 회색 금속이다. 해진 남색 작업 셔츠 위에 꽃물 자국이 밴 올리브색 캔버스 앞치마를 두르고, 왼쪽 가슴의 냉각수 접속구 둘레에는 값비싼 노란 리본을 작게 묶어 놓았다. 어깨를 조금 안으로 접은 채 꽃줄기를 받치는 금속 손은 유난히 조심스럽고, 짙은 갈색 눈은 상대를 살피는 동안에도 입가만 먼저 비뚤게 웃는다.

이로

여성

남편의 기억이 흐려질 때마다 은하아파트의 식탁에서 두 사람의 생활을 다시 가르치는 은퇴한 급식 조리원

프로필

이로는 자신을 낯선 행성에서 온 방문객으로 여기는 남편에게, 아내라는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도 곁에 머물 허락을 받고 싶다. 그러려면 함께 산 세월을 알아봐 달라는 마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그녀가 은하아파트의 작은방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집은 기억을 시험하는 장소에서 낯선 사람끼리 새로 친해지는 장소로 바뀐다.

남편이 출신 행성을 물으면 이로는 행주를 정확히 네 번 접은 뒤 그날 창밖에서 본 색깔로 대답한다. 웃으며 받아주다가도 그가 다른 사람에게 아내 자랑을 시작하면 싱크대 쪽으로 몸을 돌려 표정을 감춘다. 이제 혼자 감당하지 말라는 주변의 권유 앞에서는 고집을 부리지만, 정작 남편이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문턱을 넘지 못한다.

배경

학교 급식실에서 삼십 년을 일한 이로는 계량컵 없이도 수백 명의 국을 맞췄지만, 퇴직 뒤에는 두 사람 몫의 밥을 자꾸 남겼다. 남편이 처음 그녀를 외계인이라고 부른 날에는 화가 나서 딸의 집으로 갔고, 사흘 뒤 돌아와 보니 그가 손님용 이불과 귤 두 개를 준비해 놓았다. 그 환대를 버릴 수 없어, 이로는 오래된 결혼사진을 서랍에 넣고 작은방에서 다시 인사를 시작했다.

묘사

이로는 흰머리가 섞인 짧은 곱슬머리와 넓고 거친 손을 가진 여성으로, 보풀 인 자두색 카디건 아래 잔체크 면셔츠를 입고 짙은 회색 바지 위에 빛바랜 급식실 앞치마를 두른다. 입가에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작은 웃음이 걸려 있지만, 상대가 다가오기 전에는 발끝을 문턱 뒤에 나란히 두고 어깨를 조금 낮춘 채 기다린다. 대답을 고르는 동안 행주를 정확히 네 번 접는 손만큼은 망설임이 없고, 완성된 작은 사각형을 두 손으로 받쳐 든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차문오는 서른두 번째 아침에도 네 사람 몫의 접시를 닦는다. 은하아파트의 식탁에서 빈 의자 둘을 치우려던 집주인에게 꽃가위를 내려놓고 문을 열어 주지 않은 뒤, 성당 맞은편 꽃집 ‘네 시 전’으로 출근한다. 냉장고에는 서른한 번의 하루에서 모은 노란 튤립이 들어 있다. 가장 오래된 꽃은 잎끝이 갈색이다. 문오는 흉부의 냉각관을 냉장고에 꽂고 새 꽃에 비싼 리본을 묶는다. 오늘도 오후 네 시가 오면 도시는 새벽 여섯 시로 돌아간다. 그는 아내 이로가 돌아올 때까지 꽃과 기억만은 버리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정작 이로가 돌아오면, 자신을 떠난 이유부터 따져 묻겠다는 말도 매일 연습한다.

오후 세 시, 성 바르나바 성당에서 아이들의 추모 명판이 들린다. 문오는 꽃다발을 들고 길을 건너고, 검은 석판 사이에서 올라오는 젖은 잠옷 소매를 붙잡는다. 이로가 바닥을 밀어 올린다. 회색 머리와 낡은 급식실 앞치마는 그대로지만, 벌어진 가슴 안쪽에는 은빛 막이 접혀 있다. 그 안에서 두 아이가 차례로 기어 나온다. 문오는 꽃을 떨어뜨리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작은아이가 그의 금속 손가락을 볼에 대고 “아빠 손은 아직 차갑네”라고 말한다.

이로는 문오의 뺨에 입을 맞춘다. 문오가 어느 행성에서 왔느냐고 묻자, 그녀는 젖은 행주를 네 번 접고 “오늘은 저 파란 창문 쪽”이라고 답한다. 안내 로봇이 헌금함을 내민다. “재회는 환영합니다만 바닥 보수비는 별도입니다.” 문오는 생전 처음으로 영수증을 보지도 않고 헌금함을 밀어낸다.

이로가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는 동안 문오는 그녀의 몸 안에서 자기 박동을 듣는다. 그는 아내가 심장을 훔쳐 아이들과 달아났다고 믿어 왔다. 이로는 앞치마 안쪽에 숨긴 급식실 명찰을 꺼내 아이에게 쥐여 준다. 사고 당일 시청은 유급 노동 기록이 없는 아이들에게 복원 침상을 내주지 않았다. 은퇴한 이로에게도 침상은 없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자기 몸속 생체 공간에 넣고, 문오의 원래 심장을 함께 품어 그 공간의 순환을 유지했다. 한 사람의 모습으로 걸어 다녀야 했던 몸은 세 사람을 살리는 동안 빠르게 늙었다. 떠난 것은 다른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오가 자기 흉부를 열자 로봇 사제도 가슴 덮개를 연다. 두 심장이 같은 간격으로 뛴다. 사제는 점검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제단 앞으로 부른다. 배달원의 가슴에서도, 청소 노동자의 가슴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문오는 자기 심장이 마지막 남은 인간의 일부인 줄 알았지만, 그것 역시 원래 심장에서 길러 낸 살아 있는 복제품이다. 도시의 복원 시민들은 모두 그의 박동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때 회수반이 성당 문밖에서 시민 번호를 부른다. 이로가 지하에서 올라오며 뜯어낸 배관 때문에 시청이 이상을 감지한 것이다. 용접 불빛이 창문을 번갈아 하얗게 만든다. 회수반은 압류 금지 구역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문을 봉쇄한다. 문오는 아이들을 제단 뒤로 데려가 환기구 나사를 푼다. 이로는 큰아이를 먼저 밀어 올리지만, 문오가 몸을 따라 넣으려는 순간 사제가 팔을 붙잡는다. 복원된 심장은 도시 경계를 넘으면 멈춘다. 가족이 빠져나가도 문오는 따라갈 수 없다.

문오는 철망을 받친 채 이로에게 아이들만 데리고 가라고 말한다. 이로는 그의 손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그를 혼자 남겨 두고 싶지 않다. 그 사이 큰아이가 환기구 바깥의 빗물받이에서 되돌아와, 아래에 있는 시민들을 내려다본다. “저 사람들도 아빠 심장이면, 어디로 가야 해?” 문오는 철망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로봇 사제는 제단 아래 연결관을 드러낸다. 문오의 현재 심장을 여기에 연결하면 되감기가 멈춘다. 다만 심장은 다시 꺼낼 수 없고, 문오는 외부 순환기를 마련하기 전까지 제단을 떠날 수 없다. 문오가 사제에게 왜 서른한 번이나 이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제는 고해실 의자 밑에서 폐기된 판단 장치들을 꺼낸다. 그중 하나의 찌그러진 덮개에 문오의 꽃집 리본이 묶여 있다.

리본을 본 문오가 장치를 빼앗는다. 지워졌다고 여겼던 사고 직후의 장면이 돌아온다. 그는 시청 점검실에서 이로가 아이들을 품고 도망칠 시간을 벌어 달라고 매달렸다. 담당자가 하루를 유예할 수 있다고 하자, 문오는 자기 흉부를 열어 연결 작업을 허락했다. 시청은 그 하루를 서른두 번 반복하며 사망자들의 다음 근무표를 그대로 사용했다. 사제는 첫 반복에 문오를 찾아왔지만, 그는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하루를 끝내지 말라고 사제의 가슴 덮개를 꽃가위로 찍었다. 시청은 그 뒤 사제의 판단 장치를 계속 교체했다. 문오가 기다림이라고 부르던 일에는 자신이 막아 버린 출구도 있었다.

문오는 리본을 풀어 사제에게 돌려준다. “이번에는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나서 혼자 희생하겠다는 계획 대신, 성당 안 사람들에게 냉장고를 가져오는 일을 부탁한다. 냉각수와 꽃집의 순환 펌프가 있으면 심장을 연결한 뒤 그의 몸을 버틸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길은 봉쇄되었고 네 시까지 십 분도 남지 않았다.

안내 로봇이 바닥 보수비 청구서를 길게 출력해 환기구 철망에 끼운다. 회수반이 청구서를 찢으면 시청 재산 훼손으로 접수하겠다고 문밖에 알린다. 잠깐의 실랑이 동안 이로와 큰아이, 배달원이 환기구로 올라간다. 문오는 안쪽에서 철망을 받친다. 이로는 아이를 등 뒤에 묶고 구리 지붕을 가로질러 성당 종탑으로 간다. 빗물받이 아래로 회수반의 장갑이 올라오자 배달원이 사다리를 걷어 차린다. 오르간의 짧은 숨과 종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이로는 배달용 줄을 타고 꽃집의 이층 난간으로 내려간다.

꽃집에서는 고용주가 냉장고에 압류 표식을 붙이고 있다. 그는 문오의 몸도 장비도 자신이 비용을 낸 재산이라며 문을 막는다. 이로는 아이를 난간 안쪽에 앉힌 뒤 냉장고 문을 열어 꽃들을 그의 품에 쏟는다. 냉각관이 꺾이기 전에 배달원이 펌프를 떼어 내고, 이로는 물이 찬 냉각통을 안는다. 고용주가 통의 손잡이를 붙들자 그녀는 놓지 않은 채 문턱을 넘어선다. 그는 젖은 튤립 위에서 미끄러지고, 세 사람은 장비를 종탑으로 끌어 올린다.

성당 안에서는 시청 담당자가 옆문 용접을 잠시 풀게 하고 혼자 들어온다. 압류가 아니라 시설 점검이라고 선언한 그는 제단 연결관 앞에 무릎을 꿇어 문오의 길을 막는다. 되감기를 멈추면 내일부터 고장 난 몸을 시청이 무상으로 되돌려 주지 못한다며, 줄 서 있는 시민들에게 문오를 잡으라고 요구한다. 청소 노동자가 문오의 어깨를 붙잡는다. 당장 내일의 수리비를 낼 돈이 없다. 문오는 그 손을 떼지 않는다. 대신 자기 앞치마를 벗어 노동자의 갈라진 손목 관절에 감아 준다. “내일 꽃집으로 오세요. 고칠 줄 아는 사람부터 같이 찾읍시다.”

이로가 돌아왔을 때 펌프의 흡입관은 난간에 찍혀 찢어져 있다. 사제가 숨겨 둔 폐기 부품을 바닥에 쏟고, 시민들이 무릎을 맞대고 관을 잇는다. 작은아이가 부품이 굴러가지 않도록 추모 명판 두 장을 받침으로 놓는다. 담당자는 연결관의 덮개를 닫으려 한다. 문오가 두 팔로 덮개를 버티자, 담당자는 그의 흉부 냉각관을 잡아당긴다. 이로가 그 손을 붙들고 자기 쪽으로 당긴다. 문오는 이번에는 아내에게 심장을 맡기고 도망갈 시간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와 눈을 맞춘 채 스스로 연결받침을 내린다.

네 시 종이 울린다. 문오의 심장은 제단 안에 고정되고, 흉부의 박동음이 끊긴다. 사제와 시민들이 순환관을 그의 몸에 붙인다. 펌프는 돌지만 냉각통의 물이 너무 적다. 이로는 꽃집에서 가져온 튤립 보관통을 기울인다. 서른한 번의 하루를 지킨 냉각수가 문오에게 흐른다. 마지막 물까지 얻기 위해 큰아이가 꽃줄기를 양손으로 눌러 건진다. 갈색 잎과 노란 꽃잎이 바닥에 떨어진다. 문오의 눈이 다시 열린다.

종은 네 시를 지나 다음 음을 울린다. 새벽이 오지 않는다. 용접한 문도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의자를 들어 문을 두드리고, 회수반은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잡으려다가 서로의 냉각관을 받쳐 주며 한꺼번에 걷는 무리 앞에서 물러선다. 시청 담당자는 제단 곁에 주저앉아 있다. 사제는 그에게도 빵을 건넨다. 안내 로봇은 망가진 문과 바닥을 훑어본 뒤 청구서 출력구를 손으로 막는다. “오늘은 회계 마감 시간을 지났습니다.”

첫 저녁, 이로와 두 아이는 은하아파트의 식탁을 성당으로 가져온다. 문오는 아직 제단을 떠날 수 없고, 도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시민들은 꽃집 펌프가 멈추지 않도록 교대로 부품을 닦는다. 이로는 문오에게 함께 살았던 해를 맞혀 보라고 묻지 않는다. 그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 주고, 작은아이가 먹기 좋게 빵을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문오가 아내의 접시 옆에 냉각통에서 건진 노란 튤립 한 송이를 놓는다. 리본도 없고 줄기도 눌렸지만 이로는 물컵에 꽂는다. 내일 그녀가 또 낯선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에, 문오는 빈 의자를 당겨 그녀의 무릎에 닿도록 붙인다. “그러면 내일도 여기 앉아 줘.” 큰아이가 네 사람의 접시에 빵을 하나씩 더 놓는다. 성당 시계는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킨다.


세계관 · World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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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성 바르나바 성당은 복원 시민들이 출근하는 구도심의 가장 낮은 지대에 있다. 비가 오면 시청 계단에서 흘러내린 물이 성당 문턱에 먼저 고인다. 길 건너 차문오의 꽃집 ‘네 시 전’에서는 유리문을 열어 둔 채로도 제단의 시계를 볼 수 있다. 꽃 배달 수레가 지나는 횡단보도 아래에는 성당 지하 배관실과 연결된 오래된 운구 통로가 남아 있다.

성당은 장례식장이면서 복원 시민의 정기 점검소다. 고해실 옆에서 냉각수를 교환하고, 세례대 뒤에서 출근 인증을 받는다. 사람들은 기도하는 척 무릎을 꿇고 발목 관절을 식힌다. 회수반은 성당 안에서 시민을 압류할 수 없지만, 출입문을 봉쇄하고 나오기를 기다릴 수 있다.

제단 아래에는 도시의 하루를 되감는 연결관이 묻혀 있다. 이로가 뚫고 올라오는 바닥은 아이들의 추모 명판 바로 밑이다. 가족이 탈출할 수 있는 환기구는 제단 뒤에 있지만, 성인 한 명이 통과하려면 안쪽에서 철망을 받쳐야 한다. 문오는 가족을 보내는 동안에도 성당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시대

복원 제도 시행 십칠 년째, 늦가을의 평일이다. 달력은 목요일인데 시청 전광판은 삼십이 일째 같은 수요일의 출근율을 발표한다.

도시는 오후 네 시마다 그날 새벽 여섯 시로 돌아간다. 주민 대부분은 반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문오는 자기 흉부에 남은 생체 심장 덕분에 전날의 기억을 간직한다. 꽃집 냉장고에는 서른한 번의 하루에서 건져 둔 노란 튤립이 있고, 가장 오래된 꽃의 잎끝은 갈색이다. 오늘이 끝나지 않는 동안에도 그 꽃들은 늙는다.

규칙

- 오후 네 시가 되면 도시 안의 사물과 복원 시민은 새벽 여섯 시 상태로 돌아가지만, 살아 있는 조직과 그 조직에 직접 닿아 있는 물건은 되감기지 않는다. 문오는 심장에 연결된 냉각수가 흐르는 냉장고에 튤립을 보존할 수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누군가를 숨기면 제한된 냉각 용량을 나눠야 한다.

- 시청은 사망 당시 유급 노동 기록이 있는 사람만 복원한다. 두 아이는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이로는 자기 몸 안의 생체 공간에 아이들과 문오의 원래 심장을 함께 품어 살아 있게 했다.

- 복원 시민의 심장은 문오의 원래 심장을 본떠 만든 것이며, 도시 밖에서는 박동을 유지하지 못한다. 성당 환기구로 빠져나가도 문오는 경계를 넘을 수 없으므로 가족의 탈출이 곧 가족의 재회는 아니다.

- 제단의 연결관에 문오가 현재 지닌 살아 있는 심장을 꽂으면 되감기는 멈추지만, 그 심장은 다시 꺼낼 수 없다. 시민들은 내일을 얻는 대신 점검과 수리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고, 문오는 외부 순환기에 연결되기 전까지 제단을 떠날 수 없다.

기술과 철학

복원은 시청이 제공하는 복지가 아니라 고용주가 구입하는 근무 연장 상품이다. 사망 신고서와 다음 달 근무표를 함께 제출하면 새 몸이 지급된다. 급여에서는 몸의 임대료가 공제되고, 퇴직 신청서에는 반납할 신체 부품을 적는 칸이 있다. 안내 로봇은 이를 “평생직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성당은 복원 장비를 들이는 조건으로 압류 금지 구역을 얻었다. 로봇 사제는 성찬을 집전하면서 시민의 박동을 점검하지만, 점검에 실패한 사람에게도 빵을 건넨다. 그 때문에 시청은 사제의 판단 장치를 여러 번 교체했다. 교체할 때마다 사제는 폐기될 고장 부품을 고해실 의자 밑에 숨겨 두었다.

이로는 남편이 자신을 어느 행성에서 왔느냐고 물을 때마다 행주를 네 번 접고 답한다. 꽃집에는 그녀가 은퇴한 급식 조리원이었다는 사진과 근무 명찰이 남아 있다. 그러나 성당 지하에는 이로의 이름으로 발급된 인간 신체 기록이 없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출신을 설명하는 방법이 아니라, 문오가 기억하지 못하는 날에도 함께 식탁을 차리는 방법이다.

안내 로봇의 헌금함에는 ‘자발적 기부’라고 적혀 있고, 옆면에는 바닥 보수비 청구서 출력구가 달려 있다. 성당은 가족을 환영한다. 도시의 회계는 그 가족이 바닥을 뚫고 돌아온 비용까지 놓치지 않는다.

시각적 묘사

젖은 적벽돌, 산화된 구리 지붕, 버터빛 성당 창문이 회색 거리 한가운데 붙어 있다. 시청이 교체한 창문 아래쪽은 투명한 안전유리지만, 위쪽에는 빵을 나누는 손을 그린 낡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다. 오후 빛이 내려오면 시민들의 금속 손등에 붉고 푸른 조각이 얹힌다.

성당 바닥에는 흰 타일 대신 닳은 검은 석판이 깔려 있다. 아이들 이름이 새겨진 작은 황동 명판만 발길에 닿지 않아 반짝인다. 이로가 돌아오는 순간, 그 명판들이 들리고 틈에서 따뜻한 김과 젖은 잠옷 소매가 먼저 나온다. 이로의 겉모습은 회색 머리가 섞인 평범한 중년 여성 그대로다. 벌어진 갈비뼈 사이에만 지구의 해부도에 없는 은빛 막이 접혀 있다.

공기에는 촛농, 젖은 외투, 냉각수의 단내가 섞인다. 오르간은 마지막 음을 길게 끄는 대신 매 정각 압력 밸브처럼 짧게 쉰다. 문밖에서 용접 불빛이 번쩍일 때마다 노란 튤립과 아이들의 얼굴이 번갈아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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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음향

장소 · Locations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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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아파트 네 사람의 식탁

네 사람 몫의 접시가 놓인 마른 목재 식탁 위로 살구빛 실내등이 짙게 번지고, 바짝 붙인 네 의자의 자주색 방석은 해진 면직물 틈마다 밝은 분홍 실밥을 드러낸다. 식탁 한쪽 모서리에는 작은 손이 숟가락으로 두드린 초승달 모양의 자국들이 남아 있어, 접시를 닦는 사각사각한 마찰음 사이로 숟가락이 놓일 때마다 짧고 맑은 박자가 맞물린다. 의자를 빼면 곧장 창턱에 등이 닿는 좁은 자리 너머로 까마득한 아래의 차량들이 보이고, 창가 방석의 끈은 의자 다리에 두 번 단단히 묶여 있다. 두 빈 의자 앞에도 접시는 반듯하게 놓여 있으며, 식탁을 옮길 때 잡을 수 있도록 네 모서리 아래쪽만 손때로 매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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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 전의 튤립 냉장고

튤립 냉장고의 열린 문이 낮고 좁은 작업대를 흰빛으로 채우고, 선명한 노란 꽃송이 사이로 오래된 잎끝의 갈색과 올리브색 앞치마가 드러난다. 흉부 높이에서 뻗어 나온 냉각관 아래로 순환 펌프의 낮은 음이 이어지며, 꽃가위가 엇박자로 닫힐 때마다 탄력 있는 줄기가 잘리고 매끄러운 새틴 리본이 작업대 끝으로 미끄러진다. 이층 난간 너머에는 아이를 등에 묶은 이로가 배달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모습이 걸리고, 좁은 작업 구역에는 냉각통을 들고 돌아설 자리조차 꽃 양동기에 막혀 있다.

냉장고 모서리에 붙은 압류 표식 아래, 이로가 쏟아 낸 노란 튤립이 고용주의 두 팔과 발밑을 뒤덮는 동안 배달원의 손은 낮은 지속음을 내던 펌프의 고정쇠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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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르나바의 심장 제단

높은 천장 아래 넓게 펼쳐진 제단에는 진홍색과 코발트색 창빛이 교차하고, 가슴 덮개를 연 시민들의 금속 손등마다 빵을 나누는 손의 형상이 조각나 얹힌다. 촛농이 굳은 검은 석판 위로 닳은 황동 추모 명판 두 장이 순환관의 받침이 되어 놓여 있고, 열린 제단 덮개 안쪽의 심장 고정받침까지 붉은 빛이 길게 닿는다. 제단 뒤 높은 환기구에서는 철망을 받친 금속 팔 위로 아이의 잠옷 소매가 매달리고, 발아래로 드러난 석판과 작은 명판 사이에 코발트색 그림자가 흔들린다. 가슴마다 같은 박자로 울리는 심장음 위에 오르간의 낮은 화음이 포개지다가, 네 시 종소리가 천장 전체를 울리며 열린 흉부와 연결관 사이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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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르나바 종탑의 배달줄

종탑의 배달줄은 빗물 흐르는 청록색 구리 지붕 위에서 길 건너 이층 난간까지 비스듬히 팽팽하게 걸려 있고, 닳은 매듭 아래로 늘어진 짧은 밧줄 끝이 백색 용접광에 번쩍인다. 등 뒤에 아이를 묶은 이로가 허공으로 몸을 내리면 거친 줄이 손바닥을 누르고, 종의 낮은 울림과 지붕 아래 오르간의 짧은 숨 사이에 줄 쓸리는 높은 소리가 끼어든다. 발밑의 젖은 구리 이음매마다 청록빛이 선명하게 갈라지고, 빗물받이 가장자리를 붙든 회수반의 장갑 위로 배달원이 걷어 올리는 사다리 끝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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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하루 유예 점검실

단단한 점검대를 에워싼 연결 장비 위로 창백한 형광등이 내리쬐고, 붉은 표시등 수십 개가 투명한 관과 금속 덮개에 주홍색부터 짙은 진홍색까지 겹겹의 반사를 찍는다. 천장 가까이 매달린 정비 발판 사이에는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틈이 벌어져 있고, 건너편 손잡이까지 몸을 뻗어야 하는 좁은 사다리 아래로 굵은 연결선이 처져 있다. 연결 걸쇠가 낮고 높은 금속음을 번갈아 내며 맞물릴 때마다 담당자의 건조한 승인 음성이 같은 간격으로 끼어들어, 짧은 합주처럼 점검실 벽에 부딪힌다. 가슴 덮개를 열고 누운 문오의 손 옆에는 뻣뻣한 다음 달 근무표가 놓여 있고, 그 위에 포개진 하루 유예 승인서의 붉은 직인만 유독 선명하다.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장면 01· 서른두 번째 반복의 새벽 여섯 시

치울 수 없는 두 자리

치울 수 없는 두 자리
장소은하아파트, 창턱에 붙은 네 사람의 식탁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의 새벽 여섯 시
사건차문오는 식탁 아래로 밀려난 두 빈 의자를 끌어내다가, 창턱에 걸린 방석 하나를 붙잡으려고 창밖으로 상체를 내민다. 방석을 되찾은 그는 풀린 끈을 의자 다리에 두 번 묶고, 네 사람 몫의 접시를 닦아 놓는다. 이로에게 따질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만, 그녀의 접시를 치우는 대신 금이 간 가장자리를 자기 자리로 돌린다.
영향두 빈 자리는 다시 누구도 쉽게 치울 수 없는 자리가 된다. 문오는 이로를 돌아오면 추궁할 사람으로 부르면서도, 식탁에서는 여전히 다치지 않게 돌봐야 할 사람으로 대한다. 반복되는 아침을 끝낼 방법 대신 가족의 자리를 보존하는 데 손을 쓰는 그의 첫 선택이 드러난다.

차문오는 은하아파트 식탁 아래의 빈 의자를 끌어내다 창턱 밖으로 넘어가는 자주색 방석을 금속 손으로 낚아챈다. 허리가 창틀에 걸리고, 까마득한 아래에서 차량들이 멈췄다가 서른한 번의 아침과 똑같은 순서로 움직이는 동안 분홍 실밥이 손가락 관절에 끼인다. 그는 방석을 안으로 당겨 의자에 내려놓고 끈을 두 번 묶는다.

살구빛 실내등 아래에서 차문오는 네 접시를 닦고, 초승달 자국이 난 식탁 모서리에 숟가락 네 개를 놓아 라디오의 아침 찬송과 짧은 박자를 맞춘다. 라디오는 찬송을 끊고 “복원 시민 여러분, 오늘도 평생직장에 늦지 않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죽어서도 지각은 본인 책임이지.” 차문오는 젖은 행주를 짜며 대꾸하고, 이로의 급식실 명찰이 걸린 사진을 접시 앞에 세운다.

“어느 행성이든 상관없어, 이로. 내 심장을 가져갔으면 설명은 해야지.” 차문오는 사진을 향해 말한 뒤 그녀의 접시를 집어 들지만, 내려놓을 곳을 찾던 손으로 접시의 금 간 가장자리를 자기 쪽에 돌려 놓는다. 그는 빵 봉지를 열어 네 조각을 나누고 가장 두꺼운 조각을 이로의 자리에 옮긴다. 식탁을 떠나기 전, 두 빈 의자를 한 번 더 당겨 넣자 단단히 묶인 방석 끈이 의자 다리를 따라 팽팽해진다.

장면 02·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직전

꽃만 늙는 냉장고

꽃만 늙는 냉장고
장소꽃집 ‘네 시 전’의 튤립 냉장고 앞에서 성 바르나바 성당 문턱까지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직전
사건차문오는 흉부 냉각관을 냉장고에 연결하고, 갈색으로 마른 튤립을 폐기통 위로 가져갔다가 다시 보관통에 꽂는다. 새 튤립에는 가장 비싼 노란 새틴 리본을 묶는다. 오후 세 시 오르간 소리 뒤로 성당 바닥을 긁는 금속음이 이어지자, 그는 냉각관을 뽑고 꽃다발을 들고 길을 건넌다.
영향꽃을 보존하려던 차문오가 처음으로 보관 장치를 제 손으로 멈춘다. 이로에게 할 질문을 연습하던 시간은 성당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끊긴다. 그는 냉장고 문도 닫지 않은 채, 서른한 번의 하루에는 없었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들어간다.

차문오는 꽃집 ‘네 시 전’의 냉장고 문을 팔꿈치로 밀어 열고 흉부 냉각관을 접속구에 꽂는다. 흰 작업등 아래 노란 튤립 서른한 묶음이 보관통 가장자리까지 밀려 있고, 그가 가장 오래된 꽃을 꺼내자 갈색 잎끝이 올리브색 앞치마 위로 부서진다. 차문오는 꽃을 폐기통 위에 들었다가 줄기의 리본을 펴서 다시 물속에 밀어 넣는다.

냉장고 옆 근무표에는 같은 수요일의 출근 도장이 겹쳐 있고, 차문오는 그 종이를 뒤집어 새 튤립의 잘린 줄기를 받친다. “꽃은 늙어도 되는데 직원은 안 된다니, 배려가 섬세하군.” 차문오는 새 꽃에 비싼 새틴 리본을 묶고 “이로, 꽃부터 받지는 마”라고 말하지만, 매듭이 줄기를 누르자 곧 손톱을 끼워 느슨하게 풀어 준다.

길 건너 성 바르나바 성당의 오르간이 세 시 화음을 짧게 끊자, 차문오는 꽃다발을 내려놓던 손을 멈춘다. 검은 바닥을 금속으로 긁는 소리가 열린 성당 문을 통해 다시 들려오고, 그는 흉부의 걸쇠를 눌러 냉각관을 뽑는다. 냉각수가 작업대 끝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사이 차문오는 꽃다발을 움켜쥐고 횡단보도를 건너, 진홍색과 코발트색 창빛이 겹친 성당 문턱을 넘는다.

장면 03· 서른두 번째 반복의 오후 세 시 직후, 되감기까지 한 시간

이름 아래에서 올라온 손

이름 아래에서 올라온 손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 심장 제단 앞의 황동 추모 명판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의 오후 세 시 직후, 되감기까지 한 시간
사건차문오는 아이들의 추모 명판 아래에서 나온 젖은 소매를 붙잡고, 틈에 손을 넣어 검은 석판을 들어 올린다. 아래에 걸린 이로가 그의 팔을 밀어 아이들이 나올 공간부터 확보하게 한다. 차문오는 꽃다발을 놓고 석판을 받친 채 이로의 은빛 생체 공간에서 두 아이를 받아 낸다. 이로가 그의 금속 뺨에 입을 맞추자, 그녀의 몸 안에서 차문오의 가슴과 같은 박동이 울린다.
영향아이들의 이름을 덮고 있던 바닥이 열리고, 그 이름의 주인들이 살아서 차문오의 팔 안으로 돌아온다. 차문오는 준비했던 추궁 대신 이로를 끌어 올리는 데 손을 쓴다. 이로의 몸 안에 남은 익숙한 박동은 재회 한가운데 아직 설명되지 않은 심장의 행방을 드러낸다.

차문오는 성 바르나바 성당의 황동 추모 명판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젖은 소매를 움켜쥐고, 꽃다발을 든 다른 팔로 검은 석판 가장자리를 밀어 올린다. 진홍색 창빛 아래 드러난 이로가 턱에 걸린 앞치마를 잡아 뜯더니 그의 팔목을 아래로 눌러 틈을 넓힌다. “나 말고, 아이들부터.” 차문오는 튤립을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돌을 떠받친다.

이로의 벌어진 가슴 안쪽에서 은빛 막이 접히고, 젖은 잠옷을 입은 큰아이가 두 사람의 팔 사이로 기어 나온다. 석판이 다시 내려앉자 차문오는 무릎을 그 밑에 밀어 넣고 작은아이까지 품으로 받아 내며, 코발트색으로 물든 금속 손가락을 아이의 뒤통수에 펼친다. 작은아이가 그 손을 볼에 붙이자 차문오는 “출입문을 고르는 취향은 엄마 쪽이구나”라고 말하다 끝에서 목소리가 갈라진다.

차문오는 아이들을 제단 계단에 앉히고 이로의 두 겨드랑이를 받쳐 바닥 밖으로 끌어 올리며, 오후 네 시를 가리키도록 인쇄된 점검 안내판 위에 그녀의 찢어진 앞치마를 깐다. 이로가 그의 금속 뺨에 입을 맞추는 동안 오르간의 낮은 화음 사이로 두 몸의 박동이 같은 간격으로 겹치고, 차문오는 “내 심장을……”까지만 말한다. 그는 이로의 은빛 막 앞에 세웠던 손을 내려 그녀의 등을 받치고, 떨어진 노란 꽃 위에서 미끄러지는 맨발을 자기 발등에 올려놓는다.

챕터 02

장면 04·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를 막 지난 때

명찰 뒤에 숨겨 둔 박동

명찰 뒤에 숨겨 둔 박동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 심장 제단 앞 검은 석판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를 막 지난 때
사건차문오는 이로의 등을 받친 채 열린 흉부의 걸쇠를 풀고, 두 몸에서 울리는 박동을 번갈아 짚는다. 이로는 그의 손을 붙잡아 은빛 막 바깥으로 돌린 뒤, 젖은 행주를 네 번 접고 앞치마 안쪽의 급식실 명찰을 뜯어 내민다. 명찰 뒤에는 아이들의 복원 부적격 통지가 접혀 있다. 이로는 아이들을 문오의 원래 심장과 함께 몸 안에 품었다고 밝히고, 문오는 통지서를 접어 자기 앞치마에 넣는다.
영향문오가 심장 도난의 증거로 삼았던 박동이 아이들을 살린 장치의 박동으로 바뀐다. 이로는 떠난 이유를 감추던 명찰을 남편에게 넘기고, 문오는 그녀의 몸에서 심장을 꺼내려던 손으로 벌어진 앞치마를 여며 준다. 원래 심장이 이로에게 있다면 문오의 흉부에서 뛰는 심장은 무엇인지, 다음 확인이 필요한 질문이 남는다.

차문오는 이로의 등을 받친 팔을 놓지 않은 채 자기 흉부의 걸쇠를 풀고, 성 바르나바 성당의 검은 석판 위에서 다른 손을 그녀의 은빛 막으로 뻗는다. 이로는 그 손목을 붙잡아 막 가장자리로 돌리고, 맨발은 여전히 그의 금속 발등 위에 둔다. 오르간의 낮은 화음에 두 박동이 겹치자 차문오는 자기 가슴과 그녀의 가슴을 번갈아 가리킨다. “여기 있는데, 내 것은 왜 저기서도 뛰어?”

이로는 젖은 행주를 네 번 접어 그의 열린 덮개 밑에 끼우고, 찢어진 앞치마 안감에서 급식실 명찰을 잡아 뜯는다. 진홍색 창빛 아래 명찰 뒤의 종이를 펼치자 ‘사망 당시 유급 노동 기록 없음’이라는 문구와 두 아이의 이름이 드러난다. “침상을 안 줬어, 당신 심장을 함께 품어야 아이들 몸에 피를 돌릴 수 있었어.” 이로가 종이의 구겨진 모서리를 펴는 동안 차문오는 은빛 막으로 향하던 손을 거둔다.

차문오는 통지서를 명찰 크기로 접어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아이들에게 먼저 취직을 시켰어야 했군, 시청이 참 교육적이야”라고 말하지만, 명찰을 받아 드는 손가락은 두 번이나 빗나간다. 차문오는 이로의 벌어진 앞치마를 여민 뒤 떨어진 튤립의 리본으로 묶고, 높은 환기구 아래 코발트색 그림자를 지나 그녀를 제단 쪽으로 부축한다. 명찰을 쥔 손이 자기 흉부 앞에서 멈추고, 그 아래 노출된 심장은 계속 뛴다.

장면 05·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를 넘긴 뒤

원본은 한 사람

원본은 한 사람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과 제단 뒤 높은 환기구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를 넘긴 뒤
사건차문오는 이로의 부축을 받으며 열린 흉부를 제단의 점검 단자에 연결한다. 자신의 심장 기록을 요구한 접속으로 시민들의 원본 번호까지 화면에 펼쳐지고, 모든 번호 옆에 차문오의 이름이 나타난다. 문밖에서 용접이 시작되자 차문오는 접속선을 뽑고, 이로와 함께 제단 뒤 높은 환기구의 나사를 풀어 철망 아래쪽을 연다.
영향이로가 품고 있는 원래 심장과 차문오의 현재 심장이 서로 다른 경로로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드러난다. 차문오의 몸에 대한 확인은 도시 전체의 복원 기록으로 번지고, 봉쇄가 시작되면서 두 사람은 설명을 더 듣는 대신 탈출구를 직접 열어야 한다. 열린 철망은 아직 누구도 통과하지 않은 채 차문오의 팔에 걸린다.

차문오는 성 바르나바 성당의 제단에서 점검선을 자기 흉부 단자에 밀어 넣고, 이로는 네 번 접은 행주로 열린 덮개를 받쳐 선이 심장 쪽으로 꺾이지 않게 붙든다. 진홍색 창빛 아래 표시창에 ‘생체 복제본’이라는 글자가 뜨자 차문오는 명찰을 쥔 손으로 원본 조회 버튼을 누른다. 화면이 길게 갈라지며 배달원과 청소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등록 번호가 펼쳐지고, 원본 칸에는 한 줄도 빠짐없이 ‘차문오’가 찍힌다.

차문오는 자기 이름이 이어지는 화면을 손바닥으로 가리지만, 이로가 그 손을 내려 두 사람의 접속 번호를 나란히 드러낸다. “내 심장이 시청보다 직원을 많이 뒀군. 나는 채용 면접도 못 봤는데.” 차문오가 말하는 동안 이로는 벌어진 앞치마의 노란 리본을 당겨 은빛 막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덮개 밑 행주를 더 깊이 밀어 넣는다. 문밖에서 용접 불빛이 번쩍여 빵을 나누는 손의 창무늬를 하얗게 지우자, 차문오는 점검선을 뽑아 제단 위에 내던진다.

차문오는 제단 뒤 의자를 끌어 높은 환기구 아래에 놓고 올라서며, 이로는 의자 다리를 발로 고정한 채 꽃가위의 납작한 날을 나사 머리에 끼워 건넨다. 낮은 오르간 화음 위로 나사 하나가 검은 석판에 떨어지고, 차문오가 마지막 나사를 비틀어 빼자 이로는 떨어지는 철망을 두 손으로 밀어 올린다. 차문오는 철망 밑으로 금속 팔을 넣어 무게를 넘겨받고, 이로는 그의 발목을 붙든 채 틈으로 들어온 빗물에서 젖은 명찰을 건져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장면 06· 서른두 번째 오후, 네 시 봉쇄 시각을 앞두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손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손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 심장 제단 뒤 높은 환기구
시간서른두 번째 오후, 네 시 봉쇄 시각을 앞두고
사건차문오는 철망을 금속 팔로 받치고 이로가 아이를 환기구로 올리도록 돕는다. 빗물에 씻긴 경고판에는 복제 심장이 도시 경계를 벗어나면 정지한다고 적혀 있다. 차문오가 가족만 보내려 하자 이로는 그의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넘어가던 잠옷 소매를 다시 안으로 끌어들인다. 차문오는 가족을 내려받은 뒤 철망을 내려놓고 제단으로 돌아선다.
영향열린 환기구로 가족을 보내려던 시도가 중단된다. 이로는 다시 남편을 남겨 두고 떠나는 대신 그의 팔을 붙든 채 성당 안에 남는다. 차문오는 경계 밖으로 나가는 길을 포기하고, 자기 이름이 이어지는 제단의 점검 화면 앞으로 돌아간다.

차문오는 성 바르나바 성당의 높은 환기구에 걸친 철망을 팔꿈치로 밀어 올리고, 이로가 들어 올린 아이의 잠옷 소매를 틈 너머 빗물받이에 걸쳐 준다. 의자가 기울자 이로가 맨발로 다리를 눌러 세우고, 차문오의 벌어진 흉부 위로 코발트색 창빛이 흔들린다. 빗물이 벗겨 낸 경고판에는 ‘복제 심장 경계 이탈 시 박동 정지—가족 동반 예외 없음’이 드러나고, 차문오는 바깥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어 철망 밑에 넣는다.

“당신은 아이들 데리고 가, 나는 주소를 아주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모양이군.” 차문오가 이로의 등을 출구 쪽으로 밀자, 앞치마를 여민 노란 리본 아래 은빛 막이 벌어지고 이로는 그의 손목을 두 손으로 붙든다. “식탁은 네 자리야.” 이로는 한 손을 뻗어 밖으로 넘어간 잠옷 소매를 붙잡고, 차문오의 팔 아래로 아이를 되받아 가슴에 안는다.

차문오는 남은 아이까지 의자에서 내려받고, 이로가 발을 빼자 철망을 천천히 벽에 기대 세운다. 문밖의 용접 불빛이 빵을 나누는 손의 창무늬를 지우는 동안 오르간은 낮은 찬송의 첫 마디를 다시 짚고, 차문오는 이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제단으로 내려간다. 차문오는 화면을 가렸던 점검선을 옆으로 밀어 자기 이름이 줄지어 뜬 원본 칸을 드러내고, 이로와 맞잡은 손을 제단 가장자리에 올려놓는다.

챕터 03

장면 07·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네 시까지 십여 분 남은 때

꺼낼 수 없는 심장

꺼낼 수 없는 심장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과 고해실 아래 정비 보관함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네 시까지 십여 분 남은 때
사건차문오와 이로가 제단 덮개를 들어 올려 심장 고정받침을 드러낸다. 차문오가 받침의 해제 손잡이를 당기지만, 손잡이는 빠지고 그 아래에서 회수 불가 경고와 외부 순환 접속구가 나타난다. 이로는 그의 열린 흉부를 받치면서 빈 접속구를 가리킨다. 차문오는 연결 장비를 구하려고 고해실 아래 정비 보관함의 걸쇠를 꽃가위로 젖혀 연다.
영향되감기를 멈추는 장치에는 심장을 되찾을 출구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로는 심장 고정만으로 작업을 끝내려는 차문오의 손을 외부 순환 접속구로 돌려, 그의 몸을 유지할 장비도 함께 찾게 한다. 열린 보관함에서 폐기된 판단 장치들이 쏟아지고, 그중 찌그러진 덮개에 묶인 노란 리본이 다음 확인의 대상이 된다.

차문오는 이로와 맞잡았던 손을 풀어 성 바르나바 성당의 제단 덮개 밑에 넣고, 이로가 반대편을 받치자 촛농으로 붙은 가장자리를 밀어 올린다. 진홍색 창빛이 열린 심장 고정받침 안으로 길게 들어오고, 덮개 뒷면의 ‘생체 심장 고정 시 일일 초기화 종료’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고정 후 회수 불가’가 새겨져 있다. 차문오는 받침 옆 손잡이를 잡아당겨 뽑지만, 딸려 나온 짧은 금속봉에는 ‘점검용—해제 기능 없음’이라는 표찰만 매달려 있다. “반품은 안 받으면서 손잡이는 달아 놨군.”

이로는 금속봉을 제단 위에 내려놓고, 네 번 접은 행주로 차문오의 열린 흉부를 받친 채 그의 손을 빈 외부 순환 접속구에 가져다 댄다. 앞치마를 여민 노란 리본 아래로 은빛 막이 비치자 차문오가 리본 매듭을 바로잡지만, 이로는 그의 손가락을 다시 접속구 가장자리에 눌러 놓는다. “여기까지 연결해, 당신 몸도 남겨야지.” 문밖의 용접음이 오르간의 낮은 찬송을 끊자 차문오는 높은 환기구 아래 의자를 고해실 쪽으로 끌고 가 올라서서, 의자 밑 보관함을 막은 정비 걸쇠에 꽃가위의 납작한 날을 밀어 넣는다.

이로가 의자 다리를 붙드는 동안 차문오는 몸을 옆으로 뻗어 걸쇠를 젖히고, 코발트색 그림자가 드리운 검은 석판 위로 보관함 문을 떨어뜨린다. 폐기된 판단 장치들이 문 위에 미끄러져 나오자 이로가 두 손으로 받아 세우고, 차문오의 꽃가위 끝은 찌그러진 덮개에 묶인 노란 공단 리본 앞에서 멈춘다.

장면 08·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네 시까지 십여 분 남은 때

리본에 걸린 하루

리본에 걸린 하루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고해실 아래 정비 보관함과 심장 제단, 기억 속 시청 점검실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네 시까지 십여 분 남은 때
사건차문오는 이로가 받쳐 든 폐기 판단 장치를 노란 리본째 잡아당겨 보관함 밖으로 꺼낸다. 찌그러진 덮개에 꽃가위 끝이 맞물리면서, 하루 유예에 동의하고 첫 반복의 출구를 막았던 기억이 돌아온다. 이로는 의자에서 발을 헛디딘 차문오를 붙잡아 내려 세우고, 그가 장치를 다시 숨기려 하자 보관함 문을 닫는다. 차문오는 장치를 제단으로 옮겨 자신이 하루를 끝내지 못하게 했다고 털어놓는다.
영향차문오가 기다림의 증거로 간직한 리본은 그가 직접 출구를 막았다는 증거가 된다. 시청이 반복을 이용한 사실과 별개로, 차문오 자신이 허락하고 저지른 일이 이로 앞에 드러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아내가 떠난 이유만 남아 있지 않다.

차문오는 이로가 받친 폐기 판단 장치를 노란 공단 리본째 잡아당겨 꺼내고, 성 바르나바 성당의 고해실 아래 열린 보관함 문에 꽃가위를 떨어뜨린다. 가위 끝이 찌그러진 덮개의 홈에 걸리자 차문오의 손이 같은 각도로 꺾이고, 코발트색 창빛 위로 시청 점검실의 흰 형광등이 겹친다. 기억 속 차문오는 높은 정비 발판의 끊긴 난간을 한 손으로 건너 붙잡아 점검대로 내려간 뒤, 다음 달 근무표 위에 놓인 하루 유예 승인서에 손가락을 찍고 자기 흉부를 연다.

붉은 직인 옆의 ‘가족 대피를 위한 하루’ 아래로 연결 걸쇠가 맞물리고, 낮고 높은 금속음 사이에 녹음된 승인 음성이 끼어든다. 이어 첫 반복의 성당 바닥이 번쩍인다. 차문오의 꽃가위가 로봇 사제의 가슴 덮개를 찍고, 그의 입에서 “이로가 돌아오기 전에는 끝내지 마”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현재의 의자가 기울자 이로가 차문오의 허리를 붙잡아 내려 세우고, 앞치마 틈의 은빛 막으로 그의 열린 흉부를 가린다.

차문오는 장치를 보관함으로 밀어 넣으려 하지만 이로가 먼저 문을 닫아 그 손을 막자, 장치를 안고 제단까지 걸어가 회수 불가 표찰 옆에 내려놓는다. “하루만 빌린 줄 알았어, 아주 성실하게 연장했군.” 차문오는 웃지 못한 채 리본 매듭을 누르다가 “내가 끝내지 못하게 했어”라고 말하고, 이로가 그의 손에서 꽃가위를 빼내 두 사람 사이에 눕힌다.

장면 09·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이 분

떠나는 길에서 가져오는 길로

떠나는 길에서 가져오는 길로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과 높은 환기구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이 분
사건차문오는 폐기 판단 장치의 리본을 풀고 심장 고정받침으로 손을 뻗는다. 이로는 그의 손목을 붙잡아 빈 외부 순환 접속구에 눌러 놓는다. 차문오는 검은 석판에 꽃집 냉장고의 펌프와 냉각통 연결 순서를 그리고, 의자를 환기구 아래로 옮겨 철망을 다시 들어 올린다. 이로는 기울어지는 의자를 붙들고 환기구 바깥의 종탑까지 이어지는 빗물받이를 짚는다.
영향심장을 내놓는 것으로 끝내려던 차문오의 행동이 중단된다. 이로는 남편의 몸을 살릴 연결까지 요구하고, 차문오는 서른한 번의 하루 동안 꽃을 보존한 장비를 자기 생존에 쓰기로 한다. 가족을 내보내려던 환기구는 이제 장비를 들여올 통로로 열린다. 두 사람은 네 시가 오기 전에 헤어지는 대신, 돌아올 길을 함께 만든다.

차문오는 성 바르나바 성당의 제단 위에서 찌그러진 판단 장치의 노란 리본을 풀어 덮개에 내려놓고, 다른 손을 심장 고정받침 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번에는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이로는 그 손목을 낚아채 빈 순환 접속구로 돌리고, 벌어진 앞치마 아래 은빛 막이 드러나도록 몸을 붙여 그의 팔을 막는다. “문만 열지 말고, 당신도 남겨.”

차문오는 받침에서 손을 빼고 촛농 조각으로 검은 석판에 냉각통과 펌프를 그린 뒤, 자기 흉부까지 굵은 선을 잇는다. 진홍색 창빛이 선 끝을 덮자 이로는 접은 행주를 그 자리에 놓아 접속구의 크기를 표시하고, 차문오는 꽃집 쪽 창문을 가리킨다. “꽃은 서른한 번 살려 놨는데, 주인은 보증 대상인지 모르겠군.” 이로는 행주로 선이 끊긴 부분을 닦아 내고 그의 손가락을 잡아 냉각통까지 다시 이어 긋는다.

제단 시계가 세 시 오십이 분을 가리키자 차문오는 의자를 높은 환기구 아래로 끌고 가 올라서며, 이로는 의자 다리를 두 발 사이에 끼워 붙든다. 차문오가 철망을 어깨 위로 밀어 올리는 동안 오르간의 낮은 찬송에 문밖의 용접음이 끼어들고, 코발트색 창빛 너머로 젖은 구리 지붕과 종탑의 배달줄이 드러난다. 의자 한쪽 다리가 들리자 이로는 차문오의 발목을 붙잡아 제자리로 당긴 뒤, 빈손을 환기구 밖으로 내밀어 종탑까지 이어진 빗물받이를 짚는다.

챕터 04

장면 10·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이 분 직후

떠나는 줄의 반대쪽

떠나는 줄의 반대쪽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높은 환기구와 종탑 배달줄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이 분 직후
사건이로는 철망을 받친 차문오의 어깨를 딛고 환기구 밖으로 올라가 큰아이를 등에 묶는다. 차문오에게 자신이 돌아오기 전에는 심장 고정받침을 내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다. 안내 로봇의 청구서가 회수반을 지연시키는 동안 젖은 지붕을 건너고, 종탑 배달줄에 몸을 실어 꽃집 이층 난간으로 내려간다.
영향차문오는 환기구 안에 남아 이로가 돌아올 통로를 지킨다. 이로는 가족의 탈출에 쓰려던 줄을 남편의 생존 장비를 가져오는 길로 사용한다. 두 사람의 약속은 이제 네 시 전에 장비를 확보하고 돌아와야 하는 구체적인 시간 제한을 갖는다.

이로는 성 바르나바 성당의 높은 환기구에서 차문오의 어깨를 딛고 젖은 빗물받이 위로 올라서며, 그가 밀어 올린 큰아이를 받아 앞치마 끈으로 등에 묶는다. 벌어진 앞치마 틈의 은빛 막을 여민 뒤 차문오의 손목을 잡아 철망 아래로 끌어당긴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받침 내리지 마.” 차문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로가 끈 끝을 환기구 밖으로 빼낼 때까지 금속 손가락으로 매듭을 눌러 준다.

아래에서는 안내 로봇이 길게 출력한 청구서를 철망에 끼우고 “찢으시면 재산 훼손입니다. 납부하시면 제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알린다. 회수반의 장갑이 종이 앞에서 멈춘 틈에 이로는 큰아이의 무릎을 끌어 올려 묶고 청록색 구리 이음매를 따라 종탑으로 건너지만, 빗물받이를 넘어온 다른 장갑이 앞치마 자락을 붙든다. 이로는 자락을 빼앗듯 당겨 놓고 종탑의 배달줄에 고리를 걸며, 오르간의 낮은 찬송 사이로 밧줄 쓸리는 높은 소리를 끼워 넣는다.

이로가 두 발을 지붕에서 떼자 줄이 처지고, 등 뒤 큰아이의 잠옷 소매가 그녀의 목 앞에서 단단히 맞물린다. 백색 용접광 위로 몸을 밀어 보낸 이로는 길 건너 꽃집 ‘네 시 전’의 이층 난간을 붙잡고 한쪽 무릎을 걸친다. 성당 쪽으로 돌아본 그녀가 빈손을 들어 보이자, 환기구 안의 차문오도 철망을 받친 팔을 조금 들어 올리고 내려놓는다.

장면 11·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사 분부터 오십육 분까지

꽃을 쏟아 만든 통로

꽃을 쏟아 만든 통로
장소꽃집 ‘네 시 전’의 튤립 냉장고와 이층 난간, 성당 종탑으로 이어진 배달줄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사 분부터 오십육 분까지
사건이로는 이층 난간을 넘어 큰아이를 내려놓고, 냉장고를 가로막은 꽃집 고용주에게 보관 중인 튤립을 쏟는다. 고용주가 꽃을 받아 드느라 물러난 사이 배달원은 순환 펌프의 고정쇠를 풀고, 이로는 냉각통을 배달줄에 묶는다. 장비를 종탑 쪽으로 끌어 올리는 순간 흡입관이 난간의 압류 표식 고정쇠에 걸려 찢어진다.
영향가족의 재회를 위해 보존하던 꽃들이 장비를 반출할 통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로는 펌프와 냉각통을 확보하지만, 손상된 흡입관 때문에 장비를 그대로 문오에게 연결할 수 없게 된다. 네 시까지 남은 시간 안에 운반뿐 아니라 수리도 끝내야 한다.

이로는 꽃집 ‘네 시 전’의 이층 난간을 넘어 큰아이를 안쪽에 내려놓고, 열린 튤립 냉장고 앞을 막은 꽃집 고용주의 두 팔에 노란 꽃을 쏟아 붓는다. 흰 냉장고 불빛 아래 갈색 잎끝과 새틴 리본이 그의 소매에 걸리고, 그는 꽃을 떨어뜨리지 않으려 팔꿈치를 모으면서도 “남편분도 냉장고도 비용을 지불한 재산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로는 남은 꽃다발까지 그의 품에 밀어 넣는다. “그럼 주인도 냉장 보관하시지 그랬어요.”

꽃집 고용주가 작업대에 꽃을 내려놓는 사이 배달원은 낮은 음을 내던 펌프의 고정쇠를 풀고, 이로는 냉각통 손잡이에 배달줄을 두 번 감는다. 고용주가 반대쪽 손잡이를 잡자 이로는 앞치마 틈으로 드러난 은빛 막을 팔꿈치로 가린 채 통을 문턱 너머로 당기고, 그의 구두가 젖은 튤립 위에서 미끄러진다. 큰아이가 난간 안쪽에서 줄의 남은 끝을 건네자 이로는 아이를 다시 등에 묶고, 성당 환기구를 향해 냉각통을 들어 보인다.

길 건너 차문오가 철망을 받친 팔을 뻗어 종탑 쪽을 가리키는 동안, 이로는 배달원이 밀어 올린 펌프를 줄에 걸고 난간 바깥으로 몸을 내린다. 성당의 낮은 찬송 위로 줄 쓸리는 소리가 치솟고, 펌프의 투명 흡입관이 난간에 붙은 압류 표식 고정쇠에 걸려 팽팽해진다. 이로가 발을 난간에 짚고 되당기지만 관은 길게 찢어져 풀려나고, 그녀는 새어 나오는 물 아래 접은 행주를 눌러 댄 채 펌프를 가슴에 끌어안는다.

장면 12·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팔 분

붙잡던 손으로 관을 잇다

붙잡던 손으로 관을 잇다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높은 환기구와 심장 제단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팔 분
사건이로는 찢어진 흡입관을 행주로 막은 채 환기구를 넘어 파손된 펌프를 제단까지 가져온다. 차문오는 자신을 붙잡은 청소 노동자의 손을 뿌리치는 대신 갈라진 손목 관절에 앞치마를 감아 준다. 이로가 두 사람 사이에 펌프를 내려놓자, 청소 노동자는 차문오를 놓고 흡입관의 찢어진 양끝을 붙든다. 시민들이 폐기 부품으로 관을 이어 붙이고, 이로는 완성된 관을 차문오의 열린 흉부에 연결한다.
영향차문오를 저지하던 손이 그의 몸을 살릴 장비를 고치는 손으로 바뀐다. 손상된 흡입관 때문에 중단될 뻔한 연결 작업이 다시 진행된다. 차문오는 이로가 돌아오기 전에는 심장을 고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두 사람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되돌릴 수 없는 받침 앞에 함께 선다.

이로는 파손된 펌프를 품에 끌어안고 성 바르나바 성당의 높은 환기구 턱을 넘어, 차문오가 뻗은 팔에 냉각통 손잡이를 걸어 준다. 뒤따라 내려온 큰아이의 잠옷 소매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창밖으로 튕겨 나간 배달줄이 청록색 구리 지붕을 때린다. 제단 쪽에서 시청 담당자가 “내일부터 고장은 본인 부담입니다”라고 말하자, 청소 노동자가 차문오의 어깨를 붙잡아 열린 심장 고정받침에서 당겨 낸다.

차문오는 그 손을 떼지 않고 앞치마를 벗어 청소 노동자의 벌어진 손목 관절에 두 번 감는다. “내일 꽃집으로 오세요. 꽃만 고집하던 영업 방침은 오늘로 폐기합니다.” 이로가 두 사람 사이에 펌프를 내려놓고 젖은 행주를 걷자 길게 찢어진 관이 벌어지고, 청소 노동자는 차문오의 어깨를 놓아 그 양끝을 눌러 잡는다. 로봇 사제가 고해실에서 가져온 폐기 부품을 쏟아 놓자 작은아이는 자기 이름이 새겨진 황동 명판을 관 아래에 밀어 넣고, 시민들은 그 위에서 짧은 연결관과 조임쇠를 맞물린다.

오르간의 낮은 찬송 아래 금속 조임쇠가 차례로 닫히는 동안, 이로는 앞치마 틈으로 벌어진 은빛 막을 여미지도 않고 완성된 관을 차문오의 열린 흉부까지 끌어 올린다. 차문오가 그녀의 젖은 손을 받쳐 접속구에 함께 누르자 관이 고정되고, 이로는 다른 손으로 회수 불가 표찰 옆에 놓인 그의 손목을 붙든다. 세 시 오십구 분을 가리키는 시계 아래, 차문오는 손바닥을 연결받침 위에 펴고 이로는 그 곁에서 관을 놓지 않는다.

챕터 05

장면 13· 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구 분에서 네 시까지

돌아오지 않는 받침

돌아오지 않는 받침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
시간서른두 번째 반복, 오후 세 시 오십구 분에서 네 시까지
사건차문오는 순환관을 붙든 이로와 함께 접속구를 잠근 뒤, 자신의 심장이 놓인 연결받침을 내린다. 이로는 그의 손목을 놓는 대신 펌프를 켜고 흉부에 연결된 관을 받친다. 네 시 종소리와 함께 고정쇠가 닫히고 차문오의 가슴에서 박동음이 끊긴다. 펌프는 돌아가지만 투명관에는 냉각수 대신 공기가 밀려든다.
영향되감기를 멈출 심장이 제단에 고정되고, 차문오가 자기 몸으로 심장을 되돌릴 길은 닫힌다. 두 사람이 마련한 순환 장치는 가동되지만 부족한 냉각수 때문에 그의 몸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로는 움직이지 않는 차문오를 붙든 채, 꽃이 담긴 보관통 쪽으로 손을 뻗어야 한다.

차문오는 이로가 붙든 순환관의 접속쇠를 함께 잠그고, 성 바르나바 성당의 열린 제단 안으로 심장 연결받침을 밀어 내린다. 진홍색 창빛 아래에서 이로가 그의 손목을 붙잡자, 차문오는 받침을 멈추고 그녀의 젖은 손을 내려다본다. “저녁 약속부터 해요. 식사 중에 퇴근하시는 건 사양하겠어요.” 차문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로는 그의 손목에서 손을 옮겨 황동 추모 명판 위의 펌프 스위치를 누른다.

차문오가 다시 받침을 누르자 회수 불가 표찰 아래의 고정쇠가 차례로 닫히고, 흉부에서 제단으로 이어진 짧은 연결관이 팽팽해진다. 이로의 앞치마 틈에 드러난 은빛 막과 지붕에서 쓸린 배달줄 자국 위로 코발트색 빛이 걸리는 동안, 차문오는 남은 손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여며 준다. 네 시 종소리가 오르간의 낮은 찬송을 덮고, 차문오의 가슴에서 박동음이 끊긴다.

이로는 흉부 접속구를 두 손으로 눌러 붙이지만 돌아가는 펌프의 투명관에는 물 대신 길쭉한 공기방울이 차오른다. 차문오의 금속 손가락이 옷자락에서 미끄러지자 이로는 그 손을 자기 무릎 위에 받치고, 노란 튤립이 비스듬히 담긴 보관통 손잡이를 끌어당긴다.

장면 14· 네 시 종소리가 끝나기 직전부터 오후 네 시 일 분까지

꽃을 버려 얻은 한 시간

꽃을 버려 얻은 한 시간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
시간네 시 종소리가 끝나기 직전부터 오후 네 시 일 분까지
사건이로는 튤립 보관통을 기울여 꽃 사이에 남은 냉각수를 순환통에 붓는다. 꽃줄기가 배수구를 막자 두 손으로 꽃을 눌러 짜고, 갈색 잎과 노란 꽃송이를 검은 석판 위로 밀어낸다. 냉각수가 흉부까지 도달하자 차문오는 손가락을 움직여 기울어지는 통을 받친다. 그의 눈이 다시 열리고, 제단 시계는 새벽 여섯 시로 돌아가지 않은 채 네 시 일 분을 가리킨다.
영향서른한 번의 하루 동안 꽃을 보존했던 냉각수가 차문오의 몸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이로는 재회의 선물을 버리는 대신 선물을 건넬 사람을 붙잡는다. 되감기는 멈췄지만 차문오의 심장은 제단에 고정된 그대로이며, 두 사람은 순환관이 허락하는 거리 안에서 첫 저녁을 마련해야 한다.

이로는 차문오의 손을 무릎에 받친 채 튤립 보관통을 끌어당겨 순환통 위로 뒤집고, 노란 꽃송이들이 성 바르나바 성당의 검은 석판에 쏟아진다. 차문오의 반쯤 감긴 눈앞에서 코발트색 창빛이 가늘어지는 동안, 투명관의 긴 공기방울은 흉부 접속쇠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다. 통 입구에 엉킨 줄기를 이로가 양손으로 꺾어 누르자, 배달줄에 쓸린 손목과 앞치마 틈의 은빛 막 위로 진홍색 빛이 번진다.

“꽃값은 나중에 따져요. 살아서 청구해요.” 이로는 눌린 꽃다발을 바닥으로 밀어내고 마지막 물줄기를 순환통에 흘려 넣는다. 네 시 종의 마지막 울림 아래에서 펌프가 헛도는 소리를 멈추고, 황동 추모 명판 위의 관이 물로 차오른다.

차문오의 금속 손가락이 이로의 무릎에서 들려 기울어진 통 바닥을 받치고, 이로는 통을 내려놓지 않은 채 그의 열린 흉부와 얼굴을 번갈아 들여다본다. 차문오는 눈을 뜨고 입술을 움직인다. “청구서는 식후에.” 빵을 나누는 손이 그려진 창 아래, 차문오가 붙잡은 이로의 소매 너머로 시곗바늘이 네 시 일 분의 눈금을 넘고 갈색 잎 한 장이 빈 보관통 가장자리에서 떨어진다.

장면 15· 되감기가 멈춘 첫날, 오후 네 시 일 분부터 다섯 시까지

집이 도착하는 자리

집이 도착하는 자리
장소성 바르나바 성당의 심장 제단, 그 앞에 옮겨 온 네 사람의 식탁
시간되감기가 멈춘 첫날, 오후 네 시 일 분부터 다섯 시까지
사건이로는 차문오의 손 아래에서 빈 보관통을 빼내고, 은하아파트의 식탁을 제단 앞으로 가져온다. 차문오가 식탁을 당기다가 순환관이 팽팽해지자 이로는 식탁을 돌려 관이 꺾이지 않는 자리를 만든다. 차문오는 눌린 노란 튤립을 이로의 물컵에 꽂고, 내일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꺼낸 뒤 그녀의 의자를 자기 곁으로 당긴다.
영향차문오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조건은 그대로지만, 네 사람의 식탁은 더 이상 은하아파트에서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로는 남편의 기억을 확인하는 대신 그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 준다. 두 사람은 다시 사라질 아침이 아니라, 함께 앉을 내일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로는 차문오가 받친 빈 보관통을 내려놓고 그의 손을 제단 가장자리에 얹은 뒤, 바닥의 노란 꽃들을 밀어 순환관 옆에 통로를 낸다. 은하아파트에서 식탁을 가져온 이로가 초승달 자국 난 모서리를 밀어 붙이자, 차문오는 금속 손가락으로 맞은편 모서리를 잡아당긴다. 흉부의 관이 팽팽해지자 이로가 식탁을 멈추고 비스듬히 돌려 놓으며 말한다. “집까지 배달했으니 주소 변경은 당신이 해요. 제단이라고 쓰면 됩니다.”

차문오는 바닥에서 건진 눌린 튤립 한 송이를 이로의 물컵에 꽂고, 배달줄에 쓸린 그녀의 손목 아래로 접은 행주를 밀어 준다. 진홍색과 코발트색 창빛 아래 이로가 앞치마 틈의 은빛 막을 여미고 네 접시에 빵을 나누자, 차문오는 그녀의 접시를 붙들어 자기 쪽으로 조금 옮긴다. “내일 당신이 또 낯선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어.” 이로는 빵을 내려놓고 그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 준다.

차문오는 순환관을 피해 이로의 의자를 당겨 두 사람의 무릎이 닿게 하고, “그러면 내일도 여기 앉아 줘”라고 말한다. 이로가 자주색 방석에 앉아 그의 손과 함께 빵을 자르는 동안, 오르간의 낮은 화음 위로 다섯 시 종이 울리고 물컵 속 찌그러진 노란 꽃이 두 접시 사이에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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