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1
마지막 조각의 체온

- 장소
- 산 클레멘테 비밀 예배실
- 시간
- 늦가을 새벽 3시 17분 전, 3시 04분
- 사건
- 박재완은 청동 향로의 몸통을 돌제단 위에 밀어 놓고, 마지막 조각만 안쪽 주머니 깊숙이 숨긴다. 루치아 베르톨리는 비밀 예배실 문가에서 습도 카드를 빼앗듯 낚아채고, 그 뒷면에 적힌 박재완의 시간 계산을 손전등으로 훑는다. 박재완이 사라진 손등 흉터 자리를 문지르며 변명을 하자, 루치아는 그의 손목을 잡아 제단 아래 초록빛 물받이 쪽으로 끌어당긴다. 물받이에 뒤집힌 성인 얼굴 대신 진흙 묻은 손바닥이 한순간 비치고, 박재완의 주머니 속 조각은 천 너머로 따뜻하게 뛰기 시작한다.
- 영향
- 박재완은 향로를 완성하지 않고 3시 17분을 넘기려는 자기 계획을 루치아에게 들킨다. 루치아는 그가 복원가가 아니라 무언가를 숨기는 도망자라고 확신하고, 이후 그를 감시하고 가두려는 행동에 명분을 얻는다. 마지막 조각이 박재완의 체온에 반응하면서 향로와 시간열이 이미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첫 장면에서 드러난다. 비밀 예배실은 작업장이 아니라 덫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박재완은 청동 향로의 몸통을 젖은 돌제단 위로 밀어 놓고, 맞물려야 할 마지막 조각을 안쪽 주머니 밑단까지 밀어 넣었다. 낮은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산화된 청동 위에 튀자 초록빛이 얇게 번졌고, 벽돌 틈의 석회 가루가 그의 소매에 눈처럼 묻었다. 그는 습도 카드 뒷면에 3:04, 3:09, 3:16을 적고 마지막 칸을 비워 두었다. 사라진 손등 흉터 자리를 엄지로 문지르자, 피부는 낯선 사람의 것처럼 매끈했다. 그때 루치아 베르톨리가 손전등을 그의 손등에 딱 붙였다. “박 선생, 습도 기록에 자기 장례 시간까지 적는 건 우리 성당 양식에 없어.”
박재완이 카드를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으려 하자 루치아가 먼저 낚아챘다. 황동 열쇠 꾸러미가 그녀의 손목에서 짧게 울렸고, 그 소리에 제단 밑 물받이의 초록 물방울들이 한꺼번에 떨렸다. 박재완은 마른 면봉을 입술에 대다 멈췄다. 금속 맛 대신 젖은 보리 냄새가 목 안쪽을 긁고 올라왔다. 루치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고 곧장 재킷 안쪽의 불룩한 선을 겨눴다. “거기 숨긴 건 성물이에요, 아니면 애인 편지예요? 둘 다 여기선 문제야.”
박재완은 한 걸음 물러서며 향로 몸통을 팔꿈치로 가렸고, 루치아는 작고 빠른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제단 아래로 끌었다. 물받이 속에는 뒤집힌 성인 얼굴이 아니라 진흙 묻은 손 하나가 손가락을 벌린 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박재완의 주머니 속 마지막 조각이 천 너머로 살아 있는 살처럼 따뜻해졌다. 그는 습도 카드의 빈 마지막 칸을 보았고, 루치아는 손전등을 더 낮춰 그의 주머니에 둥근 빛을 박았다. 물방울 하나가 돌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종소리를 냈다.
박재완이 카드를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으려 하자 루치아가 먼저 낚아챘다. 황동 열쇠 꾸러미가 그녀의 손목에서 짧게 울렸고, 그 소리에 제단 밑 물받이의 초록 물방울들이 한꺼번에 떨렸다. 박재완은 마른 면봉을 입술에 대다 멈췄다. 금속 맛 대신 젖은 보리 냄새가 목 안쪽을 긁고 올라왔다. 루치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고 곧장 재킷 안쪽의 불룩한 선을 겨눴다. “거기 숨긴 건 성물이에요, 아니면 애인 편지예요? 둘 다 여기선 문제야.”
박재완은 한 걸음 물러서며 향로 몸통을 팔꿈치로 가렸고, 루치아는 작고 빠른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제단 아래로 끌었다. 물받이 속에는 뒤집힌 성인 얼굴이 아니라 진흙 묻은 손 하나가 손가락을 벌린 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박재완의 주머니 속 마지막 조각이 천 너머로 살아 있는 살처럼 따뜻해졌다. 그는 습도 카드의 빈 마지막 칸을 보았고, 루치아는 손전등을 더 낮춰 그의 주머니에 둥근 빛을 박았다. 물방울 하나가 돌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종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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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산 클레멘테 성당 지하 비밀 예배실 - 새벽 전
낮은 천장. 젖은 벽돌. 손전등 없이도 물기가 희미한 녹색으로 숨을 쉰다.
전경의 돌제단 위로, 박재완의 손이 청동 향로 몸통을 천천히 밀어 놓는다. 산화된 표면에 손가락 자국이 검게 남는다.
천장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딱.
청동 위에 닿자 초록빛이 얇게 번진다. 곰팡이처럼, 그러나 너무 규칙적으로.
박재완은 숨을 세 번 고른다. 회색 리넨 소매에는 벽돌 틈에서 떨어진 석회 가루가 눈처럼 묻어 있다.
그는 안쪽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어, 맞물려야 할 마지막 청동 조각을 더 아래로 밀어 넣는다. 밑단 가까이. 몸에서 떼어 놓고 싶은데, 더 몸 안으로 숨기는 동작이다.
제단 옆 작은 작업등 아래, 습도 카드 한 장.
박재완은 연필로 뒷면에 적는다.
3:04
3:09
3:16
마지막 칸은 비워 둔다.
그의 엄지가 손등을 문지른다. 있어야 할 오래된 흉터가 없다. 피부는 매끈하다. 너무 깨끗하다.
박재완은 그 자리를 한 번 더 문지른다. 마치 힘을 주면 흉터가 다시 올라올 것처럼.
그때 흰 손전등 빛이 그의 손등에 딱 붙는다.
루치아 베르톨리, 문가에 서 있다. 버건디색 카디건 위로 회색 조끼, 손목에는 황동 열쇠 꾸러미. 눈은 웃고 있지만 빛은 움직이지 않는다.
루치아
박 선생, 습도 기록에 자기 장례 시간까지 적는 건 우리 성당 양식에 없어.
박재완은 손등을 빛 밖으로 빼려 한다.
박재완
장례가 아니라 관찰 기록입니다.
루치아
여기서 그 둘을 구분 못 한 사람이 꽤 많아.
그가 습도 카드를 접어 복원 앞치마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루치아의 손이 튀어나온다.
쏙.
카드가 그녀의 손으로 넘어간다.
열쇠 꾸러미가 짧게 울린다.
딸랑.
그 소리에 제단 밑 물받이의 초록 물방울들이 동시에 떤다. 작은 눈동자들처럼.
박재완은 그것을 본다.
루치아는 보지 않는다. 아니, 보지 않기로 한다.
루치아
(카드를 읽으며)
3시 4분. 9분. 16분.
마지막 칸은 왜 비워 놨어? 겸손해서?
박재완
돌려주세요.
루치아
싫어. 내가 숫자 좋아하는 남자를 믿어 본 적이 없어서.
박재완은 마른 면봉 하나를 집어 입술에 댄다. 버릇처럼 끝을 적시려다가 멈춘다.
그의 목 안쪽이 움직인다.
금속 맛이 아니다.
젖은 보리 냄새.
멀리, 벽 너머 어딘가에서 자루가 끌리는 듯한 낮은 마찰음이 난다.
박재완의 시선이 제단 아래 물받이로 떨어진다.
루치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손전등을 낮춘다. 곧장 그의 재킷 안쪽, 불룩하게 솟은 선을 겨눈다.
루치아
거기 숨긴 건 성물이에요, 아니면 애인 편지예요?
둘 다 여기선 문제야.
박재완
사적인 물건입니다.
루치아
성당 지하에서 새벽 세 시에 숨기는 사적인 물건은 보통 공적인 재앙이지.
박재완은 한 걸음 물러선다. 팔꿈치로 향로 몸통을 가린다. 조심스럽지만 너무 빠르다.
루치아의 눈썹이 올라간다.
루치아
아. 그 표정.
순례객이 프레스코 만지고 “전 안 만졌어요” 할 때랑 똑같아.
박재완
손전등 치우세요.
루치아
그럼 주머니를 비워.
침묵.
물방울 하나가 천장에서 맺힌다. 아직 떨어지지 않는다.
박재완의 손이 주머니로 가지 않는다. 대신 향로 가장자리를 누른다.
청동이 낮게 운다. 아주 먼 종처럼.
루치아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한 겹 벗겨진다. 그녀는 작고 빠른 손으로 박재완의 손목을 붙잡는다.
루치아
이리 와.
박재완
루치아 씨.
루치아
내 이름 부를 때 발음은 좋은데, 신뢰는 안 생겨.
그녀는 그의 손목을 제단 아래로 끌어 내린다. 박재완은 버티지만, 물받이 안을 보는 순간 힘이 빠진다.
물받이 속.
뒤집힌 성인 얼굴이어야 할 반사가 없다.
대신 진흙 묻은 손 하나가 떠오른다. 손가락을 벌린다. 도움을 청하는지, 잡아당기려는지 알 수 없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박재완의 숨이 끊긴다.
루치아도 봤다. 그러나 먼저 농담을 꺼낸다.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다.
루치아
우리 배수로가 요즘 손님 접대를 과하게 하네.
박재완의 안쪽 주머니가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
마지막 청동 조각이 천 너머로 따뜻해진다. 살아 있는 살처럼. 박재완은 그 열을 느끼고 턱을 굳힌다.
루치아의 손전등 빛이 더 낮아진다. 그의 주머니 위에 둥근 흰빛이 박힌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습도 카드가 있다.
비어 있는 마지막 칸.
박재완도 그것을 본다.
루치아
(작게)
박 선생.
그 칸에 뭐가 들어가?
박재완은 대답하지 않는다.
천장의 물방울이 마침내 떨어진다.
딱.
돌바닥에 닿은 소리는 물소리가 아니다.
작은 종소리다.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손전등의 둥근 빛 안에서, 박재완의 주머니가 한 번 더 따뜻하게 뛴다.
낮은 천장. 젖은 벽돌. 손전등 없이도 물기가 희미한 녹색으로 숨을 쉰다.
전경의 돌제단 위로, 박재완의 손이 청동 향로 몸통을 천천히 밀어 놓는다. 산화된 표면에 손가락 자국이 검게 남는다.
천장에서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다.
딱.
청동 위에 닿자 초록빛이 얇게 번진다. 곰팡이처럼, 그러나 너무 규칙적으로.
박재완은 숨을 세 번 고른다. 회색 리넨 소매에는 벽돌 틈에서 떨어진 석회 가루가 눈처럼 묻어 있다.
그는 안쪽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어, 맞물려야 할 마지막 청동 조각을 더 아래로 밀어 넣는다. 밑단 가까이. 몸에서 떼어 놓고 싶은데, 더 몸 안으로 숨기는 동작이다.
제단 옆 작은 작업등 아래, 습도 카드 한 장.
박재완은 연필로 뒷면에 적는다.
3:04
3:09
3:16
마지막 칸은 비워 둔다.
그의 엄지가 손등을 문지른다. 있어야 할 오래된 흉터가 없다. 피부는 매끈하다. 너무 깨끗하다.
박재완은 그 자리를 한 번 더 문지른다. 마치 힘을 주면 흉터가 다시 올라올 것처럼.
그때 흰 손전등 빛이 그의 손등에 딱 붙는다.
루치아 베르톨리, 문가에 서 있다. 버건디색 카디건 위로 회색 조끼, 손목에는 황동 열쇠 꾸러미. 눈은 웃고 있지만 빛은 움직이지 않는다.
루치아
박 선생, 습도 기록에 자기 장례 시간까지 적는 건 우리 성당 양식에 없어.
박재완은 손등을 빛 밖으로 빼려 한다.
박재완
장례가 아니라 관찰 기록입니다.
루치아
여기서 그 둘을 구분 못 한 사람이 꽤 많아.
그가 습도 카드를 접어 복원 앞치마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루치아의 손이 튀어나온다.
쏙.
카드가 그녀의 손으로 넘어간다.
열쇠 꾸러미가 짧게 울린다.
딸랑.
그 소리에 제단 밑 물받이의 초록 물방울들이 동시에 떤다. 작은 눈동자들처럼.
박재완은 그것을 본다.
루치아는 보지 않는다. 아니, 보지 않기로 한다.
루치아
(카드를 읽으며)
3시 4분. 9분. 16분.
마지막 칸은 왜 비워 놨어? 겸손해서?
박재완
돌려주세요.
루치아
싫어. 내가 숫자 좋아하는 남자를 믿어 본 적이 없어서.
박재완은 마른 면봉 하나를 집어 입술에 댄다. 버릇처럼 끝을 적시려다가 멈춘다.
그의 목 안쪽이 움직인다.
금속 맛이 아니다.
젖은 보리 냄새.
멀리, 벽 너머 어딘가에서 자루가 끌리는 듯한 낮은 마찰음이 난다.
박재완의 시선이 제단 아래 물받이로 떨어진다.
루치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손전등을 낮춘다. 곧장 그의 재킷 안쪽, 불룩하게 솟은 선을 겨눈다.
루치아
거기 숨긴 건 성물이에요, 아니면 애인 편지예요?
둘 다 여기선 문제야.
박재완
사적인 물건입니다.
루치아
성당 지하에서 새벽 세 시에 숨기는 사적인 물건은 보통 공적인 재앙이지.
박재완은 한 걸음 물러선다. 팔꿈치로 향로 몸통을 가린다. 조심스럽지만 너무 빠르다.
루치아의 눈썹이 올라간다.
루치아
아. 그 표정.
순례객이 프레스코 만지고 “전 안 만졌어요” 할 때랑 똑같아.
박재완
손전등 치우세요.
루치아
그럼 주머니를 비워.
침묵.
물방울 하나가 천장에서 맺힌다. 아직 떨어지지 않는다.
박재완의 손이 주머니로 가지 않는다. 대신 향로 가장자리를 누른다.
청동이 낮게 운다. 아주 먼 종처럼.
루치아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한 겹 벗겨진다. 그녀는 작고 빠른 손으로 박재완의 손목을 붙잡는다.
루치아
이리 와.
박재완
루치아 씨.
루치아
내 이름 부를 때 발음은 좋은데, 신뢰는 안 생겨.
그녀는 그의 손목을 제단 아래로 끌어 내린다. 박재완은 버티지만, 물받이 안을 보는 순간 힘이 빠진다.
물받이 속.
뒤집힌 성인 얼굴이어야 할 반사가 없다.
대신 진흙 묻은 손 하나가 떠오른다. 손가락을 벌린다. 도움을 청하는지, 잡아당기려는지 알 수 없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박재완의 숨이 끊긴다.
루치아도 봤다. 그러나 먼저 농담을 꺼낸다.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다.
루치아
우리 배수로가 요즘 손님 접대를 과하게 하네.
박재완의 안쪽 주머니가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
마지막 청동 조각이 천 너머로 따뜻해진다. 살아 있는 살처럼. 박재완은 그 열을 느끼고 턱을 굳힌다.
루치아의 손전등 빛이 더 낮아진다. 그의 주머니 위에 둥근 흰빛이 박힌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습도 카드가 있다.
비어 있는 마지막 칸.
박재완도 그것을 본다.
루치아
(작게)
박 선생.
그 칸에 뭐가 들어가?
박재완은 대답하지 않는다.
천장의 물방울이 마침내 떨어진다.
딱.
돌바닥에 닿은 소리는 물소리가 아니다.
작은 종소리다.
두 사람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손전등의 둥근 빛 안에서, 박재완의 주머니가 한 번 더 따뜻하게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