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아르카디아’의 외곽 구역, 어린 미술가 오랑이는 텅 빈 격납고에 앉아 희미하게 닳은 크레용으로 낡은 종이 위에 별을 그린다.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처럼 묵묵한 수연이가, 그리고 이따금씩 은하계 남부 억양이 묻어나는 자히르가 함께한다. 세 아이는 각자 다른 상실과 결핍을 안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별’에 대한 소문이 같은 불씨처럼 타오른다. 오랑이는 자신의 소원을 말로 꺼내지 못한 채, 그림을 통해서만 불안과 그리움을 토로한다. 수연이는 무너진 가족을 대신해 모두를 책임지려 애쓰고, 자히르는 꿈이란 결국 거래의 대상일 뿐이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감춘다. 그러나, 그들 모두 아직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한 결핍을 품고 있다.
어느 날, 우주정거장을 스쳐 지나가는 ‘별의 행렬’이 관측되고, 전설처럼 떠도는 ‘소원별’이 근처를 지날 것이란 방송이 울려 퍼진다. 오랑이의 조심스러운 호기심과 수연이의 결단, 그리고 자히르의 현실적 계산이 맞물려, 세 아이는 소원을 찾아 위험한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출발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정거장 외벽의 중력 교란으로 인해 우주선은 예상과 다르게 미지의 좌표로 빨려 들어가고, 폭발과 추격전 끝에 그들은 ‘은하은행’이라는 기이한 행성에 불시착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꿈과 소원이 종이처럼 거래되고, 그 대가는 실질적인 현금으로 환산되어 유혹의 시장이 펼쳐진다.
‘꿈 시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이 곧바로 가격표로 환산되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오랑이의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소망, 수연이의 불안 속의 안식, 자히르의 잊혀진 자유—모두가 눈앞에서 숫자로 변환되고, 행성의 딜러들은 달콤한 언변으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오랑이는 처음엔 자신의 꿈을 팔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족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제안 앞에 흔들린다. 수연이는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안식을 포기할지, 아니면 한 번쯤은 남들에게 의지할지 갈등한다. 자히르는 이 모든 시스템의 허점을 간파하며, 자신의 기술로 꿈 데이터의 거래 기록을 해킹해 일행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나 유혹과 거래, 배신이 얽히면서 세 아이의 관계는 급격히 흔들린다. 수연이는 오랑이가 가족의 환영에 빠져 꿈을 거래할 뻔한 것을 막으려다, 자신도 모르게 오랑이에게 상처를 준다. 자히르는 거래 시스템의 오류를 이용해 모두의 꿈을 ‘현금화’시키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미련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행성의 관리자들은 이들을 쫓으며, 꿈을 팔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강제로 거래 시스템에 묶으려 한다. 추격전과 치열한 전투 속에서, 오랑이는 그림을 그릴 때만 느꼈던 진짜 소원의 감각—‘누군가 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서서히 자각한다.
결국, 세 아이는 은하은행 시스템의 심장부에 침투한다. 자히르는 마지막 해킹을 감행해 거래 기록을 리셋시키려 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유일한 소원(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의 기억)을 시스템에 영구적으로 넘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수연이는 모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책임감’을 포기하고, 처음으로 오랑이에게 기대려 한다. 오랑이는 두 친구의 희생 앞에서, 자신도 이제는 그림 뒤에 숨지 않고, ‘함께 있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입 밖에 내게 된다. 그 순간, 시스템이 붕괴되고, 꿈의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폭발과 혼란 속에서, 세 아이는 가까스로 행성을 탈출한다. 그들은 각자의 결핍을 완전히 채우진 못했지만, 소원이란 결코 종이 한 장의 값으로 환산될 수 없음을, 그리고 진짜 소원은 타인의 곁에 머무르고자 하는 작은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다. 돌아오는 우주선 안, 오랑이는 더 이상 그림자처럼 뒤에 서 있지 않는다. 수연이는 처음으로 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히르는 꿈이 단순한 거래가 아님을, 그리고 자신의 미련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음을 조용히 인정한다.
이제 세 아이는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품은 채, 우주정거장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모험은 우주를 뒤흔드는 대사건으로 남았지만, 정작 가장 큰 변화는 서로를 이해하고, 소원을 나누려는 마음의 틈에서 시작된다. 꿈을 현금처럼 거래하는 은하은행의 유혹과 위협, 그리고 치열한 도주와 전투의 한가운데서, 오랑이와 수연이, 자히르는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진짜 소원을 발견한다. 그 소원은 누구에게도 팔 수 없는, 단 한 번의 용기와 선택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불완전한 자신 그대로, 다시 새로운 별을 꿈꿀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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