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인간의 영역에 발을 들였던 태고적 신화처럼, 꿈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 잠든 정신이 펼치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신화의 영역마저 침범하여, 꿈은 이제 최첨단 드림쉐어 시스템을 통해 공유되고 거래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서른둘의 꿈 해석 전문가 서예린은 고요한 카리스마를 지닌 채, 첨단 기술로 구현된 꿈의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예리한 눈빛과 나긋한 목소리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듯한 그녀의 능력은, 타고난 직관력과 꿈에 대한 학문적 탐구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어린 시절, 예지몽으로 가족을 화재 사고에서 구했던 경험은 그녀를 꿈의 세계로 이끌었고, 이후 꿈 해석 분야의 권위자 윤교수를 만나 오랜 시간 그에게 사사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 체계를 구축해나갔다.
꿈 거래소의 수장 카림 알-무사와르는 서예린에게 한 남자의 꿈을 해석해 달라는 의뢰를 한다. 46년의 세월 동안 화려한 성공을 일궈낸 사업가 카림은 꿈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를 선도하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 속에서 피어난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서예린에게 의뢰한 꿈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야기의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서예린은 최첨단 드림쉐어 시스템을 통해 의뢰받은 꿈에 접속하지만, 꿈은 기괴하고 불길한 환영으로 가득했다. 꿈속에서 마주한 남자는 다름 아닌 과거 꿈 조각계의 거장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몰락하여 냉소적인 은둔자로 살아가는 58세의 루드비크 노박이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걸작 '꿈꾸는 에키드나'는 꿈을 조각하여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설적인 작품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는 꿈 조각계의 이단아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서예린은 루드비크의 꿈속에서 현실 세계를 뒤흔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꿈의 해석을 거듭할수록 서예린은 단순한 의뢰가 아닌,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꿈을 조작하고,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서예린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꿈의 조각가 루드비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루드비크는 서예린의 끈질긴 설득과 자신을 옭아매던 과거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으로 다시 한번 꿈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서예린과 루드비크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모의 실체에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꿈을 이용하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꿈을 둘러싼 음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었고, 서예린은 자신이 마주한 진실이 단순한 개인의 욕망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뒤흔드는 비밀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댓글 · Comments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