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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20 · 챕터 5

(zic ppl)빚쟁이 검객의 전속 정비사

사막 고속도로에 세워진 무림도시에서 열여덟 살 정비공 소녀는 ZIC의 검고 붉은 드럼통 사이로 밀려든 부상당한 현상금 검객을 작업대 밑에 숨긴다. 그는 그녀의 아버지를 쓰러뜨린 남자지만, 모래폭풍 속 랠리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살려 준 사람이기도 하며, 둘은 엔진 열기로 달군 칼날과 토크 렌치를 나눠 들고 채권 문파의 습격을 막는다. 새벽 3시, ZIC 오일을 갈아 넣은 검은 머슬카 한 대만 폭풍을 돌파할 수 있는데 검객의 추격자들은 주유소 간판을 쓰러뜨리고 출입구를 불붙은 타이어로 막는다. 셔터가 찢겨 나가고 아버지가 장검을 든 채 정비소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 등장인물 5
  • 장소 9
  • 장면 20
  • 줄거리 5,727자
(zic ppl)빚쟁이 검객의 전속 정비사 cover image

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강유진

여성

사막 고속도로의 ZIC 지정 정비소를 혼자 지키며 압류 차량으로 랠리에 출전하는 견습 정비공

프로필

강유진은 새벽 3시 전에 ZIC 엔진오일을 채운 검은 머슬카를 완성해 정비학교로 떠나려 하지만, 백시헌을 작업대 밑에 숨긴 순간 탈출 자금과 정비소 소유권을 함께 담보로 내놓게 된다. 백시헌의 칼에 ZIC 엔진오일을 발라 엔진 열을 견디게 한 강유진은 그에게 아버지가 쓰러진 날의 진실을 요구하고, 돌아온 강태록에게는 연료선을 다시 잇게 하려 토크 렌치를 겨눈다.

강유진은 거짓말을 할 때 상대의 눈 대신 볼트 머리를 보고, 화가 날수록 토크 렌치를 정해진 수치에 정확히 맞춘다. 백시헌의 붕대를 거칠게 조이면서도 피가 배어나오면 새 천으로 바꾸고, 강태록이 딸이라고 부를 때마다 대답 대신 잘린 연료선을 그의 발치에 던진다. 선택을 미루고 싶을 때는 손부터 씻지만, 검은 오일이 손금에 남은 밤에는 가장 위험한 결정을 먼저 내린다.

배경

강태록이 랠리에서 사라진 뒤, 강유진은 그가 남긴 공구함과 빚을 물려받아 고장 난 차량을 고치며 정비학교 등록금을 모았다. 이전 모래폭풍 랠리에서 전복된 차에 갇혔을 때 백시헌이 문을 베어 강유진을 꺼냈고, 강유진은 구조자의 칼집에서 아버지의 문장 조각을 발견했다. 그날부터 강유진은 ZIC 드럼통 바닥에 돈을 숨기고 검은 머슬카를 조립했지만, 출발을 앞둔 밤 나문희의 봉인부가 드럼통마다 붙으면서 저축과 증거가 한꺼번에 갇혔다.

묘사

강유진은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턱선까지 거칠게 자른 검은 머리, 검은 오일이 밴 손을 지닌 열여덟 살 정비공이다. 빛바랜 회색 작업복 위에 검붉은 ZIC 패치를 단 민소매 정비 조끼를 걸치고, 한쪽 무릎이 닳은 바지와 철제 안전화를 신는다. 거짓말할 때면 상대 대신 볼트 머리를 노려보며, 붉은 눈금이 새겨진 토크 렌치를 가슴 앞에서 정확한 수치로 맞추는 버릇이 그녀의 경계심을 드러낸다.

백시헌

남성

채무자를 생포해 현상금을 받다가 자기 목에도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유랑 검객

프로필

백시헌은 옆구리의 칼상이 벌어지기 전에 강유진의 검은 머슬카를 얻어 채무 장부를 도시 밖으로 빼내려 한다. 차 열쇠를 받으려면 강태록을 쓰러뜨린 날, 백시헌이 태록의 죽음을 꾸며 문파의 추적에서 숨겼다는 사실과 그 대가로 유진을 속여 온 시간을 털어놓아야 한다. 진실을 밝히면 유진이 아버지와 달아날 길이 열리지만 백시헌은 버려지고, 침묵하면 유진은 원수라 믿는 백시헌을 태운 채 폭풍으로 들어간다.

백시헌은 거짓말할 때마다 칼집의 잠금쇠를 두 번 튕기며, 강유진이 그 소리를 알아채면 상처보다 먼저 입을 다문다. 불붙은 타이어가 출구를 막자 마지막 냉각수를 유진의 엔진에 붓고 자기 옆구리는 모래 묻은 천으로 눌러 막지만, 고맙다는 말에는 “차값에서 빼”라고 잘라 말한다. 유진이 가까이 오면 일부러 원수의 얼굴을 하고 밀어내면서도, 날아드는 칼 앞에서는 늘 유진보다 반걸음 먼저 선다.

배경

강태록을 잡으라는 의뢰를 받은 날, 백시헌은 결투에서 이긴 뒤 태록의 맥을 끊는 대신 사망 표식을 새겨 채권 문파의 장부를 속였다. 그 장부에서 강유진의 목숨까지 담보로 적힌 계약을 발견한 백시헌은 원본을 훔쳤고, 이후 현상금 검객에서 문파가 가장 비싸게 쫓는 채무자로 뒤집혔다. 모래폭풍 랠리에서 전복된 유진을 구한 뒤에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ZIC 드럼통 사이로 피를 흘리며 돌아와 그녀의 작업대 밑에 숨었다.

묘사

백시헌은 스무 살답게 아직 선이 가는 얼굴과 마른 체격을 지녔지만, 햇볕에 바랜 검은 유랑복과 군데군데 덧댄 가죽 흉갑은 오래 쫓긴 사람의 시간을 드러낸다. 옆구리를 감싼 모래빛 천 위로 한 손을 얹고도 몸은 늘 반걸음 앞으로 기울어 있으며, 누군가 다가오면 창백한 입가만 비웃듯 올라간다. 허리의 낡은 검집에는 붉은 잠금쇠가 두 개 달려 있어, 거짓말을 삼킬 때마다 엄지가 그 쇠붙이를 연달아 튕긴다.

강태록

남성

딸에게 죽은 줄 알려진 채 채권 문파의 압류 집행검으로 일해 온 전직 랠리 챔피언

프로필

강태록은 나문희가 내민 계약에 따라 정비소를 직접 봉인하고 검은 머슬카를 넘겨야 강유진의 목숨을 담보 목록에서 지울 수 있다. 셔터를 찢고 들어온 강태록은 백시헌 대신 머슬카의 연료선을 끊어, 강유진이 자신을 증오하는 대가로라도 새벽 3시의 폭풍길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봉인을 마치면 강유진은 정비소와 탈출 기회를 잃고, 거부하면 강태록의 장검이 딸을 회수하는 집행 도구가 된다.

강태록은 대화하기 전에 볼트의 조임과 바닥에 떨어진 오일 자국부터 확인하며, 강유진에게 사과해야 할 때마다 장갑 손가락으로 공구를 크기순으로 정렬한다. 위협할 때는 칼집을 먼저 내려놓지만 보호하려 들 때는 설명 없이 부품부터 망가뜨린다. 백시헌이 옆구리를 누르는 모습을 보고도 표정은 굳힌 채 ZIC 드럼통을 발로 밀어 주면서, 강유진이 다가오면 끊어 낸 연료선을 장검 끝으로 가린다.

배경

과거 강태록은 폭풍 랠리에서 차량의 한계를 무시한 채 달리다가 동승자를 잃었고, 그 사고의 배상금 때문에 정비소와 자신의 장검을 나문희의 문파에 담보로 잡혔다. 백시헌에게 패한 날, 강태록은 죽은 것이 아니라 딸의 이름이 적힌 채권 원본을 훔치려다 붙잡혔으며, 백시헌은 그를 베는 대신 사막 밖으로 내보냈다. 돌아온 강태록의 칼집 안에는 봉인 계약서와 함께 강유진의 어린 시절 렌치가 들어 있어, 칼을 뽑을 때마다 금속끼리 짧게 부딪힌다.

묘사

강태록은 마흔넷의 단단한 체격 위에 모래에 바랜 검은 랠리 재킷과 붉은 봉인 끈을 감은 장검을 걸치고, 찢어진 셔터 앞에서도 사람보다 바닥의 오일 자국을 먼저 살핀다. 관자놀이의 흰머리와 햇볕에 팬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장갑 낀 손은 사과를 대신하듯 흩어진 공구를 크기순으로 맞춘다. 칼집 안에서 딸의 낡은 어린이용 렌치가 계약서와 부딪혀 짧게 울리는 것이 그의 잊기 힘든 흔적이다.

나문희

여성

고장 난 차량과 패배한 무인의 신체를 담보로 잡아 사막 도시의 도로를 지배하는 금융 문파의 수장

프로필

나문희는 새벽 3시 모래폭풍이 바퀴 자국을 지우기 전에 백시헌과 그가 훔친 채무 장부를 회수해 문파의 신용을 지키려 한다. 강유진에게 정비소 소유권을 돌려주겠다는 증서를 내미는 대신 모든 ZIC 드럼통에 봉인부를 붙여 검은 머슬카의 출발을 막고, 강태록이 딸을 택하면 그의 장검까지 담보물로 몰수하려 한다. 장부를 공개하면 문파의 부당한 계약도 드러나고, 태워 없애면 나문희가 평생 지켜 온 채무 질서가 한밤의 협박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나문희는 협상할 때 상대의 눈보다 손을 보며, 거짓말이 나오면 붉은 인주가 묻은 엄지로 탁자를 한 번 누른다. 부하들이 불붙은 타이어를 굴려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강유진이 ZIC 드럼통의 봉인부를 토크 렌치로 뜯자 직접 소매를 걷고 떨어진 부적을 다시 붙인다. 나문희는 약속한 소유권 증서를 방탄 외투 안쪽에 넣어 두면서도, 검은 머슬카의 엔진음이 고르게 잡힐 때마다 압류 명령을 반 박자 늦게 내린다.

배경

열아홉 살의 나문희는 폭풍 뒤 사라진 채무 기록 때문에 가족의 운송대를 통째로 빼앗겼고, 이후 서류와 담보가 사람의 기억보다 오래 남는 문파를 세웠다. 강태록이 랠리 사고의 책임을 대신 지는 조건으로 장검을 맡겼을 때 나문희는 그의 딸을 계약에서 제외했지만, 전임 문주들의 이중 장부까지 넘겨받은 백시헌이 그 예외 조항을 훔쳐 달아났다. 이제 나문희가 정비소에 들어서는 순간 강유진에게 정비소는 탈출 자금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기 목숨값으로 남긴 담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묘사

나문희는 서른일곱의 단단한 얼굴과 모래바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검은 단발을 지녔다. 붉은 봉인실로 여민 방탄 외투 아래에는 먹빛 비단 장포와 얇은 금속 호구를 겹쳐 입고, 소유권 증서가 든 안주머니를 누르듯 한쪽 어깨를 조금 앞으로 세운다. 상대의 얼굴 대신 손을 내려다보는 잿빛 눈과 붉은 인주가 밴 오른손 엄지가 그녀의 표식이며, 망설이는 순간에도 그 엄지만은 보이지 않는 계약서 위를 누르고 있다.

오재민

남성

폐쇄된 주유소 옥상에서 모래폭풍의 전파를 훔쳐 랠리 길을 파는 불법 항법사

프로필

오재민은 강유진과 다시 겨뤄 빼앗긴 랠리 출전권을 되찾으려 하지만, 강유진이 사라지면 이길 상대와 자신의 차를 맡길 정비공을 함께 잃는다. 나문희에게 넘길 폭풍 좌표를 폐차장으로 향하게 조작한 뒤, 진짜 탈출 경로를 강유진의 ZIC 오일 교환 기록에 점도와 주행거리 숫자로 숨긴다. 암호를 밝히면 나문희의 추적망이 오재민에게 닫히고, 침묵하면 강유진의 검은 머슬카가 새벽 3시 폭풍 안에서 길을 잃는다.

오재민은 대화할 때 상대의 눈보다 바닥에 떨어지는 모래를 보며, 풍향이 바뀔 때마다 손목시계 테두리에 붉은 흠집을 하나씩 낸다. 강유진 앞에서는 출전권을 돌려놓으라며 비웃다가도 엔진 소리가 한 박자 늦으면 말없이 ZIC 드럼통을 굴려 작업대 옆에 세운다. 거짓 좌표를 송신한 뒤에는 관제 무전기의 전원을 끄지 못하고, 나문희의 호출음이 울릴 때마다 송신 버튼 위의 엄지를 깨물어 눌러 둔다.

배경

지난 랠리에서 오재민은 폭풍의 공백 지대를 먼저 찾아냈지만, 과열된 차량을 강유진의 정비소까지 밀고 오는 동안 출발 검인을 놓쳐 출전권을 강유진에게 빼앗겼다. 그날 강유진이 ZIC 오일 교환표 여백에 적어 준 정비 수치가 오재민의 망가진 관제 지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이후 오재민은 교환 기록을 둘만 읽는 노선표로 바꾸었다. 나문희가 그 기록의 존재를 눈치채고 좌표 거래를 제안하자, 오재민은 선금을 받아 새 타이어를 사면서도 첫 송신부터 목적지를 거짓으로 찍었다.

묘사

오재민은 모래에 그을린 마른 체격의 소년으로, 빛바랜 검정 항법 재킷 위에 붉은 배선이 드러난 무전기 하네스를 걸치고 기름 얼룩진 회색 랠리 바지를 입는다. 시선은 늘 상대의 발치로 비껴가지만, 송신 버튼 위에 깨문 엄지를 얹은 자세에는 도망칠 길과 남겨 둘 길을 동시에 계산하는 긴장이 서려 있다. 왼손목의 낡은 디지털시계 테두리를 빼곡히 가른 붉은 흠집이 그의 표식이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밤 1시 47분, 강유진은 검은 머슬카의 연료 압력을 시험하다 셔터에 박히는 쇠갈고리 소리를 듣는다. 채권 문파의 압류대가 불붙은 타이어를 굴려 출입구를 막는 동안, 피투성이가 된 백시헌이 폐차장 담을 넘어 정비 피트로 떨어진다. 유진은 그가 아버지 강태록을 쓰러뜨린 원수라는 걸 알아보고 토크 렌치를 목에 댄다. 그러나 백시헌은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기며, 자신이 훔친 채무 장부에 강태록의 이름이 살아 있는 집행검으로 적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할 때마다 나던 소리다. 유진은 그의 눈 대신 머슬카의 연료선 고정 볼트를 본 뒤, 백시헌을 작업대 밑에 숨기고 피 묻은 붕대를 새 천으로 바꾼다. 그 순간 바깥에서 붉은 봉인부가 셔터와 ZIC 드럼통에 붙는다. 유진의 정비소와 신분, 랠리 출전권이 한꺼번에 담보 목록에 오른다.

압류대가 셔터를 찢자 유진은 리프트를 급강하시켜 선두 집행검의 칼집을 바닥에 고정하고, 에어호스로 모래와 불씨를 밀어낸다. 백시헌은 상처를 누른 채 기어 나와 유진보다 반걸음 앞에 서지만, 유진은 그의 검을 빼앗아 머슬카의 뜨거운 배기 매니폴드에 얹는다. 그녀는 봉인된 ZIC 드럼통 하나를 토크 렌치로 뜯고 오일을 칼날에 얇게 바른다. 봉인이 찢긴 자리에는 검은 통 위로 깨끗한 직사각형이 남는다. 백시헌은 그 칼로 방탄 갑옷의 어깨 접합부만 베어 길을 열고, 사람을 쓰러뜨리는 대신 셔터를 당기던 쇠사슬을 끊는다. 한 번의 타격으로 칼날이 휘고, 유진이 그를 태워 달아날 유일한 출구도 다시 닫힌다.

찢긴 셔터 사이로 강태록이 들어온다. 그는 딸을 부르지 않고 바닥의 오일 자국과 머슬카의 체결 상태부터 확인한다. 백시헌이 휜 검을 들자 강태록은 칼집을 내려놓고도 싸우지 않는다. 대신 장검 끝으로 머슬카의 연료선을 끊어 버린다. 유진이 새벽 3시 폭풍길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보호가, 그녀에게는 또 한 번의 배신이 된다. 유진은 잘린 선을 강태록의 발치에 던지고 토크 렌치를 규정 수치에 맞춘 뒤 그의 무릎 관절을 겨눈다. 강태록은 피하지 않고 공구함에서 맞는 규격의 연결구를 골라 바닥에 놓는다. 유진이 그것을 줍는 순간, 백시헌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긴다. 유진은 연결구를 던져 버리고 백시헌의 붕대를 움켜쥔다.

백시헌은 강태록을 죽이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삼 년 전 랠리 결승에서 강태록은 나문희가 내민 계약에 서명해 자신의 죽음을 꾸미고 집행검이 되었다. 그 대가로 유진의 치료비와 정비소 채무는 유예됐지만, 유진이 도시를 떠나는 순간 유예는 끝난다. 백시헌은 그날 강태록을 쓰러뜨린 척 피를 묻히고 시신 대신 부러진 검을 넘겼다. 그는 유진이 자신을 원수로 믿어야 강태록의 생존이 들키지 않는다는 말을 받아들였고, 이후 현상금 사냥으로 번 돈 일부를 익명으로 정비소에 흘려보냈다. 유진은 그의 상처를 누르던 손을 놓는다. 피가 다시 번지는데도 새 붕대를 건네지 않는다.

밤 2시 11분, 나문희가 직접 정비동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부하들의 검을 밖에 세우고 붉은 인주가 묻은 엄지로 작업대를 한 번 누른다. 계약서에 없는 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유진에게 정비소 소유권을 돌려주는 증서를 내민다. 대가는 백시헌과 채무 장부, 그리고 봉인이 뜯긴 ZIC 드럼통이다. 유진은 증서를 받는 대신 나문희의 손목을 토크 렌치 고리에 걸어 작업대에 고정한다. 나문희는 당황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고리를 더 깊이 받친 뒤, 반대손으로 떨어진 봉인부를 주워 드럼통에 다시 붙인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강태록은 장검을 세워 백시헌의 길을 막고, 백시헌은 휜 칼을 버린 채 채무 장부를 머슬카의 뜨거운 엔진 블록 위에 올린다. 종이가 타기 시작하자 나문희는 증서가 아니라 장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유진은 그 반 박자의 망설임을 보고, 나문희가 계약보다 감추려는 것이 따로 있음을 알아챈다.

그때 폐쇄된 관제탑에서 오재민이 낡은 랠리카를 몰고 방호벽을 들이받는다. 그는 나문희에게 폐차장 쪽 거짓 좌표를 팔아 압류대 절반을 빼돌렸지만, 유진이 출발하지 않으면 자신이 훔친 전파 기록으로 배신이 드러난다. 오재민은 “출전권은 내가 가져간다”고 소리치며 정비 장부를 낚아채고, 머슬카 조수석으로 뛰어든다. 유진이 그를 끌어내리려 하자 오재민은 장부의 오일 교환 기록을 펼쳐 보인다. 점도, 주행거리, 필터 번호가 흑사벽 안의 안전 구간을 가리키지만 마지막 좌표는 비어 있다. 오재민은 그 빈칸을 자신의 손목시계 테두리에 낸 붉은 흠집 수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유진을 살리려면 함께 가야 하고, 함께 가면 채권 문파의 추적을 평생 받아야 한다.

나문희는 작업대에서 손목을 빼내며 압류대에 정비동 진입을 명령한다. 하지만 부하 하나가 백시헌에게 계약에 없는 칼을 휘두르자, 나문희는 직접 그 칼등을 손바닥으로 밀어 궤도를 바꾸고 집행검의 붉은 끈을 끊어 자격을 박탈한다. 그 틈에 유진은 강태록에게 연결구를 다시 던진다. “끊었으면 이어.” 강태록은 처음으로 딸의 명령을 따른다. 그는 머슬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연료선을 잇고, 유진은 봉인 두 개를 더 뜯어 ZIC 엔진오일을 교환한다. 백시헌은 마지막 냉각수를 엔진에 붓고 자기 상처에는 모래 묻은 천을 댄다. 오재민은 압류대의 무전기를 발로 밟아 부수고, 입술로 흠집 수를 세며 정비 장부에 마지막 좌표를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찍는다.

밤 2시 34분, 나문희는 정비소의 전원을 끊는다. 형광등과 리프트가 멎고 머슬카가 절반쯤 들린 채 고정된다. 수동 해제 밸브는 정비 피트 끝에 있고, 폐오일 배관이 터져 검은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유진이 피트로 뛰어들자 강태록이 뒤따라 밸브를 잡고, 나문희도 반대편 사다리를 내려와 봉인용 쇠막대로 밸브 손잡이를 막는다. 세 사람은 허리까지 차오른 폐오일 속에서 같은 손잡이를 두고 몸으로 밀어붙인다. 나문희는 유진의 손을 보며, 머슬카가 출발하면 강태록의 계약 위반으로 유진의 목숨이 다시 담보가 된다고 경고한다. 유진은 손을 씻어 결정을 미루는 대신 검은 오일이 밴 손으로 나문희의 엄지를 밸브에 눌러 붉은 인주를 지워 버린다. 이어 쇠막대를 발로 차 빼고 밸브를 연다. 리프트가 내려오며 머슬카의 바퀴가 바닥을 친다.

강태록은 피트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는 유진을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린 뒤 밸브를 열린 상태로 붙들어 리프트가 다시 잠기지 않게 한다. 유진이 손을 내밀자 그는 사과 대신 연료선 연결 토크를 말한다. 유진은 숫자가 틀렸다며 그의 장갑을 잡지만, 강태록은 장검으로 사다리 고리를 끊어 딸의 손이 닿지 않게 한다. 폐오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동안 그는 나문희에게 자신의 장검과 남은 생을 담보로 잡고 유진의 이름을 계약에서 지우라고 요구한다. 나문희는 거절하려다 정비동으로 들이닥친 모래가 부하들의 봉인부를 뜯어 가는 광경을 본다. 그녀는 강태록의 칼집에 붉은 인주를 찍고 유진의 소유권 증서를 찢어 피트 안으로 던진다. 정비소를 돌려주는 대신,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폐기 담보로 말소한 것이다. 유진은 집을 되찾지 못하지만 그 집에 묶인 채무에서도 풀려난다.

밤 2시 48분, 흑사벽의 첫 돌풍이 정비동을 덮친다. 불붙은 타이어들이 안으로 굴러오고, 압류대가 머슬카 앞을 인간 방벽으로 막는다. 백시헌은 휘어진 칼을 엔진 열에 다시 달군 뒤 남은 ZIC 오일을 손바닥으로 펴 바른다. 이번 타격 뒤에는 칼이 완전히 부러질 것을 안다. 강태록과 결판낼 마지막 기회도 사라진다. 그는 강태록이 아니라 천장에서 셔터를 붙든 주축을 벤다. 무너진 셔터가 압류대와 불길 사이에 떨어져 길을 가르고, 칼날은 손잡이 앞에서 꺾인다. 백시헌은 반동에 쓰러지지만 유진이 그의 허리띠를 잡아 운전석 옆으로 끌어당긴다. 그는 “차값에서 빼”라고 중얼거리고, 유진은 처음으로 그를 원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문희는 마지막으로 머슬카 보닛 위에 올라가 차량 식별칩에 봉인부를 붙이려 한다. 유진은 시동을 걸지 않고 차에서 내려 그녀와 마주 선다. 나문희가 붉은 부적을 내리누르는 순간, 유진은 토크 렌치로 보닛 잠금쇠를 풀어 버린다. 보닛이 솟구치며 나문희를 밀어내고, 백시헌이 조수석에서 몸을 뻗어 그녀를 바닥 대신 ZIC 드럼통 위로 끌어당긴다. 유진은 나문희를 해칠 기회를 버리고 운전석으로 돌아간다. 나문희는 자신을 살린 백시헌의 손에 채무 장부가 없는 것을 확인한다. 장부는 엔진 블록 위에서 절반이 탔고, 남은 장들은 오재민이 찢어 압류 차량들의 앞유리에 꽂아 두었다. 폭풍이 들이치자 빚진 무인과 정비공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들이 폐차장 전역으로 흩어진다. 이제 누구도 장부 전체를 독점할 수 없고, 수백 명이 자기 계약의 증거 한 장씩을 손에 넣게 된다.

새벽 2시 57분, 유진은 머슬카를 출발시킨다. 오재민은 조수석 바닥에서 정비 장부의 숫자를 읽고, 백시헌은 뒷좌석에서 부러진 칼로 안전벨트를 잘라 자신의 상처를 묶는다. 나문희는 길을 막은 부하들에게 압류 명령을 내리려다 반 박자 늦춘다. 그 지연으로 머슬카는 쓰러진 간판 아래를 빠져나간다. 강태록은 피트에서 겨우 올라와 장검 없이 차의 후미등을 바라본다. 그는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정비소 수동 방호벽을 닫아 추격 차량들의 앞바퀴를 막고, 문파에 남아 자신이 만든 계약의 대가를 치르기로 한다.

흑사벽 안에서 오재민의 첫 좌표는 폐차장 잔해로 이어진다. 나문희에게 팔았던 거짓 경로와 진짜 경로가 폭풍 때문에 겹친 것이다. 추격 차량 세 대가 뒤에서 나타나고, 유진은 오재민에게 길을 묻는 대신 ZIC 오일 압력계와 엔진 진동을 읽는다. 그녀는 아버지가 가르친 주행선을 버리고 소금 구덩이 가장자리로 차를 돌린다. 백시헌은 몸을 일으켜 후미 창을 깨고 부러진 칼집을 도로에 던진다. 추격차 한 대가 그것을 피하다 모래턱에 걸리고, 오재민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창밖으로 내밀어 붉은 흠집의 간격과 번개 사이 시간을 맞춘다. 세 사람은 숫자와 감각을 함께 써서 폭풍의 빈틈을 통과한다. 엔진 온도가 위험선에 닿지만 새 ZIC 오일의 압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동틀 무렵, 머슬카는 도시 밖 검차소에 도착한다. 마지막 입학 차량 운전자는 유진 자신이었고, 검차관은 봉인도 소유권도 없는 차를 등록할 수 없다고 막는다. 유진은 소유권 증서 대신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이 남은 ZIC 드럼통 봉인 조각과 정비 장부를 작업대에 놓는다. 그리고 차량 등록이 아니라 정비 실기 시험을 요구한다. 그녀는 폭풍 속에서 끊어진 연료선을 제한 시간 안에 다시 잇고, 오일 점도와 체결 토크를 정확히 맞춰 엔진을 재가동한다. 검차관은 차가 아니라 유진의 이름을 입학 명부에 적는다. 오재민은 빼앗겠다던 출전권을 그녀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자기 이름을 다음 줄에 적고 경쟁자로 남는다.

백시헌은 치료를 받으면 다시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위치가 드러난다며 검차소 밖으로 사라지려 한다. 유진은 그의 칼집 잠금쇠를 떼어 자기 토크 렌치 손잡이에 끼우고, 두 번 튕긴다. 거짓말을 알아채는 소리가 이제 돌아오라는 약속으로 바뀐다. 백시헌은 웃지 못한 채 머슬카 뒷좌석에 다시 눕는다. 유진은 그를 용서했다고 말하지 않고, 다음 오일 교환 주행거리를 정비 장부에 적는다. 그 숫자는 적사시로 돌아갈 날짜이자 강태록을 데리고 나올 경로다.

적사시에서는 나문희가 흩어진 계약서를 주운 채무자들과 정비소 앞에서 대면한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종이를 빼앗으라 명령하지 않고, 자신의 붉은 인주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강태록은 장검 없는 집행검으로 그녀 곁에 서서 첫 재심을 요구한다. 폐기 담보가 된 적선 정비소의 간판은 모래에 반쯤 묻히지만, 검고 붉은 ZIC 드럼통 하나는 봉인이 뜯긴 채 남는다. 그 깨끗한 직사각형 위에 누군가 새 좌표를 적는다. 유진이 떠난 길은 탈출로 끝나지 않고, 빚에 묶인 사람들이 차례로 빠져나갈 도로가 된다.


세계관 · World

세계

representative image

설정

적사시 외곽 17번 사막 고속도로의 마지막 영업소, ‘적선 ZIC 지정 정비소’. 랠리용 방호벽과 낡은 주유기 네 대가 ㄷ자 콘크리트 건물을 감싸고, 뒤편에는 압류 차량을 층층이 쌓은 폐차장이 성벽처럼 솟아 있다. 정비동 안에는 리프트 두 기, 화상 자국이 밴 작업대, 검고 붉은 ZIC 드럼통 열두 개가 놓여 있다. 바닥의 정비 피트는 한 사람이 숨을 만큼 깊지만 폐오일 배관과 이어져 오래 버티면 숨이 막힌다.

정비소 앞 고속도로는 도시 관문과 사막 랠리 구간을 잇는 유일한 포장도로다. 북쪽에는 채권 문파의 검문소가 있고, 남쪽에는 모래에 반쯤 묻힌 휴게소와 폐쇄된 관제탑이 보인다. 새벽 3시가 되면 ‘흑사벽’이라 불리는 모래폭풍이 도로를 삼킨다. 폭풍 중심부에는 감시 드론도 추적견도 들어가지 못하지만, 길을 벗어난 차량은 폐차장 잔해와 소금 구덩이에 처박힌다. 이야기는 셔터가 공격받기 시작한 밤 1시 47분부터, 폭풍이 도착하는 새벽 3시까지 정비소와 그 앞마당에 집중된다.

시대

근미래의 늦여름, 내연기관 차량이 사치품이자 무력으로 남은 시대다. 중앙정부가 사막 간선도로 관리를 포기한 지 12년째이며, 무림 문파들이 통행권·정비권·채권 추심권을 나누어 도시를 다스린다. 검술은 사라지지 않고 방탄 소재, 차량 부품, 열처리 기술과 결합했다. 전기차 충전망은 모래폭풍과 약탈로 끊겼고, 오래된 고출력 엔진을 살려 내는 정비공이 의원이나 무인만큼 귀하다.

올해 흑사벽은 예년보다 보름 일찍 왔다. 채권 문파는 폭풍이 모든 바퀴 자국을 지우기 전에 훔친 채무 장부를 회수하려 하고, 랠리 학교의 마지막 입학 차량은 동틀 무렵 도시 밖 검차소를 통과해야 한다. 이 밤이 지나면 유진의 정비소는 봉인되고, 백시헌의 현상금은 생포에서 사살 허가로 바뀐다.

규칙

- 적사시에서 붉은 봉인부가 붙은 차량·무기·건물은 채권 문파의 담보물이므로 손대는 순간 그 사람도 연대 채무자가 된다. 유진이 ZIC 드럼통의 봉인을 뜯거나 백시헌을 숨기면 정비소뿐 아니라 자신의 신분과 랠리 출전권까지 압류 대상이 된다.

- 흑사벽이 닿은 뒤 고속도로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출발 직전 점검을 마친 고토크 차량뿐이며, 과열되거나 점도가 맞지 않는 엔진은 모래 속에서 멈춘다. 유진은 새벽 3시 전에 검은 머슬카의 연료선을 복구하고 ZIC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하며, 전투가 길어질수록 탈출 시간과 엔진 수명이 함께 줄어든다.

- 적사시의 공식 결투에서는 등록된 검만 무기로 인정되지만 정비 공구는 생업 도구라 압류 집행 중에도 소지할 수 있다. 검이 없는 유진은 토크 렌치와 리프트, 에어호스를 이용해 맞서며, 채권 문파 역시 정비소 설비를 먼저 봉인하려 든다.

- 엔진 열로 달군 칼날은 방탄 갑옷의 접합부를 벨 수 있지만 냉각하지 않으면 칼의 담금질이 풀려 한 번의 강타 뒤 휘어진다. 백시헌은 ZIC 엔진오일을 얇게 바른 칼로 결정적인 일격을 얻는 대신, 그 일격을 유진의 탈출에 쓸지 강태록과의 승부에 쓸지 선택해야 한다.

기술과 철학

적사시의 무공은 기계 기술과 분리되지 않는다. 무인들은 엔진 블록에서 잘라 낸 강재로 검을 만들고, 배기열로 칼날을 달구며, 차량의 진동을 발바닥으로 읽어 매복을 찾는다. 그러나 숙련된 정비공만이 열과 점도, 체결 토크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유진의 기술은 싸움을 돕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무력을 작동시키는 핵심 노동이다.

채권 문파는 “멈춘 것은 주인이 없다”는 원칙으로 차량, 무기, 치료비, 통행료를 하나의 담보 장부에 묶는다. 계약은 종이 증서와 차량 식별칩에 동시에 기록되며, 붉은 인주가 찍힌 순간부터 집행검이 법정과 경찰을 대신한다. 빚을 갚지 못한 무인은 검을 잃고 호위 노동에 편입되며, 정비공은 공구와 작업장을 빼앗긴다. 나문희가 지키는 질서는 약탈을 계약의 모양으로 바꾸지만, 동시에 계약서에 기록되지 않은 폭력은 문파 내부에서도 처벌한다.

ZIC 엔진오일은 극심한 열과 모래 먼지 속에서 고출력 엔진을 버티게 하는 귀중한 물자다. 검고 붉은 드럼통은 정비소의 재고이자 탈출 가능성의 척도이며, 봉인 하나가 뜯길 때마다 누군가의 미래가 담보로 넘어간다. 정비사들은 오일 교환 기록에 점도, 주행거리, 필터 번호를 적는데, 단속을 피하는 랠리 운전자들은 이 숫자 배열을 비밀 좌표와 약속 시간으로도 사용한다. 그래서 유진의 정비 장부는 단순한 영수증이 아니라 오재민이 숨긴 폭풍길이며, 백시헌이 훔친 채무 장부와 맞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도다.

시각적 묘사

화면의 주조색은 무광 검정, 산화된 붉은색, 모래빛 황갈색이다. ZIC 드럼통의 선명한 검정과 빨강은 낡은 회색 정비소 안에서 가장 또렷한 색으로 박힌다. 천장의 형광등은 절반만 살아 있어 작업대 위를 차갑게 깜박이고, 용접 불꽃은 인물들의 눈과 기름 묻은 손등을 짧고 푸르게 드러낸다. 리프트에 오른 검은 머슬카의 차체에는 붉은 간판 불빛이 길게 흐르며, 열린 보닛 아래 금속 부품은 더운 숨처럼 아지랑이를 뿜는다.

밖에서는 모래폭풍이 수평선을 검붉은 벽으로 지운다. 넘어간 주유소 간판은 전선에 매달려 불규칙하게 번쩍이고, 불붙은 타이어들이 출입구에서 검은 연기를 토한다. 찢긴 셔터 틈으로 모래가 칼날처럼 들어와 바닥의 폐오일 위에 황금빛 결을 만든다. 강태록이 들어올 때 그의 실루엣은 불길보다 어둡고, 장검 끝에서는 모래와 오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이 세계의 고유한 이미지는 붉은 봉인부가 붙은 검은 기계들, 그리고 그 봉인을 뜯어낸 자리에 남는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이다.


장소 · Locations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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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 ZIC 정비동

낮고 넓은 정비동 안에서 절반만 살아 있는 형광등이 깜박일 때마다, 리프트에 걸린 검은 머슬카와 열두 개의 검정·적색 ZIC 드럼통이 차갑게 드러난다. 공회전이 기름 먹은 강철 바닥을 울리고, 화상 자국 난 작업대에서는 토크 렌치의 클릭음이 일정한 간격으로 엔진 진동을 잘라 낸다. 뜨거운 고무 냄새가 밴 바닥에는 붉은 봉인부들이 붙어 있으며, 하나를 떼어 낸 드럼통마다 먼지 없는 직사각형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열린 보닛 아래의 열기가 형광등 빛을 흔들고, 리프트와 에어호스와 무거운 공구들은 수리 설비인 동시에 누구도 압류할 수 없는 무기처럼 손 닿는 높이에 놓여 있다.

location 2 image

폐오일 정비 피트

청흑색 비상등 아래, 한 사람이 겨우 어깨를 돌릴 폭의 콘크리트 벽이 깊게 내려가며 검은 폐유가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다. 터진 배관은 굵은 기포와 함께 폐유를 토해 내고, 역류음 사이로 벽에 눌려 짧아진 숨소리만 남는다. 끝벽의 수동 해제 밸브에는 봉인용 쇠막대가 가로질러 걸려 있고, 손잡이 아래 미끄러운 콘크리트에는 붉은 인주가 번진 엄지 자국이 하나 찍혀 있다. 위쪽 리프트를 내리려면 이 점성 짙은 액체 속에서 밸브를 열린 채 붙들어야 하며, 사다리 고리는 장검 한 번이면 끊어질 만큼 얇다.

location 3 image

압류차량 폐차장

압류 차량들이 다섯 층 높이로 비스듬히 포개져, 녹슨 갈색 차체와 황금 모래가 끝이 보이지 않는 성벽을 이룬다. 흑사벽의 번개가 칠 때마다 깨진 앞유리 수백 장이 흰빛을 튕기고, 각 차량에 붙은 붉은 봉인부가 마른 녹 위에서 동시에 펄럭인다. 바람이 차체 틈을 밀고 지나가면 눌린 서스펜션과 문짝이 길고 금속성인 울음을 내며, 바닥의 날카로운 유리 파편 사이에는 반쯤 탄 채무 장부 낱장이 앞유리마다 꽂혀 있다. 좁은 주행로는 폐차 더미와 소금 구덩이 사이에서 갈라져, 폭풍 속 진짜 탈출로와 추격대를 삼킬 거짓 길을 같은 자국으로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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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몰 휴게소 식당

바랜 민트색 벽과 낮은 천장 사이로 누런 전구빛이 번지고, 갈라진 비닐 좌석과 모서리가 닳은 목재 식탁들이 여섯 줄로 붙어 있다. 멈추지 않는 냉장고 진동 위로 선반의 찻잔들이 가늘게 부딪히며, 잔마다 오래전 랠리 운전자들이 남긴 점도와 주행거리 숫자가 붉은 유성펜으로 적혀 있다. 모래에 잠긴 창 아래 계산대에는 식은 보리차 주전자와 빈 열쇠걸이가 놓여 있고, 천장 가까이 그어진 짙은 모래 자국이 이 식당이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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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관제탑 옥상

창백한 회백색 옥상은 난간과 안테나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몸을 틀 만큼 좁고, 분필 같은 먼지가 낡은 송신기와 붉은 전선 묶음 위에 얇게 눌어붙어 있다. 회전하는 적색 신호광이 긁힌 손목시계와 숫자판을 일정하게 훑을 때마다, 팽팽한 전선이 바람을 받아 길고 가는 휘파람을 낸다. 전원이 끊기지 않은 관제 무전기에서는 채권 문파의 호출음과 잡음이 번갈아 새고, 송신 버튼 옆에는 폐차장으로 향하는 좌표와 흑사벽의 실제 진입 시각이 서로 다른 필체로 적혀 있다.

location 6 image

흑사벽 소금 구덩이

자줏빛 흑사가 끝없이 트인 저지대를 휩쓸고, 백색 소금 껍질은 차량 무게가 닿는 자리마다 얇은 판처럼 갈라져 검은 구덩이를 드러낸다. 확산된 번개빛이 소금 벌판 아래 묻힌 오래된 타이어 자국을 잠깐씩 비추며, 안전한 가장자리와 바퀴를 삼킬 함정을 같은 흰색으로 지운다. 모래의 굉음이 차체를 에워싸다가 번개 직전 갑자기 끊기고, 그 짧은 무음 속에서 부서진 소금 조각이 바닥을 긁는 소리만 주행선을 알려 준다.

location 7 image

도시 밖 검차소

새벽 청색이 긴 검차 레인과 반쯤 열린 검사동을 한 덩어리로 묶고, 낮게 들어온 수평 햇살이 종이빛 흰 판정표와 검은 고무 매트 위를 곧게 가른다. 깨끗한 공구강으로 된 실기대에는 연료선 연결구와 점도 측정기가 규격순으로 놓여 있고, 마른 입학 명부 위에서는 펜촉 긁는 소리만 길게 이어진다. 레인 끝의 재시동 구역에는 흰색 사각 테두리가 바닥마다 칠해져 있으며, 엔진이 폭음과 함께 살아날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얇은 판정표들이 일제히 수평으로 들렸다가 내려앉는다.

로케이션 8

실제 로케이션 추천

영국 파인우드 스튜디오 내 실내 스테이지

•주소

영국 버킹엄셔주 아이버히스, 파인우드 로드, 파인우드 스튜디오, 우편번호 SL0 0NH

•추천 이유

실내에 협소한 옥상 세트를 조성하면 난간과 안테나 사이의 좁은 동선, 회백색 표면, 붉은 신호광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바람과 무전기 잡음도 통제할 수 있어 손목시계와 좌표 메모를 강조하는 긴장감 있는 촬영에 적합합니다.

•현장 답사 시 고려점

로케이션 9

실제 로케이션 추천

스튜디오 바벨스베르크 실내 촬영장

•주소

August-Bebel-Straße 26–53, 14482 Potsdam, Germany

•추천 이유

실내에 소금 벌판과 차량 주행 구간을 조성하면, 실제 염전의 지반 붕괴나 모래폭풍에 노출되지 않고 장면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원경 합성과 조명 제어로 끝없는 저지대와 자줏빛 흑사, 확산된 번개를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현장 답사 시 고려점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장면 01· 밤 1시 47분

피트에 떨어진 원수

피트에 떨어진 원수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의 정비동과 폐오일 피트
시간밤 1시 47분
사건강유진이 검은 머슬카의 연료 압력을 시험하던 순간, 쇠갈고리가 셔터를 뚫고 들어온다. 뒤이어 폐차장 담을 넘은 백시헌이 정비 피트로 추락한다. 유진은 토크 렌치로 그의 목을 눌러 제압하지만, 시헌은 훔친 채무 장부를 내밀며 강태록이 살아 있는 집행검으로 기록돼 있다고 밝힌다.
영향유진은 원수로 믿어 온 백시헌을 당장 넘기거나 죽일 수 없는 단서를 손에 넣는다. 강태록의 죽음과 지난 삼 년의 채무가 모두 의심받기 시작하고, 시헌을 노리는 압류대는 이미 셔터를 뜯고 있다. 유진의 탈출 준비는 아버지의 생존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인질극으로 바뀐다.

강유진이 연료 압력 밸브를 잠그는 순간, 쇠갈고리가 셔터를 뚫고 들어와 검은 철판을 안쪽으로 접었다. 밤 1시 47분을 가리킨 계기판 아래에서 머슬카가 거칠게 떨었고, 갈고리에 매인 쇠사슬은 바깥으로 팽팽히 당겨졌다. 유진은 시동을 죽이지 않은 채 토크 렌치를 움켜쥐고 피트 덮개를 향해 몸을 틀었다. 바로 그때 천장 가까운 환기창이 깨지고, 백시헌이 모래와 유리 조각을 끌고 정비 피트 안으로 떨어졌다.

유진은 피트로 뛰어들어 백시헌의 칼집을 걷어찬 뒤, 붉은 눈금이 새겨진 토크 렌치를 그의 목에 눌렀다. 시헌의 옆구리 붕대에서 피가 번졌지만 그는 유진의 손목을 잡는 대신 품속에서 검은 장부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죽이려면 읽고 죽여.” 유진은 렌치에 체중을 더 실었고, 시헌은 손가락으로 붉은 인주가 찍힌 한 줄을 짚었다. “강태록. 사망자가 아니라 현역 집행검이다.”

셔터에 두 번째 갈고리가 박히며 피트 벽에서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졌다. 유진은 시헌의 눈을 보지 않고 장부에 적힌 차량 식별번호와 아버지의 낡은 검 등록번호를 번갈아 훑었다. 숫자는 그녀가 삼 년 동안 정비비 송금표에서 지워 온 번호와 같았다. 백시헌이 기침과 함께 피를 삼키자 유진은 토크 렌치를 거두지 않은 채 장부의 모서리를 기름 묻은 장화 밑으로 끌어당겼다. 갈고리 쇠사슬이 다시 당겨지는 가운데, 강태록의 이름만 형광등 아래에서 붉게 남았다.

이 장면 대본보기

**제목: 피트에 떨어진 원수**

**INT. 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 밤**

검은 머슬카가 리프트 위에서 거칠게 떤다.

계기판 시각은 **01:47**.

열린 보닛 아래, 강유진이 연료 압력 밸브를 잠근다. 기름 묻은 손가락이 마지막 반 바퀴를 돌리는 순간—

**쾅!**

쇠갈고리가 셔터를 뚫는다.

검은 철판이 종잇장처럼 안쪽으로 접힌다. 갈고리에 걸린 쇠사슬이 바깥으로 팽팽해지며 정비동 전체를 잡아당긴다.

천장의 형광등이 깜박인다.

유진은 시동을 끄지 않는다. 공구함에서 붉은 눈금의 토크 렌치를 집어 든다.

전경에는 검고 붉은 **ZIC 드럼통 열두 개**.

중경에는 떨리는 머슬카.

그 너머, 피트 덮개가 엔진 진동을 받아 잘게 울린다.

유진이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때—

**와장창!**

천장 가까운 환기창이 터진다.

모래와 유리 조각 사이로 한 남자가 떨어진다.

백시헌이다.

그의 몸이 피트 덮개를 때리고, 열린 틈 아래로 사라진다. 잠시 뒤 깊은 곳에서 둔탁한 충돌음.

유진은 망설이지 않고 피트로 뛰어든다.

**INT. 정비 피트 - 연속**

좁고 깊은 콘크리트 통로.

폐오일 냄새가 뜨거운 금속 냄새와 뒤엉켜 있다. 위쪽 형광등이 두 사람을 가느다란 푸른빛으로 자른다.

시헌이 한쪽 무릎을 세우려 한다.

유진의 장화가 먼저 움직인다.

그녀는 그의 칼집을 걷어차 벽으로 날린다. 칼집이 콘크리트를 긁으며 멀어진다.

시헌이 손을 뻗기도 전에 토크 렌치가 그의 목을 누른다.

유진은 체중을 싣는다.

시헌의 옆구리에 감긴 붕대가 검붉게 젖어 든다.

**유진**
내 정비소까지 기어와서 죽고 싶었어?

시헌은 그녀의 손목을 잡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품속으로 손을 넣는다.

유진의 렌치가 목울대를 더 깊이 누른다.

**유진**
손 빼.

시헌이 꺼낸 것은 무기가 아니다.

모서리가 닳은 검은 장부.

그는 장부를 둘 사이 바닥에 떨어뜨린다. 피 묻은 손가락으로 표지를 밀어 펼친다.

**시헌**
(숨을 삼키며)
죽이려면 읽고 죽여.

**유진**
네 유언은 비싸게 안 쳐.

**시헌**
네 아버지 이름도?

유진의 손이 멎는다.

단, 렌치는 거두지 않는다.

시헌이 장부 한가운데 찍힌 붉은 인주를 짚는다.

피와 인주가 같은 손끝에서 섞인다.

**시헌**
강태록.

유진은 시헌의 눈을 보지 않는다.

장부의 글자만 본다.

**시헌**
사망자가 아니라 현역 집행검이다.

유진이 렌치에 다시 힘을 준다.

**유진**
죽은 사람 이름 빌려서 목숨 구걸하는 게
네 무공이야?

시헌의 입가가 아주 조금 비뚤어진다.

**시헌**
지금 내 목에 있는 건 검이 아니라 렌치인데.

그 순간—

**쾅!**

두 번째 쇠갈고리가 셔터에 박힌다.

피트 벽이 울리고 콘크리트 가루가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위쪽에서 머슬카 엔진음이 낮게 포효한다.

유진의 시선이 장부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차량 식별번호.

그 옆의 검 등록번호.

유진의 눈동자가 멈춘다.

짧고 날카로운 기억—

정비비 송금표 위 같은 번호.

유진의 기름 묻은 엄지가 그 숫자를 문질러 지운다.

한 장.

또 한 장.

삼 년 치 종이에서 같은 번호가 사라진다.

현재.

시헌이 기침한다. 피를 삼키느라 목이 렌치 아래에서 움직인다.

유진은 여전히 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장부의 숫자와, 벽에 부딪혀 멈춘 낡은 칼집의 등록 각인을 번갈아 본다.

일치한다.

바깥에서 쇠사슬이 당겨진다.

**끼이이익—**

셔터가 더 깊이 접힌다. 피트 천장 틈으로 모래가 가늘게 쏟아진다.

시헌이 숨을 겨우 밀어낸다.

**시헌**
이제 죽일 거면—

유진의 장화가 장부 모서리를 밟는다.

그녀는 장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토크 렌치는 그의 목에 그대로다.

**유진**
아직 안 읽었어.

형광등이 한 번 꺼졌다 켜진다.

검은 장부 위, 다른 글자들은 그림자에 잠긴다.

붉은 인주가 찍힌 이름 하나만 남는다.

**강태록.**

쇠사슬이 다시 팽팽해진다.

**컷.**

장면 02· 밤 1시 49분

두 번 울린 잠금쇠

두 번 울린 잠금쇠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의 정비 피트와 작업대 아래
시간밤 1시 49분
사건백시헌은 강태록의 이름을 짚은 손으로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긴다. 그 버릇을 아는 강유진은 그의 말을 믿지 않지만, 벌어진 옆구리의 붕대를 새 천으로 갈고 작업대 아래에 숨긴다. 그사이 셔터 틈으로 들어온 붉은 봉인부가 열두 개의 ZIC 드럼통과 출입구에 차례로 붙는다.
영향유진은 원수의 생명을 연장하고 은신을 도우면서 채권 문파가 정한 연대 채무자가 된다. 정비소와 ZIC 엔진오일뿐 아니라 검은 머슬카로 탈출할 가능성, 신분, 랠리 출전권까지 압류 대상에 묶인다. 시헌은 유진의 손에 목숨을 맡겼지만, 잠금쇠 소리 때문에 그의 진실은 더 의심받는다.

백시헌이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엄지로 두 번 튕기자, 강유진은 토크 렌치로 그의 손등을 피트 바닥에 눌렀다. 짤깍, 짤깍. 유진이 그의 거짓말을 들을 때마다 났던 소리였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말도 값 올리려고 지어냈어?” 시헌은 대답 대신 옆구리를 감싼 붕대를 움켜쥐었고, 검붉은 얼룩이 손가락 사이로 넓어졌다.

유진은 그의 눈이 아니라 붕대를 고정한 금속 클립을 보며 렌치 압력을 풀었다. 셔터가 쇠사슬에 끌려 휘는 동안, 그녀는 구급함에서 새 천을 뽑아 피 묻은 붕대를 잘라 냈다. 시헌이 몸을 틀자 유진은 무릎으로 그의 허벅지를 눌러 움직임을 막고 새 붕대를 거칠게 조였다. “살려 주는 게 아니야. 읽을 게 남았으니까.” “차값에서 빼.” 시헌의 입꼬리가 잠깐 비뚤어지자 유진은 매듭을 한 번 더 당겼다.

유진은 검은 장부를 작업복 안에 넣고 시헌의 멱살을 잡아 피트 밖으로 끌어 올린 뒤, 화상 자국 난 작업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 바로 그때 셔터 틈으로 붉은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들어와 바닥에 붙었고, 뒤이어 열두 개의 검정·적색 ZIC 드럼통에서 봉인부가 철판을 때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마지막 봉인이 머슬카 쪽 출입구를 가로막자 유진은 손을 씻으러 가지 않고 기름 밴 손으로 작업대 아래에 남은 시헌의 발목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작업대 위에서는 토크 렌치가 굴러가다 멎었고, 그 붉은 눈금 너머로 봉인된 드럼통 열두 개가 한 줄로 박혀 있었다.

장면 03· 밤 1시 50분경, 흑사벽 도착 70분 전

정비공의 무기

정비공의 무기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1시 50분경, 흑사벽 도착 70분 전
사건압류대가 셔터를 찢고 진입하자 강유진은 리프트를 급강하시켜 선두 집행검의 칼집을 바닥에 고정한다. 이어 에어호스로 불씨와 모래를 밀어내며 정비동 안쪽을 지킨다. 백시헌이 상처를 누른 채 유진보다 반걸음 앞을 막아서자, 유진은 그의 검을 빼앗아 머슬카의 뜨거운 배기 매니폴드 위에 올린다.
영향유진은 생업 도구만으로 압류대의 첫 진입을 저지하며 정비 설비를 무기로 바꾼다. 시헌은 숨기를 포기하고 유진의 방패가 되며, 두 사람의 불안정한 공조가 공개된다. 매니폴드 위에서 달아오르는 검은 다음 한 번의 공격을 강력하게 만들지만, 잘못 휘두르면 칼과 탈출 기회를 함께 잃게 한다.

강유진은 셔터가 안쪽으로 찢겨 들어오는 순간 리프트 하강 레버를 끝까지 내렸다. 검은 머슬카 아래의 철제 받침이 쾅 하고 떨어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선두 집행검의 칼집을 강철 바닥에 눌러 박았다. 상대가 검을 뽑으려 몸을 틀자 유진은 에어호스 밸브를 열고 노즐을 휘둘렀다. 압축공기가 불붙은 고무 조각과 모래를 셔터 밖으로 밀어냈고, 붉은 봉인부 몇 장이 바닥을 긁으며 ZIC 드럼통 아래로 말려 들어갔다.

작업대 밑에서 백시헌이 기어 나왔다. 한 손으로 새 붕대를 누른 그는 부러진 셔터 틈과 유진 사이에 반걸음 먼저 섰다. “숨으라고 했어.” 유진이 말하자 시헌은 칼집의 붉은 잠금쇠에 손을 얹지 않은 채 대꾸했다. “네 등 뒤는 자리가 좁아서.” 그가 검을 뽑는 순간 유진은 손목을 비틀어 칼을 빼앗고, 어깨로 그를 머슬카 옆에 밀어 붙였다.

유진은 열린 보닛 아래로 몸을 숙여 검신을 붉게 달아오른 배기 매니폴드 위에 가로질러 놓았다. 시헌이 그녀의 손목을 잡자 유진은 토크 렌치 끝으로 그의 옆구리를 막아 더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네 칼도 지금부터 정비 대상이야.” 검신 아래에서 묻어 있던 피 한 방울이 검게 타들어 갔고, 유진과 시헌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강철 양쪽에 마주 걸렸다.

장면 04· 밤 1시 55분, 셔터가 뜯겨 나가는 순간

깨끗한 직사각형

깨끗한 직사각형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1시 55분, 셔터가 뜯겨 나가는 순간
사건강유진은 토크 렌치로 ZIC 드럼통의 붉은 봉인부를 뜯고, 달군 검신에 엔진오일을 얇게 입힌다. 백시헌은 그 검으로 집행검의 갑옷 접합부만 갈라 물러나게 한 뒤, 셔터를 당기는 쇠사슬을 끊는다. 그러나 열을 견딘 칼은 휘고, 지지력을 잃은 셔터가 무너져 출구를 막는다.
영향유진은 봉인을 직접 훼손해 정비소와 자신의 신분을 채권 문파의 압류 대상에 확실히 올린다. 시헌은 사람을 쓰러뜨릴 기회를 버리고 유진의 탈출로를 택하지만, 그 선택은 오히려 두 사람을 정비동 안에 가둔다. 둘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도 같은 죄목으로 묶인 공범이 된다.

강유진은 토크 렌치의 갈고리 끝을 ZIC 드럼통 봉인부 아래에 박아 넣고 온몸으로 당겼다. 붉은 종이가 찢어지며 검정 철판 위에 먼지 한 점 없는 직사각형이 드러났고, 유진은 열린 주입구에서 받아 낸 오일을 달군 검신에 천 조각으로 얇게 밀어 발랐다. 백시헌이 손을 내밀자 유진은 검자루를 주지 않고 그의 손목부터 붙잡았다. “한 번뿐이야. 사람 말고 길을 베어.” 백시헌은 그녀의 기름 묻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검을 받아 들고, 찢어진 셔터 앞으로 반걸음 나갔다.

칼날이 번쩍이며 집행검의 어깨 접합부를 갈랐다. 갑옷 조각이 바닥을 튀자 백시헌은 목이 드러난 상대를 지나쳐, 셔터에 팽팽히 걸린 쇠사슬을 향해 몸을 틀었다. 유진이 그의 허리띠를 잡아 상처가 벌어지는 것을 막았고, 백시헌은 그 힘을 축으로 삼아 칼을 내리쳤다. 쇠사슬이 끊어지며 셔터가 비명을 질렀고, 칼날은 붉은 열을 잃은 채 옆으로 휘었다.

백시헌이 반동에 밀리자 유진은 그의 등을 받아 작업대 쪽으로 끌어당겼다. 바로 앞에서 셔터가 통째로 내려앉아 불빛과 모래를 잘라 냈고, 구겨진 철판이 유일한 출입구를 바닥까지 막았다. 유진은 휘어진 검을 발끝으로 세운 뒤 시헌에게 토크 렌치를 건네지 않은 채 어깨를 맞댔다. 두 사람 뒤에서는 봉인 뜯긴 ZIC 드럼통의 깨끗한 직사각형만 형광등 아래 선명하게 빛났다.

챕터 02

장면 05· 밤 2시 무렵, 셔터 붕괴 직후

불길보다 어두운 귀환

불길보다 어두운 귀환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2시 무렵, 셔터 붕괴 직후
사건강태록이 찢긴 셔터를 장검으로 밀어 올리고 정비동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강유진을 부르지 않은 채 바닥의 오일 자국과 머슬카의 체결 상태를 훑는다. 백시헌이 휜 검을 들고 길을 막지만, 강태록은 맞서 싸우는 대신 장검 끝으로 머슬카의 연료선을 잘라 공회전을 멈춘다.
영향유진이 새벽 3시 전에 탈출할 유일한 차량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강태록은 딸을 지키려 돌아온 아버지가 아니라 그녀의 선택권을 먼저 파괴한 집행검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유진과 백시헌의 대치도 강태록이 만든 절단면을 중심으로 다시 짜인다.

강태록이 장검의 칼등을 찢긴 셔터 밑에 밀어 넣고 철판을 들어 올렸다. 불붙은 타이어의 빛이 그의 등을 훑었지만, 정비동으로 들어온 얼굴은 불길보다 어두웠다. 강유진이 토크 렌치를 치켜들었고 백시헌은 휜 검을 앞세워 그녀보다 반걸음 먼저 나섰다. 강태록은 두 사람을 지나 바닥에 번진 오일 자국을 장화 끝으로 가른 뒤, 열린 보닛 아래의 체결 볼트부터 살폈다. “아버지.” 유진의 부름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백시헌이 휘어진 칼끝을 강태록의 목으로 겨누자, 강태록은 칼집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누구 시체를 내놓으려고 왔지?” 백시헌이 묻자 강태록은 공격하지 않고 장검을 머슬카 아래로 낮게 밀어 넣었다. 유진이 그의 손목을 향해 토크 렌치를 내리쳤지만, 칼끝이 먼저 고무 연료선을 스쳤다. 검은 선이 비스듬히 벌어지고 연료가 강철 바닥에 가느다란 호를 그렸다.

머슬카의 공회전이 한 차례 거칠게 치솟다가 끊겼다. 정비동을 울리던 진동이 사라지자, 강태록은 잘린 선을 장검 끝으로 유진에게서 가렸다. 유진은 멎은 엔진 대신 깨끗한 절단면을 노려보며 토크 렌치의 붉은 눈금을 엄지로 밀었다. 백시헌의 휜 칼과 강태록의 곧은 장검 사이에서 연료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장면 06· 밤 2시 무렵, 머슬카의 공회전이 끊긴 직후

규정 토크의 분노

규정 토크의 분노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2시 무렵, 머슬카의 공회전이 끊긴 직후
사건강유진은 잘린 연료선을 강태록의 발치에 던지고 토크 렌치를 규정 수치에 맞춘 뒤 그의 무릎을 겨눈다. 강태록은 피하지 않고 공구함을 열어 연결구들을 크기순으로 정렬한 다음, 절단면에 맞는 규격 하나를 골라 바닥에 놓는다. 백시헌은 휜 검을 든 채 두 사람 사이를 지키지만 누구의 편에도 서지 못한다.
영향강태록은 반격 대신 수리 부품을 내놓아 유진의 분노와 탈출 의지를 동시에 받아들인다. 유진은 아버지를 쓰러뜨릴 수도, 그가 고른 연결구로 차를 고칠 수도 있는 주도권을 쥔다. 바닥에 놓인 작은 부품은 태록의 침묵을 깨뜨릴 다음 질문의 미끼가 된다.

강유진은 잘린 연료선을 뽑아 강태록의 장화 앞에 내던지고, 토크 렌치의 붉은 눈금을 정확한 수치까지 돌렸다. 딸깍. 절단면에서 떨어진 연료가 검은 바닥을 튀었고, 그녀는 렌치 머리를 강태록의 왼쪽 무릎 관절에 밀어 넣었다. “끊은 이유부터 말해.” 강태록은 피하지 않았다. 백시헌이 휜 검을 들어 두 사람 사이에 비스듬히 세우자 유진은 팔꿈치로 검등을 밀어냈다.

강태록은 장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공구함을 열었다. 그는 렌치가 무릎을 누르는 동안에도 연결구와 소켓을 작은 것부터 차례로 늘어놓았고, 유진은 압력을 높여 그의 바짓단 아래 관절을 꺾었다. 강태록의 입에서 짧은 숨이 새었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잘린 연료선과 같은 내경의 연결구 하나를 골라, 유진의 장화 끝과 자기 장검 사이에 놓았다. “폭풍 안에서 터지면 넌 죽는다.”

유진은 렌치를 거두지 않은 채 연결구의 규격 각인만 내려다보았다. 정확한 부품이었다. 백시헌이 한 걸음 다가오자 강태록은 연결구를 손가락으로 굴려 유진 쪽에 붙였고, 잘린 연료선에서는 검은 방울이 그 작은 금속 부품을 향해 하나씩 떨어졌다.

장면 07· 밤 2시 직전, 강태록이 연료선을 끊은 직후

두 번 울린 잠금쇠

두 번 울린 잠금쇠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멎은 머슬카 옆
시간밤 2시 직전, 강태록이 연료선을 끊은 직후
사건강유진이 연료선 연결구를 집으려는 순간, 백시헌이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긴다. 유진은 연결구를 내던지고 시헌의 피 젖은 붕대를 움켜쥔 채 강태록의 생존 기록과 익명 정비비 송금을 한꺼번에 추궁한다. 강태록은 시헌을 막으려 하지만, 유진은 토크 렌치로 그의 장검을 바닥에 눌러 두 남자의 침묵을 끝내려 한다.
영향유진은 끊어진 연료선을 당장 복구하는 대신 삼 년간 이어진 거짓말의 절단면을 파고든다. 강태록이 정비소의 빚과 익명 송금의 출처를 부정하지 못하고, 백시헌은 자신이 그 비밀을 알고도 유진 곁에 머물렀음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연결구는 수리 부품에서 두 남자의 자백을 재촉하는 인질로 바뀐다.

강유진이 연결구를 향해 손을 내미는 순간, 백시헌이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엄지로 두 번 튕겼다. 짤깍, 짤깍. 유진은 금속 부품을 집는 대신 걷어차 버렸고, 연결구는 봉인 뜯긴 ZIC 드럼통 아래로 굴러가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 밑에서 멎었다. 그녀는 백시헌에게 달려들어 피 젖은 붕대를 움켜쥐고 작업대 모서리에 밀어 붙였다.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말부터 해. 삼 년 동안 들어온 익명 정비비까지, 하나도 빼지 말고.”

백시헌의 상처에서 새 피가 번졌지만 그는 유진의 손을 떼어 내지 않았다. 강태록이 한 걸음 다가오자 유진은 돌아보지도 않고 토크 렌치를 휘둘러 그의 장검을 강철 바닥에 눌렀다. “당신은 입 다물 차례도 끝났어.” 강태록은 장갑 낀 손으로 공구를 정렬하려다 멈췄고, 백시헌은 유진의 손목 위에 자기 손을 얹은 채 낮게 말했다. “정비비를 보낸 건 내가 맞아. 하지만 돈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유진은 붕대를 더 세게 비틀어 백시헌을 강태록 쪽으로 돌려세웠다. 두 남자의 시선이 멎은 머슬카 위에서 맞부딪쳤고, 강태록은 부정하는 대신 바닥의 잘린 연료선을 장화로 가렸다. 형광등이 꺼졌다 켜지는 사이, ZIC 드럼통 아래의 연결구와 백시헌의 붕대에서 떨어진 피가 같은 검은 바닥 위에 놓였다.

장면 08· 밤 2시 무렵, 강태록이 연료선을 끊은 직후

삼 년짜리 시체

삼 년짜리 시체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멎은 머슬카 옆
시간밤 2시 무렵, 강태록이 연료선을 끊은 직후
사건백시헌은 강유진이 움켜쥔 붕대를 풀지 않은 채, 강태록이 유진의 치료비와 정비소 채무를 유예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죽음을 계약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삼 년 전 강태록의 피를 뒤집어쓰고 부러진 검을 시신 대신 넘겼으며, 이후 익명으로 정비비를 보내 유진을 속여 왔다고 밝힌다. 유진은 다시 피가 번지는 백시헌에게 새 붕대를 주지 않고, 잘린 연료선을 두 남자 사이에 던져 놓는다.
영향백시헌은 강태록을 죽인 원수에서 그의 위장된 죽음을 완성한 공범으로 뒤집힌다. 유진의 원한은 사라지지 않고, 자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삶을 담보 잡힌 강태록과 진실을 숨긴 채 곁에 머문 백시헌에게 나뉜다. 세 사람은 끊어진 연료선을 사이에 둔 채 가족도 적도 아닌 대치에 들어간다.

백시헌은 강유진이 움켜쥔 붕대를 자기 손으로 풀어 바닥에 내던졌다. 피가 검은 작업복 옆구리를 다시 적시는 동안 그는 강태록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삼 년 전, 네 아버지는 죽음을 계약했어.” 강태록이 장화를 옮겨 입을 막으려 하자 유진은 토크 렌치로 그의 장검을 더 세게 눌렀다. 백시헌은 화상 자국 난 작업대에 몸을 기대고, 강태록이 유진의 치료비와 정비소 채무를 유예받는 대가로 집행검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피를 뒤집어썼고, 부러진 검을 시체 대신 넘겼다.” 백시헌은 칼집의 잠금쇠에서 엄지를 떼고 두 손을 보였다. 이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강태록은 부정하지 못한 채 작은 공구들을 다시 크기순으로 맞추려 했고, 유진은 렌치 끝으로 공구함을 걷어차 부품들을 바닥에 흩뜨렸다. 백시헌이 익명 정비비도 자신이 전달했다고 덧붙이자, 강태록은 기름 묻은 장갑을 벗어 유진 쪽으로 내밀었다가 손가락을 접었다.

유진은 구급함에서 새 붕대를 꺼냈지만 백시헌의 피가 떨어지는 앞에서 그것을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머슬카 아래로 손을 뻗어 잘린 연료선 양쪽을 뽑아 낸 뒤, 강태록과 백시헌 사이에 던졌다. 검은 고무관의 깨끗한 절단면 하나는 아버지를, 다른 하나는 시헌을 향했다. 유진은 두 사람의 눈 대신 그 틈을 보며 토크 렌치를 다시 규정 수치에 맞췄고, 정비동에는 딸깍 소리만 한 번 울렸다.

챕터 03

장면 09· 밤 2시 11분

소유권의 가격

소유권의 가격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2시 11분
사건나문희는 검을 정비동 밖에 내려놓고 정비소 소유권 증서를 작업대 위에 펼친다. 그녀는 백시헌과 채무 장부, 봉인이 뜯긴 ZIC 드럼통을 넘기면 정비소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강유진은 증서를 잡는 대신 토크 렌치 고리로 나문희의 손목을 화상 자국 난 작업대에 고정한다.
영향강유진은 정비소를 되찾는 거래보다 백시헌과 장부를 지키는 쪽을 택한다. 나문희는 붙잡힌 채로도 협상을 거두지 않고, 백시헌은 자신이 유진의 집값으로 제시되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소유권 증서는 유진과 나문희 사이에 놓인 채 다음 충돌의 미끼가 된다.

밤 2시 11분, 나문희가 장검 두 자루를 찢긴 셔터 밖으로 밀어낸 뒤 빈손으로 정비동에 들어왔다. 모래 묻은 검집들이 불붙은 타이어 앞에서 멎었고, 그녀는 방탄 외투 안쪽에서 붉은 인주가 찍힌 증서를 꺼내 화상 자국 난 작업대에 펼쳤다. “백시헌, 채무 장부, 봉인을 훼손한 ZIC 드럼통 하나.” 나문희는 세 항목을 짚은 엄지로 마지막 줄을 눌렀다. “넘기면 이 정비소는 다시 네 것이다.”

백시헌이 작업대 위 새 붕대를 집어 옆구리에 감으며 비뚤게 웃었다. “내 값이 드럼통 하나랑 같으면 좀 섭섭한데.” 강유진은 그의 눈도, 증서의 소유자란도 보지 않고 종이 옆의 볼트 머리에 토크 렌치 고리를 걸었다. 나문희가 증서를 유진 쪽으로 밀자 유진은 손잡이를 비틀어 고리를 빼낸 뒤, 그대로 나문희의 오른손목을 낚아 작업대의 고정쇠에 끼웠다. 철이 닫히는 딸깍 소리와 함께 나문희의 손등이 그을린 강철판에 눌렸다.

나문희는 몸을 빼는 대신 소매를 걷어 고리가 뼈에 걸리도록 손목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강유진은 렌치 눈금을 규정 수치에 맞춰 잠그고 소유권 증서를 나문희의 손끝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었다. 뒤에서 백시헌이 검은 채무 장부를 품 안에서 꺼냈고, 강유진은 그 앞을 토크 렌치로 가로막았다. 검고 붉은 ZIC 드럼통의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 아래에서 소유권 증서 한 귀퉁이만 형광등 바람에 떨렸다.

장면 10· 밤 2시 12분

불길이 고른 비밀

불길이 고른 비밀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검은 머슬카 앞
시간밤 2시 12분
사건백시헌은 휜 칼을 버리고 채무 장부를 열린 보닛 아래의 뜨거운 엔진 블록에 올린다. 종이 가장자리에 불이 붙자 작업대에 손목이 고정된 나문희는 소유권 증서를 내버려 둔 채 몸을 던져 장부를 낚아챈다. 강유진은 토크 렌치를 비틀어 나문희의 돌진을 멈추고, 불붙은 장부 한 귀퉁이를 찢어 확보한다.
영향나문희는 정비소 소유권보다 장부 속 특정 기록을 먼저 구하려는 선택을 드러낸다. 유진은 문파의 부당한 계약을 입증하는 기록보다 더 치명적인 비밀이 장부 안에 있음을 알아챈다. 백시헌을 넘길지를 두고 벌이던 거래는 이제 나문희가 감추려는 기록을 찾아내는 싸움으로 바뀐다.

백시헌이 휜 칼을 강철 바닥에 던지고 검은 채무 장부를 머슬카의 뜨거운 엔진 블록 위에 펼쳤다. 칼은 ZIC 드럼통 아래까지 미끄러졌고, 장부의 모서리는 달아오른 금속에 닿자 갈색으로 오그라들었다. 강유진이 그의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백시헌은 피 묻은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다. “나를 팔 수는 있어도, 저 장부까지 팔진 마.” 첫 불꽃이 붉은 인주를 핥고 다음 장으로 옮겨붙었다.

나문희는 작업대 위 소유권 증서를 밀쳐 버리고 고정된 오른손목이 꺾이도록 엔진 쪽으로 몸을 던졌다. 강유진의 토크 렌치가 고정쇠를 치며 짧게 울렸고, 나문희의 손끝은 타는 장부를 한 뼘 앞에 두고 허공을 긁었다. “그건 네 아버지 한 사람의 계약이 아니다.” 나문희가 처음으로 숨을 높여 말하자 백시헌은 장부를 불길 속으로 더 밀어 넣었고, 유진은 렌치 손잡이를 비틀어 나문희를 작업대로 되잡아당겼다.

유진은 소유권 증서에 번지는 불씨를 밟아 끄는 대신 장부의 타지 않은 귀퉁이를 토크 렌치 집게로 물어 찢어 냈다. 검게 그을린 종이에는 채무자의 이름이 아니라 문파 인주와 같은 번호가 여러 번 찍혀 있었고, 나문희의 시선이 그 조각을 따라 움직였다. 유진은 종이를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고 백시헌의 가슴을 밀어 엔진에서 떼어 냈다. 반쯤 탄 장부와 멀쩡한 소유권 증서 사이에서, 나문희의 붉은 엄지만 뜨거운 강철판을 두드렸다.

장면 11· 밤 2시 16분

관제탑에서 온 배신자

관제탑에서 온 배신자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2시 16분
사건오재민이 낡은 랠리카로 방호벽을 들이받아 정비동에 난입하고, 유진의 정비 장부를 빼앗아 검은 머슬카에 올라탄다. 유진과 백시헌이 그를 끌어내리려 하자, 재민은 오일 점도와 주행거리, 필터 번호가 흑사벽의 안전 구간을 표시한다고 밝힌다. 마지막 좌표는 장부가 아니라 그의 손목시계 테두리에 새긴 붉은 흠집에만 남아 있다.
영향나문희에게 거짓 좌표를 판 재민은 제거해야 할 배신자이자 탈출에 반드시 필요한 안내자가 된다. 유진은 정비 장부만으로는 폭풍길을 완성할 수 없으며, 재민을 버리거나 제압하면 자신도 길을 잃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흩어진 이들의 생존이 한 사람의 불완전한 기억에 묶인다.

오재민이 낡은 랠리카로 정비소 방호벽을 들이받자 콘크리트 파편과 붉은 전선이 찢긴 셔터 안으로 쏟아졌다. 차는 불붙은 타이어를 밀어내며 멎었고, 재민은 깨진 운전석 창으로 빠져나와 작업대의 정비 장부를 낚아챘다. 강유진이 토크 렌치로 그의 손목을 후려쳤지만 재민은 장부를 품에 끼고 검은 머슬카 조수석으로 몸을 던졌다. 백시헌이 안전벨트로 그의 목을 감아 끌어내리자 재민은 옆구리의 붕대를 팔꿈치로 눌렀고, 백시헌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유진이 재민의 멱살을 잡아 보닛에 내리누르자 나문희가 고정된 손목을 비틀며 말했다. “폐차장 좌표를 판 아이군.” 재민은 나문희를 향해 중지를 세우는 대신 정비 장부를 펼쳐 ZIC 오일 점도와 주행거리, 필터 번호를 차례로 짚었다. “그건 정비 기록이 아니라 흑사벽 안쪽 안전 구간이야. 문주한테는 반대편 길을 팔았고.” 유진이 마지막 줄의 빈칸을 렌치 끝으로 누르자 재민은 긁힌 손목시계를 들어 보였다.

시계 테두리에는 붉은 흠집 일곱 개가 길고 짧은 간격으로 패여 있었다. 재민은 유진의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 엄지로 흠집을 하나씩 가리켰다. “마지막 좌표는 여기뿐이야. 날 차에서 내리면 너희도 소금 구덩이에 박혀.” 백시헌이 안전벨트를 풀자 재민은 조수석 깊숙이 물러나 장부를 가슴에 붙였고, 유진은 그의 손목과 빈 좌표 칸을 토크 렌치 고리 하나로 함께 묶었다.

장면 12· 밤 2시 18분

끊었으면 이어

끊었으면 이어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
시간밤 2시 18분
사건나문희가 토크 렌치 고리에서 손목을 빼내 압류대의 진입을 명령하지만, 계약에 없는 칼이 백시헌을 향하자 직접 궤도를 틀고 집행검의 붉은 끈을 끊는다. 강유진은 그 틈에 연결구를 강태록에게 던져 연료선 복구를 명령하고, ZIC 드럼통 두 개의 봉인을 뜯어 엔진오일을 교환한다. 백시헌은 자신의 상처를 식힐 마지막 냉각수를 엔진에 붓고, 오재민은 손목시계의 흠집을 정비 기록과 대조해 마지막 좌표를 장부에 찍는다.
영향강유진은 아버지의 보호를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기술을 자신의 탈출에 복무시킨다. 나문희가 계약 밖 폭력을 막은 덕분에 불안정한 동맹은 출발 준비를 끝낼 시간을 얻지만, 그녀는 곧 정비소의 전원을 끊을 수 있는 위치로 물러난다. 끊어진 연료선과 비어 있던 좌표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머슬카는 다시 탈출 수단이 된다.

나문희가 손목을 비틀어 토크 렌치 고리에서 빠져나오며 찢긴 셔터 밖을 향해 손을 들었다. “진입해.” 검 하나가 먼저 틈을 파고들어 백시헌의 옆구리를 노리자, 나문희는 피 묻은 손바닥으로 칼등을 밀어 궤도를 바꾸고 손잡이의 붉은 끈을 잡아 끊었다. “계약에 없는 칼은 문파의 칼이 아니다.” 끊어진 끈이 불붙은 타이어 앞에 떨어지는 사이, 강유진은 ZIC 드럼통 아래에 굴러가 있던 연결구를 집어 강태록의 가슴에 던졌다. “끊었으면 이어.”

강태록이 머슬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연료선 양쪽을 연결구에 밀어 넣자, 강유진은 토크 렌치로 검고 붉은 ZIC 드럼통 두 개의 봉인을 연달아 뜯었다. 깨끗한 직사각형 두 개가 드러났고, 검은 엔진오일이 열린 보닛 아래로 고르게 흘렀다. 백시헌은 냉각수 통을 자기 붕대 위에 잠시 올렸다가 뚜껑을 열어 라디에이터에 마지막 한 방울까지 부었다. 강유진이 빈 통을 받아 들자 그의 손이 잠깐 그녀의 손등을 덮었지만, 백시헌은 먼저 놓으며 말했다. “차값에서 빼.”

오재민은 토크 렌치 고리에 묶인 손목을 비틀어 붉은 흠집 일곱 개를 정비 장부의 숫자 옆에 맞추고, 기름 묻은 검지를 빈 좌표 칸에 세게 눌렀다. 강태록이 머슬카 아래에서 “체결 끝”이라고 외치자 강유진은 연료 펌프를 작동시켰고, 검은 선이 부풀어도 연결부에서는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오재민의 검은 지문이 마지막 좌표로 남은 장부 옆에서 ZIC 오일 압력계의 바늘이 붉은 구간 아래까지 올라왔다.

챕터 04

장면 13· 밤 2시 34분

잠긴 밸브

잠긴 밸브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의 폐오일 정비 피트
시간밤 2시 34분
사건나문희가 정비동의 전원을 끊어 검은 머슬카를 리프트 중간에 멈춰 세운다. 폐오일 배관이 터지자 강유진과 강태록은 피트로 뛰어들지만, 나문희가 반대편 사다리로 내려와 수동 해제 밸브에 봉인용 쇠막대를 걸어 잠근다. 세 사람은 허리까지 차오른 폐오일 속에서 쇠막대와 밸브 손잡이를 두고 맞붙는다.
영향머슬카를 내리려면 나문희의 봉쇄를 깨고 밸브를 열린 채 붙들어야 하며, 그러려면 누군가 피트에 남아야 한다. 강태록은 유진을 밀어 올릴 자리를 만들면서도 퇴로가 될 사다리 가까이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위에 남은 백시헌은 부상한 몸으로 리프트를 받치며, 유진이 빠져나올 때까지 버티겠다는 선택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밤 2시 34분, 나문희가 배전함의 차단 손잡이를 내리자 검은 머슬카가 리프트 중간에서 철컥 멎고, 강유진은 열린 피트로 몸을 던졌다. 청흑색 비상등 아래 터진 배관이 검은 폐오일을 토해 냈고, 뒤따라 내려온 강태록이 유진의 어깨를 밀어 낙하하는 리프트 암을 피하게 했다. 위에서는 백시헌이 부러진 칼집을 리프트 톱니 사이에 박아 넣고 두 손으로 차체를 떠받쳤다. “빨리 열어. 이건 차값에 못 넣어.” 쇳소리가 그의 숨을 잘라 먹었다.

유진이 끝벽의 수동 밸브에 손을 뻗는 순간, 나문희가 반대편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봉인용 쇠막대를 손잡이에 가로질러 끼웠다. 강태록의 장검집이 쇠막대를 후려쳤지만 좁은 벽에 걸려 힘이 죽었고, 나문희는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밀어 검은 액체 속에 처박았다. 유진은 나문희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으나, 나문희는 붉은 엄지로 밸브 축을 누른 채 말했다. “이 차가 내려오면 네 이름이 다시 담보가 된다.” 폐오일은 세 사람의 허리를 넘어 갈비뼈 아래까지 차올랐다.

강태록이 액체 속에서 쇠막대 끝을 찾아 어깨로 밀어 올리자 유진은 그 틈에 토크 렌치 고리를 걸고 온몸으로 당겼다. 나문희도 놓지 않아 세 사람의 손이 한 손잡이 위에서 미끄러졌고, 벽에 찍힌 붉은 엄지 자국이 검은 파문에 번졌다. 위쪽에서 칼집이 한 칸 부러지며 머슬카가 내려앉자 백시헌의 무릎이 바닥을 쳤다. 밸브는 아직 잠겨 있었고, 강태록은 유진보다 사다리에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 채 장검 끝을 쇠막대 아래에 다시 밀어 넣었다.

장면 14· 밤 2시 35분

지워진 엄지

지워진 엄지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의 폐오일 정비 피트
시간밤 2시 35분
사건나문희는 머슬카가 출발하는 즉시 강태록의 계약 위반 담보가 강유진의 목숨으로 넘어간다고 경고한다. 강유진은 폐오일이 밴 손으로 나문희의 붉은 엄지를 밸브 축에 짓눌러 인주를 지운다. 강태록이 장검으로 쇠막대를 들어 올리는 사이 유진이 그것을 걷어차고 수동 밸브를 연다. 리프트가 풀리며 머슬카의 네 바퀴가 정비동 바닥에 닿는다.
영향유진은 문파의 계약이 요구하는 복종보다 자신의 출발을 먼저 선택한다. 그러나 밸브를 놓으면 리프트가 다시 잠기므로 세 사람 중 누군가는 폐오일 피트에 남아야 한다. 강태록은 밸브를 붙든 채 유진을 사다리 쪽으로 밀어 다음 희생을 스스로 맡으려 한다.

강유진은 나문희의 오른손을 낚아채 붉은 엄지를 수동 밸브 축에 짓눌렀다. 나문희의 팔꿈치가 유진의 턱을 밀었지만, 강태록이 장검집으로 그녀의 어깨를 벽에 눌러 움직임을 막았다. “차가 바닥에 닿는 순간 네 아버지는 계약 위반자다.” 나문희가 검은 폐오일 속에서 손목을 비틀었다. “그 담보는 네 목숨으로 돌아간다.”

유진은 잠시도 손을 씻을 곳을 찾지 않았다. 손금에 밴 폐오일을 나문희의 엄지에 문지른 뒤, 붉은 인주가 밸브의 기름때와 섞여 사라질 때까지 더 세게 눌렀다. “그럼 내 목숨은 내가 운전해.” 강태록이 장검 끝으로 봉인용 쇠막대를 들어 올리자 유진은 무릎을 벽에 박고 몸을 틀어 막대 한가운데를 걷어찼다. 쇠막대가 검은 액체를 가르며 반대편 사다리를 때렸고, 유진은 두 손으로 밸브를 끝까지 돌렸다.

위에서 백시헌이 부러진 칼집을 뽑아내며 차체 아래로 굴렀다. 리프트가 쇳소리를 쏟으며 내려왔고, 검은 머슬카의 네 바퀴가 정비동 바닥을 한꺼번에 찍었다. 유진이 밸브에서 손을 떼려 하자 손잡이가 즉시 되감겼다. 강태록은 그녀의 손등 위로 장갑 낀 손을 겹쳐 밸브를 다시 열고, 다른 팔로 유진을 사다리 쪽에 밀어 붙였다. 밸브 축에는 붉은 인주 대신 세 사람의 검은 손자국만 남았다.

장면 15· 밤 2시 36분

틀린 토크

틀린 토크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의 폐오일 정비 피트
시간밤 2시 36분
사건강태록은 수동 밸브를 붙든 채 강유진을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리고, 장검으로 사다리 고리를 끊어 자신에게 돌아올 길을 없앤다. 그는 일부러 틀린 연료선 체결 토크를 말하고, 나문희에게 장검과 남은 생을 담보로 넘기는 대신 유진의 이름을 계약에서 지우라고 요구한다. 나문희는 강태록의 칼집에 인주를 찍은 뒤 정비소 소유권 증서를 찢어 폐오일에 버린다.
영향유진은 아버지를 끌어낼 수 없게 되고, 정비소의 소유권도 영구히 잃는다. 대신 정비소가 폐기 담보로 말소되면서 유진의 목숨과 신분은 강태록의 계약에서 풀려난다. 강태록은 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차를 망가뜨리던 사람에서, 딸의 출발을 위해 자신을 붙잡아 두는 담보물로 바뀐다.

강태록이 강유진의 허리를 떠받쳐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리자, 유진은 검은 폐오일을 걷어차며 그의 장갑을 붙잡았다. 밸브를 쥔 강태록의 다른 손은 미끄러졌지만 놓이지 않았고, 나문희는 반대편 벽에 어깨를 댄 채 폐오일에 젖은 소유권 증서를 꺼냈다. “연료선 연결부, 육십이 뉴턴미터.” 강태록이 숨을 끊어 말하자 유진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오십팔이야. 아버지가 틀릴 리 없잖아.”

강태록은 대답 대신 장검을 뽑아 유진의 손 아래 있는 사다리 고리를 내리쳤다. 얇은 철고리가 끊어지며 사다리가 벽에서 벌어졌고, 위쪽에서 엎드린 백시헌이 유진의 팔을 잡아 정비동 바닥으로 끌어 올렸다. 유진이 다시 피트로 몸을 던지려 하자 백시헌은 벌어진 옆구리를 누른 채 그녀를 가슴으로 막았다. “비켜.” “이번엔 못 비켜.” 두 사람의 기름 묻은 손이 엉킨 아래에서 강태록은 장검을 칼집에 넣어 나문희에게 손잡이부터 내밀었다.

“이 검과 남은 집행 기간을 가져가시오. 강유진의 이름은 지워.” 나문희는 장검을 받아 칼집에 붉은 엄지를 찍고, 소유권 증서의 유진 이름 위를 세로로 찢었다. 한 장은 강태록의 어깨에 붙었다가 검은 액체로 가라앉았고, 다른 한 장은 열린 밸브 주위를 돌며 잉크를 풀어냈다. 유진은 백시헌의 손아귀 안에서 토크 렌치를 정확히 오십팔에 맞췄다. 딸깍 소리 아래, 강태록은 칼 없는 손으로 밸브를 붙든 채 찢어진 증서가 자기 가슴 앞에서 잠기는 것을 지켜봤다.

장면 16· 밤 2시 48분부터 새벽 2시 57분까지

부러진 검, 열린 길

부러진 검, 열린 길
장소적선 ZIC 지정 정비소 정비동과 압류차량 폐차장 입구
시간밤 2시 48분부터 새벽 2시 57분까지
사건백시헌은 ZIC 엔진오일을 바른 달군 칼로 강태록이 아닌 셔터 주축을 베어 탈출로를 연다. 나문희가 머슬카의 차량 식별칩에 마지막 봉인부를 붙이려 하자, 강유진은 보닛 잠금쇠를 풀어 그녀를 밀어내고 해치는 대신 ZIC 드럼통 위로 떨어지게 한다. 유진은 흩날리는 계약서 사이로 머슬카를 출발시킨다.
영향백시헌은 강태록과 결판낼 마지막 칼을 유진의 탈출에 써 버리고, 유진은 나문희에게 보복할 기회를 포기한다. 반쯤 탄 채무 장부가 폐차장 차량들 사이로 흩어져 문파의 장부 독점이 깨진다. 강태록은 피트에 남고, 유진과 백시헌은 새벽 2시 57분 흑사벽으로 진입한다.

백시헌이 밤 2시 48분, ZIC 엔진오일을 손바닥으로 휜 칼날에 밀어 바르고 불붙은 타이어 위로 검을 찔러 넣었다. 첫 돌풍이 찢긴 셔터를 안쪽으로 밀어붙이자 그는 달아오른 칼을 강태록이 남은 피트가 아니라 천장의 주축을 향해 휘둘렀다. 붉어진 날이 축을 끊었고, 셔터가 압류대와 불길 사이로 무너지며 칼날도 손잡이 앞에서 부러졌다. 반동에 쓰러진 백시헌을 강유진이 허리띠째 끌어당기자, 그가 피 묻은 입술로 말했다. “차값에서 빼.” 유진은 대답 대신 그의 팔을 자기 어깨에 걸어 머슬카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나문희가 보닛 위로 뛰어올라 차량 식별칩에 붉은 봉인부를 내리눌렀다. 유진은 시동 버튼에서 손을 떼고 차 밖으로 나와 토크 렌치로 보닛 잠금쇠를 풀었다. 보닛이 솟구쳐 나문희의 몸을 밀어냈고, 백시헌은 뒷좌석에서 몸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아 콘크리트 대신 검고 붉은 ZIC 드럼통 위로 끌어당겼다. 나문희의 손에서 떨어진 봉인부는 열린 보닛 아래로 빨려 들어가 타 버렸고, 유진은 그녀를 겨누지 않은 채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새벽 2시 57분, 유진이 시동을 걸자 고른 엔진음이 정비동 바닥의 폐오일을 떨게 했다. 반쯤 탄 계약서들이 돌풍에 들려 압류차량 폐차장의 깨진 앞유리마다 꽂혔고, 나문희는 길을 막으라는 명령을 반 박자 늦게 내렸다. 검은 머슬카가 쓰러진 간판 아래를 뚫고 나갈 때 유진은 룸미러 속 피트 입구를 한 번 보고 거울을 접었다. 붉은 후미등 두 개가 흩어진 장부 위를 가르며 흑사벽으로 들어갔다.

챕터 05

장면 17· 새벽 2시 57분 직후

소금 껍질 아래의 길

소금 껍질 아래의 길
장소흑사벽 속 압류차량 폐차장과 소금 구덩이 경계
시간새벽 2시 57분 직후
사건강유진은 오재민이 가리킨 폐차장 갈림길에서 급히 핸들을 꺾어 붉은 봉인부가 펄럭이는 압류 차량 더미를 피한다. 진짜 좌표와 나문희에게 넘긴 거짓 좌표가 폭풍 속에서 같은 길로 겹치고, 뒤에서는 추격차 세 대가 따라붙는다. 유진은 번개 직전 모래 굉음이 끊기는 순간과 ZIC 오일 압력계의 미세한 흔들림을 이용해 소금 껍질 아래의 단단한 지면을 골라낸다. 그녀는 강태록이 가르친 중앙 주행선을 버리고 구덩이 가장자리로 차를 몰아 추격차들을 약한 소금판 쪽으로 유인한다.
영향유진은 아버지의 기술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그 기술을 자기 방식으로 고쳐 살아남을 길을 만든다. 오재민의 좌표는 더 이상 절대적인 답이 아니며, 백시헌과 오재민은 유진의 판단에 목숨을 맡기게 된다. 추격차 세 대는 유진이 남긴 바퀴 자국을 따라 함정 쪽으로 들어서고, 머슬카는 폐차장 주행로를 향해 한 대분의 간격을 확보한다.

강유진은 폐차장 갈림길을 막아선 압류 차량의 문짝을 머슬카 옆면으로 밀어젖히며 핸들을 왼쪽 끝까지 감았다. 새벽 2시 57분을 넘긴 계기판 위로 자줏빛 흑사가 쏟아졌고, 다섯 층 높이의 폐차 더미에 붙은 붉은 봉인부들이 번개마다 한꺼번에 뒤집혔다. 오재민이 정비 장부와 창밖을 번갈아 가리켰다. “왼쪽이 진짜 길이었어. 그런데 내가 판 거짓 길도 여기야.” 후미에 매달린 세 쌍의 전조등이 같은 갈림목으로 꺾여 들어왔다.

강유진은 아버지가 가르친 대로 중앙의 오래된 타이어 자국을 밟으려다 브레이크를 차서 차체를 옆으로 세웠다. 백시헌이 뒷좌석에서 앞으로 쏠리며 한 손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짚었고, 다른 손은 다시 벌어진 옆구리를 눌렀다. “태록 아저씨 길을 버리겠다고?” “그 길로 셋 다 따라오잖아.” 모래의 굉음이 번개 직전 뚝 끊기자 강유진은 ZIC 오일 압력계가 흔들리지 않는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압력이 한 눈금 떨리는 자리마다 소금 껍질의 약한 부분을 피해 차를 가장자리로 밀었다.

백색 소금판이 뒷바퀴 아래에서 얇게 갈라졌지만 머슬카는 검은 구덩이를 반 바퀴 너비로 스쳐 빠져나갔다. 강유진은 단단한 가장자리에서 차를 한 번 크게 미끄러뜨려 중앙 주행선 쪽으로 선명한 바퀴 자국을 뿌린 뒤, 전조등을 끄고 폐차 더미의 그림자 속 좁은 길로 파고들었다. 추격차 세 대는 그 자국을 물고 약한 소금판 위로 돌진했고, 맨 앞차 아래의 흰 껍질이 검은 사각형으로 무너졌다. 백시헌의 손이 강유진의 어깨에서 떨어지기 전, 그녀는 핸들을 바로 세웠고 ZIC 오일 압력계의 붉은 바늘은 다시 한가운데에 박혔다.

장면 18· 새벽 3시 직후부터 동틀 무렵까지

부러진 칼집의 표지

부러진 칼집의 표지
장소흑사벽 속 압류차량 폐차장 주행로에서 도시 밖 검차소까지
시간새벽 3시 직후부터 동틀 무렵까지
사건백시헌은 깨진 후미창으로 부러진 칼집을 던져 선두 추격차를 모래턱에 걸어 세운다. 오재민은 손목시계의 붉은 흠집과 번개 사이의 시간을 맞춰 폭풍이 갈라지는 순간을 지시하고, 강유진은 위험선까지 치솟은 엔진 온도를 감수하며 갈라진 주행로를 돌파한다. 검은 머슬카는 마지막 추격차를 폐차 더미 사이에 떨쳐 내고 동틀 무렵 도시 밖 검차소에 도착한다.
영향강유진 일행은 채권 문파의 직접 추격권을 벗어나 랠리 학교 입학 심사를 받을 기회를 얻는다. 백시헌은 마지막으로 남은 칼집까지 버려 강유진의 길을 열고, 오재민은 거짓 좌표를 판 배신자에서 실제 탈출로를 완성한 안내자가 된다. 그러나 과열된 머슬카와 소유권 없는 차체는 검차소에서 새로운 장애물이 된다.

백시헌이 깨진 후미창 밖으로 상반신을 내밀어 부러진 칼집을 뒤쫓는 전조등 사이에 던졌다. 검은 칼집이 모래턱에 비스듬히 박히자 선두 추격차가 그것을 피하려 급히 틀었고, 오른쪽 바퀴가 소금 껍질을 깨뜨리며 차체를 옆으로 세웠다. 뒤따르던 두 대가 충돌을 피해 갈라지는 순간, 강유진은 폐차 더미 사이 한 대 너비의 주행로로 머슬카를 밀어 넣었다. 백시헌이 뒷좌석으로 떨어지자 유진은 한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아 깨진 창에서 끌어당겼다. “남은 칼은?” “네가 운전하는데 칼이 왜 필요해.”

오재민이 손목시계를 창밖으로 내밀고 붉은 흠집 셋을 엄지로 짚었다. 번개가 폐차장 앞유리 수백 장을 하얗게 뒤집자 그는 두 박자를 세고 유진의 팔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지금 꺾어.” 머슬카가 갈라진 주행로를 뛰어넘는 동안 엔진 온도계 바늘이 위험선에 닿았지만, ZIC 오일 압력은 중앙에서 버텼다. 유진은 가속 페달을 놓지 않았고, 마지막 추격차는 뒤늦게 따라 꺾다가 붉은 봉인부가 펄럭이는 폐차 더미의 무너진 문짝에 앞바퀴를 물렸다.

동이 틀 무렵 검은 머슬카는 흑사를 뒤집어쓴 채 도시 밖 검차소의 긴 레인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유진이 흰색 재시동 구역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자 과열된 보닛 틈으로 증기가 솟았고, 백시헌은 피 묻은 손을 운전석 등받이에 얹은 채 겨우 몸을 세웠다. 오재민은 금이 간 손목시계를 떼어 계기판 위에 놓았다. 수평 햇살이 깨진 후미창을 통과해 빈 칼집 고리와 ZIC 오일 압력계의 흔들리지 않는 바늘을 한 줄로 비췄다.

장면 19· 흑사벽을 빠져나온 동틀 무렵

차가 아닌 이름

차가 아닌 이름
장소도시 밖 검차소의 검사동과 재시동 구역
시간흑사벽을 빠져나온 동틀 무렵
사건검차관이 소유권과 봉인 없는 머슬카의 등록을 거부하자, 강유진은 ZIC 드럼통에서 뜯어 낸 봉인 조각과 정비 장부를 실기대에 내리친다. 그녀는 차량 등록 대신 정비 실기 시험을 요구하고, 제한 시간 안에 연료선을 연결한 뒤 오일 점도와 체결 토크를 맞춰 엔진을 재시동한다. 검차관이 입학 명부에 강유진의 이름을 적자 오재민은 펜을 빼앗아 바로 다음 줄에 자기 이름을 쓴다.
영향강유진은 소유권 없는 차의 운전자가 아니라 자기 기술로 선발된 정비공이 된다. 압류와 봉인이 지워 버리려던 신분을 자신의 이름으로 되찾고, 랠리 학교에 들어갈 자격을 확보한다. 오재민은 안내자 역할을 끝내고 강유진과 같은 출발선에 선 경쟁자가 된다.

강유진은 검차관이 밀어낸 등록 서류 위에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이 남은 ZIC 봉인 조각과 기름 밴 정비 장부를 내리쳤다. 새벽 햇살이 검사동의 검은 고무 매트를 가르는 동안, 검차관은 머슬카의 빈 식별칩 자리를 가리켰다. “주인도 봉인도 없는 차는 등록할 수 없다.” 강유진은 보닛을 열고 실기대의 연료선 연결구를 집었다. “차 말고 저를 검사하세요.”

제한 시간이 켜지자 오재민은 점도 측정기를 낚아채 ZIC 엔진오일 시료를 채웠고, 백시헌은 옆구리를 누른 채 보닛을 받쳐 강유진의 작업 공간을 열어 주었다. 강유진은 폭풍에서 풀린 연료선을 잘라 내고 새 연결구를 끼운 뒤 토크 렌치를 오십팔 뉴턴미터에 맞췄다. 딸깍. 그녀는 점도 수치를 확인해 오일량을 보정하고, 백시헌의 피 묻은 손 위로 자기 손을 겹쳐 시동 버튼을 눌렀다. 엔진이 폭음과 함께 살아나자 재시동 구역의 흰 판정표들이 일제히 수평으로 들렸다.

검차관은 차량 등록지를 접어 치우고 마른 입학 명부에 ‘강유진’을 적었다. 오재민이 곧바로 펜을 빼앗아 그 아래에 자기 이름을 눌러 쓰며 말했다. “출전권은 아직 내 거야.” 강유진은 대꾸 대신 토크 렌치를 닫았고, 두 이름 옆으로 ZIC 봉인 조각의 깨끗한 직사각형이 길게 놓였다.

장면 20· 동틀 무렵, 입학 명부에 이름을 올린 직후

다음 오일 교환 거리

다음 오일 교환 거리
장소도시 밖 검차소와 적선 ZIC 지정 정비소
시간동틀 무렵, 입학 명부에 이름을 올린 직후
사건백시헌이 현상금 추적을 피해 검차소를 떠나려 하자 강유진은 그의 칼집에서 떼어 낸 붉은 잠금쇠를 토크 렌치에 달고 두 번 튕긴다. 유진은 정비 장부의 다음 오일 교환 거리에 적사시로 돌아갈 날짜와 안전 경로를 기록하고, 백시헌은 떠나는 대신 머슬카 뒷좌석으로 돌아간다. 같은 시각 적사시에서 강태록은 장검 없이 첫 계약의 재심을 요구하고, 오재민은 유진이 남긴 숫자를 폐기 담보 정비소의 ZIC 드럼통에 새 탈출 좌표로 옮겨 적는다.
영향유진과 백시헌 사이에서 거짓말을 알리던 소리가 귀환을 약속하는 신호로 바뀐다. 유진의 랠리 학교 입학은 적사시와의 단절이 아니라 강태록과 채무자들을 데리러 갈 준비가 된다. 정비 주행거리로 위장된 좌표가 봉인 없는 ZIC 드럼통에 남으면서, 한 대의 탈출로였던 길은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귀환로가 된다.

백시헌이 검사동의 반쯤 열린 문을 밀고 나가자 강유진은 그의 팔을 잡는 대신 토크 렌치 손잡이에 옮겨 단 붉은 잠금쇠를 두 번 튕겼다. 딸깍, 딸깍. 수평 햇살이 빈 칼집 고리와 그의 피 묻은 옆구리를 함께 갈랐다. 백시헌은 걸음을 멈췄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사살 조건이야.” 유진은 정비 장부를 머슬카 보닛 위에 펴고 다음 오일 교환 거리 칸에 날짜, 점도, 필터 번호를 적었다. “그러니까 혼자 가면 죽어.”

오재민이 옆에서 숫자 배열을 읽다가 입학 명부에 꽂혀 있던 펜을 빼앗았다. “이 길, 적사시로 돌아가는 거잖아.” 유진은 대답 대신 장부를 찢지 못하도록 그의 손등을 토크 렌치로 눌렀고, 백시헌은 마침내 몸을 돌려 잠금쇠를 한 번 튕기려다 빈 칼집 고리만 쥐었다. 그는 웃지 않고 머슬카 뒷문을 열어 몸을 눕혔다. “다음 교환 때까지만 탄다.” 유진이 안전벨트를 그의 상처 아래로 당겨 채우자 백시헌은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적사시의 폐기 담보 정비소에서 강태록은 장검 없는 허리로 찢긴 작업대 앞에 서서 첫 계약서를 펼쳤고, 오재민이 송신한 숫자는 검고 붉은 ZIC 드럼통에 도착했다. 강태록은 붉은 인주 대신 기름 묻은 엄지로 재심 요구란을 눌렀다. 정비소로 돌아온 오재민은 봉인이 뜯겨 깨끗해진 직사각형 위에 유진의 주행거리와 필터 번호를 굵게 옮겨 적었다. 검차소에서 유진이 머슬카의 문을 닫는 순간, 적사시에서는 그 숫자를 본 강태록이 드럼통을 고속도로 쪽으로 굴렸고 검은 통의 붉은 ZIC 글자가 새 좌표 아래에서 한 바퀴씩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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