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복은 토요일 오후, 만복분식 앞에서 병따개를 찾는 손님 셋과 떡볶이 국물 넘친 냄비 사이를 오가며 자기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축제장 스피커에서는 코카콜라 여름 이벤트 멘트가 밝게 흘러나오고, 언덕 아래 사거리에는 얼음컵을 든 사람들, 어린이 팔씨름 무대, 병 회수함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만복은 빨간 배달 박스 위에 한 발을 올리고 아이들에게 “오늘은 착지까지 계산했다”고 말하지만, 뒤꿈치의 제트 운동화에서는 김 빠지는 소리가 난다. 염봉식은 폐자전거 가게 앞에서 그 소리를 듣고 만복의 발목을 잡아 내린다. 그는 전날 밤 몰래 빼 둔 배터리 나사를 공구함에서 꺼내 보이며, “오늘 날면 네 발목이 먼저 폐업한다”고 으르렁댄다. 만복은 웃으며 넘기려 하지만, 망토 끝의 마른 떡볶이 자국을 긁는 손이 떨린다.
그때 배도담이 팔씨름 결승 무대에서 만복을 부른다. 도담은 상품으로 걸린 코카콜라 아이스박스를 반 친구들과 나눠 마시겠다며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고, 상대보다 먼저 의자 다리를 발끝으로 눌러 흔들림을 확인한다. 만복은 도담 앞에서만큼은 병을 먼저 따지 않는다. 자신이 차가운 콜라 한 모금 없이는 88초밖에 버티지 못하는 히어로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나옥분은 옆에서 군고구마 손수레를 세워 놓고 얼음컵 콜라를 팔며, 만복에게 외상 장부를 흔든다. “폼값은 네가 내고, 병값은 손님이 낸다.” 공칠복은 빨대 금지 캠페인 부스 앞에서 거대한 비눗방울을 띄우지만, 관객 웃음이 작아지자 스피커 볼륨을 한 칸 더 올린다. 그의 손수레에는 코카콜라 박스로 덧댄 비눗물 통이 달려 있고, 종이컵 뚜껑은 아이들 손에 산처럼 쌓인다.
언덕 위 임시 하역장에서는 송라미가 무전기를 쥔 채 냉장 트럭 운전석 옆을 맴돈다. 브레이크 경고등은 이미 몇 번이나 깜박였지만, 그녀는 다음 계약을 놓칠까 봐 트럭을 대기선에 묶어 두는 쪽을 택한다. 행사표 모서리를 손톱으로 접은 그녀는 기사에게 “오 분만 버티면 됩니다”라고 말하고, 바퀴 뒤에 얹은 고임목을 발로 더 깊이 밀어 넣는다. 바로 그 순간, 언덕 위에서 컵 뚜껑 더미를 옮기던 자원봉사자가 미끄러지고, 굴러간 병 회수함이 고임목을 친다. 차가운 붉은 냉장 트럭이 낮은 쇳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송라미는 손잡이에 매달려 몸으로 버티지만, 손바닥에 묻은 녹은 얼음물과 라벨 접착제 때문에 손이 밀린다. 트럭은 그녀를 끌고 언덕 아래로 내려온다.
처음엔 사람들은 그것을 퍼레이드 차량으로 착각한다. 공칠복은 음악을 더 키우고, 옥분은 돈통을 품에 안으며 손수레를 뒤로 빼려 한다. 그러나 트럭의 앞범퍼가 첫 번째 플라스틱 안내선을 찢고, 얼음물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지자 웃음이 끊긴다. 만복은 빨간 배달 박스에 올라타지만 염봉식이 그의 망토를 붙잡는다. “나사도 없는 놈이 뭘 날아.” 만복은 공구함 맨 아래 칸을 뒤집어 배터리 나사를 찾아내고, 염봉식은 욕을 삼키며 자기 폐자전거 가게 간판을 뜯어 배달 박스 옆구리에 못질한다. 간판은 가게 이름의 절반을 잃고 임시 날개가 된다. 염봉식은 마지막 못을 박으며 만복의 운동화 뒤꿈치 균열을 손톱으로 긁어 보여 준다. “88초 안에 못 돌아오면 운동화 말고 네 뼈가 먼저 분해된다.”
만복은 냉장고에서 가장 차가운 코카콜라 병 하나를 집어 들지만, 빨대 금지 캠페인 때문에 주변에는 뚜껑 달린 컵만 가득하고 빨대는 없다. 그는 병뚜껑을 따서 한 모금을 들이켜려다, 트럭 뒤칸의 얼음 문이 덜컹이며 열리는 걸 본다. 수백 개의 병이 얼음과 함께 쏟아져 언덕을 굴러 내려온다. 도담은 팔씨름 무대에서 뛰어내려 병들이 관객석으로 퍼지는 길을 몸으로 막고, 미끄러운 아스팔트 위에서 가장 덜 젖은 틈을 발끝으로 찾아 선다. 그녀는 오른팔 팔꿈치를 왼손으로 감싼 채, 굴러오는 병 회수함을 어깨로 밀어 방향을 틀어 놓는다. 그 대가로 결승 무대가 무너지고, 반 아이들이 기다리던 아이스박스는 바닥으로 떨어져 얼음과 함께 깨진다.
옥분은 처음엔 돈통을 끌어안고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도담의 발이 컵 뚜껑 더미 위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옥분은 팔리지 않은 군고구마 포대를 집게로 밀어 트럭 바퀴 앞에 던진다. 뜨거운 고구마가 터지며 노란 속살이 아스팔트에 으깨지고, 바퀴는 잠깐 헛돈다. 옥분의 손수레 한쪽 축이 휘어지고, 압류 딱지가 붙은 판자는 바퀴 밑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도 만복에게 외친다. “내 포대값까지 살려서 갚아!”
공칠복은 그제야 자신이 음악으로 위험한 소리를 덮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는 아이들을 뒤로 밀어내며 비눗방울 통을 끌고 만복 쪽으로 달린다. 만복의 제트 운동화 흡입구는 떡볶이 국물과 먼지로 막혀 출력이 오르지 않는다. 공칠복은 잠깐 망설이다가, 구청 계약 담당자가 보고 있던 자신의 마지막 장비를 통째로 들어 운동화 흡입구에 쏟는다. 비눗물이 탄산과 만나 흰 거품으로 폭발하고, 빨간 배달 박스가 덜컹거리며 떠오른다. 동시에 공칠복의 손수레는 압력에 찢겨 나가고, 그의 거대한 비눗방울 막대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부서진다. 그는 빨간 코를 눌러 삑 소리를 내 보지만, 이번엔 아무도 웃지 않는다.
만복은 차가운 코카콜라 한 모금을 삼킨다. 목을 타고 내려간 냉기가 가슴에서 터지고, 병뚜껑 금속이 운동화 안에서 딸깍딸깍 맞물린다. 그는 88초를 세기 시작한다. 첫 20초 동안 만복은 배달 박스를 낮게 띄워 굴러오는 병들을 옆 골목으로 튕겨 낸다. 병들은 병 회수함에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내며 쌓이고, 몇 개는 깨지지 않고 멈춘다. 35초째, 송라미가 여전히 트럭 손잡이에 매달린 채 끌려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만복은 그녀를 잡아채려 하지만, 송라미는 무전기를 놓지 않고 외친다. 뒤칸 왼쪽 얼음통 아래에 가장 차가운 병이 하나 더 있고, 자신이 브레이크 경고를 덮었다고. 그 말은 무전기보다 스피커에 먼저 새어 나가 축제장 전체에 울린다. 관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히고, 송라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잡이를 놓친다.
만복은 마지막 병을 찾으러 트럭 뒤칸으로 날아들어 갈 수도 있고, 송라미를 받을 수도 있다. 그는 순간적으로 병 쪽으로 몸을 틀었다가, 도담이 컵 뚜껑 더미를 끌어안고 바퀴 옆에서 버티는 걸 본다. 옥분이 도담의 허리띠를 잡아당기지만 둘 다 얼음물에 미끄러진다. 만복은 욕처럼 짧게 숨을 뱉고 송라미 쪽으로 떨어진다. 그는 송라미의 조끼 뒷덜미를 잡아 관객석 쪽으로 던지듯 밀어내고, 그 반동으로 트럭 뒤칸 모서리에 어깨를 부딪친다. 58초가 지난다. 그의 배달 박스 임시 날개 한쪽이 떨어져 나가고, 염봉식의 간판 조각이 길바닥을 긁으며 불꽃을 튄다.
송라미는 바닥을 구르다 일어나 도망치지 않는다. 그녀는 무대 스피커 앞으로 달려가 안전 멘트를 하는 대신, 자기 몸으로 팔씨름 무대의 남은 철제 프레임을 밀어 트럭 진행 방향에 세운다. “제가 막았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목이 갈라지도록 외치고, 무전기를 땅에 내려놓는다. 그 고백은 트럭을 멈추지 못하지만, 사람들을 움직인다. 관객들이 접이식 의자를 들고 물러나 통로를 만들고, 상인들이 병 회수함을 굴려 바퀴 옆으로 세운다. 누구도 깨끗한 손으로 돕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기 부스를 버리고, 누군가는 계산대를 놓고, 누군가는 방금 산 얼음컵을 쏟아 마른 자리를 만든다.
70초째, 만복은 뒤칸 왼쪽 얼음통 아래에 끼어 있는 마지막 차가운 병을 본다. 하지만 병은 굴러나온 얼음과 컵 뚜껑 사이에 박혀 있고, 그 앞에는 도담이 만든 좁은 틈이 있다. 도담은 자기 오른팔로 병 회수함을 붙잡고 왼발로 뚜껑 더미를 눌러 길을 벌린다. 아이의 손목이 떨리고, 팔씨름 장갑의 찍찍이가 뜯어진다. 만복은 병을 향해 손을 뻗지만, 도담이 이를 악물고 말한다. “아저씨, 마시지 말고 밀어요.” 그 말에 만복은 처음으로 자기 88초를 더 늘릴 방법이 아니라, 남들이 만든 1초들을 믿는다.
만복은 마지막 병을 따지 않는다. 그는 병을 옥분에게 던지고, 옥분은 그것을 집게로 받아 바퀴 앞 고구마 포대 사이에 끼운다. 차가운 병이 뜨거운 고구마 속에서 터지듯 흔들리고, 탄산 압력이 포대와 병 회수함을 동시에 밀어 올려 작은 턱을 만든다. 공칠복은 부서진 비눗방울 막대의 긴 손잡이를 들고 달려와 그 턱 밑에 끼워 넣고, 송라미는 철제 프레임을 온몸으로 눌러 지렛대가 빠지지 않게 버틴다. 염봉식은 만복의 배달 박스에서 떨어진 간판 날개를 들고 바퀴 옆에 몸을 낮춘다. 그는 손톱 밑이 찢어지도록 병뚜껑 금속 조각을 끼워 넣으며 “한 번은 더 버틴다”고 중얼거린다.
마지막 8초, 만복은 추진력이 꺼져 가는 배달 박스를 버리고 직접 트럭 앞범퍼로 뛰어든다. 그는 망토를 양손에 감아 범퍼와 팔씨름 무대 프레임 사이를 묶고, 발뒤꿈치의 제트 운동화를 아스팔트에 박는다. 탄산 거품이 운동화 옆구리에서 새고, 빨간 배달 박스는 빈 껍데기처럼 뒤로 튕겨 나간다. 도담은 만복의 옆에 서서 프레임을 함께 민다. 옥분은 돈통을 내려놓고 손수레 손잡이를 바퀴 밑으로 꽂는다. 공칠복은 미끄러지는 아이들을 자신의 커다란 신발로 막아 세우고, 송라미는 트럭 운전석 문에 몸을 부딪쳐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는다. 염봉식은 만복의 발목을 두 팔로 감싸 쥐어 운동화가 찢겨 나가지 않게 붙든다.
88초가 끝나는 순간, 만복의 힘은 거품처럼 꺼진다. 하지만 이미 트럭의 앞바퀴는 고구마 포대, 병 회수함, 철제 프레임, 손수레 축, 간판 날개가 만든 엉성한 턱 위에 올라타 있다. 무게중심이 틀어진 트럭은 아래 사거리 한복판으로 돌진하지 못하고, 만복분식 옆 빈 병 수거 구역으로 옆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붉은 냉장 트럭은 병 회수함들을 밀고 가다 낮은 담벼락에 쿵 하고 멈춘다. 냉장 문이 열리며 차가운 김이 쏟아지고, 깨지지 않은 코카콜라 병들이 얼음 속에서 달그락거린다. 만복은 범퍼 아래 주저앉아 있고, 망토는 찢어졌으며, 운동화 한 짝은 완전히 김이 빠져 있다.
잠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 옥분이 먼저 돈통을 들어 확인하고, 찌그러진 손수레를 보더니 만복에게 외상 장부를 내민다. “고구마 포대, 손수레 축, 그리고 방금 네가 멋있는 척한 값.” 그 말에 사람들이 웃기 시작한다. 공칠복은 부서진 빨간 코를 주워 눌러 보지만 삑 소리가 나지 않아, 대신 자기 입으로 작게 “삑” 한다. 도담은 팔씨름 결승 상품이 깨진 것을 보고 입술을 깨물다가, 얼음 속에 남은 병들을 반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준다. “결승은 다음에 다시 잡아요. 의자 다리부터 제대로 고치고.” 송라미는 무대 앞으로 걸어가 무전기 없이 자신의 잘못을 다시 말하고, 계약 담당자가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도 안전선 뒤로 사람들을 물린다. 염봉식은 반쯤 뜯긴 자기 간판을 바라보다가 만복의 발목을 툭 친다. “살았으면 수리비가 더 비싸다.”
축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는다. 빨대 금지 캠페인 부스는 종이컵 뚜껑을 미끄럼 방지판으로 다시 쓰고, 병 회수함은 임시 바리케이드가 된다. 코카콜라 냉장 트럭은 멈춰 섰지만, 그 붉은 면에는 고구마 속살, 비눗물 거품, 떡볶이 국물, 손자국이 뒤섞여 있다. 만복은 차가운 병 하나를 받아 들고도 바로 마시지 않는다. 그는 병뚜껑을 따서 도담에게 건네고, 옥분에게는 찌그러진 돈통을 주워 준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지만, 예전처럼 완전히 비웃지도, 완전히 떠받들지도 않는다. 그들은 만복이 혼자 트럭을 막은 게 아니라는 것을 봤고, 만복도 그걸 숨기지 않는다. 그는 찢어진 망토 끝을 긁으려다 손을 멈추고, 빈 병 회수함 위에 앉아 말한다. “오늘 착지는… 계산이 좀 많았다.” 옥분이 장부를 펼치고, 공칠복이 입으로 다시 삑 소리를 내고, 염봉식이 병뚜껑을 렌치처럼 돌리는 사이, 언덕길 위에는 아직 얼음 냄새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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