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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15 · 챕터 5

점심 먹다 단독 공연 당함

steadfast Rhinoceros Iguana 35크리에이터 페이지 →

삼성디스플레이의 한 동료가 점심시간 벤치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순간, 화면 밖에서 뻗어온 손이 재생 버튼을 멈추고 “이 곡, 저희가 직접 연주해드립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음악인 프로님들이 하나씩 등장. 프로님들의 이름·부서, 손끝이 바쁘게 움직이는 연주가 차례로 붙는다. 각각 기타, 보컬, 키보드를 치는 프로님까지 합류해 벤치 앞을 작은 청춘 공연장으로 만들지만 정작 관객은 한 입 베어 문 샌드위치를 든 채 박수를 못 친다. 마지막 음에 맞춰 겨우 양손을 비운 동료가 최고의 연주였다며 박수 치고 환호한다.

  • 등장인물 4
  • 장면 15
  • 줄거리 887자
점심 먹다 단독 공연 당함 cover image

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배준영

남성

삼성디스플레이 입사 2년 차 공정기술 담당 프로 — 점심시간에는 샌드위치를 들고 사내 벤치에서 신청곡 목록을 듣는다.

프로필

배준영은 삼성디스플레이 사내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저장한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고 싶다. 그런데 이어폰 속 음악을 멈춘 동료들이 눈앞에서 직접 연주하자, 남은 점심시간을 내주고 벤치의 유일한 관객으로 자리를 지킨다. 한 손에는 샌드위치, 다른 손에는 펼친 포장지가 있어 박수 대신 고개만 끄덕이던 준영은 마지막 음이 끝나기 전에 양손을 비우려 애쓴다.

업무 설명을 들을 때는 작은 수첩에 빠짐없이 적지만, 연주자가 차례로 등장하자 받아 적을 손 대신 눈으로 이름표를 좇는다. 기타 독주에 박수를 치려다 샌드위치 속 양상추가 흘러나오면 얼른 받아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구두 앞코로 박자를 맞춘다. 마지막에는 포장지를 접어 무릎 아래에 끼운 뒤 벌떡 일어나 “최고였어요!”를 외친다.

배경

입사 첫해부터 점심시간마다 같은 벤치에 앉았고, 동료가 함께 앉으면 이어폰 한쪽을 빼주곤 했다. 전날에도 그 자리에서 “이 곡은 직접 들으면 진짜 좋겠네요”라며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줬는데, 다음 날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화면 밖에서 손이 들어와 재생을 멈춘다.

묘사

배준영은 짧은 검은 머리를 옆으로 단정히 넘긴 스물여덟 살 청년으로, 연한 하늘색 옥스퍼드 셔츠에 짙은 회색 면바지와 검은 가죽 구두를 갖춰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다. 셔츠 가슴주머니에는 모서리가 닳은 작은 수첩이 꼭 맞게 꽂혀 있고, 반듯하게 앉은 상체와 달리 구두 앞코는 들려오는 박자를 따라 가볍게 들썩인다. 양손에 든 샌드위치와 포장지를 내려다보던 짙은 갈색 눈이 연주자에게 돌아가면, 다문 입술 양끝이 올라가고 고개가 박자보다 조금 크게 끄덕여진다.

오소정

여성

삼성디스플레이 화질 평가 담당 프로 — 점심 합주 때는 기타 케이스에 악보 대신 동료들의 신청곡 목록을 꽂고 다닌다

프로필

오소정은 배준영에게 자신이 편곡한 기타 전주를 들려주고, 원곡 없이도 무슨 노래인지 맞혀 달라고 하고 싶다. 이를 위해 늘 뒤에서 반주하던 자리를 벗어나 벤치 앞 첫 연주자로 나서지만, 준비한 전주를 끝까지 뽐내면 뒤에 합류할 보컬과 키보드의 연주 시간이 줄어든다. 혼자 음악을 듣던 배준영의 발끝이 움직이자, 오소정은 독주를 짧게 접고 그 박자에 맞춰 동료들을 불러들인다.

연습할 때는 휴대전화 초시계로 전주 길이까지 재면서, 막상 누가 흥얼거리면 악보를 덮고 그 속도에 맞춰 기타를 친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든 채 고개만 끄덕이자 “손은 그대로, 발만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자기 구두로 먼저 박자를 찍는다. 어려운 구간을 매끈하게 넘긴 뒤에는 무표정을 지키려다 입꼬리가 올라가, 기타 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배경

사내 합주에서 여러 해 반주를 맡아 온 오소정의 연습 영상에는 늘 보컬 뒤로 기타 몸통과 사원증만 걸쳐 있었다. 최근 배준영이 그 영상을 보고 “기타 치신 분은 어느 부서세요?” 라고 묻자, 오소정은 사원증을 들어 보이며 신청곡 하나를 받아 적었다. 벤치 공연을 준비하며 보컬과 키보드에게는 각자 등장할 마디를 표시해 주고, 자기 악보의 긴 독주 구간에는 괄호를 쳐 두었다.

묘사

오소정은 턱선에 닿는 검은 단발을 귀 뒤로 넘기고, 소매를 반듯하게 걷은 옅은 청색 셔츠와 차콜색 슬랙스 차림으로 호박색 기타를 몸 가까이 받쳐 든다. 사원증 목줄에는 초록색 기타 피크 하나가 매달려 있고, 낮은 검정 로퍼의 앞코는 동료가 따라오기 좋은 속도로 박자를 찍는다. 서른다섯 살의 눈가에 옅은 웃음선이 잡히는 순간에도 태연한 표정을 지키려 애쓰다가, 결국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듯 기타 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문성환

남성

삼성디스플레이 구동회로 설계 담당 프로 — 점심 합주에는 건전지식 키보드와 접이식 받침대를 직접 들고 나온다.

프로필

문성환은 오소정에게 곡의 마지막 두 마디를 맡겨 달라고 청한다. 늘 정해진 길이로 끝내던 합주를 이번에는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내려놓을 때까지 이어가려는 것으로, 준비한 빠른 독주를 빼고 소정에게도 자신의 왼손 반주를 따라 끝맺음을 늦춰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점심 종료 알람이 가까워지는데도 준영의 양손이 비지 않자, 성환은 건반 위에 손을 둔 채 눈썹으로만 “아직인가요?”를 묻는다.

회로 검토 회의에서는 오차가 난 지점을 화면에 확대해 짚지만, 합주에서 동료가 한 박자 늦으면 같은 구절을 한 번 더 쳐서 받아준다. 어려운 독주를 마치고도 잠잠하던 얼굴이 “덕분에 들어오기 편했어요”라는 말에는 대번에 풀린다. 준영이 포장지를 접기 시작하면 마지막 화음을 누를 듯 손목을 들었다가, 양상추가 떨어지는 순간 슬그머니 다음 마디로 넘어간다.

배경

학창 시절 피아노 학원 발표회에서 외운 곡만 치던 성환은, 입사 후 사내 합주에서 악보를 놓친 보컬을 기다리지 않고 끝까지 연주한 적이 있다. 다음 연습부터는 악보 여백에 동료가 숨 쉬는 자리와 고개 드는 자리를 표시했고, 이번에는 오소정의 신청곡 목록 옆에 ‘관객 손도 볼 것’이라고 적어 두었다.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 석 자가 적힌 낡은 악보 가방에는 이제 독주곡집 대신 키보드용 여분 건전지가 들어 있다.

묘사

문성환은 관자놀이에 새치가 조금 섞인 짧은 머리와 눈가의 잔주름이 자연스러운 마흔셋의 남성으로, 연한 회청색 옥스퍼드 셔츠 소매를 반듯하게 접고 짙은 남색 면바지에 사원증을 달고 있다. 어깨가 넓고 다부진 몸을 건반 쪽으로 조금 기울이되 고개는 동료에게 돌려 두며, 입가에는 옅은 웃음을 남긴 채 한쪽 눈썹만 들어 다음 박자를 묻는다. 접이식 받침대 옆에는 모서리가 닳고 ‘문성환’ 세 글자가 수놓인 악보 가방이 놓여 있어, 가지런한 차림에 오래 쓴 물건 하나가 눈에 남는다.

정예진

여성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계획 담당 입사 1년 차 프로 — 점심 합주에서는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보컬을 맡는다.

프로필

정예진은 늘 기타 뒤에서 입 모양으로만 노래하던 오소정에게 이번 후렴 한 소절을 함께 불러 달라고 청한다. 소정의 목소리가 들리려면 준비한 고음을 빼고 마이크도 나눠 써야 하지만, 예진은 벤치 앞으로 나서며 자기 독창용 악보에 두 사람의 숨 쉴 자리를 새로 표시한다. 소정이 기타 목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예진은 그쪽으로 마이크를 살짝 기울이며 후렴 첫 단어를 건넨다.

생산계획 변경 사항을 전달할 때는 숫자를 또박또박 읽고, 합주 순서를 설명할 때는 물병을 마이크처럼 쥔 채 말끝에 가락을 붙인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는 사원증을 뒤집어 놓지만, 자기 이름과 부서를 소개하는 차례에는 다시 앞으로 돌려 손바닥으로 받친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든 채 고개만 끄덕이면 “관객님은 식사, 떼창은 저희가 맡겠습니다”라며 소정 옆으로 반걸음 붙는다.

배경

첫 사내 합주에서 반주보다 먼저 들어간 예진에게 오소정은 연주를 끊는 대신 전주를 두 마디 더 쳐 주었다. 연습 녹음을 돌려 듣던 예진은 기타 소리 아래 섞인 소정의 흥얼거림을 찾아내고, 다음 연습에 후렴 가사를 두 장 뽑아 왔다. 벤치 공연을 앞둔 리허설에서는 높은 음을 길게 끌다가도 소정이 입을 열면 곧바로 음량을 낮추고 마이크를 가운데 놓았다.

묘사

정예진은 턱선에서 가볍게 꺾이는 짙은 갈색 단발에 얇은 앞머리, 둥근 볼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눈을 지닌 스물네 살의 신입 프로다. 잔골지 연노랑 카디건과 흰 면 티셔츠를 남색 슬랙스에 단정히 맞춰 입고, 목에 건 사원증을 소개할 때마다 손바닥 위에 받쳐 드는 버릇이 있다. 노래할 때는 입가에 웃음을 남긴 채 옆 사람에게 반걸음 붙고, 자기 입 앞에 있던 휴대용 마이크를 둘 사이로 기울인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점심 시간에 배준영은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다. 오늘은 저장해 둔 플레이리스트만큼은 끝까지 들을 작정이다.
준영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화면 밖에서 손이 들어온다. 놀란 배준영. 훅 들어온 손은 플레이리스트를 일시정지한다. 손을 따라 시선이 올라가자 정예진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보인다. “이 곡, 저희가 직접 연주해드립니다”라며 어느새 배준영 앞에 세팅된 무대의 마이크 앞에 자리 잡는다. 무대에는 키보드 앞에 서 있는 성환과 기타를 든 소정도 서 있다. 준영은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은 뒤 샌드위치를 다시 집는다. 혼자 듣고 싶었던 노래가 눈앞에서 시작되자, 벤치 등받이에 기대려던 몸을 조금 앞으로 세운다.

기타 소리로 곡의 인트로가 시작된다. 초록 피크가 줄을 훑는 손에서 소정의 얼굴로 시선이 올라가며 ‘오소정 프로 · 화질 평가’라는 소개가 붙는다. 다음으로 기타 소리 위에 키보드 소리가 얹혀진다. 화려하게 키보드를 치는 성환의 손에서 성환의 얼굴로 시선이 올라가며 ‘문성환 프로 · 구동회로 설계’라는 소개가 붙는다. 인트로가 끝나고 맑은 목소리가 기타와 건반 사이를 채운다. ‘정예진 프로 · 생산계획’이라는 소개가 붙고, 드디어 모든 멤버가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한다.

준영은 허겁지겁 손의 샌드위치를 먹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음악에 맞춰 박수치며 리듬을 탄다. 이윽고 마지막 음이 멎자 준영의 박수가 또렷하게 터진다. 준영은 샌드위치 포장지를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최고였어요!”를 외친다.
오소정, 문성환, 정예진은 "연주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SDC 음악인 프로들이었습니다!"라고 외치며 인사한다.
그 셋의 머리 위로 자막이 뜬다. “본업도, 음악도 프로. 삼성디스플레이 음악인 프로님들을 소개합니다.”


세계관 · World

세계

representative image

설정

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실제 사업장 지형을 특정하지 않는 촬영용 설정으로, 구내식당에서 업무동으로 돌아가는 보행로 옆에 자리한다. 낮은 화단이 벤치 뒤를 감싸고, 앞쪽에는 세 사람이 악기와 함께 설 수 있는 평평한 포장면이 있다. 통행로는 비워 둬야 하므로 공연은 자연스럽게 벤치의 한 사람을 향한다.

배준영에게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저장한 곡을 듣는 자리다. 오소정에게는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을 무대이고, 문성환에게는 접이식 키보드 받침대를 펼칠 최소한의 공간이다. 정예진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서면 평범한 휴게공간이 객석 하나짜리 공연장이 된다. 별도의 무대나 현수막은 없다. 공연의 시작은 준영의 휴대전화에서 음악이 멈추는 순간이다.

시대

현재의 늦봄, 맑은 평일 점심시간. 셔츠 소매를 걷으면 편하고, 벤치의 햇볕 든 부분은 손바닥에 따뜻하다.

점심 종료를 몇 분 앞둔 짧은 틈에 모든 일이 벌어진다. 식사를 마친 동료들의 발걸음이 업무동 쪽으로 잦아들수록 연주는 또렷하게 들리지만, 합주를 이어갈 시간은 줄어든다. 준영의 휴대전화에는 점심 종료 알람이 설정돼 있다.

규칙

- 공연 장비는 벤치 앞 포장면 안에만 놓고 통행로를 비워 둔다. 연주자들은 크게 이동할 수 없어 눈짓과 반걸음으로 등장 순서와 마이크 공유를 해결해야 한다.

- 휴대전화 재생을 멈추는 손은 화면 위에 잠깐 머물고, 준영이 고개를 끄덕인 뒤 버튼을 누른다. 짧은 동의가 확보된 뒤에야 “이 곡, 저희가 직접 연주해드립니다”라는 자막과 첫 기타 소리가 들어온다.

- 합주는 준영의 점심 종료 알람 전에 끝낸다. 성환이 박수를 기다리며 마지막 구절을 반복할수록 소정과 예진은 자기 연주를 줄여 끝맺을 시간을 남겨야 한다.

- 샌드위치와 포장지는 바닥이나 악기 위에 놓지 않는다. 준영은 양상추를 받아내고 포장지를 접어 무릎 아래에 끼워야 두 손을 비울 수 있으며, 연주자들은 그 작은 정리를 기다리며 마지막 화음을 늦춘다.

기술과 철학

무선 이어폰과 휴대전화는 혼자 듣는 점심을 만들고, 통기타와 건전지식 키보드, 휴대용 마이크는 그 시간을 눈앞의 합주로 바꾼다. 전원 케이블을 끌어오거나 무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므로, 동료들이 하나씩 합류하는 속도가 곧 영상의 리듬이 된다.

인물들은 직급 대신 서로를 ‘프로님’으로 부른다. 이름·부서 자막은 업무상의 정체성을 짧게 보여주고, 곧바로 이어지는 연주가 그 소개에 다른 얼굴을 붙인다. 회사의 공식 공연 규정이나 실제 운영 제도를 설정으로 단정하지 않고, 이 작은 합주의 약속만 화면에 드러낸다.

준영에게 호응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세 연주자의 공통된 태도다. 소정은 “손은 그대로, 발만 부탁드립니다”라며 먼저 구두로 박자를 찍고, 예진은 마이크를 관객 대신 소정에게 기울인다. 성환은 준영이 포장지를 접는 동안 한 마디를 더 친다. 최고의 연주였다는 말은 정교한 독주 직후가 아니라, 관객의 두 손이 마침내 비었을 때 돌아온다.

시각적 묘사

밝은 회색 보도블록, 꿀빛 나무 벤치, 연두색 새잎이 기본 색이다. 뒤편 업무동의 유리 외벽은 하늘을 옅게 반사하되, 회사명이나 건물 규모보다 사람의 얼굴과 손이 먼저 보이도록 배경을 단순하게 잡는다.

벤치 위로 작은 잎 그림자가 흔들린다. 첫 화면에는 준영의 휴대전화와 한 입 베어 문 샌드위치만 가깝게 보인다. 화면 밖 손이 들어와 재생을 멈추면 이어폰 속 음악이 끊기고, 포장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뒤로 실제 기타 줄의 마찰음이 들린다.

이후의 소개는 손에서 얼굴로 이어진다. 초록 피크를 쥔 소정의 손, 흰 건반 위를 건너는 성환의 손, 사원증을 앞으로 돌려 받치는 예진의 손에 이름과 부서 자막이 붙는다. 준영의 손만 계속 바쁘면서도 연주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마지막에는 같은 구도의 두 손이 처음으로 맞닿으며 박수 소리를 만든다.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장면 01· 늦봄의 맑은 평일, 점심 종료를 몇 분 앞둔 시간

한 입, 한 곡

한 입, 한 곡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시간늦봄의 맑은 평일, 점심 종료를 몇 분 앞둔 시간
사건배준영은 샌드위치를 한 입 먹고 휴대전화에서 점심 종료 알람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저장한 곡을 재생하고 등받이에 기대려는 순간, 정예진이 화면 밖에서 휴대전화 쪽으로 손을 내민다. 배준영은 몸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붙잡는다.
영향혼자 식사하며 노래를 들으려던 배준영의 짧은 휴식에 다른 사람의 손이 끼어든다. 음악은 아직 흐르고 재생 버튼도 눌리지 않은 채, 배준영의 시선이 화면에서 손으로 옮겨간다.

배준영은 나무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벌어진 포장지 가장자리를 엄지로 눌러 접는다. 걷어 올린 셔츠 소매 위로 새잎 그림자가 흔들리고, 벤치 옆 보행로는 업무동까지 비어 있다. 배준영은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켜 점심 종료 알람 시각을 확인한 뒤, 저장한 곡의 재생 시간과 번갈아 본다. 샌드위치를 삼킨 배준영이 화면을 한 번 누른다.

이어폰에서 전주가 시작되자 배준영은 휴대전화를 낮추고 등받이 쪽으로 어깨를 기울인다. 그 순간 화면 밖에서 정예진의 손이 들어와 휴대전화 위를 가로지른다. 배준영은 기대던 몸을 멈추고 휴대전화 가장자리를 꼭 쥔다. 한 입 자국이 난 샌드위치는 턱 아래에 들린 그대로다. 정예진의 손은 화면에 닿지 않은 채 멎고, 배준영의 눈이 그 손끝을 따라 올라간다.

장면 02· 늦봄의 평일 점심시간, 점심 종료를 몇 분 앞둔 순간

누르기 전에

누르기 전에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앞
시간늦봄의 평일 점심시간, 점심 종료를 몇 분 앞둔 순간
사건배준영이 정예진의 손을 따라 얼굴을 올려다본다. 정예진은 일시정지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추고 배준영의 응답을 기다린다. 배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예진은 음악을 멈추고 직접 연주하겠다고 제안한 뒤 벤치 앞 포장면으로 물러난다.
영향배준영의 동의를 얻은 뒤 이어폰 속 음악이 끊긴다. 휴대전화에 끼어든 손의 주인이 동료 정예진으로 드러나고, 혼자 듣던 곡을 눈앞에서 연주하겠다는 초대가 건네진다. 배준영은 아직 이어폰을 낀 채, 물러나는 정예진을 향해 휴대전화를 낮춘다.

배준영이 휴대전화 위로 뻗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자, 정예진이 눈을 맞추고 빈손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가리킨다. 일시정지 버튼 바로 위의 손가락은 내려오지 않는다. 배준영은 턱 아래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조금 내리고, 휴대전화 가장자리를 움켜쥔 엄지를 편다. 정예진이 눈썹을 살짝 올리자 배준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그제야 정예진의 손끝이 화면에 닿고, 이어폰에서 흐르던 전주가 끊긴다. “이 곡, 저희가 직접 연주해드립니다.” 정예진은 손을 거두며 벤치 앞 포장면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난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든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정예진은 웃으며 두 손바닥을 그쪽으로 펼친다. 배준영은 휴대전화를 무릎 높이로 내리고, 이어폰을 그대로 낀 채 정예진 쪽으로 몸을 돌린다.

장면 03· 늦봄 평일 점심시간, 음악이 멈춘 직후

객석은 한 자리

객석은 한 자리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앞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음악이 멈춘 직후
사건문성환은 통행로 쪽으로 나온 키보드 받침대를 포장면 안쪽으로 당기고, 오소정은 기타를 고쳐 안으며 자리를 내준다. 정예진이 마이크를 들고 두 사람 사이로 들어서자 배준영은 샌드위치를 포장지째 무릎에 받친다. 배준영은 이어폰 두 쪽을 빼 케이스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영향세 동료의 악기와 마이크가 벤치 한 자리를 향한다. 배준영은 이어폰을 정리하는 행동으로 초대에 응하고, 세 사람은 관객을 확보한다. 녹음된 곡은 멈춘 채 남고, 눈앞의 연주가 시작될 자리가 마련된다.

문성환이 키보드 받침대를 벤치 앞 포장면 안쪽으로 당기자 오소정이 기타 몸통을 세워 공간을 내준다. 받침대 다리가 통행로 경계 안으로 들어오고, 오소정은 기타를 다시 품에 눕힌다. 배준영의 시선이 두 사람을 차례로 따라가는 사이 정예진이 마이크를 들고 그 틈으로 반걸음 들어선다. 세 사람이 벤치 쪽으로 몸을 돌리자 배준영은 옆의 빈자리를 한번 보고, 샌드위치를 든 손으로 자기 가슴을 짚는다.

“네, 그 자리요.” 정예진이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으로 배준영 앞을 가리킨다. 배준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전화를 벤치 옆에 내려놓고, 샌드위치 아래 포장지를 넓게 펴 무릎에 받친다. 한쪽 이어폰을 뺀 손이 케이스를 찾자 정예진은 마이크를 허리 높이로 낮추고 기다린다.

배준영은 셔츠 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내 이어폰 한 쪽을 넣고, 남은 한 쪽도 빼서 빈 홈에 눌러 담는다. 뚜껑이 딱 닫히자 오소정이 기타 줄 위로 초록 피크를 가져간다. 배준영은 닫힌 케이스를 주머니에 넣고, 무릎 위 샌드위치가 기울지 않도록 두 손으로 포장지 가장자리를 받친다.

챕터 02

장면 04· 늦봄 평일 점심시간, 이어폰 케이스를 닫은 직후

반응 없는 두 손

반응 없는 두 손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이어폰 케이스를 닫은 직후
사건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다시 들어 올리고 상체를 앞으로 세우자 오소정이 초록 피크로 기타 전주를 시작한다. 연주하는 손에서 얼굴로 화면이 올라가며 이름과 업무 자막이 붙는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한 입 먹으려다 멈추자 오소정은 다음 마디의 선율을 더 또렷하게 짚는다.
영향벤치 한 자리를 향한 실제 연주가 시작되고, 첫 연주자 오소정의 이름과 본업이 소개된다. 배준영의 두 손에는 여전히 음식과 포장지가 들려 있어 호응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소정은 말을 보태는 대신 연주를 바꿔 배준영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배준영이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들어 올리며 상체를 앞으로 세우자, 오소정이 초록 피크를 내려 기타 줄을 훑는다. 나무 벤치에 걸친 잎 그림자 아래로 배준영의 두 팔이 나란히 들리고, 한 손은 샌드위치를, 다른 손은 벌어진 포장지를 받친다. 화면이 바쁘게 움직이는 오소정의 손에서 얼굴로 올라가며 ‘오소정 프로 · 화질 평가’라는 자막을 붙인다.

오소정은 낮은 줄을 짚은 뒤 손가락을 옮겨 짧은 선율을 이어 붙인다. 배준영이 샌드위치 쪽으로 고개를 숙이다가 입을 벌린 채 멈춘다. 오소정의 시선이 그 얼굴에서 꼼짝 않는 두 손으로 내려갔다가 돌아온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허리 아래로 내려 기타 앞을 비워 주고, 문성환은 건반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오소정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오소정은 다음 마디에서 줄을 넓게 훑는 대신 한 음씩 분명하게 튕긴다. 샌드위치를 입 앞에 둔 배준영의 고개가 기타 쪽으로 조금 기울어진다. 오소정은 기타 목을 잡은 손가락을 한 칸 옮기고, 방금 짚은 선율의 끝음을 다시 또렷하게 울린다.

장면 05· 늦봄 평일 점심시간, 기타 전주가 이어지는 순간

더 치고 싶은 한 마디

더 치고 싶은 한 마디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기타 전주가 이어지는 순간
사건배준영이 곡 제목을 맞히자 오소정은 웃으며 기타의 높은 음역으로 손을 옮긴다. 그러나 건반 위에 손목을 든 문성환과 공간을 내주는 정예진을 보고, 준비한 독주 대신 짧은 연결 화음을 연주한다. 오소정은 문성환에게 고개를 끄덕여 다음 차례를 건넨다.
영향오소정은 배준영이 편곡한 전주를 알아들었다는 반응을 얻는다. 독주를 더 이어갈 수 있는 자리에서 연주를 줄이면서, 기다리던 문성환이 들어올 틈이 생긴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입 앞에서 내리며 눈을 크게 뜨자, 오소정은 기타 줄을 짚은 채 그쪽으로 턱을 든다. “아, ‘너와 걷는 오후’!” 배준영은 제목을 말하고 샌드위치를 든 손까지 들어 올렸다가, 벌어진 포장지를 다른 손으로 얼른 받친다.

오소정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왼손이 기타 몸통 가까운 높은 음역으로 미끄러진다. 초록 피크가 첫 음을 튕기려는 순간, 기타 목 너머로 문성환의 들린 손목이 걸린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몸 쪽으로 붙이고 포장면 안에서 반걸음 비켜, 두 악기 사이를 비워 준다. 오소정은 뻗었던 손가락을 거두고 낮은 줄 쪽으로 되짚는다.

길게 이어질 독주 대신 짧은 연결 화음이 울리자, 배준영은 샌드위치를 든 채 고개로 박자를 잇는다. 오소정은 마지막 줄을 가볍게 훑으며 문성환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문성환이 고개를 받아 숙이고, 흰 건반 바로 위로 손끝을 낮춘다.

장면 06· 늦봄 평일 점심시간, 기타 연결 화음 직후

흰 건반이 받는 자리

흰 건반이 받는 자리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기타 연결 화음 직후
사건문성환이 빠른 건반 장식으로 전주에 합류한다. 오소정은 기타 줄을 짧게 눌러 건반에 자리를 내주고, 문성환이 낮은 왼손 반주로 옮겨가자 선율을 다시 연주한다. 정예진은 두 악기 사이에서 마이크를 들어 올린다.
영향오소정이 덜어낸 독주 자리를 문성환의 건반이 채운다. 문성환도 장식을 짧게 마치고 기타를 받치면서 두 악기의 역할이 맞물린다. 전주는 끊기지 않고 정예진의 노래가 들어올 자리까지 이어진다.

문성환이 흰 건반을 빠르게 짚고 오른손을 옆으로 넘기자, 오소정은 연결 화음의 끝에서 손바닥으로 기타 줄을 짧게 누른다. 늦봄 햇빛이 걷힌 소매 아래 손등을 비추고, 화면은 건반을 건너는 손에서 문성환의 얼굴로 올라가며 ‘문성환 프로 · 구동회로 설계’ 자막을 붙인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든 손을 따라 고개까지 옆으로 움직이자, 벌어진 포장지가 한쪽으로 기운다. 배준영은 얼른 포장지를 바로잡으면서도 문성환의 손끝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오소정이 피크를 든 채 한 박자를 비우자 문성환은 오른손의 빠른 장식을 끝내고 왼손으로 낮은 반주를 짚는다. 문성환이 기타 목 쪽으로 턱을 살짝 들자, 오소정은 높은 줄부터 선율을 다시 얹는다. 건반이 낮은 박자를 이어 가는 동안 오소정의 피크는 줄 사이를 가볍게 오가고, 두 사람이 같은 끝음에서 고개를 한 번씩 내린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쥔 팔꿈치를 몸에 붙이고 두 사람 사이로 반걸음 돌아 들어와, 통행로 경계 안에 두 발을 모은다. 오소정이 기타 몸통을 조금 당겨 자리를 내주자 정예진은 빈손을 펴서 다음 박자를 짚는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턱 아래로 내리는 맞은편에서, 정예진의 마이크가 입술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다.

챕터 03

장면 07· 늦봄 평일 점심시간, 전주가 끝나는 순간

이름을 받친 손바닥

이름을 받친 손바닥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전주가 끝나는 순간
사건정예진은 뒤집힌 사원증을 앞으로 돌려 손바닥으로 받치며 첫 소절을 부른다. 이름과 업무를 알리는 자막이 붙고, 오소정과 문성환은 반주를 낮춰 목소리가 들어올 자리를 만든다. 배준영은 노래에 맞춰 고개를 들지만 샌드위치와 포장지를 놓지 못한다.
영향세 악기의 합류를 기다리던 공연이 정예진의 노래로 완성된다. 정예진의 이름과 본업이 관객에게 소개되지만, 배준영의 바쁜 두 손에서는 아직 박수가 나오지 않는다.

정예진은 전주의 마지막 박자에 뒤집힌 사원증을 앞으로 돌려 왼손바닥에 받치고, 오른손의 마이크로 첫 소절을 부른다. 벤치 앞 회색 포장면 위로 늘어진 목줄이 팽팽해지자, 정예진은 팔꿈치를 조금 내려 사원증을 가슴 아래에 맞춘다. 손바닥에 놓인 이름에서 얼굴로 화면이 올라가며 ‘정예진 프로 · 생산계획’ 자막이 붙는다.

오소정은 넓게 훑던 피크의 움직임을 줄이고, 문성환은 낮은 건반을 짚으며 정예진의 첫 소절을 받친다. 정예진의 맑은 목소리가 두 악기 사이로 뻗자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고개를 든다. 정예진은 배준영을 향해 손바닥을 펴 보이려다가, 그 위의 사원증을 놓아 셔츠 앞으로 떨어뜨리고 작은 웃음과 함께 다음 가사를 잇는다.

배준영이 샌드위치를 든 손을 조금 들어 올리자 다른 손의 포장지가 펼쳐진다. 정예진의 시선이 그 두 손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배준영의 얼굴로 올라온다. 정예진은 빈손을 허리 옆으로 내리고 노래를 이어가며, 배준영은 벌어진 포장지 귀퉁이를 엄지로 눌러 접는다.

장면 08· 늦봄 평일 점심시간, 첫 후렴

마이크가 향하는 곳

마이크가 향하는 곳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첫 후렴
사건정예진은 배준영의 구두 앞코가 박자를 찍는 것을 보고, 짧은 반주 사이에 식사를 계속하라는 말을 건넨다. 통행로 안쪽으로 발을 옮겨 오소정에게 반걸음 붙고 마이크를 기울이지만, 오소정은 기타를 연주하면서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린다.
영향배준영의 호응이 바쁜 두 손 대신 발끝으로 드러난다. 정예진은 관객에게 노래를 청하는 대신 오소정에게 마이크를 나누려 하지만, 오소정이 고개를 피하면서 함께 부르려던 시도는 아직 성사되지 않는다.

정예진은 첫 후렴을 부르며 빈손으로 박자를 짚다가, 벤치 아래에서 들썩이는 배준영의 구두 앞코를 향해 손끝을 내린다. 샌드위치와 포장지를 든 배준영은 그 손짓을 따라 자기 발을 내려다보고는 웃으며 앞코를 한 번 더 든다. 정예진은 후렴 끝의 짧은 반주에 말을 얹는다. “관객님은 식사, 떼창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정예진은 회색 포장면의 통행로 경계를 피해 오소정 옆으로 반걸음 붙는다. 문성환은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도 건반의 박자를 이어 가고, 배준영은 벌어진 포장지를 받쳐 샌드위치를 입 쪽으로 가져간다. 오소정이 기타를 치며 가사에 맞춰 입술을 움직이자, 정예진은 자기 입 앞에 있던 마이크를 두 사람 사이로 기울인다.

마이크가 가까워지는 순간 오소정은 입술을 다물고 기타 목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귀 옆으로 넘어간 단발 아래로 올라간 입꼬리가 드러나고, 초록 피크는 한 박자도 쉬지 않고 줄을 훑는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더 밀지 않고 팔꿈치를 접어, 고개를 돌린 오소정과 자기 사이에 그대로 받쳐 둔다.

장면 09· 늦봄 평일 점심시간, 다음 후렴이 시작되는 순간

고음 하나를 비운 자리

고음 하나를 비운 자리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다음 후렴이 시작되는 순간
사건정예진은 후렴 첫 단어를 높은 음 대신 낮은 음으로 부르고, 마이크를 오소정과 나눠 쓴다. 문성환이 오른손 장식을 줄이자 오소정은 기타를 치면서 한 소절을 함께 부른다. 배준영은 구두 앞코로 더 크게 박자를 찍으며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먹는다.
영향정예진의 독창에 오소정의 목소리가 합류하고, 문성환의 반주는 두 목소리를 받치는 쪽으로 바뀐다. 배준영의 호응도 커지지만 샌드위치와 포장지가 여전히 양손에 남아, 박수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다음 후렴이 시작되자 정예진은 첫 단어를 낮게 부르며 오소정 쪽으로 마이크를 기울인다. 벤치 앞 회색 포장면 안에서 정예진의 빈손이 위로 뻗는 대신 가슴 높이에 머물러 박자를 짚는다. 오소정은 기타 목으로 돌렸던 얼굴을 조금 되돌리지만, 첫 단어 뒤에도 입술을 다문 채 줄을 훑는다.

정예진은 다음 말을 먼저 부르지 않고 마이크를 두 사람 사이에 받친다. 문성환이 오른손의 빠른 장식을 거두자, 낮은 건반과 기타 사이로 짧은 틈이 난다. 오소정이 그 틈에 다음 가사를 부르고, 정예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같은 높이로 목소리를 보탠다. 한 소절을 함께 마친 오소정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정예진도 웃으며 마이크 각도를 그대로 지킨다.

배준영은 벤치 아래 구두 앞코를 한층 높이 들었다 내리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간다. 한 입을 베어 문 배준영이 팔꿈치를 벌려 박수칠 틈을 만들려다가, 다른 손에 펼쳐진 포장지를 다시 받친다. 정예진이 빈손으로 그 발끝의 박자를 따라 짚는 동안, 배준영의 두 손은 턱 아래에 나란히 남는다.

챕터 04

장면 10· 늦봄 평일 점심시간, 곡의 마지막 소절

끝나려던 손목

끝나려던 손목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 벤치 앞 키보드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곡의 마지막 소절
사건문성환은 마지막 화음을 누르려 손목을 들지만, 배준영의 샌드위치에서 양상추가 미끄러지자 손을 옆 건반으로 돌려 앞선 반주를 다시 친다. 배준영은 포장지를 펼쳐 양상추를 받아낸다. 오소정과 정예진은 문성환의 변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예정한 끝박자와 마지막 모음을 마친다.
영향함께 끝나려던 연주에서 키보드만 한 마디 더 이어진다. 배준영에게 정리할 틈이 생긴 대신, 문성환은 이미 연주를 마친 두 동료와 다시 끝을 맞춰야 한다.

문성환은 벤치 앞 키보드에서 마지막 화음을 향해 오른손목을 들어 올리고, 정예진의 길어진 끝소절에 맞춰 왼손의 낮은음을 누른다. 오소정도 초록 피크를 크게 들어 기타 줄 위에 마지막 박자를 준비한다. 햇빛 든 나무 벤치에서는 배준영이 남은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가다가, 빵 옆으로 길게 빠져나오는 양상추를 보고 손을 멈춘다.

배준영은 다른 손의 포장지를 급히 벌려 샌드위치 아래로 밀어 넣는다. 양상추가 포장지 안에 떨어지자 문성환은 들어 올렸던 오른손을 옆으로 틀어, 끝맺을 화음 대신 앞선 반주의 첫 음을 누른다. 그러나 오소정의 피크는 이미 줄을 아래로 길게 훑고, 정예진도 마지막 모음을 닫으며 마이크를 입에서 뗀다.

혼자 이어진 건반 소리에 오소정이 피크를 줄 아래에 멈춘 채 문성환을 돌아본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다시 들려다가, 문성환의 시선을 따라 포장지 속 양상추를 샌드위치에 얹는 배준영을 본다. 문성환은 두 동료를 향해 눈썹을 살짝 올리고, 마지막 화음 자리를 지나 다음 건반까지 손가락을 옮긴다.

장면 11· 늦봄 평일 점심시간, 종료 알람 직전

노래가 빠진 두 마디

노래가 빠진 두 마디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 벤치 앞 키보드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종료 알람 직전
사건문성환이 왼손 반주를 또렷하게 반복하고 오소정에게 눈짓해 기타 리듬을 다시 끌어들인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내려 두 악기에 자리를 내주고, 배준영은 남은 샌드위치를 먹는다. 문성환은 벤치 위 휴대전화의 시각을 확인한 뒤 오른손 장식을 줄여 짧게 끝낼 수 있는 반주만 남긴다.
영향엇갈렸던 세 사람의 연주가 노래 없는 두 마디로 다시 맞물린다. 배준영의 손에는 음식 대신 빈 포장지만 남지만, 점심 종료까지 여유가 없어 문성환은 긴 반복 없이 끝맺어야 한다.

문성환은 벤치 앞 키보드의 낮은 건반을 왼손으로 두 번 또렷하게 짚고, 오소정에게 고개를 까딱인다. 오소정은 들고 있던 초록 피크를 내려 짧게 줄을 긋지만 첫 박자가 건반보다 조금 늦게 붙는다. 문성환이 같은 반주를 한 번 더 내놓자 오소정의 손도 움직임을 줄여 그 박자 안으로 들어온다.

정예진은 입 쪽으로 올리던 마이크를 허리까지 내리고 빈손의 두 손가락으로 박자를 짚는다. 배준영은 세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포장지에 받친 샌드위치를 들어 남은 부분을 베어 문다. 정예진이 마이크를 자기 등 뒤로 슬쩍 감추자, 문성환은 웃음을 누르며 오른손으로 짧은 건반 장식을 보탠다.

배준영이 마지막 빵 조각을 입에 넣고 포장지를 펼치는 사이, 문성환은 벤치 위에 켜진 휴대전화 화면으로 시선을 내린다. 시각의 분 숫자가 바뀌자 문성환은 높은 건반으로 뻗던 오른손을 거두고 가운데 음 하나만 짚는다. 오소정도 피크의 폭을 좁히고, 정예진은 손가락으로 짚던 박자를 작게 줄인다. 문성환의 왼손이 두 마디를 이어 가는 맞은편에서 배준영은 빈 포장지의 양 끝을 잡는다.

장면 12· 늦봄 평일 점심시간, 종료 알람 직전

빈손에 맞춘 끝박자

빈손에 맞춘 끝박자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 나무 벤치 앞 키보드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종료 알람 직전
사건배준영이 빈 포장지를 접어 무릎 아래에 끼우고 두 손바닥을 펼친다. 문성환은 반복하던 반주를 짧게 접으며 손목으로 끝박자를 지시한다. 오소정의 기타와 정예진의 짧은 끝음이 건반과 함께 멎자 배준영이 첫 박수를 친다.
영향포장지를 정리하는 동안 이어졌던 연주가 점심 종료 알람 전에 끝난다. 세 연주자의 마지막 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줄곧 음식과 포장지를 들고 있던 배준영의 손에서 처음으로 박수 소리가 난다.

배준영은 빈 포장지의 양 끝을 맞대어 접고, 나무 벤치에 앉은 무릎 아래로 밀어 넣는다. 삐져나온 귀퉁이까지 손끝으로 밀어 넣는 동안 문성환은 왼손 반주의 간격을 좁히고 오른손목을 들어 올린다. 배준영이 허리 앞에 빈 두 손바닥을 펼쳐 보이자, 문성환은 올라가던 입꼬리를 그대로 둔 채 오소정 쪽으로 턱을 당긴다.

오소정이 초록 피크를 줄 위로 들고 문성환의 손목에 시선을 맞춘다. 정예진도 등 뒤에 감췄던 마이크를 입 앞으로 가져오며 반걸음 안으로 붙는다. 문성환은 높은 건반으로 손을 옮기지 않고, 들었던 손목을 낮춰 짧은 마지막 화음을 누른다. 오소정의 피크가 줄을 한 번 훑고 정예진의 짧은 끝음이 그 위에 붙는다.

세 사람이 함께 소리를 거두자,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은 벤치 위에서 배준영의 두 손이 힘껏 맞닿는다. 문성환은 건반에서 손가락을 떼고 고개를 든다. 건반 위에 멈춘 두 손 맞은편에서 배준영의 손바닥이 다시 맞닿는다.

챕터 05

장면 13· 늦봄 평일 점심시간, 합주가 끝난 직후이자 점심 종료 알람 전

혼자서도 충분히 큰 박수

혼자서도 충분히 큰 박수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앞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합주가 끝난 직후이자 점심 종료 알람 전
사건배준영은 박수를 치다가 혼자 울리는 소리에 어깨를 조금 움츠리고 손의 간격을 좁힌다. 그러나 악기를 정리하는 세 사람을 차례로 향해 상체를 돌리며 다시 손바닥을 크게 맞댄다. 오소정과 문성환, 정예진은 제각각 거두던 손을 멈추거나 고개를 들어 그 박수에 웃음으로 답한다.
영향잠깐 잦아들던 박수가 세 사람 모두를 향한 또렷한 호응으로 이어진다. 연주 중에는 발끝으로만 반응하던 배준영이 이제 직접 공연의 여운을 붙잡는다. 세 연주자는 악기를 거두는 틈에도 벤치의 관객에게 다시 얼굴을 돌린다.

배준영은 나무 벤치에서 박수를 이어가다가 손바닥 사이를 좁히고 어깨를 살짝 움츠린다. 기타도 건반도 멎은 포장면 위로 혼자 치는 박수만 유난히 또렷하게 울린다. 배준영은 빈 옆자리를 곁눈질하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웃는다.

오소정이 기타 몸통을 위로 고쳐 안자, 배준영은 그쪽으로 상체를 틀어 손바닥을 크게 맞댄다. 오소정은 기타 목으로 내리던 고개를 들고, 초록 피크를 쥔 손으로 기타 몸통을 가볍게 두드린다. 배준영이 이번에는 건반 쪽을 향해 박수를 보내자 문성환도 건반 위에서 거두던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아 짧게 고개를 숙인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허리 아래로 내리다가 두 동료를 번갈아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배준영은 정예진에게도 얼굴을 돌리고, 이번에는 손을 좁히지 않는다. 무릎 아래 접힌 포장지 귀퉁이는 그대로 둔 채, 배준영의 빈 두 손이 세 사람 앞에서 거듭 맞닿는다.

장면 14· 늦봄 평일 점심시간, 연주가 끝난 직후

일어서기 전의 마지막 정리

일어서기 전의 마지막 정리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의 나무 벤치 앞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연주가 끝난 직후
사건배준영은 악기 뒤로 물러서는 동료들을 붙잡으려 박수를 멈추고, 무릎 아래 포장지를 꺼내 주머니에 넣는다. 벤치에서 일어나 “최고였어요!”라고 외치자 세 사람이 돌아본다. 정예진은 손짓으로 오소정과 문성환을 불러 벤치 앞 포장면 안에 나란히 모은다.
영향배준영의 찬사가 흩어지려던 세 연주자의 발걸음을 멈춘다. 악기마다 떨어져 있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정예진의 마이크 하나로 함께 답례할 자리가 생긴다.

배준영은 오소정이 기타 케이스 쪽으로 몸을 돌리고 문성환이 건반 뒤로 발을 빼자, 박수를 멈추고 무릎 아래로 손을 넣는다. 접힌 포장지 귀퉁이가 바지에 걸려 따라오지 않자 엉덩이를 조금 들고 빼낸다. 배준영은 포장지를 한 번 더 접어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고, 햇빛 든 나무 벤치에서 벌떡 일어난다.

“최고였어요!” 배준영이 외치자 오소정은 기타 목을 붙든 채 돌아보고, 문성환은 받침대 쪽으로 내리던 손을 거둔다. 배준영은 두 사람 사이의 정예진에게까지 시선을 옮기며 빈 두 손을 활짝 펼친다. 정예진은 마이크를 다시 들어 올리고, 돌아서던 두 동료를 향해 빈손을 연달아 까딱인다.

오소정이 먼저 다가오다가 기타 몸통 때문에 옆으로 비켜 서자, 정예진은 반걸음 물러나 가운데 자리를 낸다. 문성환도 키보드 옆을 돌아 통행로 경계 안쪽에 발을 붙이고 오소정과 어깨 높이를 맞춘다. 배준영이 선 벤치 맞은편에서 세 사람의 사원증이 나란히 놓이고, 정예진의 마이크가 그 사이로 올라온다.

장면 15· 늦봄 평일 점심시간, 합주를 마친 직후

세 사람에게 마이크 하나

세 사람에게 마이크 하나
장소삼성디스플레이 사내 야외 휴게공간, 나무 벤치 앞 포장면
시간늦봄 평일 점심시간, 합주를 마친 직후
사건오소정과 문성환이 서로 먼저 인사하라는 눈짓을 주고받자 정예진이 마이크를 두 사람 사이에 내민다. 세 사람은 마이크 하나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함께 감사 인사와 자기소개를 건넨다. 배준영이 다시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마무리 자막이 뜬다.
영향악기마다 따로 소개됐던 세 동료가 한자리에 모여 삼성디스플레이 음악인 프로라는 이름으로 인사한다. 혼자 듣던 노래에서 시작한 영상은 관객 한 사람의 박수와 세 사람의 공동 소개로 끝난다.

정예진이 벤치 앞 포장면에서 마이크를 가운데로 내밀자, 오소정은 기타 목을 잡은 채 문성환 쪽으로 턱을 까딱인다. 문성환도 손바닥을 펴 오소정에게 먼저 말할 자리를 내준다. 배준영이 선 맞은편에서 마이크만 두 사람 사이를 짧게 오간다. 정예진은 웃음을 터뜨리고 빈손의 손가락 셋을 차례로 접는다.

마지막 손가락이 접히자 오소정과 문성환이 동시에 마이크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정예진도 그 사이로 얼굴을 붙이며 셋이 함께 외친다. “연주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삼성디스플레이 음악인 프로들이었습니다!” 문성환이 조금 일찍 고개를 숙였다가 두 사람을 곁눈질하고, 다시 맞춰 숙이자 배준영이 웃으며 두 손을 힘껏 맞댄다.

세 사람이 고개를 드는 순간, 나란한 얼굴 위로 “본업도, 음악도 프로. 삼성디스플레이 음악인 프로님들을 소개합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오소정은 초록 피크를 쥔 손을 들어 흔들고, 문성환은 손바닥을 펼쳐 답하며, 정예진은 마이크를 가운데 둔 채 배준영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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