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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15 · 챕터 5

혼내는 건 신고 나서 해요

cute Komon Snake 48premium크리에이터 페이지 →

눈보라 치는 산길의 여관에서 어린 심부름꾼이 손님들의 젖은 신발을 난로에 던져 넣자, 주인이 맨손으로 불 속을 뒤지며 아직 타지 않은 신발을 꺼낸다. 이 여관에서는 문밖에 벗어둔 신발 한 켤레마다 그 주인의 발자국이 밤새 길을 지키는데, 신발을 태우면 발자국이 빈 발을 찾아 실내로 들어온다. 양말 차림의 손님들은 서로 남은 장화를 빼앗고, 심부름꾼은 선반에 못 박힌 아기 신발 두 짝을 뜯어 가장 작은 아이에게 신기려 한다. 아이의 발뒤꿈치가 신발에 들어가기 직전, 문 밑으로 번진 눈이 맨발 모양으로 움푹 꺼지더니 젖은 발자국 하나가 심부름꾼 바로 앞에 찍힌다.

  • 등장인물 5
  • 장소 3
  • 장면 15
  • 줄거리 3,138자
혼내는 건 신고 나서 해요 cover image

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임보늬

남성

잠자리와 끼니를 받는 대신 산길 여관의 장작과 손님 신발을 나르는 심부름꾼

프로필

임보늬는 자신이 태운 신발의 발자국이 백오목에게 닿기 전에 작은 발에 신발 두 짝을 신기려 한다. 맞는 신발이 없자 임보늬는 곽정분에게 선반의 아기 신발을 내려 달라고 요구하고, 거절당하자 못을 뽑아 곽정분이 지켜 온 두 짝을 백오목의 발밑으로 가져간다. 못이 빠지는 순간 임보늬는 “날이 밝으면 나가라고 하실 거예요?”라고 묻지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백오목의 발뒤꿈치를 받친다.

임보늬는 손님들에게 남은 장화를 내놓으라고 외치면서도 자기 짚신은 장작 밑으로 밀어 넣고, 누가 장작더미에 다가오면 먼저 몸으로 가린다. 열두 살 남자아이인 임보늬는 최길수가 키를 핑계로 밀어내면 빈 나무상자를 끌고 와 올라서지만, 백오목이 발을 빼면 무릎을 꿇고 신발 안쪽의 못 구멍부터 손가락으로 훑는다. 곽정분에게 손목을 붙잡힌 임보늬는 아기 신발을 등 뒤로 숨기는 대신 백오목 쪽으로 내밀며 “혼내는 건 신고 나서 해요”라고 말한다.

배경

열두 살 남자아이인 임보늬가 여관 일을 맡은 첫날, 곽정분은 잠잘 자리를 내주고 문밖의 신발은 반드시 짝지어 놓으라고 일렀지만, 임보늬가 까닭을 물을 때마다 빗자루를 건넸다. 임보늬는 선반을 닦다가 아기 신발 밑에 낀 먼지를 긁어냈고, 곽정분이 사다리를 치우며 손대지 말라고 하자 그 뒤로는 두 짝만 피해 걸레질했다. 눈보라가 닥친 밤, 임보늬는 백오목의 젖은 양말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꺼져 가는 난로에 손님들의 신발을 넣었으며, 곽정분이 맨손으로 불을 뒤지기 시작해서야 집게를 찾아 달려왔다.

묘사

임보늬는 좁은 어깨에 흙빛 솜저고리를 걸친 열두 살 소년으로, 손등으로 땀을 훔칠 때 묻은 검댕이 왼쪽 눈썹 끝에서 관자놀이까지 짧게 번져 있다. 무릎을 덧댄 무명 바지를 바닥에 붙이고 작은 신발의 못 구멍을 엄지로 더듬는 동안, 입술은 꽉 다물고 눈만 문 아래로 번지는 눈을 향한다. 아기 신발 두 짝을 앞으로 내민 몸과 달리 맨발 한쪽은 장작더미를 가로막고 있어, 밑에 숨긴 자기 짚신의 풀린 끈만 발뒤꿈치 곁으로 삐져나온다.

곽정분

여성

겨울마다 문밖의 신발을 짝지어 놓으며 홀로 산길 여관을 지키는 주인

프로필

곽정분은 손님 모두에게 신발을 돌려주면서도, 오래전 딸이 신었던 선반의 두 짝만은 못 박힌 자리에 남겨두려 한다. 곽정분은 임보늬에게 장작과 신발을 맡기되 문턱의 규칙은 가르치지 않았고, 그 아이가 불에서 사라진 신발 대신 선반을 뜯자 건져낸 장화를 내려놓고 아이의 손목을 붙잡는다. 곽정분이 임보늬의 손을 놓으면 딸의 신발을 내주어야 하고, 붙들고 있으면 백오목에게 신발을 신길 시간이 줄어든다.

63세인 곽정분은 임보늬에게 불 속의 신발을 꺼내라고 호통치지만, 아이가 집게를 찾는 동안 먼저 맨손을 난로에 넣는다. 곽정분은 손님들의 젖은 양말에는 마른 수건을 내주면서도, 선반의 신발이 누구 것이냐는 질문에는 수건을 접던 손까지 멈춘다. 곽정분은 최길수에게 문밖에 신발 두 짝을 함께 놓으라고 재촉하면서, 임보늬가 뽑아낸 작은 못은 앞치마 주머니에 하나씩 거둔다.

배경

곽정분은 딸이 아기 신발을 벗고 더 큰 신을 신던 날, 버리라는 말을 듣고도 두 짝을 선반에 나란히 못 박았으며, 63세가 된 지금도 먼지를 닦을 때 밑창은 들추지 않는다. 곽정분은 임보늬를 여관에 들인 첫날 신발을 반드시 문밖에 두라고 시켰지만, 이유를 묻는 아이에게는 저녁밥부터 먹으라며 숟가락을 쥐여주었다. 곽정분은 그 뒤로도 선반 앞에 의자를 놓지 못하게 했고, 임보늬가 장작을 쌓아 그 높이에 닿게 된 것은 난로에서 신발 타는 냄새가 난 뒤에야 보았다.

묘사

곽정분은 예순셋의 깊게 접힌 눈가와 처진 턱선, 잿빛 머리를 낮게 틀어 올린 작은 쪽으로 난로 앞을 가로막는다. 빛바랜 먹색 솜저고리와 갈색 무명치마 위에 두른 앞치마는 젖은 장화에서 묻은 검댕으로 얼룩져 있고, 주머니 아귀에는 아이에게서 거둔 작은 못 하나가 비스듬히 걸려 있다. 불에서 장화를 건져 내려놓은 맨손으로 아이의 손목을 붙든 채 입술을 꾹 다물지만, 고개를 낮춘 눈은 아이가 아니라 선반에 남은 아기 신발 두 짝을 향한다.

백오목

여성

어머니의 등에 업혀 고개를 넘다가 눈보라에 갇힌 아이

프로필

백오목은 임보늬가 가져온 아기 신발을 손으로 밀며, 문밖에서 자꾸 들리는 작은 걸음 소리부터 멈춰 달라고 한다. 백오목은 임보늬의 손에 발뒤꿈치를 얹지만, 젖은 발자국이 다가오면 발을 빼고 양말을 벗어 그 앞에 놓는다. 백오목을 들어 올릴 때마다 양말을 되찾으려는 몸이 아래로 기울어지고, 임보늬는 선반에서 얻은 단 한 번의 틈을 놓친 채 신발 대신 백오목의 허리부터 붙들어야 한다.

백오목은 어른들이 장화를 두고 고함쳐도 입을 다물지만, 문밖의 발소리가 나면 손가락 네 개를 펴고 자기 발가락을 번갈아 내려다본다. 백오목은 신막례가 양말을 주워 주면 발에 신지 않고 축축한 뒤꿈치를 펴서 바닥에 다시 놓으며, “여기서 쉬어” 하고 빈자리에 말한다. 네 살인 백오목은 임보늬에게 발을 얌전히 맡겼다가도 젖은 자국 하나가 가까워지면 무릎을 가슴까지 당겨, 아기 신발을 쥔 손을 밀어낸다.

배경

백오목은 신막례의 바느질이 끝날 때까지 작업대 밑에 앉아, 해진 자기 양말의 뒤꿈치에 천 조각이 덧대어지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백오목은 여관에 도착하기 전 눈길에서 자꾸 뒤처졌고, 신막례에게 업힌 뒤에도 아래에서 나는 발소리에 “나 안 걷는데”라며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백오목은 문턱에서 벗은 작은 신발이 난로에 들어간 뒤, 따뜻해진 양말 발을 의자 밑으로 감추고 문 쪽에 귀를 기울였다.

묘사

백오목은 볼에 추위의 붉은 기가 남은 네 살 아이로, 귀밑에서 삐뚤게 잘린 검은 머리와 솜이 눌린 누런 저고리, 발목까지 내려오는 빛바랜 밤색 치마가 작은 몸을 감싼다. 어른의 팔에 허리가 받쳐져도 몸을 바닥 쪽으로 기울이고, 한쪽 무릎은 가슴에 당긴 채 입을 꼭 다물고 문틈 아래의 젖은 발자국을 살핀다. 아래로 뻗은 짧은 손끝에는 벗어 놓은 양말이 걸려 있고, 축축한 뒤꿈치에 덧댄 하늘색 천 조각이 난로 빛 속에서 유독 선명하다.

신막례

여성

장터에서 솜옷을 기워 번 돈을 품고 딸과 함께 친정으로 가던 바느질 품팔이꾼

프로필

신막례는 백오목을 업고 문턱을 넘으려고 최길수의 장화 한 켤레를 가슴에 끌어안고, 밑창의 갈라진 틈까지 손톱으로 눌러 확인한다. 신막례가 내민 품삯 전부를 최길수가 밀쳐내자, 신막례는 돈만 거두고 장화는 놓지 않아 최길수가 다른 손님의 신발에 손을 뻗게 만든다. 신막례는 임보늬에게 아기 신발을 건네고 물러서지 말고 백오목의 발뒤꿈치를 받쳐 달라고 요구하면서, 문 밑의 눈이 번지는 바닥에 함께 무릎을 붙인다.

서른한 살 여성인 신막례는 장화를 돌려달라는 최길수의 말에는 팔꿈치를 더 조이지만, 백오목이 눌린다고 하면 장화 대신 자기 턱으로 아이의 등을 받친다. 임보늬가 아기 신발을 가져오자 신막례는 딸의 발부터 밀어 넣으려다가, 임보늬의 맨발을 보고 치맛자락을 찢어 발가락부터 감아준다. 신막례는 천을 묶는 동안에도 장화 한 짝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남은 한 짝은 백오목에게 꼭 잡으라고 시킨다.

배경

서른한 살의 신막례는 빨래터에서 품삯을 받는 날마다 백오목을 마른 이불 위에 앉히고, 젖은 자기 신발 속에는 버려진 천 조각을 채워 넣었다. 고개 너머 일감이 끊기기 전에 닿으려고 신막례는 백오목을 업고 산길에 올랐지만, 눈이 신발 안까지 차오르자 곽정분의 여관 문을 두드렸다. 난로에서 자기 신발의 옆면이 접혀 내려가는 것을 본 신막례는 말리던 옷고름의 실밥을 이로 끊고, 그 안의 동전을 쥔 채 최길수의 장화 앞으로 기어갔다.

묘사

신막례는 바랜 쪽빛 솜저고리와 군데군데 기운 밤색 치마를 입고, 눈 녹은 여관 바닥에 무릎을 댄 서른한 살의 여성이다. 검은 머리를 낮게 틀어 묶은 목덜미에는 젖은 잔머리가 붙어 있고, 팽팽히 다문 입술 아래로 턱을 당긴 채 한쪽 팔꿈치로 남의 장화를 가슴에 조인다. 다른 장화는 무릎 사이에 끼워 놓고 심부름꾼의 맨발에 찢은 치맛자락을 감는데, 천을 잡아당길 때마다 오른손 검지 끝에 박힌 흰 바느질 실 한 올이 도드라진다.

최길수

남성

눈에 묻힌 산길의 표지 말뚝을 찾아 다시 세우는 고갯길 품꾼

프로필

46세 남성 최길수는 마지막 남은 장화를 지켜 새벽 점검에 나가려 하며, 임보늬에게 장화 밑창의 못 자국을 증언해 달라고 요구해 신발을 태운 아이를 소유권 다툼의 한복판에 세운다. 곽정분이 신발을 문밖에 짝지어 놓으라고 하자 최길수는 주인을 가리지 않고 가까운 것부터 모으지만, 남의 발자국까지 길에 남기려면 자신이 양말 차림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에 문고리를 붙든 채 멈춘다. 문을 열면 오늘 밤 발을 지켜줄 장화와 다음 달 품삯을 함께 놓칠 수 있고, 닫아두면 임보늬 앞에 찍힌 젖은 발자국을 그대로 실내에 남겨두게 된다.

최길수는 신막례가 품삯을 내밀자 “그 돈으로는 새벽에 장화를 못 사오”라며 밀어내고, 빼앗긴 한 짝을 쫓다가 다른 손님의 양말 끝까지 잡아당긴다. 곽정분의 지시가 떨어지면 최길수는 평소 밑창부터 뒤집어 보던 버릇도 버리고 서로 길이가 다른 신발을 나란히 놓으며, 임보늬가 짝이 틀렸다고 하면 앞코만 문 쪽으로 돌린다. 문고리를 쥔 최길수의 손등에는 힘줄이 솟지만, 문 밑의 눈에 양말이 젖기 시작해도 발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배경

최길수는 지난겨울 무너진 눈턱을 표시하고도 젖은 점검표의 날짜가 지워져 닷새 치 품삯을 받지 못한 뒤, 종이는 품속에 넣고 장화의 못 박힌 밑창으로 표지말뚝 앞 눈을 다져 점검 흔적을 남겨왔다. 마흔여섯이 된 최길수는 이번 고개 점검을 맡으며 장화 뒤축을 새로 덧댔고, 곽정분의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임보늬에게 그 두 짝은 난로에서 멀리 두라고 따로 일렀다. 불길 앞에서 신막례가 한 짝을 끌어안았을 때 최길수는 다른 한 짝을 가슴에 끼워 지켰고, 그 때문에 임보늬는 남은 장화를 손님들에게 나눠 신기려던 손을 거두었다.

묘사

최길수는 바람에 거칠어진 광대와 눈가의 깊은 잔주름이 두드러지는 마흔여섯의 사내로, 빛바랜 쑥색 솜저고리 위에 삼베 조끼를 걸치고 바짓단을 종아리에 단단히 동여맸다. 품속 점검표를 누르듯 왼팔을 가슴에 붙인 채 오른손으로 나무 문고리를 움켜쥐고 있지만, 문 밑으로 스민 눈에 회색 양말이 젖어도 앞으로 기운 어깨를 발이 따라가지 못한다. 그의 발치에는 길이가 다른 신발들이 앞코만 문을 향한 채 놓여 있고, 그중 검은 장화의 뒤축에 덧댄 밝은 가죽 조각이 난롯불을 받는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동짓달 저녁, 임보늬는 손님들이 벗어 놓은 젖은 신발을 난로에 밀어 넣는다. 썩은 냄새가 나는 신발까지 치우면 곽정분이 내일도 자신에게 잠자리를 내줄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곽정분은 아이를 밀쳐내고 맨손으로 불 속을 뒤진다. 장화와 짚신은 몇 짝씩 건져지지만, 백오목의 작은 신발은 검게 주저앉는다. 곽정분은 문밖에 놓은 신발이 밤마다 주인의 발자국을 길에 세우며, 짝을 잃은 발자국은 집 안에서 신지 않은 발을 찾는다고 말한다. 임보늬는 난로보다 먼저 장작더미를 돌아본다. 그 밑에는 아까 숨겨 둔 자기 짚신이 있다.

신막례는 딸을 업은 채 최길수의 장화를 끌어안는다. 최길수는 새벽에 표지 말뚝을 점검하지 못하면 다음 달 일을 잃는다며 장화를 잡아당긴다. 신막례가 품삯 전부를 내밀어도 그는 돈을 밀쳐낸다. 임보늬가 남은 신발을 내놓으라고 소리치자 최길수는 아이를 붙들고 자기 장화 밑창의 못 자국부터 확인하라고 한다. 그 사이 늙은 길손들은 건져낸 신발을 짝짓지만, 새로 온 손님들은 마른 것부터 움켜쥔다. 곽정분이 한 짝만 신어서는 소용없다고 외쳐도 누구도 먼저 손을 펴지 않는다. 난로에서 문까지 여섯 걸음인 마루가 무릎과 팔꿈치로 막힌다.

임보늬는 높은 선반의 아기 신발을 가리킨다. 곽정분이 고개를 젓자 빈 상자를 끌어와 올라서고, 나무 집게 끝으로 못을 뽑는다. 곽정분은 그가 내려오는 순간 손목을 붙든다. 수십 년 전 딸이 신었던 두 짝 아래로 먼지 없는 신발 모양이 드러난다. 임보늬는 “날이 밝으면 나가라고 하실 거예요?”라고 묻는다. 대답이 없자 신발을 등 뒤로 숨기지 않고 백오목 쪽으로 내민다. “혼내는 건 신고 나서 해요.” 곽정분의 손아귀가 조금 풀린다.

신막례가 백오목을 무릎에 앉히고 임보늬가 작은 뒤꿈치를 받친다. 그러나 발가락이 들어간 신발은 뒤축에서 멎는다. 바로 그때 문 밑의 눈이 맨발 모양으로 눌리고, 젖은 발자국 하나가 임보늬 앞에 찍힌다. 백오목은 무릎을 가슴으로 당긴다. 아이는 양말을 벗어 발자국 앞에 놓고 “여기서 쉬어”라고 말한다. 다음 자국은 양말을 비켜 찍힌다. 임보늬가 허리를 붙들지 않았다면 백오목은 양말을 주우려고 바닥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신막례는 자기 치맛자락을 찢어 임보늬의 맨발을 감싼다. 곽정분은 천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신막례는 매듭을 끝까지 묶는다. 그러고는 아기 신발을 뒤집어 오래된 바느질을 살핀다. 발이 길어서가 아니라 굳은 뒤축과 좁은 발등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뒤축 솔기를 조금 풀어 천을 덧대면 신길 수 있다. 신막례가 바늘집을 꺼내자 곽정분은 신발을 도로 잡는다. 바랜 붉은 실을 자르려는 가위 앞에서 두 사람의 손이 맞붙는다. 젖은 자국이 한 칸 더 다가오고, 백오목이 임보늬의 목을 끌어안는다. 곽정분은 가위를 빼앗는 대신 뒤축을 펴서 잡는다. 신막례가 첫 실을 끊는다.

임보늬는 백오목을 안고 상자 위로 올라간다. 발자국은 상자 아래까지 따라온다. 최길수가 장작더미를 밀어 통로를 넓히다가 짚신 끈을 발견한다. 그가 두 짝을 들어 올리자 손님들의 눈이 임보늬에게 쏠린다. 남들에게 신발을 내놓으라던 아이가 자기 것은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임보늬는 백오목을 더 세게 안을 뿐 변명하지 못한다. 최길수는 짚신을 아이 발에 대본다. 자기에게는 너무 작고, 임보늬에게는 꼭 맞는다. 그는 짚신을 바닥에 던지지 않고 상자 가장자리에 나란히 놓는다. “신어. 그러고 내 장화가 누구 것인지 말해.”

임보늬는 백오목을 곽정분에게 넘기고 짚신을 신는다. 젖은 자국이 그의 발 앞에서 멎었다가 곽정분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임보늬는 이제 자기 발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물러나지 않는다. 신막례가 무릎 사이에 끼운 장화를 빼내 최길수에게 밀어주며 밑창의 덧댄 뒤꿈치와 못 배열을 짚는다. 신막례가 다시 잡으려 하자 그는 장화 대신 백오목의 발을 어머니 손에 얹는다. 큰 장화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다. 신막례는 빈 팔꿈치를 풀고 바느질을 계속한다. 최길수도 다른 손님이 움켜쥔 신발을 빼앗는 대신 밑창을 맞대어 짝을 찾는다. 늙은 길손들이 주인을 불러 한 켤레씩 돌려주자, 서로 다른 신발을 신었던 손님들이 마루에 앉아 다시 갈아 신는다.

밤이 지나 문틈의 푸른빛이 옅어진다. 최길수는 장화를 신고 문고리를 잡는다. 지금 나가야 점검 시각을 겨우 맞출 수 있다. 곽정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두 번째 신발을 잡고 있고, 임보늬는 백오목의 첫 번째 신발에 뒤꿈치를 밀어 넣는다. 백오목은 바닥에 남겨 둔 양말을 보자 다시 발을 빼려 한다. 최길수가 문을 조금 열자 눈보라가 들이치고, 바닥의 양말이 문 쪽으로 미끄러진다. 백오목이 곽정분의 팔에서 몸을 던지듯 기울어진다. 임보늬는 신발을 놓고 아이의 허리를 받친다.

최길수는 열린 문과 아이 사이에서 멈춘다. 그러고는 문을 닫고 돌아와 백오목의 양말을 주워준다. 젖은 발자국이 그의 장화 곁을 지나 아이 아래에 찍힌다. 그는 백오목 손에 양말을 쥐여주고 상자를 붙든다. 신막례가 마지막 매듭을 당기는 동안 곽정분은 신발 입구를 벌리고, 임보늬는 아이 발뒤꿈치를 손바닥으로 감싼다. 백오목은 양말의 푸른 뒤꿈치 조각을 만지며 처음으로 다리를 펴 준다. 첫 신발이 들어가고, 두 번째 뒤축도 발꿈치 위로 올라온다. 곽정분이 손가락을 빼자 두 짝이 온전히 남는다. 바로 아래까지 와 있던 젖은 자국은 더 찍히지 않는다.

첫 햇빛이 들기 전, 신발을 되찾은 늙은 길손 하나가 자기 여분의 짚신을 처마 밑에 가지런히 놓는다. 모두 마루에 앉아 그 앞코에 빛이 닿기를 기다린다. 최길수는 품속의 확인 종이를 꺼내지도 않고 문 옆에 기대 앉는다. 안전해지는 시각이 오기 전에 그의 점검 시각은 지나간다. 햇빛이 짚신의 젖은 끈을 비추자 마루의 발자국들이 가장자리부터 마른다. 백오목은 양말을 들고 내려와 마지막 물자국 위에 올려놓는다. 이번에는 새 자국이 생기지 않는다.

손님들이 떠날 채비를 할 때 신막례는 남은 천으로 최길수 장화의 벌어진 뒤축을 덧댄다. 돈을 다시 내밀지는 않는다. 최길수는 수선이 끝날 때까지 백오목을 무릎에 앉혀둔다. 곽정분은 선반으로 손을 뻗었다가 못 두 개만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아기 신발은 백오목이 신고 떠나도록 둔다. 임보늬가 장작을 나르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를 문턱으로 불러 신발의 짝과 앞코 방향부터 가르친다. 아이는 자기 짚신을 벗어 손님들의 신발 옆에 놓는다. 장작 밑에는 더는 숨겨 둔 것이 없다.


세계관 · World

세계

representative image

설정

두 고을을 잇는 겨울 고갯길의 유일한 숙소, 곽정분의 문턱여관. 능선 아래 돌출된 바위에 등을 붙인 낮은 집으로, 산쪽 벽에는 창이 없고 골짜기 쪽으로만 출입문이 난다. 문 앞 처마는 어른 둘이 나란히 서면 꽉 찬다. 손님들의 신발은 이 좁은 처마 밑에 놓인다. 바람이 눈을 밀어 넣어도 신발 앞코가 향한 자리만은 새벽까지 얕은 홈으로 남는다.

주방과 손님방 사이의 공동 마루에 철제 난로가 있다. 젖은 신발을 말리기 좋은 자리지만, 난로에서 문까지는 여섯 걸음뿐이다. 문을 열려는 사람, 신발을 빼앗으려는 사람, 아이를 안고 물러서려는 사람이 모두 같은 좁은 바닥을 밟아야 한다. 장작더미 아래에는 보늬의 짚신이 숨겨져 있고, 난로 위쪽 선반에는 작은 헝겊 신발 두 짝이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눈보라가 시작되면 아래 마을까지 돌아가는 길도 사라진다. 여관 안에서는 사람 수보다 신을 수 있는 신발 수가 먼저 헤아려진다.

시대

장터와 고을 사이의 운송을 사람의 등짐에 의존하던 조선 말엽, 동짓달의 긴 밤이다. 산길 품꾼들은 날이 밝기 전에 표지 말뚝을 점검하고, 고을에서 나온 확인 종이에 도장을 받아야 다음 달에도 일을 얻는다. 눈 때문에 늦었다는 말은 품삯 장부에 적히지 않는다.

곽정분이 딸의 아기 신발을 선반에 박아 둔 지는 수십 년이 지났다. 여관을 이용하던 늙은 길손들은 문턱에서 신발을 가지런히 놓지만, 새로 온 손님들은 그 습관을 주인의 까다로운 청결법으로 여긴다. 보늬가 신발을 태운 순간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모두 젖은 양말을 벗으려던 때다. 첫 햇빛이 처마 밑 신발에 닿기까지는 아직 한밤이 남아 있다.

규칙

- 밤에 문밖에 놓인 온전한 신발 한 켤레는 마지막으로 그 신발을 신고 걸었던 사람의 발자국을 길에 세운다. 남의 장화를 가져가려면 실제로 신고 걸어야 하며, 크기가 맞지 않는 신발은 문턱을 넘는 순간 벗겨질 수 있다.
- 신발이 불에 타 한 켤레를 이루지 못하면 그 발자국은 실내로 들어와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을 찾는다. 양말과 감아 둔 천은 신발로 치지 않으므로, 막례가 보늬의 발을 감싸도 추위만 덜어 줄 뿐 접근을 막지는 못한다.
- 들어온 발자국은 맞는 신발 두 짝을 모두 신은 사람에게는 다가가지 못한다. 한 짝만 걸치거나 발뒤꿈치가 밖에 남아 있으면 보호받지 못하므로, 오목이 무릎을 당길 때마다 보늬는 처음부터 다시 신겨야 한다.
- 밤의 발자국은 첫 햇빛이 문밖 신발에 닿으면 사라진다. 문을 잠그거나 난로를 끄는 것으로 밤을 끝낼 수 없으며, 길수의 새벽 점검 시각은 안전해지는 시각보다 빠르다.

선반의 아기 신발은 별도의 부적이 아니라 오래 보존된 실제 신발이다. 못을 뽑으면 사용할 수 있지만, 오목의 발이 들어갈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정분이 지켜 온 물건을 내주는 일과 아이를 살리는 일 사이에는, 신발 안쪽을 훑고 뒤꿈치를 밀어 넣는 짧은 시간이 놓여 있다.

기술과 철학

여관의 살림은 철제 난로, 나무 집게, 송곳, 삼실, 헝겊 조각에 기대어 유지된다. 신발 한 켤레는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밑창에 덧댄 가죽과 못의 배열로 주인을 알아보고, 수선한 뒤축은 물건의 값보다 오래 기억된다. 길수가 보늬에게 못 자국을 증언하라는 것은 아이를 믿어서가 아니라, 다른 손님들 앞에서 자기 소유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길을 지키는 일을 맡은 사람들은 누구보다 먼저 눈 속으로 나가야 한다. 길수의 확인 종이는 품삯을 보장하지만, 젖은 양말 위에 신겨 줄 것은 없다. 막례가 내미는 돈도 닫힌 산길에서는 장화로 바뀌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것을 보면서도 거래를 끝내지 못한다.

정분은 손님에게 신발을 짝지어 놓으라고 가르쳤지만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보늬에게도 장작 나르는 순서와 재 치우는 법만 알려 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젖은 신발을 태워 마루를 치우는 일이 주인을 돕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불이 붙고 나서야 정분은 규칙을 입 밖에 낸다.

이 여관에서 이름이나 돈으로는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남의 장화를 신은 발은 보호받고, 그 장화의 주인은 양말 차림으로 남는다. 보늬가 숨긴 짚신의 느슨한 끈은 장작 사이로 드러나 있다. 누가 그 끈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다음에 맨발로 서 있을 사람이 달라진다.

시각적 묘사

검게 그을린 서까래 아래로 난로의 주황빛이 낮게 번진다. 바닥의 젖은 나뭇결은 빛을 받아 가느다란 구리색 선처럼 보이고, 문틈에서는 푸른 새벽빛 같은 눈빛이 새어 들어온다. 아직 새벽은 아니다. 눈이 바깥의 희미한 빛을 되비추는 것이다.

문턱은 오래 밟혀 가운데가 닳았고, 그 움푹한 부분으로 눈가루가 밀려온다. 바닥에 찍히는 발자국에는 발을 만든 몸이 없다. 먼저 눈이 눌리고, 이어 나무 위에 젖은 뒤꿈치와 다섯 발가락이 나타난다. 난로가 타닥거리는 사이에도 그 자국 주변에서는 녹은 눈 떨어지는 소리만 들린다.

선반의 아기 신발은 누런 헝겊과 바랜 붉은 실로 만들어졌다. 못 아래로 가려졌던 천만 원래 색을 간직하고 있다. 보늬가 두 짝을 떼어 내면 선반에는 작은 신발 모양의 깨끗한 자리가 남는다. 그 아래에서는 큰 장화가 어른의 팔에 눌리고, 작은 신발이 아이의 발 앞에서 흔들린다.


장소 · Locations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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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난로에서 문턱까지 여섯 걸음인 마루에는 구리빛 주황이 낮게 깔리고, 물기 어린 널판 이음새마다 가느다란 빛줄기가 고인다. 낮은 서까래 아래 비좁은 통로에서 눌린 솜옷의 어깨들이 맞부딪치고, 장화를 내놓으라는 고함 사이로 젖은 양말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철벅 소리가 난다. 통로 한가운데 유난히 솟은 널판 모서리에는 솜옷에서 뜯긴 실밥이 걸려 있으며, 그 곁에서 아이의 발을 받친 손과 장화를 끌어안은 무릎이 서로의 자리를 밀어낸다. 장작더미 밑으로 삐져나온 짚신 끈 바로 앞에, 딛는 발 없이 젖은 뒤꿈치와 다섯 발가락 자국이 구리빛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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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신발이 박힌 선반

높은 선반의 작은 벽면에는 누런 헝겊 아기 신발 두 짝만 못에 붙들려 있고, 바랜 붉은 실의 매듭에 그늘 속 반사광이 희미하게 걸린다. 두 신발 사이로 쌓인 먼지가 가느다란 세로 띠를 이루며, 못머리에 눌린 마른 천은 가장자리만 얕게 들떠 있다. 못이 나무를 긁으며 빠지는 순간 짧게 숨이 멎는 소리가 나고, 떼어 낸 두 짝 뒤에는 신발 모양의 깨끗한 자리와 검은 못 구멍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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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말뚝이 묻힌 고갯길

능선을 따라 다져진 좁은 눈길 위로 잿빛 눈보라가 옆으로 쓸리고, 길 가장자리의 거친 바위만 흰 둔덕 사이에 드러나 있다. 깊이 묻힌 표지 말뚝의 윗면에는 바람이 깎아 낸 반달 모양의 눈 테두리가 붙어 있고, 그다음 말뚝은 흩어지는 밤빛 속에서 겨우 검은 점으로 보인다. 말뚝 사이를 훑는 바람이 낮게 울다가 돌출된 바위 끝에서 날카롭게 갈라지며, 눈길에 남은 밑창 자국의 홈을 가루눈으로 메운다.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장면 01· 동짓달 눈보라 치는 밤, 저녁 식사 직후

칭찬 대신 뻗어 온 손

칭찬 대신 뻗어 온 손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시간동짓달 눈보라 치는 밤, 저녁 식사 직후
사건임보늬가 젖은 신발들을 난로에 밀어 넣고 비워진 마루를 돌아본다. 곽정분은 임보늬를 옆으로 밀쳐내고 맨손으로 불 속의 장화를 끌어낸다. 집게를 찾으라는 호통에 장작더미로 달려간 임보늬는, 집게를 집기 전에 숨겨 둔 자기 짚신의 끈부터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영향마루를 치우던 임보늬의 일이 불 속에서 신발을 구해야 하는 일로 뒤집힌다. 곽정분이 건져낸 장화에 최길수와 신막례의 손이 동시에 향하면서, 남은 신발을 둘러싼 다툼이 시작될 자리가 생긴다. 임보늬는 자기 짚신을 감춘 채 집게를 난로 안으로 넣지만, 작은 신발은 이미 뒤축이 무너지고 있다.

임보늬가 젖은 신발들을 철제 난로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으려는데, 곽정분이 그의 어깨를 밀쳐내며 열린 불문 앞으로 무릎을 꿇는다. 동짓달 눈보라가 문 아래로 눈가루를 밀어 넣는 마루에서 임보늬의 맨발이 솟은 널판 모서리에 걸리고, 비워 놓은 여섯 걸음 통로 위로 그의 손바닥이 먼저 떨어진다. 곽정분은 집게도 없이 불 속으로 손을 뻗어 장화의 목을 움켜쥔다.

“집게 가져와!”
곽정분이 끌어낸 장화가 바닥에 떨어지자 최길수가 젖은 양말로 널판을 미끄러지며 다가오고, 신막례가 먼저 장화 앞코를 붙들어 난로에서 멀리 당긴다. 최길수가 뒤축에 손을 대는 동안 곽정분은 앞치마로 장화 위의 작은 불씨를 눌러 끈 뒤, 다시 열린 불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임보늬는 장작더미 앞에 쪼그려 앉아 나무 집게를 찾다가, 장작 사이로 나온 짚신 끈을 손가락 두 개로 밀어 넣는다. 그는 굵은 장작 하나를 그 위에 눕히고 나서야 집게를 꺼내 곽정분의 팔 아래로 내민다. 구리빛 불문 안에서 집게 끝이 큰 신발 밑창을 들어 올리는 사이, 그 아래 눌린 작은 신발의 뒤축이 검게 접혀 내려앉는다.

장면 02· 동짓달 저녁, 신발을 불에서 건져내는 도중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장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장화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시간동짓달 저녁, 신발을 불에서 건져내는 도중
사건곽정분이 짝을 잃은 신발의 발자국은 실내로 들어와 맨발을 찾는다고 밝히자, 신막례는 건져낸 장화를 끌어안고 최길수에게 품삯을 내민다. 최길수는 돈을 밀쳐내고 장화의 뒤축을 붙잡는다. 그는 좁은 통로를 막아 임보늬를 세운 뒤, 밑창의 못 자국을 확인해 장화가 누구 것인지 말하라고 요구한다.
영향신막례의 돈으로는 장화 다툼을 끝낼 수 없게 된다. 불 속에서 신발을 건지던 임보늬는 최길수의 소유권을 증언해야 하는 자리에 붙들리고, 작은 신발을 대신할 두 짝을 찾는 일은 늦어진다. 곽정분이 숨겨 온 규칙이 공개되지만 장화는 신막례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신막례가 최길수의 손 아래에서 장화를 낚아채 가슴에 붙이고, 임보늬는 집게로 건져낸 나머지 한 짝을 문턱여관 마루에 내려놓는다. 곽정분은 앞치마로 그 장화의 불씨를 누르며 “짝을 잃으면 발자국이 들어와 맨발을 찾아. 양말로는 못 막아”라고 말한다. 신막례는 등에 업은 딸을 추켜올린 뒤 바닥의 장화까지 무릎 사이에 끼우고, 품에서 꺼낸 돈주머니를 최길수에게 내민다.

최길수는 돈주머니를 신막례의 무릎 쪽으로 밀어 돌려보내고 장화 뒤축을 움켜쥔다. “그 돈으로는 새벽에 장화를 못 사오. 말뚝 점검에 늦으면 다음 달 일도 없어.” 신막례는 돈만 거두고 팔꿈치를 더 조여, 당겨진 장화 목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납작하게 접힌다.

임보늬가 집게를 난로 쪽으로 돌리자 최길수는 젖은 양말을 끌며 그 앞을 막고, 신막례의 무릎 사이에 낀 장화 앞코를 들어 밑창을 보여준다. 곽정분이 두 짝을 함께 놓으라고 재촉하는 동안, 최길수는 덧댄 뒤꿈치 둘레의 못을 손가락으로 짚어 임보늬에게 장화 주인을 말하라고 요구한다. 임보늬는 집게를 든 채 장작더미 쪽으로 반걸음 물러나고, 그의 맨발 앞에는 들린 밑창에서 떨어진 검은 물방울이 고인다.

장면 03· 동짓달 밤, 장화의 못 자국을 증언하라는 요구를 받은 직후

비워 둔 바닥의 주인

비워 둔 바닥의 주인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시간동짓달 밤, 장화의 못 자국을 증언하라는 요구를 받은 직후
사건임보늬는 최길수가 들이민 장화 밑창을 밀어내고, 장작더미를 등으로 가린 채 난로 안으로 집게를 뻗는다. 곽정분이 남은 신발을 함께 놓으라고 재촉하지만 신막례는 장화를 놓지 않는다. 임보늬가 불탄 작은 신발의 뒤축을 들어 올리자 문 밑의 눈이 발 모양으로 눌리고, 숨긴 짚신 끈 앞에 몸 없는 젖은 발자국이 찍힌다.
영향불에서 꺼낸 작은 신발은 집게 사이에서 부서져 온전한 짝을 되찾을 수 없게 된다. 곽정분이 말한 발자국이 실제로 마루에 들어오면서 장화 소유권 다툼이 멎는다. 임보늬는 집게를 멈춘 채 선반에 못 박힌 아기 신발 두 짝으로 고개를 돌린다.

임보늬는 최길수가 들이민 장화 밑창을 집게 자루로 밀어내고, 장작더미에 등을 붙인 채 열린 난로 안으로 집게 끝을 뻗는다. 밀려난 최길수의 팔 아래에서 신막례는 무릎 사이의 장화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은 한 짝과 포갠다. 임보늬는 장작 틈으로 다시 빠져나온 짚신 끈을 맨발 뒤꿈치로 가리며 “남은 신발부터 내놔요!”라고 외친다.

곽정분이 신막례의 무릎 앞을 두드리며 “두 짝을 함께 놓으라니까”라고 재촉하자, 최길수는 포개진 장화 목을 다시 잡는다. 임보늬가 불 속의 작은 뒤축을 집어 올리는 순간 검게 접힌 밑창이 떨어지고, 집게 사이에는 구멍 난 천 조각만 남는다. 문 아래 쌓인 눈가루가 움푹 꺼진다.

눌린 눈 끝에 다섯 발가락 홈이 패이더니, 장작더미 앞 널판에 젖은 뒤꿈치와 발가락 자국이 찍혀 구리빛을 끊는다. 최길수는 장화 목을 놓고 젖은 양말을 뒤로 끌며, 곽정분은 임보늬의 팔을 잡아 그 자국에서 당긴다. 임보늬는 짚신 끈 바로 앞에 멎은 집게를 그대로 든 채 고개를 들어, 높은 선반의 못 아래 나란히 붙은 작은 신발 두 짝을 올려다본다.

챕터 02

장면 04· 동짓달 밤, 첫 젖은 발자국이 장작더미 앞에 찍힌 직후

먼지 없는 두 자리

먼지 없는 두 자리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아기 신발이 박힌 선반 아래
시간동짓달 밤, 첫 젖은 발자국이 장작더미 앞에 찍힌 직후
사건임보늬는 선반의 신발을 내려 달라는 요구를 곽정분이 거절하자, 젖은 발자국을 피해 빈 상자를 끌어온다. 상자에 올라 나무 집게로 못 두 개를 뽑고 아기 신발을 떼어 낸다. 곽정분이 내려온 임보늬의 손목을 붙잡지만, 임보늬는 백오목에게 신기고 난 뒤 혼내라며 두 짝을 내민다.
영향선반에 고정되어 있던 아기 신발이 백오목에게 신겨 볼 수 있는 두 짝으로 내려온다. 곽정분은 신발을 되찾으려던 손아귀를 조금 풀고, 신막례는 딸의 발을 받쳐 내민다. 선반에는 먼지 없는 신발 모양 두 자리와 검은 못 구멍이 남는다.

임보늬는 곽정분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며 빈 상자를 끌어, 장작더미 앞 젖은 발자국을 돌아 높은 선반 밑에 밀어 넣는다. “저 두 짝 내려 주세요.” 곽정분이 고개를 젓자 임보늬는 상자 위로 올라가 나무 집게 끝을 못머리 아래에 걸고, 신막례는 등에 업었던 백오목을 무릎으로 내려 앉히며 장화를 팔꿈치 안쪽에 끼운다.

첫 못이 빠지면서 한쪽 신발이 기울자 곽정분이 상자 가장자리를 붙들지만, 임보늬는 신발을 가슴에 눌러 잡고 남은 못까지 뽑는다. 누런 두 짝 뒤로 먼지 없는 신발 모양이 드러나고, 떨어진 못 하나가 곽정분의 앞치마 위로 굴러간다. 임보늬가 내려오자 곽정분은 그의 손목을 잡아 선반 쪽으로 당긴다. “날이 밝으면 나가라고 하실 거예요?”

임보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붙잡힌 손을 백오목 쪽으로 뻗으며 “혼내는 건 신고 나서 해요”라고 말한다. 신막례는 팔꿈치로 장화를 더 눌러 붙들고 빈손으로 백오목의 발뒤꿈치를 받쳐 올린다. 곽정분의 손아귀가 조금 풀리고, 임보늬가 내민 두 짝 아래로 백오목의 작은 발이 나란히 나온다.

장면 05· 동짓달 밤, 아기 신발을 선반에서 내려온 직후

양말을 비켜 오는 발

양말을 비켜 오는 발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선반 아래
시간동짓달 밤, 아기 신발을 선반에서 내려온 직후
사건임보늬는 아기 신발의 못 구멍을 훑고 백오목의 발을 넣지만, 굳은 뒤축에 걸려 뒤꿈치를 감싸지 못한다. 백오목은 발을 빼고 양말을 벗어 젖은 발자국 앞에 내려놓는다. 다음 자국이 양말을 비켜 찍히자 백오목이 양말을 주우려고 기울어지고, 임보늬는 신발을 놓아 아이의 허리를 붙든다.
영향선반에서 얻은 두 짝만으로는 백오목을 곧바로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가 드러난다. 양말을 내놓아도 발자국은 멈추지 않으며, 임보늬의 두 손은 신발을 신기는 대신 아이를 붙드는 데 묶인다. 바닥으로 떨어진 신발을 곽정분이 거두고, 신막례는 딸을 받치느라 장화를 누르던 팔꿈치를 옮긴다.

임보늬는 신막례가 받쳐 내민 백오목의 발을 누런 헝겊 신발 안으로 밀어 넣는다. 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에 무릎을 붙인 채, 먼저 훑어 둔 못 구멍을 피해 뒤축을 당기지만 마른 천은 발뒤꿈치 아래에서 접힌다. 곽정분이 임보늬의 손목에서 손을 떼고 신발 입구를 벌려도, 백오목의 뒤꿈치는 난로빛 아래 그대로 드러나 있다.

백오목은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 신발에서 발을 빼더니, 다른 발에 남은 양말까지 벗는다. 신막례가 허리를 끌어당기는 사이 백오목은 푸른 뒤꿈치 조각이 달린 양말을 젖은 자국 앞에 내려놓고 “여기서 쉬어”라고 말한다. 양말 옆 널판에 다섯 발가락 자국이 새로 찍힌다.

백오목이 양말을 향해 손을 뻗으며 신막례의 무릎 밖으로 몸을 기울이자, 임보늬는 신발을 놓고 두 팔로 아이의 허리를 받친다. 신막례는 장화를 누르던 팔꿈치를 올려 딸의 등을 붙들고, 곽정분은 떨어진 신발을 집어 다른 한 짝과 포갠다. 임보늬의 벌어진 무릎 사이로 백오목의 맨발이 들려 있고, 그 아래 양말의 푸른 조각 옆에는 젖은 뒤꿈치 하나가 남는다.

장면 06· 동짓달 밤, 양말 옆에 두 번째 발자국이 찍힌 직후

가위 앞에서 돌아선 손

가위 앞에서 돌아선 손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선반 아래
시간동짓달 밤, 양말 옆에 두 번째 발자국이 찍힌 직후
사건신막례는 치맛자락을 찢어 임보늬의 맨발을 감싸고, 곽정분의 경고에도 매듭을 끝까지 묶는다. 이어 아기 신발의 뒤축을 눌러 보고 굳은 솔기를 풀어 천을 덧대려 하지만, 곽정분이 신발을 움켜쥐어 가위를 막는다. 젖은 자국이 가까워지고 백오목이 임보늬의 목에 매달리자, 곽정분은 손을 돌려 뒤축을 펼쳐 잡는다. 신막례가 첫 붉은 실을 끊는다.
영향아기 신발의 수선을 막던 곽정분이 직접 뒤축을 잡아 주면서 신막례가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두 짝은 아직 백오목에게 맞지 않고, 임보늬의 발에 감긴 천도 발자국을 막지 못한다. 아이를 붙들고 있는 동안 신발을 고쳐야 하는 일이 남는다.

신막례는 치맛자락 끝을 찢어 임보늬의 맨발 아래로 밀어 넣고, 백오목의 허리를 받친 그의 팔 밑에서 천을 발등 위로 감는다. 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에서 장화 한 짝은 신막례의 무릎 사이에 끼이고 다른 한 짝은 허벅지 옆에 눕혀져, 천을 당기는 손이 장화 목에 걸린다. 곽정분이 “천으로는 못 막아”라고 하자 신막례는 매듭을 한 번 더 당긴다.

신막례는 곽정분이 포개 든 아기 신발의 뒤축을 손가락으로 눌러 벌리고, 바늘집에서 작은 가위를 꺼낸다. “여길 조금 풀고 천을 대면 들어가요.” 곽정분은 신발을 가슴 쪽으로 당겨 가위 끝에서 떼어 놓고, 신막례는 벌리다 만 솔기를 놓지 않는다.

양말을 비켜 온 물자국 다음으로 젖은 뒤꿈치가 널판 이음새에 찍히자, 백오목이 임보늬의 목을 끌어안아 그의 턱 아래에 얼굴을 붙인다. 임보늬가 아이의 허리를 고쳐 받치는 동안 곽정분은 신발을 움켜쥔 손을 돌려 굳은 뒤축 양쪽을 펼치고, 신막례의 가위 앞에 솔기를 내준다. 가위가 닫히자 첫 붉은 실이 끊어지고, 벌어진 누런 천 사이로 곽정분의 손가락 끝이 드러난다.

챕터 03

장면 07· 동짓달 밤, 아기 신발의 첫 뒤축 솔기를 끊은 직후

상자 아래의 뒤꿈치

상자 아래의 뒤꿈치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선반 아래 빈 상자와 장작더미 사이
시간동짓달 밤, 아기 신발의 첫 뒤축 솔기를 끊은 직후
사건임보늬는 백오목을 안고 빈 상자 위로 올라가 신막례에게 수선할 바닥을 내준다. 신막례는 장화를 무릎 사이에 붙든 채 벌어진 뒤축에 덧댈 천을 놓는다. 백오목이 바닥의 양말을 향해 기울어지고 상자 아래에 젖은 발자국이 찍히자, 최길수는 통로를 넓히려고 장작을 옮긴다. 장작 밑에서 빠져나온 짚신 끈이 최길수의 손가락에 걸린다.
영향상자 위로 옮겨도 발자국의 접근은 멈추지 않아 임보늬는 백오목을 계속 붙들어야 한다. 신막례는 수선을 시작하지만 장화를 놓지 않아 움직임이 제한된다. 최길수의 손에 숨겨 둔 짚신 끈이 드러나면서, 임보늬가 감춘 두 짝을 꺼내게 될 계기가 생긴다.

임보늬는 목에 매달린 백오목을 끌어안고 선반 아래 빈 상자 위로 올라가, 신막례의 무릎 앞을 비워 준다. 천으로 감싼 발이 상자 가장자리를 딛자 한쪽 모서리가 들리고, 임보늬는 백오목의 허리를 팔 안쪽으로 당겨 가운데에 쪼그려 앉는다. 신막례는 벌어진 아기 신발을 무릎에 놓고 잘라 둔 천을 뒤축에 대지만, 허벅지 옆 장화가 굴러가자 팔꿈치로 끌어와 다른 한 짝과 함께 무릎 사이에 세운다.

백오목은 턱 아래 붙였던 얼굴을 떼고 바닥의 푸른 뒤꿈치 조각을 향해 팔을 뻗는다. “양말 줘.” 임보늬가 백오목의 배를 받쳐 몸을 일으키는 순간, 상자 아래 널판에 젖은 뒤꿈치와 다섯 발가락이 찍혀 구리빛 난로 불빛을 끊는다. 신막례가 바늘을 든 손을 멈추고 상자 쪽으로 무릎을 밀자, 끼워 둔 장화 앞코가 솟은 널판 모서리에 걸린다.

최길수는 신막례의 장화와 상자 사이에 발을 들여놓으려다 물자국을 피해 장작더미 쪽으로 돌아선다. 최길수가 통로로 튀어나온 장작 두 토막을 들어 옆으로 옮기자, 그 밑의 느슨한 짚신 끈이 손가락에 감겨 따라 나온다. 임보늬는 상자 아래로 내리던 발을 도로 거두고 백오목의 허리를 고쳐 잡으며, 최길수의 벌어진 손가락 사이에서는 젖은 끈 한 가닥이 장작 밑까지 팽팽해진다.

장면 08· 동짓달 밤, 상자 아래에 젖은 발자국이 찍힌 직후

숨긴 두 짝의 값

숨긴 두 짝의 값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상자와 장작더미 사이
시간동짓달 밤, 상자 아래에 젖은 발자국이 찍힌 직후
사건최길수가 장작 밑에서 임보늬의 짚신 두 짝을 꺼내 천으로 감긴 발에 대본다. 그는 짚신을 상자 가장자리에 놓고, 신는 대신 자기 장화의 주인을 밝히라고 요구한다. 임보늬는 백오목을 신막례에게 잠깐 맡기고 발에 감긴 천을 풀어 짚신 두 짝을 끝까지 신는다.
영향임보늬가 자기 신발을 숨겨 두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최길수의 소유권 증언 요구가 다시 그의 앞에 놓인다. 신막례는 딸을 받아 안느라 수선을 멈춘다. 임보늬의 발은 온전한 두 짝 안에 들어가지만, 백오목의 신발은 여전히 신막례의 무릎에 벌어진 채 남는다.

최길수는 손가락에 걸린 끈을 당겨 장작 밑의 짚신 두 짝을 꺼내고, 상자 위에서 백오목을 붙든 임보늬의 발 앞으로 들어 올린다. 구리빛 난로 불빛 아래 짚신 바닥에서 떨어진 나무 부스러기가 젖은 널판에 붙는다. 신막례는 뒤축에 바늘을 꽂아 둔 아기 신발을 무릎에 내려놓고, 임보늬의 발과 짚신을 번갈아 가리킨다.

최길수는 짚신 한 짝을 임보늬의 천 감긴 발바닥에 대더니 두 짝을 상자 가장자리에 나란히 놓는다. “신어. 그러고 내 장화가 누구 것인지 말해.” 임보늬는 입술을 벌렸다가 다물고, 양말 쪽으로 팔을 뻗는 백오목을 신막례에게 내려 보낸다. 신막례는 무릎 사이의 장화를 조인 채 딸의 겨드랑이를 받아 당기고, 백오목의 맨발을 바닥에서 들어 올린다.

임보늬는 상자에 걸터앉아 발등의 매듭을 풀고, 벗겨 낸 천을 접지도 않은 채 옆에 놓는다. 첫 짚신에 발가락을 밀어 넣고 뒤꿈치를 눌러 앉힌 뒤, 다른 발도 넣어 느슨한 끈을 당긴다. 최길수가 내민 손은 장화 쪽을 가리킨 채 남아 있고, 임보늬의 두 뒤꿈치는 짚으로 엮은 뒤축 안에 나란히 들어간다.

장면 09· 동짓달 밤, 임보늬가 짚신 두 짝을 신은 직후

비켜 간 자국 곁에

비켜 간 자국 곁에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상자 곁
시간동짓달 밤, 임보늬가 짚신 두 짝을 신은 직후
사건임보늬는 자기 짚신을 비켜 찍히는 발자국 앞에서 상자를 내려와 신막례의 무릎 사이에 낀 장화를 빼낸다. 신막례가 붙잡으려 하자 백오목의 들린 발을 어머니 손에 받쳐 주고, 장화의 덧댄 뒤축과 밑창 못 배열을 짚어 최길수에게 건넨다. 신막례는 장화에서 손을 떼고 수선을 다시 시작하며, 최길수는 흩어진 신발을 밑창끼리 맞댄다.
영향최길수의 장화 소유권이 임보늬의 증언으로 확인되어 두 짝이 돌아간다. 신막례는 장화를 붙들던 손을 바느질에 쓸 수 있게 되고, 임보늬는 보호받는 발로 백오목 곁에 남는다. 그러나 아기 신발의 벌어진 뒤축은 아직 꿰매지지 않았고, 젖은 발자국도 상자 곁에 남아 있다.

임보늬는 상자에서 내려와 신막례의 무릎 사이에 끼인 장화 목을 잡아 빼낸다. 그의 짚신 앞에 멎었던 물자국 다음으로, 백오목의 맨발 아래 널판에 젖은 발가락이 찍힌다. 신막례가 장화 목을 따라 손을 뻗자 임보늬는 다른 손으로 백오목의 뒤꿈치를 받쳐 그 손바닥에 얹는다.

“이건 최길수 아저씨 거예요.” 임보늬는 장화를 뒤집어 희게 덧댄 뒤축을 누르고, 밑창 가장자리에 세 개씩 박힌 못을 차례로 짚는다. 최길수가 한 짝을 받아 들자 신막례는 남은 장화에 걸었던 손가락을 펴고, 임보늬는 두 번째 장화도 그의 손에 밀어 넣는다. 백오목이 바닥의 양말을 향해 기울어지자 임보늬는 상자 곁에 무릎을 붙이고 아이의 배를 팔로 받친다.

신막례는 백오목을 허벅지 안쪽으로 끌어 앉힌 뒤, 아기 신발에 꽂아 두었던 바늘을 뽑아 덧댄 천을 꿰뚫는다. 최길수는 돌려받은 장화를 자기 발치에 세우고 마루의 신발 두 짝을 집어 밑창끼리 맞댔다가, 길이가 다르자 한 짝을 내려놓는다. 구리빛 난로 불빛 아래 임보늬의 짚신 옆에는 젖은 자국이 남고, 신막례가 당긴 실 아래로 아직 벌어진 작은 뒤축이 드러난다.

챕터 04

장면 10· 동짓달 밤 끝 무렵, 처마에 첫 햇빛이 닿기 전

문고리와 남은 매듭

문고리와 남은 매듭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상자와 문 사이
시간동짓달 밤 끝 무렵, 처마에 첫 햇빛이 닿기 전
사건임보늬는 곽정분이 상자 위에 받쳐 앉힌 백오목의 발을 잡고, 수선된 첫 신발 안으로 뒤꿈치를 밀어 넣는다. 곽정분은 아이를 팔 안쪽에 끼운 채 두 번째 신발의 덧댄 뒤축에 남은 매듭을 묶는다. 장화 두 짝을 신은 최길수는 문으로 향하고, 임보늬가 기다려 달라고 붙들자 품속 확인 종이를 누르며 문고리를 잡는다.
영향백오목의 한쪽 뒤꿈치가 신발 안으로 들어가지만, 두 번째 신발이 완성되지 않아 발자국의 접근을 막지는 못한다. 최길수가 문 앞을 차지하면서 신발을 마저 신길 시간과 점검에 나갈 시간이 맞부딪친다. 백오목은 바닥의 양말을 향해 다리를 당기기 시작하고, 임보늬는 들어간 첫 뒤꿈치를 붙들어야 한다.

임보늬는 곽정분의 팔 안에 받쳐진 백오목의 뒤꿈치를 누르고, 벌려 둔 첫 신발의 뒤축을 발꿈치 위로 끌어 올린다. 빈 상자 가장자리에 걸린 백오목의 다른 맨발 아래로 젖은 자국이 남아 있고, 문틈의 푸른빛은 난로빛이 고인 널판 위에서 옅어진다. 곽정분은 백오목의 배를 팔꿈치로 받친 채 두 번째 신발의 덧댄 천을 접어 잡고 실 끝을 작은 고리 안으로 밀어 넣는다.

최길수는 장화 목 안으로 바짓단을 눌러 넣고, 상자와 솟은 널판 모서리 사이를 지나 문으로 간다. 임보늬가 짚신 한 발을 통로에 내밀며 “두 짝만 신길 때까지요”라고 말하자, 최길수의 장화 앞코가 그 앞에서 멎는다. 최길수는 저고리 위로 확인 종이가 든 자리를 누른다. “지금도 늦었어.”

백오목이 바닥의 푸른 뒤꿈치 조각을 가리키며 무릎을 당기자, 임보늬는 막 들어간 신발을 손바닥으로 감싸 붙든다. 곽정분이 백오목의 몸을 자기 쪽으로 당기는 동안 실 고리가 손가락에서 빠져 길게 늘어진다. 최길수는 임보늬의 내민 발을 돌아 문고리를 움켜쥐고, 상자 가장자리에서는 백오목의 뒤꿈치가 신발 뒤축을 다시 밀어내기 시작한다.

장면 11· 동짓달 밤이 끝나기 직전, 처마 밑에는 아직 햇빛이 닿지 않은 때

양말이 미끄러지는 여섯 걸음

양말이 미끄러지는 여섯 걸음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상자와 문턱 사이
시간동짓달 밤이 끝나기 직전, 처마 밑에는 아직 햇빛이 닿지 않은 때
사건최길수가 문을 조금 열자 바람이 백오목의 양말을 문턱 쪽으로 밀어낸다. 백오목이 양말을 따라 곽정분의 팔 밖으로 몸을 기울이고, 임보늬는 신기던 신발을 놓아 아이의 허리를 붙든다. 첫 신발이 벗겨지고 상자가 흔들리는 사이, 젖은 발자국이 최길수의 장화를 비켜 상자 아래에 찍힌다.
영향백오목의 첫 신발을 신긴 일이 무산되고, 임보늬와 곽정분은 아이를 붙드느라 신기기와 매듭 묶기를 모두 멈춘다. 최길수가 열어 놓은 문은 양말을 더 멀리 밀어내며 아이의 움직임을 끌어낸다. 최길수는 문밖으로 내딛지 못한 채, 상자 아래까지 다가온 발자국과 아이를 향해 몸을 돌린다.

최길수가 문고리를 당겨 문을 조금 열자, 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로 눈가루가 쏟아져 백오목의 양말을 밀어낸다. 푸른 뒤꿈치 조각이 달린 양말은 솟은 널판 모서리에 걸렸다가 뒤집혀 문 쪽으로 미끄러진다. 백오목은 곽정분의 팔 안에서 무릎을 빼내며 양말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내 양말!” 백오목의 배가 곽정분의 팔꿈치 밖으로 넘어가자, 임보늬는 신발 뒤축에서 손을 떼고 아이의 허리를 두 팔로 받는다. 막 들어갔던 뒤꿈치가 빠지고, 빈 신발 한 짝이 상자 위에 옆으로 쓰러진다. 곽정분은 두 번째 신발을 쥔 손까지 백오목의 겨드랑이 밑으로 밀어 넣고, 덜 묶인 실 끝은 아이의 치맛자락에 걸려 늘어진다.

임보늬가 짚신을 버티고 백오목을 끌어당기자 빈 상자의 한쪽 모서리가 들려 널판을 두드린다. 최길수가 문을 잡은 채 돌아서는 순간, 그의 장화 옆 눈가루가 눌리고 상자 아래에 젖은 뒤꿈치와 다섯 발가락이 찍힌다. 문턱에 닿은 양말은 열린 문 아래에서 펄럭이고, 최길수의 다른 손이 품속 종이에서 떨어져 흔들리는 상자 쪽으로 내려온다.

장면 12· 동짓달 새벽 직전, 처마 밑에 햇빛이 닿기 전

두 뒤꿈치가 들어갈 자리

두 뒤꿈치가 들어갈 자리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상자와 문턱 사이
시간동짓달 새벽 직전, 처마 밑에 햇빛이 닿기 전
사건최길수는 열린 문을 닫고 문턱의 양말을 주워 백오목에게 건넨 뒤, 흔들리는 상자를 붙든다. 곽정분은 늘어진 실을 풀어 마지막 매듭을 조이고 신발 입구를 벌린다. 임보늬는 양말을 쥐고 다리를 펴 준 백오목의 뒤꿈치를 차례로 받쳐 두 신발 안에 넣는다.
영향백오목의 두 뒤꿈치가 신발 안에 들어가면서 상자 바로 아래까지 따라온 발자국의 접근이 멈춘다. 젖은 자국은 사라지지 않고 마루에 남는다. 최길수는 문을 다시 여는 대신 상자 곁에 남아, 점검에 나갈 마지막 시간을 아이에게 내준다.

최길수는 문고리를 밀어 문을 닫고, 문턱에 걸린 양말을 집어 백오목의 뻗은 손에 쥐여준다. 백오목이 양말의 푸른 뒤꿈치 조각을 움켜쥐자 임보늬는 앞으로 쏠린 아이의 허리를 곽정분의 팔 안으로 밀어 올린다. 최길수는 들린 상자 모서리를 눌러 바닥에 붙이고, 구리빛이 끊긴 널판 위로 장화 두 발을 벌려 버틴다.

곽정분은 백오목의 치맛자락에 걸린 실 끝을 빼내 작은 고리에 통과시킨 뒤, 양쪽 끝을 당겨 덧댄 뒤축을 닫는다. “양말 잡고, 다리 펴 줘.” 임보늬가 상자 위에 쓰러진 첫 신발을 집어 들자 백오목은 푸른 조각을 엄지로 문지르며 무릎을 내린다. 곽정분이 입구를 벌리고 임보늬가 발바닥을 받쳐 밀자 첫 뒤꿈치 위로 뒤축이 올라오고, 상자 바로 아래에는 젖은 발가락 다섯 개가 새로 찍힌다.

임보늬는 첫 신발을 놓자마자 다른 뒤꿈치를 손바닥에 얹고, 곽정분이 벌린 두 번째 신발 속으로 발가락부터 넣는다. 곽정분이 뒤축 안의 손가락을 빼자 두 짝이 백오목의 발에 남고, 임보늬의 짚신과 상자 사이에는 더 찍히지 않는 물자국만 번들거린다. 최길수는 상자를 붙든 손을 천천히 풀어 문 옆 바닥에 앉고, 저고리 틈으로 삐져나온 확인 종이 귀퉁이를 그대로 둔다.

챕터 05

장면 13· 동짓달 밤이 지난 뒤, 첫 햇빛이 처마에 닿기 직전

끈에 닿는 첫 빛

끈에 닿는 첫 빛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와 문턱
시간동짓달 밤이 지난 뒤, 첫 햇빛이 처마에 닿기 직전
사건곽정분이 문을 조금 열고 여관의 여분 짚신 한 켤레를 처마 밑에 놓는다. 임보늬는 밝아진 문턱으로 다가가지만, 신막례가 그의 소매를 붙들어 그늘 속의 젖은 끈을 가리킨다. 최길수는 벽에 기대 앉아 삐져나온 확인 종이를 품 안으로 밀어 넣는다. 기다림 끝에 햇빛이 짚신 끈에 닿고, 마루의 마지막 발자국이 가장자리부터 마른다.
영향문틈의 밝기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던 밤이, 문밖 신발에 닿은 햇빛으로 끝난다. 최길수는 점검에 나갈 시각을 넘긴 채 여관에 남는다. 임보늬는 마른 자국 위로 상자를 옮겨 막혀 있던 통로를 열고, 손님들이 떠날 채비를 할 자리를 만든다.

곽정분이 문을 조금 밀어 열고 여분 짚신 두 짝을 처마 밑에 내려놓자, 임보늬는 상자 곁에서 일어나 문턱으로 짚신 한 발을 내민다. 신막례가 그의 소매를 붙들고 바깥의 축축한 끈을 가리킨다. “아직 저기는 그늘이에요.”

곽정분은 문짝을 붙든 채 기다리고, 임보늬는 내민 발을 거두어 마루의 마지막 젖은 발가락 자국 곁에 붙인다. 최길수는 문 옆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저고리 밖으로 나온 확인 종이 귀퉁이를 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처마 끝의 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짚신 앞코를 적시지만, 뒤축의 끈은 여전히 푸른 그늘에 잠겨 있다.

가느다란 햇빛이 문턱을 가로질러 젖은 끈에 걸리자, 임보늬의 발 옆에서 번들거리던 자국이 발가락 끝부터 흐려진다. 신막례가 소매를 놓고, 곽정분은 문을 더 밀어 햇빛이 들어오는 폭을 넓힌다. 임보늬는 마지막 뒤꿈치 자국이 마른 자리에 상자 모서리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밀어 여섯 걸음 통로를 비운다.

장면 14· 첫 햇빛이 발자국을 말린 직후

돈 대신 남은 천

돈 대신 남은 천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 빈 선반 아래
시간첫 햇빛이 발자국을 말린 직후
사건신막례는 남은 천을 최길수의 장화 뒤축에 대고 벌어진 가죽을 꿰맨다. 최길수는 장화를 벗어 내주고, 바늘이 지나갈 자리를 손으로 벌려 잡는다. 통로를 비운 임보늬는 장작을 집어 나르다가 곽정분이 빈 선반으로 손을 올리자 문턱 앞에서 멈춘다.
영향신막례와 최길수 사이에서 끝내 성립하지 않았던 돈 거래를 장화 수선이 대신한다. 최길수는 떠나는 대신 신막례의 바느질을 돕는다. 임보늬가 다시 시작한 장작 나르기는 곽정분의 손짓 앞에서 멎고, 선반의 빈자리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다음 장면으로 남는다.

신막례는 통로가 비워진 마루에 무릎을 붙이고, 최길수의 장화 뒤축에 남은 천을 접어 댄다. 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벌어진 가죽 틈을 비추자 신막례는 바늘집에서 굵은 바늘을 꺼낸다. 최길수가 발을 뒤로 당기려 하자 신막례가 장화 목을 붙든다. “벗어 주세요. 안쪽까지 꿰매야 해요.”

최길수는 장화를 벗어 신막례의 무릎 앞에 놓고, 접혀 들어가는 뒤축을 두 손가락으로 벌려 잡는다. 신막례는 품속 돈주머니를 꺼내지 않은 채 가죽의 묵은 바늘구멍으로 실을 통과시켜, 벌어진 양쪽을 천 위로 당겨 붙인다. 임보늬는 밀어 둔 상자 옆에서 장작 두 토막을 집어 들고 두 사람의 무릎을 돌아 문 쪽으로 간다.

곽정분이 난로 위 선반으로 팔을 뻗자 임보늬의 짚신 앞코가 문턱 바로 안에서 멎는다. 신막례가 당긴 실 끝이 짧게 튕기고, 최길수는 덧댄 천이 밀리지 않도록 손가락을 옮겨 누른다. 임보늬는 장작을 가슴에 붙든 채 고개를 들고, 신발 모양으로 깨끗한 두 자리 아래에 곽정분의 손 그림자가 걸린다.

장면 15· 첫 햇빛에 발자국이 마른 직후, 장화 수선이 끝나 가는 아침

숨기지 않는 두 짝

숨기지 않는 두 짝
장소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와 햇빛 든 문턱
시간첫 햇빛에 발자국이 마른 직후, 장화 수선이 끝나 가는 아침
사건곽정분은 선반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어 못 두 개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임보늬를 문턱으로 부른다. 신막례와 최길수가 장화의 마지막 매듭을 마무리하는 동안, 곽정분은 처마 밑 짚신으로 짝과 앞코 방향을 가르친다. 임보늬는 들고 있던 장작을 내려놓고 자기 짚신을 벗어 문밖의 신발 곁에 나란히 놓는다.
영향선반의 빈자리는 그대로 남고, 곽정분은 임보늬에게 떠나라는 말 대신 다음 손님의 신발을 놓을 자리를 맡긴다. 임보늬가 감추었던 두 짝은 다른 신발과 함께 문턱 밖에 놓인다. 신막례와 최길수의 수선도 끝나며 밤새 막혔던 마루에 출발할 자리가 생긴다.

곽정분은 선반 아래로 손을 거두어 앞치마 주머니 가장자리에 걸린 못 두 개를 안으로 밀어 넣고, 장작을 가슴에 붙든 임보늬에게 손짓한다. 문턱여관의 여섯 걸음 마루를 가로지른 햇빛이 빈 선반 아래까지 뻗고, 신발 모양의 깨끗한 두 자리는 가려지지 않은 채 남는다. “장작 내려놓고 이리 와.”

임보늬가 장작 두 토막을 상자 옆에 내려놓자, 신막례는 최길수가 벌려 잡은 장화 뒤축에서 마지막 실을 당겨 매듭을 짓는다. 최길수는 신막례가 손을 뺀 뒤 장화를 들어 통로 가장자리로 옮긴다. 곽정분은 문턱에 쪼그려 앉아 처마 밑 짚신의 밑창을 맞대 보이고, 두 앞코를 눈길 쪽으로 돌려 내려놓는다. “한 켤레씩 붙여 놓아라. 다음 손님 것은 이 옆이고.”

임보늬는 문턱 안에 앉아 자기 짚신의 느슨한 끈을 풀고, 벗은 두 짝을 양손에 하나씩 쥔다. 곽정분이 손바닥으로 비워 준 자리로 두 짝을 내놓은 임보늬는 벌어진 앞코 하나를 다시 돌려 다른 앞코와 맞춘다. 곽정분은 두 켤레 사이에 끼인 짚신 끈만 밖으로 빼 주고, 임보늬의 빈 발 곁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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