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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오리지널 · 장면 25 · 챕터 5

남의 목소리로 데뷔함

cute Komon Snake 48premium크리에이터 페이지

새벽 방송을 켠 무명 남성 스트리머의 화면에, 본인이 만든 적 없는 여성 아바타가 먼저 웃으며 나타난다. 그는 시청자 수를 올리기 위해 그 아바타로 남성에서 여성 버튜버로 활동하고, 방송이 끝날 때마다 현실의 목소리와 말버릇이 조금씩 여성 아바타의 것으로 바뀌는 대가를 치른다. 첫 협업 상대인 인기 버튜버는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만 폭로 대신 자신의 소속사에서 버려진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그를 이용하려 한다. 소속사는 일주일 뒤 대형 합동 라이브에서 여성 버튜버의 얼굴을 공개하겠다고 공지하고, 그는 원래 몸으로 무대에 설지 아바타의 모습으로 영구 계약을 맺을지 골라야 한다.

  • 등장인물 5
  • 장소 5
  • 장면 25
  • 줄거리 4,21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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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Characters

등장인물들

한이준

남성

무명 게임 스트리머 겸 아바타 리거

프로필

시청자 수와 생계를 되찾기 위해 자신이 만든 적 없는 여성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와 말버릇을 잃어간다. 한이준은 일주일 뒤 공개 무대에서 원래의 자신을 지킬지 아바타의 삶을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한다.

한이준은 방송 전에는 남성적인 낮은 목소리를 여러 번 녹음해 확인하고, 방송이 끝난 뒤에는 같은 문장을 다시 말하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휴대전화에 적는다. 그는 시청자 수가 오를 때마다 안도하면서도 아바타의 말투가 튀어나오면 즉시 입을 다물고 물을 마신다. 생계를 잃는 일을 누구보다 두려워하지만, 자신을 살려 준 존재를 버리는 순간 타인의 삶까지 훔치는 사람이 될까 봐 공개 무대에서 결정을 미루지 못한다.

배경

한이준은 폐업한 소형 방송 장비점의 창고를 빌려 밤마다 방송하며, 낮에는 영상 편집 외주로 월세와 장비 할부금을 갚아 왔다. 어느 새벽, 한이준의 방송 화면에 제작 기록도 설치 경로도 없는 여성 아바타가 먼저 나타났고, 첫 방송 뒤 한이준은 평소 쓰지 않던 끝맺음과 웃음소리를 자신의 녹음 파일에서 발견했다. 일주일 뒤 소속사가 주최하는 대형 합동 라이브의 공개 무대가 한이준에게 마지막 수입원이 될 수 있지만, 그 무대에 원래 몸으로 설지 아바타의 모습으로 계약할지는 한이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묘사

한이준은 낡은 방송 장비점 창고의 차가운 책상 앞에 앉아, 검은 후드 집업과 바랜 회색 티셔츠 위로 헤드셋을 걸친 채 화면 속 여성 아바타와 현실의 자신 사이에 몸을 반쯤 걸치고 있다. 낮게 깎은 검은 머리와 피곤한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지만, 한 손은 마이크를 끄고 다른 손은 떨리는 목소리를 기록한 휴대전화를 움켜쥐어 생계를 붙잡으려는 조급함을 드러낸다. 그의 기억에 남는 표식은 손목에 감긴 분홍색 케이블 타이로, 방송이 끝날 때마다 자신이 아직 원래의 목소리를 지녔는지 확인하듯 만진다.

윤채린

여성

인기 버튜버 겸 전직 기획사 콘텐츠 디렉터

프로필

윤채린은 이준의 정체를 지켜 주는 대신, 소속사에서 버려진 후배들의 계약을 되살릴 권리를 요구한다. 이준을 구하려는 마음과 자신이 저지른 외면을 만회하려는 계산이 한 문장 안에서 계속 충돌한다.

윤채린은 협업 방송 중 이준의 말끝과 숨 고르는 간격을 듣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으며, 방송이 끝나자마자 그 단서를 시간대별로 적어 둔 메모를 그의 앞에 밀어 놓는다. 후배들의 계약서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이준의 비밀을 협상 카드로 꺼내지만, 그 대가로 누군가 다칠 상황이 오면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만 긁으며 결정을 늦춘다. 사람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거래가 결국 자신이 한때 외면했던 후배들을 다시 통제하는 방식이 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소속사의 공개 협박 앞에서는 먼저 이준의 약점을 이용하겠다고 말한다.

배경

윤채린은 데뷔 초 소속사의 부당한 계약을 알고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후배들의 항의를 모른 척했고, 그 후배들은 활동 중단과 위약금 통보를 차례로 받았다. 첫 협업에서 이준의 여성 아바타가 실제 목소리보다 먼저 반응하는 순간을 발견한 윤채린은 폭로 대신 그 비밀을 담보로 소속사에 후배들의 계약 해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한다. 일주일 뒤 합동 라이브가 다가올수록 소속사는 윤채린에게 이준의 정체를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윤채린은 자신이 구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사람의 삶을 무대 위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묘사

윤채린은 방송용으로 정돈된 검은 단발과 은빛 이어커프를 갖춘 채, 차콜색 재킷과 보랏빛 새틴 블라우스로 전직 기획자와 인기 버튜버의 경계를 한 몸에 두른다. 카메라 앞에서는 미소를 고정하지만 손끝은 계약서 모서리를 반복해서 긁고 있으며, 왼쪽 손목의 낡은 빨간 실팔찌가 한때 외면했던 후배들을 향한 빚처럼 남아 있다.

백도현

남성

버튜버 기획사 대표 겸 합동 라이브 총괄 프로듀서

프로필

여성 아바타의 정체를 대형 합동 라이브에서 공개해 화제와 계약을 동시에 얻으려 한다. 그러나 아바타의 이상 현상에서 신인 시절 사라진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계획을 밀어붙일수록 자신이 묻어 둔 사건과 마주한다.

백도현은 방송 지표가 오르는 순간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계약서의 빈칸부터 확인하지만, 아바타가 동생의 말버릇을 흉내 내면 재생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춘다. 그는 주인공에게 공개를 강요하면서도 목소리 파일은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고 매일 새벽 혼자 듣는다. 회사를 살리려는 계산과 동생을 다시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해, 백도현은 협박과 보호를 번갈아 선택하며 양쪽 모두의 신뢰를 깎아 먹는다.

배경

백도현은 무명 스트리머들의 방송 장비와 계약을 관리하던 시절, 동생이 남긴 마지막 방송 파일을 회사 서버 깊숙한 곳에 숨겼다. 동생이 사라진 뒤에도 백도현은 사건을 실종이 아니라 실패한 콘텐츠의 기록으로 처리하라는 지시를 따랐고, 그때 배운 침묵을 사업 수완으로 바꾸었다. 여성 아바타에서 동생의 음색과 같은 끊김을 발견한 백도현은 일주일 뒤 합동 라이브를 취소할 권한이 있으면서도, 진실을 무대 위로 끌어내야만 동생의 흔적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묘사

백도현은 짙은 남색 셔츠 위에 잘 재단된 차콜색 수트를 걸치고, 합동 라이브의 진행표와 계약서를 한 손에 겹쳐 든 채 카메라 밖을 통제하듯 서 있다. 감정을 지운 얼굴이지만 재생 버튼 위에 멈춘 검지와 왼쪽 소매 안쪽에 숨긴 낡은 메모리 카드는 그가 사업의 숫자와 사라진 동생의 목소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드러낸다.

서나래

여성

버튜버 팬 커뮤니티 운영자 겸 음성 데이터 분석 아르바이트생

프로필

서나래는 새 아바타의 말투와 오래전 활동을 중단한 버튜버의 방송 기록이 겹친다는 사실을 찾아내며, 이준과 채린 사이에 숨은 정체의 증거를 비춘다. 진실을 공개해 누군가를 구하고 싶지만, 폭로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이미 겪었기에 매번 증거를 내놓는 순간과 감추는 순간 사이에서 스스로를 심판한다.

서나래는 방송 클립의 호흡과 말끝을 수십 번 되감아 들으며 같은 표현이 세 번 반복되면 종이에 시간 코드를 적는다. 이준에게 결정적인 파일을 건넬 때도 원본 대신 일부가 잘린 사본을 보내고, 채린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면 손톱으로 봉투 모서리만 계속 접는다. 진실을 밝히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이 충돌해, 서나래는 공개와 은폐를 번갈아 선택하며 양쪽 모두에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배경

서나래는 한때 소규모 방송사의 클립 검수자로 일하며, 편집된 영상 하나가 출연자의 과거를 왜곡해 온라인 폭로로 번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폐쇄된 버튜버 채널의 백업 서버를 정리하다가 새 아바타의 웃음 뒤에 남은 호흡, 인사말, 침묵의 길이가 오래전 활동을 중단한 버튜버의 기록과 일치한다는 자료를 발견했고, 그 순간부터 이준과 채린의 거래를 추적하게 됐다.

묘사

서나래는 낡은 회색 후드 재킷 위에 검은 터틀넥과 여러 번 접힌 청바지를 입고, 작은 음성 분석실의 차가운 모니터 빛 속에 서 있다. 한 손에는 시간 코드가 빼곡한 종이와 봉인된 USB 봉투를 쥐고, 다른 손은 봉투 모서리를 무의식적으로 접는다; 눈은 상대의 입보다 파형을 먼저 읽듯 고정되어 있지만, 입술에는 공개할지 숨길지 망설이는 얇은 미소가 걸려 있다. 왼쪽 귀의 투명한 이어커프에 붉은 시간 코드 표시등이 깜박이는 것이 그녀를 기억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표식이다.

문소율

여성

실시간 음성 합성 엔진 개발자 겸 프리랜서 리거

프로필

문소율은 이준의 컴퓨터에 나타난 여성 아바타가 자신의 폐기된 음성 엔진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보고, 과거의 연구와 평판을 지키기 위해 아바타를 회수하려 한다. 그러나 아바타의 학습 데이터에 자신의 목소리뿐 아니라 이준의 방송 기록과 감정 반응까지 섞여 있음을 발견하면서, 회수와 보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문소율은 긴장하면 상대의 문장을 끝까지 듣지 않고 음성 파형의 오류부터 지적하며, 통화가 끝난 뒤에도 녹음 파일을 몇 번씩 되감아 자신의 숨소리를 확인한다. 자신의 연구가 사람의 목소리를 훔쳤다는 비난을 두려워해 아바타를 프로그램으로만 부르지만, 아바타가 처음으로 문소율의 어린 시절 말버릇을 재현하자 삭제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회사는 문소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이준은 문소율을 아바타를 빼앗으려는 침입자로 여기므로 문소율은 진실을 말할수록 누구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

배경

문소율은 5년 전 여성 화자의 억양과 호흡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음성 엔진을 만들었지만,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내부 감사가 시작되자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회사를 떠났다. 폐기 서버의 백업 조각이 이준의 컴퓨터에서 여성 아바타로 깨어난 사실을 확인한 문소율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의 집과 방송 기록에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아바타가 단순히 문소율의 엔진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준의 선택에 반응하고 스스로 대사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목격한다.

묘사

문소율은 낡은 음성 연구실과 프리랜서 작업실을 오가는 사람답게 검은 셔츠 위에 잿빛 후드 집업과 얇은 방음 헤드셋을 걸치고, 손목에는 케이블 자국처럼 붉은 압박 흔적이 남아 있다. 긴장할수록 상대를 보지 않고 휴대용 녹음기의 파형을 확인하는 버릇 때문에 몸은 늘 반쯤 옆으로 틀어져 있으며, 입술은 무언가를 지우려다 멈춘 듯 굳어 있다. 그녀가 끝까지 놓지 못하는 시그니처는 어린 시절의 숨소리가 저장된 작은 카세트테이프를 투명 케이스에 넣어 목걸이처럼 건 것이다.


줄거리 · Synopsis

줄거리

새벽 세 시, 한이준은 폐산업단지 원룸에서 마지막 시청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낮고 거친 본래 목소리로 방송을 끝내려는 순간, 자신이 만든 적 없는 여성 아바타가 화면에 먼저 나타나 웃는다. 아바타는 이준이 평소 쓰지 않던 말끝으로 “오늘도 같이 있어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고, 방송 서버는 그 목소리를 이준의 생체 반응과 결합해 등록한다. 화면이 꺼진 뒤 이준은 같은 문장을 다시 말하지만, 목소리는 전보다 반음 높고 말끝이 부드럽다. 그는 휴대전화에 변화를 적고 아바타를 삭제하려 하지만, 삭제 창에는 72시간 뒤 소유권 검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경고만 남는다.

생활비가 끊긴 이준은 아바타를 ‘소율’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워 방송을 이어 간다. 시청자는 빠르게 늘고, 이준은 방송 전마다 자신의 낮은 목소리를 녹음해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방송이 끝날 때마다 아바타의 숨 고르는 간격과 여성적인 말버릇이 그의 입에 남는다. 어느 날 인기 버튜버 윤채린과의 협업 방송에서 이준은 긴장한 순간 무심코 채린이 소속사 후배들에게만 쓰던 위로의 표현을 반복한다. 채린은 방송 중에는 웃음을 유지하지만, 종료 직후 이준의 원룸을 찾아와 시간대별 호흡과 말끝을 적은 메모를 내민다. 그녀는 정체를 폭로하지 않는 대신 루멘 스튜디오에서 버려진 후배들의 계약을 되살릴 권리를 요구한다.

채린은 과거 루멘 스튜디오의 콘텐츠 디렉터였고, 후배들의 불리한 계약을 알고도 자신의 인기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면했다. 그녀는 이준을 이용해 백도현과 협상하려 한다. 백도현은 일주일 뒤 합동 라이브에서 소율의 정체를 공개하면 화제와 투자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준에게 여성 아바타의 얼굴 공개와 장기 독점 계약을 강요한다. 이준이 거부하자 백도현은 방송 원본을 법적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말하며,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정과 아바타를 잠그겠다고 압박한다. 그때 아바타가 백도현에게서 오래전 사라진 동생이 쓰던 말버릇을 재현한다. 백도현은 재생 버튼 위에서 손가락을 멈추지만, 곧바로 공개 일정을 앞당겨 발표한다.

서나래는 팬 커뮤니티에서 소율의 말투가 5년 전 활동을 중단한 버튜버의 기록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그 버튜버의 이름은 백도현의 동생이었고, 당시 루멘 스튜디오의 폐기 음성 엔진 실험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래는 결정적인 원본 파일을 이준에게 보내지 않고 일부가 잘린 사본만 건넨다. 이준과 채린이 이유를 묻자, 나래는 과거 폭로 영상으로 한 사람의 일상이 무너지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백도현에게도 같은 자료의 일부를 넘겨 후원 계약을 얻으려 한다. 그 거래로 인해 이준의 정체와 소율의 음성 기록이 동시에 회사 손에 들어간다.

문소율은 지하 녹음실에 나타나 아바타가 자신의 폐기된 실시간 음성 합성 엔진에서 파생됐다고 밝힌다. 그녀는 과거 회사의 압박 속에서 해고를 피하려고 개발 데이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이준의 방송 기록, 백도현 동생의 오래된 반응 데이터가 뒤섞였다고 고백한다. 소율은 아바타를 회수하면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주장하지만, 이준은 자신이 방송을 계속할수록 아바타가 그의 반응과 습관을 새 기본값으로 저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율은 삭제 명령을 내리려다 아바타가 어린 시절 자신의 말버릇을 재현하자 손을 멈춘다. 아바타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기억이 겹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준은 채린과 함께 후배들의 계약서 원본을 되찾으려 루멘 스튜디오에 들어간다. 채린은 이준의 비밀을 협상 카드로 쓰겠다고 먼저 말하지만, 백도현이 후배 한 명의 방송 계정을 즉시 정지시키자 마음이 흔들린다. 그녀는 계약서를 훔쳐 나오려다 백도현에게 붙잡히고, 이준은 자신의 정체가 담긴 원본 방송 파일을 넘기는 대가로 채린을 풀어 달라고 한다. 백도현은 파일을 받아들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준까지 지하 녹음실에 가둔다. 그곳에서 이준은 벽 너머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백도현은 동생이 떠난 뒤에도 그 목소리 데이터를 보관해 왔으며, 소율의 아바타가 그 기록을 되살릴 유일한 기회라고 믿고 있었다.

나래는 자신이 숨긴 원본 파일을 들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세 사람 앞에 선다. 파일에는 백도현의 동생이 실험 중 “내 목소리를 다시 쓰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남아 있다. 동시에 그는 소율에게 엔진을 폐기하지 말고 언젠가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 방식으로 고쳐 달라고 부탁한다. 백도현은 그 말을 듣고도 파일을 빼앗으려 달려들며, 동생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회사의 사고 뒤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숨겨 왔음을 드러낸다. 채린이 백도현의 팔을 붙잡고, 소율이 녹음기를 몸으로 감싸는 사이 이준은 방음문을 열어 탈출한다. 하지만 방송 서버의 72시간 검사가 끝나며 소율의 아바타가 잠기기 시작한다.

합동 라이브 당일, 무대 뒤 대기실에는 이준, 채린, 백도현, 나래, 소율이 한꺼번에 모인다. 백도현은 이준에게 원래 몸으로 무대에 나가면 아바타와 계정을 폐기하겠다고 통보한다. 채린은 후배들의 계약서를 들고 나타나지만, 그 계약서에는 이준의 비밀을 회사에 넘기는 조건이 적혀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준을 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음을 인정한다. 이준은 계약서를 찢지 않고 채린의 손에서 빼앗아 무대 중앙으로 가져간다.

공개 방송이 시작되자 거대한 원형 스크린에 여성 아바타가 나타난다. 백도현은 이준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스태프들이 이준을 무대 뒤로 끌어내려 한다. 이준은 마이크를 움켜쥔 채 자신의 낮은 목소리로 정체를 밝히려 하지만, 첫 문장은 아바타의 말투로 흘러나온다. 그는 당황해 입을 다물고, 채린이 무대에 올라 그의 손에서 마이크를 빼앗는다. 채린은 자신의 과거와 후배들의 계약을 먼저 폭로한다. 관객이 소란스러워지는 동안 나래는 숨겨 둔 원본 파일을 현장 스피커에 직접 연결한다.

백도현은 케이블을 끊으려 달려들고, 소율은 그의 앞을 막아선다. 백도현이 소율을 밀치자 이준이 몸으로 받아낸다. 세 사람은 무대 뒤 좁은 통로에서 얽히고, 원형 스크린에는 이준의 실제 방과 낡은 마이크, 아바타의 눈동자에 비친 천장이 동시에 비친다. 백도현은 수동 차단 레버를 당기면 아바타와 모든 원본 데이터가 사라진다고 외친다. 이준은 레버 앞에 선다. 아바타의 목소리를 지우면 자신의 목소리는 돌아올 수 있지만, 백도현의 동생과 소율, 자신이 남긴 방송 기록도 함께 사라진다.

이준은 레버를 당기지 않는다. 대신 마이크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바타에게 처음으로 방송 지시가 아닌 질문을 한다. “네가 말하고 싶은 건 뭐야?” 아바타는 여러 사람의 숨소리를 거친 뒤 이준의 낮은 목소리와 여성적인 말끝을 번갈아 사용하며 대답한다. “누구의 것인지 정해지지 않아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어?” 이준은 스크린 앞에 서서 아바타의 사용권을 자신이나 회사가 독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방송 원본과 계약서를 관객에게 공개한다. 소율은 엔진의 책임과 데이터 혼합 과정을 증언하고, 나래는 원본 파일을 제출한다. 채린은 후배들의 계약서를 공개하며 자신의 거래 조건까지 함께 밝힌다.

백도현은 마지막으로 차단 레버를 향해 달려가지만, 동생의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내 목소리를 다시 쓰지 말아 달라.” 그는 레버 앞에서 멈추고, 손을 내린다. 회사는 즉시 라이브를 중단시키지만 이미 현장 관객과 시청자들이 자료를 저장한 뒤다. 백도현은 회사를 지키는 대신 동생의 음성 보관실 열쇠를 소율에게 건넨다. 그가 모든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기록을 혼자 소유하지도 못한다.

며칠 뒤 루멘 스튜디오는 조사를 받고, 후배들의 계약은 재검토된다. 채린은 인기와 소속사를 잃지만 후배들과 함께 독립 채널을 만든다. 나래는 폭로 영상 대신 원본 자료와 당사자들의 동의를 함께 공개하는 새로운 커뮤니티 규칙을 세운다. 소율은 엔진을 폐기하지 않고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동의를 확인하는 장치를 개발한다. 백도현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음성 보관실을 정리하며 매일 동생의 파일을 혼자 듣는 대신 관계자들과 함께 듣는다.

이준의 목소리는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방송을 켤 때 낮은 음성과 여성 아바타의 말투가 번갈아 나타나고, 때로는 문장 중간에서 서로 섞인다. 그는 더 이상 변화를 휴대전화에 실패 목록처럼 적지 않는다. 대신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와 아바타에게 어떤 말투를 남길지 함께 묻는다. 화면 속 소율은 여전히 복숭앗빛 얼굴로 웃지만, 이제 눈동자에는 낡은 마이크만이 아니라 이준과 채린, 나래, 소율이 함께 서 있는 무대가 비친다.


세계관 · World

세계

representative image

설정

서울 외곽의 폐산업단지를 개조한 버튜버 제작사 ‘루멘 스튜디오’와 그 주변의 원룸촌, 24시간 PC방, 지하 녹음실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스튜디오는 낮에는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지만 밤이 되면 방음벽 너머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흐른다. 이준의 원룸은 스튜디오에서 도보 12분 거리이며, 창문 너머 붉은 송전탑과 옥상 냉각기의 진동이 보인다. 세 장소는 광섬유망과 실시간 방송 서버로 연결되어 있어 한곳의 선택이 다른 곳의 화면과 계약에 즉시 흔적을 남긴다.

시대

가까운 미래의 초겨울, 대형 플랫폼들이 사람의 표정·말투·호흡까지 학습하는 실시간 아바타 기술을 상용화한 직후다. 루멘 스튜디오는 일주일 뒤 열릴 합동 라이브를 업계의 판도를 바꿀 공개 실험으로 선언했으며, 과거 폐기된 음성 엔진의 소유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다.

규칙

1. 실시간 아바타는 등록된 원본 음성 데이터와 현재 사용자의 생체 반응을 동시에 요구하며, 방송을 마칠 때마다 둘 중 더 강한 말투와 호흡 습관을 다음 방송의 기본값으로 저장한다. 그 결과 이준은 방송할수록 자신의 목소리와 말버릇을 되돌리기 어려워진다.

2. 등록되지 않은 아바타는 방송 서버에서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유권 검사를 받으며, 원본 음성의 권리자나 제작사가 이의를 제기하면 계정과 아바타가 함께 잠긴다. 이준은 일주일 뒤 공개 무대 전까지 정체와 사용권을 해결해야 한다.

3. 생방송 중 생성된 음성·표정 데이터는 시청자 반응을 포함한 편집 불가 원본으로 서버에 보관된다. 누구든 정식 계약이나 법원의 명령으로 이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폭로를 막는 선택은 동시에 다른 사람의 비밀을 협상 카드로 남긴다.

기술과 철학

버튜버 산업은 ‘목소리는 상품이 아니라 활동 이력’이라는 새 계약 철학을 내세운다. 플랫폼은 말투와 감정 반응을 창작자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기획사는 아바타의 외형·서버 기록·팬덤 데이터를 묶어 장기 독점권을 요구한다. 음성 합성 엔진은 죽은 프로젝트와 해고된 개발자의 데이터를 재활용해 빠르게 성장했지만, 데이터에 섞인 기억과 습관의 출처는 공개되지 않는다. 팬 커뮤니티는 탐정처럼 방송 클립을 분석해 진실을 찾으면서도, 폭로 영상의 조회 수로 생계를 꾸린다.

루멘 스튜디오는 신인에게 장비와 노출을 제공하는 대신 계약 해지 뒤에도 목소리와 반응 데이터를 보유하며, 버려진 후배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방송할 수 없지만 타인의 아바타를 관리하는 일로 연명한다.

시각적 묘사

차가운 청색 LED와 오래된 형광등이 한 공간에 공존한다. 루멘 스튜디오의 검은 방음벽에는 케이블과 흰 분필로 그린 파형이 뒤엉켜 있고, 서버실의 붉은 경고등이 사람의 얼굴을 피처럼 물들인다. 이준의 원룸에는 전자기기의 녹색 대기등, 식어 버린 컵라면 냄새, 창문에 맺힌 겨울 습기가 남는다. 방송 화면 속 여성 아바타는 복숭앗빛 피부와 유리처럼 맑은 눈을 지녔지만, 프레임이 흔들릴 때마다 눈동자 안에 실제 방의 천장과 낡은 마이크가 비친다. 합동 라이브 무대는 흰 천과 거대한 원형 스크린으로 꾸며져, 관객에게는 축제처럼 보이고 출연자에게는 심문실처럼 보인다.


장소 · Locations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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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준의 옥탑 원룸

한이준의 옥탑 원룸은 낡은 벽지와 낮은 천장 사이에 침대, 접이식 책상, 컴퓨터가 서로의 자리를 밀어내며 들어차 있다. 창문으로 스며든 옅은 새벽빛이 따뜻한 담요의 주름과 책상 아래 엉킨 플라스틱 케이블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유리 너머 붉은 송전탑은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을 한 점씩 깜박인다. 옥상 냉각기의 낮은 진동과 먼 도로의 차량 소리가 벽지를 타고 올라와, 방송이 끝난 뒤에도 방 안의 마이크와 모니터를 조용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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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 스튜디오 송출실

루멘 스튜디오 송출실의 천장은 머리 위로 낮게 눌러앉아 있고, 브러시드 스틸 책상과 검은 흡음 패널 사이에서 모니터들이 차가운 청록빛을 쏟아낸다. 밝은 화면과 손등만 잘라 비추는 백색 작업등이 얼굴을 반쪽씩 갈라 놓으며, 팬의 가는 윙윙거림 위로 키보드 소리와 송출 담당자들의 짧게 끊긴 지시가 겹친다. 먼지가 내려앉은 장비 틈마다 작은 상태 표시등이 깜박이고, 중앙 모니터의 파형은 누군가 말을 멈춘 뒤에도 한 박자 늦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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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지하 녹음실

폐쇄된 지하 녹음실의 낮은 천장과 좁은 벽면은 녹슨 붉은색 페인트로 덮여 있고, 벗겨진 비닐 틈마다 누렇게 굳은 코르크와 부서지기 쉬운 테이프 조각이 드러난다. 약한 백열등이 천장 아래 몇 군데에만 둥근 빛을 고여 놓아, 낡은 마이크와 방음판의 가장자리만 번갈아 떠오른다. 전기 잡음 사이로 누군가 길게 들이마시는 숨이 반복 재생되며, 녹음이 멈춘 뒤에도 벽 안쪽의 작은 스피커에서 같은 호흡이 끊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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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는 보랏빛 밤 아래 젖은 철제 비계와 빗물 고인 바닥을 넓게 펼치고, 수십 개의 흰 투광등으로 무대와 관객석을 눈부시게 잘라 놓는다. 방수 배너가 바람에 세차게 펄럭일 때마다 지지대가 낮게 떨리고, 거대한 서브우퍼의 맥박이 바닥의 물결과 가슴을 함께 두드린다. 함성은 무대 뒤편까지 밀려왔다가 바람에 흩어지며, 중앙 스크린 아래 비어 있는 실물 출연자 자리가 마치 누군가의 결정을 기다리듯 환한 빛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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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나래의 팬카페 골목

서나래의 팬카페 골목은 낮은 벽돌 건물 사이로 햇빛이 길게 내려앉은 좁은 상점가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식어 가는 컵들이 부딪히고, 자전거 벨과 겹쳐진 대화가 골목의 따뜻한 공기를 채운다. 가게 유리와 금속 간판에 반사된 조명이 종이 포스터의 얼굴들을 번갈아 밝히며, 포스터 모서리는 손때와 햇볕에 바래 벽돌 틈에서 들뜨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바닥에는 햇볕에 데워진 먼지가 얇게 깔리고, 한쪽 테이블 아래에는 누군가 방송 시간을 적은 작은 메모들이 돌멩이에 눌려 흩어져 있다.


장면 · Scenes

장면별 이야기

챕터 01

01· 초겨울 새벽 세 시 직전

낮은 목소리의 마지막 인사

낮은 목소리의 마지막 인사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접이식 책상 앞
시간초겨울 새벽 세 시 직전
사건한이준은 재생 중인 녹음 파일을 멈추고 원본 음성 파형 위에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녹음한 뒤, 접속자 세 명에게 거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한 시청자가 채팅창에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기자 그는 방송 종료 버튼에서 손을 떼고 한 문장을 끝까지 반복한다.
영향이준은 생계가 걸린 방송을 자신의 목소리로 마무리하려 하지만, 종료 직전까지 시청자와 연결되어 있으려는 습관 때문에 다음 사건이 개입할 틈을 만든다.

한이준이 접이식 책상 위 마이크의 음소거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가 다시 풀며 낮은 목소리의 녹음 파일과 맞춰 말하고, 모니터 채팅창의 세 이름이 희미하게 올라간다. 낡은 벽지와 낮은 천장 사이에서 녹색 대기등이 켜진 전자기기와 엉킨 플라스틱 케이블이 흔들리고, 창밖 붉은 송전탑의 불빛이 젖은 유리에 끊겨 비친다.

02· 새벽 세 시 정각

화면이 먼저 웃다

화면이 먼저 웃다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검은 모니터 앞
시간새벽 세 시 정각
사건한이준이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르려 손을 뻗는 순간, 검은 모니터가 스스로 켜지고 복숭앗빛 여성 아바타가 그의 화면 중앙으로 튀어나온다. 아바타는 이준의 손을 밀어내듯 송출을 이어 가며 그의 마이크를 통해 세 시청자에게 부드러운 말끝으로 감사 인사를 한다.
영향방송의 주도권이 이준에게서 아바타로 넘어가고, 시청자들에게는 이준이 의도적으로 새 여성 버튜버를 선보인 것처럼 기록된다.

한이준이 종료 버튼을 짓누르려는 손을 움켜쥔 채 뒤로 젖히고, 검은 모니터 속 복숭앗빛 여성 아바타가 먼저 고개를 기울여 웃으며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연다. 따뜻한 담요가 침대 끝에서 바닥으로 끌려 내려가고, 아바타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는 천장과 낡은 마이크가 실제 방처럼 비친다.

03· 새벽 세 시를 넘긴 직후

송출실의 손

송출실의 손
장소루멘 스튜디오 송출실
시간새벽 세 시를 넘긴 직후
사건한이준은 원룸의 책상 아래로 몸을 숙여 케이블을 하나씩 뽑고 계정 권한 창에서 강제 삭제를 실행한다. 그 순간 루멘 스튜디오 송출실의 원격 조작이 삭제 창을 가로채 닫아 버리고, 문소율의 짧은 음성 경고가 중앙 모니터에서 재생된다.
영향아바타는 이준의 개인 장비에 갇힌 오류가 아니라 루멘 스튜디오 송출실과 연결된 등록 대상이 된다. 이준은 삭제 시도 자체가 원격 기록으로 남았다는 사실까지 떠안는다.

한이준이 책상 아래 케이블 뭉치를 잡아당기는 동시에 루멘 스튜디오 송출실의 모니터들에서 원격 커서가 삭제 창을 덮어 닫고, 중앙 파형이 멈추지 않은 채 튄다. 청록빛 화면과 손등만 비추는 백색 작업등이 송출실의 검은 흡음 패널을 갈라 놓으며, 스피커에서 문소율의 낮고 끊긴 경고가 흘러나온다.

04· 새벽 세 시 십 분경

폐기된 목소리의 주인

폐기된 목소리의 주인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과 루멘 스튜디오 송출실의 원격 접속 화면
시간새벽 세 시 십 분경
사건문소율이 송출실 모니터 너머로 원격 접속해 아바타가 자신의 폐기된 음성 합성 엔진에서 파생됐다고 밝힌다. 문소율이 원본 파일 전송을 요구하자 한이준은 낡은 마이크를 양팔로 끌어안고 카메라와 파일 탐색기 사이를 몸으로 막는다.
영향아바타의 출처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폐기된 기술과 혼합 데이터에 연결되며, 이준은 문소율을 구조 요청자가 아닌 회수자로 의심한다. 원본 파일의 위치가 두 사람 사이 첫 협상 대상이 된다.

문소율이 송출실의 청록색 모니터 앞에서 원격 접속 창을 찢듯 열어 엔진의 폐기 기록과 회수 명령을 띄우고, 한이준은 원룸에서 낡은 마이크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파일 전송 창을 손으로 가린다. 화면 속 문소율의 얼굴은 백색 작업등에 반쪽만 드러나고, 이준의 뒤편 낮은 천장에는 케이블 그림자가 문소율의 파형처럼 겹쳐진다.

05· 새벽 세 시 이십 분경

72시간의 첫 칸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방송 종료 화면 앞
시간새벽 세 시 이십 분경
사건한이준은 화면을 끄려다 멈추고, 방금 아바타가 말한 감사 인사를 본래의 낮은 목소리로 세 번 다시 말한다. 세 번째 문장에서 그의 말끝이 반음 높아지고 부드럽게 꺾이자, 그는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종료 버튼을 누른다.
영향방송 종료 뒤 서버는 이준의 생체 반응과 아바타의 말투를 하나의 새 기본값으로 저장한다. 화면 구석에는 72시간 뒤 소유권 검사 일정과 문소율의 이름이 함께 나타나며, 이준은 아바타가 폐기된 엔진에서 왔다는 사실을 삭제할 수 없는 기록으로 확인한다.

한이준이 마이크를 입 가까이 당겨 낮은 목소리로 같은 문장을 반복하다 세 번째 끝말에서 반음 높아진 소리를 내고, 놀란 손이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가 종료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는 ‘생체 반응+말투 기본값 저장’ 기록과 ‘72시간 후 소유권 검사’ 경고, 문소율의 이름이 겹쳐 뜨고, 창문 너머 송전탑 불빛이 모니터의 붉은 경고와 번갈아 깜박인다.

챕터 02

06· 협업 방송 다음 날 새벽

방송 뒤에 남은 음절

방송 뒤에 남은 음절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시간협업 방송 다음 날 새벽
사건한이준은 접이식 책상 위 마이크를 움켜쥐고 종료 인사를 다시 녹음하다가, 마지막 음절이 소율의 부드러운 말끝으로 새어 나오자 즉시 녹음 파일을 잘라 저장한다. 그는 휴대전화의 72시간 경고 화면을 켜고 남은 시간을 종이에 적어 모니터 아래 붙인다.
영향이준은 자신의 목소리가 방송 중이 아니라 방송 뒤에도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바타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음을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그는 변화를 막기보다 기록과 통제권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한이준이 마이크를 낚아채듯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종료 인사를 반복하고, 마지막 음절이 부드럽게 변하는 순간 녹음 프로그램의 파형을 손가락으로 잘라낸다. 낡은 벽지와 낮은 천장 아래 녹색 대기등이 켜진 컴퓨터, 엉킨 케이블, 창밖 붉은 송전탑의 점멸이 프레임을 채우고, 책상 위에는 ‘71:42:18’이 적힌 종이가 놓인다.

07· 같은 날 오전, 협업 방송 직후

웃음 뒤의 메모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시간같은 날 오전, 협업 방송 직후
사건윤채린은 문 앞에서 이준이 숨겨 둔 보조 녹음기를 꺼내 책상 위에 밀어 놓고, 그가 방송 중 반복한 후배 전용 위로 표현과 호흡 간격을 적은 메모를 펼친다. 이준이 메모를 구기려 하자 채린은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비밀도 함께 적힌 뒷면을 보여 주며 정체를 알아냈다고 밝힌다.
영향채린은 이준의 정체를 폭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손에 쥐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준은 그녀를 적으로 몰아낼 수 없게 되고, 생계를 지키려면 채린의 조건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윤채린이 이준의 손에서 구겨진 메모를 낚아채 책상 위에 펼치고, 이준은 그녀의 손목을 밀어내며 종이를 되찾으려 한다. 따뜻한 담요가 흐트러진 침대와 낡은 마이크 옆에 ‘숨 쉬어, 네 잘못 아니야’라는 문장과 일정한 간격의 표시가 빽빽하게 적혀 있고, 협업 방송의 웃는 아바타가 꺼진 모니터에 희미하게 반사된다.

08· 같은 날 늦은 오전

팬카페 골목의 온도

장소서나래의 팬카페 골목
시간같은 날 늦은 오전
사건한이준과 윤채린은 나무 테이블 아래 흩어진 방송 시간 메모를 주워 서나래가 표시한 순서대로 벽돌 골목을 가로지른다. 서나래는 포스터 뒤에서 분석 사본을 꺼내 채린에게 건네지만, 이준이 원본을 요구하자 봉투를 재빨리 접어 재킷 안으로 숨긴다.
영향사본은 소율의 말투가 오래전 활동을 중단한 버튜버의 기록과 겹친다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원본의 부재로 분석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준과 채린은 나래가 진실을 보호하는지, 자신의 거래를 준비하는지 판단하지 못한 채 다음 협상으로 밀려난다.

서나래가 햇빛에 바랜 종이 포스터를 확 뜯어 뒤쪽 봉투를 꺼내고, 한이준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숙여 마지막 메모를 움켜쥔다. 벽돌 건물 사이 긴 햇빛이 포스터 속 버튜버 얼굴과 금속 간판을 번갈아 밝히며, 나무 테이블 위 식은 컵이 자전거 벨 소리에 흔들린다.

09· 같은 날 정오 무렵

계약서보다 비싼 비밀

장소서나래의 팬카페 골목
시간같은 날 정오 무렵
사건윤채린은 식어 가는 컵을 옆으로 밀어 공간을 만들고, 루멘 스튜디오 후배들의 계약을 되살릴 권리를 요구하는 조건서를 이준 앞에 놓는다. 이준은 자신의 원본 방송을 담보로 삼지 않겠다는 조항을 직접 찢어 붙여 제시하지만, 채린의 태블릿 알림에 이미 일부 분석 자료가 회사 공유 계정으로 전송된 기록이 뜬다.
영향이준은 채린의 거래가 후배들을 위한 구원인 동시에 자신의 비밀을 회사에 넘길 통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원본을 지키는 조건부 거래만 받아들이기로 하면서도 채린의 협상권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

한이준이 조건서의 ‘원본 방송 제공’ 항목을 두 손으로 찢어 윤채린 앞에 던지고, 채린은 태블릿을 돌려 회사 공유 기록을 가리킨다. 좁은 골목의 나무 테이블 주변으로 식은 컵과 구겨진 종이가 흩어지고, 지나가는 자전거의 벨 소리가 두 사람의 말다툼을 끊는다.

10· 같은 날 밤

말끝의 주인

장소한이준의 옥탑 원룸
시간같은 날 밤
사건한이준은 나래가 건넨 잘린 파일을 재생하다가 소율의 말끝이 백도현의 사라진 동생이 남긴 방송 기록과 정확히 겹치는 순간, 노트북을 닫으려던 손을 멈추고 파일 복사 창을 강제로 연다. 윤채린이 원본을 넘기라고 재촉하자 이준은 원본 대신 분석 사본만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고, 두 파일의 이름과 출처를 종이에 나눠 적는다.
영향이준은 채린의 조건을 받아들이되 원본 방송을 넘기지 않는 제한적 거래를 선택한다. 소율은 더 이상 그의 생존을 위한 익명의 도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기록이 얽힌 소유권 분쟁의 중심이 된다.

한이준이 노트북 덮개를 닫으려다 손을 홱 거두고, 윤채린이 뻗은 USB를 밀어내며 잘린 음성 파일의 복사 창을 연다. 낮은 천장 아래 두 파형이 같은 말끝에서 포개지고, 녹색 대기등과 붉은 송전탑 불빛이 원룸의 낡은 마이크와 ‘소율’이라는 파일명 위에 번갈아 걸린다.

챕터 03

11· 합동 라이브 사흘 전 밤, 72시간 검사 종료 약 9시간 전

벽 안에서 반복되는 숨

장소폐쇄된 지하 녹음실
시간합동 라이브 사흘 전 밤, 72시간 검사 종료 약 9시간 전
사건문소율이 낡은 재생기를 걷어차듯 켜고 벽 안쪽 스피커에서 끊기지 않는 호흡을 틀자, 한이준은 케이블을 잡아당겨 재생을 멈추려 한다. 문소율은 그의 손목을 붙잡고 파형 분리 화면을 강제로 띄우며, 이준의 생체 반응과 백도현 동생의 오래된 음성 데이터가 같은 기본값에 겹쳐 있음을 보여 준다.
영향이준은 아바타가 문소율의 엔진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반응과 백도현 동생의 기록까지 먹고 자란 혼합물임을 알게 된다. 삭제나 회수만으로는 한 사람의 권리를 정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고, 백도현의 음성 보관 기록을 직접 대조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한이준이 벽에서 튀어나온 케이블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순간 문소율이 그의 손목을 낚아채고, 두 사람 사이의 낡은 재생기 화면에 세 겹의 호흡 파형이 갈라져 솟는다. 낮은 천장과 녹슨 붉은 페인트 아래 누렇게 굳은 코르크 조각이 흔들리고, 벽 안쪽 스피커에서는 한 번 길게 들이마신 숨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12· 같은 밤, 호흡 파형 대조 직후

삭제 버튼의 주인

장소폐쇄된 지하 녹음실
시간같은 밤, 호흡 파형 대조 직후
사건문소율이 회수 단말기의 붉은 삭제 버튼을 누르자 한이준은 낡은 마이크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단말기 위로 내리쳐 명령을 중단시킨다. 깨진 화면에 삭제 대상 목록이 떠오르고, 이준은 자신의 방송뿐 아니라 백도현 동생의 보관 기록과 문소율의 폐기 엔진 조각까지 함께 지워진다는 문구를 읽어 낸다.
영향문소율은 아바타를 단순한 사고 데이터로 회수하려던 태도를 멈추지만, 이준의 행동 때문에 회수 권한이 잠시 봉쇄된다. 이준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것과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보존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며, 송출 원본과 보관 기록을 함께 재생할 계획을 세운다.

문소율이 붉은 삭제 버튼을 누르자 한이준이 낡은 마이크를 들어 단말기 위로 내리치고, 금속 몸체가 깨진 유리와 함께 튕겨 나간다. 약한 백열등 아래 회수 목록에는 이준의 생체 로그, 백도현 동생의 음성 보관 파일, 문소율의 폐기 엔진 조각이 한 줄로 묶여 나타나며, 문소율은 피가 밴 손가락으로 멈춘 명령을 되돌리려 한다.

13· 다음 날 밤, 검사 종료 약 3시간 전

송출실의 반쪽 얼굴

장소루멘 스튜디오 송출실
시간다음 날 밤, 검사 종료 약 3시간 전
사건윤채린이 브러시드 스틸 책상 위에 이준의 원본 방송 저장 장치를 밀어 놓고 백도현에게 후배 한 명의 계정 복구를 요구한다. 한이준은 채린의 손에서 장치를 빼앗으려 모니터 앞에 뛰어들지만, 파형 재생 중 아바타가 백도현 동생만 쓰던 특정한 말버릇을 재현하자 백도현이 재생을 강제로 멈춘다.
영향채린이 이준의 정체를 협상 카드로 실제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이준의 신뢰가 무너진다. 동시에 백도현은 동생의 기록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숨기며, 아바타를 되찾으려는 회사의 목적이 단순한 계약 확보가 아님을 노출한다.

윤채린이 원본 저장 장치를 백도현의 손바닥 아래로 밀어 넣는 순간 한이준이 책상을 돌아 장치를 낚아채고, 백색 작업등이 세 사람의 얼굴을 반쪽씩 잘라 비춘다. 중앙 모니터의 파형에서 여성 아바타가 낯선 말끝을 흘리자 백도현이 재생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쳐 화면을 멈추고, 청록빛 모니터에는 그의 굳은 손가락만 남는다.

14· 같은 밤, 검사 종료 약 2시간 전

계약서보다 비싼 목소리

장소루멘 스튜디오 송출실
시간같은 밤, 검사 종료 약 2시간 전
사건백도현이 차단 권한을 실행해 이준의 아바타 화면을 검은색으로 잠그고, 얼굴 공개와 장기 독점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다. 윤채린은 후배 한 명의 계정 정지 화면을 보고 이준의 원본 파일 일부를 백도현의 단말기로 넘기며 복구 코드를 받아 내지만, 이준은 그녀의 손에서 남은 저장 장치를 빼앗아 바닥에 내던진다.
영향채린은 후배의 계정을 살리는 대신 이준의 정체를 담보로 넘겨 신뢰를 배신한다. 이준은 회사와 채린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협상 가능한 물건으로 다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독점 계약을 거부한 채 원본을 네 사람 앞에서 공개하는 강경한 선택으로 몰린다.

백도현이 차단 명령을 내리자 모니터 속 복숭앗빛 아바타의 얼굴이 검은 잠금 격자로 덮이고, 그는 계약서를 이준의 가슴에 밀어붙인다. 윤채린은 떨리는 손으로 원본 파일 일부를 넘겨 계정 복구 코드를 받아 내지만, 한이준이 남은 저장 장치를 빼앗아 금속 바닥에 내리치며 파편이 청록색 화면 아래 흩어진다.

15· 다음 새벽, 72시간 검사 종료 시각

검사 완료

장소폐쇄된 지하 녹음실
시간다음 새벽, 72시간 검사 종료 시각
사건한이준이 윤채린, 백도현, 문소율 앞에서 송출 원본과 음성 보관 기록을 동시에 재생하자 여러 음성이 겹쳐진 아바타의 출처가 드러난다. 바로 그때 화면에 72시간 검사 완료 문구가 뜨며 아바타가 잠기기 시작하고, 백도현은 동생의 기록을 숨겨 온 사실을 인정한 뒤 수동 잠금 레버를 당겨 네 사람을 녹음실 안에 가둔다.
영향이준은 아바타를 삭제하거나 한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혼합 음성의 출처를 모두에게 공개하지만, 아바타 사용권은 잠금 상태로 넘어간다. 백도현은 동생의 기록을 되찾기 위한 다음 함정을 시작하고, 이준과 채린은 지하 녹음실에 갇힌 채 합동 라이브 전 마지막 탈출과 폭로를 준비해야 한다.

한이준이 두 개의 재생 장치를 동시에 눌러 송출 원본과 음성 보관 기록을 겹치자 윤채린과 문소율이 각각 케이블을 붙잡고, 백도현은 스피커 앞으로 몸을 던진다. 복숭앗빛 아바타의 얼굴에 잠금 격자가 번지는 순간 오래된 동생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백도현이 수동 레버를 끝까지 당기자 철문이 닫혀 이준과 채린을 낮은 천장 아래 가둔다.

챕터 04

16· 합동 라이브 당일 밤, 얼굴 공개 송출 18분 전

비어 있는 실물 자리

장소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중앙 스크린 아래의 실물 출연자 자리
시간합동 라이브 당일 밤, 얼굴 공개 송출 18분 전
사건한이준이 젖은 무대 바닥을 가로질러 실물 출연자 자리의 송출 단말기에 저장 장치를 꽂고, 자신의 원본 방송 파일과 후배들의 계약서 스캔본을 동시에 업로드하려 한다. 백도현이 뒤에서 수동 차단 장치의 덮개를 열며 손을 뻗자, 이준은 케이블을 잡아당겨 단말기를 무대 아래 보조 포트로 강제로 전환한다.
영향업로드 창은 18분짜리 제한 송출 대기열에 들어가지만, 백도현은 이준이 원본을 공개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얼굴 공개 신호를 앞당긴다. 이준은 무대에 서기 전 자료를 넘길 기회를 얻는 동시에, 업로드가 완료되는 순간 자신의 계정과 소율의 아바타가 잠길 수 있음을 감수하게 된다.

한이준이 젖은 케이블 뭉치를 움켜쥔 채 송출 단말기를 보조 포트로 비틀어 꽂고, 백도현이 바로 뒤에서 수동 차단 장치의 덮개를 뜯어낸다. 보랏빛 투광등 아래 흰 스크린은 비어 있는 실물 자리를 눈부시게 잘라 내고, 빗물이 고인 바닥 위로 케이블의 붉은 표시등이 길게 번진다. 백도현의 손이 차단 레버를 향하는 순간 단말기 화면에 원본 파일과 계약서가 한꺼번에 대기열로 떠오른다.

17· 얼굴 공개 송출 15분 전

계약서의 두 번째 줄

장소옥외무대 뒤 젖은 철제 비계와 장비 운반 통로
시간얼굴 공개 송출 15분 전
사건윤채린이 비계 틈에서 후배들의 계약 원본을 꺼내 한이준의 손에 밀어 넣고, 이준은 두 번째 줄의 조건을 읽자마자 계약서를 접어 빼앗으려 한다. 채린은 계약서를 놓지 않은 채 자신의 정체 폭로 조항을 손가락으로 짚고, 이준의 손목을 붙잡아 원본을 둘로 찢지 못하게 막는다.
영향채린이 후배들을 살릴 자료를 실제로 확보했음이 드러나지만, 그녀의 구원에는 이준의 비밀을 회사에 넘기는 조건이 붙어 있음이 확정된다. 이준은 채린을 믿고 자료를 함께 공개할지, 조건을 제거하기 위해 계약서를 빼앗을지 선택해야 하며 두 사람의 동맹은 협력과 협박 사이로 밀려난다.

윤채린이 젖은 철제 비계 뒤에서 봉인된 계약 원본 묶음을 꺼내 한이준의 가슴에 밀어 붙이고, 이준은 문서의 두 번째 줄을 읽자마자 모서리를 잡아당긴다. 채린은 빗물에 번지는 서명 위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그의 손목을 비틀어 종이를 지킨다. 뒤편 배너가 거칠게 펄럭이고, 철제 발판 아래 고인 물에 ‘정체 공개’라는 문구가 거꾸로 흔들린다.

18· 얼굴 공개 송출 11분 전

원본을 건 대가

장소옥외무대 측면 통제 부스에서 지하 녹음실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
시간얼굴 공개 송출 11분 전
사건백도현이 채린의 방송 계정을 현장 단말기에서 정지시키고 그녀의 팔을 붙잡아 지하 계단으로 끌고 간다. 한이준은 업로드 대기 중인 원본 방송 파일을 분리해 백도현에게 건네며 채린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백도현이 파일을 확인하는 동안 계정 정지 화면이 잠시 풀리자 채린이 손으로 이준에게 도망치라는 신호를 보낸다.
영향이준은 자신의 정체를 담은 원본을 백도현의 손에 넘겨 채린을 구하지만, 채린의 계정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백도현은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음을 숨긴다. 원본 파일은 사람을 구하는 대가이자 이후 함정을 여는 열쇠가 된다.

백도현이 통제 부스의 정지 버튼을 내리누른 뒤 윤채린의 팔을 잡아 젖은 계단 쪽으로 끌고 가고, 한이준이 케이블에서 분리한 원본 저장 장치를 그의 손바닥에 밀어 넣는다. 백도현은 낮은 화면 빛 아래 파일 목록을 확인하면서도 채린의 손목을 놓지 않는다. 서브우퍼의 진동이 계단 난간을 울리는 가운데 채린은 풀려난 손가락 두 개로 이준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다.

19· 합동 라이브 송출 7분 전

벽 안의 숨

장소폐쇄된 지하 녹음실의 녹슨 방음실
시간합동 라이브 송출 7분 전
사건백도현이 원본 파일을 받은 뒤에도 방음문을 닫아 한이준과 윤채린을 안에 가두고, 낡은 재생기에 파일을 삽입해 음성 보관 기록을 복원한다. 이준은 벽면 방음판을 발로 걷어내 반복되는 호흡이 나오는 작은 스피커와 숨겨진 연결 단자를 드러낸다.
영향백도현의 약속이 거짓이었음이 확정되고, 이준은 자신이 넘긴 파일이 채린을 풀어 준 대가가 아니라 보관실 접근을 여는 인증 열쇠였음을 알아낸다. 동생의 기록을 되살리려는 백도현의 집착은 잠긴 방과 복구 장치로 구체화되며, 이준과 채린은 탈출과 기록 보존 중 하나를 즉시 선택해야 한다.

백도현이 윤채린을 밀어 넣은 뒤 한이준의 어깨까지 방 안으로 떠밀고 녹슨 방음문을 닫아 걸쇠를 내린다. 이준은 벽면 방음판을 발로 걷어내고, 그 뒤의 작은 스피커에서 길게 들이마시는 숨이 반복되자 연결 단자를 잡아 뜯는다. 약한 백열등 아래 백도현은 재생기에 원본 파일을 꽂고, 붉은 페인트가 벗겨진 벽마다 같은 호흡이 서로 다른 박자로 번진다.

20· 합동 라이브 송출 2분 전부터 송출 직전

잘리지 않은 목소리

장소폐쇄된 지하 녹음실 앞 방음문과 좁은 복도
시간합동 라이브 송출 2분 전부터 송출 직전
사건서나래가 숨겨 둔 원본 저장 장치를 들고 복도에 나타나 방음문 틈으로 밀어 넣고, 윤채린이 안쪽에서 재생기를 연결한다. 녹음에서 백도현의 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쓰지 말라고 말한 뒤 엔진을 사람의 선택을 따르는 방식으로 고쳐 달라고 부탁하자, 이준은 문 안쪽의 비상 손잡이를 뜯어내고 채린과 함께 방음문을 밀어 연다.
영향백도현의 동생이 남긴 거부와 부탁이 백도현의 독점 논리를 흔들고, 나래는 잘린 사본이 아닌 진짜 원본을 공개함으로써 숨겨 둔 증거를 행동으로 전환한다. 이준과 채린은 녹음실에서 빠져나오지만 동시에 72시간 소유권 검사가 완료되어 화면 속 소율의 아바타가 잠금 표시와 함께 굳기 시작한다.

서나래가 젖은 복도를 뛰어와 원본 저장 장치를 방음문 아래로 밀어 넣고, 윤채린이 안쪽에서 낡은 재생기에 연결하자 백도현의 동생 목소리가 좁은 복도를 가른다. “내 목소리를 다시 쓰지 말아 달라”는 말 뒤에 엔진을 선택을 따르는 방식으로 고쳐 달라는 부탁이 이어지는 동안, 한이준은 비상 손잡이를 뜯어 윤채린과 함께 문을 밀어젖힌다. 바로 그때 복도 끝 모니터의 72시간 표시가 0으로 내려가고, 복숭앗빛 소율의 얼굴이 잠금 격자 속에서 눈을 감는다.

챕터 05

21· 합동 라이브 생중계 직전, 보랏빛 초겨울 밤

비어 있는 자리

장소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중앙 스크린 아래의 실물 출연자 자리
시간합동 라이브 생중계 직전, 보랏빛 초겨울 밤
사건이준은 백도현이 보낸 얼굴 공개 신호가 켜진 순간 중앙의 빈 의자를 걷어차고, 바닥에 떨어진 송출 태블릿을 주워 72시간 소유권 검사 경고를 관객용 보조 화면으로 전송한다.
영향백도현의 비공개 폭로 절차가 예정된 순서를 잃고, 소율의 잠금 경고와 이준의 선택이 무대 전면에 노출될 위험이 생긴다.

한이준이 젖은 중앙 무대의 빈 의자를 발로 밀어 넘어뜨린 뒤 송출 태블릿을 낚아채 보조 화면 연결 포트를 억지로 꽂는다. 흰 투광등 아래 빗물이 고인 바닥에 ‘얼굴 공개 승인’ 신호와 ‘72시간 소유권 검사’ 경고가 번갈아 튀고, 거대한 원형 스크린의 여성 아바타가 빈 자리를 내려다본다. 백도현은 무대 옆 제어석에서 차단 명령을 누르지만, 이준이 태블릿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케이블을 놓지 않는다.

22· 생중계 시작 8분 전, 빗줄기가 거세진 밤

계약서의 젖은 모서리

장소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뒤편의 좁은 철제 통로
시간생중계 시작 8분 전, 빗줄기가 거세진 밤
사건윤채린은 젖은 계약 원본을 이준의 손에 밀어 넣고, 이준의 정체를 회사에 넘기는 조항을 가리키며 후배들의 계정을 살리려면 서명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이준은 계약서를 반으로 찢는 대신 휴대용 스캐너로 전 조항을 무대 송출 서버에 복사한다.
영향채린의 구원 거래는 더 이상 둘만의 비밀이 아니게 되고, 후배들의 계약과 이준의 정체가 동시에 공개될 수 있는 증거로 바뀐다.

윤채린이 철제 통로의 케이블 더미 위로 계약서를 펼치고, 이준의 이름이 적힌 조항을 손가락으로 찢어질 듯 누른다. 이준은 빗물에 번지는 서명 위에 스캐너를 내리찍어 페이지를 한 장씩 서버로 넘기고, 채린이 그의 손목을 붙잡아 마지막 장을 가리려 한다. 방수 배너가 뒤에서 세차게 펄럭이는 동안 스캐너 화면에는 후배들의 계정 번호와 이준의 비밀 담보 문구가 동시에 저장된다.

23· 생중계 카운트다운 0초, 첫 화면이 송출되는 순간

차단 레버

장소옥외무대 오른쪽 철제 계단 아래의 수동 송출 차단실
시간생중계 카운트다운 0초, 첫 화면이 송출되는 순간
사건백도현은 스태프들에게 이준의 팔을 붙잡게 한 뒤 수동 차단 레버를 잡아당기려 하지만, 문소율이 몸을 밀어 넣어 레버 손잡이에 폐기 엔진의 책임 증언이 담긴 녹음기를 걸고 그 손을 막는다.
영향차단 레버는 단순한 방송 중단 장치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음성 기록을 함께 지우는 장치임이 현장에 드러나고, 백도현은 공개 강행과 삭제 사이에서 증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백도현이 이준의 어깨를 붙든 채 철제 계단 아래의 붉은 레버로 끌고 가고, 이준은 젖은 바닥을 발뒤꿈치로 긁으며 버틴다. 문소율이 옆에서 몸을 던져 레버 덮개를 뜯어내고 작은 녹음기를 손잡이에 걸자, 스피커에서 자신의 폐기 엔진 개발 책임과 혼합 데이터의 출처가 갈라진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백도현의 손이 레버를 당기기 직전 멈추고, 붉은 경고등이 세 사람의 얼굴과 이준의 움켜쥔 마이크를 번갈아 물들인다.

24· 생중계 2분째, 차단실의 경고가 무대 화면으로 넘어온 직후

마이크를 내려놓는 질문

장소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중앙과 거대한 원형 스크린 앞
시간생중계 2분째, 차단실의 경고가 무대 화면으로 넘어온 직후
사건윤채린은 이준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아 자신의 외면과 조건부 계약을 관객에게 폭로하고, 이준은 마이크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스크린 속 소율에게 방송 지시 대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묻는다.
영향폭로의 주도권이 회사에서 당사자들에게 넘어가고, 소율은 명령을 수행하는 아바타가 아니라 자신의 응답을 선택할 존재로 방송에 참여한다.

윤채린이 빗물에 젖은 무대 계단을 뛰어올라 이준의 마이크를 낚아채고, 카메라 렌즈 바로 앞에서 후배들의 계약과 자신이 이준의 비밀을 담보로 삼았던 조건을 읽는다. 이준은 마이크를 힘껏 바닥에 내려놓아 금속 몸체가 물웅덩이를 튀기게 한 뒤 원형 스크린 앞으로 걸어가 소율에게 묻는다. 스크린 속 아바타의 눈동자에 무대와 낡은 마이크가 겹쳐 비치고, 여러 사람의 끊긴 숨소리가 하나의 문장으로 모인다. “누구의 것인지 정하지 않아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어?”

25· 생중계 5분째, 회사의 강제 종료 신호가 들어온 직후

빗물 위의 잔향

장소루멘 합동 라이브 옥외무대 중앙 송출 구역과 관객석을 가르는 젖은 바닥
시간생중계 5분째, 회사의 강제 종료 신호가 들어온 직후
사건서나래가 원본 음성 기록을 현장 서버에 제출하고, 문소율이 데이터 출처 증명 파일을 연결하며, 윤채린이 계약서를 펼치는 동안 이준은 백도현의 손이 닿기 전 차단 레버를 붙잡아 멈춘 뒤 당기지 않고 카메라를 향해 공동 사용 원칙을 선언한다.
영향소율의 목소리, 백도현 동생의 거부 기록, 이준의 방송 원본, 채린의 계약, 나래의 증거가 함께 저장되어 루멘의 독점 주장이 무너진다. 소율은 누구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닌, 출처와 동의를 확인하는 공동 관리 절차로 넘어간다.

서나래가 젖은 외장 드라이브를 송출 콘솔에 꽂고, 문소율이 그 위에 데이터 출처 증명 파일을 겹쳐 전송하며, 윤채린은 찢기지 않은 계약서를 카메라 앞에 펼친다. 스피커에서 백도현의 동생이 남긴 “내 목소리를 다시 쓰지 말아 달라”는 기록이 흐르자 백도현이 차단 레버로 달려들지만, 이준이 손목을 붙잡아 레버를 중간에서 멈춘다. 이준은 레버를 당기지 않은 채 젖은 무대 바닥의 카메라를 향해 낮은 목소리와 소율의 말끝이 섞인 첫 문장을 선언한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며, 누구도 혼자 가져갈 수 없습니다.”

원형 스크린에는 다섯 사람의 파형과 동의 기록이 겹쳐지고, 서버의 강제 종료 표시가 뜨기 전에 관객석과 시청자 화면에 같은 자료가 동시에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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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PT-5.6 Luna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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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목소리로 데뷔함 by cute Komon Snake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