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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는 나중에 받자

교권보호국의 현장 감독관은 새벽 6시 40분, 운동장 한가운데 솟아난 흑칠판 오벨리스크 때문에 전교생이 교복 대신 낡은 로브를 입고 마법 결투를 벌이는 문제 학교에 파견된다. 이 학교에서는 출석부가 주문서이고, 지각생의 그림자가 복도 청소를 하며, 3학년 폭군들은 급식실의 커다란 은솥을 점거해 교사들을 개구리 의자로 만들어 앉힌다. 감독관은 국가가 발급한 참나무 회초리와 분필탄 12개로 결계 체육관을 부수며 질서를 세우려 하지만, 한 불량 학생이 “합법 체벌권은 마력 계약도 포함하냐”며 교장실 천장에 매달린 종을 세 번 친다. 종소리와 함께 학교 전체가 거대한 던전으로 접히고, 감독관은 마지막 분필탄 하나로 학생들을 구할지, 폭주한 마법 교칙서를 태울지 지금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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筋書き

나화진은 새벽 6시 40분, 해원마법고등학교 정문 앞 봉쇄 테이프를 손으로 끊고 들어간다. 손바닥에는 젖은 분필 냄새가 달라붙고, 운동장 한가운데 솟은 흑칠판 오벨리스크에는 누군가 삐뚤게 쓴 문장이 아직 마르지 않은 상처처럼 번져 있다. “오늘 지각한 자는 그림자로 먼저 등교한다.” 첫 종이 울리기 전인데도 복도에는 학생들의 그림자가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본래 주인들은 로브 소매 안에 손을 숨긴 채 자기 발밑을 보지 못한다. 나화진은 국가 발급 참나무 회초리를 꺼내 들지만 곧바로 휘두르지 않는다. 그는 분필탄 하나를 장전하고 탄피 냄새를 맡은 뒤 출석부 여백에 숫자 12를 적는다. 외부 목표는 학교를 봉쇄 전에 정상화하는 것이지만, 그가 정말로 피하려는 것은 또 한 번 “정당한 징계”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조항 속에 밀어 넣는 일이다.

첫 번째 결계는 체육관에서 열린다. 배구 네트가 사슬처럼 내려앉고,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뽑아 주문 재료로 던진다. 관중석에는 개구리 의자로 변한 교사들이 앉아 있고, 그중 몇 명은 굳은 손가락으로 바닥의 분필선을 조금씩 밀어 결계의 틈을 가리킨다. 나화진은 분필탄 두 발로 네트 사슬을 끊고 학생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하지만, 결투를 주도하던 학생 하나가 교칙서의 붉은 문장을 방패처럼 띄우자 회초리를 쥔 손을 등 뒤로 숨긴다. 그 순간 이세봄이 칠판 지우개를 까마귀로 바꿔 날려 보내 붉은 문장을 쪼아 먹게 한다. 그녀는 훔친 출석부를 품에 안고 나화진에게서 달아나려 하지만, 복도 끝에서 울던 1학년이 그림자 없이 주저앉자 멈춰 선다. 이세봄은 급식 빵 반쪽을 그 아이 손에 쥐여 주고, 대신 자기 왼손 소매를 세 번 접는다. 거짓말을 하려는 표시다. 그녀는 “출석부는 없어졌다”고 말하지만, 손톱은 품 안 책등을 두드리고 있다.

나화진은 이세봄을 붙잡아 출석부를 압수하려다, 그녀가 계단이 뒤집히기 직전 먼저 발을 빼는 것을 본다. 복도 2층이 세 번째 반복될 때 이세봄은 출석부 여백의 잉크 번짐과 천장 종의 흔들림을 보고 함정의 방향을 알아맞힌다. 나화진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고, 이세봄은 반사적으로 분필 칼날을 그의 목 앞에 세운다. 둘은 서로를 겨눈 채 미끄러운 복도 바닥을 따라 급식실 지하로 떨어진다. 추락 직전 나화진은 마지막으로 남은 계단 난간을 회초리로 걸어 이세봄을 먼저 끌어올리고, 그 대가로 회초리 끝에 머리카락 같은 금이 하나 생긴다. 이세봄은 그 금을 보고 처음으로 출석부를 완전히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 그림자를 되찾고 싶지만, 더 큰 목적은 문도겸의 이름을 출석부에서 지워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름이 지워지면 문도겸은 탈출할 수 있지만, 안쪽 사람들의 기억에서 먼저 사라진다. 나화진은 그녀의 계획이 구원인지 처벌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 출석부를 압수하는 대신 한 손으로 함께 들고 걷게 한다.

급식실은 이미 작은 왕국이다. 은솥은 왕좌처럼 조리대 위에 올라가 있고, 카레 냄새와 쇠 냄새가 김으로 엉겨 천장에 맺힌다. 문도겸은 얼룩진 앞치마를 망토처럼 걸치고 은솥 가장자리를 숟가락으로 일정하게 두드린다. 그는 겁먹은 1학년에게 카레를 더 퍼 주고, 바로 그 손으로 해골 완장을 채운다. 나화진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자 문도겸은 웃으며 “선생님 편 드는 공무원 기사님, 보스방 입장권은 챙겼냐”고 묻는다. 그의 뒤에는 권마루가 서 있다. 권마루의 손가락에는 검은 분필가루가 끼어 있고, 로브 소매 안쪽에는 꺾인 만년필 촉이 숨겨져 있다. 문도겸은 권마루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벨리스크에 새 문장을 쓰라고 시킨다. “감독관의 체벌은 학생 대표의 허가를 받는다.” 권마루가 머뭇거리자 문도겸은 울고 있는 1학년의 완장을 잡아당겨 은솥 김 속으로 밀어 넣는다. 권마루는 결국 손을 든다.

나화진은 분필탄 세 발을 연달아 쏴 은솥 둘레 결계를 깨고, 이세봄은 출석부를 펼쳐 문도겸의 이름 줄 위에 물방울 모양의 삭제 부호를 그린다. 그러나 문도겸은 일부러 주문 마지막 음절을 씹어 결계를 비틀고, 이세봄의 손등에 튄 불꽃을 자기 국자로 받아낸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다치게 할 생각이 없다. 그 짧은 삐끗함을 나화진이 본다. 문도겸은 폭군처럼 군림하지만, 이세봄이 다칠 때마다 주문을 망친다. 나화진이 그 틈으로 돌진해 문도겸의 손목을 회초리로 눌러 은솥에서 떼어 내자, 교칙서가 허공에 붉게 떠오른다. “정당한 징계.” 나화진은 때릴 수 있다. 합법이고, 쉽고, 학생들이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는 회초리를 휘두르는 대신 문도겸의 손목을 붙잡은 채 바닥으로 함께 굴러 은솥 밑의 불을 꺼 버린다. 카레 김이 사라지자 개구리 의자 교사 몇 명의 눈이 사람처럼 깜박인다.

그때 교장실 천장 종이 첫 번째로 크게 울린다. 학교가 한 층 더 접히고, 급식실 바닥이 벌어져 모두가 교장실 앞 복도로 쏟아진다. 천장에는 젖은 시험지들이 붙어 흔들리고, 그 위에 백윤서의 기억들이 글씨 번진 답안처럼 매달려 있다. 백윤서는 임시 교장 명찰을 비뚤게 단 채 교칙서를 들고 서 있다. 목소리는 분필을 씹은 듯 갈라졌지만, 그녀는 문장을 일부러 한 글자씩 틀리게 읽는다. “모든 학생은 즉시 복종한다”를 “모든 학생은 즉시 복도한다”로 읽자, 복도 바닥이 잠깐 열려 갇힌 학생들이 숨을 쉴 틈을 얻는다. 백윤서는 나화진에게 숨겨 둔 문도겸 퇴학 공문을 내민다. 처벌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문도겸을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고 모두의 기억에서 지우는 마지막 오독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한다. 문도겸은 웃지만 목덜미를 긁어 피가 배어 나오고, 이세봄은 출석부를 더 세게 끌어안는다.

바깥에서는 장휘람이 교육부 임시 통제소에서 봉쇄 도장을 꺼낸다. 그는 구두코의 분필가루를 털고, 봉쇄선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에 만년필 뚜껑을 닫는다. 그의 눈앞 보고서에는 해원마법고가 “특수 교칙 오염”으로 분류되어 있고, 안에 남은 이름들은 각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종이 두 번째로 울리자 통제소 책상 일부가 학교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장휘람 자신도 봉쇄 도장을 쥔 채 교장실 복도 끝에 떨어진다. 그는 몸을 일으키자마자 나화진의 회초리 균열을 보고 징계 절차를 읊는다. 나화진이 학생을 먼저 끌어내려 했으므로 장비 손상이 발생했고, 마지막 분필탄 사용 여부는 감사 대상이라는 말이다. 나화진은 대답 대신 무너지는 천장 아래 깔릴 뻔한 권마루를 잡아당긴다. 장휘람은 조항 번호를 낮게 읊다가, 권마루가 품에 안은 출석부에서 같은 학생 이름이 세 번 반복된 명단을 보고 손목시계 줄을 세게 조인다. 피부에 붉은 자국이 남는다. 그는 예외 문구를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

권마루는 오벨리스크를 깨운 첫 낙서가 자기 장난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입학식 날 로브 주머니에서 검은 분필을 발견했고, “지각하면 그림자가 청소한다”고 쓴 문장이 다음 날 진짜 교칙이 되었다. 문도겸은 그를 겁주고 달래며 예언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문도겸이 권마루를 이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급과 생활기록부 한 줄에 묶여 학교 밖에서도 계속 불량품 취급을 받던 문도겸은, 오벨리스크의 종을 손에 넣으면 바깥의 질서까지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기 왕국을 만들었고, 그 왕국 안에서 후배들에게 밥을 퍼 주며 완장을 채웠다. 나화진은 그 모순을 눈앞에서 본다. 문도겸은 구해야 할 학생이자, 지금 당장 막아야 할 폭군이다.

장휘람은 봉쇄 도장을 바닥에 찍으려 한다. 도장이 닿으면 종은 멈추지만, 안에 남은 사람들은 교칙서의 각주로 정리된다. 백윤서가 몸을 던져 그의 팔을 붙잡고, 이미 굳어 가는 손가락으로 바닥 분필선을 밀어 도장 자리를 비껴 나가게 한다. 장휘람은 그녀를 밀쳐내며 예외 문구는 “현장 감독관이 교육 목적의 비징계 행위로 던전 핵심 규칙을 중단시킬 때”만 가능하다고 말해 버린다. 말하고 나서야 그는 입을 다문다. 나화진은 그 문구를 듣고 마지막 분필탄 하나를 꺼낸다. 교칙서를 태우면 던전의 규칙은 멈출 수 있지만, 복도 어딘가의 아이 하나가 벽 속으로 접힌다. 학생들을 구하는 데 쓰면 교칙서는 더 많은 조항을 삼킨다. 모두가 그 선택을 기다리는 순간, 권마루가 나화진의 회초리에 난 금을 본다. 그는 오벨리스크로 뛰어간다.

문도겸은 권마루를 막으려 달려들고, 나화진은 그를 몸으로 가로막는다. 둘은 교장실 문턱에서 서로의 멱살을 잡고 넘어지며 종줄처럼 늘어진 마이크 케이블에 얽힌다. 문도겸은 나화진의 손목을 비틀어 감독관 도장을 빼앗으려 하고, 나화진은 회초리로 그의 팔을 치지 않고 바닥에 박아 움직임을 막는다. 회초리에 금이 더 번진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펼쳐 문도겸의 이름을 지우려 하지만, 손끝이 멈춘다. 지우면 문도겸은 사라진다. 남기면 그는 또 종을 칠 수 있다. 이세봄은 삭제 부호 대신 자기 이름 옆 결석 사유란에 “그림자 회수”를 완성하고, 빼앗겼던 그림자가 복도 빗자루에서 떨어져 나와 그녀의 발밑으로 기어온다. 그림자는 돌아오자마자 문도겸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세봄은 그를 지우지 않고 붙든다.

권마루는 오벨리스크 앞에서 검은 분필을 쥔다. 문도겸이 “쓰지 마”라고 외치자 권마루는 처음으로 그를 똑바로 본다. 그는 새 교칙을 쓰는 대신, 자기가 처음 쓴 장난 문장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기 시작한다. 검은 가루가 살갗에 박히고, 나화진의 회초리에는 금이 빠르게 번진다. 나화진은 고통에 무릎을 꿇으면서도 마지막 분필탄을 쏘지 않는다. 그는 분필탄을 권마루에게 던진다. 무기가 아니라 지우개처럼 쓰라는 뜻이다. 권마루는 분필탄을 깨뜨려 흰 가루를 손바닥에 묻히고 오벨리스크를 문지른다. 흑칠판 표면이 비명을 내듯 갈라지고, 복도 청소를 하던 그림자들이 하나씩 주인에게 돌아간다. 대신 나화진의 회초리는 거의 반으로 갈라진다.

종이 세 번째로 흔들린다. 백윤서는 마지막 힘으로 교칙서를 펼치고, 이번에는 틀리게 읽지 않는다. 그녀는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씩 끝까지 발음한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천장에 붙은 젖은 시험지 하나가 떨어져 바닥에서 마른다. 그러나 문도겸의 이름에 이르러 목소리가 끊긴다. 문도겸은 몸부림을 멈추고, 자기 목덜미를 긁던 손을 내린다. 그는 이세봄에게 출석부를 빼앗으려 하지 않고, 권마루에게도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은솥에서 가져온 찌그러진 국자를 종 쪽으로 던져 종의 추가 흔들리는 각도를 바꾼다. 종은 울리지 않고 천장에 금만 낸다. 그 대가로 문도겸의 해골 완장이 불에 탄 종이처럼 부서지고, 그가 왕처럼 부리던 학생들이 하나둘 그에게서 물러난다.

나화진은 마지막으로 회초리를 든다. 교칙서가 다시 붉은 문장을 띄운다. “정당한 징계.” 장휘람은 숨을 죽이고 본다. 문도겸도 눈을 감지 않는다. 나화진은 문도겸을 때리지 않는다. 그는 갈라진 회초리를 자기 무릎에 대고 꺾어 버린다. 국가가 발급한 체벌권의 물리적 증거가 부러지는 순간, 교칙서는 새 처벌 조항을 만들 대상을 잃고 허공에서 페이지를 마구 넘긴다. 나화진은 맨손으로 문도겸의 멱살을 잡아 교장실 바닥에 앉힌다. “징계는 나중에 받자. 지금은 출석부터 해.” 그 말에 백윤서가 문도겸의 이름을 끝까지 부른다. 문도겸은 처음으로 대답한다. “네.” 그 한 음절이 교장실 벽을 때리고 돌아오자, 오벨리스크의 검은 표면이 칠판처럼 벗겨진다.

학교는 한꺼번에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급식실 은솥은 여전히 찌그러져 있고, 체육관 천장에는 사슬 자국이 남아 있으며, 몇몇 교사는 개구리 의자에서 풀려난 뒤에도 한동안 손가락을 접지 못한다. 그러나 복도는 더 이상 같은 2층을 세 번 반복하지 않고, 출석부는 이름을 부를 때 숨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세봄은 자기 그림자를 발밑에 둔 채 출석부를 나화진에게 넘긴다. 다만 마지막 장 여백에는 작은 글씨로 탈출 주문 대신 결석 사유들이 적혀 있다. 아팠음, 무서웠음, 돌아오고 싶었음. 나화진은 그것을 증거물 봉투에 넣지 않고 백윤서의 책상 위에 둔다.

장휘람은 부러진 회초리를 회수하며 나화진에게 현장 권한 남용과 장비 파손을 통보한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봉쇄 도장은 끝내 찍히지 않는다. 그는 보고서 맨 아래에 작은 별표를 달고, 그 옆에 예외 문구를 적는다. 손목시계 자국은 아직 붉다. 백윤서는 목소리를 거의 잃었지만 손바닥에 “조회는 내일”이라고 적어 학생들에게 보여 준다. 권마루는 오벨리스크가 있던 운동장 흙 위에 분필가루로 “지각해도 사람은 남는다”라고 쓰려다가 멈추고, 손등으로 지운다. 이번에는 어떤 문장도 교칙이 되지 않는다.

문도겸은 퇴학도 왕좌도 얻지 못한다. 그는 급식실 청소를 한다. 은솥을 닦다가 겁먹은 1학년이 다가오면 카레를 더 퍼 주려 손을 뻗지만, 해골 완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국자를 내려놓는다. 이세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는다. 나화진은 정문을 나서며 남은 분필탄 숫자를 출석부 여백에 적으려다,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벽빛이 유리 위에서 천천히 떨어지고, 학교 운동장에는 검은 발자국 대신 학생들의 진짜 그림자가 길게 늘어난다.

シーン

シーン 1

봉쇄 테이프를 끊는 손

봉쇄 테이프를 끊는 손
場所
봉쇄 테이프 정문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6시 40분
出来事
나화진은 교권보호국 봉쇄 테이프를 손으로 찢고 해원마법고 정문 손잡이를 잡아당긴다. 자동문은 잠긴 틈을 벌렸다 닫으며 그를 밀어내려 하고, 안쪽 유리 너머에서 이세봄이 훔친 출석부를 품에 안은 채 손가락으로 문틀을 두드린다. 나화진이 회초리 끝으로 문틈을 걸어 강제로 열자, 이세봄은 “들어오면 출석돼요”라고 말하고 복도 쪽으로 물러난다.
影響
나화진은 이 파견이 평범한 문제 학교 진압이 아니라 학교 자체가 사람을 계약 대상으로 삼는 사건임을 몸으로 겪는다. 이세봄은 처음부터 나화진을 막거나 돕는 애매한 위치에 서며, 출석부가 이후 추적의 핵심 물건임을 드러낸다. 정문이 열리면서 봉쇄선 바깥의 행정 절차는 깨지고, 나화진은 되돌아갈 수 없는 내부 규칙 안으로 들어간다.
나화진은 붉은 경고 글자가 번진 봉쇄 테이프를 맨손으로 움켜쥐고 찢었다. 새벽 회청색 빛이 정문 유리 위에 얇게 깔려 있었고, 자동문 센서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도 삑, 삑 짧게 울며 잠긴 틈을 벌렸다 닫았다. 찢어진 테이프 끝이 그의 손목에 감기자 붉은 글자 하나가 피부에 묻어 도장처럼 눌렸다. 나화진은 참나무 회초리를 꺼내지 않고 먼저 손잡이를 잡았다. 축축한 분필 냄새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유리 안쪽에서 이세봄이 나타났다. 낡은 로브의 왼쪽 소매는 아직 접히지 않았고, 그녀는 출석부를 가슴에 낀 채 손톱으로 문틀을 세 번 두드렸다. “감독관이면 밖에서 도장이나 찍어요.” 나화진이 대답 대신 회초리 끝을 문틈에 끼워 넣자, 자동문 고무 패킹이 칠판 지우개처럼 찢기며 검은 가루를 뱉었다. 이세봄은 한 걸음 물러나면서도 문이 다시 닫히지 않게 운동화 앞코를 틈에 넣었다. “들어오면 출석돼요.”

나화진은 회초리를 비틀어 문을 어깨 하나 들어갈 만큼 벌렸다. 유리 너머 복도 바닥에서 주인 없는 그림자 하나가 빗자루를 끌고 지나가다 멈췄고, 이세봄은 출석부를 더 세게 끌어안은 채 뒤돌아 뛰었다. 나화진이 문턱을 넘는 순간, 찢어진 봉쇄 테이프가 그의 등 뒤에서 스스로 매듭을 지으며 정문을 다시 봉했다. 손잡이에 남은 그의 손자국 위로 흰 분필가루가 얇게 피어올랐다.
シーン 2

오벨리스크의 첫 문장

오벨리스크의 첫 문장
場所
흑칠판 오벨리스크 운동장
時間
새벽 6시 40분 직후, 첫 등교 종이 울리기 전
出来事
나화진은 정문을 지나 운동장으로 뛰어들어 흑칠판 오벨리스크 표면에 번진 첫 문장을 손바닥으로 훑어 지우려 한다. 이세봄은 그를 막아 세우며 문장을 쓴 사람이 아니면 지워지지 않고, 대신 다른 것이 뜯겨 나간다고 경고한다. 그 순간 복도 쪽에서 그림자들이 빗자루를 끌고 나오고, 발밑을 잃은 학생들이 로브 자락을 붙든 채 운동장 선 밖으로 밀려난다. 나화진은 분필탄 하나를 장전하고, 훔친 출석부의 여백을 붙잡아 남은 숫자 12를 크게 적는다.
影響
나화진은 오벨리스크가 단순한 마법 물체가 아니라 교칙을 현실로 바꾸는 핵심 장치임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이세봄은 나화진에게 직접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규칙의 일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출석부는 이후 추격의 중심 물건으로 확실해지고, 나화진은 학생 개인을 제압하기 전에 학교의 규칙 자체를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림자를 잃은 학생들의 모습은 체육관 결투로 이어질 위기를 눈앞의 구조 문제로 바꾼다.
나화진은 검게 젖은 운동장 흙을 가르며 오벨리스크 앞까지 달려가, 아직 마르지 않은 분필 문장 위에 손바닥을 세게 문질렀다. “오늘 지각한 자는 그림자로 먼저 등교한다.” 글자는 지워지지 않고 손바닥에 검은 가루만 박혔고, 기둥 아래의 흰 손자국들이 잠깐 벌레처럼 움찔했다. 이세봄이 뒤에서 그의 소매를 잡아챘다. “그거, 쓴 사람 아니면 안 지워져요. 괜히 용사님 튜토리얼 스킵하지 말고.” 그녀의 품 안 출석부는 닫혀 있었지만, 책등 사이로 얇은 종이 숨소리 같은 떨림이 새어 나왔다.

운동장 가장자리 복도 문이 안쪽에서 밀리듯 열리더니, 학생들의 그림자들이 먼저 걸어 나왔다. 그림자들은 빗자루를 들고 사각사각 흙을 쓸었고, 그 뒤에서 발밑이 비어 버린 로브 차림 아이들이 자기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비틀거렸다. 나화진이 한 아이의 팔을 붙잡아 선 밖으로 끌어내자, 오벨리스크의 문장 끝에 작은 점 하나가 저절로 찍혔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더 세게 끌어안고 한 걸음 물러섰다. 나화진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려다 멈추고, 대신 허리띠에서 분필탄 하나를 꺼내 탄피의 흰 가루를 털었다.

그는 출석부 모서리를 손끝으로 눌러 여백을 억지로 벌리고, 검은 분필가루 묻은 손가락으로 크게 12를 적었다. 숫자가 종이 위에서 잠깐 부풀었다가 가라앉자, 멀리 체육관 쪽에서 쇠사슬 긁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이세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출석부를 품속으로 숨겼지만, 눈은 체육관 지붕 아래 칠판녹색 빛을 향해 먼저 돌아갔다. 나화진은 장전한 분필탄을 엄지로 밀어 넣고, 오벨리스크에 남은 문장을 등진 채 운동장 선을 넘어갔다.
シーン 3

사슬 네트 체육관

사슬 네트 체육관
場所
사슬 네트 체육관
時間
새벽 첫 등교 종이 울리기 직전
出来事
나화진은 체육관 문을 어깨로 밀어 열고, 쇠사슬처럼 늘어진 배구 네트 아래로 뛰어든다. 로브를 입은 학생들이 서로의 머리카락을 뽑아 칠판녹색 불꽃으로 던지고, 결계는 코트 선을 따라 칼집처럼 번쩍인다. 이세봄은 관중석 뒤쪽에서 출석부를 품에 숨긴 채 움직이며, 개구리 의자들이 바닥에 긁어 낸 흰 자국을 나화진보다 먼저 밟아 지운다. 나화진은 그 자국이 결계의 틈을 가리킨다는 것을 보고, 학생 하나가 네트 사슬에 목덜미를 걸리기 직전 몸을 던져 밀쳐 낸다.
影響
나화진은 체육관 결계가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라 학생들의 폭력을 교칙처럼 보호하는 구조임을 알게 된다. 관중석의 개구리 의자들이 남긴 흰 긁힘은 교사들이 아직 완전히 물건이 되지 않았고, 안쪽에서 결계를 깨는 길을 알려 주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세봄은 나화진을 방해하는 척하면서도 그가 틈을 발견하도록 길을 남기며, 체포 대상과 조력자 사이의 애매한 위치를 더 분명히 한다. 나화진은 분필탄을 쓰기 전, 회초리로 사람을 제압하는 방식이 이곳에서는 곧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몸으로 배운다.
나화진은 체육관 문짝을 어깨로 들이받아 열고, 낮게 휘어진 천장 아래 쇠사슬처럼 처진 배구 네트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형광등 백색이 마룻바닥에 납작하게 깔리고, 칠판녹색 결계광은 배구 코트 선을 따라 얇은 칼날처럼 떠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학생 둘이 서로의 앞머리를 움켜쥐어 뽑더니, 잘린 머리카락을 허공에 던져 작은 불꽃 도마뱀으로 만들었다. 도마뱀은 네트 고리를 타고 달리며 차가운 쇳소리를 냈고, 네트에 밀린 학생 하나가 선 밖으로 넘어질 뻔했다.

나화진이 회초리를 꺼내려는 순간, 관중석의 개구리 의자 하나가 굳은 다리로 바닥을 긁었다. 흰 자국이 코트 모서리까지 이어졌다. 이세봄은 그 자국 끝을 구두코로 문질러 지우며 출석부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거기 밟으면 안 돼요, 감독관님.” 말은 막는 쪽이었지만, 그녀의 손톱은 바로 옆 빈 의자 등받이를 두 번 두드렸다. 나화진은 방향을 바꿔 네트 아래로 몸을 던지고, 사슬에 목덜미가 걸린 학생을 어깨로 밀어 결계 틈 밖으로 굴려 냈다.

체육관 바닥에 넘어져 있던 학생의 그림자가 한 박자 늦게 따라와 발밑에 붙었다가 다시 얇아졌다. 나화진은 분필탄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탄피의 흰 가루를 털었고, 이세봄은 관중석 뒤로 물러나면서도 개구리 의자가 새로 긁어 낸 짧은 흰 선을 자기 발로 가리지 않았다. 네트 고리들이 저절로 조여 들며 중앙 코트 위에 둥근 우리를 만들었다. 나화진은 탄을 장전하고, 출석부를 품은 이세봄과 흰 긁힘 사이를 번갈아 보며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シーン 4

붉은 문장 앞의 회초리

붉은 문장 앞의 회초리
場所
사슬 네트 체육관
時間
첫 종이 울리기 직전의 새벽, 체육관 결투가 최고조에 오른 순간
出来事
나화진이 분필탄 두 발을 연달아 쏴 사슬처럼 굳은 배구 네트를 끊는다. 끊어진 네트 고리들이 마룻바닥에 떨어지며 결투 중이던 학생들을 갈라놓지만, 교칙서가 허공에 붉은 “정당한 징계” 문장을 띄워 나화진의 회초리를 유도한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에 끼고 도망칠 틈을 보면서도, 붉은 문장이 학생 하나를 방패처럼 감싸는 것을 보고 멈춘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휘두르지 않고 등 뒤로 숨긴 뒤, 자기 몸으로 학생들 사이에 끼어들어 결투선을 무너뜨린다.
影響
나화진은 이 학교에서 합법적인 체벌이 곧 교칙서의 먹이가 될 수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한다. 학생을 때려 제압하는 익숙한 방식은 더 이상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며, 그가 손을 멈춘 행동은 다음 장면에서 이세봄이 개입할 틈을 만든다. 이세봄은 나화진이 무조건 때리는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행동으로 확인하지만, 아직 출석부를 넘길 생각은 없다. 체육관 결계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붉은 문장은 사라지지 않은 채 다음 위험으로 넘어간다.
나화진은 분필탄 두 발을 네트의 쇠고리 사이로 박아 넣고 방아쇠를 연달아 눌렀다. 흰 폭발이 배구 코트 선을 따라 터지며 사슬 네트가 가운데부터 끊어졌고, 뻣뻣한 밧줄과 쇠고리들이 마룻바닥에 쏟아져 미끄러운 왁스 위를 긁었다. 결투하던 학생들이 뒤로 밀려났고, 잘린 머리카락 몇 올이 녹색 결계광 안에서 불붙은 실처럼 말렸다. 관중석의 개구리 의자들이 굳은 다리로 바닥을 한 번 더 긁어 흰 틈을 넓혔다.

나화진이 참나무 회초리를 앞으로 꺼내려는 순간, 교칙서가 체육관 중앙에 펼쳐졌다. 붉은 문장 하나가 방패처럼 솟았다. “정당한 징계.” 넘어진 학생 하나가 그 글자 뒤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무릎으로 기어 물러났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에 낀 채 문 쪽으로 몸을 틀다가 멈췄고, 왼손 소매 끝을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 “치면 저 책이 먹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네트 고리 긁히는 소리에 반쯤 묻혔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는 손목을 꺾어 회초리를 등 뒤로 숨기고, 붉은 문장과 학생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날아오던 분필 조각 하나가 그의 어깨에 부딪혀 부서졌고, 그는 한 팔로 두 학생의 가슴팍을 밀어 서로 다른 코트 선 밖에 세웠다. 교칙서의 붉은 글자가 잠깐 더 밝아졌다가, 때릴 장면을 놓친 것처럼 페이지를 거칠게 넘겼다. 이세봄은 그 틈에 출석부 모서리를 세워 들었고, 체육관 바닥에는 끊어진 네트 그림자가 심판선처럼 비뚤게 누웠다.
シーン 5

지우개 까마귀와 결석 마녀

지우개 까마귀와 결석 마녀
場所
사슬 네트 체육관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체육관 결계가 무너지기 직전
出来事
이세봄이 관중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칠판 지우개 하나를 움켜쥐고, 붉은 문장 앞에 던져 까마귀로 바꾼다. 지우개 까마귀는 교칙서가 띄운 “정당한 징계”의 붉은 글자를 쪼아 먹고, 그 틈에 나화진은 회초리를 휘두르는 대신 학생들을 결계선 밖으로 밀어낸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에 숨기고 달아나려 하지만, 그림자 없이 주저앉은 1학년에게 급식 빵 반쪽을 쥐여 준다. 나화진은 그녀를 붙잡으려던 손을 멈추고, 이세봄이 던전의 규칙을 읽고 이용하는 생존자임을 확인한다.
影響
체육관 결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교칙서가 나화진의 체벌을 먹이로 삼으려던 첫 시도는 실패한다. 나화진은 학생 개인을 때려눕히는 방식으로는 이 학교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다. 이세봄은 도망자이자 절도범처럼 보였지만, 위험한 순간에는 약한 학생을 먼저 챙기는 인물로 드러난다. 이후 나화진은 출석부를 단순히 압수해야 할 증거물이 아니라, 이세봄과 함께 읽어야 할 던전의 지도처럼 여기게 된다.
이세봄이 관중석 난간을 밟고 몸을 던져 바닥에 굴러떨어진 칠판 지우개를 낚아챘다. 사슬 네트 체육관의 낮은 천장 아래, 교칙서의 붉은 글자는 방패처럼 떠서 나화진의 회초리 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등 뒤로 숨긴 채 학생 둘의 어깨를 잡아 코트 선 밖으로 밀어냈고, 녹색 결계광은 그의 구두 앞에서 얇은 칼집처럼 튀었다. 이세봄이 지우개를 붉은 문장 한가운데 던졌다. 지우개는 공중에서 날개를 찢듯 펴더니 까만 까마귀가 되어 “정당한”의 첫 글자를 쪼아 삼켰다.

붉은 글자가 흔들리자 사슬 네트의 고리들이 한꺼번에 풀려 마룻바닥을 긁었다. 나화진이 손을 뻗자 이세봄은 출석부를 가슴에 눌러 안고 뒤로 물러났다. “압수하면 나부터 묶여요.” 그녀는 왼쪽 소매를 한 번 접다가 멈췄고, 나화진은 그 손목 대신 쓰러진 학생의 로브 깃을 잡아 결계 밖으로 끌어냈다. 까마귀는 마지막 붉은 획을 삼키고 칠판가루를 토하듯 울었다. 체육관 안에는 젖은 분필 냄새가 짧게 번졌다.

이세봄은 열린 출입문 쪽으로 달리다 말고, 발밑에 그림자가 없는 1학년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로브 안쪽에서 눌린 급식 빵을 꺼내 반으로 찢어 아이 손에 쥐여 주고, 남은 반쪽은 자기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나화진이 한 걸음 다가서자 이세봄은 출석부 모서리로 바닥의 녹색 선을 툭 쳐서 잠깐 벌어진 틈을 만들었다. “따라오지 마요, 감독관님. 다음 문은 사람 이름 먹어요.” 그녀가 틈새로 빠져나가자, 나화진은 회초리를 꺼내지 않은 손으로 마룻바닥에 남은 빵가루와 검은 깃털 하나를 집어 들었다.
シーン 6

소매를 세 번 접는 도망자

소매를 세 번 접는 도망자
場所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時間
체육관 결계 직후, 첫 종이 울리기 전의 새벽
出来事
이세봄은 체육관 문틈으로 새어 나온 분필 연기 속에서 왼손 소매를 세 번 접고, 나화진에게 “출석부는 없어졌다”고 거짓말한다. 나화진이 그녀의 손목이 아니라 품 안의 책등을 향해 손을 뻗자, 이세봄은 칠판녹색 불빛이 고인 복도 안쪽으로 몸을 틀어 달아난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뽑지 않고 뒤쫓으며, 복도 벽에 걸린 같은 2학년 3반 표지가 첫 번째로 되돌아오는 것을 본다.
影響
나화진은 이세봄이 출석부를 숨긴 채 도망치지만, 무작정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복도 규칙을 알고 움직인다는 단서를 잡는다. 이세봄은 나화진이 곧장 회초리를 휘두르지 않는지 확인하며 그를 시험하기 시작한다. 추격은 단순한 체포가 아니라, 출석부를 사이에 둔 임시 동행의 첫 균열로 바뀐다.
이세봄은 체육관 문을 발뒤꿈치로 걷어차 닫고, 왼손 소매를 한 번, 두 번, 세 번 접었다. 누런 비상등이 긴 2층 복도 천장에 박혀 있었고, 벽에는 같은 2학년 3반 표지가 젖은 종이처럼 비뚤게 붙어 있었다. 체육관에서 밀려 나온 분필 연기가 나화진의 코끝에 아직 남아 있었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로브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출석부는 없어졌어요. 아까 까마귀가 먹었나 보죠.” 그녀의 손톱은 품 안 책등을 빠르게 두드렸다.

나화진은 대답 대신 한 걸음 좁혔다. “까마귀가 행정문서까지 먹으면 감사관들이 좋아하겠네.” 그가 손을 뻗자 이세봄은 몸을 낮춰 그의 팔 밑을 빠져나갔고, 로브 자락이 소화전 유리에 스치며 흰 가루를 남겼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허리띠에서 반쯤 뽑았다가 다시 밀어 넣고 달렸다. 바닥 타일 틈의 깨알 같은 글자들이 두 사람 발밑에서 방향을 바꾸며 꿈틀거렸고, 벽에 붙은 주인 없는 그림자 하나가 빗자루를 끌어 둘 사이를 가르려 했다.

이세봄은 복도 끝 계단 쪽으로 곧장 가지 않고, 금 간 창문 앞에서 갑자기 오른발을 멈춘 뒤 왼쪽 벽에 손바닥을 짚었다. 나화진이 따라 멈추는 순간, 눈앞에 같은 소화전과 같은 2학년 3반 표지가 다시 나타났다. 이세봄은 뒤돌아보지 않고 웃었다. “감독관님, 던전물 처음이에요? 같은 배경 두 번 나오면 보통 함정이에요.” 나화진은 손등에 묻은 분필가루로 남은 분필탄 숫자 10을 적으며 그녀를 따라 다시 뛰었다. 복도 천장 안쪽에서 아직 울리지 않은 종의 추가 작게 떨리고, 이세봄의 접힌 소매 끝이 다음 모퉁이로 사라졌다.
シーン 7

같은 소화전, 다른 발자국

같은 소화전, 다른 발자국
場所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時間
체육관 결계가 무너진 직후, 첫 종이 울리기 전 새벽
出来事
나화진은 이세봄을 쫓아 누런 비상등 아래의 2층 복도로 뛰어든다. 그는 분필탄 탄피에 묻은 흰 가루 냄새를 맡고, 출석부 여백을 빼앗지 못한 대신 자기 손등에 남은 탄 숫자 10을 적는다. 복도 끝에 같은 소화전과 같은 2학년 3반 표지, 같은 금 간 창문이 다시 나타나자 이세봄은 바닥 타일 틈의 글자 방향을 읽고 일부러 왼쪽 벽에 어깨를 세게 부딪친다. 그 충격으로 벽에 붙어 있던 낡은 시간표가 찢어지고, 사라졌던 복도 모서리가 잠깐 벌어져 다음 길을 드러낸다.
影響
나화진은 이세봄이 무작정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복도의 함정을 읽고 몸으로 길을 여는 학생임을 확인한다. 출석부를 압수해야 한다는 현장 절차는 흔들리고, 그는 그녀를 붙잡는 대신 따라가며 규칙을 배우는 쪽으로 행동을 바꾼다. 이세봄은 나화진이 바로 회초리를 휘두르지 않고 자기 움직임을 관찰하며 맞춰 오는 것을 보고, 그를 완전히 따돌리는 대신 위험한 길목마다 아주 작은 단서를 남기기 시작한다.
나화진은 미끄러운 타일을 박차고 이세봄의 로브 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런 비상등이 긴 복도 천장에 박혀 있었고, 벽에는 같은 소화전이 빨간 입을 벌린 채 세 번째처럼 서 있었다. 이세봄은 붙잡히기 직전 몸을 낮춰 빠져나가며 출석부를 가슴에 눌렀고, 나화진은 허리띠에서 빈 분필탄 탄피를 꺼내 흰 가루를 털었다. 그는 출석부 여백 대신 자기 손등에 검은 손가락으로 10을 썼다. 숫자 끝이 땀에 번졌다.

복도 끝 금 간 창문이 다시 나타났다. 같은 2학년 3반 표지가 형광등 아래에서 삐걱거리자, 이세봄은 달리던 발을 꺾어 왼쪽 벽에 어깨를 들이받았다. “거긴 막다른 길이야.” 나화진이 외쳤지만, 벽에 붙은 낡은 시간표가 찢어지며 그 뒤에서 짧은 복도 한 토막이 열렸다. 타일 틈의 깨알 같은 글자들이 이세봄의 운동화 밑에서 일제히 방향을 바꾸었고, 그녀는 이를 악문 채 벽을 짚고 다시 뛰었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꺼내지 않고 찢어진 시간표 조각을 발로 눌러 닫히는 틈을 버텼다.

이세봄은 열린 틈 너머에서 잠깐 돌아보았다. 왼손 소매는 접히지 않았지만, 손톱이 출석부 책등을 두 번 두드렸다. 나화진이 틈을 통과하자 소화전 유리 안쪽에 그의 발자국이 거꾸로 찍혔고, 그 옆에 이세봄의 발자국은 한 칸 앞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장 안쪽의 종 추가 아직 울리지 않은 소리로 가늘게 떨렸다.
シーン 8

출석이라 부르지 마

출석이라 부르지 마
場所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체육관 결계 붕괴 직후
出来事
벽에 붙어 있던 주인 없는 그림자들이 빗자루를 끌고 나화진과 이세봄 사이로 몰려든다. 나화진은 도망치는 이세봄을 이름으로 불러 세우며 출석부를 요구하고, 그 말이 복도 규칙을 건드린다. 이세봄은 즉시 칠판 지우개를 까마귀로 바꿔 나화진의 손목을 쪼게 만들고, 출석부를 빼앗기지 않은 채 더 안쪽으로 물러난다.
影響
나화진은 이세봄에게 “출석”이라는 말 자체가 계약의 방아쇠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다. 이세봄은 나화진이 손목을 다치고도 회초리를 꺼내지 않는 것을 확인하며, 그를 완전히 적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두 사람의 추격은 더 위험한 함정으로 이어지지만, 나화진은 이제 그녀를 잡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세봄이 빗자루 든 그림자 하나의 등을 밟고 몸을 틀자,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의 누런 비상등이 그녀의 로브 자락을 끊어진 필름처럼 잘라 냈다. 벽에 붙어 있던 주인 없는 그림자들이 일제히 떨어져 나와 낮고 마른 소리로 바닥을 쓸며 나화진의 앞길을 막았다. 같은 소화전 유리 안에는 방금 지나온 체육관 문이 작게 비쳤고, 같은 2학년 3반 표지는 젖은 종이처럼 천천히 들렸다. 나화진은 그림자 하나를 어깨로 밀치고 손을 뻗었다. “이세봄, 출석부 내놔.”

그 말이 떨어지자 출석부가 로브 안쪽에서 얇게 들썩였다. 이세봄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바닥에 굴러 있던 칠판 지우개를 발끝으로 차 올린 뒤 손톱으로 허공을 세 번 두드렸다. 지우개는 검은 부리를 펼친 까마귀가 되어 나화진의 손목으로 날아들었고, 그의 손등에 적힌 분필탄 숫자 10을 쪼아 흰 가루로 흩뜨렸다. “출석이라 부르지 마.” 이세봄은 이를 악문 채 말하고, 왼손 소매를 접으려다 멈춘 손으로 출석부 모서리를 눌렀다. 나화진은 피 대신 분필가루가 묻은 손목을 움켜쥐었지만 회초리는 꺼내지 않았다.

까마귀가 천장으로 치솟자 복도 끝 계단의 첫 칸이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칠해졌다. 이세봄은 그쪽을 보고 한 박자 늦게 뒤로 물러났고, 나화진은 그녀의 이름 대신 짧게 말했다. “야.” 그림자들이 다시 빗자루를 끌며 둘 사이에 줄을 그었지만, 이세봄은 완전히 달아나지 않고 금 간 창문 아래에 선 채 출석부를 품 안에서 반 뼘만 꺼냈다. 나화진의 손등에는 숫자 1만 남고, 지워진 0의 흰 가루가 타일 틈 글자들 위에 눈처럼 얹혔다.
シーン 9

사라지는 첫 계단

사라지는 첫 계단
場所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時間
새벽, 체육관 결계가 무너진 직후
出来事
이세봄은 세 번째로 나타난 2학년 3반 표지 앞에서 갑자기 멈춰 출석부를 펼치고, 여백에 번지는 잉크를 손톱으로 눌러 계단 함정의 방향을 읽는다. 나화진이 출석부를 빼앗으려 손을 뻗자 이세봄은 분필 칼날을 만들어 그의 손목 앞에 세운다. 그 순간 복도 끝 계단의 첫 칸이 칠판에서 지워진 선처럼 사라지고, 미끄러운 타일이 두 사람을 동시에 아래쪽 빈틈으로 밀어낸다.
影響
나화진은 이세봄이 출석부를 단순히 숨기는 것이 아니라 던전의 길을 읽는 도구로 쓰고 있음을 확실히 본다. 이세봄은 나화진을 막기 위해 칼날을 겨누지만, 함정을 피하려면 그의 손을 완전히 뿌리칠 수 없다는 상황에 몰린다. 두 사람은 적대와 협력 사이에서 한꺼번에 추락 직전까지 밀려나며, 다음 장면의 난간과 회초리의 대가로 이어진다.
이세봄은 세 번째 2학년 3반 표지 아래에서 발뒤꿈치로 타일을 긁어 멈추고 출석부를 확 펼쳤다. 누런 비상등이 책장 위로 길게 번졌고, 여백의 잉크가 물에 젖은 벌레처럼 오른쪽 아래로 몰려갔다. 나화진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출석부 모서리를 잡았다. “지금은 숨바꼭질 끝내자.” 이세봄은 왼손 소매를 접지 않은 채 오른손 손톱으로 책등을 세 번 두드렸고, 얇은 분필 칼날이 그의 손목 앞에 솟았다.

“잡으면 같이 묶여요.” 그녀가 칼날을 더 세우는 순간, 천장 안쪽에서 종 추가 울리지 않은 종소리처럼 떨렸다. 복도 끝 계단의 첫 칸이 하얗게 번지더니 누가 지우개로 문지른 것처럼 사라졌다. 나화진은 이세봄의 로브 깃을 잡아당겼지만, 바닥 타일 틈의 깨알 글자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틀며 두 사람의 발밑을 밀었다. 벽에 붙어 있던 주인 없는 그림자들이 빗자루를 끌고 옆으로 물러나 길을 열어 주듯 비켜섰고, 그 아래에서는 급식실 지하의 카레 냄새가 축축하게 올라왔다.

이세봄의 분필 칼날이 나화진의 손목을 스치며 흰 가루를 남겼다. 나화진은 출석부를 놓지 않았고, 이세봄도 그의 손을 완전히 베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같은 타일 끝에서 동시에 미끄러져 복도 난간 쪽으로 밀려났고, 출석부 한 장이 펄럭이며 문도겸의 이름이 적힌 줄을 아주 잠깐 드러냈다. 사라진 첫 계단 자리에는 검은 빈칸만 남아 아래층 형광등을 먹고 있었다.
シーン 10

난간에 걸린 회초리

난간에 걸린 회초리
場所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끝, 급식실 지하로 접히는 계단 앞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두 번째 2층이 세 번째로 되돌아온 직후
出来事
나화진은 사라진 첫 계단 너머로 미끄러지는 이세봄의 로브 자락을 붙잡으려다, 참나무 회초리를 마지막 난간 사이에 박아 넣는다. 이세봄은 분필 칼날을 거두지 못한 채 한 손으로 출석부를 움켜쥐고 추락 가장자리에서 버틴다. 나화진은 출석부가 아니라 이세봄의 팔을 먼저 끌어올리고, 그 힘을 받은 회초리 끝에는 머리카락 같은 첫 균열이 생긴다. 이세봄은 그 금을 본 뒤 출석부를 반쯤 펼쳐 문도겸의 이름 줄과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를 보여 준다.
影響
나화진은 출석부 압수보다 학생을 먼저 붙잡는 선택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이세봄은 그가 단순한 처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회초리에 생긴 균열은 앞으로 권마루의 오벨리스크 규칙을 지우는 대가를 예고하는 물리적 흔적이 된다. 이세봄은 자기 그림자를 되찾는 것보다 문도겸의 이름을 지워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려 한다는 진짜 목적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추격은 끝나고, 급식실로 향하는 불안한 동행이 시작된다.
나화진은 미끄러지는 이세봄의 로브 자락을 놓치지 않으려 몸을 던지고, 참나무 회초리를 사라진 첫 계단 옆 마지막 난간에 비스듬히 꽂아 넣었다. 세 번 반복되는 2층 복도 끝은 칠판에 덜 그린 계단처럼 끊겨 있었고, 아래에서는 급식실 지하의 누런 불빛과 카레 냄새가 깊은 냄비 속 김처럼 올라왔다. 이세봄은 한 손에 출석부를 끌어안고 다른 손의 분필 칼날을 나화진의 턱밑에 세운 채 매달렸다. “손 놔요. 압수하면 나 끝이에요.” 나화진은 칼날 쪽으로 고개를 피하지 않고 그녀의 팔꿈치를 잡아당겼다. “책 말고 너부터.”

난간이 삐걱이며 벽에서 반쯤 뽑혔고, 타일 틈의 깨알 글자들이 두 사람 발밑으로 몰려와 출석, 결석, 추락 같은 단어를 짧게 뒤집었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 안으로 더 숨기려 했지만, 나화진이 회초리 손잡이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양손으로 그녀를 끌어올리자 분필 칼날이 손끝에서 부서졌다. 그녀의 운동화가 복도 바닥에 걸리는 순간, 회초리 끝에서 마른 소리가 났다. 참나무 표면에 머리카락처럼 가는 금이 한 줄 생겼고, 그 틈으로 흰 분필가루가 피처럼 배어 나왔다. 이세봄은 숨을 삼키며 그 금을 손톱 끝으로 가리켰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왼쪽 소매를 접지 않은 손으로 출석부를 반쯤 펼쳤고, 젖은 종이처럼 떨리는 명단 한가운데 문도겸의 이름 줄을 나화진에게 보였다. 이름 옆에는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가 여러 번 그려졌다가 손바닥으로 문질러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 그림자 때문에 훔친 거 아니에요.” 이세봄은 책장을 움켜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문도겸 이름을 지우면, 걔는 밖으로 나가요. 대신 여기 애들은 걔를 먼저 잊겠죠.” 나화진은 금 간 회초리를 허리띠에 다시 꽂지 못하고 손에 든 채, 열린 계단 아래에서 흔들리는 급식실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シーン 11

카레 김 속의 입장권

카레 김 속의 입장권
場所
은솥 왕좌 급식실
時間
세 번째 2층 끝에서 추락을 피한 직후, 첫 종이 울리기 전의 뒤틀린 새벽
出来事
나화진과 이세봄은 눅진한 앞치마 자국을 따라 급식실 문을 밀고 들어간다. 문도겸은 조리대 위 은솥 왕좌에 앉아 숟가락으로 솥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두 사람을 맞는다. 그는 해골 완장 바구니를 발로 밀어 나화진 앞에 세우고, “보스방 입장권”을 끼우라는 듯 완장을 가리킨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에 숨긴 채 한 발 뒤로 빠지지만, 문도겸은 그녀가 숨긴 책의 위치를 정확히 보고 웃는다. 은솥 뒤에서는 권마루가 검은 분필을 움켜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影響
추격전은 끝나고, 나화진과 이세봄은 문도겸의 규칙 안으로 직접 들어온다. 문도겸은 급식실을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왕좌와 입장 절차가 있는 결계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해골 완장은 학생들을 보호하는 표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문도겸에게 복종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나화진은 즉시 제압하기보다 급식실의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피며, 이세봄과 문도겸 사이에 아직 끊어지지 않은 긴장이 있음을 본다. 권마루의 존재는 다음 교칙 강요가 곧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다.
나화진은 급식실 미닫이문을 어깨로 밀어젖히고 이세봄을 먼저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문틈 아래로 눅진한 앞치마 자국이 길게 이어졌고, 낮은 천장 밑에는 카레 노란 김이 무릎 높이부터 차올라 발목을 감쌌다. 조리대 위 거대한 은솥은 형광등을 잘게 쪼개 왕관처럼 튕겨 냈고, 그 가장자리에 앉은 문도겸이 숟가락으로 딱, 딱, 딱 박자를 쳤다. “선생님 편 드는 공무원 기사님.” 문도겸은 발끝으로 해골 완장 바구니를 밀어 보냈다. “보스방 입장권은 차고 들어와야지.”

이세봄은 왼손 소매를 접으려다 멈추고 출석부를 로브 안쪽에 더 깊이 눌러 넣었다. 문도겸은 그 손놀림을 놓치지 않고 국자를 들어 그녀 쪽을 가리켰다. “결석 마녀는 VIP라서 무료입장.” 은솥 뒤에서 권마루가 검은 분필을 쥔 손을 등 뒤로 숨겼지만, 손가락 사이의 가루가 식판 위로 떨어졌다. 나화진은 회초리 대신 빈손을 앞으로 내밀어 완장 바구니를 멈춰 세웠고, 바구니 안 해골 표식들이 젖은 식판처럼 서로 부딪혀 얇게 울었다.

문도겸은 웃으며 조리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완장 하나를 집어 나화진 쪽으로 던졌고, 해골 표식은 나화진의 구두 앞에서 카레 얼룩을 묻힌 채 빙글 돌다 멈췄다. 나화진은 그것을 밟지 않고 회초리 끝으로 옆으로 밀었다. 이세봄의 손톱이 품 안 출석부 책등을 한 번 두드렸고, 권마루는 은솥 그림자 속에서 더 작게 몸을 접었다. 문도겸의 숟가락 박자가 급식실 전체를 얕은 종처럼 다시 울렸다.
シーン 12

밥을 퍼 주는 왕

밥을 퍼 주는 왕
場所
은솥 왕좌 급식실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급식실 결계 진입 직후
出来事
문도겸이 조리대 위 은솥에서 국자를 들어 울고 있는 1학년의 식판에 카레를 한 국자 더 얹는다. 그는 같은 손으로 해골 완장을 꺼내 그 학생의 팔에 채우고, 완장이 조여들자 급식실 바닥의 숟가락들이 일제히 박자를 맞춘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꺼내려다 멈추고, 이세봄은 출석부 모서리를 눌러 문도겸의 이름 줄을 가린다. 권마루는 은솥 뒤에서 검은 분필을 움켜쥔 채 문도겸의 손짓을 기다린다.
影響
문도겸의 지배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먹이고 묶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나화진은 문도겸을 즉시 때려눕히면 교칙서가 원하는 장면을 완성하게 된다는 압박을 더 선명하게 느낀다. 이세봄은 문도겸을 지우려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지만, 그가 후배에게 밥을 퍼 주는 장면 앞에서 손끝을 늦춘다. 권마루는 다음 교칙을 쓰도록 불려 나올 위치에 놓인다.
문도겸은 은솥 가장자리에서 국자를 들어 울고 있는 1학년의 식판에 카레를 한 덩어리 더 얹었다. 낮은 천장 아래 노란 김이 눌러앉았고, 형광등 조각들이 은솥 배에 잘린 왕관처럼 박혔다. “먹어. 보스방에서 굶으면 잡몹도 못 해.” 문도겸은 웃으며 말하고, 곧바로 배식구 옆 완장 바구니에서 카레 얼룩 마른 해골 완장 하나를 꺼내 그 학생의 팔에 감았다. 완장이 살에 닿자 스테인리스 배식대 위 숟가락들이 딱, 딱, 딱 하고 같은 박자로 들렸다 내려갔다.

나화진은 허리띠의 참나무 회초리를 반쯤 뽑았다가 엄지로 다시 밀어 넣었다. 카레를 퍼 주던 손과 완장을 조이던 손에는 같은 기름때가 번들거렸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펼치려다 문도겸의 이름 줄 위에 손바닥을 덮었고, 왼손 소매 끝을 접지 않은 채 이를 물었다. 문도겸은 그 모습을 보고 국자를 어깨에 걸쳤다. “왜, 결석 마녀. 내 이름표 예쁘게 꾸며 주려고?” 은솥 뒤에서 권마루가 검은 분필을 더 세게 쥐자, 분필 끝에서 떨어진 가루가 조리대 위에 작은 발자국처럼 찍혔다.

나화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완장을 찬 1학년의 팔과 문도겸의 국자 사이에 손을 넣었다. 완장은 풀리지 않았지만, 박자를 맞추던 숟가락들 중 하나가 배식대 아래로 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문도겸의 웃음이 잠깐 끊겼고, 권마루의 어깨가 움찔했다. 나화진은 떨어진 숟가락을 발로 멈춰 세우고 말했다. “밥은 네가 퍼도 돼. 사람까지 네 그릇에 담지는 마.”
シーン 13

예언자의 어깨

예언자의 어깨
場所
은솥 왕좌 급식실
時間
새벽 등교 종이 완전히 울리기 전, 급식실 결계가 가장 두껍게 끓는 순간
出来事
문도겸이 은솥 뒤에 숨어 있던 권마루를 앞으로 끌어내 검은 분필을 쥐인 손을 오벨리스크 조각처럼 변한 배식대 칠판에 눌러 댄다. 그는 권마루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독관의 체벌은 학생 대표의 허가를 받는다”는 새 교칙을 쓰라고 명령한다. 이세봄은 그 틈에 출석부를 펼쳐 문도겸의 이름 줄 위에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를 그리기 시작하고, 나화진은 그녀의 손목과 권마루의 떨리는 손 사이에서 어느 쪽을 먼저 막아야 할지 몸으로 선택해야 한다.
影響
권마루가 단순히 문도겸 옆에 있는 후배가 아니라, 급식실 결계를 다음 단계로 강화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칙 작성자임이 드러난다. 이세봄의 삭제 부호는 문도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서 밀어내는 방식의 공격으로 구체화되고, 나화진은 문도겸을 막는 일과 학생 하나를 지우지 않는 일 사이에 끼인다. 문도겸은 권마루를 위협하면서도 이세봄이 자기 이름을 지우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숟가락 박자를 놓친다.
문도겸은 은솥 뒤에 웅크린 권마루의 어깨를 움켜잡아 조리대 앞으로 끌어냈다. 카레 노랑 김이 낮은 천장에 눌려 흔들렸고, 거대한 은솥은 형광등을 잘게 부숴 문도겸의 얼굴에 왕관 같은 흰 조각을 뿌렸다. 권마루의 손에는 검은 분필이 끼워져 있었고, 배식대 옆 칠판은 누가 급히 뜯어 붙인 비석처럼 스테인리스 위에 세워져 있었다. 문도겸은 국자로 은솥 가장자리를 한 번 쳤다. “써. 감독관님 체벌도 이제 반장 결재 받고 하게.”

나화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해골 완장 바구니가 저절로 뒤집혀 바닥을 굴렀고, 젖은 완장들이 그의 구두 앞에서 작은 턱처럼 쌓였다. 권마루는 분필 끝을 칠판에 대고도 첫 획을 긋지 못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굳었다. 이세봄은 그 순간 출석부를 펼쳐 문도겸의 이름 줄을 찾아냈고, 손톱으로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의 첫 곡선을 그었다. “하지 마.” 나화진이 낮게 말했지만, 그 말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는 급식실 김 속에서 갈라졌다.

문도겸의 숟가락 박자가 끊겼다. 그는 권마루의 어깨를 더 세게 누르면서도 눈은 이세봄의 손끝에 박아 두었고, 권마루가 삐뚤게 그은 첫 획은 “감” 한 글자의 왼쪽을 닮다가 중간에서 부러졌다. 나화진은 회초리 대신 빈 손으로 완장 더미를 걷어차 길을 만들고, 이세봄의 출석부와 권마루의 칠판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다. 검은 분필이 권마루의 손에서 미끄러져 카레 얼룩 위에 떨어졌고, 이세봄의 삭제 부호는 문도겸의 이름 첫 글자 옆에서 젖은 점 하나로 멈췄다.
シーン 14

세 발의 분필탄

세 발의 분필탄
場所
은솥 왕좌 급식실
時間
9월 둘째 주 월요일 새벽, 교장실 종이 울리기 전
出来事
나화진이 분필탄 세 발을 연달아 쏘아 은솥 둘레에 감긴 급식실 결계를 깨뜨린다. 문도겸은 권마루가 새 교칙을 쓰도록 밀어붙이고, 이세봄은 출석부의 문도겸 이름 위에 삭제 부호를 완성하려 한다. 분필탄 폭발로 은솥 왕좌가 흔들리는 순간, 이세봄의 손등에 결계 불꽃이 튀고 문도겸은 주문의 끝음을 일부러 삼켜 국자로 그 불꽃을 받아 낸다.
影響
급식실 결계는 처음으로 눈에 보이게 찢어지고, 문도겸의 왕좌는 흔들린다. 나화진은 문도겸이 폭군처럼 굴면서도 이세봄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 주문을 망친다는 균열을 직접 본다. 이세봄의 삭제 시도는 멈추지 않지만, 문도겸을 완전히 지우는 일이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심이 급식실 한가운데 놓인다.
나화진은 탄피의 흰 가루를 엄지로 털어 냄새를 맡고, 첫 번째 분필탄을 은솥 왼쪽 다리 밑으로 쏘았다. 카레 노란 김이 낮은 천장에 눌린 채 뒤집혔고, 은솥 둘레를 감고 있던 투명한 식판 모양 결계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한 겹 벗겨졌다. 문도겸은 조리대 위에서 숟가락 박자를 멈추지 않고 권마루의 어깨를 더 세게 눌렀다. “써. 감독관 체벌은 학생 대표 허가제.” 권마루의 검은 분필 끝이 배식대 스테인리스에 닿자, 금속 위로 글자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화진은 두 번째 탄을 배식구 위 해골 완장 바구니에 박아 넣었다. 완장들이 젖은 종이처럼 튀어 올랐고, 이세봄은 그 틈에 출석부를 펼쳐 문도겸의 이름 줄 위에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를 깊게 그었다. 문도겸의 웃음이 한 박자 늦었다. 그는 국자를 휘둘러 주문을 외웠고, 은솥 가장자리에서 검은 불꽃이 튀어 이세봄의 손등으로 날아갔다. 나화진이 세 번째 분필탄을 장전해 쏘는 순간, 문도겸은 마지막 음절을 씹어 삼켰다.

주문이 삐끗하며 불꽃은 이세봄의 손등을 스치기 전에 국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문도겸은 뜨거워진 국자를 놓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잡았고, 은솥 뒤 결계에는 칠판을 손톱으로 긁은 듯 긴 흰 금이 벌어졌다. 이세봄은 삭제 부호 위에서 손을 멈추고 문도겸을 보았다. 나화진은 빈 발사관을 아래로 내린 채, 문도겸의 국자 끝에서 타다 남은 검은 불꽃이 카레 얼룩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シーン 15

정당한 징계 대신 꺼진 불

정당한 징계 대신 꺼진 불
場所
은솥 왕좌 급식실
時間
첫 번째 교장실 종이 울리기 직전, 카레 김이 걷히기 시작한 순간
出来事
나화진은 교칙서가 붉게 띄운 “정당한 징계” 앞에서 회초리를 휘두르지 않고, 문도겸의 손목을 붙잡아 은솥 아래로 함께 굴러든다. 문도겸은 국자로 버티며 나화진의 손을 떼어 내려 하지만, 이세봄의 손등에 남은 불꽃 자국을 보고 주문 끝음을 다시 씹는다. 나화진은 그 틈에 은솥 밑의 가스 밸브를 발꿈치로 걷어차 꺼 버리고, 급식실 결계의 박자를 잡고 있던 숟가락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影響
나화진은 문도겸을 때려눕히는 쉬운 승리 대신, 결계의 불을 끄는 방식으로 급식실의 왕좌를 무너뜨린다. 이 행동으로 교칙서는 처벌 장면을 먹지 못하고, 문도겸이 이세봄을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았다는 균열이 나화진에게 확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결계가 무너지자마자 급식실 바닥 아래에서 교장실 종소리가 올라오며, 승리는 더 깊은 던전으로 추락하는 전조로 바뀐다.
나화진은 붉은 글자 앞으로 튀어나가 문도겸의 국자 든 손목을 움켜잡고 은솥 아래로 몸째 굴렀다. 낮은 천장 밑 카레 김이 두 사람 위로 찢겨 밀렸고, 조리대 위 은솥은 흔들리며 형광등 조각을 사방으로 튕겼다. 교칙서는 배식구 위 허공에 떠서 “정당한 징계”를 더 굵게 부풀렸고, 이세봄은 출석부를 한 손으로 누른 채 다른 손등의 불꽃 자국을 감쌌다. 문도겸은 이를 드러내 웃으며 국자를 비틀었다. “쳐. 공무원 기사님, 이럴 때 평타 안 치면 딜로스야.”

나화진은 회초리를 들지 않고 문도겸의 팔꿈치를 바닥에 눌렀다. 권마루가 은솥 뒤에서 검은 분필을 떨어뜨리자, 분필은 기름 묻은 타일 위를 굴러 가스 밸브 앞에 멈췄다. 이세봄이 출석부의 문도겸 이름 줄에 손톱을 댄 순간, 문도겸의 입술이 주문 마지막 음절을 씹어 삼켰고 튀어 오르던 불꽃이 국자 안에서 꺼졌다. 나화진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발꿈치로 은솥 밑 밸브를 걷어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이 납작하게 접혔다.

카레 김이 걷히자 배식대 위에서 박자를 맞추던 숟가락들이 한꺼번에 떨어져 은쟁반처럼 울었다. 해골 완장 바구니가 옆으로 넘어지고, 완장 몇 개가 젖은 식판 사이로 미끄러졌다. 문도겸은 나화진의 멱살을 잡은 채 숨을 몰아쉬었지만, 그의 시선은 이세봄의 손등에 박혀 있었다. 그때 급식실 바닥 아래에서 둔한 종소리가 올라왔고, 타일 사이의 기름때 묻은 줄눈이 검은 계단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シーン 16

젖은 시험지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

젖은 시험지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앞 복도
時間
첫 종소리 직후, 두 번째 종소리 전
出来事
급식실 바닥이 접히며 나화진, 백윤서, 권마루가 교장실 앞 복도로 쏟아진다. 나화진은 떨어지는 젖은 시험지 더미 아래에서 권마루를 끌어내고, 백윤서는 교칙서를 품에 안은 채 낡은 교장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멈춘다. 천장에 붙은 답안지들에서 학생 이름이 번져 사라지자, 나화진은 종이 한 번 더 울리면 남은 사람들이 교칙서 안으로 밀려난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한다.
影響
급식실의 승리는 더 깊은 층으로 추락하며 즉시 취소된다. 나화진은 이제 문도겸을 제압하는 문제가 아니라, 호명되지 못한 이름들이 사라지기 전에 교장실의 규칙을 끊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백윤서는 아직 종에 묶여 있고, 권마루는 자기 검은 분필이 만든 결과를 젖은 시험지 위의 사라지는 이름으로 직접 보게 된다.
나화진은 접힌 급식실 바닥에서 튕겨 나와 권마루의 로브 깃을 움켜잡고 젖은 시험지 더미 밖으로 굴렀다. 교장실 앞 복도는 낮은 형광등 아래 물먹은 종이들로 덮여 있었고, 높은 천장의 종 그림자가 책장과 벽을 흑갈색 얼룩처럼 눌렀다. 낡은 교장 책상은 시험지 무게에 모서리가 휘어 있었고, 백윤서는 그 아래로 미끄러지며 교칙서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나화진의 구두가 끊긴 흰 분필선을 밟자 바닥 나무판에서 갈라진 낭독이 새어 나왔다. “출……석……미완……”

권마루가 기침하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천장에서 답안지 한 장이 떨어져 그의 무릎에 달라붙었다. 종이 위 이름은 ‘권마—’까지만 남고 뒤쪽이 잉크처럼 번져 사라지고 있었다. 권마루는 손등으로 문지르려 했지만 검은 분필가루가 묻은 손가락이 닿자 글자가 더 빠르게 흐려졌다. “만지지 마.” 나화진이 그의 손목을 잡아 뒤로 뺐다. 백윤서는 책상 다리를 붙잡고 일어나려다 목에서 마른 분필 부스러기 같은 소리를 냈고, 교칙서 표지는 종소리를 기다리듯 얇게 벌어졌다.

나화진은 백윤서에게 다가가 교칙서 위를 누르려 했지만, 책장 사이에서 늘어진 마이크 케이블이 그의 발목을 감아 종줄처럼 팽팽해졌다. 백윤서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바닥의 끊긴 분필선을 밀어 케이블 끝을 비껴 내고, 다른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붙어 있던 젖은 답안지들마다 학생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하나씩 떨어져 바닥에서 검은 물방울로 터졌다. 종은 아직 울리지 않았지만, 추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나화진은 권마루를 등 뒤로 밀어 세우고, 회초리 끝의 가느다란 금이 형광등 빛을 받아 하얗게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シーン 17

복종이 아니라 복도

복종이 아니라 복도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앞 복도
時間
첫 번째 종소리 직후, 두 번째 종이 흔들리기 전
出来事
백윤서가 교칙서를 붙든 채 바닥에 무릎을 박고, “모든 학생은 즉시 복종한다”는 문장을 일부러 “복도한다”로 잘못 읽는다. 그 오독에 반응해 교장실 앞 나무바닥의 끊어진 분필선이 벌어지고, 벽 속으로 밀려 들어가던 이름 없는 학생들의 손과 로브 자락이 잠깐 빠져나온다. 나화진은 권마루를 밀어 그 틈 가까이 보내고, 백윤서가 쓰러지지 않도록 마이크 케이블을 잡아당겨 그녀의 팔에 감긴 종줄을 늦춘다.
影響
백윤서의 오독이 교칙을 잠깐 비틀 수 있다는 사실이 눈앞에서 증명된다. 그러나 그 대가로 백윤서의 기억 한 장이 천장 시험지로 올라붙고, 그녀의 목소리는 더 낮고 거칠게 갈라진다. 나화진은 교칙서를 부수는 힘이 무기뿐 아니라 잘못 읽는 입과 이름을 붙드는 행동에도 있다는 것을 보지만, 그 방식이 백윤서를 빠르게 소모한다는 것도 확인한다.
백윤서는 교칙서를 바닥에 내리찍듯 펼치고 젖은 시험지 더미 위로 무릎을 밀어 넣었다. 높은 천장의 종 그림자가 책장까지 길게 내려앉았고, 낡은 교장 책상 모서리에서는 물먹은 답안지가 한 장씩 미끄러졌다. 교칙서의 붉은 문장이 그녀의 얼굴 아래서 꿈틀거렸다. “모든 학생은 즉시 복종한다.” 백윤서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갈라진 목으로 다시 읽었다. “모든 학생은 즉시…… 복도한다.”

끊겨 있던 흰 분필선이 바닥 나무판 사이에서 벌어지며 좁은 통로처럼 열렸다. 벽 속으로 접히던 로브 소매와 손가락 몇 개가 그 틈으로 튀어나왔고, 권마루가 반사적으로 달려가 한 손을 붙잡았다. 나화진은 백윤서의 목에 감긴 마이크 케이블을 잡아당겨 종줄처럼 조여 오던 힘을 늦췄다. 낡은 스피커에서는 깨진 낭독이 거꾸로 새어 나왔다. 백윤서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며 한 글자 더 틀리게 읽으려 했지만, 천장에서 젖은 시험지 한 장이 떨어지는 대신 위로 빨려 올라갔다.

그 시험지에는 백윤서가 분필로 처음 자기 이름을 썼던 장면이 번진 그림처럼 찍혀 있었다. 종이 천장에 달라붙자 그녀의 입에서 짧은 숨이 끊기고, 목소리는 분필 조각이 긁히는 소리처럼 낮아졌다. 나화진은 그녀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권마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권마루가 끌어낸 손은 아직 학생의 손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손목 아래에는 교칙서 문장처럼 가느다란 줄이 매달려 있었다. 바닥의 통로는 다시 닫히며 흰 분필가루를 상처처럼 남겼다.
シーン 18

퇴학 공문의 흰 여백

퇴학 공문의 흰 여백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時間
첫 종소리 직후, 두 번째 종소리가 오기 전
出来事
백윤서가 낡은 교장 책상 밑 젖은 시험지 더미를 찢어 헤치고 문도겸 퇴학 공문을 꺼내 나화진에게 내민다. 나화진은 공문을 받아 들지만, 흰 여백에 문도겸의 이름이 아직 적히지 않은 것을 보고 회초리를 등 뒤로 숨긴다. 권마루는 공문 가장자리에서 검은 분필가루가 번지는 것을 보고 뒤로 물러서며, 그 종이가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니라 이름을 지우는 주문임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影響
백윤서의 요구는 문도겸을 처벌하자는 말이 아니라, 마지막 오독으로 그를 학교 바깥으로 밀어내고 안쪽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우자는 제안으로 바뀐다. 나화진은 퇴학이라는 익숙한 행정 절차가 이 던전에서는 망각의 마법으로 작동한다는 사실 앞에서 결정을 미룬다. 권마루는 자기 낙서가 만든 규칙이 이제 사람 하나의 이름을 흰 여백에 삼키려 한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며, 이후 오벨리스크로 뛰어갈 씨앗을 품는다.
백윤서가 낡은 교장 책상 밑으로 팔을 밀어 넣어 젖은 시험지 더미를 한 움큼 찢어냈다. 물먹은 종이들이 바닥에 철벅이며 떨어지고, 그 사이에서 붉은 결재선이 그어진 공문 한 장이 끌려 나왔다. 높은 천장의 종 그림자는 책장 위로 길게 흔들렸고, 낡은 스피커에서는 방금 전 그녀가 비틀어 읽은 낭독의 끝음이 갈라진 채 새어 나왔다. 백윤서는 공문을 나화진 쪽으로 내밀었지만 손가락 끝은 이미 개구리 앞발처럼 굳어 잘 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틀리게 읽게 해 주세요.”

나화진은 공문을 받아 들었다. 제목에는 문도겸 퇴학 처리라고 적혀 있었고, 이름 칸 아래에는 이상할 만큼 넓은 흰 여백이 남아 있었다. 권마루가 한 걸음 다가오자 여백 가장자리에서 검은 분필가루가 실처럼 번져 그의 손가락 쪽으로 기어갔다. 권마루는 숨을 삼키며 손을 뒤로 뺐고, 백윤서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퇴학이 아니에요. 밖으로 보내는 척…… 여기서 먼저 잊게 하는 거예요.” 나화진은 허리에서 빠져나오려던 참나무 회초리를 엄지로 밀어 넣고, 등 뒤로 숨겼다.

교칙서가 책상 위에서 저절로 펼쳐지며 공문의 흰 여백과 같은 높이로 떠올랐다. 붉은 글자가 생기려다 말고 젖은 잉크처럼 떨렸고, 천장에 붙은 답안지 하나에서 ‘문’ 자의 첫 획만 희미하게 비쳤다. 나화진은 공문을 접지 않았다. 찢지도 않았다. 그는 공문을 백윤서의 굳어 가는 손바닥 위에 다시 얹고, 다른 손으로 권마루를 뒤로 밀어 세웠다. 종 추가 천장에서 아주 조금 내려앉았고, 흰 여백은 아직 아무 이름도 먹지 못한 채 형광등 밑에서 축축하게 빛났다.
シーン 19

천막이 접혀 들어온다

천막이 접혀 들어온다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앞 복도와 접혀 들어온 교육부 임시 통제소
時間
두 번째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出来事
장휘람이 봉쇄 도장을 쥔 채 교육부 임시 통제소와 함께 교장실 복도 끝으로 빨려 들어온다. 접이식 책상과 보고서, 붉은 봉인 끈이 젖은 시험지 바닥 위로 쏟아지고, 장휘람은 일어나자마자 나화진의 갈라진 회초리를 확인한다. 그는 학생들의 이름보다 장비 손상과 현장 권한 위반 조항을 먼저 읊으며 봉쇄 도장을 다시 움켜쥔다.
影響
바깥의 행정 절차가 더 이상 안전한 외부 판단으로 남지 않고, 던전 안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들어온다. 나화진은 학교를 구하는 일뿐 아니라 교권보호국의 봉쇄 논리와도 맞서야 한다. 장휘람의 등장은 다음 장면에서 봉쇄 도장과 예외 문구를 둘러싼 충돌을 준비시키며, 권마루에게 자기 낙서를 지워야 한다는 압박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장휘람은 붉은 봉인 끈에 손목이 감긴 채 교장실 복도 끝으로 처박혔다. 낮은 천막의 베이지색 칸막이와 접이식 책상이 그의 뒤를 따라 접힌 종이배처럼 밀려 들어왔고, 마른 보고서들이 젖은 시험지 바닥 위에 흩어졌다. 봉쇄 도장은 끝까지 그의 오른손에 붙들려 있었고, 고무면에서는 따뜻한 천막 안의 냄새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두 번째 종소리의 꼬리가 천장 종 그림자에 걸려 흔들리자, 권마루는 낡은 교장 책상 아래로 굴러온 보고서 한 장을 발로 밀어 냈다.

나화진은 권마루 앞을 막아서며 갈라진 회초리를 등 뒤로 돌렸다. 그러나 장휘람은 무릎을 짚고 일어나기도 전에 그 금을 보았다. 그는 구두코에 붙은 젖은 시험지를 떼어 내고, 만년필 뚜껑을 딱 닫았다. “국가 지급 장비 훼손. 현장 판단 초과. 마력 계약 개입 가능성.” 백윤서가 교칙서를 끌어안은 채 바닥의 끊긴 분필선을 손끝으로 밀었지만, 장휘람은 그녀를 보지 않고 봉쇄 도장을 보고서 위에 올려놓았다. 보고서 맨 아래에는 학생 이름들이 작게 밀려 내려가 있었고, 별표 하나가 빈자리처럼 기다렸다.

나화진은 한 손으로 책상 모서리를 밀어 도장과 바닥 사이를 막았고, 권마루는 그 틈에서 검은 분필가루 묻은 손을 소매 안으로 숨겼다. 장휘람은 나화진의 손등을 도장 손잡이로 눌러 치우며 낮게 조항 번호를 읊었다. 백윤서의 갈라진 목에서 말이 아니라 짧은 기침 같은 소리가 나왔고, 천장에 붙은 답안지 한 장이 떨어져 장휘람의 어깨에 달라붙었다. 그는 그것을 떼지 않은 채 봉쇄 도장을 다시 들어 올렸다. 붉은 고무면 아래, 젖은 나무판의 흰 분필선이 벌레처럼 조금씩 밀려났다.
シーン 20

말해 버린 예외

말해 버린 예외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앞 복도와 접혀 들어온 교육부 임시 통제소
時間
두 번째 종소리가 울린 직후, 봉쇄 도장이 바닥에 닿기 직전
出来事
장휘람이 봉쇄 도장을 들어 교장실 앞 복도의 끊긴 분필선 위로 내리찍으려 한다. 백윤서는 굳어 가는 손가락으로 바닥의 흰 분필선을 밀어 도장 자리를 비껴 내고, 나화진은 권마루를 뒤로 밀어 세운 채 장휘람을 막으려 몸을 던진다. 밀쳐 내는 와중에 장휘람은 숨기고 있던 예외 문구를 말해 버린다. 나화진은 마지막 분필탄을 꺼내지만, 권마루가 회초리의 균열을 보고 교장실 밖 오벨리스크 쪽으로 뛰쳐나간다.
影響
봉쇄 도장은 끝내 찍히지 않고, 학교 안의 학생과 교사가 교칙서의 각주로 정리되는 즉각적인 파국은 잠시 미뤄진다. 장휘람이 감추던 예외 문구가 드러나면서, 나화진은 마지막 분필탄을 단순한 파괴용 무기가 아니라 던전 핵심 규칙을 멈추는 선택지로 보게 된다. 그러나 권마루는 그 예외가 자기 첫 낙서를 지우는 행위와 연결된다는 것을 먼저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다음 장의 싸움은 봉쇄와 처벌이 아니라, 처음 쓴 문장을 손으로 지우는 일로 방향을 튼다.
장휘람은 봉쇄 도장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교장실 복도의 흰 분필선 위로 내리찍었다. 젖은 시험지들이 천장에서 들썩였고, 접혀 들어온 임시 통제소의 접이식 책상은 방수포째 벽에 박혀 삐걱거렸다. 나화진이 권마루를 등 뒤로 밀치며 달려들었지만, 장휘람은 구두 뒤꿈치로 마이크 케이블을 밟아 그의 발목을 묶었다. 도장 고무면이 바닥에 닿기 직전, 백윤서가 낡은 교장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와 굳은 손가락 끝으로 분필선을 옆으로 밀었다.

도장은 빈 나무판을 찍고 붉은 원을 반쯤 찌그러뜨렸다. 장휘람은 백윤서의 어깨를 밀쳐 내며 낮게 이를 악물었다. “비켜. 예외는 현장 감독관이 교육 목적의 비징계 행위로 던전 핵심 규칙을 중단시킬 때뿐이다.” 말이 끝나자 그의 입술이 닫혔고, 만년필 뚜껑이 바닥을 굴러 젖은 시험지 위에 멈췄다. 나화진은 허리띠에서 마지막 분필탄을 꺼냈고, 깨진 회초리 끝의 금이 형광등 아래 하얗게 벌어졌다.

권마루가 그 금을 보았다. 그는 나화진의 손에서 분필탄이 올라오는 것보다 먼저 몸을 빼내 교장실 문턱을 넘어 뛰었다. 백윤서는 바닥에 엎어진 채 손바닥으로 “첫 문장”이라고 적다 마지막 글자를 완성하지 못했고, 장휘람은 봉쇄 도장을 다시 들었지만 손목시계 줄 아래 붉은 자국이 더 짙어졌다. 복도 끝에서 권마루의 로브 자락이 한 번 검은 칠판가루처럼 펄럭이고, 오벨리스크가 있는 운동장 쪽으로 사라졌다.
シーン 21

종 아래의 마지막 탄

종 아래의 마지막 탄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時間
두 번째 종소리 직후, 세 번째 종이 흔들리기 시작한 순간
出来事
나화진은 마지막 분필탄을 꺼내 교칙서와 교장실 천장 사이에 겨눈다. 문도겸은 마이크 케이블에 얽힌 채 감독관 도장을 빼앗으려 몸을 비틀고, 이세봄은 출석부를 펼쳐 그의 이름 위에 손가락을 올린다. 권마루는 나화진의 회초리에 번지는 금을 보고, 멈추지 않고 교장실 문밖으로 뛰쳐나간다. 나화진은 분필탄을 쏘지 못한 채 권마루를 따라 몸을 돌리고, 세 번째 종의 추가 더 크게 흔들린다.
影響
마지막 분필탄은 교칙서를 태우는 무기에서 권마루의 첫 문장을 지울 가능성으로 방향이 바뀐다. 이세봄은 문도겸을 삭제할 기회를 손에 쥐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그의 이름 앞에서 멈춘다. 문도겸은 종과 도장에 집착한 채 권마루를 막으려 하고, 나화진은 처벌과 봉쇄가 아닌 지우기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자리로 밀려난다. 장면은 교장실의 선택지를 운동장의 오벨리스크로 옮긴다.
나화진은 마지막 분필탄을 교칙서의 벌어진 페이지 위로 겨누고, 젖은 시험지 교장실 한가운데서 무릎으로 문도겸의 팔을 눌렀다. 천장 종의 추가 세 번째 울림을 준비하며 좌우로 벌어졌고, 벽과 책장에 매달린 종 그림자가 흑갈색 얼룩처럼 길어졌다. 문도겸은 마이크 케이블에 감긴 손목을 비틀어 나화진의 허리춤 도장 쪽으로 뻗었다. “찍어. 그럼 끝나.” 이세봄은 출석부를 바닥에 펼치고 문도겸의 이름 위에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의 마지막 획을 세웠다.

권마루가 나화진의 회초리 끝을 붙잡았다. 갈라진 참나무 틈이 형광등 아래 하얗게 벌어지고, 그 안쪽에서 검은 분필가루가 실금처럼 기어 나왔다. 권마루는 손을 떼더니 교장실 문턱으로 달렸다. 문도겸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자 나화진은 그를 때리는 대신 어깨로 밀어 책상 모서리에 박았다. 젖은 시험지 더미가 무너져 공문의 흰 여백을 덮었다. “마루야!” 문도겸의 목소리가 종소리보다 먼저 갈라졌다.

나화진은 분필탄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그는 교칙서를 쏘지 않고, 탄을 쥔 손으로 마이크 케이블을 끊어 권마루가 빠져나간 문 쪽으로 길을 열었다. 이세봄의 손끝은 아직 문도겸의 이름 위에서 떨렸고, 삭제 부호는 반쪽짜리 물방울로 남았다. 권마루의 로브 자락이 복도 끝에서 검은 운동장 빛 속으로 사라지자, 천장 종의 추가 한 번 더 크게 흔들리고 분필가루가 문턱 너머로 길게 끌려갔다.
シーン 22

지워지는 첫 장난

지워지는 첫 장난
場所
흑칠판 오벨리스크 운동장
時間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직전, 새벽빛이 운동장 유리창 위에 걸린 순간
出来事
권마루가 교장실 문턱을 박차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흑칠판 오벨리스크 앞에 손바닥을 댄다. 그는 새 교칙을 쓰라는 문도겸의 외침을 무시하고, 처음 자기가 썼던 “지각하면 그림자가 청소한다”는 문장을 손으로 문질러 지우기 시작한다. 문장이 벗겨질 때마다 검은 분필가루가 권마루의 살갗에 박히고, 나화진의 갈라진 회초리에는 금이 더 깊게 번진다. 나화진은 무릎을 꿇으면서도 마지막 분필탄을 오벨리스크가 아니라 권마루에게 던져, 그것을 흰 가루 지우개처럼 쓰게 한다.
影響
던전의 핵심 규칙을 끊는 방법이 처벌이나 파괴가 아니라, 처음 만든 학생이 직접 지우는 행위임이 드러난다. 나화진은 마지막 탄을 무기로 쓰지 않음으로써 교칙서가 요구하던 징계 장면에서 한 걸음 더 벗어난다. 권마루는 더 이상 문도겸의 예언자가 아니라 자기 낙서의 대가를 몸으로 치르는 학생이 된다. 오벨리스크의 첫 문장이 흐려지며 빗자루를 끌던 그림자들이 주인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다음 장면에서 이세봄의 선택과 문도겸의 저항이 직접 맞물릴 준비가 된다.
권마루가 검게 젖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흑칠판 오벨리스크에 손바닥을 내리눌렀다. 흐린 초가을 하늘 아래 기둥 표면에는 “지각하면 그림자가 청소한다”는 삐뚤어진 문장이 손톱자국처럼 남아 있었고, 첫 글자 아래로 검은 가루가 피처럼 번졌다. 문도겸이 뒤에서 달려오며 “쓰라고 했지, 지우라고 안 했어!” 하고 외쳤지만, 권마루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손바닥을 문질렀다. 글자 하나가 뭉개지자 운동장 선이 꿈틀거렸고, 복도 쪽에서 빗자루 끄는 그림자들이 일제히 멈췄다.

나화진은 회초리를 짚고 버티다 무릎을 꿇었다. 참나무 속 금이 손잡이까지 번지며 마른 가지 부러지는 소리를 냈고, 그의 손목 안쪽 도장은 검게 번졌다. 이세봄이 출석부를 품에 안은 채 문도겸의 앞을 막아섰지만, 문도겸은 어깨로 그녀를 밀치고 권마루에게 달려들었다. 나화진은 마지막 분필탄의 안전핀을 뽑지 않았다. 그는 탄을 권마루의 발치로 굴려 보냈다. “터뜨리지 마. 깨서 문질러.”

권마루가 분필탄을 운동장 돌에 내리쳐 깨뜨리자 흰 가루가 손바닥에 묻었다. 그는 검은 문장 위를 다시 밀었고, 흰 가루와 검은 가루가 섞여 오벨리스크 표면에 회색 자국을 냈다. 글자의 허리가 끊어질 때마다 멀리 교장실 천장 종이 울리지 못한 채 흔들렸고, 빗자루였던 그림자 하나가 복도 바닥에서 떨어져 주인의 발밑으로 기어갔다. 문도겸은 권마루의 어깨를 붙잡기 직전 멈췄고, 그의 손가락 끝에는 카레 얼룩이 말라붙어 있었다. 오벨리스크에는 이제 “지각하면 그림자가”까지만 남아, 젖은 칠판처럼 희미하게 번졌다.
シーン 23

삭제 부호 대신 그림자

삭제 부호 대신 그림자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문턱
時間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직전, 권마루가 오벨리스크의 첫 문장을 지우는 동안
出来事
문도겸이 권마루를 막으려고 교장실 문턱으로 몸을 던지고, 나화진이 그를 붙잡아 마이크 케이블과 젖은 시험지 더미 사이로 끌어내린다. 이세봄은 펼쳐진 출석부 위에서 문도겸의 이름에 물방울 모양 삭제 부호를 완성하려 하지만, 마지막 획을 긋기 직전에 손을 멈춘다. 대신 그녀는 자기 이름 옆 결석 사유란에 “그림자 회수”라고 적고, 복도 청소부로 빼앗겼던 그림자를 불러와 문도겸의 발목을 붙든다.
影響
이세봄은 문도겸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고 모두의 기억에서 지우는 쉬운 해결을 포기한다. 문도겸은 삭제되지 않고, 출석부 안의 이름으로 남은 채 붙잡힌다. 나화진은 처벌이나 퇴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학생을 멈출 수 있다는 길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다음 순간 문도겸이 자기 이름을 견디도록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문도겸이 교장실 문턱을 박차고 튀어나가자 나화진은 그의 허리를 잡아 젖은 시험지 더미 위로 함께 넘어졌다. 높은 천장의 종 추가 크게 흔들렸고, 벽과 책장에 내려앉은 종 그림자가 두 사람의 몸 위로 흑갈색 얼룩처럼 찢어졌다. 문도겸은 팔꿈치로 나화진의 턱을 밀어내며 운동장 쪽으로 기어가려 했고, 마이크 케이블이 그의 손목에 감겨 바닥을 긁었다. “비켜. 저 자식이 지우면 끝이라고.” 나화진은 회초리를 들지 않고 케이블을 자기 팔에 감아 당겼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무릎으로 눌렀다. 문도겸의 이름 위에는 반쯤 그어진 물방울 삭제 부호가 젖은 잉크처럼 떨렸고, 그녀의 손톱은 마지막 획을 긋기 위해 종이 모서리를 두드렸다. 문도겸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웃으려다 실패한 입매가 카레 얼룩 묻은 넥타이 위에서 굳었다. “그어. 네가 원하던 거잖아.” 이세봄은 왼손 소매를 세 번 접지 않았다. 그녀는 펜촉을 문도겸의 이름에서 떼어 자기 이름 옆 빈칸으로 옮기고, 작게 눌러 썼다. “그림자 회수.”

복도 끝에서 빗자루 하나가 쓰러졌다. 까맣고 납작한 그림자가 바닥의 끊긴 분필선을 넘어 이세봄의 발밑으로 기어오더니, 곧장 문도겸의 발목을 휘감았다. 문도겸은 발을 빼려 했지만 그림자는 해골 완장보다 단단하게 그의 구두끈을 물고 놓지 않았다. 나화진은 그 틈에 문도겸의 어깨를 눌러 문턱 안쪽으로 밀어 넣었고, 출석부의 삭제 부호는 완성되지 못한 물방울로 남았다. 운동장 쪽에서 검은 분필가루가 한 번 크게 일었고, 교장실 바닥에는 돌아온 그림자 하나가 사람 발 모양으로 길게 붙었다.
シーン 24

왕좌 없는 국자

왕좌 없는 국자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 문턱과 종 아래
時間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직전, 권마루가 오벨리스크의 첫 문장을 거의 지운 순간
出来事
백윤서의 갈라진 목소리가 출석부와 교칙서 사이에서 학생 이름들을 끝까지 부르는 동안, 문도겸은 이세봄의 그림자에 발목이 붙들린 채 교장실 문턱으로 끌려온다. 그는 자기 이름이 불리기 직전 도망치거나 웃어넘기는 대신, 급식실 은솥 왕좌에서 가져온 찌그러진 국자를 종 쪽으로 던진다. 국자는 종의 추를 정확히 빗겨 때리고, 세 번째 울림은 터지지 못한 채 천장에 금만 남긴다.
影響
문도겸은 더 이상 왕좌와 완장 뒤에 숨지 못하고, 자기 이름이 불리는 자리에 남는다. 이세봄은 그를 지우지 않고 붙들었고, 문도겸은 처음으로 자기 손에 남은 왕국의 물건을 명령이 아니라 중단을 위해 쓴다. 종이 완전히 울리지 않으면서 나화진은 마지막 장면에서 문도겸을 처벌할지, 다른 방식으로 출석시킬지 선택할 몇 초를 얻는다.
문도겸은 이세봄의 그림자에 발목이 묶인 채 젖은 시험지 교장실 문턱을 손톱으로 긁어 버텼다. 바닥 나무판 사이의 흰 분필선은 그의 무릎 아래에서 끊겨 있었고, 천장 종의 그림자는 책장과 낡은 교장 책상 위로 길게 흔들렸다. 백윤서는 교칙서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분필을 씹은 듯한 목소리로 학생 이름을 하나씩 끝까지 불렀다. 권마루의 손바닥에서 묻어 온 흰 가루가 문턱까지 흘러와 검은 발자국을 덮었다.

“문……도……” 백윤서의 목소리가 찢어지자 문도겸은 웃으려다 목덜미를 긁던 손을 멈췄다. 이세봄은 출석부를 품에 안고 그림자를 더 세게 당겼지만, 삭제 부호의 마지막 획은 끝내 긋지 않았다. 문도겸은 허리춤에서 카레 얼룩이 말라붙은 찌그러진 국자를 꺼냈다. 나화진이 한 발 다가서자 문도겸은 국자를 나화진에게 겨누지 않고 천장 종의 추를 향해 던졌다. 국자가 쇠를 스치며 맞자 종은 울리지 못하고 옆으로 비틀렸고, 천장에 붙어 있던 젖은 답안지 몇 장이 빗물 맞은 낙엽처럼 떨어졌다.

백윤서는 그 틈을 물고 마지막 글자를 밀어냈다. “……겸.” 문도겸은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해골 완장은 불에 탄 종이처럼 손목에서 부서져 바닥에 흩어졌다. 이세봄의 그림자는 그의 발목을 놓지 않았지만 더 이상 끌어당기지도 않았다. 나화진은 갈라진 회초리를 손에 쥔 채 문도겸 앞에 섰고, 찌그러진 국자는 종 아래에서 한 번 더 굴러 멈췄다.
シーン 25

부러진 회초리의 출석

부러진 회초리의 출석
場所
젖은 시험지 교장실과 흑칠판 오벨리스크 운동장이 맞물린 문턱
時間
세 번째 종이 울리기 직전, 새벽빛이 학교 유리에 닿기 시작한 순간
出来事
나화진은 교칙서가 붉게 띄운 “정당한 징계” 앞에서 문도겸을 때리지 않고, 갈라진 참나무 회초리를 자기 무릎에 대고 꺾는다. 이세봄은 돌아온 그림자로 문도겸의 발목을 붙든 채 출석부를 놓지 않고, 권마루는 오벨리스크의 마지막 검은 문장을 흰 가루 묻은 손으로 지워 낸다. 문도겸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자기 이름이 불리는 순간 도망치지 않고 “네”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과 동시에 교칙서의 붉은 문장이 찢기듯 흐려지고, 오벨리스크 표면이 검은 껍질처럼 벗겨진다.
影響
나화진은 국가가 부여한 체벌권을 무기로 완성하지 않고 스스로 부러뜨려, 교칙서가 새 처벌 조항을 만들 대상을 잃게 만든다. 문도겸은 퇴학이나 삭제가 아니라 출석으로 학교 안에 다시 붙들리고, 이세봄은 그를 지우지 않은 선택의 결과를 자기 그림자로 감당한다. 권마루가 첫 교칙을 지우면서 그림자들은 주인에게 돌아오고, 학교는 완전히 깨끗해지지는 않지만 던전의 핵심 규칙에서 풀려난다. 이 장면은 처벌로 끝나야 할 보스전을 출석 대답으로 마무리하며, 해원마법고의 아침을 상처째 되돌린다.
나화진은 붉은 문장 앞에서 갈라진 회초리를 자기 무릎에 내리눌렀다. 젖은 시험지 교장실의 형광등이 한 번 길게 떨리고, 천장 종 아래로 늘어진 그림자가 책장과 바닥을 가로질렀다. 교칙서는 허공에서 “정당한 징계”를 피처럼 번쩍였고, 문도겸은 이세봄의 그림자에 발목을 잡힌 채 이를 악물었다. 권마루는 문턱 너머 운동장의 오벨리스크에 붙어 마지막 글자를 문질렀고, 그의 손바닥에서는 검은 가루와 흰 분필가루가 진흙처럼 뭉쳤다. 나화진은 문도겸을 보며 말했다. “맞을 차례 아니야. 대답할 차례야.”

문도겸이 몸을 비틀자 이세봄의 그림자가 발목을 한 번 더 감았다. 이세봄은 출석부의 삭제 부호 위에 손바닥을 얹어 더 번지지 못하게 눌렀고, 손톱 끝으로 책등을 두드렸다. “도망가면 진짜 지울 거야.” 문도겸은 웃으려다 실패했고, 목덜미를 긁던 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때 나화진이 회초리를 무릎에 대고 꺾었다. 마른 나무 터지는 소리가 교장실을 쳤고, 교칙서의 붉은 문장이 먹이를 잃은 벌레처럼 페이지 사이로 오그라들었다.

나화진은 부러진 회초리 두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고 맨손으로 문도겸의 멱살을 잡아 교장실 나무판 위에 앉혔다. 운동장 쪽에서 권마루가 마지막 글자를 지우자 오벨리스크의 검은 표면이 칠판 껍질처럼 벗겨져 젖은 흙 위로 떨어졌다. 나화진이 출석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이세봄은 문도겸의 이름을 끝까지 짚었다. 문도겸은 숨을 삼키고, 작게 대답했다. “네.” 그 한 음절 뒤로 복도 바닥을 쓸던 그림자들이 빗자루를 놓고 주인들의 발밑으로 기어 돌아왔고, 새벽빛이 교장실 유리 위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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