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이후 건설된 지하 도시 에덴, 그곳의 식량 배급 관리자로 살아가는 전직 용병 차강혁의 하루는 늘 똑같았다. 과거 민간군사기업 소속으로 피비린내 나는 분쟁 지역을 전전했던 그는, 이제 낡은 배급표의 잉크 냄새와 함께 죽은 아내와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무료한 일상을 견뎠다. 에덴의 유일한 규칙인 '과거를 묻지 말 것'은 그에게 편리한 가면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눈에 배급 목록의 가장 마지막 줄에 적힌 익숙한 이름이 박혀들었다. '서지수'. 세상이 무너지기 직전, 의문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었던 아내의 이름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 속에서 강혁은 직감했다. 이 지옥 같은 안식처 어딘가에 아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실이, 그리고 그 원수가 숨 쉬고 있음을. 그는 에덴의 금기를 깨고 피의 복수를 다짐하며, 배급표에 적힌 거주 구역 번호 ‘M-07’로 향했다. 그곳은 에덴의 의료 구역, 의사 서은우가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곳이었다.
강혁은 M-07 구역에서 ‘서지수’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여성이 최근 사망 처리되었으며, 시신은 의료 폐기물로 분류되어 소각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단순한 행정 착오라고 하기엔 모든 것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강혁의 용병 시절 본능이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의료 구역 총괄 의사인 서은우가 있음을 가리켰다. 그는 서은우에게 접근하기 위해 정보가 필요했고, 에덴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통신 관리자 한설아를 찾아간다. 처음 한설아는 동생을 찾기 위해 시스템을 몰래 뒤지는 자신의 비밀을 들킬까 두려워 강혁의 무모한 제안을 비웃으며 거절한다. 하지만 아내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된 강혁의 집요함과, 그의 과거 PMC 경력이 어쩌면 동생의 마지막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한 희망에 결국 손을 잡게 된다. 그녀는 강혁에게 서은우의 의료 기록 접근 권한을 해킹해주고, 에덴의 숨겨진 통신망과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백도어를 제공한다.
한설아의 도움으로 서은우의 개인 연구 기록에 접근한 강혁은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서은우는 종말 이전, 아내 서지수가 감염되었던 바로 그 바이러스의 개발자였다. 그는 인류의 진화를 앞당긴다는 명목으로 변이 바이러스를 연구했고, 아내의 회사는 그 연구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였다. 재앙이 터지자 서은우는 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진 극소수의 '선택된 자'들만 데리고 에덴을 건설했으며, 아내의 이름 '서지수'는 그가 과거의 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와 시스템에 입력하면서 남은 흔적일 뿐이었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그가 에덴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몰래 임상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량에 미량의 변이 인자를 섞어 그 반응을 관찰하고, 부작용을 보이는 이들은 '사망'으로 위장해 자신의 비밀 연구실로 끌고 가 실험체로 쓰고 있었다. 강혁의 아내는 그의 위대한 연구를 위한 수많은 희생양 중 첫 번째였을 뿐이었다. 분노에 찬 강혁은 서은우를 직접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한설아는 서은우의 만행을 에덴 전체에 폭로하여 그의 왕국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강혁은 한설아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에덴의 가장 깊숙한 곳, 지도에도 없는 서은우의 비밀 연구실로 침투한다. 그곳에서 그는 아직 살아있는 실험체들과, 그들 사이에서 겁에 질린 채 갇혀 있는 한설아의 남동생을 발견한다. 남동생 역시 서은우의 실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혁이 남동생을 구출하려는 순간, 모든 것은 서은우가 파놓은 함정이었음이 드러난다. 서은우는 강혁의 PMC 시절 전투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고, 강혁의 뛰어난 신체 능력과 생존 본능이야말로 자신의 연구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 즉 '완벽한 숙주'의 표본이라 여겼다. 서은우는 연구실의 모든 문을 봉쇄하고 강화 가스를 살포하며 강혁을 생포하려 들고, 강혁은 용병 시절의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서은우가 풀어놓은 경비 병력과 변이된 실험체들을 상대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연구실에서 강혁이 고립된 사이, 한설아는 서은우의 모든 범죄 증거를 에덴의 중앙 방송 시스템으로 송출한다. 자신들이 실험용 쥐처럼 취급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주민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서은우가 구축한 철권 통치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혼란을 틈타 한설아는 연구실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여 강혁과 남동생이 탈출할 경로를 확보한다. 폭도들이 의료 구역으로 몰려드는 아비규환 속에서, 강혁은 마침내 서은우를 마주한다. 서은우는 자신의 연구 데이터가 담긴 하드 드라이브를 든 채, “네 아내는 인류 진화의 거름이 된 것뿐이다. 너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라며 광기 어린 조소를 짓는다. 강혁은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다가가, 아내의 사진이 담긴 낡은 로켓을 그의 심장에 박아 넣는다. 그는 복수를 완성했지만, 아내의 죽음이 인류를 구원하려던 한 천재의 뒤틀린 신념에서 비롯된 비극이었음을 깨닫고 깊은 허무감에 휩싸인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에덴은 서은우의 통제에서 벗어났지만 동시에 구심점을 잃고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식량 분배 시스템은 마비되고, 구역 간의 갈등은 내전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한설아는 동생과 함께 지상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강혁은 거절한다. 그는 아내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비극의 끝을, 자신이 망가뜨린 이 작은 세계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시 묵묵히 식량 배급 관리자의 자리로 돌아가,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움을 시작한다. 한설아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다, 결국 동생의 손을 잡고 에덴의 출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굳게 닫혔던 에덴의 문이 열리고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강혁은 어둠 속에 남아 총을 고쳐 잡는다. 복수는 끝났지만, 그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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