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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소/시간, 시대 :
이 이야기는 현재의 서울 한복판, 1970년대에 지어진 낡은 대학 기숙사에서 펼쳐진다. 기숙사는 도심의 새로운 빌딩들 사이에 홀로 남아, 세월의 먼지와 함께 과거의 비밀을 품고 있다. 시간대는 주로 늦은 밤과 새벽,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이 배경으로, 어둠과 고요함이 공간을 지배한다. 각 인물의 일상은 21세기 초반의 대학생답게 스마트폰과 노트북, 커피와 같은 현대적인 소품에 둘러싸여 있지만, 기숙사의 내부에는 오래된 나무 바닥, 삐걱거리는 계단, 두터운 벽과 빛바랜 벽지,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마치 시간에 갇힌 듯한 이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세계관의 중요한 규칙과 그것이 스토리에 미치는 영향 :
이 기숙사에는 ‘소리’와 ‘침묵’에 얽힌 미묘한 규칙이 있다. 밤이 깊을수록, 혹은 감정이 고조될수록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낮은 목소리의 속삭임이 공간을 채운다. 누군가 금기된 사랑이나 과거의 죄를 고백하면, 그 속삭임은 점점 현실로 스며들어 초자연적인 존재(그림자)를 불러일으킨다. 기숙사에 사는 이들은 각자 자신의 마음속 금기와 마주해야 하며, 진실을 외면하거나 감정을 억누를수록 그림자는 더욱 강해진다. 이 세계에서는 ‘진심을 마주하는 것’이 유일한 구원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감정의 억압과 고백, 그리고 사랑과 집착이 교차할 때마다 현실과 악몽의 경계가 무너진다.
3. 세계관의 시각적 묘사 :
기숙사는 밤이면 어둡고 축축한 공기로 가득 차며, 복도 끝에는 오래된 형광등이 깜빡인다. 창문 너머로는 도심의 불빛이 흐릿하게 번지고, 빗방울이 창틀을 타고 흐른다. 각 방에는 주인들의 개성이 묻어난 소품들이 자리하지만, 곳곳에 미처 지워지지 않은 낙서와 오래된 사진, 필름카메라에서 뽑은 흑백 인화지들이 섞여 있다. 마테우시의 방에는 그의 예술 작품과 낯선 언어로 적힌 메모, 그리고 폴란드와 한국의 문화가 혼재된 소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시원의 공간은 책과 노트북, 커피잔,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감싸고, 카즈키의 공간은 정갈한 노트와 진한 잉크 냄새, 일본식 소품이 조용히 방을 채운다. 밤에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거울이나 창문을 통해 현실과 악몽이 겹쳐 보이는 순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4.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주목할 만한 기술이나 철학 :
이 세계관에는 ‘기억과 감정의 힘’이 초자연적 현상을 일으키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한다. 각 인물의 트라우마, 금기, 그리고 고백이 기숙사의 어둠을 깨우고, 그 감정의 진폭에 따라 현실이 뒤틀린다. 폴란드어, 일본어, 한국어 등 서로 다른 언어의 혼재는 ‘이방인’의 정체성, 소외감, 그리고 연결에 대한 갈망을 상징한다. 또, 예술(그림, 시, 사진)과 심리학은 이 세계에서 감정을 해석하고, 상처를 드러내거나 숨기는 매개체로 쓰인다. 이곳의 철학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와, 그로 인한 대가’를 중심축으로 하며, 사랑과 공포, 집착과 해방, 금기와 해원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인물들을 시험한다.
이처럼 서울 도심의 오래된 기숙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감정과 과거, 그리고 금기의 그림자가 실체를 얻어 살아 숨 쉬는 미지의 세계다. 이곳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사랑과 공포, 그리고 초자연적 금기의 이야기가, 세 인물의 치명적인 관계와 함께 독자들을 끝까지 끌어당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