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 소설의 공작가 후계자에게 빙의한 독자는 금화로 가득한 금고와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마법학교를 수석 졸업한 주인공의 삶에 들뜨지만, 첫 용 사냥에서 주문 발음을 틀려 짐수레를 태운다. 원작에서 이름조차 없던 견습 기사가 용의 공격을 막아 새 영웅이 된 뒤 그는 공적을 빼앗길 때마다 후방으로 밀려나 부러진 바퀴를 붙드는 짐꾼이 되고, 자기 돈으로 산 식량까지 영웅의 부대에 넘겨준 끝에 폭설 속에서 버려진다. 그는 처벌받던 고블린 길잡이를 풀어 주고 함께 빈 밀가루 포대로 발을 감싸 폐광까지 기어가지만, 마지막 장작을 난로에 넣는 순간 새 영웅이 이끄는 추격대가 공작가의 탈영자를 내놓으라며 문을 도끼로 찍는다. 후계자는 갱도에 남은 발파용 가루로 문 앞을 무너뜨려 추격대를 막고, 길잡이가 부러진 곡괭이로 반대편 통로를 파는 동안 천장에서 떨어지는 더운 물과 젖은 용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무너진 출입구 너머에서는 영웅과 병사들이 살려 달라며 돌을 두드리고, 안쪽에서는 잠에서 깬 용이 숨을 들이마셔 난로의 불꽃을 잡아당긴다—후계자가 잔해를 걷어 적들을 들이거나 그들 위로 물길을 터뜨릴 시간은 다음 숨 한 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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