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생산기가 멎은 순간, 아르테미스 농업 돔의 조명이 푸른색으로 꺼지고 주민들의 호흡이 한꺼번에 거칠어진다. 윤서진은 토양 실험 온실에서 균열 난 외벽을 감싼 검은 덩굴의 뿌리를 확인하다가, 지구에서 도착한 씨앗 상자 안에 덩굴 표본만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상자를 보낸 이태주는 통신으로 자신이 금지된 생체 표본을 섞었다고 털어놓고, 윤서진에게 덩굴이 균열을 봉합하며 산소를 내놓는 대신 사람의 체온을 흡수한다고 경고한다. 윤서진은 그를 욕하는 대신 상자를 바닥에 내리쳐 뿌리의 방향을 바꾸려 하지만, 덩굴은 이미 온실 바깥 배수관을 타고 주거 링으로 번진다.
운영실의 박도겸은 산소 잔량을 19분으로 계산하고 식민지 전체 봉쇄를 준비한다. 윤서진은 온실 안에 남은 윤해온을 데리고 나오려 압력문으로 달려가지만, 해온은 유리 너머에서 비상 차단 레버를 당긴다. 레버가 내려갈 때마다 덩굴의 산소 배출이 줄고, 대신 뿌리에 묶인 주민 몇 명이 바닥에서 풀려난다. 박도겸은 윤서진의 손목을 붙잡아 문 앞에서 막고, 해온의 생체 인증 없이는 봉쇄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서진은 그의 팔을 비틀어 놓고 문을 열려 하지만, 압력 차가 생기며 온실 유리 전체에 금이 간다. 박도겸은 몸으로 레버를 밀어 닫고, 윤서진은 딸과 312명의 주민 사이에서 어느 쪽도 즉시 구하지 못한 채 뒤로 밀려난다.
해온은 덩굴에 발목을 잡힌 채 온실 통로를 기어가며 다른 주민들의 손을 하나씩 확인한다. 그녀는 의식이 흐려진 정비공의 체온을 덩굴에서 떼어내려 칼날을 뿌리 사이에 밀어 넣지만, 뿌리가 조여 오며 자신의 발목에도 검은 자국이 남는다. 해온은 손가락으로 남은 사람 수를 세어 유리 너머의 어머니에게 보이고, 봉쇄 코드를 반복해 입력한다. 윤서진은 그 신호를 구조 요청으로 해석하려 달려가다가, 해온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윤서진은 온실의 보조 통로를 통해 들어가려 하지만 박도겸이 방화 격벽 앞에서 그녀를 가로막는다. 두 사람은 좁은 복도에서 서로의 장비를 빼앗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윤서진은 박도겸의 손에서 봉쇄 승인 장치를 낚아챈다. 박도겸은 17년 전 돔 붕괴 때 문을 늦게 닫아 가족을 잃은 뒤, 다시는 한 사람 때문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털어놓는다. 윤서진은 그의 손을 장치에서 떼어 내며 그 맹세가 이번에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문 안에 가두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맞선다. 그 순간 주거 링의 바닥 열선이 모두 켜지고, 잠들어 있던 주민들의 발밑에서 뿌리가 솟는다.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추고 복도로 달려가 주민들을 깨우지만, 몇 명은 뿌리에 끌려 이미 온실 방향으로 사라진다.
이태주는 지구에서 보낸 긴급 착륙선을 포기하고 화성 통신 중계실에 직접 내려온다. 그는 덩굴의 발송 승인 코드를 들고 운영실에 들어오지만, 윤서진은 그가 가져온 정보보다 몸을 요구한다. 그녀는 이태주의 손목을 붙잡아 온실로 끌고 가고, 박도겸은 그의 목에 작업용 절단기를 겨눈다. 이태주는 덩굴이 단순히 체온을 빼앗는 식물이 아니라, 흡수한 생명체의 맥박과 이동을 따라 뿌리망을 재배치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는 지구에서 실험하던 중 덩굴이 연구자의 손을 놓아 주고 균열 난 배양벽을 먼저 봉합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 뒤 연구자가 다시 다가가자 덩굴이 그를 온실 깊숙이 끌고 갔다고 고백한다. 윤서진은 그의 말이 구조법이 아니라 실패의 반복임을 깨닫고, 이태주에게 직접 뿌리망 안으로 들어가 해온에게 접근하라고 명령한다.
세 사람은 압력문을 열지 않고 온실의 배수관을 따라 기어 들어간다. 윤서진은 화산암의 냉각 균열처럼 갈라지는 뿌리의 방향을 읽고, 이태주는 자신의 체온을 덩굴 가까이에 대어 뿌리의 이동을 유도한다. 덩굴은 이태주의 팔을 감싸며 그를 끌어가고, 박도겸은 안전줄을 잡아당겨 그를 붙든다. 이태주는 줄을 끊으려 하지만 윤서진이 그의 손목을 밟아 막고, 세 사람은 뿌리망 사이에서 서로의 몸을 연결한 채 전진한다. 그들이 해온에게 닿자 해온은 어머니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 쓰러진 정비공의 손을 먼저 덩굴에서 떼어 낸다. 윤서진은 딸의 선택을 보고 절단기를 들어 뿌리를 끊지만, 온실 전체의 산소 기포가 즉시 사라지고 주민들의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박도겸은 해온을 끌어내려 하지만 해온은 레버를 놓지 않는다. 그녀가 손을 떼면 덩굴이 다시 산소를 만들고, 계속 잡고 있으면 봉쇄가 확정되어 온실 안 사람들을 버리게 된다. 윤서진은 해온의 손가락을 레버에서 떼려 하고, 해온은 어머니의 손등을 밀어낸다. 두 사람의 힘겨루기 중 레버가 중간 위치에 걸리며 온실의 두 압력 구역이 동시에 열리기 시작한다. 박도겸은 비상 격벽을 닫으려 달려가지만, 윤서진은 그의 몸을 붙잡고 문 앞에 함께 넘어진다. 박도겸은 그녀를 밀어내는 대신 자신의 어깨를 격벽 틈에 끼워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하고, 온실과 주거 링 사이에 좁은 공기 통로를 만든다. 그 선택으로 그의 어깨가 문에 눌리고 봉쇄 권한은 무효화된다.
이태주는 검은 덩굴의 가장 두꺼운 뿌리로 기어가 자신의 체온을 밀어 넣는다. 덩굴은 그를 온실 중앙으로 끌어당기며 주변 사람들의 발목을 놓고, 동시에 균열 난 외벽 쪽으로 새 뿌리를 뻗는다. 윤서진은 해온에게 레버를 완전히 내리라고 하지 않고, 뿌리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손을 놓으라고 지시한다. 해온은 산소 수치가 아니라 사람들의 맥박을 세며 때를 기다린다. 박도겸은 문틈에서 빠져나와 이태주의 안전줄을 붙잡고, 이태주가 끌려갈수록 줄을 자기 허리에 감는다. 덩굴이 세 사람을 동시에 당기자 윤서진은 절단기로 뿌리를 자르는 대신, 화산재 토양 아래 묻힌 응축수 배수관을 열어 차가운 물을 뿌리망에 쏟아붓는다.
차가운 물에 닿은 뿌리들이 수축하면서 덩굴의 힘이 약해지고, 해온은 그 짧은 틈에 레버를 놓는다. 산소 생산은 멎지만 뿌리들이 사람들의 발목에서 풀린다. 윤서진은 해온을 품에 끌어안고, 박도겸은 문틈을 지탱하다 바닥에 쓰러진다. 이태주는 덩굴에서 풀려나지만 한쪽 팔의 감각을 잃고, 자신이 만든 생명체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윤서진은 그를 때리는 대신 절단기를 건네며 외벽 균열로 뻗은 뿌리를 함께 잘라 달라고 한다. 네 사람은 주민들과 함께 온실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각자 한 줄씩 뿌리를 끊어 덩굴의 산소 주머니를 주거 링의 수동 공기 저장고로 연결한다.
산소는 19분을 버티게 할 만큼 늘어나지 않지만, 차가운 물과 수동 저장고 덕분에 주민들은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 열흘을 버틸 최소량을 확보한다. 박도겸은 자신의 봉쇄 권한을 주민들 앞에서 내려놓고, 앞으로 모든 격리 결정에 현장 주민 세 명의 몸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태주는 지구의 연구기관에 금지 표본과 실패 기록을 공개하고 귀환 자격을 포기한다. 윤서진은 해온의 발목에 남은 검은 자국을 매일 확인하면서도 더는 기록표의 숫자만 고치지 않는다. 해온은 온실 한쪽에 남은 작은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 체온을 빼앗지 않도록 얼음물 관과 얇은 차단막을 둘러 새로운 재배 구역으로 만든다.
며칠 뒤 외벽의 균열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지만 더 벌어지지도 않는다. 검은 덩굴은 사람을 끌고 가지 않는 대신, 차가운 배수관 옆에서 느리게 산소 기포를 내놓는다. 윤서진은 해온과 함께 그 기포가 올라오는 속도를 세고, 해온은 어머니의 기록표에서 틀린 숫자 하나를 찾아 빨간 선을 긋는다. 이번에는 윤서진이 그 선을 지우지 않고, 덩굴과 사람 모두의 체온을 적을 빈칸을 새로 만든다. 돔 밖의 붉은 폭풍은 여전히 유리를 두드리지만, 온실 안에서는 누구도 레버 하나에 한 생명의 값을 맡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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