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초가을, 배봉출은 오금례의 빵집에서 새벽 반죽을 맡는다. 열아홉 견습생이 바라는 것은 화덕 한 칸을 자기 손으로 맡는 일이다. 그러나 오금례가 굽기를 시키려 하면 그는 덜 익힐까 봐 반죽대를 떠나지 못하고, 잘못 구운 빵값을 물을 각오보다 먼저 사과할 말을 준비한다. 마을 씨름판이 열리는 날에도 배봉출은 배달 바구니를 들고 관중 사이를 지난다. 차응복이 주문한 빵을 내밀다 밀려온 사람들을 피하려고 금줄 안으로 들어선 순간, 몸을 풀던 차응복이 그의 허리를 붙잡는다. 떨어지는 바구니를 받으려 몸을 낮춘 배봉출의 어깨에 차응복의 무게가 실리고, 반죽을 접듯 돌아선 발에 우승 후보가 넘어진다. 배봉출은 빵부터 주워 담다가 뒤늦게 차응복에게 사과한다.
사람들이 웃자 차응복은 모래를 털고 배봉출을 일으킨다. 그날 저녁 그는 빵집의 좁은 반죽대 앞을 막아서서, 자기를 넘어뜨린 솜씨로 사흘간 마을 대표를 맡으라고 제안한다. 오금례는 밀가루 외상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부터 묻는다. 차응복이 액수를 쓰는 동안 배봉출은 자기 뒤에서 부푸는 반죽을 돌아본다. 그는 출전이 끝나면 화덕 일을 배워도 되겠느냐고 묻고, 오금례가 “빵 구울 손으로 돌아오면”이라고 답하자 약속을 받아들인다.
새벽부터 문덕수가 뒷계단에서 그를 기다린다. 오른팔을 몸에 붙인 은퇴 장사는 배봉출에게 밀가루 포대를 메우고, 발뒤꿈치가 계단 밖으로 뜰 때마다 지팡이로 돌 모서리를 친다. 배봉출은 힘을 쓰는 것보다 남을 넘어뜨리는 일이 어렵다고 털어놓지만, 문덕수는 포대 하나를 더 가져온다. 훈련 뒤에는 닳은 신발 밑창에 천을 덧대 주면서도 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배봉출은 떨리는 손을 찬물에 담갔다가 반죽에 넣는다. 오금례는 그가 늘어뜨린 반죽을 문덕수 앞에 들고 와, 씨름꾼 하나 만들다가 빵 굽는 손을 잃겠다고 따진다. 문덕수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대꾸하다가 배봉출이 물잔을 두 손으로 받치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문다.
첫날 시합에서 배봉출은 상대 무릎의 헝겊을 보고 먼저 사과한다. 허리를 숙이는 사이 샅바 좋은 자리를 빼앗기고, 버터 냄새가 남은 손으로 겨우 버틴다. 관중석에서 “내일 아침 여섯 개!”라는 주문이 날아오자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펴다가 들려 올라간다. 문덕수의 지팡이가 모래를 치는 순간 그는 발뒤꿈치를 붙이고, 계단에서 포대를 고쳐 멜 때처럼 상대를 몸 가까이 끌어당겨 넘어뜨린다. 오금례는 주문 수량을 적은 뒤에야 그가 일어나는 것을 본다. 차응복은 환하게 손뼉을 치지만, 누군가 “차응복을 넘긴 게 우연이 아니네”라고 외치자 손을 내려 바지에 묻지도 않은 모래를 턴다.
그날 밤 늘어난 주문을 굽느라 배봉출은 화덕 옆에서 졸고, 오금례는 찌그러진 빵을 자기 몫으로 골라 놓는다. 다음 새벽 문덕수가 다시 포대를 내밀자 배봉출은 받지 않는다. 반죽을 끝내고 가겠다고 하자 문덕수는 뒷문을 지팡이로 막는다. 배봉출은 포대 대신 반죽통을 그의 발치에 내려놓는다. “이것도 제가 끝내야 합니다.” 오금례는 두 사람 사이를 지나 장작을 넣고, 문덕수에게 반죽통을 받치라고 시킨다. 그는 왼손으로 통을 붙들고 배봉출이 반죽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날 훈련은 포대 없이 시작한다.
둘째 날 배봉출은 상대가 넘어질 때 팔을 붙잡아 세우려다가 함께 모래에 처박힌다. 승리는 얻지만 손목이 부어 저녁 배달 바구니를 놓친다. 문덕수는 바구니를 왼손으로 들어 주면서도 넘어진 사람까지 책임지려 들지 말라고 쏘아붙인다. 배봉출이 왜 오른팔을 쓰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차응복은 다음 날 대진을 들고 찾아와 배봉출의 부은 손목을 보고 표를 접는다. 그래도 출전을 그만두라는 말은 못 한다. 대신 자기 어깨의 수건을 풀어 손목을 감아 준다. 배봉출이 “제가 계속 이기면 좋으십니까”라고 묻자 차응복은 매듭을 너무 세게 당겼다가 다시 느슨하게 푼다.
마지막 날, 배봉출은 부두 하역반장 탁기섭과 샅바를 잡기 전에 그의 왼팔에 남은 밧줄 자국을 살피고 사과한다. 탁기섭은 그 말을 듣자 샅바를 놓는다. 인부들에게 외상 빵을 나눠 주다 가장 작은 것을 자기 몫으로 챙겼던 그는, 이제 그들이 보는 앞에서 견습생에게 동정받았다고 여긴다. 작업복 소매를 걷은 채 모래판 한가운데로 다시 들어와 빵집 간판을 걸라고 요구한다. 문덕수가 물러서라고 부르자 잠깐 발끝을 돌리지만, 관중석 인부들의 시선에 다시 버틴다.
배봉출은 오금례 쪽으로 내밀던 손을 거두고 자기 품삯만 걸겠다고 한다. 얼마를 받는지도 몰라 묻는 그를 보며 오금례는 연필을 멈춘다. 밀가루와 인부들 외상 사이에 그의 사흘 품삯을 따로 적지만, 탁기섭은 계속 간판을 가리킨다. 오금례는 가까운 빵집으로 돌아가 낮은 발판에 올라 간판을 내린다. 그녀가 무거운 나무판을 안고 돌아오자 관중이 길을 비킨다. 오금례는 그것을 자기 발밑에 놓고 배봉출에게 말한다. “네 품삯은 네가 걸어도 이것을 걸 권리는 없다.”
탁기섭이 간판을 집으려 몸을 굽히자, 팔을 다쳐 쉬고 있는 인부가 빈 빵 바구니를 그 위에 내려놓는다. 다른 인부들도 먹던 빵을 무릎 아래로 내린다. “반장 말 한마디 받자고 내일 우리 먹을 데를 없애려는 거요?” 탁기섭은 바구니를 밀지 못한다. 배봉출은 그 앞을 가로막고, 다치게 할까 걱정한 것이지 봐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어 품삯도 걸지 않겠다고 한다. “오늘 씨름은 하겠습니다. 그 돈은 제가 벌었습니다.” 탁기섭은 한동안 손을 허공에 둔 채 서 있다가 간판에서 물러나 샅바를 집는다.
시합을 다시 시작하기 전 문덕수가 모래판에 들어온다. 그는 배봉출에게 자기 왼쪽 샅바를 잡게 하고, 오른팔로 상대를 받치려다 팔이 올라가지 않는 동작을 보여 준다. 몸이 기울자 배봉출이 붙들려 하지만 문덕수는 왼손을 짚고 스스로 주저앉는다. 옛날 탁기섭을 가르치던 때, 넘어가는 제자를 팔 하나로 되받으려다 어깨를 상했다고 짧게 말한다. 탁기섭은 걷어 올린 소매를 만진다. 문덕수는 이번에는 지팡이로 발을 고쳐 주지 않는다. “붙잡을 자리하고 놓을 자리는 네가 정해라.” 그는 모래를 털고 관중석 뒤로 나간다.
탁기섭은 배봉출을 들고 몰아붙인다. 배봉출은 지팡이 소리를 기다리다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듣는다. 그는 스스로 발을 옮겨 버티고, 포대를 어깨에서 내려놓듯 탁기섭의 무게를 허리 가까이 옮긴다. 탁기섭이 뒤틀어 빠져나오려는 순간 배봉출은 손목으로 붙들어 세우지 않는다. 함께 무릎을 낮추며 다리 샅바를 놓고, 허리 샅바만 잡아 그의 몸이 모래에 닿을 방향을 바꾼다. 탁기섭의 등이 먼저 닿는다. 배봉출도 한쪽 무릎을 찧지만 자기 힘으로 일어난다.
관중이 외치기 전에 탁기섭이 배봉출의 손목을 확인한다. 괜찮다는 답을 듣고서야 내민 손을 잡는다. 그는 간판 대신 빈 바구니를 들어 오금례에게 건네며 내일 아침 빵은 평소 수량대로 달라고 한다. 오금례는 주문을 더 받으려 벌린 입을 닫는다. 오늘 약속한 것까지만 굽겠다고 못 박는다. 차응복은 배봉출의 손을 들어 주다가 자기 이름을 놀리는 소리를 듣지만, 이번에는 내려놓지 않는다.
저녁 빵집에서는 우승 이야기를 할 틈도 없이 다섯 사람이 움직인다. 탁기섭이 간판을 갈고리에 다시 걸고, 차응복은 밀가루 포대를 반죽대 곁에 내려놓은 뒤 약속한 외상 액수를 지운다. 남은 빚은 그대로다. 문덕수는 왼손으로 빵 바구니를 받치고 오금례가 수량을 센다. 배봉출은 자기 품삯으로 빵 하나를 산다. 오금례는 값을 받으며 가장 묵직한 것을 내준다.
배봉출은 빵을 반으로 갈라 문덕수 앞에 놓고, 화덕 한 칸을 맡겨 달라고 다시 청한다. 오금례는 대답 대신 빈 굽기 판을 내민다. 첫 판의 빵 하나가 짙게 그을리자 배봉출은 사과하려다 입을 닫고, 그것을 자기 접시에 옮긴다. 다음 판은 조금 일찍 꺼낸다. 문밖의 간판은 전보다 비뚤게 걸려 있고, 문덕수의 지팡이는 문 옆에 기대어 있다. 배봉출은 누구의 신호도 기다리지 않고 화덕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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