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윤은 성림역 폐쇄 추모일 밤, 세계적 샌드위치 브랜드의 신제품 광고를 찍으러 지하로 내려간다. 그는 초록 조명 아래에서 “오늘의 한 입”을 연습하지만, 카메라 뒤의 오여진은 그의 턱이 굳는 것을 알아본다. 무명 시절에도 도윤은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숨을 못 쉬었고, 여진은 그 모습을 잘라 낸 영상으로 그를 광고계에 데뷔시킨 사람이었다. 플랫폼에는 일당을 받으러 온 통근객 엑스트라들이 샌드위치를 든 채 줄지어 서 있고, 차은솔은 동생의 보청기 수리비가 든 봉투를 주머니에 넣은 채 포장지의 은박 면을 만지작거린다.
“막차가 들어옵니다”라는 낡은 안내 방송이 울리자 모두가 촬영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행 기록상 존재하지 않는 오래된 열차가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오고, 문이 열리자 초록색 조명 박스와 거대한 샌드위치 모형, 엑스트라들이 통째로 객차 안으로 밀려 들어간다. 문이 닫히는 순간, 플랫폼의 조명과 통신이 꺼진다. 열차는 성림역을 벗어나 옛 화물 연결 터널로 돌진한다.
기관실 쪽에서 역무원 제복을 입은 백문태가 나타난다. 그는 객차의 천장 카메라를 향해 “가장 완벽한 한 입이 찍힐 때까지 아무도 내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의 손에는 신호 설비 열쇠와 잘린 광케이블이 들려 있다. 그는 18년 전 성림역 추돌 사고 때 안전 경고를 무시당한 관제 기술자였고, 사고 뒤 책임을 떠안은 사람들 사이에 기도윤의 아버지가 서명한 안전진단 보고서가 있었다고 밝힌다. 도윤이 카메라 앞에서 아버지의 이름과 책임을 말하면 폭파 장치의 정지 암호를 알려 주겠다고 한다.
서판규는 통신실에서 전파 차단기를 켠 채 현장을 통제하려 한다. 그는 외부 구조 요청보다 브랜드 로고가 박힌 영상과 계약서를 먼저 챙긴다. 여진이 카메라를 들고 그를 막아서자, 판규는 그녀의 팔을 밀쳐 벽에 부딪치게 하고 메모리 카드를 빼앗으려 한다. 여진은 카메라를 객차 바닥 아래로 밀어 넣고, 판규의 조카가 과거 안전 점검을 조작한 파일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으로만 흘린다. 판규는 그 말에 흔들리지만, 곧 열차 안의 사람들을 향해 “도윤 씨가 광고를 끝내면 다 해결된다”고 외친다. 승객들은 공포 속에서도 카메라 렌즈를 도윤에게 돌린다.
붉은 신호등이 터널 끝에서 켜지고, 백문태는 선로 전환기 폭파 장치가 90초 뒤 작동한다고 알린다. 열차를 멈추려면 객차 위의 촬영 크레인 붐 끝에 달린 수동 비상 제동기를 당겨야 한다. 하지만 크레인 전원을 끄면 객차의 비상등까지 꺼진다. 도윤은 하네스를 고쳐 매고 지붕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여진은 그의 손목을 붙든다. 그녀는 무명 시절 그가 공황 발작으로 주저앉은 영상을 편집으로 지웠다고 고백한다. 그때 도윤은 자신이 강한 척할 수 있게 됐지만, 자신이 어떤 얼굴로 살아남았는지도 잊었다. 도윤은 여진의 손을 떼어 내지 않고, “이번엔 지우지 마요”라고 말한 뒤 사다리를 오른다.
객차 안에서 차은솔은 샌드위치 포장지의 은박 면과 테이프를 이용해 끊어진 문 센서 사이를 이어 붙인다. 그녀는 비상문 하나를 열 수 있는 열쇠를 갖고 있지만, 문을 열면 뒤쪽 객차의 사람들만 빠져나갈 수 있고 열차의 압력 때문에 앞쪽 객차가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안다. 은솔은 먼저 탈출하라는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열쇠를 오여진에게 맡긴다. 여진은 포장지로 만든 반사판을 들어 어두워진 객차의 통로를 비추고, 아이와 노인을 포함한 승객들을 한 칸씩 뒤로 이동시킨다.
지붕 위의 도윤은 검은 철골 붐을 기어간다.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흰 셔츠가 케이블에 쓸리고, 아래 객차에서는 브랜드용 따뜻한 조명과 형광등이 번갈아 꺼진다. 백문태는 신호실 출입문 앞에서 도윤의 길을 막는다. 그는 도윤에게 폭파 장치를 멈출 수 있는 암호의 앞부분을 말해 주며, 나머지는 아버지의 이름을 대는 대가로만 주겠다고 한다. 도윤은 카메라를 향해 아버지의 이름을 말하는 대신, 그 이름을 단죄의 문장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가 서명한 보고서가 사람을 죽였고, 자신은 그 서명을 모른 척하며 광고 속 안전한 얼굴로 살아왔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백문태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누가 죽는 장면을 남겨야 진실이 된다고 믿습니까?”
백문태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 짧은 침묵에 판규가 통신실에서 뛰쳐나와 백문태를 밀치고 신호실 열쇠를 빼앗는다. 판규는 폭파를 멈추는 대신 현장 서버를 부수려 한다. 여진이 그를 따라 신호실로 들어가 카메라 삼각대로 판규의 팔을 쳐 열쇠를 떨어뜨리고, 은솔은 객차 연결부를 건너와 바닥의 물웅덩이 속에서 열쇠를 먼저 집는다. 판규는 은솔의 발목을 잡아당기지만, 여진이 그의 재킷을 붙들어 벽으로 밀어붙인다. 세 사람은 붉은 신호등 아래에서 서로의 손목과 옷깃을 붙잡고 버틴다.
도윤은 크레인 끝에 닿지만 비상 제동기 레버는 백문태가 당겨 둔 안전핀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백문태는 폭파 장치가 설치된 전환기 쪽으로 몸을 던져 핀을 뽑으려 한다. 도윤은 그를 붙잡는다. 둘은 흔들리는 철골 위에서 매달리고, 아래에서는 판규가 떨어진 열쇠를 향해 기어간다. 백문태는 도윤에게 손을 놓으라고 말한다. 자신이 죽어야 사고의 진실이 뉴스가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도윤은 한 손으로 백문태의 팔을 붙든 채 다른 손으로 하네스 고리를 크레인 케이블에 걸고, 자기 몸을 추처럼 던져 레버를 걷어찬다.
비상 제동기가 내려가며 열차가 터널 바닥을 긁는다. 객차 안의 불이 모두 꺼지고, 사람들은 은솔이 만든 은박 반사판의 희미한 빛만 따라 서로의 어깨를 붙든다. 열차는 붉은 신호등 바로 앞에서 멈춘다. 전환기 폭파 장치는 작동하지 않지만, 도윤의 하네스 고리가 끊어지며 그는 지붕 가장자리로 미끄러진다. 백문태가 그의 손목을 잡고, 아래에서 여진과 은솔이 크레인 사다리를 붙들어 둘이 올라올 길을 만든다. 판규는 어둠 속에서 도망치려다 은솔이 열어 둔 비상문 앞에서 승객들에게 가로막힌다. 그는 처음으로 카메라가 아니라 수백 명의 얼굴을 마주한다.
구조대가 성림역의 유선 회선을 통해 위치를 확인할 때까지, 여진은 카메라를 켠 채 도윤의 떨리는 손과 백문태의 찢어진 제복, 판규의 손목에 묻은 노란 소스 자국을 찍는다. 그녀는 도윤의 공황 발작도, 자신의 편집 흔적도 지우지 않는다. 백문태는 체포되기 전 사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고, 도윤은 아버지의 이름을 다시 말한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요구에 끌려가서가 아니라, 그 이름 뒤에 묻힌 사람들을 꺼내기 위해서다.
며칠 뒤 브랜드는 사건 영상을 광고로 쓰지 못한다. 대신 성림역 재개발 공사장 펜스에는 추돌 사고 희생자들의 이름과 조작된 안전 점검의 책임자들이 적힌다. 도윤은 새 광고 계약을 거절하고, 여진과 함께 그날의 원본 영상을 공개한다. 마지막 장면에는 초록 포장지를 접어 어둠 속 통로를 비추던 은솔의 손과, 멈춘 열차 바닥에 짓눌린 샌드위치가 남는다. 완벽한 한 입은 끝내 찍히지 않았지만, 누구도 화면 밖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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