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얼굴로 먹고사는 사람
1978년 여름, 서울 변두리의 이동식 놀이공원에서 사람 흉내를 내는 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는 삼류 마술 조수는 폐장 직전마다 관람객 한 명이 거울 미로에서 사라지는 일을 덮기 위해 단장 대신 무대에 오른다. 오늘 밤 마지막 공연의 소품은 금 간 토끼 상자, 피 묻은 비둘기 케이지, 그리고 8월 14일 날짜가 적힌 회수되지 않은 입장권 묶음인데, 조수는 그 입장권을 가진 아이들이 모두 같은 회전목마 말 7번 앞에서 사라졌다는 걸 발바닥에 밴 톱밥 냄새 속에서 확인한다. 단장은 조수에게 흰 분장을 더 두껍게 바르고 관객을 웃기라고 밀어붙이지만, 거울 미로 안쪽에서는 조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누군가가 아이의 풍선을 잡고 출구 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첫 북소리가 울린 지금, 조수는 만원짜리 박수갈채를 택해 무대 위로 뛰어들지, 발전기 칼날 스위치를 내려 공원 전체를 암전시키고 관객들 사이로 뛰어들지 당장 몸으로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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