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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オリジナル · 場面 15 · チャプター 5

내 신랑을 내놓으시오

조선 말 장터에서 소를 잡는 여자는 다친 손을 치료하러 온 양반 의원에게 진료비 대신 매일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내고, 의원은 사람들이 뒤엎은 그녀의 좌판을 말없이 다시 세운다. 혼처를 구하던 의원이 그녀의 집에 청홍 보자기를 들고 오자, 문중 사람들은 우물의 두레박을 떼어 가고 장꾼들은 그녀가 만진 고기를 땅에 버린다. 의원이 문중 사당에 갇힌 날, 여자는 혼례용 비단을 찢어 밧줄을 만들고 담을 넘는다. 열린 뒷문 앞에서 의원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다리로 그녀에게 기대고, 횃불을 든 추격자들 반대편 골목에서는 그녀의 어린 동생이 붙잡힌 채 누나를 부른다.

  • 人物 1
  • 場所 6
  • 場面 15
  • あらすじ 2,722字
내 신랑을 내놓으시오 cover image

人物 · Characters

登場人物たち

막례

女性

쇠전거리에서 소를 잡고, 남은 뼈로 국을 끓여 어린 동생과 사는 백정

プロフィール

막례는 쇠전거리의 제 좌판에 의원과 동생을 나란히 앉혀, 누구도 그릇을 엎지 못하는 아침을 만들려 한다. 혼인을 물리면 다시 물을 길을 수 있다는 문중의 말에 빈 물동이를 내밀고 돌아서지만, 의원을 빼내러 간 밤에는 찢은 혼례 비단 한쪽에 의원의 몸이 매달리고 반대편 골목에서 붙잡힌 동생이 자신을 부른다.

손님이 돈을 바닥에 던지면 막례는 동전을 주워 씻은 뒤, 거스름돈만은 손바닥에 올려 준다. 의원의 국그릇에는 고기를 한 점 더 넣으면서도 그가 다친 손의 붕대를 갈아 주려 하면 “밥부터 드시오” 하고 손을 감춘다. 동생에게는 맞서지 말라고 매번 이르지만, 누가 동생의 밥상을 발로 밀면 제 무릎으로 상다리를 받친 채 상대의 이름부터 묻는다.

背景

막례의 어머니는 딸이 더 태어나지 말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을 부르며 도축장에서 쓸 물을 날랐고, 막례는 그 뒤를 작은 물동이로 따라다녔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날에도 고기 받을 장꾼들이 문을 두드리자, 막례는 상복 소매를 묶고 아버지가 쓰던 칼을 꺼냈다. 손을 다쳐 처음 좌판을 비운 날, 의원이 왕진을 왔고 막례는 내밀 진료비가 없어 식은 솥에 다시 불을 지폈다.

描写

막례는 스물일곱의 탄탄한 어깨에 빛바랜 쪽빛 무명저고리를 걸치고, 발목이 드러나는 잿빛 치마 위로 올 굵은 삼베 앞치마를 단단히 묶는다. 검은 머리를 낮게 틀어 올린 얼굴에는 넓은 광대와 짙고 곧은 눈썹이 도드라지고, 다친 손을 감춘 채 상대를 바라보는 눈은 쉽게 내려가지 않지만 국그릇을 내밀 때면 굳게 다문 입가가 조금 풀린다. 손등의 무명 붕대 끝을 늘 저고리 소매 안으로 밀어 넣는 버릇이 있어, 팔을 뻗어도 그 손목만은 몸 가까이 남는다.


あらすじ · Synopsis

あらすじ

막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동생의 솜옷 값을 마련하려고 새벽마다 쇠전거리 좌판을 편다. 소를 잡다 손을 다친 날에도 칼을 놓지 못하자 의원이 찾아와 상처를 씻고, 막례는 진료비 대신 국밥을 내준다. 장꾼들이 의원 앞에서 좌판을 뒤엎은 날, 의원은 흙 묻은 그릇부터 줍고 짧은 상다리 밑에 납작한 돌을 받친다. 막례는 그가 다시 앉을 자리를 닦는다. 며칠 뒤 의원이 청홍 보자기를 들고 오자, 막례는 혼례 날짜보다 동생도 함께 살아도 되는지부터 묻는다. 의원은 대답 대신 밥상에 수저 한 벌을 더 놓는다.

문중은 공동우물의 두레박을 떼어 가고, 장꾼들은 사 간 고기를 막례 앞의 땅에 버린다. 제삿고기 심부름꾼마저 주문을 거두면서도 이미 손질한 고기는 내놓으라고 한다. 막례가 빈 광주리를 돌려주자 그는 좌판에 놓인 의원의 약저울을 집어 간다. 의원은 되찾으러 사당에 올라갔다가 갇힌다. 막례는 관아 문턱에서 해가 기울도록 기다리지만, 관아는 집안일이라며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 그날 밤 막례는 혼례용 비단을 찢어 줄을 꼬고 사당 담을 넘는다. 열린 뒷문까지 의원을 부축해 왔을 때, 반대편 골목에서 막례의 동생이 누나를 부른다. 개울에서 돌아오던 아이의 팔을 문중 사람들이 붙잡고 있다.

의원은 제대로 딛지 못하는 다리로 혼자 서려다 주저앉는다. 막례는 그를 버리고 달려가지도, 동생에게 도망치라고 외치지도 않는다. 비단 줄을 의원의 허리에 감아 제 어깨에 걸고, 동생이 붙잡힌 쪽으로 함께 걸어간다. 문중 어른이 혼인을 물리면 셋 다 집으로 보내겠다고 하자 막례는 동생의 팔부터 놓으라고 한다. 의원도 집으로 돌아갈 테니 아이는 보내라고 거든다. 손이 풀리자 동생은 달아나는 대신 의원의 다른 팔 밑으로 들어온다. 문중은 의원을 다시 사당 안으로 끌어들이고, 막례에게 장날이 밝기 전 좌판을 치우라고 명한다. 돌아온 동생은 비단 줄에 묻은 흙을 털다가 운다. 막례는 늘 하던 “맞서지 마라”는 말 대신, 다음에는 어디서 기다릴지 둘이 정하자고 한다.

이튿날 막례는 장작값을 갚으러 마지막 고기를 내놓는다. 단골이던 장꾼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고기를 밀어내고, 뒤로 돌아와 반값이면 받겠다고 한다. 막례는 고기를 거두지만 그의 어린 아들이 기침하는 소리에 발을 멈춘다. 의원에게 데려가라는 말에 장꾼은 사당 쪽을 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막례는 남은 뼈를 모두 솥에 넣는다. 장사가 아니라 길을 나설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장꾼에게 솥과 좌판을 사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좌판을 헐값에 넘기려던 순간 동생이 받침돌을 빼서 품에 넣는다. 막례는 매매를 멈추고 솥만은 남긴다. 떠나더라도 남의 밥을 얻어먹으며 살지는 않겠다고, 읍내 밖 개울가에서 다시 불을 피울 궁리를 한다.

문중은 의원에게 막례가 물러날 뜻을 정했다며 새 혼처를 내민다. 의원은 혼례 날짜를 묻는 대신 자기 신발을 가져오라고 한다. 문중 어른은 약재함을 열어 침과 약봉지를 하나씩 꺼내 놓고, 이 집을 나가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의원은 함을 닫아 돌려준다. 하지만 문밖에 나서자 다리가 꺾이고, 문중 어른은 그를 붙잡은 채 막례를 불러오게 한다. 사당 마당에 도착한 막례는 의원에게 기대어 살 길이 없어진 것이 두렵다. 의원은 빈손을 펴 보이며 자신도 국값을 벌어야겠다고 한다. 막례는 그의 손에 비단 줄 끝을 쥐여 준다. 둘이 묶여 내려오는 모습을 본 문중은 장꾼에게 수레를 빌려주면 점포 터를 거두겠다고 경고한다.

막례는 동생과 함께 좌판을 분해해 솥을 끌 썰매를 만든다. 빌릴 두레박도, 수레도 없으니 세 사람이 나누어 옮길 수밖에 없다. 의원은 앉은 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동생은 청홍 비단 줄로 판자를 묶는다. 떠나는 아침,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문중 사람들과 와서 밀린 터 값을 받겠다며 솥을 붙든다. 막례는 이미 치른 값을 말하지만 그는 솥 안의 마지막 국까지 쏟으려 한다. 막례가 뜨거운 솥귀를 움켜잡고, 의원이 그와 솥 사이에 몸을 밀어 넣는다. 문중 어른은 의원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빈손으로라도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 의원은 막례를 놓으라는 말 대신, 제 어깨에서 그 손을 직접 떼어 낸다.

실랑이를 보던 장꾼이 아들을 데리고 다가온다. 그는 문중 어른에게 맞서겠다는 말은 못 하고, 막례에게 지난번 돌려보낸 고기 값을 내민다. 막례가 받을 손을 떼지 못하자 동생의 손바닥에 돈을 얹는다. 이어 솥 반대편 귀를 잡는다.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점포를 잃고 싶으냐고 묻자 장꾼은 대답하지 못한 채 손을 놓지 않는다. 네 사람이 솥을 들어 썰매에 내려놓는다. 문중 어른은 끝내 길을 비켜서지만 장꾼에게는 다음 장부터 자리를 비우라고 한다. 막례는 떠나던 썰매를 멈추고, 그에게 개울가 자리가 넓은지 함께 보러 가자고 한다.

읍내 밖에서 첫 국을 끓이는 날, 물은 가까워졌지만 손님은 오지 않는다. 의원은 약재함 없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러 인근 마을을 돌고, 막례는 남은 돈으로 소금과 헝겊을 산다. 장꾼은 점포에서 쫓겨난 물건을 지고 와 처마를 함께 올린다. 며칠 뒤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남의 눈을 피해 고기를 사러 오지만, 막례는 값을 깎아 주지도 문밖으로 쫓아내지도 않는다. 대신 동생이 앉아 있는 밥상을 비켜 지나가라고 한다.

저녁에 의원이 품삯으로 받은 곡식을 안고 돌아온다. 막례는 그의 그릇에 고기를 더 넣으려다 세 그릇에 똑같이 나눈다. 흔들리는 상다리 밑에는 동생이 가져온 납작한 돌이 들어간다. 의원이 붕대를 갈게 손을 달라고 하자 이번에는 감추지 않는다. 동생이 먼저 수저를 들고, 막례는 손을 내준 채 제 밥이 식기 전에 먹는다.


世界観 · World

世界

representative image

設定

전라도 내륙의 가상 고을, 회진현 쇠전거리. 읍내 오일장의 남쪽 끝에 소를 매는 말뚝과 도축 마당이 있고, 그 아래 배수로를 따라 백정들의 집이 붙어 있다. 막례의 좌판은 도축 마당과 장터 사이에 놓인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고기를 사면서도 막례와 옷깃이 닿지 않게 몸을 비튼다.

좌판 뒤에는 동생과 사는 단칸집과 뼈를 고는 아궁이가 있다. 부엌문을 열어 두면 장터에서도 솥뚜껑이 들썩이는 것이 보인다. 북쪽 돌계단 위의 공동우물은 의원의 문중이 보수해 왔고, 그 위로 문중 사당의 기와지붕이 걸린다. 장터에서 사당까지는 빈손으로 금세 오르지만, 물동이를 지고 내려올 때는 젖은 계단마다 발을 골라야 한다.

문중은 장터의 창고와 여러 점포 터도 소유한다. 막례를 단골로 두었던 장꾼조차 다음 장날 제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고기를 돌려준다. 우물을 쓰지 못하면 동생은 읍내 밖 개울까지 가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장터 어귀를 지나므로, 누가 그를 기다리는지 멀리서는 알 수 없다.

時代

갑오개혁 직전인 1893년 늦가을. 신분을 없애야 한다는 소문은 장터에 들어왔지만, 관아의 호적과 마을의 혼처를 고르는 눈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 의원은 먼 고을에서 의술을 익히고 돌아왔으나, 거처와 약재를 대는 돈은 여전히 문중에 기대고 있다.

추수가 끝나 잔치와 제사에 쓸 고기 주문이 몰리는 철이다. 막례에게는 겨울 땔감과 동생의 솜옷 값을 벌 마지막 대목이다. 해가 짧아 장이 파하면 골목은 빠르게 어두워지고, 첫서리 뒤에는 우물가에 흘린 물이 얇게 언다.

ルール

- 이 장터에서 백정은 고기를 팔 수 있지만 다른 장꾼의 밥상에는 허락 없이 앉을 수 없다. 의원이 막례의 좌판에 앉아 국밥을 먹는 순간, 두 사람의 식사는 장터 전체가 지켜보는 일이 된다.

- 문중은 자신들이 보수한 우물의 두레박을 거둘 수 있고, 이웃들은 보복이 두려워 제 두레박을 빌려주지 않는다. 막례가 혼인을 물리지 않으면 국을 끓일 물부터 동생이 먼 길을 오가며 날라야 한다.

- 이 문중은 혼인을 거스르는 성인 자제를 사당에 가두는 일을 집안 훈계로 처리하며, 관아는 고소가 들어와도 즉시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 의원을 꺼내려는 막례는 관아의 답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담을 넘어야 한다.

- 장터의 외상은 매일 값을 치르는 사람에게만 이어진다. 고기가 팔리지 않는 날에도 장작과 소금값은 돌아오므로, 막례는 의원의 국그릇을 채우기 위해 내일 팔 몫까지 솥에 넣게 된다.

技術と哲学

물은 두레박으로 긷고, 뼈는 장작불 위에서 오래 곤다. 국 한 그릇에는 고기뿐 아니라 물을 나른 시간과 밤새 불을 지킨 손이 들어간다. 의원은 침과 약재, 깨끗이 삶은 헝겊으로 막례의 손을 돌본다. 치료를 위한 물과 국을 위한 물은 같은 물동이에서 나오므로, 두레박을 빼앗는 일은 생업과 치료를 함께 끊는다.

문중은 족보와 제사를 근거로 혼인에 간섭하고, 그 뜻을 거스른 집에는 창고와 점포 터를 빌려주지 않는다. 막례의 고기를 몰래 사던 장꾼도 아들이 물려받을 점포 때문에 낮에는 그녀를 외면한다. 제삿고기를 주문하러 온 심부름꾼은 막례의 칼끝을 꼼꼼히 살핀 뒤, 값을 치를 때는 손이 닿지 않도록 돈을 내려놓는다.

막례의 작은 저울과 의원의 약저울은 모두 기울기를 보고 모자란 몫을 더하는 도구다. 의원이 좌판을 세운 뒤 약저울을 그 옆에 놓으면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국을 먹는 사람과 같은 처마 아래 서게 된다. 문중은 그 자리를 없애려 하고, 막례는 동생이 앉을 만큼의 자리부터 남겨 두려 한다.

視覚的描写

빛바랜 남빛 무명, 젖은 흙의 갈색, 사당 담의 누런 회벽이 화면을 채운다. 새벽에는 막례의 솥에서 오른 김이 낮은 처마 밑에 고이고, 장이 열리면 사람들의 무릎 사이로 흩어진다. 도마에는 오래 씻어 희어진 결이 나 있고, 좌판 다리 하나에는 의원이 다시 세울 때 받쳐 넣은 납작한 돌이 남아 있다.

우물의 두레박이 사라진 뒤에도 젖은 줄 자국은 돌턱에 선명하다. 막례는 빈 물동이를 그 자국 옆에 내려놓는다. 위쪽 사당에는 마른 장작이 가지런히 쌓여 있고, 아래쪽 그녀의 아궁이에는 덜 마른 잔가지가 연기를 낸다.

청홍 보자기는 이 거리에서 유난히 선명한 색이다. 혼례용 비단을 찢으면 매끈한 겉면과 달리 가장자리에서 가는 실이 길게 풀린다. 밤의 담 위에서는 붉은 면이 횃불에 드러나고, 푸른 면은 그늘에 잠긴다. 막례가 매듭을 움켜쥘 때마다 손의 낡은 붕대에 비단 올이 달라붙는다.

使用されたKeytalkプロンプト

시각 & 음향
keytalk iconkeytalk icon2뮤지컬 신이 있는
keytalk iconkeytalk icon2클래식 음악이 깔리는

場所 · Locations

舞台となる場所

location 1 image

받침돌 놓인 쇠전거리 좌판

좌판의 짧은 다리 밑에는 한쪽 끝이 반달처럼 깨진 납작한 돌이 끼워져 있고, 칼자국 밴 뼛빛 도마 위로 솥의 김이 흘러 새벽빛을 흩뜨린다. 남빛 무명 소매와 서걱이는 삼베 앞치마가 스치는 처마 아래, 국그릇 놓을 자리와 작은 약저울 놓을 자리가 비좁게 나란하다. 도마 두드리는 박자에 고기 값을 부르고 되묻는 목소리가 뮤지컬의 교창처럼 맞물리고, 배경에는 클래식 현악 사중주의 짧은 반복구가 낮게 깔린다. 흙 묻은 그릇을 거두어 닦은 자리에는 엷은 물테가 남아 있고, 받침돌 위에 바로 선 상판 끝으로 수저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location 2 image

수저 세 벌의 단칸집

낮은 천장 아래 작은 밥상과 보송한 솜이불이 바짝 붙어 있고, 아궁이에서 번진 꿀빛이 상 위에 펼친 청홍 보자기의 매끈한 접힌 선을 밝힌다. 배경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실내악이 낮게 흐르고, 막례가 동생도 함께 살 수 있느냐고 묻는 노래에 의원의 짧은 응답이 포개져 뮤지컬 이중창을 이룬다. 의원이 수저 한 벌을 더 놓으면 세 벌의 자루가 비좁은 상 가장자리에 나란해지고, 막례는 접어 둔 이불을 벽 쪽으로 밀어 앉을 폭을 넓힌다.

location 3 image

두레박 사라진 돌계단 우물

우물의 높은 화강암 돌턱에는 두레박 줄이 갈아 놓은 홈만 남고, 홈을 따라 언 은백색 서리가 한 뼘씩 끊겨 있다. 탁 트인 하늘 아래 날카로운 아침빛이 돌계단의 얇은 얼음을 비추고, 막례가 젖은 줄 자국 옆에 빈 물동이를 내려놓자 속 빈 울림이 계단 아래까지 번진다. 배경의 낮은 첼로 독주 위로 막례가 물을 길을 수 없는 아침을 짧게 부르는 뮤지컬 독창이 흐르며, 노랫말 사이마다 물동이의 울림이 길게 남는다. 막례의 손은 물동이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멎어 있고, 돌턱 안쪽 깊은 곳에서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면만 작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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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줄 걸린 사당 뒷문

사당 뒷문의 벌어진 문짝 위로 청홍 비단 줄이 걸려 있고, 높은 담의 먹빛 기와 아래에서는 횃불이 흔들릴 때마다 부스러진 회벽과 길게 풀린 비단 올이 붉게 드러난다. 문설주에 박힌 나무 가시에 비단 한 올이 팽팽히 걸린 채, 문간을 가로지른 줄이 의원의 허리에서 막례의 어깨까지 이어진다. 배경의 클래식 현악 합주가 짧고 빠른 활놀림으로 고조되고, 담 너머 동생의 부름에 막례의 응답이 포개지며 좁은 뒷문 안팎을 가르는 뮤지컬 중창이 된다.

location 5 image

첫 국 끓는 개울가 처마

갓 엮은 볏짚 처마가 개울을 향해 낮고 넓게 뻗고, 부드러운 저녁 볕 아래 손때 없는 나무 상판에는 맑은 물빛이 가느다란 띠로 흔들린다. 첫 국이 끓는 솥 곁에 놓인 밥상은 한쪽 다리 밑의 납작한 돌로 수평을 잡고, 세 그릇에서 오르는 김이 처마 끝 금빛 이엉 사이로 흩어진다. 배경에는 클라리넷과 바순의 따뜻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막례와 의원과 동생의 뮤지컬 삼중창은 수저를 드는 순서대로 한 목소리씩 잦아든다. 마지막 음이 그친 뒤에도 막례가 내민 손에 붕대를 감는 소리와 수저가 그릇에 닿는 소리가 개울물 소리 가까이 남는다.

location 6 image

場所 6

널판을 걷어 낸 좌판 자리에는 검댕 묻은 솥과 뒤집힌 목재가 놓이고, 흐린 낮빛 아래 흑갈색 흙바닥으로 썰매 밑판을 끈 두 줄의 자국이 패여 있다. 나무 마디에 걸린 대팻밥 사이로 의원이 앉아서 구멍을 뚫는 소리가 끊어져 울리고, 동생은 판자 아래로 청홍 비단 줄을 통과시키며 무릎으로 매듭을 누른다. 배경의 클래식 관현악이 낮은 피치카토에서 차츰 두터워지는 동안, 막례가 옮길 짐을 세는 노래에 의원과 동생이 차례로 응답하는 뮤지컬 삼중창이 포개지고, 세 사람의 손이 검은 솥 둘레에서 번갈아 움직인다.


場面 · Scenes

場面ごとの物語

チャプター 01

シーン 01· 1893년 늦가을, 첫서리가 내린 새벽

솜옷 값과 국 한 그릇

솜옷 값과 국 한 그릇
場所회진현 쇠전거리, 막례의 좌판
時間1893년 늦가을, 첫서리가 내린 새벽
出来事막례는 동생의 솜옷 값에 모자란 동전을 거두고 다친 손으로 칼을 든다. 찾아온 의원이 손을 씻어 싸매는 동안 막례는 치료에 쓰는 물을 바가지로 재어 준다. 솥에 보탤 물을 줄인 막례는 진료비 대신 국밥을 내놓고, 의원은 좌판에 앉아 수저를 든다.
影響치료로 고기 손질이 멎고, 씻는 데 쓴 물만큼 팔 국의 양도 줄어든다. 의원이 백정의 좌판에서 식사를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거래는 장터의 금기를 건드린다. 막례는 돈 대신 내놓은 그릇을 거두지 않는다.

막례는 첫서리 내려앉은 쇠전거리 좌판에 동전을 한 줄로 밀어 놓았다가, 동생의 솜옷 값을 적은 종이 끝까지 닿지 못한 동전들을 거두고 칼을 쥔다. 손에 감은 헝겊이 벌어져 칼자루에 붉은 자국이 묻자 막례는 삼베 앞치마로 자루를 닦고 고기를 다시 당긴다. 낮은 현악 사중주의 반복구에 도마 소리와 처마 밖 흥정이 맞물리고, 막례는 그 박자에 “솜 한 겹, 밥 한 술”을 낮게 얹어 부르다가 칼을 놓는다.

찾아온 의원이 도마 옆에 깨끗한 헝겊을 펼치자, 막례는 손을 소매 안으로 당기며 “물은 이만큼만 쓰시오” 하고 반쯤 찬 바가지를 내민다. 의원은 바가지를 받아 상처 위로 물을 가늘게 붓고, 막례가 다시 칼을 잡으려 하자 젖은 헝겊 대신 마른 헝겊을 손바닥에 대어 감는다. 매듭을 짓기 전 의원이 손가락을 펴 보라는 듯 제 손을 펼치자, 막례도 굽혔던 손가락을 하나씩 편다.

막례는 솥에 부으려던 물에서 치료에 쓴 만큼을 덜고, 싸맨 손을 몸에 붙인 채 다른 손으로 밥과 국을 그릇에 담는다. “진료비는 이것으로 합시다.” 막례가 그릇을 밀자 의원은 옷자락을 걷어 좁은 좌판 앞에 앉는다. 처마 밖에서 “백정 밥상에……” 하는 말이 흘러들지만, 막례는 그릇 가장자리에 묻은 국물만 닦는다. 의원이 수저를 드는 순간 흥정과 도마 소리가 끊기고 현악의 마지막 음도 잦아들며,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국그릇에서 김이 오른다.

シーン 02· 첫 치료를 받은 뒤 다음 장날 아침

다시 앉을 자리

다시 앉을 자리
場所회진현 쇠전거리, 막례의 좌판
時間첫 치료를 받은 뒤 다음 장날 아침
出来事장꾼들이 의원에게 다른 밥상으로 가라며 좌판을 뒤엎는다. 의원은 흙 묻은 그릇을 거두고 막례와 좌판을 일으킨 뒤, 짧은 다리 아래에 깨진 납작돌을 받친다. 막례는 의원을 돌려보내려다 말을 멈추고, 다친 손을 감춘 채 그의 밥자리와 약저울 놓을 틈을 닦아 낸다.
影響고기와 국이 흙바닥에 쏟아져 막례가 동생의 솜옷 값으로 모을 돈이 줄어든다. 막례는 장꾼들의 위협에도 의원의 자리를 없애지 않는다. 다시 세운 좌판에는 국그릇 곁으로 약저울이 올라간다.

다음 장날 아침, 장꾼들이 쇠전거리 처마 아래 앉으려는 의원 앞에서 막례의 좌판을 들어 엎자, 막례는 쏟아지는 도마를 앞치마로 받아 낸다. “양반 앉을 밥상이 따로 있지, 백정하고 겸상인가.” 장꾼 하나가 의원 앞의 그릇까지 밀어 떨어뜨리고, 흙 위로 번진 국물에 고기 몇 점이 박힌다. 막례는 도마를 내려놓고 의원의 소매 끝을 잡아 처마 밖으로 밀며 “오늘은 다른 데서 드시오” 한다.

의원은 물러서는 대신 무릎을 굽혀 흙 묻은 그릇을 포개고, 막례가 붙든 반대쪽 상판을 들어 올린다. 다시 선 좌판이 기울자 의원은 발치의 반달처럼 깨진 납작돌을 집어 짧은 다리 아래 밀어 넣고 상판을 두 번 눌러 본다. 낮게 되살아난 클래식 현악 사중주의 반복구 위로 막례가 “그릇은 씻으면 되지만” 하고 노랫말을 끊자, 의원은 그릇의 흙을 털며 “이것부터 주워 둡시다” 하고 같은 가락으로 받는다.

막례는 의원이 내민 손을 피해 붕대 감은 손을 소매 속에 넣고, 다른 손으로 젖은 행주를 편다. 국그릇 놓을 자리를 닦던 행주가 멎고, 막례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동생의 솜옷 값 종이를 안으로 눌러 넣는다. 이어 막례는 도마를 제 쪽으로 당겨 빈자리를 넓히고, 의원이 내려놓는 작은 약저울 아래까지 행주를 밀어 넣는다. 의원이 다시 앉자 막례는 흙 묻은 그릇 대신 깨끗한 그릇을 그 앞에 놓고 수저 끝을 상 안쪽으로 돌린다.

シーン 03· 좌판이 뒤엎어진 날로부터 며칠 뒤 저녁

세 번째 수저

세 번째 수저
場所쇠전거리 좌판 뒤, 막례와 동생의 단칸집
時間좌판이 뒤엎어진 날로부터 며칠 뒤 저녁
出来事막례는 청홍 보자기를 들고 찾아온 의원을 단칸집에 들이지만, 보자기를 풀기 전에 동생도 함께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의원은 함께 살겠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밥상에 수저 한 벌을 더 놓는다. 막례는 접힌 이불을 벽으로 밀어 세 사람이 앉을 자리를 낸다.
影響막례는 혼인에 동생의 거처와 끼니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직접 내놓는다. 의원이 세 번째 수저를 놓고 막례가 방 안의 자리를 넓히면서, 두 사람 사이의 국밥 거래는 함께 살림을 꾸리겠다는 약속으로 바뀐다.

며칠 뒤 저녁, 막례는 단칸집 문을 밀어 열고 청홍 보자기를 든 의원을 안으로 들인다. 의원이 낮은 문틀 아래로 고개를 숙여 들어와 작은 밥상에 보자기를 내려놓자, 아궁이 불빛이 붉고 푸른 천의 접힌 선을 밝힌다. 막례는 밥상에 놓인 두 벌의 수저를 벌려 보자리가 놓일 틈을 내다가, 보자기를 풀려는 의원의 손 앞에 빈 그릇 하나를 내려놓는다.

“동생도 함께 살아도 되겠소?” 막례는 비단에 손을 대지 않은 채 묻고, 소매 밖으로 나온 붕대 끝을 다시 밀어 넣는다. 낮게 흐르는 바이올린 위로 막례의 물음이 조심스러운 노래가 되어 이어진다. “장터에서야 우리 밥상을 엎어도, 집에서는 그 아이 밥자리가 있어야 하오.” 의원은 보자기의 매듭에서 손을 떼고, 벽 아래 수저통에서 한 벌을 꺼내 빈 그릇 옆에 놓는다.

“함께 삽시다.” 비올라가 내려앉는 가락에 의원의 짧은 응답이 포개지고, 막례는 세 번째 수저가 상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그릇들을 안쪽으로 당긴다. 이어 막례는 밥상에 바짝 붙어 있던 솜이불을 성한 손으로 밀다가 무릎까지 대어 벽 쪽으로 붙인다. 넓어진 방바닥에 막례가 방석 하나를 더 펴고, 의원은 제 앞의 방석을 옮겨 그 옆에 나란히 놓는다.

チャプター 02

シーン 04· 혼인을 약속한 뒤 며칠 지난 늦가을 아침부터 낮까지

물은 아래에 있는데

물은 아래에 있는데
場所두레박 사라진 돌계단 우물과 쇠전거리 좌판
時間혼인을 약속한 뒤 며칠 지난 늦가을 아침부터 낮까지
出来事막례는 두레박이 사라진 우물에서 이웃에게 물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동생을 읍내 밖 개울로 보낸다. 좌판에서는 주문을 취소한 제삿고기 심부름꾼에게 손질한 고기 대신 빈 광주리를 돌려준다. 심부름꾼은 의원의 약저울을 가져가고, 이를 되찾으러 간 의원도 사당에 갇힌다.
影響우물 차단으로 국을 끓이고 붕대를 갈 물을 동생이 먼 개울에서 날라야 한다. 고기 판매까지 막힌 좌판에서 약저울이 사라지고, 의원마저 돌아오지 않는다. 막례가 지켜야 할 것은 끼니뿐 아니라 갇힌 의원의 몸으로 늘어난다.

며칠 뒤 아침, 막례는 두레박이 사라진 우물 돌턱에 빈 물동이를 내려놓고, 줄에 닳은 홈 너머로 몸을 숙인다. 낮은 첼로 독주 사이로 막례가 “물은 아래에 있는데, 한 동이만 빌려 주시오” 하고 짧게 노래하자, 담장 너머 이웃들이 내놓았던 두레박을 안으로 당기고 문을 닫는다. 막례는 물동이를 다시 들어 동생의 등에 얹고, 개울 쪽으로 돌려세운 뒤 느슨한 지게끈을 당겨 묶는다.

좌판으로 돌아온 막례 앞에서 장꾼들이 사 갔던 고기를 흙바닥에 던지고, 제삿고기 심부름꾼은 주문을 거둔다면서도 광주리를 도마 끝에 밀어 붙인다. “제사에는 못 올려도 손질한 것은 내놓아라.” 막례는 고기를 덮은 삼베를 걷지 않고 빈 광주리를 밀어 돌려주지만, 심부름꾼은 광주리 안에 의원의 약저울을 집어넣는다. 막례가 광주리 테를 붙잡자 심부름꾼은 “백정 밥상에 둘 물건이 아니다” 하며 잡아채고, 당겨진 상판 아래에서 받침돌이 비스듬히 밀려난다.

의원이 막례의 벌어진 붕대 끝을 소매 안에 넣어 주고 사당 쪽으로 몸을 돌리자, 막례는 그 소매를 붙들었다가 놓으며 “저울만 가지고 내려오시오” 한다. 해가 처마 끝을 넘도록 의원이 돌아오지 않아 막례가 앞치마를 풀 때, 내려온 심부름꾼이 빈 광주리를 좌판 위에 엎는다. “의원은 사당에 계신다, 집안에서 나오지 말라셨다”는 말에 막례는 풀던 앞치마를 허리에 다시 묶는다. 막례는 저울이 있던 자리에 광주리를 밀어 놓고, 빈손으로 북쪽 돌계단을 향해 처마 밖으로 나선다.

シーン 05· 1893년 늦가을, 해 질 무렵부터 그날 밤까지

혼례 대신 매듭

혼례 대신 매듭
場所관아 문턱에서 단칸집을 거쳐 문중 사당 뒷문까지
時間1893년 늦가을, 해 질 무렵부터 그날 밤까지
出来事막례는 관아에서 해가 지도록 기다리지만 의원의 감금은 집안일이라는 답만 받는다. 단칸집으로 돌아와 혼례용 청홍 비단을 찢어 줄을 꼬고, 그 줄로 사당 담을 넘는다. 다리를 제대로 딛지 못하는 의원을 뒷문까지 부축해 나오던 막례는 문설주에 비단이 걸린 순간 붙잡힌 동생의 부름을 듣는다.
影響관아의 개입이 막히면서 막례는 직접 의원을 데리고 나오는 길을 택한다. 혼례용 비단은 두 사람의 몸을 지탱할 줄로 바뀌지만, 탈출구 앞에서 동생까지 붙잡혀 있음이 드러난다. 막례는 의원을 받친 채 동생이 있는 반대편 골목을 마주하게 된다.

해 질 무렵, 막례는 관아 문턱 안으로 무릎을 밀어 넣었다가 닫혀 오는 문짝을 손바닥으로 받친다. 문 안에서 “집안일이니 돌아가라”는 답이 거듭 나오고, 막례는 문짝 밑에 끼인 앞치마 자락을 빼낸다. 밤이 내려앉은 단칸집에서 막례는 수저 세 벌 곁에 청홍 비단을 펼쳐 가장자리를 이로 물고 길게 찢는다. 낮은 비올라의 반복음 위로 “한 폭은 걷는 데, 한 폭은 받치는 데”라는 노래를 얹으며, 막례는 붕대 감은 손을 무릎으로 눌러 가닥을 꼬고 매듭을 당긴다.

막례는 비단 줄을 사당 담 위로 걸어 당겨 본 뒤, 회벽 틈에 발끝을 박고 올라가 안쪽으로 몸을 내린다. 안에서 빗장을 벗겨 연 뒷문으로 의원을 데려오려 하지만, 의원의 발이 꺾이자 막례는 그의 팔을 제 어깨 위로 넘겨 무릎으로 몸을 받친다. 의원이 붕대 위로 손을 겹치며 “그 손은 쓰지 마시오” 하자, 막례는 성한 손으로 그의 허리춤을 당겨 좁은 문턱을 넘긴다.

현악 합주의 활놀림이 짧아지는 가운데 막례가 뒤로 늘어진 비단 줄을 끌어당기자, 문설주 가시에 걸린 붉은 올이 팽팽하게 늘어난다. 반대편 골목에서 “누나!” 하는 동생의 부름이 터지고, 횃불 아래 물지게를 멘 동생의 팔을 붙든 문중 사람들의 손이 드러난다. 막례는 의원의 팔을 어깨에 걸친 그대로 고개를 돌려 “여기 있다”를 짧은 가락으로 받아 부르고, 비단 올을 풀려던 손을 멈춘다.

シーン 06· 동생이 붙잡힌 그날 밤, 횃불이 켜진 시각

셋이 선 자리

셋이 선 자리
場所문중 사당 뒷문에서 반대편 골목까지
時間동생이 붙잡힌 그날 밤, 횃불이 켜진 시각
出来事막례는 주저앉은 의원의 허리에 비단 줄을 감고 제 어깨에 걸어, 의원을 받친 채 동생에게 다가간다. 혼인을 물리라는 문중 어른에게 동생의 팔부터 놓으라고 요구하고, 의원도 돌아갈 테니 아이를 보내라고 거든다. 풀려난 동생은 의원의 다른 팔 아래로 들어오지만, 문중 사람들은 의원을 다시 사당으로 끌어간다.
影響동생은 풀려나지만 의원의 구출은 막힌다. 문중 어른은 막례에게 장날이 밝기 전까지 좌판을 치우라고 명해 생업의 자리까지 빼앗는다. 막례는 동생을 나무라는 대신 다음에 기다릴 곳을 함께 정하자고 말하며 흙 묻은 비단 줄을 거둔다.

막례는 사당 뒷문 아래 주저앉은 의원의 허리에 청홍 비단 줄을 두르고, 문설주 가시에 걸린 끝을 떼어 제 어깨로 넘긴다. 빠른 현악 합주 위로 골목의 동생이 부르는 “누나, 이쪽이야”와 막례의 “간다, 함께 간다”가 중창으로 맞물리고, 막례는 의원의 팔을 목 뒤에 건 채 횃불 쪽으로 발을 옮긴다. 의원이 붕대 감은 손을 제 가슴 쪽으로 받쳐 올리자 막례는 성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더 당겨 세운다.

문중 어른은 물지게를 멘 동생의 팔을 붙든 채 “백정이 감히 우리 집안과 혼인하겠느냐, 물리겠다고 해라” 하고 길을 막는다. 막례는 의원을 내려놓지 않고 한 걸음 더 다가가 “아이 팔부터 놓으시오” 하고, 의원도 끌리는 발을 당겨 세우며 “돌아갈 테니 아이는 보내십시오” 한다. 풀린 동생은 물지게를 담에 기대 놓고 의원의 다른 팔 아래로 파고들어, 셋의 옷자락이 좁은 골목 한가운데 맞붙는다.

문중 사람들이 의원의 양팔을 잡아당기자 막례는 앞으로 쏠리는 그의 몸을 받치다가 어깨의 줄을 내려 허리 매듭을 풀고, 의원은 문턱 너머로 끌려가면서도 막례의 붕대에서 손을 늦게 뗀다. 문중 어른이 “장날 밝기 전에 좌판도 치워라” 하고 문을 닫자 현악 합주의 짧은 음들이 끊기고, 동생은 흙바닥에 처진 비단 끝을 주워 털다가 소매로 눈을 문지른다. 막례는 동생의 손에서 줄을 받아 감으며 “다음에는 어디서 기다릴지 둘이 정하자” 하고, 길게 풀린 붉은 올을 동생의 손가락 사이에서 하나씩 빼낸다.

チャプター 03

シーン 07· 사당에서 돌아온 이튿날, 좌판을 비워야 하는 아침

뒤에서 부르는 값

뒤에서 부르는 값
場所쇠전거리 좌판의 처마 뒤
時間사당에서 돌아온 이튿날, 좌판을 비워야 하는 아침
出来事막례는 단골 장꾼이 반값을 부르자 마지막 고기를 삼베로 덮어 거둔다. 장꾼의 어린 아들이 기침하자 의원에게 데려가라고 권하지만, 장꾼은 사당 쪽을 보고 고개를 숙인다. 막례는 남은 뼈를 솥에 넣고, 고기 대신 솥과 좌판을 얼마에 사겠느냐고 묻는다.
影響마지막 고기를 팔아 장작값을 갚으려던 거래가 막힌다. 막례는 장사를 이어 갈 도구까지 내놓아 동생과 떠날 돈을 마련하려 한다. 장꾼은 고기를 사러 왔다가 막례의 살림에 값을 매길 자리에 선다.

이튿날 아침, 막례는 처마 뒤로 밀려온 동전을 도마 끝으로 밀어 돌려놓고 마지막 고기를 삼베로 덮는다. 장꾼은 장터 쪽에서는 밀어냈던 고기 꾸러미를 다시 가리키며 “여기서 반값에 주면 가져가겠소” 하고 손을 뻗지만, 막례는 꾸러미를 제 무릎 뒤로 옮긴다. 도마 두드리는 박자도 값을 되묻던 교창도 없는 좌판 아래로, 낮은 현악 사중주의 짧은 반복구만 흐른다.

장꾼의 어린 아들이 아버지 옷자락을 움켜쥐고 기침하자, 막례는 국그릇을 꺼내려다 약저울이 있던 빈자리에서 손을 멈춘다. “의원에게 데려가시오”라는 말에 장꾼은 사당 지붕 쪽으로 눈을 들었다가, 아이의 벌어진 옷깃을 여미며 고개를 숙인다. 막례는 꺼냈던 그릇을 의원이 늘 앉던 자리 앞에 놓고, 그 안에 떨어진 삼베 올 하나를 집어낸다.

첼로가 같은 낮은 음을 되짚는 동안 막례는 남은 뼈를 모두 솥에 넣으며 “고기 값은 절반이라도, 길 나설 돈은 온전히” 하고 짧게 노래한다. 마지막 뼈를 놓은 막례는 붕대 감은 손을 앞치마에 받친 채 “그러면 이 솥하고 좌판은 얼마에 사겠소?” 하고 묻는다. 장꾼의 손이 고기 꾸러미에서 검댕 묻은 솥귀로 옮겨 가자, 막례는 솥뚜껑을 들어 그 손 아래에 내려놓는다.

シーン 08· 좌판을 비워야 하는 날 아침, 뼈를 넣은 솥이 끓기 시작할 무렵

품속으로 들어간 받침돌

품속으로 들어간 받침돌
場所쇠전거리, 받침돌 놓인 좌판
時間좌판을 비워야 하는 날 아침, 뼈를 넣은 솥이 끓기 시작할 무렵
出来事막례는 장꾼이 내놓은 헐값을 받으려 손을 편다. 그때 동생이 짧은 상다리 밑의 받침돌을 빼 품에 넣자 상판이 기울고, 막례는 미끄러지는 그릇과 상판을 붙들며 거래를 중단한다. 막례는 동생에게 개울가의 땅과 그곳까지 가는 길의 너비를 묻고, 솥을 팔지 않고 가져가기로 한다.
影響살림을 팔아 떠날 돈을 마련하려던 거래가 무산된다. 막례에게는 노자 대신 무거운 솥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남지만, 개울가에서 다시 국을 팔 길이 생긴다. 의원이 받쳐 놓았던 돌은 동생의 품에 남고, 의원의 국그릇도 팔 물건에서 빠진다.

막례는 장꾼이 솥뚜껑 위에 세어 놓은 동전을 받으려 손을 펴고, 동생은 그 아래로 쪼그려 앉아 짧은 상다리 밑의 납작돌을 빼낸다. 반달처럼 깨진 돌이 동생의 저고리 안으로 들어가자 상판이 기울고, 막례는 무릎으로 상다리를 받치며 미끄러지는 의원의 국그릇을 붙든다. 솥김 너머 장꾼이 동전을 손끝으로 누르며 “장날 전에 치우라는데, 이 값이라도 받아야지” 한다.

막례는 그릇을 도마 가운데로 옮긴 뒤, 장꾼 쪽으로 솥뚜껑을 밀어 동전을 돌려준다. “솥은 안 팔겠소.” 장꾼이 벌린 손을 거두는 동안 막례는 상판을 받친 채 동생의 옷깃 밖으로 드러난 돌 모서리를 가려 주고, 의원의 그릇을 제 무릎 뒤로 내려놓는다.

낮게 되풀이되던 첼로 위로 비올라가 짧은 가락을 얹자, 막례는 동생에게 “개울 옆은 발이 빠지니, 솥 놓을 마른 땅은 있니” 하고 노래로 묻는다. 동생은 품속의 돌을 한 손으로 받치고 다른 손으로 바닥에 선을 그으며 “버드나무 위는 마르고, 내려가는 길은 이만해” 하고 받아 부른다. 막례는 성한 손을 뻗어 그 선 위에 솥뚜껑을 세워 보고, 동생은 길이 꺾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더 그린다. 막례는 뚜껑을 다시 솥에 덮고, 기울어진 좌판 아래로 제 무릎을 조금 더 밀어 넣는다.

シーン 09· 좌판 매매를 멈춘 날, 해가 기울 무렵

약재함 대신 잡은 것

약재함 대신 잡은 것
場所문중 사당 뒷문에서 공동우물 아래 돌계단까지
時間좌판 매매를 멈춘 날, 해가 기울 무렵
出来事사당으로 불려 간 막례는 약재함을 돌려주고 나온 의원을 뒷문 문턱에서 일으킨다. 의원이 내민 빈손에 청홍 비단 줄을 쥐여 주고, 허리를 받쳐 돌계단을 함께 내려온다. 아래에서 수레를 청하려 하자 문중 어른이 장꾼의 점포 터를 거두겠다고 막는다.
影響의원은 문중의 약재와 거처 없이 막례와 함께 나선다. 막례는 의원의 몸을 받쳐 내려오는 데 성공하지만, 솥과 살림을 옮길 수레까지 차단당한다. 세 사람은 가진 도구로 직접 운반할 길을 찾아야 한다.

해가 기울 무렵, 막례는 사당 뒷문 문턱에 주저앉은 의원의 팔을 제 어깨로 끌어 올린다. 막례를 불러온 문중 어른은 문짝을 붙들고 “새 혼처를 말하니 신발을 가져오라더구나, 약재함도 돌려놓고 백정에게 가겠다면서” 하며 안쪽을 가리킨다. 의원은 문턱을 짚었던 빈손을 막례에게 펴 보이며 “나도 국값을 벌어야겠소” 한다.

막례는 허리춤에서 흙 묻은 청홍 비단 줄을 풀어 의원의 허리를 두르고, 남은 끝을 그 손바닥에 놓아 손가락을 오므려 준다. 의원이 막례의 붕대 감은 손을 줄 아래에서 빼내자, 막례는 성한 손으로 매듭을 당기고 어깨를 더 깊이 들이민다. 낮은 첼로와 비올라가 번갈아 짧은 가락을 잇는 가운데, 막례가 “한 계단만 내려오시오” 하고 노래하면 의원은 발을 옮긴 뒤 “다음 계단도 가겠소” 하고 받아 부른다.

두레박 없는 우물을 지나 마지막 돌계단에 이르자, 막례는 길 아래 장꾼을 향해 수레를 빌려 달라며 손을 든다. 뒤따라온 문중 어른이 “저 백정에게 수레를 내주면 다음 장부터 네 점포 터는 없다” 하고 그 손 너머로 외친다. 장꾼은 수레 쪽으로 돌리던 발을 거두고, 두 사람의 노래 아래 이어지던 현악도 낮은 한 음에 멎는다. 막례는 들었던 손을 내려 의원의 허리 매듭을 고쳐 잡고, 의원의 신발이 마지막 계단을 벗어날 때까지 제 발을 옮기지 않는다.

チャプター 04

シーン 10· 돌계단을 내려온 날 저녁부터 밤까지

밥상을 헐어 만든 길

밥상을 헐어 만든 길
場所쇠전거리, 널판을 걷어 내는 좌판 아래
時間돌계단을 내려온 날 저녁부터 밤까지
出来事막례는 수레 대신 쓸 썰매를 만들려고 좌판의 상판과 다리를 떼어 낸다. 의원은 앉아서 널판에 구멍을 뚫고, 동생은 청홍 비단 줄을 꿰어 판자를 묶는다. 빈 썰매를 끌자 앞판이 흙에 박히고, 세 사람은 묶는 자리를 바꾸어 다시 끈다.
影響국그릇과 약저울을 나란히 놓았던 좌판이 사라지고, 솥을 옮길 썰매가 생긴다. 세 사람은 수레를 빌리지 않고 떠날 수단을 손수 마련한다. 마지막 국솥은 아직 불 위에 남아 있고, 썰매 한가운데에는 솥을 받을 자리가 놓인다.

막례는 처마 아래 좌판을 옆으로 눕히고, 짧은 상다리를 발로 누른 채 상판을 잡아당겨 빼낸다. 저녁빛이 닿은 널판에는 국그릇의 둥근 물테와 약저울을 놓았던 네모난 자국이 나란히 남고, 막례는 그 면을 뒤집어 흙바닥에 펼친다. 앉은 의원이 널판 끝을 무릎으로 고정하자 막례는 붕대 감은 손으로 못을 뽑으려 하고, 의원은 못 대신 나무토막을 그 손 아래 받쳐 준다.

낮게 반복되는 현악 사중주에 맞춰 막례가 “솥 하나, 그릇 셋, 물동이 하나” 하고 옮길 짐을 노래로 세자, 의원은 송곳을 돌리며 “여기 구멍 둘” 하고 받고 동생은 청홍 비단 줄을 꿰며 “이쪽 매듭 둘” 하고 겹쳐 부른다. 막례가 긴 줄까지 잘라 쓰려 하자 의원은 줄 끝을 붙들고 “당신 어깨에 걸 몫은 남깁시다” 하고 노래한다. 막례는 칼을 내려놓고 남긴 줄을 의원의 손과 함께 감아 썰매 앞판에 건다.

막례가 빈 썰매를 당기자 앞판이 흙에 박혀 멎고, 동생이 뒤를 밀려 하자 막례는 손을 들어 멈춘 뒤 앞줄의 매듭을 풀어 더 높은 구멍으로 옮긴다. 다시 당긴 썰매가 문턱 앞까지 미끄러져 나오자, 의원은 앉은 자리에서 양쪽 줄을 번갈아 잡아 기울기를 바로잡는다. 막례는 썰매를 불 가까이 돌려놓고 솥뚜껑으로 너비를 재어 가로목 두 개를 묶은 뒤, 그 가운데에 접은 삼베를 깐다.

シーン 11· 이튿날 아침, 장터가 열리기 전

이미 낸 값

이미 낸 값
場所쇠전거리, 좌판을 헐어 낸 처마 아래
時間이튿날 아침, 장터가 열리기 전
出来事심부름꾼이 문중 사람들을 데려와 밀린 터 값을 요구하며 불에서 내린 국솥을 기울인다. 막례는 값을 치른 날짜를 대고 뜨거운 솥귀를 붙들어 국이 쏟아지는 것을 막는다. 의원은 막례와 심부름꾼 사이로 몸을 밀어 넣는다. 문중 어른이 어깨를 잡아 집으로 끌어가려 하자, 의원은 그 손을 직접 떼어 낸다.
影響떠날 준비를 마친 세 사람은 마지막 국솥을 두고 다시 붙잡힌다. 이미 치른 값을 밝혀도 심부름꾼은 솥을 놓지 않는다. 의원은 문중 어른의 손을 떼어 귀가 요구를 거절하지만, 솥을 썰매에 옮길 손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튿날 아침, 심부름꾼이 문중 사람들을 등지고 불에서 내린 국솥의 한쪽 귀를 들어 올리자 막례가 반대편 솥귀를 맨손으로 낚아챈다. 국물이 검은 테두리까지 밀려오고, 바로 옆 빈 썰매에 깐 삼베 위로 몇 방울 튄다. “지난 초닷새, 장 파하기 전에 냈소.” 막례는 뜨거운 쇠를 잡은 손가락을 펴지 않은 채 발뒤꿈치를 흙에 박는다.

심부름꾼이 “백정이 날짜를 댄다고 빚이 없어지나” 하며 다시 솥을 들자, 의원이 썰매의 가로목을 짚고 일어나 두 사람 사이에 어깨를 밀어 넣는다. 짧게 끊기는 현악 사중주의 반복구 위로 막례가 “초닷새, 해 지기 전” 하고 노래하고, 의원은 솥이 기우는 쪽을 막으며 “이미 낸 값이오” 하고 낮게 받는다. 문중 어른이 의원의 어깨를 움켜쥐어 뒤로 당기자 의원의 성하지 않은 다리가 접히고, 막례가 성한 손을 뻗지만 의원은 먼저 솥 가장자리를 짚어 버틴다.

“빈손으로라도 집에 들어와라.” 문중 어른이 옷깃까지 그러쥐자 의원은 막례 쪽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어 그 손목을 잡는다. 의원은 제 어깨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내리고, 구겨진 옷깃을 그대로 둔 채 다시 막례 곁으로 몸을 돌린다. 막례는 내밀었던 손으로 의원의 팔꿈치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아직 기울어진 솥귀를 놓지 않는다.

シーン 12· 떠나는 날 아침, 솥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어질 때

반대편 솥귀

반대편 솥귀
場所쇠전거리, 좌판을 헐어 낸 처마 아래
時間떠나는 날 아침, 솥을 둘러싼 실랑이가 이어질 때
出来事아들을 데리고 온 장꾼이 돌려보냈던 고기 값을 막례의 동생에게 건네고, 심부름꾼이 붙든 쪽의 솥귀를 잡는다. 문중 어른이 점포를 거두겠다고 위협하지만 장꾼은 손을 놓지 않는다. 막례와 의원, 동생과 장꾼이 함께 솥을 썰매에 내려놓는다. 막례는 떠나려다 썰매를 멈추고, 점포를 잃은 장꾼에게 개울가 터를 함께 보러 가자고 청한다.
影響마지막 국과 솥을 빼앗으려던 문중의 방해가 막히고, 세 사람은 떠날 길을 얻는다. 장꾼은 공개적으로 막례를 도운 대가로 점포를 잃는다. 막례는 그의 도움을 돈으로 갚는 대신, 함께 장사할 자리를 찾아보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장꾼이 아들의 손을 놓고 막례의 동생 손바닥에 동전을 얹자, 막례는 기울어진 솥을 붙든 채 고개를 든다. “돌려보낸 고기 값이오.” 장꾼은 막례에게 내밀었다가 거둔 손으로 접힌 삼베를 집어 반대편 솥귀에 감고, 심부름꾼의 손가락 옆으로 제 손을 밀어 넣는다.

문중 어른이 “백정 솥을 들겠다면 다음 장부터 네 점포는 비워라” 하고 아들 앞을 가로막아도, 장꾼은 솥귀를 당겨 제 쪽으로 바로 세운다. 심부름꾼이 손을 빼자 의원은 막례가 받치던 제 팔을 내려놓고 삼베를 덧댄 솥테를 잡으며, 동생은 받은 동전을 품에 넣고 남은 삼베 끝을 움켜쥔다. 낮은 첼로의 반복음 위로 막례가 “이쪽을 조금만” 하고 부르면 의원이 “함께 내립시다” 하고 받아 부르고, 장꾼과 동생의 짧은 “하나, 둘”이 겹치며 네 사람은 솥을 썰매의 가로목 위에 내려놓는다.

막례가 솥에서 손을 떼자 의원은 줄을 잡기 전에 그 손바닥을 위로 돌려 보고, 막례는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은 채 성한 손으로 앞줄을 어깨에 건다. 문중 어른이 비켜서며 장꾼에게 “다음 장 전이다” 하고 못 박자, 장꾼의 아들은 아버지의 빈 손을 다시 붙잡는다. 막례는 썰매를 처마 밖으로 한 뼘 끌다가 멈춰 돌아서고, 현악이 길게 한 음을 잇는 사이 “개울가가 넓다는데, 당신 물건 놓을 자리도 함께 보러 갑시다” 하고 말한다. 장꾼은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썰매 뒤로 와, 조금 비뚤어진 솥을 가운데로 밀어 놓는다.

チャプター 05

シーン 13· 개울가에 자리를 잡은 첫날, 오후가 기울 무렵

물은 가까운데

물은 가까운데
場所읍내 밖 개울가, 첫 국을 끓이는 임시 처마
時間개울가에 자리를 잡은 첫날, 오후가 기울 무렵
出来事막례는 한 그릇도 팔리지 않은 국솥 아래에서 장작을 빼고, 남은 동전을 소금값과 헝겊값으로 나눈다. 품삯을 구하러 떠나는 의원에게 빈손으로 돌아와도 저녁은 먹으라고 이른다. 쫓겨난 점포의 물건을 지고 온 장꾼과 함께 바람이 들이치는 쪽부터 볏짚 처마를 올린다.
影響가까운 물만으로는 장사를 이어 갈 수 없다는 문제가 드러난다. 막례는 의원의 끼니를 품삯과 맞바꾸지 않고, 장꾼에게는 가져온 물건을 놓을 마른 자리를 내준다. 팔리지 않은 국솥 곁에 함께 쓸 처마가 생긴다.

막례는 개울가의 임시 화덕에서 타던 장작 두 개를 끌어내 젖은 흙에 묻고, 한 번도 국을 담지 못한 빈 그릇들을 포갠다. 가득 채운 물동이 옆에서 동전을 두 무더기로 가르다가, 헝겊값 쪽의 한 닢을 소금값으로 옮기고 소매 밖으로 나온 붕대 끝을 밀어 넣는다. 의원이 지팡이를 짚고 마을 쪽으로 발을 떼자 막례는 솥뚜껑을 덮던 손을 멈추고 “빈손으로 돌아와도 저녁은 드시오” 하고 부른다.

클라리넷이 짧은 가락을 건네고 바순이 낮게 잇는 가운데, 의원은 돌아서서 “내 그릇도 남겨 두시오” 하고 노래한다. 막례는 포갠 그릇에서 하나를 빼 솥 곁에 내려놓고, “국은 여기 있소” 하는 짧은 응답으로 의원을 보낸다. 의원의 지팡이 끝이 둔덕 너머로 사라질 때 장꾼이 새끼줄에 묶은 점포 물건과 거적을 내려놓으며 “터는 비우라더니, 이것까지 밖에 내놓았소” 하고 끊어진 꾸러미 끈을 들어 보인다.

막례가 거적 한쪽을 펼치자 바람이 끝을 뒤집어 국솥 쪽으로 몰고, 막례는 발로 누른 채 장꾼에게 볏짚 단을 먼저 올리라고 손짓한다. 장꾼이 기둥 사이로 가로대를 밀어 넣고 막례가 새끼줄을 당겨 묶는 동안, 두 사람이 번갈아 부르는 “이쪽부터, 바람 드는 쪽부터”가 목관의 가락에 얹힌다. 막례는 마지막 볏짚 단을 낮게 내려 매고, 새로 생긴 그늘 안으로 장꾼의 물건 꾸러미를 끌어 넣는다.

シーン 14· 첫 국을 끓인 지 며칠 뒤, 늦은 오후

밥상은 그대로

밥상은 그대로
場所읍내 밖 개울가 처마의 좁은 뒤 통로와 고기 상판
時間첫 국을 끓인 지 며칠 뒤, 늦은 오후
出来事남의 눈을 피해 처마 뒤로 들어온 심부름꾼이 고기를 주문하며 동생에게 밥상을 옮기라고 손짓한다. 막례는 돈을 받으려던 손을 거두고, 움직이기 시작한 밥상을 붙잡는다. 심부름꾼을 개울 쪽으로 돌아오게 한 뒤 동생이 수저를 다시 들 때까지 고기를 내주지 않는다. 심부름꾼이 앞으로 돌아와 제값을 내려놓자 고기를 달아 건넨다.
影響막례는 필요한 돈을 받되 동생의 식사 자리를 거래에 내주지 않는다. 심부름꾼은 자신이 피하려던 열린 개울 쪽으로 돌아와 값을 치른다. 팔린 고기 값이 살림에 보태지고, 처마 아래 밥상은 옮겨지지 않은 채 남는다.

며칠 뒤 늦은 오후, 막례는 개울가 처마 뒤로 들어온 심부름꾼에게 손을 내밀다가, 그가 동생의 밥상을 밀어 비키라는 손짓을 하자 손을 거두어 상판 끝을 붙든다. 동생의 무릎에 걸쳐 들리던 밥상 다리가 다시 흙바닥에 닿고, 기울어진 국그릇에서 국물 한 줄이 흘러내린다. 심부름꾼은 동전을 손안에 감추며 “고기는 사 주겠다는데, 길도 못 내느냐” 하고 뒤 통로를 가리킨다.

막례는 고기를 덮은 삼베를 걷지 않은 채 “개울 쪽으로 돌아오시오” 하고 말하고, 성한 손으로 동생의 그릇을 밥상 안쪽에 놓는다. 낮게 이어지는 바순 위로 클라리넷이 짧은 가락을 건네자 막례는 “먹던 자리에서, 마저 먹어라” 하고 노래하며 밥상 끝에서 손을 뗀다. 동생이 내려놓았던 수저를 다시 드는 동안 심부름꾼은 뒤로 물러나고, 그의 옷자락이 볏짚 모서리를 스치며 통로 밖으로 빠져나간다.

개울 쪽으로 돌아온 심부름꾼이 상판에 동전을 놓자 막례는 모자란 두 닢을 짚어 보이고, 그가 허리춤에서 돈을 더 꺼낸 뒤에야 고기를 저울에 올린다. 막례는 고기를 싼 꾸러미를 건네고 동전을 거둔 뒤, 의원에게 남겨 둔 빈 그릇 위에 튄 흙을 닦아 뒤집어 놓는다. 심부름꾼의 빈손이 처마 밖으로 사라질 때, 동생은 그대로 놓인 밥상에서 국그릇을 두 손으로 들어 기울인다.

シーン 15· 심부름꾼이 다녀간 그날 저녁

식기 전에 드시오

식기 전에 드시오
場所읍내 밖 개울가의 볏짚 처마 아래
時間심부름꾼이 다녀간 그날 저녁
出来事의원이 품삯으로 받은 곡식 꾸러미를 내려놓고, 막례는 그의 그릇에 더 얹으려던 고기를 세 그릇에 고루 나눈다. 동생은 흔들리는 상다리 아래 가져온 납작돌을 받친다. 세 사람이 밥을 권하는 짧은 노래를 주고받은 뒤, 막례는 다친 손을 의원에게 내주고 성한 손으로 수저를 든다.
影響막례는 의원의 끼니뿐 아니라 자신의 몫도 덜어 내지 않는다. 남의 눈을 피해 옮길 필요 없는 밥상에서 동생은 먼저 먹고, 의원은 막례의 붕대를 갈아 준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밥을 미루던 막례는 돌봄을 받으면서 제 저녁을 먹는다.

그날 저녁, 막례는 개울가 처마 밑으로 돌아온 의원의 곡식 꾸러미를 받아 마른 상판에 내려놓고, 지팡이를 짚은 그가 앉도록 방석을 당긴다. 의원이 빈 소매를 털어 무릎에 놓자 막례는 뒤집어 두었던 그릇을 바로 세워 국을 담는다. 그의 그릇으로 가져가던 고기 한 점을 국자에 남긴 막례는 세 그릇을 나란히 붙이고, 고기를 한 점씩 번갈아 내려놓는다.

동생이 밥상을 당기다 국물이 흔들리자, 막례가 상판을 붙들고 동생은 품에서 반달처럼 깨진 납작돌을 꺼내 짧은 다리 밑으로 밀어 넣는다. 클라리넷이 가락을 열고 바순이 낮게 받치는 가운데 막례가 “식기 전에 드시오” 하고 노래하자, 의원은 펼친 손바닥을 내밀며 “당신 손도 이리 주시오” 하고 잇는다. 막례의 손이 소매 끝으로 물러나려는 사이, 동생이 “누나 밥도 식겠소” 하고 받아 부르며 수저를 든다.

막례는 소매를 걷어 다친 손을 의원의 손바닥 위에 놓고, 다른 손으로 제 수저를 집는다. 동생의 노래가 첫술에서 멎고 의원의 낮은 끝음도 낡은 붕대의 매듭을 푸는 동안 잦아들자, 막례는 제 그릇에서 고기와 밥을 함께 떠 입에 넣는다. 목관의 마지막 음이 물러난 뒤에는 붕대 감는 소리와 수저가 그릇에 닿는 소리만 개울물 가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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