筋書き
인터넷 세상, 그 음습한 곳에는 현실의 벽을 허물고 기어 나오는 괴담들이 들끓는다. 대부분은 무시해도 좋을,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뿐이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뼈 속까지 파고드는 섬뜩함으로 심장을 옥죄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마치 깊은 바닷속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찬영은 늦은 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인터넷 괴담 게시판을 탐험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끄무레한 빛만이 적막 어둠을 밝히는 작은 방 안에서,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훑어 내렸다. 대부분은 유치하고 허술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찬영은 그런 것들조차 묘한 흥미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글 하나가 나타났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 사진 속 사람이 보이면 당신은 일주일 안에 죽습니다.'
글쓴이는 마치 저주지 밑바닥처럼 음침한 분위기의 사진 한 장을 함께 게시해 놓았다. 찬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유치한 합성 사진으로 누굴 겁주려고." 그는 비웃음 섞인 댓글을 달았다. "이런 거 믿는 사람도 있냐? ㅋㅋㅋ"
그러나 다음 순간, 찬영의 웃음은 마치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갑게 식어 버렸다. 사진을 클릭하여 확대해 본 순간, 그의 눈동자는 경악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사진 속 남자는,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찬영 자신과 소름 끼치게 닮아 있었다. 창백한 피부, 그림자가 드리운 퀭한 눈빛, 심지어 입가에 자리 잡은 점까지.
손가락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덜덜 떨렸다. 심장은 북소리처럼 크게 울리며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차가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찬영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냥… 우연일 거야. 세상에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한둘이겠어? 흔한 얼굴인가 보지...'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마치 그의 목을 조르는 밧줄처럼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찬영은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끔찍한 악몽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다. 출구는 보이지 않았고, 등 뒤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끈질기게 따라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감에 찬영은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찬영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평소처럼 대학교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친구 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이, 찬영아. 어제 무슨 일 있었냐? 얼굴이 완전 사색이 됐는데." 찬영은 현우의 말에 거울을 확인했다. 거울 속 자신은 어제보다 더욱 창백하고 초췌해 보였다. 마치 생기를 잃은 밀랍 인형 같았다.
"아냐, 그냥 밤에 좀 무서운 꿈을 꿔서…" 찬영은 애써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불안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며칠 후, 찬영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서윤희라는 노파를 만났다. 그녀는 찬영을 마치 그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총각… 자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구먼. 누군가 자네의 것을 탐내고 있어… 시간이 얼마 없어…" 찬영은 소름이 돋았다. '내 얼굴에 그림자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지만 노파의 말은 마치 저주처럼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불안한 마음에 찬영은 다시 한번 괴담 게시판에 접속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죽음의 괴담'이라는 제목의 글 아래, 새로운 댓글이 달려 있었다. "찾았다…" 댓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은 더욱더 섬뜩했다. 찬영의 얼굴을 한 남자가, 피범벅이 된 채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그 남자의 눈은 공허하게 빛나고 있었고,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순간, 찬영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찬영은 또다시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끔찍하게 일그러진 형상의 그림자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림자는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찬영을 향해 달려들었고, 찬영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아무리 도망쳐도 그림자는 마치 찬영의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안돼! 제발… 살려줘!"
찬영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쿵쾅거렸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찬영은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은 어둡고 고요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찬영은 불안한 마음에 다시 한번 괴담 게시판에 접속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게시판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와 있었다. 제목은 '또 다른 나'였다.
떨리는 손으로 글을 클릭하자, 섬뜩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거울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 얼굴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변화는 심해졌다. 내 얼굴은 점점 다른 사람의 얼굴과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알게 되었다. 내 얼굴을 훔쳐간 놈이 누구인지…"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은 더욱더 끔찍했다. 사진 속에는 찬영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싸늘하게 빛나고 있었고,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찬영이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찬영은 비명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다. 스마트폰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액정 속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내가 아니야…"
찬영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차가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피였다. 찬영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더니, 마침내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 버렸다.
그 순간, 찬영의 방 안에 차가운 어둠이 몰려들었다. 어둠 속에서 섬뜩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너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