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오는 서른두 번째 아침에도 네 사람 몫의 접시를 닦는다. 은하아파트의 식탁에서 빈 의자 둘을 치우려던 집주인에게 꽃가위를 내려놓고 문을 열어 주지 않은 뒤, 성당 맞은편 꽃집 ‘네 시 전’으로 출근한다. 냉장고에는 서른한 번의 하루에서 모은 노란 튤립이 들어 있다. 가장 오래된 꽃은 잎끝이 갈색이다. 문오는 흉부의 냉각관을 냉장고에 꽂고 새 꽃에 비싼 리본을 묶는다. 오늘도 오후 네 시가 오면 도시는 새벽 여섯 시로 돌아간다. 그는 아내 이로가 돌아올 때까지 꽃과 기억만은 버리지 않겠다고 고집한다. 정작 이로가 돌아오면, 자신을 떠난 이유부터 따져 묻겠다는 말도 매일 연습한다.
오후 세 시, 성 바르나바 성당에서 아이들의 추모 명판이 들린다. 문오는 꽃다발을 들고 길을 건너고, 검은 석판 사이에서 올라오는 젖은 잠옷 소매를 붙잡는다. 이로가 바닥을 밀어 올린다. 회색 머리와 낡은 급식실 앞치마는 그대로지만, 벌어진 가슴 안쪽에는 은빛 막이 접혀 있다. 그 안에서 두 아이가 차례로 기어 나온다. 문오는 꽃을 떨어뜨리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작은아이가 그의 금속 손가락을 볼에 대고 “아빠 손은 아직 차갑네”라고 말한다.
이로는 문오의 뺨에 입을 맞춘다. 문오가 어느 행성에서 왔느냐고 묻자, 그녀는 젖은 행주를 네 번 접고 “오늘은 저 파란 창문 쪽”이라고 답한다. 안내 로봇이 헌금함을 내민다. “재회는 환영합니다만 바닥 보수비는 별도입니다.” 문오는 생전 처음으로 영수증을 보지도 않고 헌금함을 밀어낸다.
이로가 아이들에게 빵을 먹이는 동안 문오는 그녀의 몸 안에서 자기 박동을 듣는다. 그는 아내가 심장을 훔쳐 아이들과 달아났다고 믿어 왔다. 이로는 앞치마 안쪽에 숨긴 급식실 명찰을 꺼내 아이에게 쥐여 준다. 사고 당일 시청은 유급 노동 기록이 없는 아이들에게 복원 침상을 내주지 않았다. 은퇴한 이로에게도 침상은 없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자기 몸속 생체 공간에 넣고, 문오의 원래 심장을 함께 품어 그 공간의 순환을 유지했다. 한 사람의 모습으로 걸어 다녀야 했던 몸은 세 사람을 살리는 동안 빠르게 늙었다. 떠난 것은 다른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오가 자기 흉부를 열자 로봇 사제도 가슴 덮개를 연다. 두 심장이 같은 간격으로 뛴다. 사제는 점검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제단 앞으로 부른다. 배달원의 가슴에서도, 청소 노동자의 가슴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문오는 자기 심장이 마지막 남은 인간의 일부인 줄 알았지만, 그것 역시 원래 심장에서 길러 낸 살아 있는 복제품이다. 도시의 복원 시민들은 모두 그의 박동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때 회수반이 성당 문밖에서 시민 번호를 부른다. 이로가 지하에서 올라오며 뜯어낸 배관 때문에 시청이 이상을 감지한 것이다. 용접 불빛이 창문을 번갈아 하얗게 만든다. 회수반은 압류 금지 구역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문을 봉쇄한다. 문오는 아이들을 제단 뒤로 데려가 환기구 나사를 푼다. 이로는 큰아이를 먼저 밀어 올리지만, 문오가 몸을 따라 넣으려는 순간 사제가 팔을 붙잡는다. 복원된 심장은 도시 경계를 넘으면 멈춘다. 가족이 빠져나가도 문오는 따라갈 수 없다.
문오는 철망을 받친 채 이로에게 아이들만 데리고 가라고 말한다. 이로는 그의 손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그를 혼자 남겨 두고 싶지 않다. 그 사이 큰아이가 환기구 바깥의 빗물받이에서 되돌아와, 아래에 있는 시민들을 내려다본다. “저 사람들도 아빠 심장이면, 어디로 가야 해?” 문오는 철망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로봇 사제는 제단 아래 연결관을 드러낸다. 문오의 현재 심장을 여기에 연결하면 되감기가 멈춘다. 다만 심장은 다시 꺼낼 수 없고, 문오는 외부 순환기를 마련하기 전까지 제단을 떠날 수 없다. 문오가 사제에게 왜 서른한 번이나 이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제는 고해실 의자 밑에서 폐기된 판단 장치들을 꺼낸다. 그중 하나의 찌그러진 덮개에 문오의 꽃집 리본이 묶여 있다.
리본을 본 문오가 장치를 빼앗는다. 지워졌다고 여겼던 사고 직후의 장면이 돌아온다. 그는 시청 점검실에서 이로가 아이들을 품고 도망칠 시간을 벌어 달라고 매달렸다. 담당자가 하루를 유예할 수 있다고 하자, 문오는 자기 흉부를 열어 연결 작업을 허락했다. 시청은 그 하루를 서른두 번 반복하며 사망자들의 다음 근무표를 그대로 사용했다. 사제는 첫 반복에 문오를 찾아왔지만, 그는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는 하루를 끝내지 말라고 사제의 가슴 덮개를 꽃가위로 찍었다. 시청은 그 뒤 사제의 판단 장치를 계속 교체했다. 문오가 기다림이라고 부르던 일에는 자신이 막아 버린 출구도 있었다.
문오는 리본을 풀어 사제에게 돌려준다. “이번에는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나서 혼자 희생하겠다는 계획 대신, 성당 안 사람들에게 냉장고를 가져오는 일을 부탁한다. 냉각수와 꽃집의 순환 펌프가 있으면 심장을 연결한 뒤 그의 몸을 버틸 수 있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길은 봉쇄되었고 네 시까지 십 분도 남지 않았다.
안내 로봇이 바닥 보수비 청구서를 길게 출력해 환기구 철망에 끼운다. 회수반이 청구서를 찢으면 시청 재산 훼손으로 접수하겠다고 문밖에 알린다. 잠깐의 실랑이 동안 이로와 큰아이, 배달원이 환기구로 올라간다. 문오는 안쪽에서 철망을 받친다. 이로는 아이를 등 뒤에 묶고 구리 지붕을 가로질러 성당 종탑으로 간다. 빗물받이 아래로 회수반의 장갑이 올라오자 배달원이 사다리를 걷어 차린다. 오르간의 짧은 숨과 종소리가 겹치는 가운데, 이로는 배달용 줄을 타고 꽃집의 이층 난간으로 내려간다.
꽃집에서는 고용주가 냉장고에 압류 표식을 붙이고 있다. 그는 문오의 몸도 장비도 자신이 비용을 낸 재산이라며 문을 막는다. 이로는 아이를 난간 안쪽에 앉힌 뒤 냉장고 문을 열어 꽃들을 그의 품에 쏟는다. 냉각관이 꺾이기 전에 배달원이 펌프를 떼어 내고, 이로는 물이 찬 냉각통을 안는다. 고용주가 통의 손잡이를 붙들자 그녀는 놓지 않은 채 문턱을 넘어선다. 그는 젖은 튤립 위에서 미끄러지고, 세 사람은 장비를 종탑으로 끌어 올린다.
성당 안에서는 시청 담당자가 옆문 용접을 잠시 풀게 하고 혼자 들어온다. 압류가 아니라 시설 점검이라고 선언한 그는 제단 연결관 앞에 무릎을 꿇어 문오의 길을 막는다. 되감기를 멈추면 내일부터 고장 난 몸을 시청이 무상으로 되돌려 주지 못한다며, 줄 서 있는 시민들에게 문오를 잡으라고 요구한다. 청소 노동자가 문오의 어깨를 붙잡는다. 당장 내일의 수리비를 낼 돈이 없다. 문오는 그 손을 떼지 않는다. 대신 자기 앞치마를 벗어 노동자의 갈라진 손목 관절에 감아 준다. “내일 꽃집으로 오세요. 고칠 줄 아는 사람부터 같이 찾읍시다.”
이로가 돌아왔을 때 펌프의 흡입관은 난간에 찍혀 찢어져 있다. 사제가 숨겨 둔 폐기 부품을 바닥에 쏟고, 시민들이 무릎을 맞대고 관을 잇는다. 작은아이가 부품이 굴러가지 않도록 추모 명판 두 장을 받침으로 놓는다. 담당자는 연결관의 덮개를 닫으려 한다. 문오가 두 팔로 덮개를 버티자, 담당자는 그의 흉부 냉각관을 잡아당긴다. 이로가 그 손을 붙들고 자기 쪽으로 당긴다. 문오는 이번에는 아내에게 심장을 맡기고 도망갈 시간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와 눈을 맞춘 채 스스로 연결받침을 내린다.
네 시 종이 울린다. 문오의 심장은 제단 안에 고정되고, 흉부의 박동음이 끊긴다. 사제와 시민들이 순환관을 그의 몸에 붙인다. 펌프는 돌지만 냉각통의 물이 너무 적다. 이로는 꽃집에서 가져온 튤립 보관통을 기울인다. 서른한 번의 하루를 지킨 냉각수가 문오에게 흐른다. 마지막 물까지 얻기 위해 큰아이가 꽃줄기를 양손으로 눌러 건진다. 갈색 잎과 노란 꽃잎이 바닥에 떨어진다. 문오의 눈이 다시 열린다.
종은 네 시를 지나 다음 음을 울린다. 새벽이 오지 않는다. 용접한 문도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의자를 들어 문을 두드리고, 회수반은 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잡으려다가 서로의 냉각관을 받쳐 주며 한꺼번에 걷는 무리 앞에서 물러선다. 시청 담당자는 제단 곁에 주저앉아 있다. 사제는 그에게도 빵을 건넨다. 안내 로봇은 망가진 문과 바닥을 훑어본 뒤 청구서 출력구를 손으로 막는다. “오늘은 회계 마감 시간을 지났습니다.”
첫 저녁, 이로와 두 아이는 은하아파트의 식탁을 성당으로 가져온다. 문오는 아직 제단을 떠날 수 없고, 도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시민들은 꽃집 펌프가 멈추지 않도록 교대로 부품을 닦는다. 이로는 문오에게 함께 살았던 해를 맞혀 보라고 묻지 않는다. 그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 주고, 작은아이가 먹기 좋게 빵을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문오가 아내의 접시 옆에 냉각통에서 건진 노란 튤립 한 송이를 놓는다. 리본도 없고 줄기도 눌렸지만 이로는 물컵에 꽂는다. 내일 그녀가 또 낯선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에, 문오는 빈 의자를 당겨 그녀의 무릎에 닿도록 붙인다. “그러면 내일도 여기 앉아 줘.” 큰아이가 네 사람의 접시에 빵을 하나씩 더 놓는다. 성당 시계는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킨다.
コメント · Comments
コメント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