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눈썹과 무뚝뚝한 표정의 서도윤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최첨단 인공지능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32살의 평범한 청년이다. 그는 첨단 기술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낸 화려하고 과장된 사후 세계관에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78세의 백발이 성성한 전직 동물 조련사 빅토리아 벨라미의 등장으로 도윤의 무미건조한 일상은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빅토리아는 한때 서커스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동물들과의 특별한 유대감을 평생 간직해 온 인물이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영혼이 다른 존재로 환생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장례지도사인 도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장례 방식을 요구하며 그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애완 앵무새 '코코'를 위해 샹들리에와 화려한 깃털 장식으로 치장된 장례식장, 코코가 생전에 좋아했던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로봇 합창단, 그리고 하늘로 날려 보낼 작은 열기구까지 요구한다. 도윤은 빅토리아의 엉뚱한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죽음에 대한 부정과 슬픔, 그리고 진정한 작별 인사에 대한 갈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한편, 빅토리아의 기행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57세의 쿠바계 미국인 향수 제조사 아르투로 폰세다. 그는 삶의 정수를 담는 향기를 만드는 예술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적인 세계에는 회의적인 인물이다. 아르투로는 인공지능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장례식장 직원인 도윤과 유족 대표 빅토리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후 세계관 논쟁을 시니컬한 시선으로 관찰하며 뜻밖의 흥미를 느낀다. 아르투로는 빅토리아의 요구가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며 비판하지만, 그녀의 슬픔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한다.
빅토리아의 끊임없는 요구와 아르투로의 냉소적인 비판 속에서 도윤은 점차 죽음과 삶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자신이 냉소적인 태도로 죽음을 외면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윤은 빅토리아의 엉뚱한 요구를 단순한 업무 지시가 아닌,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특별한 의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진심을 다해 장례식을 준비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완벽해 보였던 장례식 당일,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다. 코코를 태운 열기구에 불이 붙어 떨어진 것이다. 빅토리아는 그 모습을 보며 오열하고, 아르투로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도윤은 빅토리아의 슬픔이 단순히 과장된 감정 표현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빅토리아에게 코코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와 젊음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도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빅토리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그는 급히 빅토리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고, 아르투로는 망연자실한 채 타버린 열기구 잔해만 바라본다.
그때, 아르투로는 불에 그을린 열기구 잔해에서 코코가 생전에 좋아했던 해바라기 씨앗 냄새를 맡게 된다. 그는 그 냄새에서 영감을 받아 빅토리아를 위한 특별한 향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장례식장은 아르투로의 작업실이 되고, 도윤은 그런 아르투로를 말없이 돕는다.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아르투로는 밤샘 작업 끝에 완성된 향수를 들고 빅토리아에게 다가간다.
"이 향은... 코코의 향기야."
빅토리아는 아르투로가 건넨 향수를 조심스럽게 코끝에 가져간다. 익숙한 해바라기 씨앗 냄새와 함께 코코의 깃털에서 느껴지던 따스하고 부드러운 향이 그녀의 후각을 자극한다. 빅토리아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도윤과 아르투로는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킨다.
며칠 후, 빅토리아는 도윤에게 코코의 장례식을 다시 한번 부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려한 장식도, 로봇 합창단도 필요 없었다. 빅토리아는 아르투로가 만들어준 향수를 코코의 유골함에 뿌리고, 담담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잘 가, 코코. 다시 만날 때까지 행복해야 해." 빅토리아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큰 평온함과 애틋함이 묻어났다.
이후 도윤은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진심으로 사람들의 슬픔을 공유하며 세상과의 이별을 돕는 존재로 성장한다. 아르투로는 빅토리아의 이야기를 계기로 향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예술적 경지를 넓혀간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비록 코코를 떠나보냈지만,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남은 삶을 살아간다. 코코의 장례식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세 사람의 삶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소중한 경험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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