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시 47분, 강유진은 검은 머슬카의 연료 압력을 시험하다 셔터에 박히는 쇠갈고리 소리를 듣는다. 채권 문파의 압류대가 불붙은 타이어를 굴려 출입구를 막는 동안, 피투성이가 된 백시헌이 폐차장 담을 넘어 정비 피트로 떨어진다. 유진은 그가 아버지 강태록을 쓰러뜨린 원수라는 걸 알아보고 토크 렌치를 목에 댄다. 그러나 백시헌은 칼집의 붉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기며, 자신이 훔친 채무 장부에 강태록의 이름이 살아 있는 집행검으로 적혀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할 때마다 나던 소리다. 유진은 그의 눈 대신 머슬카의 연료선 고정 볼트를 본 뒤, 백시헌을 작업대 밑에 숨기고 피 묻은 붕대를 새 천으로 바꾼다. 그 순간 바깥에서 붉은 봉인부가 셔터와 ZIC 드럼통에 붙는다. 유진의 정비소와 신분, 랠리 출전권이 한꺼번에 담보 목록에 오른다.
압류대가 셔터를 찢자 유진은 리프트를 급강하시켜 선두 집행검의 칼집을 바닥에 고정하고, 에어호스로 모래와 불씨를 밀어낸다. 백시헌은 상처를 누른 채 기어 나와 유진보다 반걸음 앞에 서지만, 유진은 그의 검을 빼앗아 머슬카의 뜨거운 배기 매니폴드에 얹는다. 그녀는 봉인된 ZIC 드럼통 하나를 토크 렌치로 뜯고 오일을 칼날에 얇게 바른다. 봉인이 찢긴 자리에는 검은 통 위로 깨끗한 직사각형이 남는다. 백시헌은 그 칼로 방탄 갑옷의 어깨 접합부만 베어 길을 열고, 사람을 쓰러뜨리는 대신 셔터를 당기던 쇠사슬을 끊는다. 한 번의 타격으로 칼날이 휘고, 유진이 그를 태워 달아날 유일한 출구도 다시 닫힌다.
찢긴 셔터 사이로 강태록이 들어온다. 그는 딸을 부르지 않고 바닥의 오일 자국과 머슬카의 체결 상태부터 확인한다. 백시헌이 휜 검을 들자 강태록은 칼집을 내려놓고도 싸우지 않는다. 대신 장검 끝으로 머슬카의 연료선을 끊어 버린다. 유진이 새벽 3시 폭풍길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보호가, 그녀에게는 또 한 번의 배신이 된다. 유진은 잘린 선을 강태록의 발치에 던지고 토크 렌치를 규정 수치에 맞춘 뒤 그의 무릎 관절을 겨눈다. 강태록은 피하지 않고 공구함에서 맞는 규격의 연결구를 골라 바닥에 놓는다. 유진이 그것을 줍는 순간, 백시헌은 잠금쇠를 두 번 튕긴다. 유진은 연결구를 던져 버리고 백시헌의 붕대를 움켜쥔다.
백시헌은 강태록을 죽이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삼 년 전 랠리 결승에서 강태록은 나문희가 내민 계약에 서명해 자신의 죽음을 꾸미고 집행검이 되었다. 그 대가로 유진의 치료비와 정비소 채무는 유예됐지만, 유진이 도시를 떠나는 순간 유예는 끝난다. 백시헌은 그날 강태록을 쓰러뜨린 척 피를 묻히고 시신 대신 부러진 검을 넘겼다. 그는 유진이 자신을 원수로 믿어야 강태록의 생존이 들키지 않는다는 말을 받아들였고, 이후 현상금 사냥으로 번 돈 일부를 익명으로 정비소에 흘려보냈다. 유진은 그의 상처를 누르던 손을 놓는다. 피가 다시 번지는데도 새 붕대를 건네지 않는다.
밤 2시 11분, 나문희가 직접 정비동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부하들의 검을 밖에 세우고 붉은 인주가 묻은 엄지로 작업대를 한 번 누른다. 계약서에 없는 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유진에게 정비소 소유권을 돌려주는 증서를 내민다. 대가는 백시헌과 채무 장부, 그리고 봉인이 뜯긴 ZIC 드럼통이다. 유진은 증서를 받는 대신 나문희의 손목을 토크 렌치 고리에 걸어 작업대에 고정한다. 나문희는 당황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고리를 더 깊이 받친 뒤, 반대손으로 떨어진 봉인부를 주워 드럼통에 다시 붙인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강태록은 장검을 세워 백시헌의 길을 막고, 백시헌은 휜 칼을 버린 채 채무 장부를 머슬카의 뜨거운 엔진 블록 위에 올린다. 종이가 타기 시작하자 나문희는 증서가 아니라 장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유진은 그 반 박자의 망설임을 보고, 나문희가 계약보다 감추려는 것이 따로 있음을 알아챈다.
그때 폐쇄된 관제탑에서 오재민이 낡은 랠리카를 몰고 방호벽을 들이받는다. 그는 나문희에게 폐차장 쪽 거짓 좌표를 팔아 압류대 절반을 빼돌렸지만, 유진이 출발하지 않으면 자신이 훔친 전파 기록으로 배신이 드러난다. 오재민은 “출전권은 내가 가져간다”고 소리치며 정비 장부를 낚아채고, 머슬카 조수석으로 뛰어든다. 유진이 그를 끌어내리려 하자 오재민은 장부의 오일 교환 기록을 펼쳐 보인다. 점도, 주행거리, 필터 번호가 흑사벽 안의 안전 구간을 가리키지만 마지막 좌표는 비어 있다. 오재민은 그 빈칸을 자신의 손목시계 테두리에 낸 붉은 흠집 수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유진을 살리려면 함께 가야 하고, 함께 가면 채권 문파의 추적을 평생 받아야 한다.
나문희는 작업대에서 손목을 빼내며 압류대에 정비동 진입을 명령한다. 하지만 부하 하나가 백시헌에게 계약에 없는 칼을 휘두르자, 나문희는 직접 그 칼등을 손바닥으로 밀어 궤도를 바꾸고 집행검의 붉은 끈을 끊어 자격을 박탈한다. 그 틈에 유진은 강태록에게 연결구를 다시 던진다. “끊었으면 이어.” 강태록은 처음으로 딸의 명령을 따른다. 그는 머슬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연료선을 잇고, 유진은 봉인 두 개를 더 뜯어 ZIC 엔진오일을 교환한다. 백시헌은 마지막 냉각수를 엔진에 붓고 자기 상처에는 모래 묻은 천을 댄다. 오재민은 압류대의 무전기를 발로 밟아 부수고, 입술로 흠집 수를 세며 정비 장부에 마지막 좌표를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찍는다.
밤 2시 34분, 나문희는 정비소의 전원을 끊는다. 형광등과 리프트가 멎고 머슬카가 절반쯤 들린 채 고정된다. 수동 해제 밸브는 정비 피트 끝에 있고, 폐오일 배관이 터져 검은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유진이 피트로 뛰어들자 강태록이 뒤따라 밸브를 잡고, 나문희도 반대편 사다리를 내려와 봉인용 쇠막대로 밸브 손잡이를 막는다. 세 사람은 허리까지 차오른 폐오일 속에서 같은 손잡이를 두고 몸으로 밀어붙인다. 나문희는 유진의 손을 보며, 머슬카가 출발하면 강태록의 계약 위반으로 유진의 목숨이 다시 담보가 된다고 경고한다. 유진은 손을 씻어 결정을 미루는 대신 검은 오일이 밴 손으로 나문희의 엄지를 밸브에 눌러 붉은 인주를 지워 버린다. 이어 쇠막대를 발로 차 빼고 밸브를 연다. 리프트가 내려오며 머슬카의 바퀴가 바닥을 친다.
강태록은 피트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는 유진을 사다리 위로 밀어 올린 뒤 밸브를 열린 상태로 붙들어 리프트가 다시 잠기지 않게 한다. 유진이 손을 내밀자 그는 사과 대신 연료선 연결 토크를 말한다. 유진은 숫자가 틀렸다며 그의 장갑을 잡지만, 강태록은 장검으로 사다리 고리를 끊어 딸의 손이 닿지 않게 한다. 폐오일이 가슴까지 차오르는 동안 그는 나문희에게 자신의 장검과 남은 생을 담보로 잡고 유진의 이름을 계약에서 지우라고 요구한다. 나문희는 거절하려다 정비동으로 들이닥친 모래가 부하들의 봉인부를 뜯어 가는 광경을 본다. 그녀는 강태록의 칼집에 붉은 인주를 찍고 유진의 소유권 증서를 찢어 피트 안으로 던진다. 정비소를 돌려주는 대신,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폐기 담보로 말소한 것이다. 유진은 집을 되찾지 못하지만 그 집에 묶인 채무에서도 풀려난다.
밤 2시 48분, 흑사벽의 첫 돌풍이 정비동을 덮친다. 불붙은 타이어들이 안으로 굴러오고, 압류대가 머슬카 앞을 인간 방벽으로 막는다. 백시헌은 휘어진 칼을 엔진 열에 다시 달군 뒤 남은 ZIC 오일을 손바닥으로 펴 바른다. 이번 타격 뒤에는 칼이 완전히 부러질 것을 안다. 강태록과 결판낼 마지막 기회도 사라진다. 그는 강태록이 아니라 천장에서 셔터를 붙든 주축을 벤다. 무너진 셔터가 압류대와 불길 사이에 떨어져 길을 가르고, 칼날은 손잡이 앞에서 꺾인다. 백시헌은 반동에 쓰러지지만 유진이 그의 허리띠를 잡아 운전석 옆으로 끌어당긴다. 그는 “차값에서 빼”라고 중얼거리고, 유진은 처음으로 그를 원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문희는 마지막으로 머슬카 보닛 위에 올라가 차량 식별칩에 봉인부를 붙이려 한다. 유진은 시동을 걸지 않고 차에서 내려 그녀와 마주 선다. 나문희가 붉은 부적을 내리누르는 순간, 유진은 토크 렌치로 보닛 잠금쇠를 풀어 버린다. 보닛이 솟구치며 나문희를 밀어내고, 백시헌이 조수석에서 몸을 뻗어 그녀를 바닥 대신 ZIC 드럼통 위로 끌어당긴다. 유진은 나문희를 해칠 기회를 버리고 운전석으로 돌아간다. 나문희는 자신을 살린 백시헌의 손에 채무 장부가 없는 것을 확인한다. 장부는 엔진 블록 위에서 절반이 탔고, 남은 장들은 오재민이 찢어 압류 차량들의 앞유리에 꽂아 두었다. 폭풍이 들이치자 빚진 무인과 정비공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들이 폐차장 전역으로 흩어진다. 이제 누구도 장부 전체를 독점할 수 없고, 수백 명이 자기 계약의 증거 한 장씩을 손에 넣게 된다.
새벽 2시 57분, 유진은 머슬카를 출발시킨다. 오재민은 조수석 바닥에서 정비 장부의 숫자를 읽고, 백시헌은 뒷좌석에서 부러진 칼로 안전벨트를 잘라 자신의 상처를 묶는다. 나문희는 길을 막은 부하들에게 압류 명령을 내리려다 반 박자 늦춘다. 그 지연으로 머슬카는 쓰러진 간판 아래를 빠져나간다. 강태록은 피트에서 겨우 올라와 장검 없이 차의 후미등을 바라본다. 그는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정비소 수동 방호벽을 닫아 추격 차량들의 앞바퀴를 막고, 문파에 남아 자신이 만든 계약의 대가를 치르기로 한다.
흑사벽 안에서 오재민의 첫 좌표는 폐차장 잔해로 이어진다. 나문희에게 팔았던 거짓 경로와 진짜 경로가 폭풍 때문에 겹친 것이다. 추격 차량 세 대가 뒤에서 나타나고, 유진은 오재민에게 길을 묻는 대신 ZIC 오일 압력계와 엔진 진동을 읽는다. 그녀는 아버지가 가르친 주행선을 버리고 소금 구덩이 가장자리로 차를 돌린다. 백시헌은 몸을 일으켜 후미 창을 깨고 부러진 칼집을 도로에 던진다. 추격차 한 대가 그것을 피하다 모래턱에 걸리고, 오재민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창밖으로 내밀어 붉은 흠집의 간격과 번개 사이 시간을 맞춘다. 세 사람은 숫자와 감각을 함께 써서 폭풍의 빈틈을 통과한다. 엔진 온도가 위험선에 닿지만 새 ZIC 오일의 압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동틀 무렵, 머슬카는 도시 밖 검차소에 도착한다. 마지막 입학 차량 운전자는 유진 자신이었고, 검차관은 봉인도 소유권도 없는 차를 등록할 수 없다고 막는다. 유진은 소유권 증서 대신 깨끗한 직사각형 자국이 남은 ZIC 드럼통 봉인 조각과 정비 장부를 작업대에 놓는다. 그리고 차량 등록이 아니라 정비 실기 시험을 요구한다. 그녀는 폭풍 속에서 끊어진 연료선을 제한 시간 안에 다시 잇고, 오일 점도와 체결 토크를 정확히 맞춰 엔진을 재가동한다. 검차관은 차가 아니라 유진의 이름을 입학 명부에 적는다. 오재민은 빼앗겠다던 출전권을 그녀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자기 이름을 다음 줄에 적고 경쟁자로 남는다.
백시헌은 치료를 받으면 다시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위치가 드러난다며 검차소 밖으로 사라지려 한다. 유진은 그의 칼집 잠금쇠를 떼어 자기 토크 렌치 손잡이에 끼우고, 두 번 튕긴다. 거짓말을 알아채는 소리가 이제 돌아오라는 약속으로 바뀐다. 백시헌은 웃지 못한 채 머슬카 뒷좌석에 다시 눕는다. 유진은 그를 용서했다고 말하지 않고, 다음 오일 교환 주행거리를 정비 장부에 적는다. 그 숫자는 적사시로 돌아갈 날짜이자 강태록을 데리고 나올 경로다.
적사시에서는 나문희가 흩어진 계약서를 주운 채무자들과 정비소 앞에서 대면한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종이를 빼앗으라 명령하지 않고, 자신의 붉은 인주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강태록은 장검 없는 집행검으로 그녀 곁에 서서 첫 재심을 요구한다. 폐기 담보가 된 적선 정비소의 간판은 모래에 반쯤 묻히지만, 검고 붉은 ZIC 드럼통 하나는 봉인이 뜯긴 채 남는다. 그 깨끗한 직사각형 위에 누군가 새 좌표를 적는다. 유진이 떠난 길은 탈출로 끝나지 않고, 빚에 묶인 사람들이 차례로 빠져나갈 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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