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불꽃까지 90초 남은 한강 수상공원에서 도윤재는 태양광 지붕 아래의 다국적 푸드 트럭 배전함을 뜯어낸다. 런던의 빗물이 트럭 바닥을 적시고, 로스앤젤레스의 뜨거운 아스팔트 냄새가 서울의 강바람에 섞인다. 윤재는 자신이 조립한 재활용 알루미늄 무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관객의 “플렉스 말고 그린 플렉스” 떼창이 커질수록 서브웨이 재료 상자 속 토마토와 피클이 용으로 변하고, 황금 빵 방패가 출입구를 봉한다. 피클 용들은 전광판 케이블을 물어뜯고, 토마토 용들은 트럭 바퀴를 황금 껍질로 굳힌 뒤 트럭을 공중으로 끌어올린다.
현장 생중계자 마리솔 베가는 처음에는 이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 카메라를 관객 쪽으로 돌린다. 세로 화면에는 환호와 공포가 뒤섞인 댓글이 폭주하고, 그녀가 “한 번 더 크게!”라고 외치자 용 떼가 불어난다. 윤재는 사다리 아래에서 그녀의 짐벌을 붙잡아 렌즈를 바닥으로 꺾는다. 둘은 빗물과 피클 식초가 흐르는 트럭 옆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마리솔은 후원 계약이 끊기면 채널이 끝난다고 맞선다. 그때 황금 방패 안쪽에서 아이의 손전등 빛이 꺼진다. 마리솔은 이를 악물고 송출 화면을 대피 화살표로 바꾸며, 자신의 얼굴 대신 갇힌 사람들의 위치를 비춘다. 그녀의 방송은 더 이상 구호를 증폭하지 않고, 서로 다른 세 도시에 같은 대피 박자를 퍼뜨리는 확성기가 된다.
군중 앞에서는 클로이 펜윅이 철제 차단봉 위에 한 발을 올린 채 손목의 리듬 밴드를 두드린다. 자신이 퍼뜨린 구호가 사람들을 가뒀다는 사실을 아는 클로이는 환호를 멈추라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숨, 둘, 걸음, 넷”이라는 짧은 박자를 외치게 한다. 관객들이 그 박자에 맞춰 몸을 옆으로 틀고 통로를 비우자, 용들은 새 주문으로 받아들여 방패 표면의 참깨 별자리를 재배열한다. 하지만 한 무리가 유행어를 다시 외치며 촬영을 시작하자 방패가 두꺼워지고, 클로이의 친구들이 갇힌 런던 쪽 벽돌 통로가 한강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클로이는 울음을 삼킨 채 차단봉을 발로 걷어차 길을 넓히고, 가장 먼저 방패 앞에 선다.
재료 마법 감정관 아디티 라오는 봉인되지 않은 재료 상자와 그을린 장갑이 놓인 천막으로 윤재와 마리솔을 끌고 간다. 씨앗 분석기 접시 안에서 토마토 씨와 피클 향신료 조각이 심장처럼 떤다. 아디티는 상자에 찍힌 자신의 승인 도장이 재료를 관객의 감정에 묶었다고 고백한다. 윤재는 그녀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냐며 상자를 발로 밀어 넘어뜨린다. 아디티는 무대를 붕괴시키면 용들이 흩어지고 출입구가 열릴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 충격은 공간 접힘의 닻인 푸드 트럭까지 흔들어 세 도시의 경계면을 한강으로 기울게 만든다. 윤재가 망설이는 사이 아디티는 마리솔의 방송 마이크를 움켜쥐고, 되돌림의 말은 세 도시에 동시에 들려야 한다고 털어놓는다. 마리솔은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묻지만, 아디티는 답 대신 자기 승인 도장이 찍힌 상자를 품에 안고 트럭 쪽으로 달린다.
공중의 트럭 조종석에서는 오스카 벨라스케스가 금 간 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조향기를 붙든다. 그는 윤재의 어머니가 남긴 설계도를 꺼내 보이며, 트럭의 바퀴 축을 끊으면 런던 벽돌 광장 쪽으로 활강시킬 수 있다고 외친다. 대신 무사고 기록은 끝나고, 아래의 무대는 충격을 받아 붕괴할 수 있다. 윤재는 사다리를 타고 날아가는 트럭에 매달린다. 아디티는 아래에서 사다리를 끊어야 트럭 무게가 줄어든다고 소리친다. 윤재는 자신의 낡은 렌치로 사다리 고정쇠를 두드리며 버틴다. 그 렌치는 최신 보안 장치가 막아 둔 트럭의 수동 잠금장치를 열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윤재가 조종석으로 기어오르자, 아디티도 재료 상자를 끌어안고 사다리 끝까지 올라온다. 그녀는 상자를 공중에서 버리려 한다. 재료가 약해지면 용들이 흩어질 수 있지만, 공간 접힘은 무작위로 닫혀 런던과 로스앤젤레스에 남은 관객이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 윤재는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아디티는 상자를 놓지 않으려 윤재의 손등을 밀어내고, 둘의 몸무게에 사다리가 비틀린다. 오스카는 조종석 문턱에서 두 사람의 팔을 하나씩 붙들고, “내 기록은 종이 쪼가리지만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자기 손으로 바퀴 축 분리 레버를 당긴다.
트럭은 급격히 기울며 런던의 벽돌 광장 방향으로 미끄러진다. 윤재는 떨어진 렌치를 발등으로 끌어올려 손에 쥐고, 트럭 바닥의 수동 잠금을 연다. 잠금이 풀리자 태양광 지붕의 패널이 꽃잎처럼 펼쳐지고, 그 아래에 숨었던 황금 빵의 결이 드러난다. 윤재는 무대를 전부 무너뜨리는 대신, 자신이 만든 골조 가운데 관객 통로를 지탱하는 부분만 렌치로 분리한다. 알루미늄 보가 굽어지며 황금 방패를 안쪽에서 밀어 올리고, 클로이는 그 틈으로 대피 박자를 이어 간다. 수천 명이 런던의 젖은 벽돌길, 서울의 자전거 도로, LA의 야자수 그림자 사이로 빠져나간다.
마리솔은 흔들리는 트럭 아래에서 마이크를 입에 댄다. 아디티는 피클 용의 날개를 손으로 붙잡아 마이크 가까이 끌어당기고, 클로이는 관객의 박자를 낮춘다. 세 도시에 동시에 울린 되돌림의 말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재료의 출처를 하나씩 부르는 목소리다. “흙으로, 물로, 씨앗으로.” 토마토 용들은 붉은 물방울이 되어 상자 속 씨앗으로 돌아가고, 피클 용들은 식초 향을 남기며 향신료 조각으로 풀린다. 황금 빵 방패는 금속 같은 껍질을 잃고 따뜻한 빵 조각으로 부서진다.
트럭은 완전히 추락하지 않는다. 오스카가 끊어 낸 바퀴 축이 런던 쪽 벽돌 바닥에 박히고, 윤재가 분리한 무대 골조가 한강 위에 비스듬한 경사로를 만든다. 개막 불꽃은 예정대로 터지지만, 관객은 환호 대신 클로이가 만든 느린 박자로 서로의 어깨를 짚고 걸어 나온다. 아디티는 카메라 앞이 아니라 젖은 바닥 위에서 자신의 승인 도장이 찍힌 상자를 열어 보인다. 마리솔은 후원 문구를 지우고 그 장면을 끝까지 송출한다. 윤재는 찌그러진 무대를 바라보다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내보내기 위해 일부를 스스로 꺾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는 어머니의 설계도 한 귀퉁이에 새로 적는다. “출구는 조회수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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