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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オリジナル · 場面 35 · チャプター 7

(파견자들 세계관)숨 쉬면 격리당함

지하 도시의 파견자 후보생은 회색 급수탑 아래에서 치르는 최종 시험을 통과하고, 은색 방호복의 산소 필터가 17분씩 줄어드는 첫 지상 임무에 오른다. 보랏빛 버섯등이 놀이터 그네를 감싼 폐유치원에서 포자 폭풍이 덮치자, 그의 뇌 속에서 잠든 외계 공생체가 깨어나 귀 안쪽에 종소리 같은 목소리로 길을 일러 준다. 그는 방호복 없이도 숨 쉬는 늪인 아이들이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나눠 쓰는 장면을 보고, 스승이 이끄는 정화 부대가 신경독 살포기 ‘백색 종’을 끌고 숲 가장자리에 도착한 것을 본다.

새벽 04:40, 후보생은 스승의 총구 앞에서 공생체와 완전히 연결해 늪인 마을의 빛나는 균사망을 방패로 세우거나, 헤이븐으로 끌려가 다시 실험대에 묶이는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 人物 6
  • 場所 5
  • 場面 35
  • あらすじ 8,135字
(파견자들 세계관)숨 쉬면 격리당함 cover image

人物 · Characters

登場人物たち

정태린

女性

헤이븐 제7훈련구역에서 산소 필터 17분 단위 생존 시험을 통과한 첫 지상 임무 배정자

プロフィール

정태린은 이제프 파로딘의 인정을 받아 은색 방호복을 입고 진짜 하늘 아래 서려 하지만, 지상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봉인된 실험실의 흰 조명과 쏠의 종소리 같은 목소리가 함께 되살아난다. 폐유치원 그네 밑에서 늪인 아이 이오가 내민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받는 순간, 정태린은 이제프 파로딘의 명령을 따르는 제자에서 헤이븐의 거짓말을 증언할 유일한 생존자로 바뀐다. 정태린이 쏠과 더 깊이 연결될수록 산소 필터의 숫자는 줄고, 헤이븐으로 돌아가면 다시 실험대에 묶일 몸이 된다.

정태린은 긴장하면 방호복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고, 네 번째에 멈춘 뒤 아무도 보지 않는 쪽으로 숨을 삼킨다. 이제프 파로딘이 “후보생”이라고 부르면 정태린은 즉시 허리를 펴지만, 늪인 아이가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면 명령 복창보다 먼저 필터 잔량을 확인한다. 쏠의 목소리가 귀 안쪽에서 울릴 때마다 정태린은 이를 악물고 군용 기록계를 켜 두는데, 자신이 미쳐 가는 증거인지 세상이 거짓말한 증거인지 끝까지 지우지 못한다.

背景

정태린은 어린 시절 지상 노출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기록되었고, 헤이븐 연구소는 정태린의 기억을 “외상성 혼란”이라는 이름으로 봉인했다. 훈련소에서 정태린은 다른 후보생보다 포자 경보음을 빨리 알아챘고, 이제프 파로딘은 그 재능을 칭찬하는 대신 매번 더 무거운 필터 팩을 메게 했다. 회색 급수탑 아래 최종 시험 날, 정태린은 낙오자를 끌어올리느라 제한 시간을 넘겼지만 방호복을 벗지 않았고, 그 고집 때문에 첫 지상 임무 명단 맨 아래에 이름이 남았다.

描写

정태린은 아직 소녀의 선이 남은 얼굴에 파견자 후보생의 은색 방호복을 걸치고 서 있지만, 어깨끈은 과하게 조여져 있고 필터 팩은 또래보다 한 치 더 낮게 등을 짓누른다. 긴장할 때마다 왼손 검지로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다 네 번째에서 멈추며, 헬멧 안쪽의 흐린 반사면에는 인정받고 싶은 눈빛과 도망치고 싶은 눈빛이 동시에 걸린다. 목덜미 아래에는 연구소 주사 자국처럼 보이는 작은 흰 흉터가 있고, 그 위로 보랏빛 포자가 닿을 때마다 그녀는 귀 안쪽의 종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아주 잠깐 고개를 기울인다.

무성

태린의 신경계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다가 포자 폭풍 속 감각과 통증을 공유하기 시작한 외계 의식 파편

プロフィール

쏠은 정태린의 몸을 차지하지 않고, 정태린이 보는 폐유치원의 버섯등과 듣는 포자 폭풍의 떨림을 통해 지상 균사망의 끊긴 노래를 다시 맞추려 한다. 쏠이 길을 알려 줄수록 정태린은 방호복 밖에서도 살아남지만, 손을 뻗기 전에 이미 쏠의 종소리 같은 판단이 손끝을 움직인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이제프 파로딘의 감염 판정 장비가 정태린과 쏠을 하나의 붉은 표적으로 묶어 읽는 순간, 쏠의 도움은 정태린에게 생존 기술이자 처형 사유가 된다.

쏠은 위험을 설명할 때 문장보다 먼저 감각을 보낸다. 쇠 맛, 젖은 흙의 온도, 왼쪽 눈가에 번지는 푸른 빛 같은 신호가 오고, 그 뒤에야 귀 안쪽에서 작은 종이 한 번 울린다. 정태린이 겁에 질려 숨을 참으면 쏠은 폐의 통증을 줄여 주려다 오히려 정태린의 기억 속 실험실 조명을 건드리고, 놀란 정태린이 벽을 긁으면 쏠도 같은 박자로 균사망을 긁는다. 쏠은 거짓말을 잘하지 못해 침묵으로 숨기는데, 그 침묵이 길어지는 날마다 정태린은 자기 머릿속에서 가장 조용한 곳을 더 무서워한다.

背景

쏠은 정태린이 어린 시절 지상 노출 사고 뒤 헤이븐 연구소의 흰 침대에 묶였을 때, 신경 안정제 냄새와 함께 정태린의 뇌 깊은 곳에 접붙여졌다. 연구원들은 쏠을 감염 샘플 번호로 불렀지만, 쏠은 정태린의 심장 박동을 따라 일곱 해 동안 잠들며 지상의 균사망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첫 지상 임무의 포자 폭풍이 방호복 필터를 갉아먹는 순간, 쏠은 정태린을 살리기 위해 깨어났고, 그 깨어남 때문에 정태린은 헤이븐의 영웅 후보에서 회수해야 할 실험체로 바뀐다.

描写

쏠은 태린의 몸 밖으로 비칠 때 일곱 살 아이만 한 반투명한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옷 대신 젖은 균사 실이 잠옷처럼 어깨와 무릎에 감겨 있고 끝마다 작은 종 모양 포자낭이 매달려 있다. 얼굴은 겁먹은 아이처럼 고요한데, 눈동자 안에서는 끊어진 노래의 음절처럼 푸른 빛이 깜박이며 태린이 보는 방향보다 반 박자 먼저 움직인다. 한 손은 늘 자기 귀가 아닌 허공의 귀 안쪽을 만지듯 들어 올려져 있고, 그 손끝에서 은빛 실 한 가닥이 태린의 보이지 않는 신경으로 이어진다.

이제프 파로딘

男性

지상 귀환율 최고 기록을 가진 전설적 파견자로서 ‘백색 종’ 살포 부대를 직접 훈련시키는 헤이븐 방위 교관

プロフィール

이제프 파로딘은 정태린을 헤이븐이 낳은 가장 완벽한 파견자로 세워, 지상에서 잃은 대원들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이제프 파로딘은 정태린의 방호복 목 잠금쇠를 손톱 끝으로 맞춰 주면서도, 그녀의 감염 의심 수치가 흔들리는 순간 같은 손으로 붉은 봉인을 찍는다. 정태린이 늪인 마을을 목격한 뒤 돌아오면, 이제프 파로딘은 제자를 구하려면 그녀를 격리해야 하고 임무를 완수하려면 그녀가 지키려는 숲을 태워야 한다.

이제프 파로딘은 브리핑 때마다 산소 필터 케이스를 열어 안쪽에 새긴 전사자 이름을 엄지로 한 번 훑고, 그 손가락으로 작전 지도 위의 오염 구역을 지운다. 후보생이 구토해도 물을 먼저 주지 않고 호흡수부터 재지만, 정태린의 장갑 이음새가 1밀리미터라도 벌어져 있으면 훈련장을 멈추고 직접 무릎을 꿇어 조인다. 카리나의 늪인들이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나눠 쓰는 영상을 볼 때, 이제프 파로딘은 화면을 끄지 않고 끝까지 보며 “방역 실패가 흉내 낸 가족”이라고 기록한다.

背景

이제프 파로딘은 19년 전 지상 회수 임무에서 자기 분대원 일곱 명을 포자 안개 속에 두고 철수 명령을 내렸고, 돌아온 뒤 그들의 이름을 필터 케이스 안쪽에 칼끝으로 새겼다. 그 작전의 생존 보고서 한 귀퉁이에 카리나의 연구원 번호가 남아 있었지만, 이제프 파로딘은 그녀를 구조 대상이 아니라 헤이븐이 놓친 감염 경로로 분류했다. 정태린의 어린 시절 노출 사고 기록을 처음 열람한 날, 이제프 파로딘은 보고서를 봉인하지 않고 훈련 명단 맨 위에 올렸다.

描写

이제프 파로딘은 낡은 흰색 방역 지휘복 위에 회색 장갑판을 덧댄 채 서 있고, 목둘레의 산소 필터 케이스는 훈장처럼 깨끗하지만 안쪽에는 칼끝으로 새긴 일곱 이름이 숨어 있다. 쉰두 살의 얼굴은 지상 바람에 말라붙은 가죽처럼 팽팽하고, 한쪽 눈가를 가르는 옅은 화상 자국 아래로 감정을 아끼는 시선이 작전 지도와 후보생의 방호복 잠금장치를 같은 정확도로 훑는다. 그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손으로 붉은 봉인을 찍는 사람처럼, 늘 반쯤 숙인 어깨와 곧게 세운 총구 사이에 서 있다.

카리나

女性

지하 연구소에서 버려진 뒤 지상 심층 균사체 숲에 정착해 늪인들의 호흡 의식과 포자 길을 관리하는 전직 신경생태 연구원

プロフィール

카리나는 헤이븐의 배출구 아래로 떨어진 아이들과 감염자를 빛나는 뿌리 굴로 데려가 살리고, 해마다 균사망 앞에서 가장 오래 쓴 단어 하나를 잃는다. 태린의 뇌 속에서 울리는 쏠의 신호를 알아본 카리나는 태린을 전투의 칼끝에 세우기보다 헤이븐이 묻은 실험의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그러나 백색 종이 숲 가장자리에 멈춰 서는 순간, 카리나는 태린에게 진술보다 먼저 방패가 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카리나는 회의 중 말이 막히면 손가락으로 젖은 흙 위에 잃어버린 단어의 모양을 그리지만, 아이가 울면 남은 말 중 가장 부드러운 것을 골라 정확히 건넨다. 낯선 사람에게는 조개껍데기 마스크의 끈부터 확인하고, 거짓말을 들으면 웃지 않은 채 상대의 발밑 균사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본다. 카리나는 설득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지만, 숲의 가장 어린 뿌리가 검게 오그라들면 망설임 없이 피난로를 닫고 자신을 마지막 문 앞에 세운다.

背景

카리나는 한때 헤이븐 연구동에서 포자 적응 실험의 기록지를 정리하던 연구원이었고, 폐기 명령이 찍힌 아이의 손목표를 몰래 떼어 낸 밤 지상으로 도망쳤다. 첫해 겨울, 카리나는 굶주린 감염자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언어 기억을 균사망에 연결했고, 그 뒤로 숲은 카리나의 목소리를 조금씩 가져가는 대신 숨을 나눠 주었다. 이제프가 이끄는 정화 부대가 백색 종을 끌고 돌아오자, 카리나는 자신이 버린 연구동의 문서보다 태린의 살아 있는 몸이 더 오래 헤이븐을 흔들 수 있음을 안다.

描写

카리나는 마흔셋의 얼굴에 연구동 형광등 아래서 늦게까지 기록지를 넘기던 피로와, 젖은 숲에서 아이들을 숨겨 온 사람의 단단한 침묵을 함께 지니고 있다. 해진 방역 가운을 잘라 만든 회녹색 망토 위로 조개껍데기와 낡은 실험실 인식표를 엮어 걸쳤고, 말이 막힐 때마다 오른손 검지로 허공이 아니라 진흙 묻은 왼쪽 손바닥에 잃어버린 단어의 윤곽을 그린다. 그녀의 목덜미에서 쇄골까지는 푸른 균사 무늬가 얇은 글씨처럼 번져 있으며, 백색 종의 먼 종소리를 들으면 눈을 내리깐 채 먼저 아이들의 마스크 끈을 확인한다.

민도윤

男性

중앙 방역청 기록실에서 폐기 예정 실험 로그를 복원하며 파견자들의 생체 수치를 조작 없이 보관하는 하급 데이터 정비원

プロフィール

민도윤은 정태린이 파견자 명단에 오른 날, 오래전 노출 사고 보고서에서 지워진 이름과 실험체 번호가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민도윤은 자신의 상위 배급 등급과 어머니의 폐섬유화 치료권이 끊길 것을 알면서도, 정태린의 봉인 기억 파일을 복원해 카리나에게 닿는 낡은 지상 송신기로 흘려보낸다. 그 파일이 열리면 정태린은 영웅 후보생이 아니라 헤이븐이 묻어 둔 증거가 되고, 민도윤은 다시는 방역청 출입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민도윤은 기록실 냉각팬 소리가 한 박자만 늦어져도 손목 안쪽을 긁으며 로그 시간을 다시 맞추고, 거짓으로 덮인 문서에는 붉은 펜 대신 어머니 약봉지에서 떼어 낸 흰 라벨을 붙인다. 상관 앞에서는 숫자만 읽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지만, 폐기함에 들어간 아이들 이름을 발견하면 마스크 안쪽에 입김으로 한 번씩 써 보고 지운다. 민도윤은 정태린을 직접 만나면 아무 말도 못 할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정태린의 기억 파일 마지막 장면만은 세 번 되감아 보고 송신 버튼을 누른다.

背景

민도윤은 열일곱 살 때 방역 기록 보조원으로 뽑혀, 지상 노출 사고 생존자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지고 번호만 남는 과정을 처음 보았다. 그날 밤 민도윤의 어머니는 세척소에서 포자 필터를 갈다 폐를 다쳤고, 치료권을 받는 조건으로 민도윤은 방역청의 삭제 규칙을 외워야 했다. 카리나가 연구원 신분으로 남긴 오래된 암호 주석을 해독한 뒤부터, 민도윤은 헤이븐의 기록이 벽이 아니라 지상으로 새는 균열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描写

민도윤은 방역청 하급 정비원에게 지급되는 납빛 작업복을 늘 한 치수 크게 입고, 소매 끝에는 냉각실 성에와 종이 먼지가 함께 묻어 있다. 서른하나의 얼굴은 아직 마른 소년처럼 보이지만 눈 밑은 푸르게 꺼져 있고, 상관의 발소리가 들리면 목을 접어 숫자 뒤에 숨다가도 폐기 로그 앞에서는 손목 안쪽의 긁힌 자국을 엄지로 누른다. 그의 가슴 주머니에는 어머니 약봉지에서 떼어 낸 흰 라벨들이 접혀 있으며, 가장 낡은 라벨 뒷면에는 정태린의 실험체 번호가 아주 작게 적혀 있다.

이오

男性

폐유치원 놀이터 주변에서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말리고 버섯등의 빛이 약해진 곳을 찾아 표시하는 늪인 아이

プロフィール

이오는 백색 종이 울리기 전에 사라진 동생의 발자국을 찾아 카리나가 막아 둔 금지선 아래로 기어들어간다. 그 길에서 이오는 포자 폭풍에 갇힌 정태린에게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건네고, 정태린은 헤이븐이 가르친 ‘지상의 괴물’이 자기보다 먼저 남을 살리는 손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오가 진흙에 남긴 작은 발자국을 따라 이제프 파로딘의 정찰 드론이 마을의 숨은 입구를 찾아내면서, 이오가 동생을 찾는 일은 늪인 전체를 위험에 밀어 넣는다.

이오는 겁이 나면 조개껍데기 마스크의 금 간 가장자리를 엄지로 문지르다가 피가 비쳐도 멈추지 않는다. 어른들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금지선을 외워 보이지만, 밤이 되면 발목에 빛나는 균사 끈을 묶고 동생 이름을 세 번 속삭인 뒤 숲으로 들어간다. 정태린을 처음 봤을 때 이오는 도망치지 않고 그녀의 산소 필터 소리를 흉내 냈으며, 곧 자기 마스크의 반쪽을 떼어 내밀었다.

背景

이오는 헤이븐의 폐유치원 터에서 태어난 늪인 아이로, 녹슨 미끄럼틀 아래에 고인 빗물 냄새와 버섯등의 보랏빛을 집의 표식처럼 기억한다. 동생은 백색 종의 시험 울림이 숲 끝에서 번진 밤, 흰 포자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이오는 그 뒤로 작은 발자국과 부러진 조개끈만 보면 무릎부터 진흙에 댄다. 카리나는 이오를 숨은 입구 근처에도 못 가게 했지만, 이오는 어른들이 “기다리라”고 말할 때마다 동생이 더 멀리 간다고 믿는다.

描写

이오는 열 살보다 더 작아 보이는 마른 몸에, 버려진 유치원 커튼을 잘라 만든 짧은 망토와 진흙이 굳은 반바지를 걸치고 다닌다. 목에는 반으로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가 걸려 있고, 겁이 날 때마다 금 간 가장자리를 엄지로 문질러 손끝에 옅은 붉은 자국이 남는다. 그는 늘 한쪽 발을 뒤로 빼고 서서 도망칠 준비를 하지만, 눈은 먼저 도망가지 않는다.


あらすじ · Synopsis

あらすじ

정태린은 제7훈련구역의 회색 급수탑 아래에서 마지막 산소 필터를 손목 밸브에 끼운다. 필터 잔량은 17분. 콘크리트 바닥의 흰 원형 표시마다 쓰러졌던 후보생들의 무릎 자국이 남아 있고, 이제프 파로딘은 태린의 목 잠금쇠를 손톱 끝으로 눌러 맞춘다. 그는 “하늘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살아 돌아온 자만 훔쳐 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태린은 두려움을 감추려고 밸브를 세 번 두드리다가 네 번째에서 멈춘다. 그녀의 외부 목표는 파견자가 되어 진짜 지상을 밟는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어린 시절 지상 노출 사고에서 왜 혼자 살아남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 질문은 헤이븐에서 입 밖에 내면 격리실로 끌려가는 종류의 질문이다.

시험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다. 후보생들은 급수탑 내부의 좁은 사다리를 올라가, 인공 포자 안개가 차오르는 탱크실에서 17분 동안 필터 교체 없이 구조 표식을 회수해야 한다. 태린은 중간 지점에서 다른 후보생 하나가 산소 부족으로 헬멧 안에 구토하는 것을 보고 멈춘다. 규정대로라면 지나쳐야 하지만, 태린은 자기 필터 라인을 잠시 떼어 그 후보생의 보조 밸브에 연결한다. 그녀의 기록계에는 즉시 비정상 호흡 수치가 찍힌다. 이제프는 관제 유리 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얼굴을 굳힌다. 태린은 표식 회수 시간에서 11초를 잃지만, 구토한 후보생을 사다리 아래로 밀어 내려 살린다. 시험장은 술렁이고, 이제프는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와 태린의 손목을 잡는다. 그는 그녀를 탈락시키지 않는다. 대신 “너는 명령을 어겼고, 그래서 현장에서 쓸모가 있다”라고 낮게 말하며 첫 지상 임무 명단에 그녀 이름을 올린다.

같은 시각 중앙 방역청 기록실에서 민도윤은 폐기함에 실려 온 오래된 실험 로그 묶음을 분류한다. 냉각팬이 한 박자 늦게 돌자 그는 손목 안쪽을 긁으며 시간 코드를 맞춘다. 흰 라벨이 붙은 파일 하나에는 ‘노출 사고 생존아 7번’이라는 낡은 표기가 남아 있고, 생체 파형은 태린의 파견자 등록 파형과 정확히 겹친다. 민도윤은 어머니의 폐섬유화 치료권이 걸린 상위 배급 카드를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다, 폐기 도장을 찍으러 온 상관 앞에서 일부러 커피 대용액을 쏟는다. 상관이 욕설을 하며 젖은 문서를 들어 올리는 사이, 민도윤은 필름 조각 세 장을 소매 안쪽에 숨긴다. 그는 그날 밤 기록실 배수관을 타고 내려가 금지된 옛 지하철 환기구에서 낡은 지상 송신기를 켠다. 하지만 파일을 보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는 실험 장면이 새겨진 얇은 기억판을 방수천에 싸서 자신의 몸에 묶고, 헤이븐 하층의 검은 물이 차오르는 폐선로를 건너 태린이 출정하는 게이트로 직접 향한다.

태린의 첫 지상 임무는 폐유치원 주변 자원 회수와 포자 농도 측정이다. 이제프는 지휘관으로 동행하지 않고, 지하 관문 앞에서 태린의 헬멧을 두 손으로 잡아 마지막으로 밀봉한다. 그의 장갑은 차갑고 정확하다. “기록계는 너를 지킨다. 꺼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다.” 태린은 그 말을 믿고 싶어 한다. 지상문이 열리자 포자 안개가 계단 아래로 흘러 들어온다. 태린은 처음으로 하늘을 본다. 회색 구름 틈에 아주 얇은 새벽빛이 있고, 무너진 고가도로의 균사는 푸른 혈관처럼 떨린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지 않았는데도 젖은 종이 냄새와 단내를 느낀다.

폐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보랏빛 버섯등이 그네 사슬을 감싸고 있다. 태린은 모래밭에 꽂힌 낡은 색연필을 줍다가 작은 발자국을 발견한다. 그 발자국은 금지된 늪인 구역 쪽으로 이어진다. 동행 파견자는 즉시 표식을 찍고 철수하자고 하지만, 태린은 발자국 가장자리에 묻은 피와 진흙을 본다. 그때 포자 폭풍이 운동장 담을 넘어온다. 통신은 끊기고 산소 필터는 급격히 닳는다. 태린은 미끄럼틀 아래로 몸을 던지지만, 헬멧 측면에 균열이 생긴다. 포자 알갱이가 작은 별처럼 헬멧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가 숨을 멈춘 순간, 귀 안쪽에서 작은 종이 한 번 울린다.

쏠이 깨어난다. 먼저 쇠 맛이 혀에 번지고, 왼쪽 눈가에 푸른 빛이 퍼진다. 그 다음에야 목소리가 온다. “왼쪽. 젖은 흙 아래가 비어 있어.” 태린은 자신이 미쳐 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으로 모래를 파헤친다. 그 아래에는 늪인들이 쓰는 숨은 길이 있다. 그녀가 기어 들어가자 폐유치원 커튼으로 만든 망토를 걸친 이오가 어둠 속에서 칼처럼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쥐고 서 있다. 이오는 도망치지 않는다. 그는 태린의 산소 필터 소리를 흉내 내고, 자기 마스크의 반쪽을 떼어 그녀에게 내민다. 태린은 규정상 오염 물품을 착용하면 즉시 격리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녀는 헬멧 균열 위에 그 반쪽을 묶는다. 포자 폭풍이 잦아들 때까지 태린과 이오는 미끄럼틀 아래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다. 태린의 기록계는 산소 사용량과 생체 반응이 맞지 않는 붉은 수치를 계속 저장한다.

이오는 사라진 동생의 발자국을 찾고 있었다. 카리나가 막아 둔 금지선 아래에서 동생의 조개끈이 발견되었고, 이오는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나왔다. 태린은 그를 헤이븐에 넘기지 않고 늪인 마을 쪽으로 데려다주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모래밭을 건널 때, 이제프의 정찰 드론이 이오의 피 묻은 발자국과 태린의 비정상 호흡 수치를 동시에 포착한다. 태린은 드론을 향해 돌을 던져 렌즈를 깨지만, 위치 신호는 이미 전송된다. 이오가 금 간 조개껍데기 가장자리를 엄지로 문지르며 피를 내는 것을 보고, 태린은 그 작은 손을 잡는다. 그 순간 쏠은 태린에게 이오의 공포를 감각으로 흘려보낸다. 차가운 발, 잃어버린 동생 이름, 버섯등 아래에서 울지 않으려 깨문 입술. 태린은 더 이상 늪인을 ‘오염체’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늪인 마을 입구에서 카리나가 나타난다. 그녀는 태린의 방호복 봉인을 보고 먼저 총을 들지 않는다. 대신 조개껍데기 마스크 끈을 확인하고, 태린의 목 옆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푸른 균사 무늬를 본다. 카리나는 진흙 위에 잃어버린 단어의 모양을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멈춘다. “네 안에 잠든 것이 길을 기억한다.” 태린은 반발하지만, 카리나는 그녀를 낮은 뿌리 굴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헤이븐에서 버려진 아이들, 감염 판정을 받고 투기된 노인들, 방호복 조각으로 지붕을 기운 가족들이 산다. 아름다운 빛 아래에 폐기된 의료 튜브와 깨진 연구소 표지판이 박혀 있다. 카리나는 태린에게 진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녀는 먼저 이오의 손가락 상처를 씻기고, 태린에게 그 물그릇을 잡게 한다.

그 밤, 민도윤은 폐선로와 배수구를 지나 지상 환기탑 아래로 올라온다. 그는 숨이 차서 거의 쓰러지지만, 카리나의 정찰자들에게 발견되어 늪인 마을로 끌려온다. 태린은 그를 보고 방호복 장갑을 벗지도 못한 채 뒤로 물러난다. 민도윤은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몸에 묶은 방수천을 풀어 기억판을 꺼내고, 카리나가 준비한 균사막 위에 그것을 눌러 붙인다. 빛이 켜지고, 태린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본다. 흰 조명, 손목을 묶은 고무 끈, 이제프보다 젊은 연구원들의 그림자, 그리고 아주 작은 종소리. 실험실의 유리벽 너머에는 카리나도 있다. 그녀는 당시 연구원이었고, 실험이 중단되자 아이들을 살리려다 헤이븐에서 버려졌다.

태린은 카리나의 멱살을 잡는다. “당신도 거기 있었잖아.” 카리나는 저항하지 않는다. 그녀는 태린의 손에 목이 눌린 채, 자신이 그날 태린을 빼내려다 실패했고 대신 쏠과의 결합을 안정시키는 약물을 주입했다고 말한다. 그 약물이 태린을 살렸지만, 태린의 기억 일부를 봉인했다. 태린은 카리나를 밀쳐 넘어뜨리고 뿌리 굴 밖으로 뛰쳐나간다. 쏠은 따라오지 않는 것처럼 침묵한다. 그 침묵이 더 무섭다. 태린은 처음으로 자신이 구원받은 것이 아니라 보관되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헤이븐은 태린을 회수하기 위해 이제프를 지상으로 보낸다. 이제프는 백색 종 살포 부대를 이끌고 숲 가장자리에 도착한다. 백색 종은 종처럼 생긴 흰 탱크를 세 개 달고 있으며, 이동할 때마다 낮고 둔한 울림을 낸다. 이제프는 늪인 마을을 향해 바로 발포하지 않는다. 그는 먼저 태린을 찾는다. 폐유치원 강당에서 두 사람은 마주 선다. 벽에는 벗겨진 토끼 그림 위로 균사가 자라 새 귀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제프는 태린의 감염 판정 장비를 꺼내고, 붉은 표적이 그녀의 가슴에 뜨자 눈을 감는다. 그는 그녀에게 돌아가자고 한다. “격리하면 살릴 수 있다. 네 안의 것을 떼어 내면 된다.” 태린은 이제프의 필터 케이스 안쪽에 새겨진 전사자 이름들을 본다. 그 이름들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묘비이자 칼날이다.

태린은 민도윤이 가져온 기억판을 이제프에게 내민다. 그러나 이제프는 그것을 보지 않고 바닥에 떨어뜨린다. “기록은 언제나 오염된다. 몸만 믿어라.” 그는 태린에게 다가와 직접 손목 밸브를 잠근다. 산소 흐름이 끊기고 태린의 헬멧 안이 흐려진다. 이제프는 그녀를 끌어안듯 붙잡고 격리 주사를 꺼낸다. 그 순간 태린은 쏠에게 처음으로 명령하지 않고 부탁한다. “내 손을 움직이지 마. 내가 볼 수 있게만 해.” 쏠은 종소리 대신 통증을 줄인다. 태린은 자기 힘으로 이제프의 손목을 비틀어 주사를 떨어뜨리고, 헬멧 잠금쇠를 스스로 연다. 지상 공기가 얼굴을 때린다. 그녀는 쓰러지지 않는다. 이제프는 한 걸음 물러선다. 그의 믿음에 첫 금이 간다.

하지만 이오가 동생을 찾으러 다시 금지선 아래로 들어가며 더 큰 재앙을 부른다. 이오는 동생의 조개끈을 따라가다 백색 종 선발 정찰대의 표식 말뚝을 발견한다. 그는 그것을 뽑아 도망치지만, 말뚝에 묻은 위치 추적 포자가 그의 발목 균사 끈에 달라붙는다. 이제프의 부대는 그 흔적을 따라 마을의 숨은 입구를 찾아낸다. 카리나는 피난로를 열고 아이들을 뿌리 굴 깊은 곳으로 밀어 넣지만, 가장 어린 뿌리가 신경독 예비 분사에 닿아 검게 오그라드는 것을 본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깥 피난로 하나를 닫는다. 그 길을 닫으면 백색 종의 독이 중심부로 바로 들어오지 못한다. 대신 아직 밖에 남은 어른 몇 명과 카리나 자신이 퇴로를 잃는다.

민도윤은 헤이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배수문 앞에서 멈춘다. 어머니의 치료권을 되찾으려면 지금 내려가 자신이 훔친 기록판을 카리나에게 빼앗겼다고 거짓 보고하면 된다. 그는 배수문 손잡이를 잡고 한참 서 있다가, 문을 닫는 대신 반대로 잠금핀을 뽑아 늪인 아이들이 지나갈 좁은 통로를 만든다. 검은 물이 폐선로에서 역류해 그의 허리까지 차오른다. 그는 아이들을 한 명씩 들어 올려 통과시키고, 마지막으로 이오를 밀어 넣는다. 이오는 울면서 그의 손목을 붙잡지만, 민도윤은 자기 어머니 약봉지에서 떼어 온 흰 라벨을 이오의 조개 마스크 안쪽에 붙여 준다. “숨 막히면 이쪽을 물어. 찢어지지 않게.” 그가 물속에서 버티는 동안, 헤이븐 방역병들이 뒤늦게 내려와 그를 체포한다.

새벽 04:40, 포자 밀도가 잠시 낮아지고 헤이븐 방역 감시망이 교대되는 짧은 틈에 이제프는 백색 종을 작동시킨다. 숲 가장자리에 흰 종 세 개가 세워지고, 살포관이 늪인 마을의 뿌리 지붕을 향한다. 태린은 카리나가 닫은 피난로 앞에 도착한다. 카리나는 이미 신경독에 노출되어 목의 푸른 무늬가 희미해지고 있다. 그녀는 태린에게 싸우는 법을 말로 가르치지 않는다. 자기 손바닥을 태린의 맨손에 붙이고, 균사망이 기억하는 길을 몸으로 넘긴다. 그 대가로 카리나는 오래 붙잡고 있던 단어 하나를 잃는다. 그녀는 태린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입술만 떨린다. 태린은 그 단어가 ‘용서’인지 ‘딸’인지 알 수 없다.

태린은 백색 종 앞으로 걸어간다. 이제프는 총을 겨눈다. 주변에는 파견자 부대, 늪인 피난민, 물에 젖은 민도윤을 끌고 온 방역병들,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쓴 이오가 모두 있다. 누구도 화면 뒤에 있지 않다. 모두 같은 새벽 공기 속에서 숨을 쉰다. 이제프는 태린에게 마지막으로 무릎 꿇으라고 명령한다. 태린은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고, 네 번째에는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밸브를 뜯어내고 생체 수치 기록계를 바닥에 던진다. 쏠은 그녀의 시야를 늪인 마을 전체와 연결한다. 버섯등, 조개 마스크, 검은 물에 젖은 배수문, 카리나의 떨리는 손, 민도윤의 찢어진 손목, 이오의 작은 발자국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태린은 균사망을 방패로 세우려 하지만, 그것은 벽처럼 솟지 않는다. 대신 땅 아래의 뿌리들이 백색 종의 살포관을 붙잡고, 늪인들이 몸으로 당긴 밧줄과 함께 방향을 틀게 만든다. 이제프는 이를 막기 위해 직접 살포기 위에 올라가 수동 손잡이를 잡는다. 태린도 올라간다. 두 사람은 흰 탱크 위에서 서로의 장갑과 팔을 붙잡고 밀친다. 이제프는 태린을 떨어뜨리려 하지 않고, 한 손으로 그녀의 헬멧 없는 머리를 감싸 포자 바람에서 가린다. 그 모순된 손길 때문에 태린은 울컥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프의 필터 케이스를 잡아뜯고, 안쪽에 새겨진 전사자 이름들을 그의 눈앞에 펼친다. “이 이름들 때문에 또 이름을 지우지 마세요.”

이제프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그러나 백색 종은 이미 자동 압력을 채우고 있다. 살포를 멈추려면 수동 손잡이를 끝까지 꺾어 내부 압력을 역류시켜야 하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독성 증기를 뒤집어쓴다. 이제프는 태린을 밀쳐 아래로 떨어뜨리고 자신이 손잡이를 잡는다. 태린은 다시 올라가려 하지만, 카리나가 남은 힘으로 균사막을 당겨 그녀를 붙잡는다. 이제프는 처음으로 태린을 “후보생”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른다. “정태린, 살아서 증언해라.” 그는 손잡이를 꺾는다. 흰 종들이 안쪽으로 찌그러지고, 신경독 구름은 숲으로 뿌려지지 못한 채 탱크 내부에서 굳어 회색 결정으로 떨어진다. 이제프는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그의 장갑 사이로 포자와 독이 함께 스며든다.

정화 작전은 멈추지만 승리는 깨끗하지 않다. 카리나는 살아남으나, 그날 이후 몇몇 단어를 더 잃는다. 민도윤은 방역병들에게 끌려가지만, 늪인 아이들이 통과한 배수문을 닫지 않았다는 죄목 때문에 재판장에 세워진다. 태린은 헤이븐으로 돌아간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프가 마지막으로 남긴 명령을 자기 방식으로 끝내기 위해서다. 그녀는 격리복을 입지 않은 채 중앙 광장의 방역 봉인선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민들은 물러서고, 방역병들은 총을 든다. 태린은 기록판을 높이 들지 않는다. 대신 민도윤을 끌고 온 방역병 앞에 무릎을 꿇고, 자기 목의 푸른 균사 무늬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오가 준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한 아이에게 씌워 준다. 그 아이는 지상 공기가 묻은 물건이라며 울지만, 태린은 마스크 끈을 천천히 묶어 준다.

민도윤은 재판장에서 숫자를 읽는 대신, 폐기함에서 외웠던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말한다. 이름을 들은 시민들이 배급 줄에서 빠져나와 봉인선 앞으로 모인다. 카리나는 늪인 몇 명과 함께 헤이븐의 하층문까지 내려온다. 그녀는 잃어버린 단어 때문에 긴 연설을 하지 못한다. 대신 진흙 묻은 손으로 콘크리트 벽에 호흡 가능한 포자 농도를 표시하고,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시민들에게 나눠 준다. 헤이븐 수뇌부는 태린을 다시 실험대에 묶으려 하지만, 이제프의 부대였던 파견자 몇 명이 길을 막는다. 그들은 전 지휘관의 필터 케이스를 태린에게서 받아 보고, 안쪽의 이름 옆에 새로 생긴 빈칸을 본다. 누군가 그 빈칸에 이제프 파로딘의 이름을 긁어 넣는다.

결말에서 지하와 지상의 장벽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첫 문은 아주 작게 열린다. 헤이븐 하층의 낡은 환기구 하나가 공식 통로가 되고, 시민들은 17분 산소 필터를 세금처럼 바치는 대신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배워 만든다. 늪인들도 헤이븐으로 내려와 검은 물의 병을 치료하는 균사 여과막을 설치한다. 태린은 파견자 영웅 동상에 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회색 급수탑 아래 훈련장의 흰 원형 표시를 지우지 않고, 그 옆에 폐유치원에서 가져온 작은 버섯등을 심는다. 밤마다 그 빛은 콘크리트 위에서 약하게 흔들린다. 쏠은 여전히 태린의 귀 안쪽에서 종소리처럼 말하지만, 이제 태린은 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기록계를 켜지 않는다. 그녀는 먼저 자신의 손을 보고, 그 손이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았는지 확인한다.

마지막 새벽, 태린은 이오와 함께 폐유치원 그네를 고친다. 이오는 동생을 완전히 찾지 못했지만, 금지선 아래에서 발견한 작은 조개끈을 버섯등 옆에 묶는다. 카리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손가락으로 흙 위에 잃어버린 단어의 모양을 그린다. 민도윤은 헤이븐 하층 치료소에서 어머니의 산소관을 갈아 끼우고, 몰래 가져온 흰 라벨 하나에 새 이름을 적어 벽에 붙인다. 태린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아직 맑지 않고 포자는 여전히 떠다닌다. 그러나 누군가의 숨을 끊어야만 살아남는 세계는 그날 새벽, 처음으로 다른 방법을 배운다.


世界観 · World

世界

representative image

設定

헤이븐은 옛 대도시 지하철망과 군용 대피 벙커를 이어 만든 수직 지하 도시다. 가장 낮은 층에는 검은 물이 고인 폐선로와 열 교환기가 있고, 중간 층에는 배급 시장, 방역청 기록실, 훈련구역이 좁은 원통형 통로로 얽혀 있다. 제7훈련구역의 중심에는 회색 급수탑이 서 있으며, 그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는 파견자 후보생들이 산소 필터 17분 생존 시험을 치르다 남긴 흰 원형 표시가 겹겹이 칠해져 있다.

지상은 범람체의 포자와 균사 식생이 도시의 잔해를 삼킨 세계다. 무너진 고가도로에는 푸른 균사가 혈관처럼 뻗고, 폐유치원의 낮은 담장에는 보랏빛 버섯등이 줄지어 자라 밤마다 젖은 종이 냄새와 단내를 풍긴다. 그네 사슬은 균사에 감겨 천천히 흔들리고, 운동장 모래 밑에는 늪인들이 쓰는 숨은 길과 조개껍데기 마스크 건조대가 숨어 있다. 숲 가장자리 너머 깊은 곳에는 카리나가 이끄는 늪인 마을이 있으며, 그곳의 집들은 버려진 연구소 천막, 나무뿌리, 빛나는 균사막으로 엮인 낮은 굴 형태다.

이 세계의 경계는 단순한 위아래가 아니다. 헤이븐의 문은 지상으로 열리지만, 지상은 헤이븐이 버린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다시 자란다. 태린이 걷는 모든 통로와 뿌리 길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졌고, 누군가를 지우기 위해 봉인되었다.

時代

범람체 유입 후 64년째, 헤이븐 표준력으로 우기 직전의 냉각기 말기다. 지하에서는 결로가 천장 배관에 맺혀 밤마다 금속 비처럼 떨어지고, 지상에서는 새벽마다 포자 안개가 낮게 깔려 균사 숲의 빛이 가장 선명해진다.

이야기는 헤이븐 수뇌부가 대규모 정화 작전용 신경독 살포기 ‘백색 종’을 완성한 직후 시작된다. 파견자 선발은 더 이상 탐사 인력을 뽑는 절차가 아니라 정화 작전의 길잡이를 고르는 의식이 되었고, 태린의 첫 지상 임무는 헤이븐이 오래 숨겨 온 실험 기록과 늪인 마을의 위치가 동시에 드러나는 시점과 겹친다. 새벽 04:40은 지상의 포자 밀도가 잠시 낮아지고 헤이븐의 방역 감시망이 교대되는 시간이라, 탈출과 학살이 모두 가능한 짧은 틈이다.

ルール

헤이븐 시민은 허가 없이 지상 공기를 접촉하면 즉시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어 격리된다. 이 규칙 때문에 태린은 쏠의 도움으로 살아남을수록 영웅이 아니라 처분 대상에 가까워지고, 이제프는 제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녀를 다시 실험대에 묶을 수 있다.

파견자의 산소 필터는 17분 단위로만 교체되며, 임무 기록계의 생체 수치와 맞지 않는 필터 사용은 반역 증거로 보관된다. 이 규칙 때문에 태린은 숨을 아끼는 선택까지 감시당하고, 민도윤이 기록을 조작하지 않고 보관한 생체 로그는 나중에 헤이븐의 거짓말을 무너뜨리는 증거가 된다.

범람체와 신경 결합한 사람은 지상의 포자 길과 균사망을 감각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기억 일부가 쏠림 현상처럼 흔들린다. 이 규칙 때문에 태린은 방호복 없이도 폐유치원과 늪인 마을을 통과할 수 있지만, 실험실 기억과 쏠의 판단이 뒤섞여 자신이 선택하는지 조종당하는지 의심한다.

‘백색 종’의 신경독은 범람체 균사만 죽이지 않고 균사에 적응한 늪인들의 호흡 기관과 기억 연결까지 함께 끊는다. 이 규칙 때문에 이제프의 정화 작전은 단순 방역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삶과 증언을 지우는 학살이 되며, 카리나와 태린은 설득만으로는 시간을 벌 수 없는 전투에 밀려난다.

技術と哲学

헤이븐은 방역을 신앙처럼 운영한다. 시민의 계급은 배급권, 산소권, 이동권으로 나뉘고, 몸의 청결은 도덕성처럼 평가된다. 파견자는 지상의 위험을 대신 짊어지는 영웅으로 선전되지만, 실제로는 도시가 필요할 때 쓰고 버릴 수 있는 고위험 인력이다. 이제프는 이 체제를 믿는다. 그는 순수한 인간성을 지키려면 오염된 가능성을 먼저 잘라 내야 한다고 배웠고, 그 믿음 때문에 가장 정확한 손으로 가장 잔인한 명령을 수행한다.

헤이븐의 핵심 기술은 밀폐 방호복, 17분 산소 필터, 감염 판정 장비, 생체 수치 기록계, 그리고 신경독 살포기 백색 종이다. 이 장비들은 생존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모든 호흡을 증거로 만든다. 태린이 살아남기 위해 남긴 수치 하나가 그녀를 고발하고, 민도윤이 폐기하지 않은 로그 하나가 도시 전체를 고발한다.

지상의 늪인들은 기술을 버린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헤이븐의 폐기물과 범람체의 생태를 함께 써서 다른 방식의 생존 기술을 만들었다. 조개껍데기 마스크는 포자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호흡 가능한 농도로 걸러 주며, 균사 길은 발소리보다 체온과 떨림을 더 잘 기억한다. 카리나의 철학은 지상을 정복하거나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독도 관계를 바꾸면 약이 될 수 있는지 매일 몸으로 시험하는 일에 가깝다.

쏠과 범람체의 네트워크는 기계도 신화도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먹고 길을 내는 생물학적 통신망이다. 헤이븐은 그것을 광증이라 부르고, 늪인들은 그것을 함께 숨 쉬는 법이라 부른다. 태린은 두 이름 사이에 선다. 그녀의 선택은 어느 편이 옳은지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어느 세계가 타인의 숨을 끊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일이 된다.

視覚的描写

헤이븐의 색은 납빛 회색, 형광등의 푸른 흰색, 방역 봉인의 붉은색으로 제한되어 있다. 벽은 늘 젖어 있고, 콘크리트 균열마다 소독제가 흘러 마른 소금 자국을 남긴다. 사람들은 얇은 방역복 안에서 어깨를 좁히고 걷고, 배급소의 조명은 얼굴을 병원 침대처럼 납작하게 만든다. 급수탑 아래 훈련장은 넓지만 숨이 막힌다. 산소 필터가 돌아가는 소리, 군화가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 멀리서 울리는 방역 사이렌이 모든 장면의 박자를 만든다.

지상은 어둡지만 죽어 있지 않다. 보랏빛 버섯등, 푸른 균사 줄기, 연두색 포자 구름이 폐허를 부드럽게 밝힌다. 유치원 벽에는 벗겨진 동물 그림 위로 균사가 자라 귀와 꼬리를 새로 만든 것처럼 보이고, 미끄럼틀 아래에는 작은 조개껍데기 마스크들이 빨래처럼 널려 있다. 포자 폭풍이 오면 풍경은 눈보라처럼 흐려지지만, 가까이서는 포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작은 별처럼 반짝인다.

늪인 마을은 동화 속 은신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버려진 의료용 튜브, 깨진 연구소 표지판, 아이들 손으로 꿰맨 방수천이 뿌리 사이에 박혀 있다. 아름다움은 늘 폐기물 위에서 자라고, 빛은 늘 상처 난 곳에서 새어 나온다.


場所 · Locations

舞台となる場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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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급수탑 시험장

넓고 낮은 지하 광장 한가운데 회색 급수탑이 천장 배관을 떠받치듯 서 있고, 푸른 형광등의 확산광이 젖은 콘크리트 바닥의 흰 원형 표시들을 납작하게 눌러 놓는다. 원마다 무릎이 끌린 자국과 손바닥만 한 소독제 소금 얼룩이 겹쳐 있으며, 탑 안쪽 사다리 아래에는 떨어진 필터 고무링들이 작은 검은 고리처럼 고여 있다. 산소 필터 회전음은 벽을 타고 일정하게 갈리고, 군화가 얕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그 소리가 잠깐 깨졌다가 다시 붙는다. 관제 유리 너머의 붉은 방역 봉인은 차갑게 번지고, 시험장은 후보생이 숨을 아끼는 법보다 먼저 누군가를 지나치는 법을 배우도록 설계된 것처럼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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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방역청 기록실

창백한 흰 조명 아래, 천장까지 닿는 금속 서랍들이 좁은 통로 양쪽을 막고 서 있으며 서랍 손잡이마다 붉은 폐기 도장이 겹겹이 번져 있다. 냉각팬은 늘 한 박자 늦게 돌아 종이 넘기는 마른 소리 사이에 짧은 공백을 만들고, 그 공백마다 단말기 화면의 시간 코드가 희미하게 떨린다. 작업대 위에는 축축한 필름 조각들이 흰 라벨과 함께 눌어붙어 있고, 손끝이 닿으면 차가운 약품 냄새보다 먼저 금속 서랍의 냉기가 손목 안쪽으로 파고든다. 이곳에서는 버려질 기록조차 번호순으로 정렬되어, 누군가의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정확한 칸을 배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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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등 폐유치원

낮은 담장 안쪽 운동장은 흐린 새벽빛에 납작하게 눌려 있고, 보랏빛 버섯등이 벗겨진 토끼와 기린 그림 위로 줄지어 자라 젖은 벽을 천천히 밝힌다. 균사에 감긴 그네 사슬은 바람이 없어도 끼익, 끼익 흔들리고, 담 너머에서 밀려오는 포자 폭풍은 낮은 휘파람처럼 미끄럼틀 밑 빈 공간을 훑는다. 젖은 모래밭에는 작은 맨발 자국과 파견자 장화 자국이 겹쳐 찍혀 있으며, 반쯤 묻힌 색연필들은 물을 먹어 나무결이 벌어진 채 금지된 길의 표식처럼 한 방향을 가리킨다. 버섯등 아래에 널린 깨진 조개껍데기 조각들은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누군가 급히 숨을 나누고 달아난 자리마다 보랏빛 가루가 얇게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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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마스크 뿌리굴

낮은 뿌리 천장이 등처럼 굽어 있고, 그 사이를 꿰맨 방수천이 막아 연두색 균사빛을 부드럽게 걸러 낸다. 벽마다 매끈하게 닦인 조개껍데기 마스크가 아이 키 높이에 걸려 있으며, 금 간 껍데기 안쪽에는 흰 라벨 조각과 작은 이름표가 눌어붙어 있다. 안쪽에서는 아이들 속삭임이 천막 그림자에 부딪혀 작게 접히고, 흙 묻은 손을 씻는 물그릇마다 갈색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진다. 굴 한가운데의 얕은 균사막은 기억판을 올려놓기 좋게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어, 이곳의 온기는 숨을 나누는 자리이면서도 묻어 둔 장면이 다시 켜지는 자리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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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종 숲가장자리

희끄무레한 독성 안개가 낮게 깔린 숲 가장자리에는 종 모양의 흰 살포 탱크 세 개가 새벽 04:40의 얇은 역광을 받아 차갑게 번들거리고, 탱크 표면마다 얼어붙은 손자국과 긁힌 번호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탱크가 압력을 채울 때마다 둔한 종울림이 땅속으로 퍼지고, 푸른 균사광을 품은 뿌리줄기들이 살포관 아래에서 천천히 꿈틀거리며 밧줄에 쓸려 마른 섬유 소리를 낸다. 열린 지상 가장자리는 넓지만 물러설 곳이 없고, 흰 안개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와 뿌리의 그림자가 같은 높이로 흔들린다.


場面 · Scenes

場面ごとの物語

チャプター 01

シーン 01

흰 원 안의 마지막 필터

흰 원 안의 마지막 필터

정태린은 흰 원형 표시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마지막 17분 산소 필터를 손목 밸브에 밀어 넣었다. 젖은 콘크리트가 장갑 무릎에 검게 배고, 회색 급수탑은 낮은 천장 배관을 떠받친 채 푸른 형광등 아래 납작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필터가 딸깍 잠기자 생체 수치 기록계의 작은 화면에 17:00이 떠올랐다. 태린은 손가락으로 밸브를 한 번, 두 번, 세 번 두드렸다.

이제프 파로딘이 그녀 앞에 무릎을 접고 앉아 헬멧 목 잠금쇠를 잡아당겼다. 그의 검은 장갑 끝이 봉합선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태린의 턱 아래 투명 고무가 조여졌다. “기록계는 너를 지킨다.” 이제프가 말했다. “꺼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다.” 태린의 손가락이 네 번째로 밸브를 치려다 공중에서 멈췄고, 이제프는 그 멈춘 손을 내려다본 뒤 자신의 금속 필터 케이스를 열어 안쪽에 긁힌 이름들을 엄지로 한 번 훑었다.

그는 케이스를 닫고 태린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흰 원 가장자리의 소독제 소금 얼룩이 군화 밑에서 부서지고, 탑 안쪽 사다리 아래 고여 있던 검은 필터 고무링들이 작게 흔들렸다. 이제프는 태린을 원 밖 시험선으로 한 걸음 밀었다. 태린의 손가락은 아직 밸브 위에 있었지만, 네 번째 소리는 끝내 나지 않았다.

シーン 02

급수탑 속 인공 안개

급수탑 속 인공 안개

정태린은 열린 시험선 안으로 몸을 밀어 넣고 회색 급수탑 내부 사다리의 첫 칸을 움켜잡았다. 젖은 철이 장갑 아래에서 미끄러졌고, 아래쪽 흰 원형 표시들은 둥근 뚜껑처럼 멀어졌다. 관제 유리 너머에서 이제프 파로딘이 그녀를 보며 검은 장갑으로 붉은 봉인 레버를 내렸다. 탱크실 바닥의 분사구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흰 인공 안개가 어린 짐승처럼 낮게 기어 나왔다.

“상승. 멈추지 마라.” 이제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납작하게 눌렸다. 태린은 대답 대신 손목을 들어 기록계의 숫자를 흘끗 봤다. 16:42. 철제 난간에는 노란 구조 표식이 매달려 있었고, 안개 속에서 그것만 작은 동화책의 별처럼 흔들렸다. 그녀가 세 칸을 더 오르자 안개가 군화 뒤꿈치를 삼키고, 사다리 아래 떨어진 검은 고무링들이 하얀 물결 속에 잠겼다.

태린은 숨을 짧게 잘라 내쉬며 사다리를 잡은 손을 바꿨다. 방호복 팔꿈치 이음새가 탱크 벽에 긁혀 은색 칠이 벗겨졌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프가 관제판 위에 손가락 하나를 더 얹자 안개 농도 표시등이 붉게 올라갔고, 탱크실 벽의 작은 환기창들이 차례로 닫혔다. 태린의 헬멧 안쪽에 흰 김이 번지는 동안, 노란 구조 표식은 더 가까워졌고 기록계 숫자는 16:03으로 떨어졌다.

シーン 03

지나치라는 규정

정태린은 사다리 중간 발판에 주저앉은 후보생의 어깨끈을 움켜쥐고 그를 철제 난간 쪽으로 끌어당겼다. 탱크실 바닥에서 올라온 인공 포자 안개가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고, 푸른 형광등은 젖은 금속 벽에 물고기 배 같은 빛을 눌러 붙였다. 후보생의 헬멧 안쪽에는 흐린 구토 자국이 번져 있었고, 그의 손은 보조 밸브를 찾지 못한 채 허공을 긁었다. 관제 스피커에서 이제프 파로딘의 목소리가 잘린 금속처럼 떨어졌다. “후보생 정태린, 전진. 구조 표식을 우선 회수한다.”

태린은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다. 네 번째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 필터 라인의 잠금쇠를 돌려 뽑았고, 순간 헬멧 안의 압력이 낮아지며 짧은 경고음이 귀를 찔렀다. 이제프의 목소리가 다시 내려왔다. “지나쳐라. 이것도 규정이다.” 태린은 대답하지 않고 후보생의 보조 밸브에 라인을 밀어 넣었다. 딸깍. 작은 결합음 뒤에 후보생의 가슴이 한 번 크게 들썩였고, 태린의 기록계 화면에는 07:48 옆으로 붉은 줄 두 개가 솟았다.

관제 유리 너머 이제프 파로딘의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은 채 굳었다. 태린은 후보생의 헬멧을 두 손으로 받쳐 고개를 세우고, 자기 어깨 하네스에 남은 짧은 보조 호스를 억지로 물렸다. 탱크실 천장에 매달린 구조 표식은 아직 세 칸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태린의 손목 기록계는 붉은 숫자를 지우지 않았고, 끊긴 필터 라인 끝에서는 흰 김이 가느다랗게 새어 나왔다.

シーン 04

잃어버린 11초

잃어버린 11초

정태린은 한 손으로 구조 표식의 노란 고리를 낚아채고, 다른 손으로 산소 부족에 축 늘어진 후보생의 어깨끈을 사다리 쪽으로 밀어붙였다. 회색 급수탑 내부 탱크실에는 인공 포자 안개가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고, 푸른 형광등은 젖은 철제 난간 위에서 차갑게 미끄러졌다. 그녀의 손목 기록계가 00:11을 붉게 깜박였지만, 태린은 표식을 먼저 품에 끼우고 후보생의 장화를 사다리 첫 칸에 걸었다. “표식 회수 후 즉시 하강.” 관제 스피커가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태린은 대답하지 않고 후보생의 등을 팔꿈치로 밀었다.

후보생의 몸이 사다리 아래 안전망으로 떨어지며 검은 필터 고무링들을 튕겨 냈다. 그 순간 태린의 보조 라인이 후보생의 밸브에서 빠져나와 바닥을 때렸고, 헬멧 안쪽에 산소 경고음이 짧고 높은 소리로 찔렀다. 태린은 난간을 붙잡고 몸을 돌렸지만, 표식 끈이 부러진 철망에 걸려 그녀를 다시 잡아당겼다. 그녀는 장갑 손가락으로 끈을 끊어 내고 몸을 던졌다. 철제 사다리가 흔들리며 탱크 벽에 부딪쳤고, 위쪽 관제 유리 너머 이제프 파로딘의 얼굴이 붉은 방역 봉인 옆에서 굳어졌다.

태린이 마지막 칸에서 미끄러져 젖은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을 찍자, 구조 표식은 그녀의 가슴 아래에서 찌그러진 소리를 냈다. 기록계 화면에는 회수 완료와 함께 지연 00:11, 비정상 산소 공유, 규정 이탈이라는 붉은 줄이 차례로 박혔다. 이제프 파로딘은 관제 유리 너머에서 손을 들지 않았다. 그는 금속 필터 케이스를 열어 안쪽 이름들을 엄지로 한 번 훑고, 다시 태린을 보았다. 태린은 숨을 몰아쉬며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고, 네 번째 손가락은 피 묻은 구조 표식 위에서 멈췄다.

シーン 05

명령 위반자의 배정

이제프 파로딘은 탱크실 문을 밀어젖히고 흰 안개 속으로 들어와 정태린의 손목을 낚아챘다. 젖은 콘크리트 위에는 구조 표식에서 떨어진 노란 페인트 조각이 붙어 있었고, 흰 원형 표시 밖으로 검은 필터 고무링 하나가 굴러 나와 멈췄다. 정태린의 기록계 화면에는 산소 라인 분리, 보조 밸브 접속, 지연 11초가 붉은 글자로 겹쳐 떴다. 이제프는 엄지로 화면을 한 번 눌러 확대했고, 그의 장갑 끝에서 소독제 냄새가 짧게 올라왔다.

“명령 위반입니다.” 정태린이 먼저 말했다. 헬멧 안쪽의 김이 아직 걷히지 않아 목소리가 얇게 울렸다. 이제프 파로딘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들어 관제 유리 쪽으로 보였다. 붉은 방역 봉인이 유리 너머에서 번졌고, 그는 허리의 금속 단말을 꺼내 첫 지상 임무 명단을 열었다. “너는 명령을 어겼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쓸모가 있다.” 그는 정태린의 이름 옆 빈칸에 검은 장갑 낀 손가락을 눌렀고, 단말은 차가운 소리와 함께 ‘배정’ 도장을 띄웠다.

정태린은 손목을 빼내려다 멈췄다. 이제프 파로딘은 그녀의 기록계에 남은 붉은 수치를 삭제하지 않고 봉인 잠금으로 묶은 뒤, 같은 손으로 느슨해진 목 잠금쇠를 다시 조였다. 그는 그녀를 흰 원 안으로 돌려세우지 않았다. 대신 시험장 바깥 지상 출정 게이트를 가리켰다. 정태린의 손가락이 손목 밸브를 한 번, 두 번, 세 번 두드렸고, 네 번째 소리 대신 단말 화면의 정태린이라는 이름이 푸른 형광등 아래에서 작게 빛났다.

チャプター 02

シーン 06

한 박자 늦는 냉각팬

한 박자 늦는 냉각팬

민도윤은 허리 높이의 폐기함을 두 손으로 잡아 작업대 위에 엎었다. 축축한 필름 조각과 흰 라벨 뭉치가 창백한 조명 아래 미끄러졌고, 천장까지 닿은 금속 서랍들은 좁은 통로 양쪽에서 닫힌 관처럼 줄지어 있었다. 냉각팬이 한 번 늦게 돌자 종이 넘기는 소리 사이에 짧은 구멍이 생겼고, 단말기 시간 코드가 00:17:11에서 00:17:00으로 튀었다. 민도윤은 바로 손목 안쪽을 긁고, 피가 배어 나오기 전에 입력펜을 쥐어 로그 보정창을 열었다.

그때 작업대 모서리의 보조 화면이 켜지며 회색 급수탑 시험장의 영상이 작게 떴다. 정태린이 젖은 콘크리트의 흰 원들 사이에서 헬멧을 벗지 못한 채 서 있었고, 그녀의 손목 기록계에는 붉은 비정상 수치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화면 아래에는 신규 파견자 배정 번호가 붙었지만, 같은 줄 오른쪽 폐기 대기 칸에는 빈 폐기번호가 먼저 깜박였다. 민도윤은 서랍 손잡이에 걸린 붉은 폐기 도장줄을 밀쳐 내고 수동 잠금 키를 단말기 옆 구멍에 꽂았다. “아직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스크 안쪽에서 젖었다.

잠금 키가 돌아가자 정태린의 로그는 폐기 대기 칸에서 빠져나와 임시 보류 칸에 걸렸다. 대신 폐기함 맨 밑의 오래된 필름 봉투 하나가 튀어나와 작업대 가장자리에서 반쯤 벌어졌다. 흰 라벨에는 번진 글씨로 ‘노출 사고 생존아 7번’이라고 적혀 있었고, 젖은 필름 끝은 민도윤의 손등에 달라붙었다. 냉각팬은 다시 늦게 돌았고, 금속 서랍들의 붉은 도장 자국이 화면의 흔들리는 숫자 위로 겹쳐졌다.

シーン 07

생존아 7번의 파형

민도윤은 축축한 필름 조각을 판독기 유리판 위에 밀어 넣고 금속 집게를 세게 눌렀다. 중앙 방역청 기록실의 흰 조명 아래 필름 가장자리가 떨리며 펴졌고, 라벨에는 ‘노출 사고 생존아 7번’이라는 글자가 약품 얼룩 사이로 떠올랐다. 냉각팬이 한 박자 늦게 돌자 단말기 시간 코드가 짧게 흔들렸고, 민도윤은 손목 안쪽을 긁던 손을 멈추고 보조 화면을 당겼다. 회색 급수탑 시험장에서 들어온 생체 로그가 새 창으로 열렸다. 정태린은 화면 속에서 젖은 콘크리트 바닥의 흰 원형 표시 사이에 서서, 방역 패드 위에 맨손을 올리고 있었다.

민도윤은 두 파형을 분리하지 않고 같은 좌표 위로 끌어다 놓았다. 오래된 실험 파형의 낮은 골과 정태린의 방금 찍힌 호흡 곡선이 딱 맞물리자, 단말기는 붉은 경고창을 토해 냈다. 동일 생체 근원. 폐기 예약 파일 접근 금지. 화면 속 정태린이 패드에서 손을 떼는 순간, 현재 파형 끝에 시험 중 남긴 비정상 산소 공유 수치가 날카로운 가시처럼 솟았다. 민도윤은 마스크를 조금 끌어올리고 그 안쪽에 입김으로 이름을 썼다. “정태린.” 글자는 하얗게 맺혔다가 그의 손등에 문질려 사라졌다.

그는 필름 조각을 빼내려다 멈추고, 생존아 7번의 파형 가장자리를 작게 확대했다. 확대된 선 안에는 일곱 살 아이의 불규칙한 심박과 오늘 시험장을 빠져나온 후보생의 호흡이 같은 리듬으로 겹쳐 있었다. 기록실 통로 끝의 붉은 폐기 도장들이 서랍 손잡이마다 말라붙은 채 줄지어 보였다. 민도윤은 흰 라벨 하나를 떼어 필름 케이스 옆에 붙이고, 거기에 번호 대신 아주 작게 정태린의 이름을 적었다.

シーン 08

유리 너머의 후보생

민도윤은 관제 단말의 잠금 덮개를 손톱으로 젖혀 뜯고 보조 화면을 작업대 위로 끌어왔다. 창백한 흰 조명 아래 금속 서랍들이 좁은 통로 양쪽에서 천장까지 막아서 있었고, 서랍 손잡이마다 붉은 폐기 도장이 마른 피처럼 겹쳐 있었다. 화면 속 회색 급수탑 시험장에서는 정태린이 젖은 콘크리트 바닥의 흰 원형 표시 사이에 서 있었고, 이제프 파로딘의 손이 그녀의 손목 기록계를 붙잡은 채 작게 흔들렸다. 단말이 차가운 알림음을 냈다. 정태린, 첫 지상 임무 배정.

민도윤은 바로 옆 폐기 단말을 향해 몸을 틀었다. 같은 이름이 다른 창에서 열렸고, ‘노출 사고 생존아 7번’ 아래 붉은 숫자가 00:06:00에서 00:05:59로 내려갔다. 그는 마스크를 턱 아래로 끌어내려 입김으로 안쪽에 정태린의 이름을 쓰려다, 손바닥으로 문질러 지웠다. “살아 있는데.” 그의 목소리는 냉각팬이 한 박자 늦게 도는 공백 속으로 작게 끊겼다. 화면 속 정태린은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고, 민도윤은 같은 박자로 작업대 가장자리의 흰 라벨 세 장을 떼어 냈다.

그는 폐기 대기함의 금속 걸쇠를 당겨 열고 축축한 필름 묶음을 꺼내 즉시 처리 칸의 빈 봉투 안으로 밀어 넣었다. 봉투 겉면에는 붉은 폐기 예약 시간이 계속 깜박였지만, 흰 라벨이 그 위를 비스듬히 덮었다. 관제 화면에서는 정태린의 이름이 푸른 배정 도장 아래 빛났고, 작업대 위에서는 같은 이름이 젖은 필름 가장자리에서 번져 나왔다. 민도윤은 손목 안쪽을 긁던 엄지를 멈추고, 즉시 처리 칸을 자기 팔꿈치 아래로 눌러 가렸다.

シーン 09

쏟아진 커피 대용액

민도윤은 붉은 폐기 도장이 작업대 그림자에 닿는 순간, 왼손으로 커피 대용액 컵을 쳐서 흰 라벨과 필름 봉투 위에 엎었다. 중앙 방역청 기록실의 창백한 조명 아래 갈색 물이 정태린의 파견자 로그 출력지 가장자리를 타고 번졌고, 천장까지 선 금속 서랍 손잡이마다 마른 붉은 도장 자국이 겹겹이 떠올랐다. 통로 끝에서 다가온 상관은 도장을 든 손을 멈추고 민도윤의 가슴팍을 밀쳤다. “미쳤나, 이건 즉시 폐기분이야.” 젖은 종이에서 탄 곡물 냄새가 짧게 올라왔다.

상관이 ‘생존아 7번’ 봉투를 집어 들자 필름 조각 세 장이 작업대 모서리로 미끄러졌다. 민도윤은 넘어진 척 무릎을 꿇고 소매 끝을 그 위로 눌렀다. 첫 조각은 손목 안쪽 붕대 밑으로, 둘째 조각은 작업복 커프스 접힌 곳으로 들어갔다. 보조 화면에서는 정태린이 회색 급수탑 시험장 밖 검사대 앞에 서서 손목 밸브를 한 번, 두 번, 세 번 두드렸다. 민도윤은 세 번째 두드림에 맞춰 얇은 기억판을 허리 안쪽 보호대 틈에 밀어 넣었다.

상관은 젖은 출력지를 흔들며 욕을 삼키고, 붉은 폐기 도장을 빈 봉투 위에 세게 내리찍었다. 도장 자국은 번진 커피 대용액 때문에 반쯤 흐려졌고, ‘생존아 7번’의 마지막 글자는 갈색 얼룩 아래에서 끊어졌다. 민도윤은 바닥에 떨어진 상위 배급 카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지만, 카드 모서리는 손바닥 안에서 하얗게 꺾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작업대 아래로 굴러간 빈 필름 고리를 발끝으로 밀어 배수구 쪽에 걸어 두었다.

シーン 10

검은 물 아래의 송신로

검은 물 아래의 송신로

민도윤은 작업대 아래로 몸을 밀어 넣고 배수관 잠금핀을 두 손으로 비틀어 뽑았다. 중앙 방역청 기록실의 창백한 조명이 금속 서랍 손잡이마다 묻은 붉은 폐기 도장을 길게 눌렀고, 바닥 철망 아래에서는 검은 물이 얇은 막처럼 흔들렸다. 그는 소매에 숨긴 필름 조각 세 장을 방수천 안쪽으로 밀어 넣고, 허리 속에 감췄던 얇은 기억판을 꺼내 가슴에 묶었다. 그 순간 벽면 보조 화면에 회색 급수탑 출정 게이트 영상이 튀었다. 정태린이 은색 방호복 차림으로 지나가고 있었고, 그녀의 이름 옆 폐기 예약 시간이 다시 붉게 깜박였다.

민도윤은 사다리 첫 칸을 밟기 전에 단말 케이블을 잡아당겨 배수관 안쪽 낡은 송신 포트에 꽂았다. 화면 속 정태린의 생체 파형이 끊기려 하자 그는 기억판 모서리를 금속 계단에 문질러 보호 코드를 벗겨 냈고, 손톱 밑에 검은 때와 피가 함께 끼었다. “지워지기 전에 가야 해.” 그의 말은 마스크 안쪽에서 눌렸다. 파일 대기열이 닫히기 직전, 기억판 표면에 작은 푸른 선 하나가 살아나 낡은 지상 송신기의 좌표를 물고 늘어졌다. 기록실 천장에서는 야간 폐기 절차를 알리는 짧은 사이렌이 울렸고, 서랍 하나가 자동으로 잠기며 둔한 금속음을 냈다.

민도윤은 사다리를 내려가 검은 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물은 허리까지 차올라 방역청 작업복을 무겁게 끌어내렸고, 주머니 속 상위 배급 카드가 빠져나와 어두운 수면 위에 잠깐 떠올랐다. 그는 그것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가 멈추고, 대신 가슴의 방수천 매듭을 한 번 더 조였다. 배급 카드는 폐선로 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민도윤은 한 손으로 벽의 녹슨 신호선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 기억판을 눌러 지킨 채 정태린의 출정 게이트 불빛이 번지는 하층 폐선로 쪽으로 걸어갔다.

チャプター 03

シーン 11

처음 본 하늘

처음 본 하늘

정태린은 붉은 방역 봉인을 장갑 끝으로 찢고 지상문 밖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두꺼운 문 뒤에서 헤이븐의 소독등이 등뼈처럼 접혀 사라지고, 앞에는 무너진 고가도로가 새벽빛을 가로막은 채 푸른 균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회색 구름 틈은 칼집처럼 얇았고, 그 사이로 나온 빛이 은색 방호복 어깨에 차갑게 붙었다. 정태린은 훈련받은 대로 무릎을 낮추고 기록계를 켜 포자 농도, 풍속, 시야 거리를 차례로 입력했다.

그때 헬멧 안쪽에서 있을 수 없는 냄새가 났다. 젖은 종이와 오래된 과자 부스러기 같은 단내. 정태린은 입력펜을 멈추고 투명 헬멧 너머의 균사를 보았다. 균사 줄기 하나가 그녀의 호흡 박자에 맞춰 아주 작게 떨렸다. 기록계가 자동 보고 문구를 띄우자, 정태린은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고 네 번째에서 멈춘 뒤 음성 송신 스위치를 엄지로 내려 껐다. “포자 수치 정상 범위.” 그녀는 숫자만 전송했다.

문 안쪽에서 닫힘 경고음이 울리고, 지상문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정태린은 뒤돌아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장화 밑의 갈라진 아스팔트 틈에서 작은 버섯등 하나가 아직 빛나지 않은 채 젖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헬멧 유리에는 회색 하늘과 정태린의 눈, 그리고 왼쪽 눈가에 스친 아주 희미한 푸른 반사가 함께 겹쳤다.

シーン 12

버섯등 폐유치원

버섯등 폐유치원

정태린은 낮은 담장 안으로 몸을 던져 젖은 모래밭에 박힌 파견자 표식핀을 뽑아 들었다. 버섯등 폐유치원의 운동장은 흐린 새벽빛에 납작하게 눌려 있었고, 벗겨진 토끼와 기린 그림 위에는 보랏빛 버섯등이 줄지어 작은 전구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녀가 표식핀을 기록계 슬롯에 꽂자 균사에 감긴 그네 사슬이 바람 없이 끼익 흔들렸고, 사슬 끝이 모래를 긁어 작은 맨발 자국 몇 개를 지웠다. 정태린은 숨을 짧게 끊고 장화 끝으로 모래를 밀어 자국을 되살렸다.

깨진 조개껍데기 조각 하나가 버섯등 밑에서 굴러 나왔다. 정태린이 손을 뻗는 순간, 미끄럼틀 그림자 옆에서 작은 손이 먼저 튀어나와 조각을 낚아챘다. 이오는 폐유치원 커튼을 잘라 만든 젖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그네 밑으로 기어들어 갔고, 금 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두 팔로 눌러 안았다. 정태린은 총구 대신 손전등을 낮췄다. “기다려.” 헬멧 안에서 제 목소리가 낯설게 울렸다.

이오는 대답하지 않고 산소 필터가 도는 소리를 흉내 냈다. 쉬익, 딸깍. 정태린의 손목 기록계가 포자 농도 상승을 붉은 글씨로 띄웠지만, 그녀는 철수 표식을 찍지 않았다. 대신 반쯤 묻힌 색연필 세 개가 같은 방향으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조개껍데기 조각이 빠져나온 버섯등 아래에 무릎을 굽혔다. 이오의 맨발이 모래 위에서 한 걸음 물러났고, 그 작은 발자국 끝마다 보랏빛 가루가 얇게 묻었다.

シーン 13

색연필이 가리킨 길

정태린은 젖은 모래밭에 박힌 노란 색연필을 장갑 낀 손으로 뽑아 들었다. 버섯등 폐유치원의 낮은 담장 안쪽에서 보랏빛 빛이 벗겨진 토끼 그림의 귀를 적셨고, 그네 사슬은 균사에 감긴 채 끼익, 한 번 흔들렸다. 색연필들은 물을 먹어 벌어진 나무결을 드러낸 채 모두 같은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정태린은 기록계의 표식 버튼 위에 엄지를 올렸다가 멈췄다. 작은 맨발 자국 하나가 색연필 끝에서 시작되어 담장 오른쪽 틈으로 이어졌고, 그 가장자리에는 붉은 피가 얇게 번져 있었다.

정태린이 깨진 조개껍데기 조각을 집어 들자, 미끄럼틀 그림자 아래에서 작은 손이 튀어나와 그것을 낚아채려 했다. 조각은 두 손 사이에서 부딪쳐 쩍 갈라졌고, 안쪽에 묻어 있던 보랏빛 가루가 태린의 장갑 위에 번졌다. 담장 틈 뒤로 이오의 얼굴이 반쯤 나타났다. 그는 폐유치원 커튼을 찢어 만든 망토를 움켜쥐고, 피가 비치는 엄지로 금 간 조개껍데기 끈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거 놔.” 이오가 낮게 말했다. 정태린은 총을 들지 않고 조각을 모래 위에 내려놓았다.

이오는 조개껍데기 조각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나다가, 푸른 색연필 하나를 모래에 꽂아 발자국 위를 긁었다. 지우려는 선은 오히려 담장 밑의 젖은 나무판까지 이어졌다. 정태린은 표식 버튼에서 엄지를 떼고,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린 뒤 네 번째를 삼켰다. 기록계 화면에는 철수 지연 경고가 붉게 떠올랐다. 담 너머에서 낮은 휘파람이 밀려왔고, 이오가 나무판 아래 어둠 속으로 몸을 접어 사라졌다.

シーン 14

낮은 휘파람

정태린은 낮은 휘파람이 담장을 넘는 순간 이오를 향해 몸을 던져 젖은 모래밭을 미끄러졌다. 버섯등 폐유치원의 보랏빛 불빛이 폭풍 속에서 번지고, 반쯤 묻힌 색연필들이 모래 위를 굴러 금지된 길 쪽으로 흩어졌다. 이오는 미끄럼틀 그림자 밑에서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가슴에 눌러 안고 뒷걸음쳤지만, 태린의 장화가 모래에 박히자 균사에 감긴 그네 사슬을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사슬이 끼익 울며 흔들리고, 미끄럼틀 아래의 낮은 틈이 잠깐 벌어졌다.

태린은 그 틈으로 몸을 밀어 넣다가 헬멧 측면을 녹슨 받침대에 세게 부딪혔다. 투명한 유리에 흰 금이 번졌고, 별처럼 반짝이는 포자 알갱이들이 헬멧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기록계가 짧게 울리더니 통신 표시를 끊어 버렸고, 산소 필터 잔량은 09:12에서 08:59로 떨어졌다. “물러서.” 태린이 손전등을 낮추며 말했지만, 목소리는 깨진 헬멧 안에서 젖은 금속처럼 갈라졌다. 이오는 도망치지 않고 필터 소리를 흉내 냈다. 쉬익, 딸깍.

포자 폭풍은 미끄럼틀 밑 빈 공간을 손바닥으로 훑듯 지나갔다. 태린은 헬멧 균열 위에 장갑을 눌렀고, 장갑 틈으로 보랏빛 가루가 묻어났다. 이오는 자기 마스크의 금 간 가장자리를 엄지로 문지르며 태린의 손목 기록계에 뜬 붉은 숫자를 빤히 보았다. 태린이 숨을 멈추자, 헬멧 안쪽 유리에 그녀의 눈과 왼쪽 눈가의 희미한 푸른 반사가 겹쳐졌다.

シーン 15

종소리와 반쪽 마스크

정태린은 왼쪽 팔꿈치로 젖은 모래를 찍어 누르며 미끄럼틀 아래의 흙덩이를 파냈다. 헬멧 옆 균열로 별처럼 반짝이는 포자가 밀려들었고, 손목 기록계의 붉은 숫자는 필터 잔량을 잘게 갉아먹었다. 혀끝에 쇠 맛이 번진 뒤 귀 안쪽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왼쪽, 젖은 흙 아래가 비어 있어.” 정태린이 장갑으로 뿌리처럼 엉킨 균사를 잡아당기자, 운동장 바닥이 축축한 뚜껑처럼 들리며 아이 하나가 지나갈 만큼의 검은 틈을 드러냈다.

이오가 그 틈 안에서 튀어나와 정태린의 손목을 두 손으로 밀쳤다. 그의 젖은 커튼 망토 끝에는 보랏빛 가루가 묻어 있었고, 금 간 조개껍데기 마스크는 끈 하나로 목에 매달려 흔들렸다. “안 돼.” 이오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곧바로 태린의 산소 필터 소리를 흉내 냈다. 쉬익, 딸깍. 정태린은 대답 대신 깨진 헬멧 쪽을 가리켰고, 이오는 이를 악문 채 마스크 가장자리를 엄지로 비틀어 반쪽을 뜯어냈다.

조개껍데기 반쪽이 정태린의 장갑 위에 떨어졌다. 이오는 제 몫의 마스크가 작아진 얼굴로 먼저 통로 안쪽을 기어 들어가다 말고, 다시 돌아와 끈을 잡아당겨 헬멧 균열 위에 묶어 주었다. 포자 폭풍이 미끄럼틀 철판을 낮게 긁고 지나갔지만, 깨진 틈으로 들어오던 빛가루는 조개껍데기 안쪽의 보랏빛 막에 걸려 느리게 가라앉았다. 정태린은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다 네 번째 손가락을 멈추지 못했고, 이오는 통로 어둠 속에서 손바닥을 펴 그녀를 불렀다.

チャプター 04

シーン 16

젖은 모래 위의 두 숨

젖은 모래 위의 두 숨

정태린은 이오의 손목을 잡아당겨 미끄럼틀 아래 젖은 흙구멍 밖으로 끌어냈다. 버섯등 폐유치원의 운동장은 포자 폭풍 뒤에 납작해져 있었고, 보랏빛 버섯등이 벗겨진 기린 그림의 목을 따라 희미하게 켜졌다. 그녀의 헬멧 균열에는 이오가 떼어 준 조개껍데기 마스크 반쪽이 검은 끈으로 묶여 있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껍데기 안쪽의 보랏빛 가루가 유리 위에 묻었다. 이오는 곧장 몸을 낮춰 자기 맨발 자국을 손바닥으로 문질렀지만, 젖은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밀리며 더 진한 홈을 남겼다.

“밟아. 네 발 말고 내 발자국 안에.” 정태린은 이오를 자기 장화 자국 위에 세웠다. 이오는 금 간 조개끈을 쥔 채 한 발을 올렸고, 작은 발바닥은 파견자 장화 밑창 무늬 안에 반쯤만 들어갔다. 정태린은 장화 뒤축으로 모래를 긁어 두 자국을 뭉갰지만, 피가 묻은 이오의 엄지발가락이 보랏빛 가루를 새로 찍었다. 손목 기록계가 붉게 떨리며 비정상 호흡 경고를 띄웠고, 태린은 화면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그 순간 왼쪽 눈가에 푸른 빛이 번지고, 귀 안쪽에서 작은 종이 한 번 울렸다.

정태린은 이오를 낮은 담장 쪽으로 밀었다가 멈추고, 색연필들이 가리키던 젖은 나무판을 발로 찼다. 썩은 판자가 갈라지며 밑으로 좁은 균사 길이 드러났고, 안쪽에서 연두색 빛이 작은 문처럼 흔들렸다. 이오는 먼저 들어가지 않고 태린의 헬멧에 묶인 조개껍데기를 한 번 눌러 고정했다. “숨 새면 죽어.” 정태린은 대답하지 않고 그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마지막으로 자기 장화 자국 위에 손바닥만 한 모래를 흩뿌렸다. 젖은 운동장에는 지워지다 만 두 사람의 숨처럼, 큰 밑창과 작은 맨발의 반쪽 무늬가 한 줄로 남았다.

シーン 17

깨진 렌즈의 붉은 점

깨진 렌즈의 붉은 점

정태린은 이오의 어깨를 낮은 담장 틈 아래로 밀어 넣으며 자기 몸으로 젖은 모래밭의 발자국을 가렸다. 버섯등 폐유치원의 보랏빛 불빛 사이로 손바닥만 한 정찰 드론이 내려왔고, 둥근 배 아래 붉은 점이 이오의 피 묻은 발가락을 훑었다. 이오는 조개껍데기 마스크 반쪽을 가슴에 누른 채 숨을 삼켰고, 태린의 손목 기록계는 헬멧 균열과 산소 사용 불일치를 붉은 숫자로 토해 냈다. 드론의 렌즈가 그 숫자와 아이의 발을 번갈아 잡자, 귀 안쪽에서 쏠의 작은 종소리가 한 번 울렸다.

“엎드려.” 정태린은 모래에 박힌 노란 색연필을 움켜쥐고, 젖은 모래와 함께 드론을 향해 던졌다. 색연필 끝이 렌즈 한가운데를 찔렀고, 유리가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붉은 점이 세 개로 쪼개졌다. 드론은 휘청였지만 추락하지 않았다. 낮은 휘파람 같은 전송음이 담 너머로 빠져나갔고, 깨진 렌즈 안쪽의 작은 송신핀이 마지막으로 푸르게 깜박였다.

이오가 태린의 장갑을 잡아당겼다. “이미 갔어.” 그의 엄지에서는 조개껍데기 가장자리에 베인 피가 다시 배어 나왔다. 정태린은 드론을 장화로 짓밟아 모래 속에 눌러 넣었지만, 기록계 화면에는 전송 완료 표시가 차갑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리고 네 번째에는 멈추지 못한 채, 이오의 작은 손을 잡고 색연필들이 가리키던 금지된 길로 뛰어들었다.

シーン 18

카리나의 뿌리 문

카리나의 뿌리 문

정태린은 이오를 끌어안듯 붙잡고 축축한 균사 덩굴을 어깨로 밀어 젖혔다. 금지된 길 끝에서 낮은 뿌리들이 문살처럼 엮여 있었고, 그 사이에 꿰맨 방수천이 연두색 빛을 걸러 조개껍데기 마스크들을 아이 키 높이로 비추고 있었다. 이오가 발을 헛디디자 정태린은 그를 세우려 했지만, 뿌리문 안쪽에서 나온 카리나가 먼저 무릎을 꿇고 이오의 마스크 끈을 풀었다. “손부터.” 카리나는 짧게 말하고, 피가 말라붙은 이오의 엄지를 자기 망토 끝으로 감쌌다.

정태린은 손전등을 들었지만 총처럼 겨누지 못했다. 카리나는 손전등 빛을 피하지 않고 정태린의 헬멧에 묶인 깨진 조개껍데기 반쪽, 그 아래 흔들리는 붉은 기록계 숫자, 목 옆 봉인 틈에 떠오른 푸른 균사 무늬를 차례로 보았다. 뿌리문이 뒤에서 조용히 오므라들자 정태린은 한 걸음 물러섰고, 이오가 그녀의 장갑 끝을 붙잡았다. 카리나는 젖은 흙 위에 손가락으로 짧은 선 하나를 긋다가 멈추고 말했다. “네 안의 것이 길을 기억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리나는 벽에 걸린 조개마스크 하나를 내려 정태린에게 던지지 않고 두 손으로 건넸다. 이어 낮은 물그릇을 끌어와 이오의 다친 손을 그 위에 올리고, 정태린의 장갑 낀 손목을 잡아 그릇 가장자리에 눌렀다. 갈색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질 때마다 이오의 피가 물속에서 얇게 풀렸다. 정태린은 손목 밸브를 두드리려던 손가락을 멈추고, 물그릇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더 세게 받쳤다.

シーン 19

방수천에 묶인 기록

방수천에 묶인 기록

민도윤이 진흙 묻은 무릎으로 뿌리굴 바닥에 넘어지며 방수천 묶음을 가슴에서 뜯어냈다. 조개마스크 뿌리굴의 낮은 천장은 굽은 뿌리와 꿰맨 방수천으로 막혀 있었고, 벽마다 아이 키에 맞춰 걸린 조개껍데기 마스크들이 연두색 균사빛을 받아 젖은 달처럼 빛났다. 이오가 물그릇을 끌어안고 뒤로 물러서자 갈색 물방울이 똑, 똑 떨어졌다. 정태린은 이오 앞을 막아서며 민도윤의 멱살을 잡았다. “누가 보냈어.” 민도윤은 대답 대신 파랗게 질린 손으로 허리 안쪽 매듭을 풀었다.

카리나가 정태린의 손목을 잡아 멈췄다. 민도윤은 방수천을 펼쳐 얇은 기억판을 꺼냈고, 판 가장자리에 눌어붙은 흰 라벨 두 장을 손톱으로 긁어냈다. 하나에는 정태린의 파견자 등록명이, 다른 하나에는 ‘노출 사고 생존아 7번’이 번진 글씨로 붙어 있었다. 정태린의 손목 기록계가 붉게 떨렸고, 쏠의 종소리는 오지 않았다. “폐기되기 전에 가져왔습니다.” 민도윤이 균사막 위로 기억판을 밀었다.

카리나는 말없이 얕은 균사막에 손바닥을 눌렀고, 균사들이 기억판 밑으로 가느다란 실처럼 파고들었다. 판이 열리자 굴 안의 보랏빛 버섯등이 한꺼번에 낮아지고, 평평한 막 위로 흰 조명 한 줄이 칼날처럼 켜졌다. 정태린은 민도윤을 놓쳤고, 그의 젖은 작업복 깃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이오는 자기 반쪽짜리 조개마스크를 입에 대고 숨을 죽였다. 기억판 속에서 작은 손목 하나가 고무 끈에 묶인 채 빛 위로 떠올랐다.

シーン 20· 기억판이 열린 직후, 포자 폭풍이 잦아든 새벽

흰 조명 속의 카리나

흰 조명 속의 카리나
場所조개마스크 뿌리굴
時間기억판이 열린 직후, 포자 폭풍이 잦아든 새벽
出来事정태린은 균사막 위로 떠오른 어린 자기의 손목을 향해 손을 뻗지만, 카리나가 기억판 가장자리를 붙잡아 영상을 멈추지 못하게 막는다. 기억판 속 흰 실험실에는 고무 끈에 묶인 어린 태린, 유리벽 너머의 젊은 카리나, 그리고 종소리처럼 떨리는 쏠의 첫 신경 파형이 차례로 드러난다. 민도윤은 기억판의 라벨을 뒤집어 실험 날짜와 폐기 명령을 태린 앞에 밀어 놓고, 이오는 겁에 질려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떨어뜨린다. 태린은 카리나의 멱살을 잡아 뿌리벽에 밀어붙이고, 카리나는 저항하지 않은 채 그날 자신이 태린을 꺼내지 못하고 기억 봉인 약물을 주입했다고 말한다. 태린은 카리나를 밀쳐 넘어뜨린 뒤 쏠의 침묵 속에서 뿌리굴 밖으로 달려 나간다.
影響태린은 자신이 단순한 노출 사고 생존자가 아니라 헤이븐의 실험실에서 쏠과 결합된 몸이라는 사실을 직접 본다. 카리나는 보호자처럼 보였던 위치에서 실험 현장의 목격자이자 개입자로 바뀌며, 태린이 늪인 마을을 완전히 믿지 못하게 만든다. 민도윤의 기억판은 이제 숨길 수 없는 증거가 되고, 태린의 과거는 헤이븐과 카리나 양쪽을 겨누는 칼이 된다. 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은 태린에게 도움보다 더 큰 공포로 남고, 다음 장면에서 그녀가 뿌리굴 밖으로 고립되어 이제프와 마주칠 조건을 만든다.

정태린은 균사막 위에 떠오른 작은 손목을 움켜쥐려다 허공만 찢고, 조개마스크 뿌리굴의 연두색 빛 속에서 무릎을 꺾었다. 기억판의 흰 조명은 굴 한가운데를 실험대처럼 갈라 놓았고, 벽에 걸린 조개껍데기 마스크들의 이름표가 빛을 받아 작게 떨렸다. 어린 태린의 손목에는 고무 끈이 묶여 있었고, 그 옆의 의료 집게가 살갗을 누르는 순간 귀 안쪽에서 아주 오래된 종소리가 울렸다. 이오는 물그릇을 놓치고, 갈색 물방울이 흙바닥에 똑, 똑 떨어졌다.

민도윤이 젖은 손으로 흰 라벨을 뒤집어 태린 앞에 밀었다. 라벨에는 ‘노출 사고 생존아 7번’, ‘신경 결합 안정’, ‘폐기 보류’라는 글자가 번져 있었다. 기억판 속 유리벽 너머에서 젊은 카리나가 연구복 소매를 걷어붙이고 문을 두드렸지만, 곧 누군가에게 팔을 잡혀 뒤로 끌려갔다. 카리나는 현재의 굴 안에서 같은 손을 균사막 위에 누른 채 말했다. “꺼내려 했어. 못 했어. 그래서 봉인제를 넣었어.”

정태린은 카리나의 멱살을 잡아 뿌리벽에 밀어붙였다. 카리나의 목 옆 푸른 무늬가 손가락 아래에서 희미하게 눌렸고, 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살린 게 아니잖아.” 태린의 목소리가 깨진 헬멧 안쪽에서 낮게 울렸다. “숨겨 둔 거잖아.” 그녀는 카리나를 밀쳐 넘어뜨리고, 떨어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밟을 뻔한 이오의 손을 뿌리치며 굴 입구로 달렸다. 뒤에서 민도윤이 이름을 불렀지만, 태린은 방수천 문을 어깨로 찢고 보랏빛 새벽 쪽으로 뛰쳐나갔다.

チャプター 05

シーン 21· 기억판이 열린 직후의 흐린 새벽

흰 종이 숲에 닿을 때

흰 종이 숲에 닿을 때
場所버섯등 폐유치원 낮은 담장 아래, 백색 종 숲가장자리와 맞닿은 운동장
時間기억판이 열린 직후의 흐린 새벽
出来事정태린은 조개마스크 뿌리굴에서 뛰쳐나와 폐유치원 낮은 담장 아래로 몸을 던진다. 그녀가 헬멧에 묶인 깨진 조개껍데기를 뜯어내려는 순간, 숲 가장자리에서 백색 종의 둔한 울림이 땅을 타고 밀려온다. 정태린은 젖은 모래 속에 반쯤 묻힌 기억판 조각을 움켜쥐고, 이제프 파로딘의 부대가 흰 살포 탱크를 끌고 도착하는 모습을 본다. 이제프는 확성기가 아니라 태린의 개인 통신 채널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회수 명령을 내린다. 정태린은 기록계를 끄려다가 멈추고, 대신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린 뒤 담장 안쪽 어둠으로 더 깊이 기어든다.
影響정태린은 이제 헤이븐이 자신을 구조하려 오는 것이 아니라 실험 증거로 회수하려 온다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제프 파로딘의 등장은 스승의 보호가 격리와 처분으로 바뀌는 첫 직접 신호가 된다. 백색 종이 폐유치원 가까이 들어오면서 늪인 마을의 위험은 추상이 아니라 곧 작동할 장비의 거리와 압력으로 좁혀진다. 정태린이 도망치지 않고 폐유치원 안쪽으로 숨는 선택은 다음 장면에서 이제프와 마주칠 물리적 조건을 만든다.

정태린은 뿌리굴 입구에서 굴러 나오자마자 폐유치원 낮은 담장 밑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젖은 모래가 방호복 팔꿈치에 달라붙고, 헬멧에 묶인 깨진 조개껍데기 반쪽이 담장 돌기에 걸려 딱 소리를 냈다. 그녀는 끈을 풀어 던지려다 손을 멈췄다. 껍데기 안쪽에는 이오의 피가 마른 보랏빛 가루와 함께 얇게 눌어붙어 있었다. 그때 숲 가장자리에서 둔한 종울림이 한 번 내려앉았다. 버섯등의 빛이 물먹은 토끼 그림 위에서 작게 떨렸다.

흰 안개 사이로 종 모양 탱크 세 개가 나타났다. 백색 종의 살포관은 아직 접혀 있었지만, 탱크 표면의 긁힌 번호와 얼어붙은 손자국이 새벽빛을 받아 차갑게 번들거렸다. 맨 앞의 이제프 파로딘이 장갑 낀 손으로 감염 판정 장비를 들어 올렸고, 정태린의 헬멧 안쪽 통신이 지직거리며 살아났다. “정태린. 움직이지 마라. 회수한다.” 회수. 구조가 아니었다. 정태린은 손목 기록계의 전원 덮개를 열었다가 닫고, 대신 젖은 모래에 박힌 얇은 기억판 조각을 주워 장갑 안쪽에 밀어 넣었다.

쏠의 종소리는 오지 않았다. 정태린은 담장 아래에서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다. 네 번째 손가락은 허공에 멈췄고, 숲가장자리의 흰 탱크가 다시 낮게 울었다. 이제프가 한 걸음 폐유치원 쪽으로 들어서자, 균사에 감긴 그네 사슬이 바람 없이 끼익 흔들렸다. 정태린은 조개껍데기 반쪽을 헬멧 균열 위에 다시 눌러 묶고, 젖은 색연필들이 가리키는 강당 문 쪽으로 기어 들어갔다.

シーン 22· 흰 종의 울림이 숲 가장자리에서 가까워진 흐린 새벽

토끼 그림 아래의 붉은 표적

토끼 그림 아래의 붉은 표적
場所버섯등 폐유치원 강당
時間흰 종의 울림이 숲 가장자리에서 가까워진 흐린 새벽
出来事정태린은 폐유치원 강당의 찢어진 방수천 문을 어깨로 밀고 들어가지만, 이제프 파로딘이 벗겨진 토끼 그림 아래에서 감염 판정 장비를 켠다. 장비의 붉은 스캔선이 태린의 헬멧 균열과 목 옆 푸른 무늬를 훑고, 곧 붉은 표적이 그녀의 가슴에 고정된다. 태린은 뒤로 물러나며 손목 밸브를 두드리지만, 이제프는 총이 아니라 격리 케이스를 먼저 들어 그녀의 퇴로를 막는다.
影響태린은 이제프가 자신을 적으로 사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살린다”는 이름으로 회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직접 마주한다. 붉은 표적은 태린의 감염 의심을 수치가 아니라 처분 가능한 몸으로 고정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훈련장의 규율에서 강당 안의 포획으로 바꾼다. 이제프가 총구보다 격리 장비를 앞세우면서 다음 장면의 기억판 거부와 강제 격리 시도가 피할 수 없는 충돌로 좁혀진다.

정태린은 찢어진 방수천 문을 어깨로 밀어젖히고 버섯등 폐유치원 강당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젖은 바닥에는 오래된 낮잠 매트가 불어난 혀처럼 말려 있었고, 벽의 토끼 그림은 한쪽 눈이 벗겨진 채 보랏빛 균사로 새 귀를 달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이제프 파로딘이 토끼 그림 아래 그림자에서 한 걸음 나와 손바닥만 한 감염 판정 장비를 펼쳤다. 장비 안의 렌즈가 딸깍 열리며 붉은 선이 강당을 가로질렀다.

“정지.” 이제프 파로딘의 목소리는 훈련장 스피커보다 낮았다. 정태린은 반사적으로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고, 네 번째 손가락이 장갑 위에서 떨렸다. 붉은 스캔선이 헬멧 균열에 묶인 깨진 조개껍데기 반쪽을 훑고, 목 봉인 틈의 푸른 무늬에서 잠시 밝아졌다. 귀 안쪽에서 쏠의 종소리가 오려다 끊겼고, 감염 판정 장비가 짧은 경고음을 뱉었다. 붉은 표적 하나가 정태린의 가슴 한복판에 박혔다.

정태린은 뒤로 물러나 매트 끝을 밟아 미끄러졌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이제프 파로딘은 총을 들지 않고 허리의 금속 격리 케이스를 열어 주사기와 흰 봉인띠를 드러냈다. “돌아가자. 아직 떼어 낼 수 있다.” 그는 한 손으로 강당 출구를 막고, 다른 손으로 장비 화면의 붉은 원을 엄지로 눌러 확대했다. 보랏빛 토끼 귀 아래에서 붉은 표적은 정태린의 심장 박자에 맞춰 작게 뛰었다.

シーン 23· 백색 종 도착 직후, 흐린 새벽

기록은 오염된다

기록은 오염된다
場所버섯등 폐유치원 강당
時間백색 종 도착 직후, 흐린 새벽
出来事정태린은 장갑 안쪽에 숨겨 둔 기억판 조각을 꺼내 이제프 파로딘에게 내민다. 이제프는 그것을 받지 않고 감염 판정 장비의 붉은 표적을 유지한 채, 젖은 강당 바닥에 기억판을 떨어뜨린다. 그는 필터 케이스를 열어 안쪽에 새긴 전사자 이름들을 엄지로 훑고, 정태린을 격리해야만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정태린은 기억판을 다시 주우려 하지만, 이제프가 군화 끝으로 그것을 밀어 물웅덩이 속에 잠기게 한다.
影響정태린은 이제프가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보지 않기로 선택했음을 확인한다. 기억판은 헤이븐의 죄를 증명할 물건이지만, 이제프에게는 이미 오염된 기록일 뿐이다. 스승의 보호는 설득이 아니라 격리 절차로 굳어지고, 정태린은 더 이상 기억판만으로 자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 다음 장면에서 이제프가 산소 밸브를 잠그고 격리 주사를 꺼낼 물리적 압박이 마련된다.

정태린은 장갑 안쪽에서 젖은 기억판 조각을 뽑아 이제프 파로딘의 가슴 앞에 밀어붙였다. 버섯등 폐유치원 강당의 벗겨진 토끼 그림 아래에서 붉은 표적이 그녀의 방호복 중앙에 붙어 있었고, 깨진 헬멧에 묶인 조개껍데기 반쪽은 숨을 들일 때마다 유리 위를 긁었다. “보세요. 제 이름이 여기 있어요.” 정태린이 한 걸음 다가가자, 이제프는 총구를 올리지 않고 감염 판정 장비만 더 단단히 쥐었다.

이제프 파로딘은 기억판을 손끝으로 쳐 냈다. 얇은 판은 젖은 바닥에 떨어져 버섯등 빛을 깨진 거울처럼 튕겼고, 그는 흰 장갑으로 가슴의 필터 케이스를 열었다. 안쪽에는 작은 글씨로 새긴 전사자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고, 이제프의 엄지가 그 이름들을 하나씩 지나갔다. “기록은 오염된다.” 그의 목소리는 강당 천장의 찢어진 방수천 아래에서 낮게 눌렸다. “몸만 남는다. 네 몸은 아직 격리하면 살릴 수 있다.”

정태린은 무릎을 굽혀 기억판을 주우려 했지만, 이제프의 군화가 먼저 움직여 그것을 물웅덩이 쪽으로 밀었다. 판 가장자리의 흰 라벨이 물을 먹고 말려 올라갔고, ‘생존아 7번’이라는 글자가 보랏빛 가루와 섞여 번졌다. 귀 안쪽에서 쏠은 아무 종도 울리지 않았다. 이제프는 필터 케이스를 닫고, 다른 손으로 허리의 격리 주사 덮개를 풀었다.

シーン 24· 백색 종 도착 직후, 흐린 새벽

잠긴 밸브와 조용한 종

잠긴 밸브와 조용한 종
場所버섯등 폐유치원 강당
時間백색 종 도착 직후, 흐린 새벽
出来事이제프 파로딘이 정태린의 손목 밸브를 움켜쥐고 산소 흐름을 잠근다. 헬멧 안쪽이 빠르게 흐려지고, 정태린의 기록계는 붉은 경고음을 토해 낸다. 이제프는 격리 주사를 꺼내 정태린의 목 봉인선 아래를 겨누며 그녀를 바닥에 눌러 세운다. 정태린은 쏠에게 몸을 움직여 달라고 하지 않고, 오직 시야를 열어 달라고 부탁한다.
影響정태린은 이제 기억판이나 말로는 이제프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운다. 이제프의 보호는 완전히 강제 격리로 바뀌고, 정태린은 스승의 손 안에서 다시 실험실의 아이가 될 위기에 놓인다. 쏠은 침묵 속에서 정태린의 몸을 차지하지 않으며, 두 존재 사이의 경계가 처음으로 정태린의 선택에 의해 지켜진다. 다음 장면에서 정태린이 자기 힘으로 이제프의 손목을 비틀고 헬멧을 열 수 있는 결정적 조건이 마련된다.

이제프 파로딘은 정태린의 손목을 비틀어 밸브 고리를 딸깍 잠갔다. 버섯등 폐유치원 강당의 젖은 바닥에는 방금 떨어진 기억판이 흰 조각처럼 누워 있었고, 벗겨진 토끼 그림 위로 자란 보랏빛 균사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흔들었다. 산소 흐름이 끊기자 정태린의 헬멧 안쪽 유리가 순식간에 흐려졌고, 기록계의 붉은 숫자가 그녀의 손등 위에서 미친 듯이 뛰었다. 이제프는 한쪽 팔로 정태린의 어깨를 벽에 밀어 붙이고, 다른 손으로 금속 격리 주사의 덮개를 엄지로 튕겨 열었다.

“가만히 있어. 떼어 내면 산다.” 이제프 파로딘의 목소리는 훈련장 관제실에서 들리던 것처럼 낮고 정확했다. 정태린은 그의 팔꿈치 아래에서 몸을 틀었지만, 방호복의 어깨판이 균사 덮인 벽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했다. 헬멧 안에서 숨이 얕게 튀었고, 흰 김 사이로 이제프의 필터 케이스 안쪽에 새겨진 이름들이 잠깐 보였다. 귀 안쪽은 조용했다. 종소리가 오지 않았다.

정태린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밸브를 세 번 두드리려다 멈추고, 헬멧 유리에 이마를 세게 눌렀다. “내 손 움직이지 마.” 그녀의 말이 김 서린 유리 안에서 작게 부서졌다. “내가 볼 수 있게만 해.” 그제야 왼쪽 눈가에 푸른 빛이 얇게 번졌고, 흐린 유리 너머로 이제프의 주사 바늘, 잠긴 밸브의 홈, 그의 장갑 손목 이음새가 차례로 또렷해졌다. 작은 종은 울리지 않았고, 정태린의 손은 아직 자기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シーン 25· 흐린 새벽, 백색 종 작동 전

헬멧을 여는 제자

헬멧을 여는 제자
場所버섯등 폐유치원 강당
時間흐린 새벽, 백색 종 작동 전
出来事정태린은 산소가 끊긴 헬멧 안에서 이제프 파로딘의 손목을 붙잡고 격리 주사를 밀어낸다. 쏠은 태린의 몸을 움직이지 않고 통증만 낮추며, 강당 바닥과 이제프의 팔 위치가 또렷하게 보이도록 시야를 열어 준다. 태린은 자기 힘으로 이제프의 손목을 비틀어 주사기를 떨어뜨리고, 헬멧 목 잠금쇠를 풀어 지상 공기를 직접 들이마신다.
影響태린은 헤이븐의 방호복과 이제프의 보호 없이도 지상에서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한다. 이제프는 태린을 감염된 제자로만 볼 수 없게 되고, 그가 믿어 온 방역 원칙에 처음으로 보이는 균열이 생긴다. 쏠과 태린의 관계도 바뀐다. 쏠은 조종자가 아니라 태린의 선택을 비켜 서서 받쳐 주는 존재로 남는다.

정태린은 이제프 파로딘의 손목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격리 주사 바늘을 자기 목에서 밀어냈다. 버섯등 폐유치원 강당의 젖은 낮잠 매트가 장화 밑에서 미끄러졌고, 벽의 토끼 그림 위로 자란 보랏빛 균사가 붉은 표적빛을 잘게 찢었다. 잠긴 손목 밸브 때문에 헬멧 안쪽은 희게 흐려졌지만, 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왼쪽 눈가에 푸른 선이 번지며 이제프의 엄지, 주사기 안전핀, 헬멧 목 잠금쇠의 흠집이 차례로 또렷해졌다.

“가만히 있어. 살릴 수 있다.” 이제프 파로딘이 팔에 힘을 주자 태린의 등이 불어난 매트에 눌렸다. 정태린은 대답하지 않고 무릎을 접어 그의 허벅지를 밀어냈고, 손목 밸브를 두드리던 버릇대로 손가락 세 개를 그의 장갑 위에 박았다. 네 번째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프의 손목을 바깥쪽으로 꺾었고, 격리 주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얇은 약액을 흘렸다. 작은 종소리 하나가 귀 안쪽에서 울렸지만, 손은 태린의 것이었다.

정태린은 헬멧 목 잠금쇠를 잡아당겨 봉인을 열었다. 딱, 하고 금속 고리가 풀리자 지상 공기가 얼굴을 때렸고, 깨진 조개껍데기 반쪽이 끈째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린은 기침하지 않았다. 그녀는 헬멧을 벗어 젖은 강당 바닥에 내려놓고, 맨얼굴로 이제프 파로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프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감염 판정 장비를 다시 들었지만, 붉은 표적은 그의 떨리는 장갑 위에서 잠시 빗나갔다. 토끼 그림 아래에 떨어진 주사기 끝에서 투명한 방울 하나가 보랏빛 버섯등을 거꾸로 담고 흔들렸다.

チャプター 06

シーン 26· 새벽 04:40 직전

금지선 아래의 조개끈

금지선 아래의 조개끈
場所백색 종 숲가장자리 아래 금지선 통로
時間새벽 04:40 직전
出来事이오는 동생의 조개끈을 발견하고 금지선 아래의 낮은 균사 통로로 기어들어간다. 정태린은 폐유치원 강당에서 이제프와 맞선 뒤 숲가장자리로 따라 나오다가 이오를 붙잡으려 하지만, 이오는 백색 종 정찰대가 꽂아 둔 표식 말뚝을 먼저 뽑는다. 말뚝에 묻어 있던 위치 추적 포자가 이오의 발목 균사 끈에 달라붙고, 이제프 파로딘의 감염 판정 장비가 그 흔적을 읽어 늪인 마을의 숨은 입구 방향을 포착한다.
影響이오가 동생을 찾으려 한 행동은 늪인 마을 전체를 헤이븐 부대 앞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정태린은 이오를 탓할 수 없지만, 이제프가 그 작은 흔적을 군사 표적으로 바꾸는 장면을 직접 본다. 백색 종의 살포관은 아직 접혀 있으나, 이제부터 정화 작전은 추적이 아니라 진입 단계로 넘어간다.

이오가 진흙 속 조개끈을 움켜쥐고 금지선 아래로 몸을 밀어 넣었다. 백색 종 숲가장자리의 흰 안개는 무릎 높이에 깔려 있었고, 종 모양 탱크 세 개는 얇은 새벽빛을 받아 젖은 뼈처럼 번들거렸다. 정태린은 헬멧을 팔에 낀 채 그 뒤를 따라 엎드려 들어가 이오의 발목을 잡았다. “안 돼, 돌아와.” 이오는 고개를 흔들고, 손바닥만 한 조개껍데기 끈을 가슴에 눌렀다. “동생 거예요.”

낮은 균사 통로 끝에는 헤이븐 정찰대의 표식 말뚝이 박혀 있었다. 흰 금속 말뚝에는 붉은 방역 번호가 긁혀 있었고, 끝부분의 작은 렌즈가 꺼진 눈처럼 진흙을 향해 있었다. 이오는 그것을 적의 이빨처럼 보고 두 손으로 잡아 뽑았다. 말뚝이 빠지는 순간 보랏빛 가루가 터져 이오의 발목 균사 끈에 달라붙었다. 정태린이 손으로 털어 내려 하자 쏠이 귀 안쪽에서 짧게 울렸고, 그녀의 왼쪽 눈가에 추적 포자의 푸른 경로가 번졌다. “이오, 움직이지 마.”

그러나 숲가장자리 위쪽에서 이제프 파로딘의 감염 판정 장비가 딸깍 열렸다. 붉은 스캔선이 안개를 가르고 내려와 이오의 발목을 찍은 뒤, 땅속 균사 길을 따라 늪인 마을 방향으로 길게 뻗었다. 이제프는 말없이 손을 들어 백색 종 부대 쪽으로 진입 신호를 보냈다. 이오는 조개끈을 놓치고, 작은 껍데기가 진흙 위에 엎어졌다. 정태린은 이오를 끌어안고 뒤로 굴렀지만, 그들이 지나온 균사 통로마다 보랏빛 점들이 반딧불처럼 켜져 있었다.

シーン 27· 새벽 04:40 직전, 백색 종 예비 분사 직후

닫히는 뿌리문

닫히는 뿌리문
場所조개마스크 뿌리굴
時間새벽 04:40 직전, 백색 종 예비 분사 직후
出来事카리나는 조개마스크 뿌리굴의 바깥 피난로를 닫기 위해 살아 있는 뿌리문을 억지로 끌어내린다. 정태린은 아직 밖에 남은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며 카리나의 팔을 붙잡고 막지만, 신경독 예비 분사에 어린 뿌리 하나가 검게 오그라드는 것을 보고 손을 놓는다. 이오는 자신이 뽑은 표식 말뚝 때문에 길이 들켰다고 울며 문틈으로 달려들고, 카리나는 그를 밀어 깊은 피난로 쪽으로 보낸다. 닫힌 뿌리문 너머로 흰 독성 안개가 번지지 못하고 멈추지만, 카리나와 바깥에 남은 어른들은 퇴로를 잃는다.
影響늪인 마을의 피난은 구조가 아니라 절단이 된다. 카리나는 말보다 빠른 선택으로 아이들을 살리고 자신을 위험한 바깥쪽에 남긴다. 태린은 카리나가 과거 실험실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분노를 버리지 못하면서도, 지금 그녀가 몸으로 문이 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오의 죄책감은 다음 장면에서 민도윤이 아이들을 빼내야 하는 압력으로 이어지고, 백색 종의 위협은 더 이상 숲가장자리의 장비가 아니라 뿌리굴 문턱까지 들어온 독으로 좁혀진다.

카리나는 조개마스크 뿌리굴 천장에서 늘어진 굵은 뿌리줄기를 양손으로 잡아당겨 바깥 피난로 입구에 내리꽂았다. 아이 키 높이에 걸린 조개껍데기 마스크들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혔고, 껍데기 안쪽의 흰 라벨 이름표들이 연두색 균사빛 속에서 작게 펄럭였다. 정태린은 카리나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직 밖에 있어요.” 카리나는 대답하지 않고 젖은 흙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다시 뿌리를 당겼고, 문틈 너머에서 밀려온 희끄무레한 안개가 가장 어린 뿌리 끝을 만지자 그곳이 숯처럼 검게 말렸다.

이오가 울음 섞인 숨을 삼키며 문틈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길을 보이게 했어. 내가 뽑아서—” 정태린이 그를 붙잡기 전에 카리나가 몸을 돌려 이오의 가슴에 조개마스크 하나를 밀어 넣고 깊은 피난로 쪽으로 떠밀었다. 굴 안쪽에서 민도윤이 아이 둘의 손을 잡아당기며 낮은 천막 아래로 몸을 숙였고, 갈색 물그릇 하나가 뒤집혀 흙 위로 얇은 물길을 냈다. 카리나는 남은 손으로 뿌리문 가장자리에 박힌 녹슨 연구소 표지판을 뽑아 쐐기처럼 끼웠다.

뿌리문이 닫히자 바깥의 흰 안개는 문틈에서 납작하게 눌린 채 더 들어오지 못했다. 대신 카리나의 망토 자락과 정태린의 방호복 장갑 끝이 같은 쪽, 닫힌 문 바깥에 남았다. 정태린은 카리나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이를 악물었고, 카리나는 조용히 태린의 손등을 한 번 눌러 떼어 냈다. 안쪽 피난로로 밀려난 이오의 작은 조개마스크가 바닥을 구르다 멈췄고, 그 안쪽 흰 라벨에 묻은 흙이 아이 이름의 절반을 가렸다.

シーン 28· 새벽 04:40 직전

검은 물의 배수문

검은 물의 배수문
場所조개마스크 뿌리굴 아래 하층 배수문
時間새벽 04:40 직전
出来事민도윤은 헤이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배수문 손잡이를 붙잡고 멈췄다가, 결국 잠금핀을 뽑아 아이들이 빠져나갈 좁은 통로를 연다. 검은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동안 정태린은 이오와 아이들을 밀어 올리고, 카리나는 닫힌 뿌리문 너머에서 균사 끈을 당겨 배수로 입구를 버틴다. 민도윤은 이오의 조개 마스크 안쪽에 어머니 약봉지에서 떼어 온 흰 라벨을 붙여 준다. 그 직후 헤이븐 방역병들이 배수로 반대편에서 들이닥쳐 민도윤을 붙잡는다.
影響민도윤은 어머니의 치료권과 자신의 귀환 가능성을 버리고 늪인 아이들의 탈출로를 연다. 이오의 죄책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민도윤의 라벨을 받은 뒤 다시 움직일 힘을 얻는다. 정태린은 헤이븐 안에서 가장 약해 보였던 기록 정비원이 몸으로 증언을 선택하는 장면을 직접 본다. 민도윤이 체포되면서 다음 장면의 백색 종 대치에는 구해야 할 사람과 밝혀야 할 죄가 함께 끌려온다.

민도윤은 녹슨 배수문 손잡이를 양손으로 꺾어 돌리고, 조개마스크 뿌리굴 아래 좁은 철제 통로에 박힌 잠금핀을 발뒤꿈치로 걷어찼다. 핀이 빠지자 검은 물이 문틈으로 밀려 들어와 그의 허리까지 솟았고, 정태린은 이오의 어깨를 붙잡아 열린 틈 쪽으로 밀었다. 머리 위에서는 카리나가 균사 끈을 팔에 감고 버텼고, 닫힌 뿌리문 틈새로 희끄무레한 독성 안개가 실처럼 새어 들어왔다. “먼저 보내요.” 민도윤의 목소리는 물에 젖은 마스크 뒤에서 갈라졌다.

이오는 금 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붙잡고 고개를 저었지만, 정태린이 그의 손등을 눌러 통로 난간에 걸었다. 민도윤은 주머니에서 구겨진 약봉지를 꺼내 흰 라벨 하나를 떼었다. 라벨에는 민도윤 어머니의 이름 일부와 산소 처방 번호가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이오의 마스크 안쪽 가장 마른 곳에 꾹 눌러 붙이고 말했다. “숨 막히면 이쪽을 물어. 찢어지지 않게.” 이오는 대답 대신 라벨이 붙은 껍데기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좁은 틈을 기어 넘었다.

배수로 반대편에서 붉은 방역등이 켜지고 군화가 물을 갈랐다. 정태린이 민도윤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그는 마지막 아이의 발목을 문턱 너머로 밀어 넣느라 손을 빼지 못했다. 금속 갈고리가 그의 작업복 뒤깃을 낚아챘고, 방역병들의 흰 장갑이 검은 물 위로 그를 끌어냈다. 민도윤은 저항하다가 손목 안쪽이 긁혀 흰 라벨 조각 하나를 물 위에 떨어뜨렸고, 그것은 닫히지 않은 배수문 앞에서 작은 표식처럼 붙어 흔들렸다.

シーン 29· 새벽 04:40

04:40의 흰 종

04:40의 흰 종
場所백색 종 숲가장자리
時間새벽 04:40
出来事정태린은 독성 안개 속에서 쓰러지려는 카리나의 맨손을 붙잡고, 균사망이 기억하는 뿌리 길을 자기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제프 파로딘은 백색 종 세 기의 압력 충전을 명령하고, 끌려온 민도윤과 이오가 그 앞에서 이를 막으려 몸부림친다. 카리나는 태린에게 마지막 길을 넘기며 말 하나를 잃고, 태린은 균사망을 벽이 아니라 손과 밧줄과 뿌리를 함께 움직이는 길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影響태린은 범람체의 힘을 거대한 기적처럼 휘두르는 대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몸과 지상의 생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선택한다. 카리나는 과거 실험실의 죄를 말로 갚지 못하지만, 자기 기억을 내어 주며 태린이 백색 종에 맞설 수 있는 실제 길을 연다. 이제프는 태린이 감염체가 아니라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되고, 다음 충돌에서 그의 방아쇠가 흔들릴 조건이 만들어진다.

정태린은 흰 안개를 가르며 카리나의 손목을 붙잡아 백색 종 앞 진흙 위로 끌어당겼다. 종 모양 탱크 세 개가 새벽 04:40의 얇은 역광 속에서 둔하게 부풀었고, 살포관 아래의 푸른 뿌리들이 밧줄에 긁혀 마른 섬유 소리를 냈다. 이제프 파로딘은 장갑 낀 손을 들어 압력 레버를 내렸고, 끌려온 민도윤은 방역병의 팔을 물어뜯듯 몸을 틀어 이오 앞을 막았다. 이오는 조개마스크 안쪽의 흰 라벨을 움켜쥐고 “내가 길을 냈어요”라고 울먹였지만, 정태린은 그 아이를 보지 않고 카리나의 손바닥을 자기 맨손에 눌렀다.

카리나의 목에 번진 푸른 무늬가 한 번 밝아졌다가 물 빠진 천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는 젖은 흙 위에 손가락으로 짧은 길을 그었고, 그 선을 따라 땅속 균사들이 백색 종의 받침대 밑으로 파고들었다. “벽은 못 세워.” 카리나가 입술을 움직였지만, 다음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정태린의 왼쪽 눈가에 폐유치원 그네, 배수문, 조개마스크 줄, 탱크 밑 수동 고리의 위치가 한꺼번에 켜졌고, 쏠의 종소리는 멀리서 한 번만 울렸다. 정태린은 민도윤에게 밧줄을 던지고, 이오에게 뿌리 사이로 기어가 매듭을 걸라고 손짓했다.

이제프 파로딘이 “정태린, 물러서라” 하고 외쳤지만, 민도윤은 검은 물에 젖은 팔로 밧줄을 감아 당겼고 이오는 작은 몸을 뿌리 틈에 밀어 넣어 살포관 아래 고리를 걸었다. 정태린은 카리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땅을 짚었고, 푸른 균사들이 사람들의 당김에 맞춰 살포관을 조금씩 옆으로 틀었다. 흰 탱크 하나가 낮게 울며 방향을 잃었고, 독성 안개가 숲 안쪽이 아니라 빈 진흙 웅덩이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탱크 표면의 압력 눈금은 멈추지 않고 붉은 끝까지 차올랐다. 카리나는 끝내 잃어버린 단어를 말하지 못한 채 정태린의 손바닥에 손톱자국만 남겼다.

シーン 30· 새벽 04:40 직후

손잡이를 꺾는 사람

손잡이를 꺾는 사람
場所백색 종 숲가장자리
時間새벽 04:40 직후
出来事정태린은 백색 종의 흰 탱크 위로 기어올라 이제프 파로딘이 붙잡은 수동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아당긴다. 이제프는 살포관의 방향을 되돌리려는 태린을 막고, 정태린은 그의 가슴에서 필터 케이스를 뜯어 전사자 이름들을 눈앞에 펼친다. 이제프의 방아쇠는 멈추지만, 백색 종의 자동 압력은 이미 한계까지 차오른다. 마지막 순간 이제프는 정태린을 탱크 아래로 밀쳐 내고, 자신이 수동 손잡이를 끝까지 꺾어 신경독을 탱크 내부에서 역류시킨다.
影響정태린은 균사망을 단독의 기적처럼 쓰지 않고, 늪인들의 밧줄과 뿌리의 힘을 함께 묶어 백색 종의 살포관을 틀어 놓는다. 이제프는 처음으로 정태린을 감염체나 후보생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증인으로 부르고, 자신이 믿어 온 정화 명령을 자기 손으로 꺾는다. 신경독 살포는 막히지만, 이제프는 독성 증기와 포자에 노출되어 쓰러진다. 이 장면은 정화 작전의 즉각적인 학살을 중단시키고, 다음 장에서 정태린이 헤이븐으로 돌아가 증언해야 할 이유를 만든다.

정태린은 미끄러운 흰 탱크 표면에 손톱을 박고 올라가 이제프 파로딘의 손목에 매달렸다. 백색 종 숲가장자리에는 희끄무레한 독성 안개가 낮게 깔렸고, 세 개의 종 모양 탱크는 압력을 채울 때마다 둔하게 울리며 살포관을 늪인 마을 쪽으로 밀었다. 아래에서는 카리나가 균사막을 붙잡아 버티고, 이오는 조개마스크를 낀 채 밧줄 끝을 몸에 감아 당겼으며, 방역병들에게 붙잡힌 민도윤은 젖은 팔로 땅에 박힌 줄을 걷어차 태린 쪽으로 밀어 주었다. 푸른 뿌리줄기들이 밧줄과 엉켜 살포관 하나를 삐걱 틀었지만, 중앙 탱크의 압력 바늘은 붉은 끝까지 차올랐다.

이제프 파로딘은 한 손으로 수동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태린의 어깨를 밀어냈다. “내려가라.” 정태린은 그의 가슴 하네스를 잡아뜯었고, 금속 필터 케이스가 열리며 안쪽에 새겨진 전사자 이름들이 새벽빛 아래 드러났다. 그녀는 케이스를 그의 눈앞에 세웠다. “이 이름들 때문에 또 이름을 지우지 마세요.” 이제프의 장갑 낀 손이 방아쇠 위에서 멈췄고, 그 짧은 틈에 백색 종의 내부 밸브가 자동으로 잠기며 더 날카로운 경고음을 토했다.

탱크가 터지듯 부풀자 이제프 파로딘은 정태린의 헬멧 없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 포자 바람에서 가리고, 다른 손으로 그녀를 아래 균사막 쪽으로 밀쳐 냈다. 카리나가 남은 힘으로 뿌리를 당겨 정태린의 허리를 받아 냈고, 이오가 비명을 삼키며 밧줄을 놓지 않았다. 이제프 파로딘은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불렀다. “정태린, 살아서 증언해라.” 그는 수동 손잡이를 끝까지 꺾었고, 흰 종 세 개가 안쪽으로 찌그러지며 신경독 구름은 숲으로 퍼지지 못한 채 탱크 내부에서 회색 결정으로 굳어 쏟아졌다.

チャプター 07

シーン 31· 백색 종 정지 직후의 흐린 새벽, 헤이븐 방역 감시망 교대 시간

회색 문으로 돌아온 이름

회색 문으로 돌아온 이름
場所헤이븐 하층문에서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는 봉인 통로
時間백색 종 정지 직후의 흐린 새벽, 헤이븐 방역 감시망 교대 시간
出来事정태린은 이제프 파로딘의 금속 필터 케이스와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양손에 나누어 들고 헤이븐 하층문을 통과한다. 방역병들의 총구가 그녀의 목과 가슴을 따라 움직이고, 카리나는 뒤에서 이오의 어깨를 잡은 채 멈춰 선다. 민도윤은 흰 장갑에 붙들린 채 끌려 나오지만, 태린이 네 번째 손목 밸브 두드림을 멈추지 않고 봉인선 안으로 걸어가자 고개를 든다. 태린은 총구 앞에서 필터 케이스를 바닥에 내려놓고,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가슴 높이로 들어 중앙 광장 쪽으로 나아간다.
影響태린은 더 이상 도망친 감염 의심자가 아니라, 이제프의 마지막 명령과 민도윤의 기록을 들고 돌아온 증인이 된다. 헤이븐의 봉인 규칙은 그녀를 즉시 격리해야 하지만, 그녀가 들고 온 필터 케이스와 조개껍데기 마스크는 방역병들의 자동적인 명령 복창을 흔든다. 카리나와 이오가 하층문 안쪽까지 들어오면서 지상과 지하의 경계가 처음으로 같은 통로 안에 놓인다. 민도윤은 아직 포박되어 있지만, 태린의 귀환을 보고 다음 증언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

정태린은 회색 하층문의 방역 잠금쇠를 어깨로 밀어 열고 젖은 철문 틈으로 헤이븐 안에 들어섰다. 그녀의 왼손에는 이제프 파로딘의 찌그러진 필터 케이스가 매달렸고, 오른손에는 이오가 나누어 준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가 있었다. 통로의 푸른 형광등은 그녀의 목 옆 푸른 무늬를 병원 표식처럼 드러냈고, 방역병들의 총구가 동시에 올라갔다. 카리나는 문턱 밖에서 이오를 뒤로 끌어당겼지만, 이오는 민도윤이 붙여 준 흰 라벨을 마스크 안쪽에 꽉 누른 채 한 발을 문 안으로 넣었다.

“격리 대상, 무릎 꿇어.” 방역병의 명령이 젖은 벽에 부딪혀 납작하게 퍼졌다. 정태린은 대답하지 않고 손목 밸브를 세 번 두드렸다. 딱, 딱, 딱. 네 번째에서 멈추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밸브를 지나 금속 케이스의 찢어진 모서리까지 내려갔고, 케이스 뚜껑이 열리며 안쪽에 새겨진 전사자 이름들이 총구 앞에 드러났다. 끌려오던 민도윤이 물에 젖은 작업복 자락을 끌며 몸을 세웠고, 카리나는 말 대신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하층문 옆 콘크리트를 짚었다.

정태린은 필터 케이스를 봉인선 바로 앞 바닥에 내려놓고,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자기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다. 방역병 하나가 반걸음 물러나며 총 끝을 낮췄고, 그 짧은 틈으로 이오가 카리나의 손을 빠져나와 문 안쪽 물웅덩이에 맨발을 디뎠다. 쏠의 종소리가 귀 안쪽에서 작게 울렸지만, 정태린은 기록계를 켜지 않았다. 그녀는 중앙 광장의 붉은 봉인선을 향해 걸었고, 젖은 콘크리트 위에는 방호복 장화 자국과 작은 맨발 자국이 나란히 찍혔다.

シーン 32· 정태린이 하층문을 지나 중앙 광장 봉인선에 들어선 직후

기록실의 살아 있는 폐기물

기록실의 살아 있는 폐기물
場所중앙 방역청 기록실에서 중앙 광장 재판 단말 앞
時間정태린이 하층문을 지나 중앙 광장 봉인선에 들어선 직후
出来事민도윤은 포박된 손목을 재판 단말기 모서리에 내리쳐 흰 라벨 묶음을 바닥에 흩뿌린다. 태린은 방역병의 총구 앞에서 그 라벨들을 주워 금속 서랍 손잡이에 붙이기 시작하고, 이오도 조개마스크를 붙든 채 낮은 몸으로 기어가 붉은 폐기 도장 위를 하나씩 가린다. 카리나는 말을 길게 잇지 못하지만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단말 화면의 폐기 명령 위에 호흡 농도 표시를 눌러 남긴다. 민도윤은 숫자를 읽으라는 강요를 거부하고, 폐기함에서 외운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말한다.
影響민도윤의 증언은 기록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아직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꾼다. 태린은 민도윤을 대신해 라벨을 붙이며 헤이븐의 폐기 절차를 물리적으로 더럽히고 멈추게 만든다. 이오와 카리나가 같은 행동에 손을 보태면서 늪인과 헤이븐 시민 사이의 경계가 기록실 바닥 위에서 먼저 흔들린다. 다음 장면에서 봉인선 앞의 조개껍데기 마스크가 시민들의 두려움을 직접 시험할 조건이 마련된다.

민도윤은 포박된 두 손목을 재판 단말기 모서리에 내리쳐 흰 라벨 묶음을 찢어냈다. 중앙 방역청 기록실에서 끌려 나온 그의 작업복은 검은 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졌고, 창백한 조명 아래 금속 서랍 손잡이마다 붉은 폐기 도장이 겹겹이 번져 있었다. 단말 화면에는 그의 죄목과 함께 폐기 예정 기록 번호들이 줄지어 떠올랐고, 방역병의 장갑 낀 손이 그의 목덜미를 눌렀다. “번호를 읽어.” 민도윤은 입가의 물을 삼키고 첫 이름을 말했다.

정태린은 이제프의 필터 케이스를 품에 끼운 채 무릎을 꿇어 바닥에 흩어진 라벨을 주웠다. 방역병 하나가 총구를 낮추자 이오가 조개마스크를 가슴에 붙이고 태린의 앞을 가로질러 기어가, 가장 가까운 서랍의 붉은 도장 위에 라벨 하나를 꾹 눌러 붙였다. 카리나는 휘청이며 단말 앞으로 다가와 진흙 묻은 손바닥을 화면에 댔고, 폐기 명령 위에 흐린 갈색 손자국과 짧은 포자 농도 표시가 함께 남았다. 민도윤은 두 번째, 세 번째 이름을 말했다. 숫자 대신 이름이 나오자 기록실 냉각팬의 한 박자 늦은 공백이 더 길게 들렸다.

태린은 라벨을 찢어 민도윤의 피 묻은 손목 안쪽에도 붙였다. 흰 종이는 금세 붉게 젖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민도윤은 고개를 들고 금속 서랍들을 향해 계속 이름을 불렀고, 이오는 깨진 조개껍데기 가장자리로 라벨을 문질러 단단히 눌렀다. 붉은 폐기 도장 하나가 완전히 가려지자, 그 서랍 손잡이 아래에서 오래된 필름 조각이 혀처럼 조금 밀려 나왔다.

シーン 33· 정태린이 민도윤의 이름 증언을 들고 중앙 광장으로 나온 직후

봉인선 앞의 조개 마스크

봉인선 앞의 조개 마스크
場所중앙 광장 봉인선 앞, 하층문과 이어진 콘크리트 벽
時間정태린이 민도윤의 이름 증언을 들고 중앙 광장으로 나온 직후
出来事카리나는 늪인 몇 명과 함께 하층문 안쪽으로 내려와 긴 연설 대신 진흙 묻은 손으로 콘크리트 벽에 호흡 가능한 포자 농도 표시를 그린다. 정태린은 붉은 봉인선 앞에서 울며 물러서는 헤이븐 아이에게 다가가, 이오가 건넨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의 끈을 천천히 묶어 준다. 이오는 자기 마스크 안쪽의 흰 라벨을 눌러 보이며 아이에게 숨 쉬는 법을 따라 하게 하고, 민도윤은 포박된 손으로 기록실에서 외운 이름들을 계속 부른다. 봉인선은 아직 열리지 않지만, 총구와 시민들의 발끝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잃는다.
影響카리나의 불완전한 증언은 말이 아니라 벽의 표시와 마스크 나눔으로 헤이븐 시민들의 눈앞에 놓인다. 태린은 쏠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손으로 아이의 마스크를 묶으며, 지상 공기가 곧 죽음이라는 규칙을 가장 약한 몸 앞에서 시험한다. 민도윤이 부르는 이름들은 폐기 기록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자리로 끌어내고, 이오의 작은 행동은 늪인이 괴물이 아니라 숨을 나누는 아이임을 보인다. 이 장면은 다음 장면에서 낡은 환기구가 공식 호흡 통로로 지정될 만큼 봉인선의 권위를 흔든다.

정태린은 붉은 봉인선 앞에서 뒷걸음치는 헤이븐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깨진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아이의 얼굴 높이로 들어 올렸다. 중앙 광장의 푸른 형광등은 젖은 콘크리트 바닥을 납작하게 눌렀고, 봉인선 너머 방역복 차림의 시민들은 배급표를 움켜쥔 채 한 줄로 굳어 있었다. 아이는 마스크를 보자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돌렸고, 정태린의 손에 들린 껍데기 가장자리에서는 보랏빛 가루가 아주 얇게 떨어졌다. “이건 독이 아니야.” 정태린은 끈을 아이의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숨을 빼앗지 않게 거르는 거야.”

카리나는 하층문 옆 콘크리트 벽에 무릎을 대고 앉아, 진흙 묻은 손가락으로 짧은 선과 점을 그렸다. 포자 농도, 들숨 간격, 마스크를 벗기 전 기다려야 할 시간을 말 대신 표시했다. 말하려던 입술은 몇 번 떨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이오가 앞으로 나와 자기 조개마스크 안쪽의 흰 라벨을 아이에게 보여 주었다. “여길 물어. 무서우면.” 민도윤은 포박된 손목을 들어 흰 라벨 조각이 붙은 손가락으로 재판 단말을 두드리며 이름을 하나 더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시민 하나가 배급 줄에서 발을 빼 봉인선 가까이 놓았다.

아이의 숨이 마스크 안에서 짧게 걸렸다가 다시 나왔다. 방역병의 총구가 정태린의 목 무늬와 아이의 마스크 사이를 오가며 흔들렸고, 쏠의 종소리가 귀 안쪽에서 아주 작게 울렸지만 정태린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매듭을 묶고 아이의 턱 아래 끈을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아이는 울먹이며 이오를 보았고, 이오는 자기 마스크를 두 번 톡톡 두드린 뒤 같은 박자로 숨을 내쉬었다. 붉은 봉인선 앞 물웅덩이에 작은 맨발 자국 하나와 헤이븐 아이의 젖은 신발 끝이 나란히 닿았다.

シーン 34· 정화 작전 중단 직후, 헤이븐 표준 새벽

첫 환기구의 허가

첫 환기구의 허가
場所중앙 광장 봉인선 앞과 하층 낡은 환기구
時間정화 작전 중단 직후, 헤이븐 표준 새벽
出来事정태린이 봉인선 앞 방역 잠금 패널을 뜯어 열고, 이제프 파로딘의 찌그러진 필터 케이스를 패널 안쪽에 끼워 넣어 닫히지 않게 만든다. 수뇌부의 격리 명령이 광장 스피커로 반복되자, 이제프의 옛 파견자들이 태린과 카리나 앞을 막아 서고 총구를 아래로 내린다. 민도윤은 포박된 손으로 재판 단말기 선을 잡아당겨 환기구 관리 화면을 광장 전체에 띄우고, 이오는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낀 채 아이들 사이로 기어가 환기구 덮개의 녹슨 고리를 푼다. 카리나는 콘크리트 벽에 진흙으로 표시한 포자 농도 선을 다시 긋고, 태린은 그 선 아래에 “호흡 가능”이라는 허가 표식을 직접 새긴다.
影響봉인선은 총격이나 폭발이 아니라, 시민들이 배급 줄에서 빠져나와 환기구 앞에 모이면서 처음으로 기능을 잃는다. 낡은 환기구는 금지된 틈이 아니라 공식 호흡 통로로 지정되고, 헤이븐의 산소 필터 배급 규칙은 처음으로 조개껍데기 마스크와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태린은 쏠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손으로 허가 표식을 새기며, 공생의 선택이 외부 명령이나 감염 충동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임을 드러낸다. 민도윤의 이름 부르기와 카리나의 불완전한 표시, 이오의 작은 손이 하나의 절차를 만들어 내며 마지막 장면의 급수탑 아래 버섯등으로 이어질 길을 연다.

정태린은 봉인선 옆 방역 잠금 패널을 양손으로 뜯어 젖혔고, 젖은 콘크리트 벽 속에서 낡은 환기구의 녹슨 수동축이 드러났다. 중앙 광장의 붉은 방역선 위로 수뇌부의 격리 명령이 스피커에서 반복되자, 이제프 파로딘의 옛 파견자들이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태린과 카리나 앞을 막았다. 그들의 장화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푸른 형광등이 깨져 흔들렸고, 정태린은 찌그러진 필터 케이스를 잠금축 사이에 끼워 넣었다. 케이스 안쪽의 전사자 이름들이 금속 틈에서 희게 번쩍였다.

민도윤은 포박된 손목을 재판 단말기 선에 걸어 온몸으로 잡아당겼고, 화면에는 폐기 번호 대신 하층 환기구 관리 도면이 떠올랐다. 이오는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붙잡고 아이들 발 사이로 기어가 환기구 덮개의 녹슨 고리를 하나씩 풀었다. 카리나는 말이 막히자 진흙 묻은 손가락으로 콘크리트 벽의 포자 농도 선을 다시 그었고, 정태린은 그 아래에 방역 칼끝으로 짧게 새겼다. “호흡 가능.” 방역병 하나가 “허가 절차가 없다”고 말했지만, 민도윤이 젖은 입술로 또 다른 아이의 이름을 부르자 시민 몇 명이 배급 줄에서 빠져나와 봉인선 앞으로 걸어왔다.

환기구 덮개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둔한 쇳소리를 냈다. 안쪽에서 올라온 지상 공기는 차갑지 않았고, 보랏빛 포자 몇 알이 형광등 아래 작은 먼지처럼 떠올랐다. 정태린은 쏠의 종소리가 귀 안쪽에서 울리기 전에 손을 뻗어 조개껍데기 마스크를 쓴 아이의 어깨를 잡고 환기구 앞에 세웠다. 이오는 그 아이 옆에서 자기 마스크 안쪽 흰 라벨을 보여 주었고, 카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덮개 옆에 진흙 손자국을 찍었다. 붉은 봉인선은 그대로 바닥에 그어져 있었지만, 그 앞에 선 사람들의 발끝이 선을 조금씩 밟고 있었다.

シーン 35· 첫 환기구가 공식 호흡 통로로 지정된 뒤의 마지막 새벽

첫 문에 심은 빛

첫 문에 심은 빛
場所회색 급수탑 시험장
時間첫 환기구가 공식 호흡 통로로 지정된 뒤의 마지막 새벽
出来事정태린은 폐유치원에서 가져온 작은 버섯등을 회색 급수탑 시험장의 흰 원형 표시 옆 젖은 콘크리트 틈에 심는다. 이오가 금지선 아래에서 찾은 동생의 조개끈을 버섯등 줄기 곁에 묶고, 카리나는 진흙 묻은 손가락으로 첫 통로의 포자 농도를 급수탑 벽에 다시 표시한다. 민도윤은 젖은 기록 라벨 하나를 필터 고무링 위에 붙이고, 정태린은 쏠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자기 손을 내려다본다.
影響흰 원형 표시는 지워지지 않고 남아, 헤이븐이 후보생들에게 타인을 지나치게 만들었던 시험의 흔적이 된다. 그 옆에 심긴 버섯등은 지상의 생태가 지하의 규율 안으로 처음 뿌리를 내린 물리적 증거가 된다. 정태린은 쏠의 목소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의 첫 움직임을 자기 손에서 시작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헤이븐과 늪인 마을의 새 질서는 선언이 아니라 작은 빛, 느슨한 매듭, 열린 환기구 하나로 시작된다.

정태린은 무릎을 꿇고 폐유치원에서 파낸 작은 버섯등을 회색 급수탑 아래 흰 원형 표시 옆 콘크리트 균열에 밀어 넣었다. 젖은 바닥에는 예전 후보생들의 무릎 자국과 소독제 소금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탑 안쪽 사다리 아래의 검은 필터 고무링들이 얕은 물에 떠 있었다. 이오가 그녀 옆에 쪼그려 앉아 금지선 아래에서 찾은 동생의 조개끈을 버섯등의 가느다란 줄기에 묶었다. 끈은 한 번 풀렸다가, 이오가 이를 악물고 다시 매자 이번에는 보랏빛 갓 아래에서 짧게 흔들렸다.

민도윤은 포박 자국이 남은 손목으로 젖은 라벨을 하나 떼어 급수탑 기둥에 붙였다. 라벨에는 폐기 번호 대신 그가 재판 단말 앞에서 불렀던 아이 이름 하나가 삐뚤게 적혀 있었다. 카리나는 말을 찾으려 입술을 움직이다가 그만두고, 진흙 묻은 손가락으로 벽에 짧은 선 세 개와 둥근 점 하나를 그렸다. 첫 환기구에서 들어온 옅은 포자 바람이 시험장 안으로 낮게 흘러들자, 정태린은 마스크를 고쳐 쓰려는 헤이븐 아이의 끈을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너무 조이면 숨이 먼저 겁을 먹어.” 그녀가 말했다.

쏠의 종소리가 귀 안쪽에서 작게 울리려는 순간, 정태린은 먼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에는 카리나가 남긴 손톱자국과 이제프의 필터 케이스 모서리에 베인 얇은 흉터가 함께 있었다. 멀리 열린 환기구 쪽에서 이오와 함께 고친 폐유치원 그네가 끼익, 한 번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버섯등의 보랏빛이 흰 원형 표시 가장자리를 천천히 물들이고, 민도윤의 라벨 끝이 마르지 않은 공기 속에서 작게 들렸다가 다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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