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겨울밤, 결혼정보회사 대표 조경진은 또 한 명의 커플이 돌연 연락 두절됐다는 소식에 잠을 설친다. 회사는 화려한 네온 불빛 아래 평온해 보이지만, 주말마다 사라지는 고객의 명단은 점점 늘어난다. 경쟁 베테랑 매니저 서유진은 조경진을 향해 “당신이 놓친 거야”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하지만 유진의 손톱 끝은 피가 배일 만큼 물어뜯겨 있다. 회사의 신뢰도와 고객의 사랑, 둘 다 위태롭다.
조경진은 실종된 커플을 찾아 밤늦게까지 서류와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다, 자주 서버실을 점검하러 내려오는 유지보수 기사 장동휘와 마주친다. 동휘는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지다, “여기서 오래 있다 보면, 진짜로 뭔가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 같지 않냐”고 중얼거린다. 서버실은 희뿌연 증기와 차가운 금속성 울림으로 가득하다. 조경진은 호기심에 사로잡혀 동휘가 뒤돌아본 사이, 균열 너머로 미묘하게 뒤틀린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 순간, 촉수형 생명체 쿠르르가 모습을 드러낸다. 쿠르르는 아이처럼 조경진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네가 구하고 싶은 커플이 있어? 대신, 다른 인연을 끊으면 되지.” 조경진은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사라진 커플을 반드시 돌려놓겠다는 책임감에 흔들린다. 그 밤, 조경진은 결국 쿠르르와 거래를 맺는다. 한 쌍의 커플을 되찾지만, 다른 고객의 연이 돌연 끊어진다. 회사 데이터베이스에는 지워진 적 없는 기록이 사라지고, 조경진의 머릿속에도 누군가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진다.
사건이 반복될수록 회사 내 불신은 커진다. 서유진은 실종된 명단을 몰래 조사하다가, 조경진이 균열 공간에 출입한 사실을 알게 된다. 유진은 조경진에게 “너도 결국 똑같이 타협했네”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자신의 주말 행적에 대해선 비밀로 일관한다. 사실 유진은 오래전 쿠르르에게 자신의 연애 상처를 지워달라는 대가로, 다른 고객들의 운명을 쿠르르에 넘기기 시작했던 것.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죄책감과 환상 속에서 점차 현실감을 잃어간다.
어느 겨울 저녁, 장동휘는 조경진을 찾아와 진실을 고백한다. 동휘 역시 과거 쿠르르에게 “실패한 결혼의 기억을 지워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그 대가로 사랑하는 이의 존재 자체가 지워졌다는 것. 동휘의 눈빛엔 깊은 상처와 후회가 느껴진다. 조경진은 점점 현실과 기억이 뒤섞이며, 자신이 구한 커플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서버실에서 또 한 번의 균열이 발생한다. 조경진, 서유진, 장동휘, 그리고 쿠르르는 모두 균열 공간에 갇히고 만다.
서버실의 증기와 뒤틀린 빛 속, 쿠르르는 세 사람의 감정을 먹으며 점점 거대해진다. 쿠르르는 유진에게 “마지막 소원을 이루라”고 속삭이고, 유진은 자신이 구한 것과 잃은 것을 두고 오열한다. 동휘는 조경진을 붙잡으며, “이제 돌아갈 방법은 하나뿐이다. 네가 처음 맺은 거래의 대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절규한다. 조경진은 자신이 회사와 사랑, 둘 중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함을 깨닫는다.
결정적인 순간, 조경진은 회사의 존립을 내던지고, 자신이 구해온 모든 커플의 기록을 서버에서 직접 삭제한다. 이 희생으로 균열은 봉인되고, 쿠르르는 급속히 소멸한다. 유진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소원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하며, 조경진에게 “나도 이제 용서받고 싶다”고 속삭인다. 장동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이후 회사는 문을 닫고, 조경진은 따뜻한 도시락과 손때 묻은 물건만 남긴 채 강남의 번잡한 거리를 걷는다. 사라진 커플의 이름은 누구의 기억에서도 지워졌지만, 조경진의 마음 한켠에는 계속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선택의 대가를 짊어진 채, 다시 겨울밤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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