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는 깊은 밤, 어둠에 휩싸인 병원 복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선교사의 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주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 그는 속삭였다. 이 기도는 그의 위장 신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 어린 간구였다.
복도 끝에 있는 실험실 문 앞에 도착한 강민호는 잠시 멈춰 섰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음 소리에 그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실험실 안은 차가운 금속 냄새와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다. 형광등 아래 놓인 실험대 위에는 뭔가가 뒤덮인 채 누워있었다. 강민호는 천천히 다가가 덮개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실험대 위에는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가 누워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였다. 피부는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눈은 커다란 복합체로 변해 있었다.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삐죽거렸다.
강민호는 구역질을 참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강 선교사님." 타카하시 케이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강민호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잠을 이루지 못해 산책을 하다가..."
타카하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렇군요. 하지만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앞으로는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분노가 뒤엉켜 있었다.
다음 날, 강민호는 산속에 있는 작은 암자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박금자를 만났다.
"아이고, 젊은이." 금자는 강민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큰일을 겪었구먼. 얼굴이 핏기가 없어."
강민호는 어젯밤 본 광경을 금자에게 털어놓았다. 금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실험...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네." 금자가 중얼거렸다.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빼앗고 있는 거야. 육체만 남은 껍데기를 악령이 차지하고 있는 거지."
강민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금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부적을 꺼내 강민호에게 건넸다. "이걸 가지고 가.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어. 오늘 밤, 자정이 되면 실험실로 가. 그곳에서 보게 될 것은 네 눈을 믿지 마.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이 부적을 통해 봐야 해."
강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적을 받아들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교차했다.
그날 밤, 강민호는 다시 한번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실험실 앞에 도착한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열었다.
실험실 안에서는 타카하시가 실험체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강민호는 금자가 준 부적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타카하시와 실험체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 연기 같은 형체로 변해 있었고, 그 안에서 붉은 눈동자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강민호는 공포에 질린 채 뒷걸음질 쳤다.
그때, 타카하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 강 선교사님. 우리의 비밀을 알아버리셨군요."
강민호는 도망치려 했지만, 문이 스스로 닫혔다. 그는 절망 속에서 부적을 꼭 쥐었다. 그러나 타카하시와 실험체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새벽이 온 것이다. 타카하시와 실험체들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강민호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공포가 가득했지만, 동시에 이 비밀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도 들끓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가끔 그날 밤의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때마다 금자가 준 부적을 꼭 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공포의 실체를 밝혀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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