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서진우.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군 전역 후 그의 눈빛은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성실하고 정의로운 성품으로 선후배 사이에서 두루 신뢰를 얻었던 그였지만,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밤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기괴한 환영,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끔찍한 기억 조각들 때문이었다. 제대 후 복학한 대학교 캠퍼스의 밝은 풍경은 그의 불안한 내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다 잊어, 다 잊어…" 스스로에게 되뇌는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손에서 놓지 못하는 오래된 군번줄은 그날의 기억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무는 일이 잦아졌지만, 뿌연 연기 사이로 보이는 건 여전히 그날 밤, DMZ 철책 너머에서 마주했던 알 수 없는 존재의 형체뿐이었다.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진우는 자신을 옭아매는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다시 한번 그날의 기억 속으로 위태로운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진우의 소대원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첫 번째 희생자는 김병장 병장이었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선 알 수 없는 악취가 났고, 눈은 허공을 응시한 채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며칠 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뒤이어 박일병, 최상병… 모두 DMZ 수색 작전 이후 기이한 행동을 보이다가 끔찍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진우는 밤마다 그들의 환영에 시달렸다.
"진우야… 도와줘… 우리는… 그날 밤… 그것을 봤어…"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그들의 모습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날 밤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그저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도는 섬뜩한 속삭임, 그리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붉은 눈빛만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진우는 우연히 67세 박수무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쟁터에서 영혼을 달래던 미치광이"라 불리는 그는 DMZ 인근 마을에서 깊은 영적 고뇌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진우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를 찾아갔다. 낡은 군용 배낭과 고서적들 사이에 앉아 있던 박수무당은 진우를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네 친구들은… 두억시니에게 혼을 빼앗긴 거야… 그 끔찍한 존재는 인간의 증오와 절망을 먹고 자라지… 너도 조심해야 할 게다… 이미 그놈의 표적이 된 것 같으니…"
박수무당의 말에 진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날 밤, 진우는 끔찍한 환영 속에서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을 찾아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붉은 눈빛, 그것은 바로 DMZ 철책 너머에서 마주했던 알 수 없는 존재, 두억시니의 것이었다. 진우는 자신을 옭아매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친구들의 복수를 위해 두억시니와의 위험한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과연 진우는 두억시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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