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수.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함이 무색하게 그는 벤치프레스보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더 오래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의 작은 단칸방 한쪽 벽면은 온통 사진으로 가득했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화난 얼굴… 수많은 얼굴들 사이에서 영수는 마치 시간을 멈춘 듯, 과거의 한 조각을 붙잡고 있는 듯한 기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에게 사진이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았다.
"이 사진, 좀 이상하지 않아요?"
골동품 가게 주인 남궁연 여사가 내민 사진은 낡고 바랬지만, 한눈에 봐도 기묘한 기운을 풍겼다. 30년간 같은 장소, 같은 구도로 찍힌 가족사진. 변한 것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배경과 사람뿐이었다. 아니, 한 가지 더 있었다. 사진 속 아이의 그림자만이 시간을 거슬러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이 그림자… 뭔가… 불길해요."
남궁연 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알 수 없는 공포를 목격한 사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영수는 직감적으로 이 사진에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진 속 아이의 그림자는 마치 그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날 찾아줘… 날 꺼내줘…'
며칠 밤낮으로 사진을 분석하던 영수는 섬뜩한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항상 작은 나무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마치 그림자가 조각상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조각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검게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그림자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처럼.
"그 조각상… 절대 손대면 안 돼…"
사진을 건네받았을 때부터 유난히 기침이 잦았던 남궁연 여사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건… 그림자를 가두는 감옥 같은 거야… 만약 그걸 건드린다면…" 그녀의 말은 기침소리에 묻혔지만, 영수는 그녀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영수는 사진 속 아이의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가 가리키는 조각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마치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듯, 그는 조각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사진 속 아이의 그림자가 갑자기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족쇄를 끊고 뛰쳐나오려는 듯 몸부림쳤다. 그리고 영수의 손이 조각상에 닿는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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