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ot Synopsis
2089년, 서울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도시가 아니었다. 초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의 하늘은 인공 태양 '루멘'이 만들어낸 빛으로 가득했고, 시민들은 '합성기억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고통과 불행을 지운 채 획일화된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89세의 배수빈은 낡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좁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세상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듯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또 다른 모습은 가상 아이돌 그룹 '일곱빛깔'의 센터 '비토'였다. 최첨단 VR 기술을 통해 젊고 화려한 아이돌로 변신한 배수빈은, 현실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수백만 팬들을 열광시키는 존재였다.
'일곱빛깔'의 멤버 중 한 명인 '인디고'가 현실 세계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경찰은 단순 사고로 결론 내리지만, 배수빈은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고 직접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비토'로서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며 얻은 정보력과, 젊은 시절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었던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배수빈은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선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디고'가 '합성기억 프로젝트'의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었으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의 기억을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의 배후에는 서울시 합성기억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인 정수정이 있었다. 차갑고 야심 넘치는 그녀는 완벽한 기억 조작을 통해 인간의 불행을 완전히 지우고, 자신이 설계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정수정은 과거 가난으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했던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합성기억 프로젝트'가 인간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배수빈의 존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그를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는 인물로 간주하고 제거하려 한다.
배수빈은 과거 '합성기억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이었던 김복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은둔 생활을 하던 김복주는 처음에는 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하지만, 배수빈의 간절한 설득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음을 바꾼다. 그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배수빈을 돕는다.
하지만 정수정의 계략으로 김복주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배수빈에게 정수정의 과거 연구 자료가 담긴 오래된 하드 드라이브를 넘겨준다. 죽음을 앞둔 김복주는 배수빈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cryptic한 말을 남긴다. 배수빈은 홀로 진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배수빈은 정수정의 음모를 막고 '인디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비토'로서의 인기를 이용하여 대중의 관심을 사건으로 돌리고, 자신의 해킹 실력을 발휘하여 김복주가 남긴 하드 드라이브의 암호를 해독한다.
하드 드라이브에는 정수정이 과거 '합성기억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수많은 피험자들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기억 조작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인디고'가 단순한 VR 아이돌 멤버가 아니라, 정수정이 자신의 완벽한 이상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으로 탄생시킨 존재였다는 것이다. 정수정은 '인디고'를 통해 대중의 감정을 조작하고 통제하려 했던 것이다.
배수빈은 '비토'로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수백만 명의 팬들에게 정수정의 음모와 '인디고'의 진실에 대한 모든 것을 폭로한다. 대중은 큰 충격에 휩싸이고, 정수정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정수정은 체포되기 직전, "인간은 고통 없이는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없다. 나는 인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합성기억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되고, 서울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워진 기억의 빈자리는 깊은 상처로 남는다. 배수빈은 '인디고'의 죽음을 애도하며, 김복주의 마지막 말을 곱씹는다. 진실을 밝혀냈지만,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합성기억 프로젝트'라는 거짓된 행복에 가려져 있던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낡은 휠체어에 앉아 노을 지는 서울을 바라보는 배수빈의 눈에는 희망보다는 씁쓸함이 짙게 깔려 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일곱빛깔'의 '비토'로서,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온 노인으로서, 앞으로 펼쳐질 불확실한 미래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의 곁에는 '인디고'의 죽음을 애도하고 진실을 마주하려는 사람들이 함께였다. 그들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