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들이 무수한 불빛을 뿜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양화대교. 차가운 새벽 공기가 흐르는 가운데, 한 젊은 여성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난간의 금속을 가만히 더듬는다.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눈은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가지만, 입가에는 미소 하나 없고, 발끝으로는 불안하게 땅을 톡톡 건드린다. 19살, 고3이 되기 직전, 그녀는 교통사고로 부모와 오빠를 잃었다. 장례식이 끝난 직후, 그녀는 이곳에 와 있다.
“10분만 더 숨쉬다가… 뛰어야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깊은 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도로 위에는 자율주행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불안하게 움직이며, 지나가는 자율주행차의 반짝이는 불빛에 잠시 머물렀다. 난간을 더 세게 붙잡았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강물의 반짝임에 이끌려 잠시 멈춰섰다. 강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작은 물결들이 빛을 튕겨냈다. 그 모습은 마치 수천 개의 작은 별들이 수면 위에 흩어져 있는 듯했다. 흐르는 물속에서 비치는 빛이 그녀의 마음속에 잠재된 감정들을 일깨우는 듯했다.
“이제 진짜 가야지…”
결심을 다지려던 찰나, 그녀의 뒤에서 부드러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그녀는 잠시 놀라 고개를 돌렸고, 자율주행 자전거의 바퀴가 조용히 멈추며, 한 소년이 자전거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손길이 자신의 손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은은한 빛이 나왔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입술을 살짝 다물고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 흐릿하게 들려오고, 바람이 불어왔다.
“새벽 공기 좋지?”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기계적인 음성이 섞여 있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 담긴 진심은 그녀의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의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듯했다. 그녀는 여전히 표정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 말이 그녀의 마음속에 잠재된 감정들을 조심스레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 대한 감정이 고조되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오직 그의 모습만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마음속 깊이 억눌렀던 감정들이 차오르며, 그녀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응.”
“춥지 않아?” 소년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그 말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무릎이 땅에 닿는 순간, 차가운 지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만이 귀에 들리는 듯했다. 처음 보는 소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자신이 낯설었다. 하지만 소년은 그녀를 토닥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의 손길과 진심 어린 눈빛은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다. 소년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올려지자, 마치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소년과 함께 앉아,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고요한 순간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바람이 살짝 불어와 머리카락을 스치자, 그녀는 머리를 살짝 돌려 바람의 방향을 느꼈다. 소년은 그녀의 곁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그의 피부가 햇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소년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곳은 위험해. 나와 함께 가자.”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이 그녀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였다.
“내가 널 지켜줄게. 너는 소중한 존재야.”
소년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알겠어… 가보자.”
소년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자전거에 올라타게 했다. 그녀는 그의 뒤에 앉아 그의 따뜻함을 느끼며 불안한 마음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따라 나아가자,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주변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강이 정말 아름답지?” 소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과 함께 흘러 그녀의 마음에 닿았다. 그녀는 강물의 반짝임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감정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응, 정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소년은 더 빠르게 페달을 밟으며 소녀와 함께 도로 위를 날아가듯이 달렸다.
“고마워,” 그녀는 속삭였다.
그녀는 소년을 허리를 더욱 단단히 감싸안았다. 피부는 차가운 금속이었지만 그 안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이 페달을 밟을 때마다, 그녀는 그의 존재가 단순한 인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소녀는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소년의 등에 기대어 모든 걱정을 잠시 잊으며 그가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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