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기는 한결마트 구로물류점 계산대 7번 옆 방탄 유리 부스에서 도복만의 청구를 연다. 도복만은 카트 손잡이에 긁힌 418일의 근무 기록을 방청객 쪽으로 돌려 보이고, 백연두는 냉동창고 출입 장부와 급여명세서를 품에 안은 채 그 숫자를 하나씩 대조한다. 도복만이 최저임금을 받으면 그 돈은 딸 도해진의 보관 캡슐 사용료로 간다. 서문기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증거봉투 속 자신의 옛 사망확인 승인 도장을 책상 아래로 밀어 넣는다. 그녀는 12년 전, 해진을 캡슐로 보내는 서류를 너무 빨리 결재했다.
윤태겸은 도복만이 고객의 팔을 문 순간 계약이 끝났다고 주장하며, 빨간 장갑이 든 증거봉투를 계산대 위에 내려놓는다. 그는 도복만을 이름 대신 “사고 물건”이라 부르고, 도복만은 이빨을 드러낸 채 카트 바퀴를 원고석 쪽으로 밀어 418이라는 숫자를 보이게 한다. 서문기가 발언을 끊고 “도복만 씨의 근무 시간에 대해 말하십시오”라고 바로잡자, 윤태겸은 넥타이 매듭을 누른 뒤 냉동창고 셔터 쪽을 본다. 비상 발전기 연료는 7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자동문 바깥 냉동식품 통로에서 도해진이 나타난다. 아이는 빨간 장갑을 한 손에 끼고, 다른 손으로 안내판을 짚으며 법정 쪽으로 걸어온다. 생고기 할인 진열대의 포장 하나가 카트에 치여 터지고, 차가운 바닥으로 붉은 물이 번진다. 냄새를 맡은 도복만의 몸이 족쇄 끝까지 당겨진다. 방청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카트를 밀고 달아나고, 윤태겸은 안전요원에게 셔터를 내리라고 외친다. 셔터가 내려가면 해진은 통로에 갇히고, 전력이 끊기면 전자 잠금도 판결도 회사의 격리 명령 아래로 넘어간다.
백연두는 사람들 발밑에서 구겨진 영수증을 주워 계산대 유리를 세 번 두드린다. 그녀는 윤태겸이 야간마다 냉동창고 전력을 낮춘 시각과 도복만의 출입 태그 시각이 겹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윤태겸은 그녀의 전력 감축 결재 서명을 꺼내 보이며, 백연두 역시 도복만을 얼어붙은 창고에 묶어 둔 쪽이라고 되받아친다. 백연두는 잠시 자기 도장을 손가락으로 가리다가, 도복만의 카트에서 떨어진 마른 천 조각을 집어 든다. 해진의 장갑 냄새가 밴 천이다. 그녀는 그것을 서문기에게 건네지 않고, 도복만의 손목 족쇄 위에 직접 올려놓는다. 도복만은 이를 악문 채 자기 손목을 바닥에 눌러 멈춘다.
윤태겸은 이 틈에 셔터 수동 레버로 달려간다. 서문기는 부스 안의 붉은 잠금 표시를 확인하고 망치를 내려놓는다. 그녀가 도복만의 족쇄를 풀면 아이에게 갈 길이 열리지만, 그가 다시 사람을 물면 책임은 판사에게 돌아온다. 윤태겸은 유리 부스 문을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와, 서문기의 책상 아래에서 사망확인서를 꺼낸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서류를 방청객 앞에 들어 보이며, 서문기가 해진의 보호자를 법적으로 죽은 사람으로 승인했으니 이제 와서 도복만을 노동자로 부를 자격이 없다고 몰아붙인다. 서문기는 봉투 모서리를 장갑 낀 엄지로 두 번 누른다. 이번에는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해진의 캡슐 이송을 신속 처리했고, 그 도장이 회사가 도복만을 값싼 사후근로자로 넘기는 첫 문이 되었다고 인정한다.
해진은 셔터 아래 좁아지는 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윤태겸이 레버를 끝까지 당기려 하자, 백연두가 장부를 그의 팔에 감아 잡아당긴다. 종이가 찢어지고 영수증이 눈처럼 흩어진다. 윤태겸은 백연두를 밀쳐 내고 레버를 붙잡지만, 서문기는 부스 밖으로 나와 그의 손목을 잡는다. 도복만은 풀리지 않은 족쇄를 끌며 생고기 진열대와 해진 사이에 선다. 고기 냄새에 몸이 떨리고 이가 드러나지만, 해진이 가까이 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가 멈췄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카트 손잡이를 세 번 두드린 뒤 고개를 숙인다.
윤태겸은 해진을 셔터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 살아 있는 증언자가 법정에 닿기 전에 격리 구역을 닫아야 회사가 이긴다. 서문기는 그를 막아선 채 생체 승인 패드를 자기 손바닥으로 누른다. 도복만의 족쇄가 풀린다. 도복만은 해진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그는 윤태겸이 붙든 셔터 레버를 양손으로 잡아 바닥 쪽으로 꺾고, 쇠사슬에 긁힌 손목으로 레버의 움직임을 멈춘다. 윤태겸이 그의 팔을 뿌리치려 하자 도복만은 사람을 물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셔터 아래 틈을 막는다. 내려오는 금속판이 그의 등에 부딪혀 멈춘다.
전력이 꺼지기 직전, 해진은 법정 바닥까지 들어와 아버지의 팔을 붙든다. 백연두는 찢어진 장부에서 도복만의 마지막 야간 출입 줄을 찾아 방청객에게 읽는다. 도복만이 고객을 문 날, 그는 먼저 해진의 장갑을 발견하고 멈췄으며, 회사 경비가 고기 폐기물을 그의 격리 칸 앞에 쏟아 냄새를 자극한 뒤에야 사고가 났다. 윤태겸은 그 지침이 자신의 서명으로 각 점포에 배포됐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는 셔터 레버를 놓고, 도복만이 막아 선 틈 너머로 해진을 본다.
서문기는 전원이 끊기기 전에 판결문을 끝까지 낭독하지 않는다. 대신 방청객과 직원들 앞에서 도복만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418일치 임금과 해진의 보관 캡슐 비용을 우선 지급하라고 명한다. 동시에 윤태겸이 만든 야간 격리 지침과 백연두의 전력 감축 결재를 현장 안전사고 공모 의혹으로 봉인한다. 도복만의 격리 여부는 사고가 아니라 그가 해진 앞에서 멈춘 행동, 그리고 회사가 만든 냄새의 함정까지 포함해 다시 심리하도록 남긴다.
불이 나가자 계산대 가격표와 법정 전광판이 함께 꺼진다. 어둠 속에서 도복만은 해진의 빨간 장갑을 자기 손목에 감고, 풀린 족쇄를 바닥에 눌러 스스로 움직임을 멈춘다. 서문기는 방탄 부스 문을 닫지 않은 채 그 곁에 선다. 셔터는 끝내 내려오지 못하고, 한결마트의 차가운 통로에는 처음으로 도복만의 이름과 근무 일수가 사람들의 입으로 남는다.
Comments
Comments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