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년의 마지막 밤, 에드릭 볼은 빚 독촉장이 든 주머니를 가슴에 묶고 브램포드 골짜기를 떠난다. 마차 바닥에는 은제 아기 관이 놓여 있고, 안에서는 토빈 볼이 담요 끝을 물고 숨을 쉰다. 에드릭은 관을 성 브리지트 수도원 제단 아래에 놓기만 하면 죽은 아내가 남긴 마구간 빚을 탕감받는다. 그는 토빈을 아들이 아니라 배달물처럼 대하려 하지만, 말이 비탈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마차를 세우고 관 위에 손을 얹는다. 정각이 되자 관 안에서 울음이 한 번 터지고, 길가의 눈사람들이 젖은 눈을 비틀며 일제히 마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뒤쪽 길이 눈사람들의 얼굴로 막히자 에드릭은 호수와 수도원 쪽으로만 말을 몰 수 있게 된다.
성녀의 호수 어귀에서 이보라 크레인이 횃불 든 마을 사람들과 길을 가로막는다. 그녀는 삽날로 눈을 가르며 마차 바퀴 앞에 선다. 은제 관을 얼음 아래로 보내면 봄물이 돌아오고, 감자밭이 살아날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에드릭이 고삐를 당겨 피하려 하자 말 한 필이 눈구덩이에 빠지고, 이보라는 가장 먼저 횃불을 땅에 꽂고 삽으로 바퀴 곁의 얼음을 찍어 낸다. 에드릭은 그녀가 아들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얼어 죽을 뻔한 말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도움을 받는다. 이보라의 목에는 작은 빨간 장갑이 흔들린다. 에드릭은 그 장갑을 알아본다. 토빈이 태어난 밤, 이보라가 잘라 준 탯줄 곁에 놓였던 물건이다.
횃불 불꽃 하나가 관의 틈으로 스며들자 토빈이 정각도 아닌데 가느다랗게 운다. 길가의 눈사람들이 다시 몸을 돌리고, 몇몇은 눈 속에서 팔을 빼내듯 가지를 들어 올린다. 이보라는 횃불을 든 사람들의 팔을 내려치며 불을 멀리 물린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굶주린 아이들의 이름을 외치며 관을 내놓으라고 재촉한다. 에드릭은 관을 품에 안고 마차에서 내려 이보라와 맞선다. 그는 아이를 넘기는 대신 자신이 자정 전 얼음 위에 눕겠다고 말한다. 이보라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아이를 물에 보내는 일은 오래된 말로 포장할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에드릭을 제 손으로 얼음 위에 눕히는 일은 그녀가 직접 선택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때 능선 위 수도원에서 작은 종이 한 번 울리고, 마르셀라 퀸이 눈보라를 뚫고 내려온다. 그녀는 수도원 문을 열어 두지 못한 채, 허리춤의 쇠열쇠를 움켜쥐고 있다. 에드릭이 관을 열겠다고 하자 마르셀라는 그의 손목을 붙든다. 관을 열면 토빈은 살아 있는 아이로 돌아오지만, 수도원 장부에서 토빈의 이름과 관을 열어 준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다고 말한다. 에드릭은 빚을 갚을 증표도, 아버지로서 아이를 지킬 법적 자리도 잃는다. 마르셀라는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토빈의 친모가 자신의 언니였다고 털어놓는다. 언니가 출산 뒤 죽자, 마르셀라는 아이를 수도원의 죽은 아이 장부에 올려 관으로 빼돌렸다. 에드릭의 아내는 그 밤에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토빈”이라 불렀고, 에드릭은 아내가 죽은 뒤 그 이름마저 빚과 함께 묻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에드릭의 팔을 잡고 관을 빼앗으려 하자, 토빈이 은판 안쪽을 손가락 다섯 개로 두드린다. 에드릭은 관을 호수 얼음 위에 내려놓고, 맨손으로 봉인의 가장자리를 뜯는다. 은판이 손바닥 살을 베고 피가 관 위에 번진다. 이보라는 그를 막으려다 마차에 매인 말이 놀라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삽자루로 고삐를 걸어 말의 목을 끌어안는다. 말의 뜨거운 콧김이 그녀의 뺨을 적시는 동안, 마을 사람들은 관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마르셀라는 관 뚜껑을 여는 에드릭의 손 위에 자기 손을 포갠다. 둘이 함께 은제 뚜껑을 들어 올리자 토빈의 울음이 호수 위로 퍼진다. 길가의 모든 눈사람이 마차가 아니라 호수 한가운데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눈사람들이 돌아선 자리마다 뒤쪽 길이 다시 드러나지만, 호수 얼음에는 긴 금이 생긴다. 장부의 힘이 풀리며 마르셀라의 수도원 열쇠가 손에서 미끄러져 얼음 위에 떨어지고, 에드릭의 빚 독촉장은 젖은 눈 속에서 글자가 번져 사라진다. 토빈은 더 이상 죽은 자의 기록에 속하지 않지만, 그를 품은 에드릭 역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이보라는 삽을 버리고 얼음 위로 걸어간다. 딸의 장갑을 목에서 풀어 토빈의 담요 위에 올려놓은 뒤, 자신이 눕겠다고 말한다. 에드릭은 그녀의 팔을 붙잡아 끌어내린다. 이보라는 그를 뿌리치며, 자신은 딸을 묻은 뒤 매년 다른 아이의 이름을 호수에 넘길 말을 골랐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굶을 것이라는 공포가 그녀의 발을 다시 얼음 중앙으로 밀어 넣는다. 에드릭은 토빈을 마르셀라에게 건네고, 이보라 대신 얼음 위에 등을 댄다. 이보라는 그를 묶을 밧줄을 들고 서 있다가, 끝내 밧줄을 그의 허리가 아니라 자신의 허리에 감는다. 둘은 서로의 손목을 붙든 채 얼음 위에 눕는다.
수도원의 자정 종이 울리는 순간, 에드릭의 몸에서 빠져나간 열이 이보라의 손으로 전해지고, 두 사람 아래의 얼음이 검은 물을 품은 채 갈라진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달아나려 하지만, 눈사람들은 호수 쪽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마르셀라는 토빈을 품고 수도원 문턱까지 달려가지만, 종이 끝나기 전에 아이를 제단 아래에 놓지 않는다. 대신 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예배당 안으로 이보라와 에드릭을 끌어들인다. 에드릭은 거의 의식을 잃고, 이보라는 그의 손목을 놓지 않는다.
새벽, 호수 가장자리의 얼음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 봄이 약속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물에 넣지 않은 채 돌아간다. 마르셀라는 수도원 장부의 빈 자리에 토빈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에드릭에게 아이를 안겨 주고, 문밖에 남은 마차를 가리킨다. 빚은 사라졌고 법도 그를 보호하지 않지만, 말들은 아직 살아 있다. 이보라는 딸의 빨간 장갑 한 짝이 토빈의 담요 위에 놓인 것을 보고도 가져가지 않는다. 에드릭은 아들을 품에 넣고, 뒤돌아선 눈사람들 사이로 마차를 몰아 브램포드 골짜기 쪽으로 내려간다. 그날 이후 호수로 향하는 길에는 아이를 잃은 집마다 눈사람 대신 작은 나무 표지판이 세워진다. 이름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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