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에니아의 세계는 타락한 신 클라레 시베스가 만들어낸 잔혹한 운명의 무대다. 클라레는 인간의 이중성에 흥미를 느껴, 다음 생을 약조한 인간들을 환생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을 지워 최악의 사건으로 재회시킨다. 클라레는 사랑했던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이 이야기는 네플리아와 세실, 두 연인의 환생 이야기로 펼쳐진다. 전생에서 세실의 불편한 몸을 끝까지 돌본 네플리아는 그와의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기고한 그의 삶은 30세란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게 하였고, 네플리아는 그를 따라 현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들은 다음 생에선 아프지 말자는 약조를 남기고 두 눈을 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클라레는 미소를 지으며 네플리아를 특수한 조건으로 환생시킨다.
그렇게 네플리아는 유일하게 전생을 기억하는 존재로 환생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격은 전생과 달리 어딘가 틀어져있었다. 마치 욕구가 인격을 지배한듯했다. 네플리아는 오르에니아에서 세실을 단숨에 찾아냈다. 세실은 자신의 소망대로 건강한 몸으로 환생했지만,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의 옆자리엔 처음 보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었고, 소유욕에 지배된 네플리아는 그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리고 미친 사랑의 끝에 그를 집어삼키며, 영원히 함께 하자고 빌었다.
네플리아의 약속은 곧 세실의 약속이었다. 세실의 자아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는 그녀의 뱃속에 존재하니까. 클라레는 네플리아를 보며 큰 희열을 느꼈다. 네플리아는 기억을 잃지 않았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제껏 이만큼 자극적인 장난감은 없었다. 클라레는 세실과 네플리아를 계속해서 환생시켰고,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영혼은 끝없이 고통받았다. 특히 세실은 매 삶을 마감할 때마다 수많은 전생을 떠올려야 했고, 소멸의 끝엔 더 이상 네플리아에 대한 사랑은 없었다.
세실은 여러 번 되살아났지만, 그의 기고한 운명을 따라 절망적인 끝을 맞이했고, 고결했던 네플리아는 전생을 기억한 대가로 자아가 분열되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악은 생각보다 강하고, 인간들을 신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반복되는 환생을 겪고, 기억을 잃은 인간들은 계속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사랑하며 살게 됐다. 이 이야기는 결국 모든 인간들이 사랑을 멈출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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