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서울은 눈부신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 깊숙이 스며든 거대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층 건물 사이를 가르며 날아다니는 플라잉카,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완벽에 가까운 편리한 삶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편에는 인간성 상실, 극심한 경쟁 사회, 출산율 저하와 같은 사회 문제 또한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바로 '맞춤형 로봇 아이'였다. 부모의 DNA 정보를 기반으로 외모, 성격, 재능까지 복제하여 실제 아이와 똑같은 로봇 아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37세의 평범한 회사원 최수현은 텅 빈 아파트에서 홀로 아침을 맞았다. 그의 삶은 언제나 그랬듯, 치열한 업무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후, 늘 혼자였던 수현에게 가족이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 동료가 입양한 로봇 아이를 보고 수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잊고 있던 가족에 대한 갈망을 깨닫게 된다. 완벽한 가족을 꿈꾸던 수현은 결국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수현2'라고 이름 붙여진 로봇 아이는 수현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똑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수현은 마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시 만난 듯한 묘한 감정에 휩싸이며 로봇 아이에게 깊은 애착을 느끼기 시작한다.
수현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37세 김민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줄도 모르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 때문에 '벽창호'라고 불리며, 37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없다는 소리를 듣는 인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회의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꿋꿋하게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 한구석에 자릿한 외로움을 애써 달래고 있다. 수현에게 남몰래 호감을 품고 있던 민수는 그가 로봇 아이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민수는 로봇 아이를 납치하여 고장 내려는 황당한 계획을 세우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오히려 수현과 로봇 아이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현의 어머니이자 은퇴한 초등학교 교사인 64세의 서혜경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지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아들 수현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살아간다. 수현이 로봇 아이를 입양했다는 소식을 듣고 혜경은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한 불안감과 함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처음에는 로봇 아이를 낯설어하던 혜경은 점차 로봇 아이가 보여주는 순수한 애정에 마음을 열게 되고, 수현과 로봇 아이 사이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며 자신의 삶에도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현은 로봇 아이에게서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로봇 아이는 수현의 기대와는 달리 진정한 감정 교류를 나눌 수 없는 존재였다. 수현은 로봇 아이를 통해 채울 수 없는 공허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진정한 부모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고뇌하기 시작한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 사이에서 갈등하던 수현은 결국 로봇 아이를 진정한 자식처럼 여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로봇 아이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Comments
Comments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