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동생의 솜옷 값을 마련하려고 새벽마다 쇠전거리 좌판을 편다. 소를 잡다 손을 다친 날에도 칼을 놓지 못하자 의원이 찾아와 상처를 씻고, 막례는 진료비 대신 국밥을 내준다. 장꾼들이 의원 앞에서 좌판을 뒤엎은 날, 의원은 흙 묻은 그릇부터 줍고 짧은 상다리 밑에 납작한 돌을 받친다. 막례는 그가 다시 앉을 자리를 닦는다. 며칠 뒤 의원이 청홍 보자기를 들고 오자, 막례는 혼례 날짜보다 동생도 함께 살아도 되는지부터 묻는다. 의원은 대답 대신 밥상에 수저 한 벌을 더 놓는다.
문중은 공동우물의 두레박을 떼어 가고, 장꾼들은 사 간 고기를 막례 앞의 땅에 버린다. 제삿고기 심부름꾼마저 주문을 거두면서도 이미 손질한 고기는 내놓으라고 한다. 막례가 빈 광주리를 돌려주자 그는 좌판에 놓인 의원의 약저울을 집어 간다. 의원은 되찾으러 사당에 올라갔다가 갇힌다. 막례는 관아 문턱에서 해가 기울도록 기다리지만, 관아는 집안일이라며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 그날 밤 막례는 혼례용 비단을 찢어 줄을 꼬고 사당 담을 넘는다. 열린 뒷문까지 의원을 부축해 왔을 때, 반대편 골목에서 막례의 동생이 누나를 부른다. 개울에서 돌아오던 아이의 팔을 문중 사람들이 붙잡고 있다.
의원은 제대로 딛지 못하는 다리로 혼자 서려다 주저앉는다. 막례는 그를 버리고 달려가지도, 동생에게 도망치라고 외치지도 않는다. 비단 줄을 의원의 허리에 감아 제 어깨에 걸고, 동생이 붙잡힌 쪽으로 함께 걸어간다. 문중 어른이 혼인을 물리면 셋 다 집으로 보내겠다고 하자 막례는 동생의 팔부터 놓으라고 한다. 의원도 집으로 돌아갈 테니 아이는 보내라고 거든다. 손이 풀리자 동생은 달아나는 대신 의원의 다른 팔 밑으로 들어온다. 문중은 의원을 다시 사당 안으로 끌어들이고, 막례에게 장날이 밝기 전 좌판을 치우라고 명한다. 돌아온 동생은 비단 줄에 묻은 흙을 털다가 운다. 막례는 늘 하던 “맞서지 마라”는 말 대신, 다음에는 어디서 기다릴지 둘이 정하자고 한다.
이튿날 막례는 장작값을 갚으러 마지막 고기를 내놓는다. 단골이던 장꾼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고기를 밀어내고, 뒤로 돌아와 반값이면 받겠다고 한다. 막례는 고기를 거두지만 그의 어린 아들이 기침하는 소리에 발을 멈춘다. 의원에게 데려가라는 말에 장꾼은 사당 쪽을 보다가 고개를 숙인다. 막례는 남은 뼈를 모두 솥에 넣는다. 장사가 아니라 길을 나설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장꾼에게 솥과 좌판을 사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좌판을 헐값에 넘기려던 순간 동생이 받침돌을 빼서 품에 넣는다. 막례는 매매를 멈추고 솥만은 남긴다. 떠나더라도 남의 밥을 얻어먹으며 살지는 않겠다고, 읍내 밖 개울가에서 다시 불을 피울 궁리를 한다.
문중은 의원에게 막례가 물러날 뜻을 정했다며 새 혼처를 내민다. 의원은 혼례 날짜를 묻는 대신 자기 신발을 가져오라고 한다. 문중 어른은 약재함을 열어 침과 약봉지를 하나씩 꺼내 놓고, 이 집을 나가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의원은 함을 닫아 돌려준다. 하지만 문밖에 나서자 다리가 꺾이고, 문중 어른은 그를 붙잡은 채 막례를 불러오게 한다. 사당 마당에 도착한 막례는 의원에게 기대어 살 길이 없어진 것이 두렵다. 의원은 빈손을 펴 보이며 자신도 국값을 벌어야겠다고 한다. 막례는 그의 손에 비단 줄 끝을 쥐여 준다. 둘이 묶여 내려오는 모습을 본 문중은 장꾼에게 수레를 빌려주면 점포 터를 거두겠다고 경고한다.
막례는 동생과 함께 좌판을 분해해 솥을 끌 썰매를 만든다. 빌릴 두레박도, 수레도 없으니 세 사람이 나누어 옮길 수밖에 없다. 의원은 앉은 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동생은 청홍 비단 줄로 판자를 묶는다. 떠나는 아침,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문중 사람들과 와서 밀린 터 값을 받겠다며 솥을 붙든다. 막례는 이미 치른 값을 말하지만 그는 솥 안의 마지막 국까지 쏟으려 한다. 막례가 뜨거운 솥귀를 움켜잡고, 의원이 그와 솥 사이에 몸을 밀어 넣는다. 문중 어른은 의원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빈손으로라도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 의원은 막례를 놓으라는 말 대신, 제 어깨에서 그 손을 직접 떼어 낸다.
실랑이를 보던 장꾼이 아들을 데리고 다가온다. 그는 문중 어른에게 맞서겠다는 말은 못 하고, 막례에게 지난번 돌려보낸 고기 값을 내민다. 막례가 받을 손을 떼지 못하자 동생의 손바닥에 돈을 얹는다. 이어 솥 반대편 귀를 잡는다.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점포를 잃고 싶으냐고 묻자 장꾼은 대답하지 못한 채 손을 놓지 않는다. 네 사람이 솥을 들어 썰매에 내려놓는다. 문중 어른은 끝내 길을 비켜서지만 장꾼에게는 다음 장부터 자리를 비우라고 한다. 막례는 떠나던 썰매를 멈추고, 그에게 개울가 자리가 넓은지 함께 보러 가자고 한다.
읍내 밖에서 첫 국을 끓이는 날, 물은 가까워졌지만 손님은 오지 않는다. 의원은 약재함 없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으러 인근 마을을 돌고, 막례는 남은 돈으로 소금과 헝겊을 산다. 장꾼은 점포에서 쫓겨난 물건을 지고 와 처마를 함께 올린다. 며칠 뒤 제삿고기 심부름꾼이 남의 눈을 피해 고기를 사러 오지만, 막례는 값을 깎아 주지도 문밖으로 쫓아내지도 않는다. 대신 동생이 앉아 있는 밥상을 비켜 지나가라고 한다.
저녁에 의원이 품삯으로 받은 곡식을 안고 돌아온다. 막례는 그의 그릇에 고기를 더 넣으려다 세 그릇에 똑같이 나눈다. 흔들리는 상다리 밑에는 동생이 가져온 납작한 돌이 들어간다. 의원이 붕대를 갈게 손을 달라고 하자 이번에는 감추지 않는다. 동생이 먼저 수저를 들고, 막례는 손을 내준 채 제 밥이 식기 전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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