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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talk Original · 6 scenes · 5 chapters

주인공인 줄 알고 사비 썼음

판타지 소설의 공작가 후계자에게 빙의한 독자는 금화로 가득한 금고와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마법학교를 수석 졸업한 주인공의 삶에 들뜨지만, 첫 용 사냥에서 주문 발음을 틀려 짐수레를 태운다. 원작에서 이름조차 없던 견습 기사가 용의 공격을 막아 새 영웅이 된 뒤 그는 공적을 빼앗길 때마다 후방으로 밀려나 부러진 바퀴를 붙드는 짐꾼이 되고, 자기 돈으로 산 식량까지 영웅의 부대에 넘겨준 끝에 폭설 속에서 버려진다.

그는 처벌받던 고블린 길잡이를 풀어 주고 함께 빈 밀가루 포대로 발을 감싸 폐광까지 기어가지만, 마지막 장작을 난로에 넣는 순간 새 영웅이 이끄는 추격대가 공작가의 탈영자를 내놓으라며 문을 도끼로 찍는다. 후계자는 갱도에 남은 발파용 가루로 문 앞을 무너뜨려 추격대를 막고, 길잡이가 부러진 곡괭이로 반대편 통로를 파는 동안 천장에서 떨어지는 더운 물과 젖은 용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무너진 출입구 너머에서는 영웅과 병사들이 살려 달라며 돌을 두드리고, 안쪽에서는 잠에서 깬 용이 숨을 들이마셔 난로의 불꽃을 잡아당긴다—후계자가 잔해를 걷어 적들을 들이거나 그들 위로 물길을 터뜨릴 시간은 다음 숨 한 번뿐이다.

  • 4 characters
  • 6 scenes
  • Plot 3,135 ch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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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cters

Characters

오르센 벨크라트

Male

마법학교 수석 졸업자의 몸에 빙의했으나 주문을 구사하지 못해 원정대 짐꾼으로 밀려난 공작가 후계자

Profile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에게 안전한 발판을 고르는 법을 배워, 남이 써 놓은 승리 대신 자기 발로 고른 출구까지 살아서 가려 한다. 케트의 결박을 푼 오르센 벨크라트 때문에 케트는 혼자 빠져나갈 수 있었던 갱도에서 인간 한 명의 무게까지 계산해야 한다. 돌 너머의 병사들을 버리면 케트와 도망칠 틈을 얻지만, 돌을 걷으면 자신을 탈영자로 신고한 타벤 로흐에게 다시 등을 내주어야 하기에 오르센 벨크라트는 잔해에 손을 얹고도 아직 밀지 못한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부탁을 받으면 먼저 웃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제 물건을 건네기 전에는 자기 몫을 손으로 따로 덜어 놓는다. 주문을 말할 때마다 혀끝을 앞니 뒤에 대 보던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가 짧게 지시하면 졸업장 이야기를 삼키고 그대로 무릎을 꿇어 바닥을 살핀다. 타벤 로흐가 돌 너머에서 계급을 외치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병사들이 몇 명인지 되묻고, 대답이 올 때까지 금고 열쇠로 바위틈을 긁는다.

Background

23세 남성의 몸으로 눈을 뜬 오르센 벨크라트는 거울 속 얼굴과 금고의 금화를 번갈아 확인한 뒤, 수석 졸업장 아래에 놓인 주문서를 소리 내 읽으며 웃었다. 첫 원정에서 발음을 틀려 짐수레를 태운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벤 로흐가 방패로 용의 공격을 막는 모습을 보았고, 이후 자신의 돈으로 산 식량을 넘기는 양도증에도 웃으며 서명했다. 폭설 속에 원정대가 떠난 뒤 오르센 벨크라트는 부러진 바퀴를 놓고 케트의 결박을 풀었으며, 케트가 나눠 준 밀가루 포대로 발을 감싼 채 폐광까지 기어갔다.

Description

오르센 벨크라트는 귀밑에서 단정히 잘린 잿빛 금발과 길고 반듯한 콧날, 아직 볼의 부드러움이 남은 스물세 살의 얼굴을 지녔다. 은실로 깃을 수놓은 남색 마법사 외투는 짐을 끌며 어깨가 늘어났고, 그 아래 상아색 조끼와 거친 천으로 덧댄 바지 무릎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부탁을 들으면 입꼬리가 먼저 올라가지만 몸은 선뜻 따라가지 않으며, 허리에서 짧게 내려오는 금고 열쇠를 엄지로 눌러 쥔 채 다른 손을 내밀다 멈춘다.

타벤 로흐

Male

용의 공격을 막은 공적으로 임시 지휘권을 받아 자신보다 오래 복무한 병사들을 거느리는 견습 기사

Profile

19세의 타벤 로흐는 오르센 벨크라트를 원정대로 끌고 돌아가, 공작가의 인장이 찍힌 정식 지휘권 보증서를 받아 내려고 한다. 타벤 로흐가 폐광 문을 찍게 한 순간, 오르센 벨크라트에게는 돌아가 해명할 길 대신 추격대를 매몰시키고 도망칠 길만 남는다. 이제 타벤 로흐는 돌 너머에 구조를 청하려면 자신이 쓴 탈영 보고서를 철회해야 하지만, 병사들이 듣는 앞에서 철회를 약속하는 대신 지휘관의 계급부터 외친다.

타벤 로흐는 병사들의 묽은 죽을 직접 떠 주고 마지막 그릇을 받지만, 식량 장부에서는 오르센 벨크라트의 구매 기록 위에 부대 배급 도장을 눌러 찍는다. 나이를 묻는 고참에게 타벤 로흐는 “열아홉입니다”라고 답한 뒤 곧바로 다음 보초 근무를 지시하고, 고참이 경례할 때까지 손에 든 명령서를 내리지 않는다. 무너진 돌 앞에서 타벤 로흐는 병사의 떨리는 손을 잡고 모두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하다가도, 안쪽에 목소리가 닿을 틈이 생기면 “원정대 임시 지휘관 타벤 로흐다!”부터 외친다.

Background

19세의 견습 기사였던 타벤 로흐는 오르센 벨크라트가 태운 수레 앞에서 용의 공격을 보자, 도망치는 말의 고삐를 놓고 방패를 들었다. 임시 지휘관으로 호명된 뒤 타벤 로흐는 오르센 벨크라트에게 식량 양도증을 내밀었고, 폭설 속 출발 명부에는 뒤에 남은 오르센 벨크라트의 이름 옆에 ‘탈영’이라고 적었다. 타벤 로흐는 결박된 케트에게서 거둔 길표를 지휘관의 지도 주머니에 넣은 채 추격대를 폐광으로 이끌었고, 케트가 돌 너머에서 그것을 돌려 달라고 외쳐도 주머니 덮개를 열지 않는다.

Description

타벤 로흐는 짧게 깎은 적갈색 머리와 아직 볼살이 남은 얼굴을 지닌 열아홉 살 청년으로, 거친 회색 누비옷 위에 수수한 철제 흉갑을 입고 빛바랜 남색 망토를 목 가까이 여민다. 왼팔의 방패에는 가장자리가 열에 말려 올라간 자국이 남아 있고, 그는 사람을 감싸듯 그 방패를 앞으로 내밀면서도 오른손의 명령서는 가슴 높이에서 내리지 않는다. 옅은 갈색 눈은 상대의 얼굴을 살피지만 턱은 조금 높이 들려 있으며, 허리의 지도 주머니 덮개는 팔꿈치로 단단히 눌러 둔다.

케트

Female

원정대에 고용되었다가 눈에 묻힌 길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결박된 폐광 지대 길잡이

Profile

케트는 타벤 로흐가 지닌 길표를 되찾아 마을로 이어지는 표식을 깎아 없애려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을 묶어 두었던 병사들의 지휘관부터 살려야 한다. 케트는 오르센 벨크라트에게 공작가의 인장을 찍어 그 길을 행군로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하며, 그가 추격대를 구하러 움직이자 갓 판 탈출 구멍을 몸으로 막는다. 잔해 너머에서 길표의 금속 고리가 울리는 순간, 케트의 곡괭이 끝은 물길을 터뜨릴 돌과 무너진 문 사이에서 멈춘다.

46세 여성인 케트는 자신을 풀어 준 오르센 벨크라트에게 마른 포대 절반을 찢어 주면서도, 남은 절반의 실밥까지 손가락에 감아 챙긴다. 케트는 길을 묻는 사람에게 방향보다 짐의 무게를 먼저 확인하고, 오르센 벨크라트가 구조할 병사 수를 세면 그들이 구멍을 빠져나가는 데 걸릴 시간을 돌에 금으로 긋는다. 케트는 갱도에서 큰소리를 내는 그에게 입을 다물라는 손짓을 하지만, 타벤 로흐의 목소리가 끊기면 먼저 바위에 귀를 붙인다.

Background

케트는 46년을 살아오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겨울마다 옮겨 심은 길표를 회수해 왔고, 이번 원정에서는 빈 광산으로 향하는 표식만 병사들에게 건넸다. 그러나 짐수레가 불탄 뒤 병사들은 케트의 짐을 뒤져 마을의 우물과 곡물창고까지 새겨진 길표를 찾아냈고, 타벤 로흐는 그것을 다음 보급로에 쓰겠다며 허리띠에 찼다. 케트는 갈림길에서 더 걷기를 거부한 대가로 묶인 채 눈 속에 남겨졌으며, 오르센 벨크라트가 매듭을 풀자 버려진 수레 밑에서 부러진 곡괭이를 꺼내 폐광 쪽으로 기어갔다.

Description

케트는 관자놀이가 희끗한 머리를 짧게 땋은 마흔여섯 살의 고블린 여성으로, 낮고 단단한 체구에 올리브빛 피부와 눈가의 깊은 주름이 길을 살피며 보낸 세월을 드러낸다. 여러 번 기운 갈색 모직 웃옷과 숯빛 바지, 바닥을 덧댄 가죽 장화를 걸친 그녀는 포대에서 풀린 실밥을 왼손 검지에 촘촘히 감고, 상대의 얼굴보다 등에 진 짐을 먼저 훑는다. 좁은 틈을 막듯 어깨와 발을 벌린 채 부러진 곡괭이를 비스듬히 쥐고 있으며, 입술은 굳게 다물었지만 한쪽 긴 귀는 등 뒤의 작은 소리까지 좇는다.

우르메

Female

폐광 아래 온수 웅덩이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발파와 도끼 소리에 깨어난 용

Profile

우르메는 케트의 곡괭이가 웅덩이 바닥을 뚫기 전에 오르센 벨크라트에게 배수 통로를 막게 하고, 남은 겨울을 날 온수를 지키려 한다. 우르메가 틈을 봉할 불을 내뿜으면 잔해 너머 병사들의 구조 길도 굳어 버리고, 구조를 기다려 주면 찬 공기가 잠자리를 덮는다. 우르메는 잔해로 향하는 오르센 벨크라트 앞에 턱을 내려놓고, 돌을 치우기 전에 물이 빠지지 않을 길부터 만들라고 요구한다.

317세인 우르메는 앞발에 걸린 빈 밀가루 포대를 발톱 끝으로 조심스럽게 떼어 마른 돌 위에 놓지만, 케트의 곡괭이가 물가에 닿으면 꼬리로 바닥을 두드려 손을 멈추게 한다. 우르메는 타벤 로흐가 계급을 외칠 때는 콧구멍을 닫고, 잔해 너머에서 기침이 들리면 귀를 돌려 그 소리가 끊길 때까지 듣는다. 우르메는 오르센 벨크라트에게 “한 번만 더”라는 부탁을 받으면 대답 대신 젖은 벽에 턱을 붙여, 내려가는 수면 자국을 드러낸다.

Background

우르메는 광부들이 남긴 배수 홈마다 돌을 밀어 넣고, 불로 이음새를 녹여 폐광 아래에 온수 웅덩이를 만들었다. 우르메는 잠자리 벽에 겨울을 날 때마다 발톱금을 하나씩 남겼으며, 317세가 된 이번 겨울에는 물에 잠긴 가장 아래 금까지 몸을 낮추고 잠들었다. 우르메는 오르센 벨크라트의 발파로 그 봉합부가 갈라져 찬 공기와 돌가루가 쏟아지자, 틈을 다시 붙일 불을 얻으려고 난로의 마지막 불꽃을 들이마신다.

Description

317세의 암용 우르메는 겹겹이 두꺼워진 흑갈색 비늘과 끝이 닳은 회백색 뿔을 지녔고, 옷이나 장신구 없이 육중한 몸을 낮춰 좁은 물가를 차지한다. 넓적한 턱 아래에는 오랜 온수 잠자리가 남긴 흰 석회 띠가 둘러져 있으며, 주름 깊은 눈꺼풀 사이의 호박색 눈은 사람보다 먼저 물이 빠질 틈을 살핀다. 앞발에 걸린 빈 밀가루 포대를 발톱 끝으로 들어 마른 돌에 내려놓는 손길은 느리고 섬세하지만, 잔해로 향하는 사람 앞에 턱을 내려놓을 때는 꼬리 끝까지 움직임을 멈춘다.


Synopsis

Plot

오르센 벨크라트는 금고 안의 금화를 두 손으로 퍼 올린 뒤 거울 앞에 선다. 읽던 소설의 공작가 후계자,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마법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청년의 얼굴이 그를 따라 웃는다. 그는 원작의 첫 용 사냥에 필요한 식량을 넉넉히 사고, 견습 기사 타벤 로흐에게도 새 장갑을 내준다. 그러나 용이 내려앉자 외워 둔 주문의 첫 음절이 혀에 걸린다. 불은 용 대신 가장 가까운 짐수레를 삼킨다. 타벤 로흐가 휘어진 방패로 용의 공격을 막고 병사들을 구하는 동안, 오르센 벨크라트는 자신이 태운 밀가루 자루를 눈으로 덮는다.

그 뒤로 타벤 로흐는 임시 지휘권을 받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부러진 수레바퀴를 붙드는 사람이 된다. 그가 길에서 건져 낸 식량은 타벤 로흐의 배급 도장 아래 들어간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구매 장부를 내밀자 타벤 로흐는 굶주린 병사들의 그릇부터 가리킨다. 그는 장부를 접지만, 다음 배급에서는 자기 몫을 먼저 덜어 둔다. 폭설이 쏟아지는 저녁, 원정대는 바퀴를 고치던 그와 길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묶인 고블린 길잡이 케트를 남겨 놓고 출발한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멀어지는 횃불을 향해 졸업생의 호칭도 공작가의 이름도 외쳐 보지만, 되돌아오는 사람은 없다. 결국 그는 케트의 결박을 풀고 남겨 둔 빵을 나눈다. 케트는 빈 밀가루 포대를 찢어 그의 발을 감싼 뒤, 짐을 버리고 자기 발이 놓이는 곳만 밟으라고 지시한다.

두 사람이 잿턱 폐광에서 마지막 장작을 난로에 넣자 문밖에서 도끼 소리가 난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실종된 채로 돌아가면 지휘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타벤 로흐가 그를 탈영자로 데리러 온 것이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문이 열리기 전에 보관함의 발파용 가루를 터뜨린다. 입구가 무너지고 도끼 소리는 구조를 청하는 두드림으로 바뀐다. 케트는 부러진 곡괭이로 낮은 배수갱을 넓히지만, 천장에서 따뜻한 물이 떨어지자 손을 멈춘다. 갱도 깊숙이 젖은 발자국이 이어지고, 난로의 불꽃이 그쪽으로 길게 눕는다. 잠에서 깬 용 우르메가 숨을 들이마시고 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물길을 터뜨려 추격대를 막으려던 케트의 곡괭이를 붙든다. 동시에 잔해에 손을 대지만 타벤 로흐의 목소리를 듣고 멈춘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그에게 붙잡힐 수 있다. 돌 너머에서는 타벤 로흐가 자기 계급을 외치다가 병사의 기침에 말을 끊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지휘관 이름 대신 안에 몇 명이 있는지 묻는다. 타벤 로흐를 포함해 여섯 명이다. 케트는 돌에 여섯 줄을 긋고, 그들이 배수갱을 통과할 동안 천장이 버티지 못한다고 말한다. 타벤 로흐의 허리에서 길표의 금속 고리가 울리자 그녀는 새로 판 구멍을 몸으로 막는다. 그 길표에는 자기 마을로 가는 표식이 있다. 사람들을 구해 주고 다음 부대까지 마을로 들일 수는 없다.

우르메의 턱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는다. 용은 케트의 곡괭이 끝을 꼬리로 밀어 물가에서 떼어 놓고, 갈라진 벽 아래로 내려가는 수면을 드러낸다. 지금 불로 틈을 봉하면 구조할 통로도 굳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주문을 시도하려다 입을 다문다. 대신 난로의 철문을 떼어 들고 물이 새는 좁은 틈 앞으로 기어간다. “여기부터 막겠습니다. 저쪽 사람들을 꺼낼 동안만 기다려 주십시오.” 우르메는 들이마신 숨을 입구가 아닌 철문 가장자리로 내쉰다. 젖은 바위가 붉게 녹고, 오르센 벨크라트가 소매를 감아 받친 철문이 물막이로 굳는다. 물은 멎지만 그의 마법사 외투 한쪽 소매는 타 버린다.

케트는 배수갱에서 떼어 낸 돌로 물막이 밑을 받친 다음 잔해 쪽으로 돌아온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그녀가 고른 돌만 치운다. 틈으로 병사들을 한 명씩 당겨 들이고, 마지막 타벤 로흐의 방패가 걸리자 케트는 방패를 버리라고 한다. 타벤 로흐는 망설인다. 그 방패는 그를 영웅으로 만든 물건이다. 그러나 뒤에서 고참 병사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자 그는 가죽끈을 자르고 빈손으로 기어 들어온다. 케트가 그의 허리에서 길표를 낚아채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그가 내민 체포 명령서를 밟는다. 타벤 로흐가 팔을 잡으려 하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잡힌 팔을 빼지 않고 그를 갈라진 물막이 앞으로 끌고 간다. 철문 아래가 다시 젖고 있다. “저 사람들을 데려가고 싶으면, 이것부터 받쳐.”

타벤 로흐는 방패를 되찾아 철문 아래에 밀어 넣는다. 케트는 그가 허리를 굽힌 사이 지도 주머니를 열어 마을로 향하는 선을 짚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공작가 인장을 찍고, 타벤 로흐는 물막이를 누르던 손을 잠깐 떼어 현장 확인을 남긴다. 그가 다시 손을 대기 전에 틈이 벌어져 따뜻한 물이 발목까지 밀려온다. 케트가 길표의 마을 표식을 곡괭이로 깎아 없애는 동안,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벤 로흐와 어깨를 맞대고 철문을 버틴다. 서류를 챙긴 병사들이 배수갱으로 들어가고, 케트도 그 뒤를 따른다. 우르메는 내려간 수면을 턱으로 가리킨다.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벤 로흐를 출구 쪽으로 밀지만, 타벤 로흐는 몇 걸음 갔다가 돌아온다. 방패를 놓으면 물이 빠지고, 두 사람이 함께 버티면 아무도 나갈 수 없다. 그는 무너진 입구에서 큰 돌을 끌어와 방패 뒤에 끼운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케트에게 배운 대로 바닥을 짚어 돌이 미끄러지지 않는 자리를 찾는다. 두 청년이 손을 떼고 배수갱으로 엎드리자 우르메가 불을 내쉰다. 철문과 방패 사이의 틈이 붙고, 뒤이어 차가운 바람이 들던 입구가 굳는다. 타벤 로흐는 갑옷 때문에 좁은 출구에 걸린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그를 두고 나가는 대신 되돌아가 가슴판의 끈을 풀어 준다. 두 사람은 갑옷과 외투를 갱도에 남긴 채 눈 위로 굴러 나온다.

케트는 병사들을 마을이 아닌 군용도로 쪽으로 돌려보낸다. 타벤 로흐는 고참에게 오르센 벨크라트를 체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자신이 쓰게 한 탈영 보고서를 눈 위에서 찢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그에게 지휘권 보증서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 병사가 고개를 넘을 때까지 함께 걷는다. 날이 밝은 뒤 그는 남은 금화로 장작을 사서 폐광의 반대편 출구로 돌아온다. 케트가 무게를 재어 짐을 나누고, 타벤 로흐도 갑옷 없는 어깨에 한 묶음을 진다. 우르메는 배수갱 앞에 놓인 장작을 보고, 마른 돌 위에 보관해 두었던 밀가루 포대를 발톱으로 밀어 준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그것을 다시 발에 감는다. 이번에는 누구의 장면을 대신 살고 있는지 떠올리지 않는다. 케트가 먼저 발을 놓고, 그는 다음 발판을 직접 고른다.


World

The world

representative image

setting

벨크라트 공작령 북쪽, 눈 덮인 고개 아래에 박힌 잿턱 폐광. 입구는 짐수레 한 대가 겨우 통과할 너비이며, 그 앞의 비탈은 원정대가 떠난 군용도로와 이어진다. 바람이 도로의 발자국을 지우는 동안 갱도 안에서는 젖은 발자국이 오래 남는다.

폐광은 세 높이로 나뉜다. 가장 높은 입구에는 광부들이 쓰던 철제 난로와 발파용 가루 보관함이 있다. 중간 작업장은 낡은 버팀목 사이로 지붕처럼 얇은 암반을 이고 있다. 그 위에는 우르메의 온수 웅덩이가 걸려 있다. 가장 낮은 배수갱은 산 반대편으로 나가지만, 사람은 엎드려야 하고 갑옷을 입으면 어깨가 걸린다. 케트는 그 출구 너머의 길이 자기 마을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

오르센이 입구를 무너뜨린 뒤에는 어느 방향도 온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바깥에는 자신을 체포하려던 병사들이 갇혀 있고, 안쪽에는 잠자리를 지키려는 용이 있다. 탈출구를 넓히는 곡괭이질은 머리 위의 따뜻한 물을 불러올 수 있다.

time period

공작령이 북부 고개의 통행권을 군용도로로 바꾼 지 열두 번째 겨울. 폐광은 아홉 해 전에 채굴을 멈췄지만, 군 지도에는 여전히 보급 거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철광석이 끊겼다는 기록은 남았고, 용이 들어왔다는 길잡이들의 보고는 지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야기는 해가 진 직후, 폭설로 원정대의 후미가 끊긴 날에 벌어진다. 난로에는 마지막 장작이 들어갔다. 젖은 옷이 마르기 전에 불이 꺼질 것이며, 깨어난 우르메의 다음 날숨이 닿기 전에 구조 통로와 물막이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rules

- 마법 주문은 배운 발음을 정확히 내야 의도한 대상에 닿으며, 틀린 발음은 술자의 가장 가까운 물체에 마력을 방출한다. 오르센에게 수석 졸업장의 권위는 남아 있지만, 좁은 갱도에서 주문을 시도하면 동료와 버팀목부터 위험해진다.

- 온수 웅덩이 아래의 얇은 암반을 깨면 물은 낮은 배수갱으로 쏟아진다. 케트는 물길로 추격대를 막을 수 있지만, 그 순간 자신들의 출구와 우르메의 겨울 잠자리를 함께 잃는다.

- 우르메의 날숨은 젖은 바위 표면을 녹여 틈을 봉할 수 있으며, 그렇게 굳은 입구는 맨손이나 부러진 곡괭이로 다시 열 수 없다. 용에게는 물을 지킬 수단이지만, 오르센에게는 돌 너머 사람들을 구할 마지막 기회를 닫는 불이다.

- 공작령의 정식 군 지도에서 길을 제외하려면 공작가 인장과 현장 지휘관의 확인이 함께 필요하다. 오르센의 신분만으로는 케트의 마을을 지킬 수 없고, 타벤을 살려도 그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같은 길로 다음 부대가 들어온다.

technologies philosophies

이곳의 채굴 기술은 철제 곡괭이, 목재 버팀대, 기름등과 발파용 가루에 의존한다. 발파용 가루는 건조한 철함 안에서만 쓸 만한 상태로 남는다. 오르센이 꺼낸 양은 입구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지만, 젖은 바닥에 흘린 나머지는 탈출 수단이 되지 못한다.

광부들은 웅덩이 수위를 벽에 새긴 금으로 확인했다. 케트는 그 금과 버팀목 밑의 진흙을 읽는다. 원정대 장교들은 공작가의 측량 지도를 읽는다. 지도에는 폐광 입구가 정확히 찍혀 있지만, 버팀목이 얼마나 썩었는지와 어느 통로가 물 아래에 잠겼는지는 없다.

공작령에서는 물자를 산 이름보다 물자를 배분한 도장이 기록에 오래 남는다. 타벤의 배급 도장 아래에서 오르센의 식량 구매 기록이 가려졌듯, 길잡이의 경고도 장교의 확인이 없으면 행군을 멈추지 못한다. 타벤이 지닌 금속 고리 달린 길표는 케트가 깎아 만든 것이다. 이제 그 물건은 그녀의 품삯 증거가 아니라 마을까지 병사를 데려갈 도구가 되었다.

공작가는 광맥과 지상의 도로를 소유한다고 주장한다. 우르메는 그 문장을 읽지 않는다. 그녀는 앞발로 빈 포대를 건져 놓고, 물이 새는 틈에 턱을 댄다. 오르센이 누구의 후계자인지는 그 틈을 막을 돌을 가져오기 전까지 아무 쓸모가 없다.

visual description

바깥은 푸른 눈과 검은 침엽수뿐이다. 폐광 문에는 오래된 공작가 문장이 붙어 있다. 도끼가 찍힐 때마다 문장 아래의 녹이 눈 위로 떨어진다.

안쪽의 빛은 난로 문틈에서 새는 주황색 한 줄이다. 벽의 석회 자국은 그 빛을 받아 누렇게 뜨고, 입구 쪽 서리는 은빛 못처럼 반짝인다. 오르센의 은실 옷깃은 광석 먼지에 눌려 회색이 되었으며, 발에 감은 밀가루 포대에는 녹은 눈이 검게 번진다. 따뜻한 물방울이 목덜미로 떨어질 때마다 그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우르메가 있는 깊은 곳에서는 증기가 천장에 붙어 흐른다. 용의 턱 아래 흰 광물 띠와 벽의 수면 자국이 같은 높이에 놓인다. 물이 줄어들면 두 선 사이에 검은 틈이 벌어진다. 난로 불꽃이 갱도 안쪽으로 눕는 순간, 그동안 흩어져 있던 증기도 한 방향으로 빨려간다.


Scenes

Scene by scene

Chapter 01

Scene 01· 첫 용 사냥을 떠나는 날 아침부터, 고개에 도착한 오후까지

장갑까지 갖춘 주인공

장갑까지 갖춘 주인공
Place벨크라트 공작가의 금고와 거울 앞, 북부 군용도로의 짐수레 곁
Time첫 용 사냥을 떠나는 날 아침부터, 고개에 도착한 오후까지
Action오르센 벨크라트는 금고에서 금화를 퍼 담고, 거울 속 얼굴과 수석 졸업장의 이름을 대조한다. 자신의 돈으로 마련한 식량을 북부 군용도로의 짐수레에 더 싣다가 타벤 로흐와 적재 공간을 두고 맞선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새 장갑을 건네자 타벤 로흐는 그것을 끼고 방패끈을 조인 뒤, 오르센 벨크라트가 올린 밀가루 자루를 낮춰 다시 묶는다.
Impact오르센 벨크라트의 금화는 원정에 필요한 식량과 타벤 로흐의 장갑으로 바뀌고, 구매 장부에는 그의 이름이 남는다. 그러나 넉넉하게 싣겠다는 오르센 벨크라트의 판단은 타벤 로흐의 손에서 수정된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아직 그 손을 자신의 승리를 도울 손으로 여기며, 첫 사냥에서 할 말을 연습한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벨크라트 공작가의 금고에서 금화를 두 손으로 퍼 여행 가방에 쏟아 넣었다. 금고 문 안쪽의 거울로 몸을 돌리자 잿빛 금발의 청년이 따라 움직였고, 그는 가방 위에 펼친 수석 졸업장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오르센 벨크라트.” 그는 거울 속 얼굴을 향해 이름을 한 번 더 말한 뒤, 읽던 소설과 같은 이름이 적힌 졸업장을 접어 품에 넣었다.

오후의 북부 군용도로에서 오르센 벨크라트가 밀가루 자루 하나를 짐수레 위로 밀어 올리자, 타벤 로흐가 반대편에서 자루를 붙잡았다. “이 높이면 굽은 길에서 넘어집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자루를 놓지 않은 채 “돌아올 때까지 모자라지 않게 샀습니다”라고 답하고, 빈손으로 외투 주머니의 새 장갑을 꺼내 타벤 로흐에게 내밀었다. 타벤 로흐는 자루를 수레 가장자리에 내려놓고 장갑을 받아, 손가락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타벤 로흐는 장갑 낀 손으로 방패끈부터 당겨 조인 다음, 위쪽 자루를 내려 수레 바닥에 눕히고 밧줄을 다시 걸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구매 장부에 마지막 식량 값을 적고 자기 이름 아래에 짧은 선을 그은 뒤, 장부를 덮으며 “모두 무사하니, 이제 돌아갑시다”라는 말을 낮게 연습했다. 타벤 로흐가 밧줄 매듭을 두 번 잡아당기는 동안, 오르센 벨크라트는 은실 옷깃에 묻은 밀가루를 털고 수레 앞자리로 걸어갔다.

Scene 02· 원정 첫날 오후, 짐수레가 출발하려는 순간

불이 붙은 것은 수레였다

불이 붙은 것은 수레였다
Place북부 군용도로의 짐수레 곁, 눈 덮인 굽잇길
Time원정 첫날 오후, 짐수레가 출발하려는 순간
Action용이 도로에 내려앉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수레 앞에서 손을 뻗고 외운 주문을 외친다. 발음이 어긋난 주문은 용 대신 바로 곁의 짐수레에 불을 붙인다. 타벤 로흐는 오르센 벨크라트를 공격선 밖으로 밀치고 방패로 용의 공격을 받아 낸 뒤, 병사들을 비탈 아래로 피신시킨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눈으로 밀가루 자루의 불을 끄고 남은 식량을 끌어내린다.
Impact오르센 벨크라트가 마련한 보급품이 그의 주문 때문에 타면서 원정대는 첫 사냥부터 식량을 잃는다. 타벤 로흐의 짧은 지시에 병사들이 움직이고, 오르센 벨크라트에게는 불탄 짐을 수습하는 일이 남는다. 병사들이 피신한 뒤에도 지시는 타벤 로흐에게서 나온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수레 앞자리에서 팔을 뻗는 순간, 내려앉은 용의 앞발이 북부 군용도로의 눈을 밀어내고 타벤 로흐는 방패를 들어 수레 옆을 막았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제가—” 오르센 벨크라트는 말을 끊고 주문을 외쳤지만, 첫 음절을 고쳐 내뱉는 사이 손끝의 불빛이 곁의 수레로 꺾였다. 밧줄 아래에서 불이 솟아 밀가루 자루를 감쌌고, 타벤 로흐가 다시 묶었던 매듭이 검게 오그라들었다.

타벤 로흐는 새 장갑 낀 손으로 오르센 벨크라트의 옷깃을 잡아 수레 뒤로 밀친 다음, 용이 뻗은 앞발을 방패로 받았다. 방패 가장자리가 휘고 그의 한쪽 무릎이 눈에 박혔다. “비탈 아래로! 수레에서 떨어져!” 타벤 로흐는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공격을 흘리며 병사들이 내려갈 틈을 열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불붙은 자루에 두 손으로 눈을 퍼 끼얹었지만, 젖은 겉감 아래에서는 불씨가 계속 번졌다. 그는 타벤 로흐가 낮춰 놓았던 자루를 밧줄 밑에서 잡아당겨 눈 위로 굴렸다. 비탈 아래로 마지막 병사가 내려가는 동안 타벤 로흐는 방패를 든 채 뒷걸음쳤고, 병사들은 그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몸을 낮췄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자루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었을 때, 수레 앞자리에는 불타는 밧줄 끝만 늘어져 있었다.

Chapter 02

Scene 03· 첫 용 사냥이 끝난 뒤, 폭설이 쏟아지는 해질녘

문장의 바깥에서

문장의 바깥에서
Place북부 군용도로의 부러진 짐수레 곁에서 잿턱 폐광 입구까지
Time첫 용 사냥이 끝난 뒤, 폭설이 쏟아지는 해질녘
Action오르센 벨크라트는 건져 낸 식량을 넘기고 부러진 수레바퀴를 받치지만, 타벤 로흐는 그와 결박된 케트를 남겨 놓고 이동한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의 밧줄을 풀고 따로 챙긴 빵을 나눈 뒤, 그녀의 요구에 따라 짐을 버린다. 두 사람은 밀가루 포대로 발을 감싸 잿턱 폐광에 도착한다. 마지막 장작에 불이 붙자 타벤 로흐가 문밖에서 탈영자 인도를 요구하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도끼에 흔들리는 문빗장을 붙든다.
Impact원정대와 합류하려던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의 안내를 받아 살아남는 쪽으로 행동을 바꾼다. 식량을 건넸던 손으로 이번에는 자기 몸을 지킬 문을 붙잡는다. 두 사람이 찾아온 폐광은 타벤 로흐의 공격으로 출구가 막힌 피난처가 된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불탄 밧줄 밑에서 끌어낸 식량 자루를 내밀자, 타벤 로흐는 구매 장부의 금액 위에 배급 도장을 찍고 휘어진 방패를 다시 들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장부를 접고 부러진 수레바퀴 밑으로 어깨를 넣었지만, 눈발이 도로를 가리는 동안 타벤 로흐는 결박된 케트 곁을 지나 고개 쪽으로 걸어갔다. “바퀴를 받칠 사람 하나만 남겨 주십시오!” 오르센 벨크라트가 외쳤고, 타벤 로흐는 돌아보지 않은 채 방패를 들어 이동 방향을 가리켰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수레를 내려놓고 케트의 손목에 감긴 밧줄을 풀어 준 뒤, 주머니의 빵을 반으로 갈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케트는 빵을 받아 옷 안에 넣고 그의 여행 가방을 눈 위로 밀었다. “그걸 지고는 못 가.” 오르센 벨크라트가 가방 손잡이를 놓자 케트는 빈 밀가루 포대를 찢어 그의 젖은 신발 위에 감고, 남은 실밥으로 자기 발싸개를 묶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가 디딘 자리에 발을 넣으며 비탈을 올라, 오래된 공작가 문장이 붙은 잿턱 폐광의 문을 함께 밀어 열었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마지막 장작을 철제 난로에 넣자 케트는 문빗장을 걸고, 난로 앞에 젖은 발싸개를 펼쳤다. 두 사람이 불빛 쪽으로 손을 뻗는 순간 문밖에서 타벤 로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르센 벨크라트, 탈영자 인도 명령이다. 문을 열어라.” 도끼날이 문장 아래를 찍어 나무 조각을 튀겼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난로 앞에서 뛰어와 들썩이는 빗장을 두 손으로 눌렀다.

Chapter 03

Scene 04· 폭설이 내리는 해진 직후, 도끼가 문빗장을 흔드는 순간

도끼 소리가 두드림으로

도끼 소리가 두드림으로
Place잿턱 폐광의 입구와 중간 작업장
Time폭설이 내리는 해진 직후, 도끼가 문빗장을 흔드는 순간
Action오르센 벨크라트는 철함에 남은 발파용 가루로 입구를 무너뜨려 추격대를 막는다. 케트가 배수갱을 파는 동안 돌 너머에서 구조를 청하는 두드림이 들리고, 천장의 온수와 안쪽에서 깨어난 우르메가 탈출을 가로막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갇힌 인원이 여섯임을 확인한 뒤 난로 철문을 누수 틈에 받치고, 우르메의 불로 임시 물막이를 만든다.
Impact추격대를 막았던 잔해가 오르센 벨크라트가 직접 걷어야 할 구조 장애물이 된다. 케트는 마을로 이어지는 길표 때문에 구조를 막지만, 물막이가 세워지자 받침돌을 끼우고 치울 잔해를 고르기 시작한다. 구조할 시간은 확보되었으나 타벤 로흐의 체포 명령과 케트의 마을을 지킬 조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들썩이는 문빗장에서 손을 떼고 철함의 발파용 가루로 입구를 무너뜨렸으며, 케트는 그의 옷깃을 잡아 난로 뒤로 끌어당겼다. 공작가 문장이 붙은 문이 돌 아래 사라지자 케트는 부러진 곡괭이를 들고 낮은 배수갱을 파기 시작했지만, 오르센 벨크라트는 잔해 너머의 두드림에 그 뒤를 따르던 발을 멈췄다. 케트의 손등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져 곡괭이가 멎었고, 난로의 불꽃은 젖은 발자국이 이어진 갱도 안쪽으로 길게 눕더니 증기 사이에서 우르메의 턱을 비췄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잔해에 손을 얹자 타벤 로흐는 돌 너머에서 “원정대 임시 지휘관 타벤 로흐다!”라고 외쳤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계급 말고, 몇 명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여섯이라는 대답에 케트는 돌 위에 여섯 줄을 긋다가 타벤 로흐의 길표 고리가 울리자 배수갱 앞을 몸으로 막았다. “그 길표는 내 마을까지 데려가.” 케트가 곡괭이 자루를 가로쥐자 우르메는 그 끝을 꼬리로 물가에서 밀어내고, 두 사람 앞에 턱을 내려 갈라진 벽과 낮아지는 수면을 가리켰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주문의 첫 음절을 꺼내다 입을 다물고, 난로의 철문을 떼어 소매로 감싼 뒤 물이 새는 틈에 밀어 붙였다. “여기부터 막겠습니다, 저쪽 사람들을 꺼낼 동안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르센 벨크라트가 철문을 받치자 우르메는 입구 대신 철문 가장자리로 불을 내쉬었다. 젖은 바위가 붉게 녹아 철문 둘레에 붙었고,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 버린 소매를 거두며 한쪽 무릎으로 철문 아래를 눌렀다. 케트는 배수갱에서 떼어 낸 돌을 그 밑에 끼운 다음 잔해로 돌아가 곡괭이 끝으로 작은 돌 하나를 짚었다. 돌 너머에서 타벤 로흐가 다시 체포 명령을 외치는 동안,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가 짚은 돌에 두 손을 걸었다.

Chapter 04

Scene 05· 폭설이 내리는 밤, 임시 물막이를 세운 직후

여섯을 꺼낸 손으로 길을 지우고 물을 받치다

여섯을 꺼낸 손으로 길을 지우고 물을 받치다
Place잿턱 폐광의 입구 잔해와 물막이 앞
Time폭설이 내리는 밤, 임시 물막이를 세운 직후
Action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가 골라 준 돌을 치우고 잔해 너머의 여섯 사람을 끌어낸다.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타벤 로흐는 방패를 버려야 하며, 들어온 뒤에도 체포 명령서를 내민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명령서를 밟고 타벤 로흐를 새는 물막이 앞으로 끌어가 철문을 받치게 한다. 케트가 펼친 지도에 공작가 인장과 현장 확인을 남기는 순간, 타벤 로흐의 손이 빠진 자리로 물이 밀려든다.
Impact케트의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군 지도에서 제외한 서류가 병사들과 함께 배수갱으로 나간다. 케트는 길표의 마을 표식을 깎아 없애고 그들을 따른다. 구조받은 타벤 로흐는 오르센 벨크라트를 붙잡는 대신 그와 함께 철문을 떠받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손을 떼면 물막이가 밀리므로, 탈출하려면 손을 대신할 받침이 필요하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케트가 곡괭이로 짚은 돌을 끌어내려 잿턱 폐광의 잔해 아래에 어깨 하나가 지날 틈을 열고, 그 틈으로 나온 병사의 손목을 붙잡아 당긴다. 케트가 버팀돌을 피해서 다음 돌을 짚을 때마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한 사람씩 끌어내지만, 여섯 번째인 타벤 로흐의 휘어진 방패가 틈에 걸린다. 뒤쪽에서 고참 병사의 기침이 터지자 타벤 로흐는 방패끈을 잘라 몸을 밀어 넣고, 케트는 들어오는 그의 허리에서 금속 고리 달린 길표를 낚아챈다.

타벤 로흐가 펼친 체포 명령서를 오르센 벨크라트는 포대를 감은 발로 밟고, 자신을 붙잡은 팔을 끌어 철문 아래로 데려간다. “데려가고 싶으면, 이것부터 받쳐.” 철문 밑에서 물줄기가 뻗자 타벤 로흐는 잔해의 틈으로 손을 뻗어 버린 방패를 되찾고, 휘어진 테두리를 철문 아래에 밀어 넣어 오르센 벨크라트와 함께 누른다. 케트는 타벤 로흐의 지도 주머니를 열어 마을로 향하는 선을 짚고, “길표만 없애면 다음 부대는 지도를 들고 와”라며 지도 여백의 확인란을 곡괭이 끝으로 두드린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길을 행군로에서 제외한다는 기록에 공작가 인장을 찍고 타벤 로흐가 확인을 남기려고 한 손을 떼자, 방패가 기울며 따뜻한 물이 두 사람의 발목까지 밀려온다. 타벤 로흐는 마지막 획을 긋자마자 손을 철문에 되붙이고, 케트는 서류를 병사에게 넘긴 뒤 길표의 마을 표식을 곡괭이로 깎아 바닥에 떨어뜨린다. 서류를 품은 병사들이 낮은 배수갱으로 엎드려 들어가고 케트도 그 뒤로 사라지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철문을 누른 어깨를 조금 들어 보지만 벌어지는 틈 때문에 다시 몸을 붙인다. 우르메는 젖은 벽에 턱을 대어 낮아진 수면 자국을 드러내고, 오르센 벨크라트와 타벤 로흐의 네 손 아래에서 방패 테두리가 다시 조금 내려앉는다.

Chapter 05

Scene 06· 폭설이 내리는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돌로 대신한 손, 포대로 고른 다음 발판

돌로 대신한 손, 포대로 고른 다음 발판
Place잿턱 폐광의 물막이와 배수갱, 북부 군용도로, 폐광 반대편 출구
Time폭설이 내리는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Action오르센 벨크라트는 철문을 홀로 받치고, 타벤 로흐는 입구 잔해에서 돌을 끌어와 방패 뒤에 끼운다. 두 사람은 돌의 받침을 고쳐 손을 떼고, 우르메가 틈을 봉하는 동안 배수갱으로 기어든다. 출구 앞에서 타벤 로흐의 갑옷이 걸리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되돌아가 가슴판의 끈을 풀어 함께 빠져나온다. 날이 밝으면 케트와 두 청년은 장작을 나누어 지고 폐광으로 돌아온다.
Impact돌이 두 사람의 손을 대신하면서 우르메의 온수와 탈출로를 함께 지킨다. 타벤 로흐는 탈영 보고서를 찢고 체포를 철회하지만, 오르센 벨크라트는 지휘권 보증서를 내주지 않는다. 케트는 병사들을 마을에서 멀어지는 군용도로로 돌려보낸다. 우르메에게 포대를 돌려받은 오르센 벨크라트는 직접 고른 발판에 몸의 무게를 싣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내려앉는 방패 테두리를 무릎으로 밀어 올리고 타벤 로흐를 배수갱 쪽으로 떠밀지만, 타벤 로흐는 몇 걸음 만에 돌아서 잿턱 폐광 입구의 잔해에서 큰 돌을 끌어온다. 오르센 벨크라트가 한쪽 어깨로 철문을 버티며 진흙을 걷어 내자, 타벤 로흐는 드러난 바닥에 돌을 밀어 넣고 방패 뒤에 단단히 끼운다. 두 사람이 차례로 손을 뗀 뒤 낮은 배수갱에 엎드리자 우르메가 불을 내쉬어 철문과 방패 사이를 붙이고, 이어 무너진 입구의 틈을 봉한다.

푸른 눈빛이 비치는 출구 앞에서 타벤 로흐의 가슴판이 양쪽 벽에 걸리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뻗었던 손을 거두고 좁은 갱도 안으로 뒤꿈치부터 되밀어 넣는다. “숨을 내쉬어.”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벤 로흐의 옆구리 아래로 손을 넣어 가슴판 끈을 풀고, 걸리는 외투까지 벗어 둔 뒤 함께 눈 위로 굴러 나온다. 케트가 병사들을 마을 반대쪽 군용도로로 돌려세우는 옆에서 타벤 로흐는 “체포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젖은 지도 주머니에서 탈영 보고서를 꺼내 찢는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타벤 로흐에게 “지휘권 보증서는 약속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뒤처진 마지막 병사 곁으로 가 고개 너머까지 걸음을 맞춘다.

날이 밝자 오르센 벨크라트는 남은 금화로 산 장작을 폐광 반대편 출구에 내려놓고, 케트는 묶음의 무게를 재어 갑옷 없는 타벤 로흐의 어깨와 자기 등에 나누어 얹는다. 세 사람이 배수갱 앞에 장작을 쌓자 우르메는 마른 돌에 보관했던 밀가루 포대를 발톱 끝으로 밀어 내준다. 오르센 벨크라트는 포대를 발에 감고 케트가 디딘 자리 옆의 납작한 돌을 발끝으로 눌러 본 뒤, 다음 지시가 나오기 전에 그 위로 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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